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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주역 1

2017.10.24 조회 9,249 추천 85


 학사주역 1권
 
 
 서장
 
 
 하북의 북경···.
 중원 제일의 도시이자 명을 다스리는 하늘의 아들 황제가 있는 자금성이 있는 곳.
 그 북경의 초입에 꾀죄죄한 몰골의 청년이 들어서고 있었다. 먼 길을 왔는지 온 몸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얼굴에도 흙먼지가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청년은 아니었다. 갓 열일곱이나 되었을까? 아직은 어른이라고 하기 보다는 소년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소년은 등에 작은 상자를 메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길흉화복(吉凶禍福) 풍수지리(風水地理)>
 
 ‘이곳이 황제 폐하께서 사시는 북경이구나.’
 북경에 들어선 소년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보다가 곧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석 달 후 가을에 치러지는 대과 어전시를 보기 위해 호북의 소년 유신이 북경에 들어서고 있었다.
 
 
 1장 천문학관
 
 
 하북 북경의 명물 중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학관들이었다. 학관이 아닌 학관들이 유명한 이유는 북경에는 수십 개의 학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원 제일의 도시이자 황제가 사는 북경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고관 대작들과 부자들이 사는 도시였다.
 그런 고관 대작들과 부자들은 후손들도 고관 대작과 부자가 되기를 바랬기에 교육에 아낌 없이 투자를 하였다. 그 결과 북경에는 수십 개의 학관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십 개의 학관들 중 제일로 치는 곳이 바로 지금 유신이 보고 있는 천문학관이었다.
 
 <천문학관(天文學館)>
 
 천문학관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대략 보이는 것만 해도 백 명은 넘을 것 같은 긴 줄이 천문학관의 담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유신이 서 있었다. 북경 안에 들어 올 때와 달리 유신은 깨끗한 백의로 갈아입고 등에 메고 있던 깃발은 상장 안에 넣어 둔 상태였다.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고개를 뽑아 바라본 유신의 얼굴은 어두웠다.
 ‘휴!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내가 우물 안 개구리임을 이제야 알겠구나.’
 유신이 서 있는 줄은 석 달 후 황궁에서 시행되는 대과 어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천문학관에 입관하려는 이들의 줄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이곳에 서 있는 유생들은 모두 각 지방에서 벌이는 향시를 통과한 거인이라는 말이었다.
 명의 대과 체계는 다섯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동시, 원시, 향시, 회시, 전시 이렇게 나누어지는데 향시를 합격한 이는 따로 거인이라 칭하며 관인(官人)의 예우를 받는다.
 대과에서 세 번째 단계인 향시라 하여 그 시험이 쉬운 것은 아니다.
 반백의 머리가 될 때까지 향시를 준비하고 도전하는 노학사들까지 있을 정도이니 결코 쉬운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향시를 합격하고 어전시인 회시를 준비하는 거인들이 천문학관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에 유신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번 향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합격을 한 것에 자신의 합격이 그다지 대단하게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유신의 착각이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향시를 합격한 거인들인 것은 맞지만 대부분 이번 향시에서 합격을 한 것이 아니었다.
 길게는 몇 십년 짧으면 몇 년 전 향시에 합격한 이들이 회시에서 낙방을 하고 다시 이번 대과를 준비하기 위해 천문학관의 문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멍하니 줄을 보던 유신이 질려하던 마음을 다 잡았다.
 ‘나는 나대로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 잡은 유신이 다시 고개를 내밀어 줄을 바라보았다.
 “이거 무슨 줄이 이렇게 길어?”
 줄이 언제나 줄어드나 고개를 내밀고 있던 유신은 뒤에서 들리는 걸걸한 목소리에 머리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유신의 눈엔 흑의 장막이 보였다.
 ‘뭐지?’
 검은 천으로 이루어진 장막에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신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유신의 입에서 헛바람 빠져 나가는 소리가 나왔다.
 “헉!”
 장막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거한이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커 보이는 거한이 유신의 뒤에 서 있었다.
 줄을 바라보고 있던 거한은 유신이 자신을 보고 놀라는 것을 보다 물었다.
 “이게 무슨 줄이냐?”
 대뜸 하대를 하는 거한을 보던 유신은 그의 등 뒤로 뚝 튀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칼 손잡이?’
 거한의 등에 있는 것이 병기의 손잡이라는 것을 안 유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유신을 보며 거한이 다시 물었다.
 “이게 무슨 줄이냐니까?”
 거한의 물음에 혹시 대답을 잘못하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유신이 급히 답을 해 주었다.
 “꿀꺽! 가···을에 있을 대과를 준비하기 위해 거인들이 천문학관에 입관을 하려 하는 줄입니다.”
 유신의 말에 거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과? 그럼 여기 있는 유생들이 모두 향시에 합격한 자들이라는 말인가?”
 거한도 향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듯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거한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놀란 눈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그럼 너도 향시를 통과한 거냐?”
 거한의 너도 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차마 칼을 든 무인에게 함부로 할 수 없기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유신이 기분 나빠 한다는 것을 느낀 거한이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대단하군. 그 어렵다는 향시를 합격하고 말이야. 그런데 너는 나이가 몇인데 향시를 합격한 것이냐?”
 자신이 어리다 무시하는 듯한 거한의 말에 유신이 더는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
 “학문에 나이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 나이 비록 열일곱으로 아직 어리다하나 지닌바 뜻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뜻을 정확히 밝히는 유신이 거한은 마음에 들었다.
 ‘감히 나에게 대들다니 이 어린 학사가 그래도 기개는 있군.’
 “내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군.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게 내 인생이 원래 예와는 거리가 떨어진 삶이라 그런 것이지 어린 학사를 무시하려는 뜻은 없으니 말이네.”
 마음 풀라는 듯 유신을 보며 웃은 거한이 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북경에 학관이 여기 하나가 아닐텐데··· 다른 학관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가?”
 천문학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듯 계속 질문을 하는 거한을 보며 유신이 한숨을 쉬었다.
 ‘휴! 아무 것도 모르시는 듯 한데 왜 여기에 줄을 서 있는 것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입을 열었다.
 “천문학관의 관주이신 공진 대인은 한림원 대학사를 십년 이상 하셨던 이 시대 최고의 석학이십니다. 그런 분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대과를 떠나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일생일대의 영광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분이라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가?”
 거한의 말에 유신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대과를 앞두고 있기에 북경 인근의 모든 학관들에서 입관료와 학관료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자들에게야 얼마 되지 않겠지만 가난한 유생들에게는 일년을 뼈가 빠지게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니 학관료를 납부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천문학관은 수업료를 적게 받고 입관시험을 통과한 상위 세 명에게는 수업료를 면제해 주기에 다들 이곳을 찾아 온 것입니다.”
 “학관료가 그리 비싸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유신의 답에 거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학문이란 것은 돈이 드는 것이다.
 책을 사야 하고 문방사우를 사야 한다. 먹고 살기 바쁜 백성들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학문이 높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돈이 많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거한이 놀란 눈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입관시험을 본다는 말인가?”
 “모르셨습니까?”
 “모··· 몰랐네.”
 정말 당황한 듯 얼굴이 붉게 변한 거한이 급히 물었다.
 “시험은 어렵나?”
 “저도 말로만 들었지만 공진 대인께서 직접 입관시험을 보신다 알고 있습니다. 시험의 어려움이 대과에 비해 어려우면 어렵지 쉽지 않다 들었습니다.”
 유신의 말에 거한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차 올랐다. 위풍당당하던 거한이 일순 비루 먹은 개와 같은 얼굴로 변하자 유신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시험이 아닌 대담으로 하신다고도 하였으니···.”
 말을 하던 유신이 말의 꼬리를 흐렸다. 대화를 통해 마음에 들면 입관을 허락한다는 말도 있기는 했지만 딱 보니 앞에 있는 거한이 그것을 통과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유신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대협께서는 입관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이때까지 거한이 물은 것은 모두 천문학관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입관 절차를 듣고 침울해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설마 이 사람이 향시에 합격을 한 거인이라는 말인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유신의 얼굴에는 놀람과 경악이 동시에 어렸다.
 거한은 학사처럼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학사는 커녕 천자문이나 떼었을까 싶을 정도로 학문과는 담을 쌓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설마 거인이십니까?”
 “내가 덩치가 크기는 하지만 거인까지는···.”
 향시에 합격을 했냐는 말을 잘못 알아 들은 거한에게 유신을 황당한 눈으로 보던 유신이 다시 물었다.
 “향시에 합격을 하셨냐는 것이었습니다.”
 “향시를 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합격을 했겠나?”
 거한의 말에 유신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런데 대협께서는 왜 여기에 줄을 서 계신 것입니까?”
 유신의 물음에 거한의 얼굴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듯 말이 없던 거한이 입을 열었다.
 “대과는 아니지만··· 천문학관에 입관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입관을?”
 “험!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세.”
 말과 함께 줄을 바라보는 거한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던 유신이 더 이상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 거한에게 신경을 쓰기에는 유신의 신세도 좋은 것이 아닌 것이다.
 ‘반드시 상위 삼등 안에 입관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을 치면서 대과를 준비해야 해.’
 유신은 가난했다. 호북에서도 주역을 통해 사람들의 점을 봐 주고 풍수지리역학경을 보고 익힌 재주로 입관을 할 무덤 자리와 집의 기운을 살펴주고 번 돈으로 생활을 꾸려야 할 만큼 말이다.
 북경으로 오는 길에도 여비가 없어 점을 보고 풍수지리를 봐 주면서 겨우 겨우 온 것이다.
 그런데 천문학관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연고도 없는 이 북경에서 다시 점을 보고 풍수지리를 보며 대과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속으로 반드시 합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머리 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드디어 유신의 차례가 되었다.
 “두 분 안으로 드십시오.”
 청수한 외모를 가진 젊은 학사가 유신과 거한을 데리고 천문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천문학관 안으로 들어간 유신은 학사의 안내를 받으며 입관 시험장으로 향했다.
 학사의 뒤를 따르며 유신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후! 흡! 후!”
 길게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시기를 반복하는 유신의 숨소리를 들은 학사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긴장이 되시는 모양입니다.”
 “네.”
 “긴장은 머리를 굳게 만들고 여유를 잃게 만듭니다. 향시를 합격을 하였다면 그에 맞는 자격이 있으니 편안하게 생각이 나는 것을 말하시면 될 것입니다.”
 학사의 말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유신을 보며 다시 걸음을 옮기던 학사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이가 젊어 보이십니다.”
 “열일곱입니다.”
 유신의 말에 학사의 얼굴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질문을 하는 학사 역시 향시에 합격을 하였지만 그 나이 스물이 넘었을 때였다.
 스물에 향시에 합격을 한 것만으로도 수재라 칭해졌는데 유신은 그 보다 더 빠른 것이다.
 걷는 것도 잊고 유신을 보던 학사가 미소를 지었다.
 “입관을 하게 되면 사형제간이 되겠군요.”
 “그리 되면 좋겠습니다.”
 유신의 말에 학사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 학사의 뒤를 따르던 유신의 눈에 시무룩한 얼굴로 걸어오는 노학사 둘이 보였다.
 “휴! 이번에도 틀린 모양이군.”
 “그러게 말이네. 천문학관에 들어가게 되면 공진 관주님의 인맥이 있으니 회시 문턱이 조금은 낮아 질 것인데··· 안타깝구만.”
 “그러게 말이네.”
 입관 시험이 잘 되지 않았는지 한숨을 쉬며 가는 유생들의 뒷 모습을 보는 유신의 얼굴에도 걱정이 어렸다.
 ‘저런 노학사들도 어려워 할 정도면 정말 입관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유신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그를 안내하던 청년 학사가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한심한 자들 같으니.”
 이때까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던 학사가 냉소적으로 변하자 유신이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유신의 물음에 학사가 멀어지는 노학사 둘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저들은 입관을 하려는 것이 학문을 닦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본 학관의 이름을 얻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학관의 이름이라면?”
 “본 학관의 관주이신 공진 스승님은 한림원 대학사로 십 년 이상을 머무신 대석학이십니다. 그 말은 현 한림원 대학사와 학사들에게 아직도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 분에게 수학을 하신 사형들이 관의 요직에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사의 말에 유신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천문학관의 이름으로 향시에서 득을 보려 한다는 말이구나. 그런데··· 득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천문학관의 직전 관도들이라면 득이 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처럼 대과 준비를 위해 임시로 입관을 한 사람들에게 공진의 인맥들이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노학사들을 지나자 유신은 입관시험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관시험장 앞에는 먼저 도착한 학사 두 명이 시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순서가 될 것입니다. 그럼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청년 학사가 포권을 하며 사라지자 유신과 거한은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먼저 왔던 학사 두 명이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들어오십시오.”
 시험장에서 먼저 들어갔던 학사 두 명이 시무룩한 얼굴로 나오는 것과 함께 안에서 호명이 들려왔다.
 그에 긴장을 풀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은 유신이 시험장 안으로 들어섰다.
 시험장 안에는 백의를 입은 청수한 인상의 두 노학사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그 둘을 보좌하는 듯한 딱딱한 인상의 중년의 학사가 지필묵을 펼쳐 놓고 있었다.
 유신이 들어오자 중년의 학사가 붓을 들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천문학관의 총관인 심봉이다. 그리고 이 분은 본 학관의 관주이신 공진 관주님과 부관주이신 공유 노사시다.”
 생긴 것 만큼이나 딱딱한 목소리의 심봉이 자신과 공진들을 소개했다.
 그에 유신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호북에서 온 유신입니다.”
 “산서성에서 온 막군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과 통성명도 하지 못했었구나.’
 거한과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제야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막군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유신의 귀에 공진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허! 이번에 들어온 두 분은 극과 극이군요. 생긴것이나 몸에서 뿜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허허허!”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 자애로운 웃음을 흘리는 공진에게 유신인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예를 보였다.
 “존경하는 공진 대학사님을 뵈니 제 일생 일대의 영광입니다.”
 “허허허! 대학사 그만 둔지가 십년이 넘었는데 대학사라 불리니 민망하구만 허허허!”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던 공진이 입을 열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향년 몇이고 향시에 합격을 한 것은 언제인가?”
 “올해 열일곱이 되었으며 향시는 작년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유신의 말에 공진들의 얼굴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대단하군. 향시를 열여섯에 합격을 하다니···.”
 공진의 감탄에 부관주인 공유 역시 대단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학관의 관도들 중에서 가장 빨리 향시에 합격을 한 아이도 열일곱이었는데··· 허허허! 저희 학관에 뛰어난 인재가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이 대단하다며 하는 말에 유신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배움이 미천하고 미숙한 소생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유신을 보는 공진의 얼굴에는 흐뭇함이 어려 있었다.
 ‘저 나이에 향시에 합격을 했다면 자신을 넘어 자만을 해도 충분한 재능이거늘··· 아이가 보기 좋구나.’
 겸손한 유신이 공진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향시를 열여섯에 합격을 했다면 이미 그 재능도 입증이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아이가 임시가 아니라 천문학관에 정식으로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공진이 물었다.
 “공부는 어느 학관에서 하였는가?”
 “학관은 다니지 아니하고 호북 임강현에서 고충문 선사(先師)께 학문을 배웠습니다.”
 “고충문?”
 고충문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귀에 익은 공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공진의 모습에 유신이 공손이 입을 열었다.
 “선사께서 젊을 적 한림원에서 수학을 하셨다 하셨습니다.유신의 말에 말에 공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림원이라는 말과 고충문이라는 이름이 합쳐지자 한 수려한 청년 유생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다.
 “네가 고충문의 제자더냐?”
 공진의 굳어진 음성에 유신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왜 그러시지?’
 “고충문의 제자인지를 물었다.”
 공진의 물음에 유신이 급히 답했다.
 “고충문 선사께서 제 스승님이 되십니다.”
 유신의 답에 그를 굳은 눈으로 보던 공진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
 ‘고충문 그 아이의 제자라···.’
 고충문은 공진이 종 오품 한림원 시강학사 시절의 학사였다. 그 재능과 총기가 무척 뛰어나 공진은 그를 무척 총애하고 아꼈다.
 하지만 고충문은 그 재능과 총기를 유학이 아닌 잡기라 할 수 있는 천문지리역술과 주역을 통한 신복(神卜) 익히기를 좋아하였다.
 그에 몇 번의 충고와 함께 혼을 내었지만 결국 고충문이 황실의 운명을 사사로이 점을 치다 공진에게 걸려 파직이 된 인물이었다.
 만약 다른 이에게 걸렸다면 대역죄로 걸려 참수가 될 수도 있는 큰 죄였지만 그 자질이 너무 아까운 공진이 그를 파직을 시키는 것으로 비밀을 지켜 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고충문의 제자가 천문학관에 입관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다.
 
 
 2장 천문학관 입관시험
 
 
 굳은 얼굴로 유신을 보던 공진이 입을 열었다.
 “고충문은 잘 지내고 있느냐?”
 “선사께서는 삼년 전 겨울 귀천(歸天)하셨습니다.”
 고충문이 죽었다는 소리에 공진이 놀라 물었다.
 “충문이 죽었다?”
 놀라 물었던 공진은 유신이 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살아 있다면 마흔이 됐을까 할 터인데··· 하늘이 인재를 너무 서둘러 데려가셨구나.’
 비록 자신의 명을 어기고 잡기에 빠지고 파직이 된 인물이지만 그 재능과 총기는 아깝게 여기는 공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충문이 죽은 후 공부는 어떻게 하였느냐?”
 “선사께서 남기신 서적들이 있어 그것을 공부하였습니다.”
 그 말에 공진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서적을 보고 공부를 하였다 하지만 스승이 없이 그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명사에게 자식들을 맡기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책만 보고서 얻을 수 있는 학문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따로 스승은 두지 않았느냐?”
 “제 사정이 좋지 않아 스승님을 둘 형편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구나.”
 유신이 입고 있는 의복을 보더라도 그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알 수 있기에 그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은 공진이 고충문에 대한 감회에 적을 때 공유가 말했다.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시지요. 지금도 기다리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유의 말에 공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생각해야 하니 시험을 시작하겠네.”
 공진과 자신의 스승인 고충문이 서로 안다는 사실에 잠시 긴장이 풀렸던 유신은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긴장을 하는 유신을 보며 공진이 무엇을 물을까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십 육세에 향시에 합격을 하였다면 그 재능과 총기는 검증이 되었다 할 것이다. 미흡한 점은 이곳에서 채워주면 되는 것이니··· 생각을 들어 보아야겠구나.’
 마음을 정한 공진이 유신을 보다 입을 열었다.
 “천을 무엇이라 생각을 하는가?”
 공진의 말에 유신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공자나 맹자와 같은 유교 성현들의 말씀을 물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뜬금없이 천, 하늘이라니···.
 “천··· 은···.”
 잠시 말을 멈추는 유신을 보며 공진이 말했다.
 “그래 자네의 하늘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대과를 치르고 입관을 하려 하는가?”
 공진의 말은 유신을 배려해 주는 것이었다. 천이라는 의미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네 생각을 말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 준 것이었다.
 공진의 배려에 유신의 머리 속에 자신이 살아온 삶이 떠올랐다.
 삶을 떠올리자 유신의 머리 속이 맑아지며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내 생각을 말하자.’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입을 열었다.
 “흠흠···백성입니다.”
 ‘백성이라? 좋은 답이기는 하지만 너무 틀에 박힌 내용이군.’
 속으로 중얼거린 공진이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정자(爲政者)가 되려는 저에게 제가 보살펴야 할 백성들이 바로 저의 하늘입니다.”
 “흠···황제 폐하께서 들으면 당장이라도 자네 목을 베려고 할 말을 하는구만.”
 “그건···.”
 유신의 얼굴이 사색이 되자 공진이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농담일세!”
 웃으며 말을 한 공진이 입을 열었다.
 “백성들이 하늘이라는 것은 맞네. 그런데 위정자의 길을 가다보면 백성의 이로움이 황제 폐하에게 해가 되는 일이나, 황제 폐하께 이로운 일이 백성에게 해가 되는 일이 분명 존재하네. 그렇게 된다면 자네는 어찌 하겠는가?”
 공진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저에게 하늘은 백성입니다. 하지만 백성의 대변인은 황제 폐하라 생각을 합니다.”
 “백성의 대변인은 황제 폐하라··· 말을 더 해보게.”
 “책에서 배운 이들이 가장 무섭게 여겨야 하고 아껴야 할 존재가 백성이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게 여기고 모셔야 할 존재는 황제 폐하이십니다. 또한 제가 실제로 모셔야 할 분도 황제 폐하이십니다. 그것은 황제 폐하의 한 마디가 백성들의 삶을 결정하고 백성들의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유신이 자신의 생각을 다시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를 제대로 모시고 그 분이 가셔야 할 길을 밝혀 주는 것이 바로 백성들의 삶이 윤택해진다 생각을 합니다. 저의 하늘인 백성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황제 폐하를 잘 모시고 그 분께서 밝고 의로운 길을 가게 하는 것이 위정자가 첫째로 생각해야 할 충과 안민의 길이라 생각을 합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황제다. 즉 황제를 옳은 길로 인도해 성군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위정자의 하늘 백성들을 위하는 길이라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신의 답을 가만히 듣고 있던 공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옳다 하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그리고 황제 폐하의 신하가 가지기에는 위험한 생각이구나.’
 유신의 생각은 백성을 위해 황제를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니···.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유신은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한 듯 자신의 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유신을 보며 공진이 입을 열었다.
 “충신의 길은 가시밭과 같아 바른 길을 간다 해도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하시었습니다.”
 유신의 말에 공진이 웃었다. 예로부터 곧은 말을 하는 신하는 황제의 미움을 받아 고난을 겪었다.
 그것을 견딜 수 있겠냐는 공진의 물음에 유신은 공자의 말을 빌어 답을 한 것이다.
 “알겠네.”
 공진의 말에 유신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 명심하겠습니다.”
 유신을 보며 미소를 지은 공진이 이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막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막군의 덩치와 등에 차고 있는 무기를 보며 공진이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겠네. 자네는 하늘을 뭐라고 생각을 하나?”
 공진의 말에 막군은 이미 그에 대한 생각을 하였는지 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늘은 사람입니다. 자기의 노력에 따라 그 무엇도 될 수 있고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하늘입니다.”
 막군의 답에 공진이 그를 보다 입을 열었다.
 “자네는 학사가 아니라 무림인이군.”
 공진의 말에 막군의 긍정의 의미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막군을 보며 공진이 입을 열었다.
 “학사라면 내가 묻는 질문에 국가나 이념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심등 충효에 대한 유교적 대답을 했을 것이네··· 그것이 학사들의 기본적인 자세이자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아야 할 학사들의 모습이지. 헌데 자네는 사람이라고 답했네 그것은 학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벗어난 답일세.”
 잠시 말을 멈춘 공진이 막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자신의 말이 틀리냐는 듯 말이다.
 그런 공진의 시선에 막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사의 생각대로 저는 무림인입니다.”
 막군의 말에 공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호오! 무림인이 향시까지 합격하다니 대단하구만.”
 수재라고 불리는 학사들도 합격하기 힘든 향시를 칼밥 먹고 사는 무림인이 합격했다는 생각에 놀랐다는 듯 막군을 바라보았다.
 그런 공진의 시선에 막군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향시를 합격한 거인이 아닙니다.”
 막군의 말에 공진과 공유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향시에 합격을 하지도 않은 사람이 왜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의아한 것이다.
 “그럼 이곳에는 왜?”
 “천문학관에 입관을 하고자 합니다.”
 막군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공진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무림인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본 학관은 아무나 받지 않네.”
 “제 입으로 말을 하기 그렇지만··· 저는 아무나라고 불리울 사람은 아닙니다. 막군이라는 이름 들어 본 적 없으십니까?”
 은근히 기대감 어린 눈으로 보는 막군을 보며 공진이 고개를 저었다.
 “없네.”
 공진의 말에 막군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사는 세상이 다른 유림의 석학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막군이 입을 열었다.
 “입관을 하고자 합니다.”
 다시 입관을 하고 싶다 청하는 막군을 보며 공진이 입을 열었다.
 “본 학관에 입관을 하고자 하는 이유라도 있나?”
 “말을 드리기 어려우나 제 목숨을 걸고 들어와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큰 이유인가?”
 “제 인생 마지막 목표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단호한 막군의 모습에 잠시 그를 보던 공진이 입을 열었다.
 “본 학관의 입관 자격은 그 자질이 뛰어나고 총기가 있으며 심성이 어질고 악하지 않아야 하네.”
 “제 자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무인으로서의 자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세.”
 공진이 입관을 거절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 막군이 입을 열었다.
 “저는 반드시 이곳에 입관을 하여야 합니다.”
 절박한 막군의 말이었지만 공유와 심봉들의 얼굴에는 별다른 빛이 보이지 않았다.
 천문학관을 꿈으로 여기며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사가 어디 한 둘인가?
 그런 학사들의 절박함도 이 앞에 있는 무인 못지 않은··· 아니 그것을 더 뛰어 넘는 것이다.
 하지만 공진은 막군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 학사들에게 천문학관이 꿈의 장소겠지만 무인에게는 그저 학관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무인인 막군이 그런 절박함을 보이니 이상한 것이다.
 ‘금군의 무인들도 자존심을 생명처럼 여기는 법인데 하물며 초야의 무인들은 그 자존심이 더욱 대단할 것이다··· 그런 무인이 저리 절박하게 입관을 원하다니 대체 무슨 사연일고?’
 무인이 학관에 입관을 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막군을 보는 공진에게 공유가 작게 속삭였다.
 “입관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유의 말에 공진이 잠시 막군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입관 문제는 다시 이야기를 하도록 하세. 유신과 막 대협을 내원으로 안내하거라.”
 공진의 말에 심봉이 사람을 불러 유신과 막군을 밖으로 내보냈다.
 입관 시험장을 나온 유신은 기분이 좋았다. 상위 삼등 안에 합격을 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원으로 가는 것을 보니 입관에는 통과한 것 같았다.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간 내원에는 이미 십 여 명의 학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유석 노사님의 문하에 계시군요. 사천의 명사 유석 노사님의 문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저야 말로 유림의 큰 어른이신 일송 노사의 문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원에 모인 학사들의 이야기 소리에 유신은 자신이 정말 합격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유석이라느니 일송이라느니 하는 유명한 석학들의 이름은 유신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와! 저 분들이 그런 유명한 석학들의 문하이신 모양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내원의 학사들을 보니 영기발랄한 이십대 초중반의 기재들이었다.
 그런 기재들을 선망 어린 시선을 유신이 보고 있을 때 그들 역시 새롭게 내원으로 들어오는 유신을 보고 있었다.
 “하하하! 이거 또 뛰어난 분께서 오신 모양입니다.”
 방금 전 유석 노사의 문하라 소개를 하던 청년 학사 조림이 웃으며 유신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그에 다른 학사들도 유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명사의 가르침을 받아 향시에 합격을 한 그들도 기재라 불리기에 충분하지만 지금 안으로 들어온 유신은 나이가 너무 젊어 보였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향시에 합격을 했다는 말인가?’
 ‘대단하군.’
 어린 나이에 향시에 합격을 했다는 말은 유신이 그 만큼 뛰어난 기재라는 것을 의미하기에 학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렸다.
 회시를 같이 봐야 하는 처지인 만큼 뛰어난 학사는 그들에게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학사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신이 그들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호북에서 온 유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신의 말에 조림이 웃으며 포권을 했다.
 “사천에서 온 조림입니다. 그런데 올해 나이가 몇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열일곱이 되었습니다.”
 유신의 말에 조림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열일곱에 향시에 합격을?”
 놀라 되묻는 조림의 보며 유신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향시는 작년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세상에 향시를 열여섯에 합격?’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열여섯에 향시를 합격한 이가 없었다.
 유석 문하 중 가장 기재라 평가 되는 자신조차도 스물에야 겨우 향시에 합격을 하였으니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유석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이 되었는데 눈 앞의 유신은 그보다 사년이나 빨리 향시에 합격을 한 것이다.
 그에 감탄을 한 조림이 입을 열었다.
 “선사의 함자가 어찌 되시는지요.”
 “고가 충자 문자를 쓰십니다.
 ‘고충문?’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조림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모른다 해도 다른 사람 중에 아는 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인재를 키운 명사가 설마 이름 없는··· 이인가?’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에 조림이 어쩔 수 없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충문 노사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명사의 제자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림의 말에 유신이 쓰게 웃었다.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유신의 답에 조림이 힐끗 막군을 바라보았다.
 “호위 무사는 내원에 있을 수 없으니 밖으로 내보내고 우리 학문에 대한 토론이나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막군을 호위무사로 안 조림의 말에 유신이 급히 말했다.
 “이 분은 제 호위 무사가 아닙니다. 이 분도 학관에 입관을 하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유신의 말에 조림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어디를 봐도 학문과는 담을 쌓은 듯한 막군이 입관을 하려 한다니 놀란 것이다.
 “그럼 이 분도 향시를···.”
 조림의 말에 이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막군이 입을 열었다.
 “나는 향시를 합격한 사람도 아니고 학사도 아니다. 그저 천문학관에 입관을 하기 위해 온 사람일 뿐이니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말거라.”
 막군의 단호한 말에 조림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감히 무부 따위가 위로는 황실을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다스릴 위정자가 될 자신들에게 감히 이따위 말을 하다니··· 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하지만 조림들 역시 천문학관에서 언성을 높일 수는 없기에 분하다는 표정만을 지으며 막군에게 멀어졌다.
 “유 학사도 이리로 오게.”
 조림의 말에 유신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렸다. 그래도 자신과 입관시험을 보고 줄까지 같이 선 이를 혼자 두고 가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나는 괜찮으니 가 보거라.”
 막군의 말에 그를 보던 유신이 마음을 정했다. 자신을 기다리는 조림을 향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곳에 있겠습니다.”
 유신의 말에 살짝 안색이 굳어졌던 조림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입맛을 다신 유신이 막군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나 나누시지요.”
 “나와 있으면 저들이 싫어할 것인데 괜찮겠나?”
 “향시에 합격을 한 거인들입니다. 그런 학식을 지닌 분들이 그렇게 속이 좁지 않을 것입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이 웃었다. 유신의 귀에는 들리지 않겠지만 막군의 귀에는 학사들이 유신을 험담하고 있는 것이 훤히 들리고 있었다.
 “어린 친구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구려.”
 “그러게 말입니다. 무부를 가까이 하다니···.”
 “어린 나이에 향시에 합격을 하더니 아무래도 다른 학사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모처럼 조림 학사께서 친분을 나눌 천금과 기회를 주었는데 그런 기회를 마다하다니···.”
 “어려서 주제를 모르는 것입니다.”
 “저런 이와 대과를 같이 준비해야 한다니···.”
 
 ***
 
 천문학관의 입관 시험이 끝이 났다. 입관 시험에 합격을 한 이들은 학관에 남았고 떨어진 이들은 다른 학관을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막군은 공진에게 따로 불려가 상담을 하였다.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유신에게 영향이 오는 것이었다.
 
 “막군을 본 학관에 입관시키기로 하였네.”
 공진의 말에 유신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무인인 막군을 천문학관에 입관시킬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은 유신에게 놀람을 넘어 경악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군의 학문이 워낙 낮아 본 학관의 수업을 따라 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서 나는 유신 자네가 막군의 학문 수업을 해 주었으면 하네.”
 공진의 말은 막군에게 학문을 가르쳐 달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유신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과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럴 시간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에 유신이 거절을 하려는 순간 공진이 입을 열었다.
 “시간을 뺏기는 것일 수도 있으나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자신의 학문을 다시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공진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자신의 공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미처 느끼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관주님의 말씀이 옳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과가 석 달 후인데···.”
 유신의 말을 공진이 끊었다.
 “하루에 한 시진 정도 막군에게 학문을 가르친다면 입관료를 면제해 주겠네.”
 공진의 말에 유신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내가 상위에는 들지 못하였나 보구나.’
 입관시험 상위 삼등 안에 들지 못하면 입관비를 내야 한다. 천문학관이 입관비를 적게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주위 학관에 비해 적다는 것이지 싸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금액을 내기 위해서는 어차피 유신은 돈을 벌어야 했으니 어쩌면 막군을 가르치는 것이 그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신의 답에 공진이 사람을 불러 말했다.
 “유신과 막군을 같은 숙소에 묵게 하게나.”
 유신과 막군이 밖으로 나가자 공진이 옆에 앉아 있는 공유를 바라보았다.
 공유의 얼굴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잔뜩 굳어져 있었다.
 “내가 무인인 막군을 입관 시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공진의 물음에 공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사도 아니요. 정식으로 학문을 익히겠다 입관을 한 것도 아닌 자입니다. 무슨 연유로 입관을 하려는지 설명도 하지 않는 이를 왜 입관을 시켰는지 소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연유가 있다 하지 않는가.”
 “세상에 사정이 없는 이들은 없습니다. 천 명이 있으면 천 가지의 사정이 있는 법이거늘 사정이 있다 하여 모두 가르치고 거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잠시 말을 멈췄던 공유가 말을 이었다.
 “또한 본 학관의 명성에 누가 될 것입니다. 백조에 낀 흑조는 눈에 잘 보이는 법이니···.”
 공유의 근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수재와 명문 가의 자재들이 다니는 천문학관에 무인이 그것도 일자 무식이나 다름없는 자가 입관을 했다는 것··· 이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사람들이 천문학관의 급이 떨어졌다 여길 수 있고 그 문턱이 낮아졌다 여길 것이다.
 천문학관의 명성이 떨어질까 근심을 하는 공유를 보며 공진이 입을 열었다.
 “나 역시 막군을 받을 생각은 없었느니라.”
 “그럼 왜 받으신 것입니까.”
 “유신 때문이다.”
 유신 때문에 막군을 받았다는 공진의 말에 공유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왜입니까?”
 “나는 유신 그 아이가 이번 대과에 합격하지 않았으면 하네.”
 아까 유신의 입관 시험을 볼 때 공진이 그 아이를 아끼는 인상을 받았던 공유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아끼시는 것 같던데 왜 합격을 바라지 않으십니까?”
 “아끼기 때문일세. 그 아이는 너무 어려 만약 회시에 합격을 하고 전시까지 합격을 하게 된다면 관직에 나아가게 될 터··· 그리 되면 험난한 관의 생활을 버티지 못할 것이네. 또 그 아이는 스승이 죽고 혼자 책을 통해 학문을 익혔네. 책을 통해 익힌 학문은 너무 곧고 정직하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자네도 잘 알 것이네.”
 공진의 말에 공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책을 통해 학문을 익히는 학사이나 서책을 통해 익히는 학문은 죽은 것이다.
 명사라 불리고 명관이라 불리우려면 그 죽은 학문에 자신의 생각과 세상의 이치를 담아 살아 있는 지혜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지식에서 싹이 뜨는 지혜를 말이다.
 “지혜는 삶이 가르쳐 주는 것··· 너무 이른 나이의 입관은 잘못하면 유신 그 아이를 죽이는 독이 될 수 있네.”
 “그래서 유신 그 아이가 회시에 떨어지도록 막군이라는 혹을 붙이신 것입니까?”
 공유의 물음에 공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에게 막군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학문을 되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공진의 의도는 분명 혹을 달아 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학문을 돌아 보는 것도 상대가 어느 수준이 있어야 가능한 일··· 천자문과 소학을 겨우 뗀 막군은 유신의 공부를 막기 충분할 것이다.’
 막군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본 서적의 수준을 아는 공진이 입을 열었다.
 “그 나이에 향시를 합격할 정도의 재능이라면 마음 속에 자만이 싹을 뜨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네. 한 번 쯤 자신의 의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네.”
 “그럼 대과에 떨어지면 정식으로 입관을 시킬 생각이십니까?”
 공유의 물음에 공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문이의 제자가 나에게 온 것도 인연이 아니겠는가.’
 
 
 3장 팔괘둔형
 
 
 막군과 함께 안내를 받은 방은 침상 두 개와 작은 탁자 그리고 서책들을 넣어 둘 수 있는 작은 서가 하나가 전부인 작은 방이었다.
 털썩!
 침상에 들어 눕는 막군을 유신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고?’
 멍하니 자신을 보는 유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막군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를 처음 보는 순간 뭔가 연이 있다 느꼈는데 이렇게 스승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구만.”
 막군의 말에 그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유신이 가만히 그를 보다가 등에 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았다.
 침상 옆에 상자를 내려놓은 유신이 다시 막군을 바라보았다. 막군은 안 될 것이라 생각을 했던 입관이 허락이 되자 기분이 좋은 듯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나와는 다르게···.’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막군을 보다 입을 열었다.
 “공진 관주께서 저에게 막 대협을 가르치라 하셨습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막 대협께서 보신 서책들의 수준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본 책을 말해 달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유신의 물음에 잠시 어색한 얼굴을 하던 막군이 변명을 하듯 입을 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무인이라 무공 비급이라면 모를까 학사들이 보는 책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네.”
 이미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당사자의 입에서 그에 대한 말이 나오자 유신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다.
 그래도 유신은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도 보신 책은 있으실 것 아니겠습니까?”
 “있기는 한데···.”
 있다는 말에 유신이 급히 물었다.
 “무엇입니까?”
 “천자문하고 소학 정도···.”
 막군의 답에 유신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렸다. 천자문이야 말을 할 것도 없지만 소학은 어린 아이들이 학문을 익히는 초기에 배우는 것이다.
 즉···.
 ‘막 대협의 수준은 어린 아이와 같다는 말이구나.’
 이런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은 유신이 멍하니 그를 보다 물었다.
 “무엇을 배우고 싶으십니까?”
 “사서삼경.”
 사서삼경을 배우고 싶다는 막군의 말에 그를 황당한 눈으로 보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사서삼경이 무엇인지 아시고 계십니까?”
 “알고 있네.”
 “송구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해 보시겠습니까?”
 유신의 말에 내가 그것도 모를까 그러냐는 불쾌한 시선으로 그를 보던 막군이 입을 열었다.
 “사서란 함은 대학, 중용, 맹자, 논어를 말하고 삼경은 시경, 서경, 주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
 막군이 알고 있다는 말에 유신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알고 있는 분께서 사서삼경을 배우고 싶다 하시는 것입니까?’
 막군과 같은 인물이 사서삼경을 배우려면 최소한 십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사서삼경은
 그것도 배우는 것에 한정하고 그 내용을 마음에 담아 뜻을 펼치는 것은 빼고 말이다.
 “사서삼경을 배우고자 하시는 이유가 계십니까?”
 “학문의 기본이 사서삼경이니 배우려 하는 것이다.”
 “그럼 왜 학문을 익히려 하십니까?”
 이때까지 학문에 뜻을 두지 않다가 갑자기 왜 학문에 뜻을 두어 자신을 힘들게 하냐는 의미가 담긴 유신의 물음에 막군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비밀인 것이다.
 “휴! 사연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공진과 막군이 나눈 대화를 알고 있기에 잠시 말이 없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사서삼경 중 사서는 대학, 중용, 맹자, 논어. 삼경은 시경, 서경, 주역을 말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사서삼경이 일곱 권의 책으로 생각을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곱 권이 아니야?”
 놀란 눈으로 묻는 막군을 보며 유신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일곱권으로 알고 있었구나.’
 잠시 막군을 보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삼경 중 하나인 시경에는 삼백 정도의 시를 담고 있습니다.”
 “시라면 뭐···.”
 시라는 것은 그리 길지 않은 것이니 그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는 막군을 보며 유신이 말했다.
 “하지만 그 시에 해석을 달아 놓은 주석들을 생각한다면···.”
 잠시 말을 멈춘 유신이 막군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간단히 말해서 시경 하나만으로도 일곱 권은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헉! 그럼 사십 구권이 넘는다는···.”
 시경이 일곱 권이 넘는다고 하니 사서삼경의 권을 간단하게 계산을 하는 막군의 모습에 유신이 고개를 저었다.
 ‘너무 간단히 생각을 하시는구나.’
 논어만 해도 해가 갈 때마다 새로운 주석이 달린 서적이 나오는 형국이다.
 즉 사서삼경은 권수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당황스러워하는 막군을 보며 유신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막 대협께서 사서삼경을 떼시려면···.”
 십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는 말 혹은 평생 배워도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말을 차마 하기 어려운 유신이 말을 이었다.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유신의 말에 멍하니 그를 보던 막군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그건 너무 오래 걸려!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학문에 속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말문을 닫은 막군이 한숨을 쉬었다.
 “휴!”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는 막군의 모습에 정말 큰 사연이 있나 싶어 안쓰러운 기분이 든 유신이 그를 보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이 급히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학문의 생활화입니다.”
 “학문의 생활화?”
 “생활을 하는 모든 것을 학문과 연관을 짓는 것입니다.”
 유신의 설명에 막군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무공을 일상 생활과 연관을 지어 수련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있지만··· 학문은 머리 속에 있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생활하는 것과 연관을 짓는다는 말인가?”
 막군의 물음은 당연한 것이다. 무공이야 걷는 것을 포함한 신체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실제 생활에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은 그것이 아니지 않는가.
 의아해하는 막군을 보며 유신이 자신의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신이 북경에 올 때 등에 꽂고 있던 깃발을 꺼내 들었다.
 “그건 복사들의 깃발이 아닌가?”
 길흉화복 풍수지리라 적힌 깃발을 보이며 유신이 입을 열었다.
 “저는 주역을 잘 합니다.”
 “주역?”
 “아실지 모르겠지만 많은 복사들이 주역을 통해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을 칩니다.”
 잠시 말을 멈춘 유신이 상자 안에서 죽통을 꺼냈다.
 촤르르륵!
 죽통을 흔들자 그 안에서 무언가가 흔들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주역은 사서삼경 중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학문입니다.”
 죽통을 흔들던 유신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어린 아이와 같은 학문적 견해를 가진 분이니 그 수준에 맞게 쉽게 설명을 해야겠구나.’
 “사서삼경이라고 해도 주역의 안에 담긴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간에 대해야 할 처세술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주역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제갈세가 사람들을 보니 주역에서 육합이니 팔괘니 구궁이니 하던데···.”
 “그 역시 맞습니다. 주역 안에는 천지에 관한 철학과 이치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엿 보는 것입니다.”
 말과 함께 유신이 죽통의 뚜껑을 열고는 막군에게 내밀었다.
 “원하시는 것을 생각하시고 여섯 개를 꺼내 보십시오.”
 유신의 말에 막군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죽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유신이 죽통을 다시 잡아 당겼다.
 “한 번 꺼내진 효(爻)는 다시 넣을 수 없습니다. 신중하게 생각을 하시고 꺼내십시오.”
 진중한 유신의 말에 막군이 그를 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깊게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효를 꺼내기 시작했다.
 막군이 꺼내든 여섯 개의 효를 늘어 놓은 것을 본 유신이 입을 열었다.
 “이것은 천지비(天地否)의 괘입니다.”
 “천지비?”
 “무슨 생각을 하면서 효를 꺼내셨습니까.”
 유신의 물음에 얼굴이 붉어진 막군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할 수 없다.”
 “무엇을 생각을 하셨는지 알아야 정확한 괘를 낼 수 있습니다.”
 “하여튼 안 돼.”
 막군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천지비의 괘는 하늘과 땅을 상징합니다. 일단 지금의 정황을 생각해서 괘를 대입한다면··· 비는 기초가 없어 일이 막히고 통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즉 막 대협께서 학문적 기초가 없음으로 앞으로 학문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안 좋은 점괘군.”
 “안 좋은 점괘는 없습니다.”
 “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는데 어째서 그리 말하나?”
 “점괘는 그저 점일 뿐입니다. 제가 복사로 제 생활비를 벌고 이때까지 생활을 하였지만 점은 말 그대로 점일 뿐 믿을 것은 되지 못합니다. 믿지 못할 점괘를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신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막군이 웃었다.
 “자네 그다지 돈을 벌지는 못했겠군.”
 “제가 살던 곳에서는 나름 신점을 본다고 소문이 난 몸입니다.”
 웃으며 막군이 꺼낸 효들을 탁자에 늘어 놓은 유신이 입을 열었다.
 “좋은 점은 그날의 기분을 좋게 하고 나쁜 점은 그 날을 조심하면 됩니다. 그러니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차이가 없습니다. 기분이 좋으냐 안 좋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런 건가?”
 “그렇습니다. 점이라는 것이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조심을 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그런데 점괘는 그게 단가?”
 “아닙니다.”
 잠시 효가 늘어선 것을 보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제가 본 괘의 뜻은 아무래도 막 대협과 제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지비는 그런 형세를 나타내는 괘이니 대화나 가까이 함으로서 그 거리를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신의 말에 막군이 눈을 찡그렸다.
 “자네와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그렇습니다.”
 웃으며 효가 그려진 죽대들을 죽통에 유신이 담았다.
 “제가 이 점을 봐 드린 이유는 생활의 학문화를 설명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점을 보기 전에 유신이 한 말이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점을 보는 것과 생활 학문이 상관이 있는 건가?”
 “이 점이라는 것은 주역을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역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자신을 할 수 있습니다.”
 “주역은 사람과 사람간의 처세술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하지만 점을 보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점을 보는 방법은 주역에 있습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자네가 점을 보면서 나를 대한 방법도 주역에 있다는 건가?”
 “응용이라 할 수 있지요.”
 웃으며 죽통을 상자 안에 넣은 유신이 입을 열었다.
 “살기 위해서 주역을 이용해 점을 보았지만 그 일로 저는 주역의 내용을 제 삶에 녹일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처럼 막 대협께서 일상 생활 속에 학문을 녹일 수 있다면 사서삼경의 내용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몇 년은 걸리겠지만···.’
 뒷말을 속으로 삼킨 유신이 막군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막 대협께서 생활 속에서 학문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래 무슨 방법이 있나?”
 “아직은···.”
 아무리 유신의 머리가 좋다고 해도 무인의 삶에 어떻게 학문을 녹여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멍하게 있는 것인지 가만히 자신을 보는 유신의 모습에 막군이 초조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막군이 급히 말했다.
 “주역에 팔괘가 있다 하지 않았나? 그럼 태극이니 양의니 하는 것도 주역에 나오는 건가?”
 “주역의 계사전을 보면 역에 태극이 있으니 양의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하였습니다.”
 “내가 익힌 무공 중에 팔괘천강공이라는 것과 육합신권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주역과 연관을 지을 수 있겠나?”
 만약 여기서 유신이 무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면 그 두 무공의 이름을 듣는 순간 막군의 신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신이 아는 무림에 대한 지식은 그가 점을 보던 저잣거리에서 흘러 다니는 그저 그런 이야기 거리들이었다. 무인들은 하늘을 날고 주먹으로 천근거석을 깬다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기에 유신은 막군이 말한 무공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팔괘와 육합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그렇네. 주역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팔괘둔형과 육합신권은 팔괘와 육합에서 요결을 따서 만들어졌다 알고 있네.”
 “다행이군요.”
 “뭐가 말인가?”
 막군의 물음에 유신이 미소를 지었다.
 “막 대협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팔괘둔형과 육합신권이 팔괘와 육합에서 따 왔다면 주역을 배우시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런가?”
 “모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익숙한 길이 더 나은 법입니다.”
 유신의 말에 막군의 얼굴에도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유신의 말대로 아무 것도 모르는 것보다 자신이 아는 것 중에 학문과 관련이 되 있는 것이 있다고 하니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
 “무공의 팔괘와 육합이 주역의 것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신의 말에 막군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유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있었다.
 무공과 학문적인 주역은 다를 것이다. 그것은 자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무공을 유신에게 알려 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꼭 알아야 하는 건가?”
 “무공을 제가 알지 못하고 막 대협께서 학문을 알지 못하니 봉사 둘이 소와 닭의 모양을 설명하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봉사 둘이 소와 닭의 모양을 설명할 수는 없는 형국이 아니겠는가?
 “끄응!”
 신음을 토하는 막군이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내 무공이 아니더라도 주역에 있는 태극이나 팔괘와 같은 요결을 사용한 무공이라면···.”
 “무인이 아는 팔괘와 육합이 어떤 식인지 알려는 것이니 다른 무공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래?”
 유신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막군이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건 내가 우연히 얻은 것인데···.”
 서책을 잠시 고민스럽게 보던 막군이 슬쩍 유신을 바라보았다.
 ‘어쩌지?’
 막군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이 비급은 주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 주인에게 조금 문제가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막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에 죄가 있겠어. 그것을 사용한 사람이 죄지.’
 손에 쥐고 있는 비급이 사공이나 마공이라면 꺼낼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일단 이 비급의 무공은 도문정종의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막군이 비급을 유신에게 내밀었다.
 “팔괘둔형이라는 것이네.”
 
 <팔괘둔형(八卦遁形)>
 
 유신이 비급을 건네 받자 막군이 입을 열었다.
 “이건 지금은 사라진 전진파의 보법이자 동공인 무공이네.”
 막군의 말에 유신이 비급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잣거리에서 무공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 무인들이 보법이라는 것을 펼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저잣거리 무인이라는 말에 막군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보여 주기 식의 보법은 보법이라고도 할 수 없지. 화려하기만 할 뿐 실상은 그냥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대는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것은 일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보법이다. 저잣거리 무인들의 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것이지.”
 “그리 귀한 것입니까?”
 “귀한 것이지.”
 “그런 귀물을 제가 봐도 되는 것입니까?”
 유신의 말에 막군이 웃었다.
 “하하! 내 팔괘천강공과 육합신권을 들었을 때에는 봐야 알겠다고 한 사람이 팔괘둔형을 두고 봐도 되냐고 묻는 건가?”
 “팔괘천강공과 육합신권은 더 귀한 것입니까?”
 “귀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만약 자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두 무공을 보여 달라고 했다면···.”
 웃던 막군의 눈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보여주기는 했겠지. 그 사람의 뇌 속에 직접···.”
 막군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안 유신이 침을 삼켰다.
 “제가 큰 무례를···.”
 “후! 아니네.”
 ‘내 이름을 듣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무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봐야 할 것이니···.’
 속으로 중얼거린 막군이 유신에게 말했다.
 “동공이라는 것은 뭔지 아나?”
 “모릅니다.”
 “그럴 줄 알았네. 무인은 내기를 움직여 내력을 쌓는 운기행공이라는 것을 하네. 심법이라고 불리우는 것인데···.”
 잠시 말을 멈춘 막군이 정좌를 하고는 말했다.
 “보통 심법은 이렇게 정좌를 한 채로 운기를 하네. 하지만 동공이라 불리우는 심법은 앉아 있지 않고 일정한 투로나 움직임을 통해 내력을 움직여 운기행공을 하는 효과를 얻네.”
 “왜 다른 것입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앉아서 하는 심법은 내력을 느끼고 운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 필요하지. 하지만 동공은 그저 정해진 법을 따라 몸을 움직이면 내기가 움직여 내력을 쌓아주는 방식이다. 좌법에 비해 동공이 쉽다고 할 수 있지. 정심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야.”
 말을 하던 막군이 문득 유신을 바라보았다.
 “호북이라고 했으니 무당의 태극호신공을 알겠구나.”
 태극호신공이라는 말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극호신공은 무당파에서 양민들의 건강을 위해 만든 권법이었다.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오랜 연마를 하면 내공을 쌓는 것은 어렵겠지만 잔병치레는 막아 주었다.
 유신이 사는 동네에서도 건강을 위해 아침에 한 번씩 모여 운동 삼아 펼치는 것이다.
 “태극호신공도 동공에 포함이 된다.”
 자신도 펼칠 줄 아는 태극호신공이 동공이라는 말에 유신은 손에 들려 있는 팔괘둔형을 바라보았다.
 ‘무림에서 알아주는 것이라 해서 어려울까 싶어 걱정을 했는데 태극호신공과 같은 동공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겠구나.’
 만약 이 팔괘둔형이 유교 서적이라면 어렵다고 해도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공부를 할 맛이 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유신이 얻을 것도 많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공에 관한 것이다. 얻어 봐야 그와는 사는 세상이 다른 것이고, 어려우면 그 만큼 막군에게 답을 주기 어려운 것이다.
 “저는 이것을 좀 살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 보고.”
 막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신이 팔괘둔형을 펼쳤다.
 
 <건곤(乾坤)의 장
 하늘의 기운을 몸에 담아 땅의 기운을 빌어 힘을 발한다···.>
 
 팔괘둔형의 첫 장에 적혀 있는 글에 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늘의 기운을 몸에 담아 땅의 기운을 빌어 힘을 발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무언가 오묘한 듯하면서도 말 장난 같은 글귀에 잠시 팔괘둔형을 보던 유신이 곧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4장 학사의 팔괘와 무인의 팔괘
 
 
 팔괘둔형을 읽으며 팔괘에 대한 생각을 하는 유신은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네. 어떻게 하늘의 기운을 머리로 받아서 땅을 통해 배출한다는 거지?’
 팔괘둔형 중 첫장 건곤의 장에 적힌 글을 읽는 유신의 얼굴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럴 수 밖에 사람이 몸 안에 하늘의 기운을 담고 그 기운을 땅을 통해 배출한다니···.
 하늘의 기운을 받아 정신을 맑게 하고 땅에 곧게 서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라라는 식이라면 유신도 그렇구나 하며 넘어갈 문제겠지만 이건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닌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식으로 적혀 있지 않은가.
 그에 황당함을 느낀 유신이 막군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시작부터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다 읽어 보고 난 후에 물어보자.’
 이해 못하는 것이 나올 때마다 물었다가는 대담을 하다 끝이 날 것 같은 것이다.
 차라리 물어 볼 것을 한 번에 정리한 다음에 묻는 것이 낫다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에 유신이 팔괘둔형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팔괘둔형을 읽던 유신이 상자에서 종이와 붓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팔괘둔형에서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스스슥! 스스슥!
 그렇게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들을 적은 유신이 종이를 보다 고개를 돌렸다.
 “막 대··· 응?”
 막군을 부르던 유신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전까지 옆에 누워 있던 막군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어디 가셨지?”
 주위를 흩어보던 유신은 막군이 보이지 않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 가셨나?”
 막군을 찾으러 나가볼까 생각을 하던 유신이 고개를 저었다. 입관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수업이 시작을 한 것도 아닌데 함부로 학관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이 저어 되는 것이다.
 주위에 다른 입관자들이라도 있으면 말이라도 걸어 볼 텐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원에서 봤던 학사들도 보이지 않는 것에 근처에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안 유신이 손에 들려 있는 팔괘둔형과 종이를 바라보았다.
 밖에 막군이 있으면 물어 보려고 책과 종이를 들고 나온 것이다.
 책과 종이를 품에 넣은 유신이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양 다리를 가볍게 벌렸다.
 ‘직접 해 보면 뭐가 이상한지 확실하겠지.’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머리로는 팔괘둔형에 관한 의문이 많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맞지만 몸으로 해 본다면 모르는 부분을 찾을 수도 있다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나는 무인이 아니지 않는가. 무인을 가르치려면 그들처럼 해 봐야겠지.’
 그에 유신이 팔괘둔형을 펼쳐 보고는 건곤의 장에 적혀 있는 그림의 움직임들을 팔괘에 따라 배열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그리 크지 않네.’
 건곤의 장의 움직임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것을 느낀 유신이 자신이 팔괘를 잘 배열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땅에 손가락으로 표시를 해 두었다.
 스스슥!
 여덟 개의 밟아야 할 곳을 그린 유신이 조심스럽게 그 방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곤에서 시작을 해 손으로, 손에서 간으로···.’
 바닥에 그려진 방위들을 생각하며 발을 움직인 유신은 곧 여덟 발자국을 모두 밟을 수 있었다.
 ‘어려운 것은 없네.’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손을 들었다. 건곤의 장은 걸음을 의미하는 곤과 손의 움직임을 의미하는 건이 있으니 말이다.
 ‘어디보자 건은···.’
 자신을 중심으로 팔괘의 순서에 따라 손을 움직인 유신은 그것 역시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쉽네.’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이제는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였다. 그런데···.
 발과 손이 동시에 움직이는 순간 유신은 하체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털썩!
 “어라?”
 자기도 모르게 의문성을 토한 유신이 자신의 발을 바라보았다.
 툭툭툭!
 발을 손으로 두들겨 본 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힘을 주었다.
 발에 멀쩡히 힘이 들어가는 것에 몸을 일으킨 유신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어려 있었다.
 의식을 할 사이도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게 된 것이다.
 ‘왜 발에 힘이 풀린 거지?’
 탓탓탓!
 가볍게 땅을 발로 차며 다리 상태를 확인한 유신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건곤의 장의 기수식을 잡았다.
 그리고는 발을 옮기며 손을 움직였다.
 휘청!
 순간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린 유신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털썩!
 하지만 유신의 얼굴에는 처음과 달리 의아함이 아닌 깨달음의 빛이 떠 있었다.
 “역시 건과 곤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원인이었구나.”
 자신의 몸이 문제가 아니라 건곤의 장을 펼치게 되면 하체에 힘이 풀리고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러지? 어려운 동작은 없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팔괘둔형을 꺼내 펼쳤다. 그리고 건곤의 장을 다시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유신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내가 틀리게 한 것도 없는데?’
 괘의 방위도 잘 짚고 밟았다. 그런데 한 발자국을 옮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이다.
 어려운 동작도 없는데 왜 그러나 싶어 잠시 팔괘둔형을 보고 있던 유신이 손가락으로 땅에 괘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천의 괘에서 곤의 괘까지 그려나간 유신이 그 건곤의 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유신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설마? 천지비?”
 건곤의 괘를 상징하는 천지비를 떠올린 유신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천지비의 괘는 하늘과 땅을 상징합니다. 일단 지금의 정황을 생각해서 괘를 대입한다면··· 비는 기초가 없어 일이 막히고 통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즉 막 대협께서 학문적 기초가 없음으로 앞으로 학문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막군의 점괘였던 천지비와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유신은 지금 이 상황이 혹 어쩌면 그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대협은 학문의 기초가 없어 일이 막히고 통하지 않았다면··· 나는 무공적 기초가 없어 팔괘둔형이 막히고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유신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팔괘의 묘리에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체를 이용한 무공이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책속에 담겨져 있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팔괘의 묘까지 팔괘둔형에 담겨져 있을 줄은 상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대단하구나. 신체의 움직임에 팔괘의 묘가 담겨져 있다니.’
 생각보다 더 팔괘둔형이 신묘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신이 눈을 감았다.
 ‘막 대협에게 풀어준 괘는 그 분의 상황에 맞게 내가 풀어 준 것··· 반드시 그 분과 내 상황이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천지비의 괘는 하늘과 땅의 소통을 의미한다. 그래 나는 일이 막히고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하늘과 땅의 소통을 중심으로 괘를 풀어야 할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이 땅에 그려 놓은 건곤의 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늘과 땅의 소통에 관한 것은 어려운 것이 없는데··· 문제는 어떻게 몸에 적용을 하느냐로구나.”
 수 많은 사람들의 점을 보며 생계를 유지하고 주역을 공부한 유신이다.
 유신에게 주역은 생활이었고 삶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을 잡자 그에 따라 주역의 괘가 떠오르고 정리가 되어 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머리 속에서의 정리와 해답일 뿐이다. 땅이나 어딘가에 그리고 적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몸과 움직임에 적용시키는 것은 유신으로서는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어떤 방법으로 그 생각을 몸에 적용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
 
 늦은 저녁 막군은 천문학관에 돌아왔다. 유신이 팔괘둔형을 보는 동안 천문학관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나갔다 온 것이었다.
 양 손에 보따리를 하나 가득 든 막군은 성큼성큼 천문학관의 소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군의 복장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백의 학사복을 입고 있었다.
 가슴 한 쪽에는 천문이라는 푸른 색 수가 작게 놓여져 있는 학사복을 말이다.
 백의 학사복을 입은 막군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휴! 내 팔자에 학사복을 입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막군은 혹여 지금 이 모습을 자신을 아는 이가 보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다 죽여서 입을 막아야 하나?’
 자신이 이러고 있는 것이 무림에 퍼져 웃음 거리가 될 바에야 살인멸구라는 극히 단순하면서도 효과 좋은 방법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던 막군이 고개를 저었다.
 “소문이란 것이 막는다고 막을 수는 없는거지. 그리고 족족 죽였다가는··· 그녀도 싫어할 테고.”
 작게 중얼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막군은 자신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막군은 곧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춤이라니···.”
 회시를 준비하는 자들이 머무는 숙소에 있는 마당에서 유신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해괴하기 이를 데 없는 춤을 말이다. 멋있지도 않고 우아해 보이지도 않는 그저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흔들어대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춤을··· 유신이 추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그 모습을 보며 학사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막군이 유신에게 다가갔다.
 “뭐 하는 건가?”
 막군의 부름에 그제서야 그가 온 것을 안 유신이 몸을 멈추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토하며 땀을 닦아낸 유신이 막군을 바라보았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학관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어 사가지고 오는 길이네. 그리고 사는 김에 자네 것도 사왔네.”
 말과 함께 막군이 양 손에 들린 보따리 중 하나를 유신에게 내밀었다.
 “안에 천문학관 관도들이 입는 옷도 있네.”
 막군이 내미는 보따리를 받은 유신의 얼굴에 고마움이 떠올랐다.
 입관료를 면제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외에도 들어갈 돈이 있을 것이다. 대과를 준비하며 석달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유신의 입장으로는 지금 막군이 챙겨준 물품들이 너무 감사한 것이다.
 “염치 없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 잘 봐 달라고 하는 것이니 내가 더 감사할 뿐이네.”
 웃으며 고개를 저은 막군이 땀에 절어 있는 유신의 옷을 바라보았다.
 “무슨 춤을 그렇게 옷에 땀이 절도록 추는 건가?”
 “춤? 저는 춤을 춘 적이 없는데요?”
 “방금 춤을 췄잖나?”
 “아닌데요.”
 “춤을 췄다니까.”
 “아닙니다.”
 자신이 본 것은 분명 춤인데 춤이 아니라고 하는 유신을 보던 막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는 춤이었는데 자네는 아니라고 하는 것을 보니 체조라도 한 모양이군.”
 막군의 말에 유신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신이 한 것은 춤이 아니라 팔괘둔형 건곤의 장이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막군의 눈에는 춤으로 보였나 보다.
 ‘건곤의 장이 그렇게 이상했나? 물론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을 하지만 내 생각대로면 이게 맞는데···.’
 하늘과 땅의 교류에 관해 유신이 찾은 답은 바로 물을 의미하는 감괘와 바람을 의미하는 손괘였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땅을 적시고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바람이 그 둘을 이어주 듯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감괘와 손괘를 몸에 어떻게 적용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해서 유신은 하늘의 움직임에 상응하는 손괘를 가슴으로 짚었고, 하체로 이동을 하는 천과 손괘의 움직임 감괘를 허리로 표현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금 유신이 하고 있던 팔괘둔형의 건곤의 장의 움직임이었다.
 하늘의 기운을 바람으로 감싸고 물에 녹여 땅으로 흘려 보내는··· 이상한 움직임으로 말이다.
 ‘방금 보신 것이 팔괘둔형이라고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볼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유신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혹시 팔괘둔형 익히고 계십니까?”
 “아니 안 익혔는데 왜 모르는 것이 있나?”
 “한 번 보면 조금 나을까 싶어서요.”
 “하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으니··· 잠시만 있어 보게.”
 막군이 팔괘둔형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 전 주인을 죽이고 얻은 것이다.
 죽여 마땅한 자이기는 하지만 무공은 옛 명문인 전진의 것이었기에 없애는 것은 아니다 싶어 그저 가지고 있었다.
 익히지 않은 이유는 팔괘둔형이 일절이라 불리우기 충분한 보법이지만 그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 더 낫기에 굳이 익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펼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외형 정도야 한 번 보는 것으로 따라할 정도의 능력은 막군에게 있으니 말이다.
 잠시 팔괘둔형의 내용을 떠올린 막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 다리를 가볍게 벌렸다.
 “팔괘둔형 건곤의 장.”
 말과 함께 막군의 양손이 허공을 휘저으며 그의 다리가 빠르게 교차를 하며 움직여 나갔다.
 파파팟!
 거침없이 양손을 놀리며 양 다리는 마치 질풍처럼 땅을 누비는 막군의 모습에 유신의 얼굴에는 놀람이 떠나지 않았다.
 ‘대단하다. 저렇게 힘이 있고 웅장하다니···.’
 그랬다. 막군이 펼치는 건곤의 장의 모습은 힘이 넘쳐 흘러 패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너무나 다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자신이 펼친 것과는 너무나 다른 건곤의 장의 모습에 유신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같은 팔괘둔형의 건곤의 장인데 결과는 전혀 반대인 것이다.
 둘 중 하나는 틀린 팔괘둔형의 건곤의 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에 유신이 굳은 얼굴로 유심히 막군이 펼치는 건곤의 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막군의 손과 발이 밟고 있는 팔괘의 방위를 말이다.
 그리고 유신의 눈이 반짝였다.
 ‘괘가 다르다?’
 자신이 아는 괘와 막군이 밟고 움직이는 괘가 다른 것이다. 그에 유신이 급히 입을 열었다.
 “막 대협.”
 유신의 부름에 보법을 받고 있던 막군이 몸을 멈췄다.
 “괘가 다릅니다.”
 “괘가 달라?”
 “제가 아는 괘와 막 대협이 밟고 짚고 있는 괘가 다릅니다.”
 막군이 자신이 펼친 건곤의 장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맞는데?”
 “아니 다릅니다. 곤에서 시작을 해 손으로, 손에서 간으로···.”
 유신이 땅을 가리키며 건곤의 장에서 곤의 움직임에 따른 괘를 바닥에 그려 넣고 직접 발을 밟으며 움직여 나갔다.
 그런 유신의 보법을 보던 막군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네.”
 “아닙니다. 제 괘들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틀리지 않았네. 자네가 주역을 잘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네. 하지만 내가 밟은 것은 틀리지 않았네.”
 잠시 말을 멈춘 막군이 땅에 흔적이 남아 있는 유신의 발자국을 유심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자네도 틀리지 않았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도 틀리지 않고 막 대협도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
 유신의 물음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하던 막군이 손으로 주위에 펼쳐져 있는 그의 발자국을 가리켰다.
 “보게 자네의 발자국은 모두 일정하네. 자네가 말을 한 건곤의 장의 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
 “물론입니다. 저의 괘는 정확하니까요.”
 “그래 정확하군. 하지만··· 그게 너무 정확하니 나와 다른 거네.”
 “네? 그게 무슨?”
 “예를 든다면 자네에게 동서남북은 말 그대로 동서남북이겠지. 하지만 나에게 동서남북은 상대적일 수 있네.”
 “상대적?”
 “어디에 있는지 내가 상대하는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나에게는 동쪽이 서쪽이 될 수도 있고 서쪽이 동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네.”
 물론 동서남북이 막군에게 다르게 적용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유신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예를 든 것이었다.
 그리고 유신은 그 예를 바로 알아들었다.
 “무인의 팔괘는 제가 아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군요.”
 “그렇네. 자네에게 팔괘의 방위는 변하지 않는 정해진 것이겠지만 나에게 팔괘는 내가 서 있는 위치 방향, 그리고 내 적이 서 있는 곳에 따라 변화하네. 또 그 적이 어떠한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또 바뀌고 변화를 하는 것이네.”
 막군의 말에 유신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그 말대로라면 그 시시각각 변화하는 팔괘의 변화를 계산을 하고 움직인다는 것이 아닌가.
 ‘막 대협이··· 아니 무림인은 모두 천재라는 말인가?’
 그 수 많은 팔괘의 변화를 읽고 계산을 한다는 것에 감탄을 하며 유신이 물었다.
 “자신의 위치와 상대의 움직임에 의해 변화하는 팔괘를 어떻게 계산을 하시는 것입니까?”
 유신의 말에 막군이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경험이라고 말을 해야겠군.”
 “경험?”
 “우리 같은 무인들은 머리로 팔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네. 물론 처음 배울 때에는 머리로 팔괘를 익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머리가 아닌 몸이 팔괘에 반응을 해 움직이네.”
 말을 멈춘 막군이 유신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주역으로 점을 볼 때 사람들이 뽑은 효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네.”
 막군의 말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경우가 있다. 아니 상당히 많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있습니다.”
 “그것과 같네. 생각의 과정을 넘어 몸이 움직이는 것이 바로 무인이 아는 것을 실천하는 방법이네.”
 막군의 설명에 유신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보여줄까?”
 막군이 다시 건곤의 장의 자세를 잡으며 하는 말에 유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제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유신의 답에 막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에도 무인의 방식은 유신에게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까 하던 것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생각보다 유신이 추던··· 아니 펼치던 건곤의 장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막군이 뒤로 물러났다.
 “그럼 펼쳐보게 내가 봐줄테니.”
 막군의 말에 유신이 자세를 잡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휘익!
 유신의 머리 위에서 회전을 한 손의 흐름이 천천히 가슴으로 옮겨왔고, 그 흐름은 다시 허리를 통하며 발을 향해 나아갔다.
 마치 그것은···.
 ‘애벌레 같군.’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에 막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알고 있고 팔괘둔형의 전 주인이 펼쳤던 것과도 전혀 다른 것이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에 유신에게 멈추라고 말을 하려던 막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어라?”
 막군의 중얼거림에 팔괘둔형을 펼치던 유신이 그를 바라보았다.
 “잘못 되었습니까?”
 유신의 말에 그를 보던 막군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으니 다시 해 보게.”
 막군의 말에 자신이 잘못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을 한 유신이 다시 건곤의 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꿈틀! 꿈틀!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유신의 모습을 보는 막군의 얼굴에는 놀람과 의문이 어려 있었다.
 ‘어떻게··· 허점이 없을 수가 있지?’
 지금 유신의 움직임에서 허점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군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 일개 학사의 움직임에서 자신이 허점을 찾을 수가 없다는 말인가?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저 꾸물꾸물 애벌레 같은 동작에 허점이 없다니?’
 보기에는 정말 미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디 이상한 애벌레 동작에서 허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막군 조차도 이렇게 완벽하게 허점을 없앨 수는 없었다. 허점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신의 움직임에는 허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막군에게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막군이 멍하니 유신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온 몸을 움직이고 있는 유신의 동작을 말이다.
 
 
 5장 첫째 날
 
 
 천문학관에서의 첫날을 맞아 유신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오늘 회시를 대비하는 입관자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첫 날인 것이다.
 막군이 사준 백의 학사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은 유신은 다른 입관자들과 함께 수업을 받기 위해 송죽관에 입실을 해 있었다.
 유생의 기개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멋스럽게 그려져 있는 병풍의 앞에 열 명의 회시 시험 입관자들이 앉아 있었다.
 삼일 동안 천문학관에 회시 입관 시험을 치른 거인들은 무려 오백 명이 넘는다.
 회시를 치르기 위해 북경으로 모인 수 많은 거인들이 모두 천문학관에 응시를 했지만 그 중 공부를 할 자격을 얻은 이는 오직 열 명에게만 허락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곳에 있는 학사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하고 들어온 이 천문학관의 수업에 기대를 가지며 말이다.
 “드디어 천문학관의 수업이 시작되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한림원 대학사를 하신 분께 학문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제는 한숨도 자지 못하였습니다.”
 “하하하! 봉건 학사도 그러셨습니까? 저 역시 어제는 한숨도 자지 못하였습니다.”
 “후후후! 어제 잠을 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모두 천향루 기녀들의 품에서 잠을 잤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유신을 빼고 모두들 친해졌는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고 보니 어제 학사들은 입관 합격을 축하하며 서로 친분을 나누겠다는 명목으로 기루에서 하루를 지내고 온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수업만을 이곳에서 하고 유신과는 다르게 숙박은 다른 곳에서 하고 있었다.
 모두 각 지방의 호족 집안의 자식들이라 숙박을 하는 곳은 북경에서 유명한 객잔이나 연고가 있는 지인들의 장원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유신이 밖에 나왔을 때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유신은 긴장이 된 눈으로 서책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수업을 할지 모르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유신은 서책을 넘기며 그 내용들을 흩기 시작했다.
 이것은 유신이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과 깨달은 점들을 적어 놓은 말하자면 학문의 요점을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사서삼경이나 다른 성현들의 서적들을 공부를 하려면 우마차로 세 대는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서 이렇게 요점을 정리해 놓은 서책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머리 속을 정리하는 것이다.
 유신이 서책을 보고 있을 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학사들의 시선은 슬며시 그를 향하고 있었다.
 ‘열여섯이라···.’
 ‘나는 열여섯에 뭐하고 있었지?’
 ‘향시는 몰라도 회시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는 유신에 대한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빨리 향시에 합격을 한 거인에 대한 경계심이 말이다.
 덜컥!
 학사들이 유신을 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공진과 공유가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등장에 학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학사들의 예를 받으며 공진이 웃으며 말했다.
 “편히들 앉게.”
 공진의 말에도 학사들이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있을 뿐 자리에 앉지 않았다.
 공진이 착석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자신들이 먼저 앉겠는가. 그런 학사들을 보며 공진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제서야 학사들이 자신들의 자리에 착석을 하자 공진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간단히 서로 인사를 하고 학관 내부를 안내해 주겠다.”
 공진의 말에 학사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렸다. 공진에게 받는 첫 수업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학관 내부 구경이라지 않는가.
 하지만 상대가 공진인데 감히 불평을 할 수는 없기에 학사들 중 조림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사천에서 온 조림입니다. 은사께서는 유가 석자를 사용하십니다.”
 조림을 시작으로 학사들이 하나 둘 씩 몸을 일으키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섬서에서 온 진축입니다. 은사께서는 왕가 민자를 사용하십니다.”
 학사들이 모두 소개를 하고 자신의 차례가 된 유신이 몸을 일으켰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유신이 입을 열었다.
 “호북에서 온 유신입니다. 은사께서는 고가 충자 문자를 사용하십니다.”
 유신까지 소개가 끝이나자 공진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회시를 치르게 될 때까지 동거동락을 하는 동문이 되는 것이니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학사들이 고개를 숙이자 공진이 입을 열었다.
 “올해 회시는 사년 만에 치러지는 대과이기에 응시하는 거인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다.”
 공진의 말에 학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매년 치러지는 향시와 달리 이번 회시는 사년 만에 치러지는 대과였다.
 그렇기에 사년 동안 생긴 거인들과 그 이전에 회시에 합격을 하지 못한 자들까지 모두 모여들 것이다.
 중원 전국에서 인재라 불러도 충분한 유생들 수백이 회시를 통과하기 경쟁을 하는 것이다.
 “다들 열심히 하여 좋은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
 말과 함께 공진이 몸을 일으키고 밖으로 나가자 공유가 앞으로 나섰다.
 “본 학관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 본 학관은 총 네 개의 수업관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너희들이 있는 이곳은 대과를 준비하기 위한 유생들을 위한 송죽관이다. 그리고 본 학관에 유학을 온 명문 자제들을 위한 용봉관. 본 학관의 정식 입관 제자들이 수학을 하는 천문관이 있다.”
 네 개의 수업관이 있다고 하면서 세 개만을 말하는 공유의 말에 의문이 생긴 조림이 물었다.
 “다른 한 관은 무엇입니까?”
 조림의 물음에 공유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황실 종친부의 왕자님과 공주님들께서 수학을 하시는 안민관(安民館)이다.”
 공유의 말에 조림들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황실 종친부의 왕자와 공주라면 황제 폐하의 친혈육은 아니더라도 황실의 피를 이은 황족들이다.
 황족들까지 이곳에서 공부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 조림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공유가 몸을 일으켰다.
 “안민관은 가지 못하더라도 용봉관과 천문관의 관도들과는 안면을 익히는 것이 좋으니 따르거라.”
 공유의 말에 조림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말대로였다.
 공진의 직전 제자라 할 수 있는 천문관 유생들이야 밀어주고 끌어주는 선후배들이 있을 것이니 관직에 나가게 된다면 탄탄대로일 것이다.
 또한 용봉관의 관도들은 말 그대로 명문가의 자손들이다.
 그들과 안면을 익힌다면 훗날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에 기대감을 가진 채 공유의 뒤를 따르는 조림들을 보며 유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
 공유의 뒤를 따라가자 곧 넓은 마당이 펼쳐져 있는 곳에 지어진 전각이 모습을 나타났다.
 
 <용봉관>
 
 삼층으로 이루어진 전각의 근처에는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들은 왜 학관복을 입고 있지 않지?’
 천문학관 관도라면 입어야 하는 학관복을 입고 있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유신이 의아해 할 때 그들이 공유를 보고는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부관주님을 뵙습니다.”
 “부관주님을 뵙습니다.”
 젊은이들의 예에 고개를 끄덕인 공유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는 날인데 다들 어디에 간 것인가?”
 “팽도진 소협과 나들이를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용봉관의 관도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지만 천문학관에서는 수업에 관한 것 외에는 그들의 일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업이 없는 날에는 자유롭게 학관을 드나드는 것이다.
 “그런데 자네들은 왜 같이 가지 않았나?”
 “수련을 할 것이 있어 남았습니다.”
 젊은이의 말에 공유가 고개를 돌리니 그들이 들고 있는 목검 이 보였다.
 용봉관 기재들 대부분이 무공을 익히고 있음을 알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인 공유가 뒤에 있는 유생들을 가리켰다.
 “이번 회시를 치르기 위해 입관을 한 유생들이네. 안면이나 익히라 데리고 왔는데 오늘은 자네들과만 인사를 하겠군.”
 공유의 말에 젊은이들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안휘성 남궁세가의 남궁휘입니다.”
 “호북 제갈세가의 제갈영입니다.”
 “섬서 풍가장의 풍월진입니다.”
 젊은이들의 인사에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와 그들의 가문이 어떤 곳인지 아는 유생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세상에 남궁세가라니···.’
 천하오대세가 중 하나이자 그 중 제일이라 불리는 남궁세가 사람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또한 풍가장은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의 속가문으로 그 위세가 섬서에서는 화산 다음이라 일컬어지는 거대문파였다.
 그리고··· 유신도 놀란 눈으로 제갈영을 보고 있었다.
 ‘저분이 제갈세가의 천기라는 제갈영 소협이구나.’
 유신은 제갈영을 알고 있었다. 호북에서 사는 유신에게 제갈세가는 생활이라 할 정도로 익숙한 가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제갈세가의 천기(天器)라 불리우는 것이 바로 제갈영인 것이다.
 하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 불리우는 인물 바로 제갈영을 말이다.
 “유 학사 뭐하나 인사하지 않고?”
 제갈영을 보던 유신은 자신의 손을 건드는 조림의 행동에 정신을 차렸다.
 제갈영을 보는 사이 이미 다른 유생들은 그들과 인사를 나눈 것이다.
 “호북에서 온 유신입니다.”
 유신의 말에 순간 제갈영의 눈이 반짝였다.
 “유신? 혹 작년 열여섯의 나이에 향시에 합격을 한 거인이 바로 귀하가 맞습니까?”
 제갈영의 말에 유신이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그렇군요.”
 유신의 말에 제갈영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제갈영은 천재다.
 제갈세가 내에서도 천재라 불렸고 호북에서도 천재라 불렸다. 또 중원에서도 그를 천재라 불렀다.
 고로 제갈영은 천재였다. 그런데 작년 호북 제갈세가에서 그에게 전서가 왔었다.
 
 <올해 호북 향시를 열여섯에 통과한 학사가 나왔구나. 후후후! 영이 너한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 보낸다.
 형님이.>
 
 제갈영도 향시에는 합격을 하였다. 비록 제갈세가가 무림의 세가이기에 관에 입관을 하는 대과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향시에 합격을 한 거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합격을 한 나이는 열일곱이었다. 천재라 소문이 난 그 보다 유신이 일년이나 더 빨리 합격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제갈영은 자신보다 일년이나 빨리 향시에 합격을 한 유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유신이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포권을 하며 제갈영이 고개를 숙였다.
 “호북에 소문이 자자한 유 학사를 보게 되 영광입니다. 제갈세가의 제갈영입니다.”
 유 학사에게 다시 자신을 소개하는 제갈영의 모습에 그와 함께 있던 기재들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제갈영의 성격은 남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제일 잘난 줄 알고 그 멋에 사는 사람인데 어린 학사한테 고개를 숙이니 놀란 것이다.
 그리고 놀란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제갈세가라 하면 유림에서도 명망이 있는 명가··· 그런 제갈세가 사람이 유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에 학사들 역시 놀라 그를 보고 있었다.

댓글(4)

yo*****    
명나라 시대 이야기 한다면 사서삼경이란 정의는 없고 십삼경이라 하슈
2020.02.16 07:28
jo**********    
완결까지 읽었어요 댓글안보시는분 많게지만 끝이 절단완결입니다 읽지 마시길 추천
2020.02.23 01:27
조청    
굉장히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2021.08.17 16:11
키세스젤리    
용두사미 그 자체
2022.07.06 21:18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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