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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개미, SSS등급 되다! 1권 (1)

2017.12.11 조회 4,191 추천 32


 <목차>
 1. 에덴
 2. 개미
 3. 오크 대초원
 4. 전쟁
 5. 전멸
 6. 0
 
 * * *
 
 # 1. 에덴
 
 가상화폐의 가치가 현실화폐의 가치를 따라잡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역전해버렸다. 그로인해 주식시장은 요동쳤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루시드 드림의 ‘에덴’은 그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가상현실이다.
 전 세계 80억 명 중, 무려 10억 명 이상이 플레이하는 에덴! 그 가상현실의 화폐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현실을 살아간다.
 가상현실의 화폐를 아니, 삶을 얻기 위해서 현실의 삶을 소모하는 것이다.
 TV에 출연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그러한 사회현상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그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전문가들조차도 루시드 드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상, 에덴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을 것 같던 똑똑한 양반들도, 가상현실이 주는 자유로움에 매료된 것이다.
 그 정도로 사람들에게 가상현실은 매력적이며 유혹적이고, 치명적이다.
 현실을 대신 하는 현실이 될 만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에덴에 빠져들었다. 그 때문에 “현실의 화폐는 에덴의 골드를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고작해야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가상 화폐 ‘골드’가 인류가 수천 년 동안이나 쌓아온 화폐의 신용을, 가치를 넘어선 것이다.
 그것도 불과 2년 만에!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를, 한 지역이 아닌 전 세계에 불러왔다.
 그로인해 루시드 드림의 에덴은 더 이상 단순한 게임이 아니게 되었다. 하나의 세상. 인류의 또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아직도 망설이고 계신가요?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모험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루시드 드림의 에덴! 이제 손만 뻗으세요!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예요!
 
 # 2. 개미
 
 에덴은 불공평한 게임이다. 왜냐하면 운이라는 요소가 매우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타고나야 된다는 혈통과 집안, 재능처럼 굉장히 운이 좋아야한다.
 흙, 동, 은, 금, 다이아 수저처럼, 에덴을 시작할 때 정해지는 불변의 특성과 등급(F~SSS)은 그러한 불공평함을 잘 보여주는 지표이다.
 
 특성과 등급.
 
 그것들은 캐릭터를 생성할 때 정해지는 이른바 ‘재능’이다. 그놈의 선천적인 재능 말이다.
 선천적인 재능!
 물론 어디까지나 ‘운’적인 요소라서 개입할 여지가 존재한다.
 현실에서처럼 태어나고 보니 흙수저, 금수저라서 죽지 않는 이상은 바꿀 수 없다가 아니라, 캐릭터 재생성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매우 친절하게도.
 F등급을 S등급으로 만들 수가 있다.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상현실 게임이니까. 그러니 선천적인 것을 바꿀 수가 있다. 한 번 뿐인 죽음이 아니라 재생성으로 말이다.
 단, 확률이 낮다. 어느 정도 낮으냐고 묻는다면··· 매우 낮다. 고작해야 1%니까. 반대로 99% 확률로 처음 가지고 있는 특성과 등급이 반복된다.
 루시드 드림에서는 이러한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선천적인 특성과 등급을 바꾸고 싶으면 바꾸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도박적인 요소야 말로 진성한 모험이라는 말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에만 불만이 거셌을 뿐, 그 이후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뭐, 등급이 낮은 플레이어들이 계속 불만을 가지기에 충분했지만, 그것도 또 다른 정보에 의해 누그러졌다.
 
 [처음에 낮은 등급을 받은 플레이어일수록, 매우 높은 등급을 받을 확률이 높다.]
 
 이 말 한마디에 의해 소위 흙수저 등급을 받은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말이 제일 컸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도박이야 말로 진정한 모험이라고. 불공평함이야 말로 자극이라고. 저희들이 원하는 건 모험입니다.]
 [그러니 도전하세요. 세상의 불공평함에 저항하세요.]
 
 물론 모든 불만불평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표면적인 부분에서는 사라졌다. 그리고 현실과 달리 흙수저도 얼마든지 다이아수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사람들은 가지기 시작했다.
 30분마다 캐릭터를 재생성해가며!
 높은 등급과 좋은 특성이 나오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다.
 
 -에덴에 접속하셨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레벨: 1(0%)/랭킹: 미등록
 지역: 대한민국/소속: 자유
 칭호: 없음
 [기본 능력치]
 근력: 100/체력: 100/순발력: 100
 지력: 100/마력: 100/행운: 100
 불: 100/물: 100/바람: 100/땅: 100
 빛: 100/어둠: 100
 생명력/마나: 10000(10000)/10000(10000)
 공격력/방어력: 1~10/1~10
 고유 특성: 개미(D)
 일반 스탯: 10/특성 스탯: 0
 
 고유 특성: 개미
 등급: D
 설명: 플레이어 ‘이상현’의 고유 특성이다.
 능력: 몇몇 개미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다(단, 그만한 힘을 갖춰야만 한다).
 
 -캐릭터 ‘이상현’이 생성되었습니다.
 -고유 특성이 정해졌습니다! 한 번 정해진 고유 특성과 등급은 바꿀 수가 없습니다.
 -캐릭터를 삭제하시겠습니까?
 <예>
 -캐릭터 ‘이상현’이 삭제되었습니다. 30분 후에 다시 재생성하실 수 있습니다.
 
 에덴이 문을 연지도 벌써 2년하고도 3개월. 이상현은 첫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수십 번씩 캐릭터를 생성하고 삭제해가며 고유 특성과 등급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2년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S등급은커녕 A등급조차 떠 본적이 없는 희대의 불운아였다.
 보통은 한두 달만 돌려도 A등급이 뜬다는데···. 2년이 넘도록 S등급은커녕 A등급조차 뜨지 않다니. 이상현은 서서히 지쳐갔다.
 아니, 이미 지친지 오래였다. 본인도 설마 이토록 오랫동안 뽑기를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아···.”
 S등급은 조금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A등급 정도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B가 최대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2개월도 아니고 2년을 넘게 돌렸는데···. A등급 하나 나오지 않다니.
 상현은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오죽하면 2년 전에 B등급이 나왔을 때, 그때 했어야 했다고 생각할까? 그 정도로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다.
 남들은 각잡고 1~2개월만 돌려도 받는 A등급을 누구는 2년을 넘게 돌려도 받지 못하다니···. 불운도 이런 불운이 다 있을까?
 2년 단위로 돌렸으면 최소한 A등급은 나와야 할 것 아닌가! S등급은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못해도 A등급은···. A등급은 나와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2년이 넘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니!
 “그만 포기할까···.”
 마음이 꺾이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한 번만 더 해보자.”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더는 “한 번만 더 해보자.”가 성립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충분히 한 번만 더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포기할 때가 된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너무 늦었지만, 당첨될 것처럼 보이는 로또와 같은 뽑기를 그만둘 때가 된 것이다.
 ‘포기하자. 충분히 돌릴 만큼 돌렸잖아? 그러니··· 깔끔하게 포기하자.’
 2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단념했다. 그동안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도 더 이상은 찾아오지 않았다.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깔끔하게 끝난 것이다.
 ‘출출한데 라면이나 먹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상현은 울지 않았다. 어떻게든 참아내며 터덜터덜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서랍장에서 봉지라면을 꺼냈다.
 “······.”
 냄비에 라면을 반으로 쪼개서 넣은 다음, 물을 붓고, 건더기와 스프를 넣는다. 불을 켜고, 그 위에 냄비를 올려서 팔팔팔 끓인다. 부글부글. 하얀 김이 솟구친다. 3분 후, 맛있게 익은 라면을 냄비 채로 가져간다.
 거실에는 탁자와 딱 붙어버린 책이 냄비받침대를 대신하고 있었다.
 상현은 책 위에 냄비를 내려놓고, TV리모컨을 쥔다. 전원 버튼을 꾹 누르고 화면이 켜지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한 젓가락 맛을 본다. 훅훅! 바람을 분 뒤에 스웁! 면발을 입안에 고스란히 집어넣었다.
 TV가 켜지고, 시끌벅적한 소음이 귀를 때렸다. 그에 채널을 돌려가며 볼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본다.
 “······.”
 딱히 볼만한 건 없었다. 에덴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들어가는 유명 플레이어(S등급)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했지만, 볼 건 없었다.
 결국, 야구 채널을 틀어놓고는 보지도 않으면서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라면 국물의 짠맛은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배고픔이 아우성을 칠 정도로 자극적이어서 잠시나마 편해졌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현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콧숨을 내쉬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무거운 숨이었다. 너무나 무거운 숨.
 “진짜 안 되는 걸까···.”
 또다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집착이 찾아왔다.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해보자고, 이번에는 될지도 모른다고, 진짜 이번에는 될지도 모른다고···.
 그에 쓴웃음이 나왔다. 너무나도 씁쓸한 웃음이 얼굴을 감싸 안았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지···. 아니, 너무 늦었지. 벌써 2년이나 넘게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미련을 못 버리다니. 나도 참···. 병신 같네. 병신 같아.”
 그것으로 이상현은 미련을 털어버렸다. 완전히 털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더는 마음이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단념할 때가 된 것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단념할 때가 되었다. 너무 늦었지만, 때가 된 것이다.
 “그래. 그만하자. 이제는 그만하자.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쯤하면 포기할 때도 됐지. 이만하면···. 오래 했지.”
 상현은 과거를 돌아보았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30분마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삭제했던 우울하고 피곤했던 과거를. 진짜 될 것 같았는데도···. 지금까지도 안 된 일들을···. 전부 바라보았다.
 “너무 오래 했어. 너무··· 오래 했어.”
 반드시 A등급 이상을 얻겠다고, S등급을 얻고야 말했다고, 랭커가 되고 말겠다고 결심했던 나날들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한심하고 멍청하고, 바보 같아서···. 진짜 눈물이 나왔다. 어른이 된 이후로 흘려본 적이 없는 눈물이 나왔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 같네. 안 되는 건···. 진짜 안 되는 거지.”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버리고 싶지만, 꼴에 자존심은 있는 모양인지 그건 안 됐다. 이상하게도 그건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시울만 붉히며 사무치도록 씁쓸해할 뿐이었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안 되네, 안 돼. 안 돼···. 안 돼···.”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의 선택을 부정하듯이,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안 돼···.”
 그러고는 지친사람처럼 거식바닥에 드러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분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차분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처럼, 차분해서··· 어딘가 씁쓸해보였다.
 “······.”
 띠리리링. 띠리리링.
 30분이 지났고, 이상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바로 에덴에 접속하지 않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일들, 설거지와 빨래, 청소, 샤워를 한 다음에서야 접속했다.
 “그래, 포기하자.”
 
 -에덴에 접속하셨습니다.
 -현재 캐릭터가 없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
 -닉네임 ‘이상현’으로 캐릭터가 생성됩니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레벨: 1(0%)/랭킹: 미등록
 지역: 대한민국/소속: 자유
 칭호: 없음
 [기본 능력치]
 근력: 100/체력: 100/순발력: 100
 지력: 100/마력: 100/행운: 100
 불: 100/물: 100/바람: 100/땅: 100
 빛: 100/어둠: 100
 생명력/마나: 10000(10000)/10000(10000)
 공격력/방어력: 1~10/1~10
 고유 특성: 개미(SSS)
 일반 스탯: 10/특성 스탯: 0
 
 고유 특성: 개미
 등급: SSS
 설명: 플레이어 ‘이상현’의 고유 특성이다.
 능력: 개미와 관련된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개미들에게 영향을 준다.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다(단, 그만한 힘을 갖춰야만 된다).
 
 -캐릭터 ‘이상현’이 생성되었습니다.
 -고유 특성이 정해졌습니다! 한 번 정해진 고유 특성과 등급은 바꿀 수가 없습니다.
 
 2년하고도 3개월하고도 며칠.
 무려 22222번의 뽑기 끝에, 이상현은 마침내 뽑아냈다. SSS등급을.
 
 -축하드립니다, 이상현님!
 -에덴 최초로 SSS등급의 고유 특성을 가지게 되셨습니다!
 -특별한 칭호(뽑··· 았··· 다)가 생성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가상현실 ‘에덴’의 플레이어로서 마음껏 즐겨주세요!
 
 이상현은 울었다. 지금까지 참아왔던 모든 서러움들을 한꺼번에 터트리듯이,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알 수 없는 몸짓 따위를 해가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합리함을 표현했다. 아니 쏟아냈다. 그동안 몸속에 갇혀 있던 불합리함을 마구마구 쏟아냈다. 그 순간만큼은 체면 따윈 잊어버렸다.
 사실, 이불 킥! 걱정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장소라서 볼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서 마음껏 울어버렸다.
 자존심이나 체면 따위는 던져버리고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을.
 “이런 플레이어는 처음이네요. 시작부터 눈물을 흘리다니?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초보자 가이드 ‘흰 토끼’는 그런 이상현을 보면서 의문을 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현은 “뽑았어, 내가 뽑았어! 내가 드디어 뽑았다고! 내가 드디어 뽑았다고오오오!!” 괴성을 지르며 포효하고 있었다.
 “뽑았다고요? 이런! 높은 등급을 받으신 모양이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도대체 얼마나 높으신 등급을 받으셨기에 이토록 기뻐하는 걸까요? 궁금해지네요!”
 “이런 좆같은 새끼들아!! 내가 뽑았다고!! 씨발!! 존나 오래 걸렸지만 뽑았다고!! 내가 뽑았다고!! 내가, 드디어 뽑았다고!! 뽑았다고···!!”
 누군가를 향한 목소리는 목이 쉴 때까지 이어졌다. 그 정도로 기쁨은 엄청났다. 이것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씨발···. 씨발···. 뽑았다고···. 내가···. 내가···. 안 된다고 했던 걸 뽑았다고···.”
 “······.”
 흰 토끼는 매우 정중히 기다려주었다. 지금처럼 감정이 격앙된 사람을 괜히 건드려봤자 좋은 꼴을 못 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끅끅. 끄으윽. 끅끅. 이윽고 울음이 그쳤다. 감정도 수그러들어서 더 이상은 마음껏 날뛰지 못했다.
 “이제 조금 진정이 되셨나요?”
 그때를 놓치지 않고, 흰 토끼는 파고들었다. 그에 상현이 반응했다.
 “그래···. 그래. 미안···. 내가 쫌··· 추한 꼴을 보였네. 하지만 이해해줘. 내가 너무 기뻐서···. 너무 기뻐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줘. 진짜 너무 기뻐서···.”
 “괜찮아요. 기쁠 때는 누구라도 울고 싶어지잖아요? 그러니 마음껏 기뻐하세요. 무엇보다 기쁠 때 즐기지 않으면 언제 즐기겠어요?”
 흰 토끼는 초보자 가이드답게 상냥하게 상현을 대해주었다. 그 상냥함에 상현은 마지막 눈물을 흘렸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뭘요.”
 토닥토닥. 살며시 등을 쓰다듬어주는 흰 토끼의 손길은 상냥하고 따뜻했다.
 “이제 괜찮아졌어. 고마워.”
 “토토토. 그럼 이제 튜토리얼을 시작할까요?”
 “응.”
 상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그런 다음, 옷매무새를 똑바로 하고 콧물을 킁!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에덴의 튜토리얼을 시작할 준비가.
 “바로 시작할게요! 우선, 캐릭터 창이에요! 생성하실 때 한 번 보셨죠?”
 흰 토끼의 말이 끝나자마자 캐릭터 창이 나타났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레벨: 1(0%)/랭킹: 미등록
 지역: 대한민국/소속: 자유
 칭호: 뽑··· 았··· 다
 [기본 능력치]
 근력: 100/체력: 2100(+2000)/순발력: 100
 지력: 100/마력: 100/행운: 100
 불: 100/물: 100/바람: 100/땅: 100
 빛: 100/어둠: 100
 생명력/마나: 210000(210000)/10000(10000)
 공격력/방어력: 1~10/1~10
 고유 특성: 개미(SSS)
 일반 스탯: 10/특성 스탯: 0
 
 “와우! SSS등급이라니!! 땅을 치며 눈물을 흘린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다시 한 번 보아도 믿기지가 않았다. S등급도 SS등급도 아닌 SSS등급이라니. 쿵쾅쿵쾅! 심장이 떨렸다.
 “축하드려요, 이상현 씨! SSS등급을 뽑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안 봐도 눈에 훤하네요. 토토토!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흰 토끼의 축하를 상현은 쑥스럽다는 듯이 어설픈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고, 고마워. 흠. 흠. 이렇게 축하 받으니까··· 어색하네.”
 “토토토! 좋은 건 좋은 거죠!”
 잠시 동안 웃음이 튜토리얼의 진행을 멈추었다. 물론 잠깐뿐이었다.
 “자, 그러면 다시 시작해볼까요? 캐릭터 창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름과 레벨, 랭킹, 지역, 소속이 있어요. 이름은 상현 씨가 만드신 닉네임이고, 레벨은 캐릭터의 레벨이지요. 랭킹은 100레벨부터 등록하실 수 있어요. 물론 강제는 아니에요. 등록한다고 해서 특별한 무언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방송 출연에는 유용하겠지만요. 지역은 현재 접속하신 지역으로 설정돼요.”
 게임을 해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칭호는 획득한 칭호의 능력을 적용시킬 수가 있어요. 현재 적용되고 있는 ‘뽑··· 았··· 다’를 살펴볼까요?”
 
 칭호: 뽑··· 았··· 다
 설명: 무려 22222번이나 뽑기에 도전한 플레이어 이상현을 위한 칭호입니다. 근성.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설명해줍니다. 2년 3개월의 노력. 모두가 비웃었지만 당신은 해냈습니다.
 능력: 체력을 +2000 상승시켜준다.
 
 “이처럼 칭호에 부여된 능력을 능력치에 적용시킬 수 있어요. 단, 한 가지밖에 적용시키지 못하니까 어떤 칭호를 적용시킬지 잘 생각하세요. 그리고 변경된 칭호는 그날 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그 다음 날에 적용되니까 그 점도 명심하시고요.”
 흰 토끼의 설명에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기본 능력치를 볼게요.”
 “······.”
 “능력치는 기본적으로 6개와 6개로 나뉘어져 있어요. 근력, 체력, 순발력, 지력, 마력, 행운과 물, 불, 바람, 땅, 빛, 어둠으로 말이죠.”
 상현은 캐릭터 재생성 시간 때마다 각각의 능력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익혔다. 물론 좋아서 공부한 건 아니고··· 심심해서 그랬다.
 “근력은 아시다시피 힘이에요. 근육이죠. 체력은 그런 근육을 받쳐주는 생명력이에요. 때문에 근력만 높으면 금방 지쳐요. 순발력도 마찬가지고요. 행운은 저보다 잘 아시죠? 여기까지, 질문이 있나요?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사실, 이 부분은 딱히 설명할 게 없거든요.”
 근력, 체력, 순발력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모를 리가 없다.
 “지력은 마나에요. 체력이 생명력인 것처럼, 마나에요. 물론 단순히 마나만 높여주는 건 아니에요. 지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지혜가 높아져요. 정확히는 10의 지력이 1의 지혜가 되는 셈이죠.”
 10의 지력은 1의 지혜다.
 “물론 표시는 안 돼요. 하지만 지혜는 존재해요. 그럼, 지혜가 높으면 뭐가 좋을까요? 토토! 잘 알고 계시네요. 그래요. 지혜가 높으면 배웠던 것들이 필요할 때 나타나요! 마치 수학해설집처럼요!”
 지혜는 대단히 좋다.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필요할 때, 자신이 보았던 것에 한해서 정답과 가장 가까운, 혹은 정답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혜는 훈수인 셈이다.
 “그래서 지혜는 대단히 좋아요. 이른바 치트키 같은 거거든요. 토토토. 다음으로 마력은 마법 공격력과 방어력이에요. 마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마법이 강해지는 거죠. 그리고 마법에 대한 방어력 즉, 저항력도 올라가요.”
 “······.”
 “다음으로 6대 원소예요. 불, 물, 바람, 땅, 빛, 어둠으로 이루어진 원소지요.”
 상현은 6대 원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불은 물에 약하고, 물은 땅에 약하고, 땅은 바람에 약하고, 바람은 불에 약하죠. 빛과 어둠은 동급이라서, 센 쪽이 세지만요.”
 흰 토끼는 말을 덧붙인다.
 “참고로 빛과 어둠은 불, 물, 바람, 땅의 원소보다 한 단계 위의 원소예요. 때문에 빛과 어둠은 4대 원소보다 세면 세고, 약하면 약하죠. 말하자면 상극이 없는 거예요.”
 “그거 좋네.”
 “네, 엄청 좋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4대 원소를 무시하지는 마세요. 각각의 쓰임새가 있거든요. 상현 씨도 잘 아시겠지만 4대 원소는 ‘불은 불이요, 물은 물이로다.’거든요. 토토토 농담이에요.”
 SSS등급을 얻어서 그런지 관대한 상현이었다.
 “각각의 원소들은 해당 원소들의 힘을 높여줘요. 마력처럼요! 단, 해당 원소와 관련된 힘을 가지고 있을 때예요. 그러니 잘 보고 올려야 해요.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는데 빛을 올려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거든요. 물론 빛에 대한 저항력은 강해지지만요.”
 아까 제가 마력처럼이라고 했죠?
 “쉽게 말해 마력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불의 마력, 물의 마력, 바람의 마력 등등. 엄청 이해하기 쉽죠? 다음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이네요.”
 갑자기 깜빡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런! 제가 깜빡했군요. 공격력은 근력과 무기의 영향을 받아요. 자, 그렇다면 방어력은? 정답! 체력과 방어구의 영향을 받지요. 마법 방어력은 마력과 방어구, 원소의 영향만 받아요.”
 흰 토끼는 ‘스킬’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
 “이 부분에 대하여 보다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는 건··· 굉장히 지루하겠죠? 빨리 게임을 해야 되는데? 그러니 이 부분은 상현 씨가 이해하기 쉽도록 참고서를 드릴게요. 꼭 읽어보세요! 피와 땀이 되는 정보거든요.”
 -6대 원소에 대한 책(참고서)을 획득하셨습니다.
 “나중에 읽어볼게.”
 “토토토. 그러면 고유 특성을 말하기 전에, 일반 스탯과 특성 스탯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
 상현은 집중한다는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일반 스탯은 매우 간단해요. 말 그대로 12개의 능력치를 올리는 스탯이에요. 1레벨당 10의 스탯이 오르며, 10000까지 존재하죠. 최대 레벨이 1000이니까요. 현재 가지고 있는 10 스탯을 합치면 딱 10000되죠? 참고로 다른 방법으로 스탯을 얻을 수가 있어요. 엘릭서라든가 특별한 무언가를 흡수해서요.”
 “뭐, 그렇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엘릭서라든가 정령의 구슬이라든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TV나 인터넷에 자랑글이 종종 올라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특성 스탯이에요! 특성 스탯은 매우 중요해요. 왜냐하면 스킬을 배우는데 쓰이거든요!”
 특성 스탯은 1레벨 당 4씩 오르며, 250(1차), 500(2차), 750(3차), 900(4차) 각성 때마다 255씩 더 얻는다. 최종적으로 5000의 특성 스탯을 얻으며, 특성 스탯은 일반 스탯과 다르게 정해진 수치를 넘을 수가 없다.
 “스킬에는 레벨 제한이 없지만 등급이 존재해요. 그리고 필요 특성 스탯이 존재하죠! 때문에 특성 스탯은 신중하게 써야만 해요!”
 “······.”
 “일반 스탯과 달리 특성 스탯은 엘릭서로도 올릴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울 수도 없으니까, 캐릭터를 삭제하든지 아니면 계속 쓰든지 해야만 해요. 아셨죠?”
 “응.”
 “스킬이 대해 조금 더 보충설명을 하자면, 에덴에는 직업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렇기에 무슨 스킬이든 다 배울 수가 있어요.”
 에덴의 자유도가 높은 이유는, 직업이 없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직업이라는 캐릭터를 구속하는 굴레가 없음으로써 매우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바로 특성 스탯을 가지고 1~4성급 스킬을 자유롭게 배울 수가 있는 거죠. 5성급 스킬은 배우지 못해요. 그건 플레이어가 얻어내야만 하는 거예요. 특별한 괴물을 잡거나 퀘스트를 수행해서요.”
 혹은 아주 운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완전한 자유는 아니라서 1~4성급 스킬 밖에 배우지 못한다. 가장 등급이 높은 5성급 스킬은 플레이어가 알아서 구해야 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1~4성급 스킬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죠. 그러니 자유롭게 배워서 스킬들을 구성하시면 돼요. 물론 상극이라는 게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알아내셔야만 해요. 살짝 힌트는 드리자면, 불과 물은 섞이면 안 돼요. 무슨 말인지 아셨죠?”
 “응.”
 불과 물은 상극이다. 때문에 그 두 가지 스킬을 배우면 힘이 약화된다.
 누구나 알기 쉬운 이치다.
 흰 토끼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자,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특성을 볼까요?”
 특성. 그리고 등급. 에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토토토. 고유 특성은 해당 캐릭터의 재능이에요. 선천적인 재능. 노력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그런 재능 말이에요. 불공평하지만 고유 특성은 정해져있어요. 뭐, 뽑기를 통해서 매우 낮은 확률로 바꿀 수 있지만요.”
 상현은 그걸 해냈다. 매우 낮은 확률로 바꿀 수 있는 선천적인 재능을, 노력 끝에 바꿔버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현 씨는 정말 대단해요! 왜냐하면 SSS등급이니까요!”
 S등급도 아니고 SS등급도 아닌 SSS등급.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아니, 오만함을 가져도 괜찮다. 에덴 유일의 SSS등급이니까!
 “유일무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요. 토토토! 자, 그러면 그 고유 특성과 등급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응!”
 밝은 목소리가 나왔다.
 “고유 특성은 재능이라고 했죠? 상현 씨의 고유 특성은 ‘개미’에요. 개미와 관련된 능력이죠. 등급은 간단해요. 해당 특성이 갖는 힘의 크기예요. 쉽게 표현하면 D등급은 100% 중에서 30% 정도고, SSS등급은 100%인거죠.”
 제 말 이해하셨나요?
 “응. 이해했어.”
 “때문에 등급이 중요해요. 힘의 크기가 커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라든가 힘이 강해지니까요. 반대로 등급이 낮으면 아무리 좋은 특성이라도 힘이 떨어지죠.”
 흰 토끼는 계속 말한다.
 “물론! 등급이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특성이 무엇이냐에 따라 또 다르거든요. 가령, 식물을 잘 키우는 능력이 좋냐 아니면 번개를 쏘는 능력이 좋냐 물으면 십중팔구 후자를 선택할 거예요. 왜냐하면 식물을 키우는 능력은 조금 그렇잖아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부분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긴 하지.”
 “그래서 등급과 함께 특성이 무엇이냐가 정말 중요해요! 특성 자체의 등급 말이에요! 말이 조금 헷갈리지만 집중하면 구분할 수 있어요. 고유 특성의 등급은 ‘능력’, 그 뒤에 붙는 등급은 ‘힘의 크기’니까요.”
 이것을 쉽게 표현할 수 있다며 흰 토끼가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준다.
 
 -[고유 특성(?)]의 등급(?) = 실제 등급
 
 “이제 훨씬 알기 쉽죠? 그럼, 이상현 씨의 실제 등급을 측정해볼까요?”
 실제 등급에 대해서는 상현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무조건 A등급 이상이 나오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왜냐하면 개미니까. 물론 다른 능력이 뽑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99%가 개미에서 등급만 달라졌기에 그토록 A등급을 원했던 것이다.
 “측정해줘.”
 “좋아요! 바로 보여드릴게요!”
 잠시 뒤, 실제 등급이 표시되었다.
 
 -[고유 특성: 개미(SSS)]SSS등급 = SSS등급
 
 “SSS등급이라고?! 개미가?!”
 표시된 정보에 상현은 진심으로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괴성을 질렀다.
 “와우! 무려 SSS등급이네요! 이거 정말 놀라운데요? 축하드려요! 고유 특성도 진짜 엄청나네요!”
 “아니, 개미가 SSS등급이라고? 진짜···? 이거 거짓말 아니야? 몰래카메라?”
 너무 터무니없이 높게 나와서 상현은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개미가 SSS등급이라니?
 기껏해야 D등급이 나올 것이라고 봤던 개미가 SSS등급?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건지···. 상현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
 “토토토! 정신을 차리세요! 몰래 카메라일리가 없잖아? 물론 상현 씨가 놀라는 것도 이해는 돼요. 하지만 개미는 대단한 능력이에요!”
 “개미가···?”
 “네, 개미가! 정말 대단한 능력이에요.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대단하죠.”
 초보자 가이드인 흰 토끼는 또다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에 상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고유 특성: 개미(SSS)]
 -집단: 거대한 집단을 이룬다.
 -사회적 동물: 고유 언어가 있으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역할이 분화되어 있다.
 -계급: 철저한 계급 사회이며, 절대복종한다. 명령에 따라 죽음마저 불사한다.
 -농사: 개체에 따라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사육: 진딧물이나 기타 벌레들을 기를 수 있다.
 -음식물 저장: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음식물을 저장하며, 진딧물을 이용해 발효를 시킨다.
 -집짓기: 매우 뛰어난 건축가다. 뛰어난 도로 포장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땅굴을 만들 수도 있고, 거대한 흙집을 만들 수도 있다.
 -개미왕국: 플레이어 안에 개미들만을 위한 왕국이 존재한다. 그 안에 개미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다.
 -주요 원소: 땅
 설명: 플레이어가 다루기에 매우 쉬우며, 절대복종한다. 게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뛰어난 일꾼과 전사를 대량으로 양성할 수 있고, 고유의 언어(페로몬)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지역에 따른 특색을 갖는다.
 
 “어때요, 대단하죠?”
 “······.”
 이렇게 보니 그토록 허접해보이던 개미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눈에 들어왔다. 때문에 상현의 입은 숨 막힌 생선처럼 벌어졌다.
 흰 토끼는 그 모습에 기분 좋게 웃는다.
 “뭐든지 보기와는 다른 거예요! 그러니 진짜 능력을 보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마세요! 모든 능력에는 쓰임새가 있으니까요!”
 “······.”
 상현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지금까지 고유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비록 지식뿐이었지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심화과정은 직접 체득하셔야만 되니까요.”
 “뭐, 괜찮아. 그런 건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알아보는 게 편하니까. 그게 내 스타일이기도 하고.”
 괜찮다는 말에 흰 토끼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토토토! 정말 마음에 드는 자세군요! 자,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그래. 이제 뭘 하면 돼?”
 준비된 자세에 흰 토끼가 말한다.
 “지금부터는 거부감을 줄이는 훈련을 할 거예요. 아무리 가상현실이라도 너무 리얼한 나머지 현실과 똑같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부감을 줄이는 훈련을 해요.”
 에덴에서는 훈련을 시켜준다. 현실처럼 리얼한 생물체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훈련을. 물론 억지로 적응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전투 직업보다 생산 직업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투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한다. 아무리 가상현실이라도 생물을 직접 죽이는 일은 거부감이 들어서.
 더구나 생산직이라도 관련 활동을 하면 레벨이 오르기 때문에 굳이 사냥을 할 필요도 없다.
 “얼른 시작하자. 마음이 급해서 도저히 안 되겠어. 빨리 시작하고 싶어.”
 상현은 조바심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고유 특성의 실제 등급을 봐서 그런지, 마음이 달아오른 것이다.
 “토토토! 좋은 자세예요!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우선은 작은 것부터예요!”
 흰 토끼가 깜빡했다는 듯이 말한다.
 “아참! 원하시는 무기를 선택하세요. 손과 발로 직접 뭉개는 것보다는 그게 덜 자극적일 테니까요.”
 수많은 무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상현은 그 중에서 창을 골랐다.
 “나는 이걸로.”
 창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다루기가 쉽고 공격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무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검이 더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쟁은 창의 역사였다. 검 따위는 장신구였을 뿐, 실제로는 창이나 활을 더 많이 활용했다.
 “좋아요! 자, 그러면··· 여기 조그만 두꺼비부터 사냥해보죠! 물론,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 가장 기초적인 폴리곤에서부터 시작할 거예요.”
 땅바닥에서 두꺼비가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인 폴리곤(다각형)으로 이루어진 두꺼비로, 3D가 발달 중인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허접한 그래픽이었다.
 “이 정도는 쉽지.”
 창으로 찌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커녕 거리낌조차 없었다. 푹!
 “꽤액.”
 그러자 허접한 그래픽의 두꺼비가 사라졌다.
 “좋아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참고로 이런 식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거예요! 최종적으로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선 인간을 상대할 거구요! 물론 도중에 그만두실 수 있어요.”
 “······.”
 꼭 해야만 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불쾌함이 느껴지실 때는 무조건 말씀해 주세요! 에덴은 사냥만을 하는 게임과는 다르니까요. 사냥 말고도 얼마든지 즐기실 수 있어요! 그러니 억지로 하시면 안 돼요, 아셨죠?”
 “응.”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얼른얼른 진행해 볼까요? 다음 선수 입장해 주세요!”
 흰 토끼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음 선수가 입장했다. 조금 전보다 더 발달된 그래픽의 두꺼비였다.
 “꾸에엑.”
 물론 별건 아니었다.
 
 총 3시간에 걸친 튜토리얼을 끝내고 상현은 문 앞에 섰다. 초보자의 마을로 가는 문 앞에.
 “토토토! 고생하셨어요! 게다가 성실한 자세로 수업에 임해 주셔서 대단히 기뻤어요!”
 “나도 굉장히 재미있었어. 덕분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니까?”
 2년 3개월이 넘도록 뽑기를 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흰 토끼의 수업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덕분에 3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감사해요! 자, 그러면 초보자 가이드로서 마지막 임무를 다할 때가 왔네요! 토토토!”
 흰 토끼는 품에서 마치 회중시계를 꺼내듯이,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튜토리얼 수료증이었다.
 “이건 수료증이에요! 튜토리얼을 완료했다는 증표죠! 초보자의 마을로 건너가시면 자동으로 써져요.”
 “그래, 고마워.”
 상현은 수료증을 받아들었다.
 튜토리얼을 이수한 플레이어만이 받을 수 있는 수료증은 초보자의 마을로 가면 자동으로 써지며, 1000골드와 장비, 99레벨을 올려준다.
 “토토토! 그럼, 지금부터 모험의 세계로 출발할까요? 준비되셨나요?”
 “응, 준비됐어.”
 흰 토끼가 상현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문 안으로 끌어당겼다.
 “출발!!”
 
 -튜토리얼을 이수하셨습니다.
 -수료증으로 인하여 레벨이 99 상승합니다.
 -1000골드와 초보자를 위한 장비 세트를 획득합니다.
 -칭호(햇병아리!)를 획득하셨습니다.
 -문을 넘어, 초보자의 마을에 도착하셨습니다! 최소 24시간은 머무르셔야 하며, 최대 720시간 동안 머무르실 수 있습니다.
 -에덴에서의 첫 번째 모험이 시작되셨습니다! 마음껏 즐겨주세요!
 
 그리하여 2년 3개월하고도 며칠 만에···. 꿈에도 그리던 초보자의 마을에 도착하였다. A등급도 아닌, S등급도 아닌 무려 SSS등급으로!
 에덴에 발자국을 새겼다.
 
 * * *
 
 이상현은 코로 숨을 들이쉬었다. 심장으로 파고드는 맑고 상쾌한 공기는 가슴을 두근두근! 날뛰게 만들었다.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내가 튜토리얼을 끝내다니···.’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것도 SSS등급을 얻고 튜토리얼을 끝낸다? 그런 건 감히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다. S등급이 아니라 A등급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S등급도, SS등급도 아닌 SSS등급이라니···. 너무 꿈만 같은 일이라서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진짜 시작···!’
 두근두근!!
 입을 다물고 콧숨을 내쉬었다. 크게 뜬 눈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옹골찬 희망이 가득했다.
 ‘우선 능력치부터 찍어야겠네. 아, 그나저나 무엇을 올려야 되지? 고민되네. 막상 찍으려니까··· 어렵네.’
 상현은 1000의 일반 스탯을 어디에 찍어야 될지 막막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게임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 당황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고등학생이 성인이 되어, 갑자기 세상에 내던져진 것처럼, 무한한 자유로움에 짓눌려버렸으니까. 때문에 무엇을 찍어야 될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장비부터 착용하고 생각하자. 칭호 덕분에 피통은 크니까.’
 생명력은 이미 괴물이다. 칭호 덕분에 체력이 무려 2000이나 상승해서 완전 괴물이다. 때문에 급할 건 없다. 느긋하게 찍어도 된다. 어차피 최소 24시간은 초보자의 마을에 머물러야 되니까.
 그래서 상현은 장비를 착용하고 사부작사부작 마을을 둘러보았다.
 “······.”
 중세풍의 건물들이 들어선 마을에는 활기가 넘쳤다. 열심히 퀘스트를 수행하는 플레이어에서부터, 에덴의 주민(NPC)들인 다양한 종족들까지. 그야말로 판타지 세계로 들어왔다는 실감이 났다.
 ‘끝내주네. 이러니 다들 에덴을 하지. 다른 가상현실들과 달리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니까. 게다가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그래픽은··· 와우.’
 엘프의 모습은 소설이나 만화에 묘사된 것처럼 진짜 끝내줬다. 에덴으로 인해 생겨난 ‘아바타 러브(Avatar love)’라는 사회현상이, 왜 생겨났는지를 단번에 설명해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와, 진짜 예쁘네. 이러니 사람들이 미치지. 진짜 가짜고 나발이고 빠져들 만하네.’
 끄덕거림에는 “인정.”이 들어 있었다.
 “······.”
 시간이 흐르고.
 초보자의 마을을 둘러보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였다. 마치 관광지를 구경하듯이 요리조리 둘러보느라고 그리 걸렸다.
 매우 보람찬 시간이었다.
 ‘시계탑도 멋지고, 언덕도 멋지고. 그나저나 체력이 높아서 그런가? 제법 걸었는데도 별로 피곤하지가 않네.’
 3시간이나 걷고, 오르내렸음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살짝 배가 고픈 것 이외에는 멀쩡했다.
 ‘우선은 밥부터 먹을까? 그런 다음, 사냥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자.’
 상현은 발을 돌려 식당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러다 문득, 정신적인 피곤함을 느낀다.
 그것은 여태까지 뽑기를 하느라고 쌓여온 피로함이었다. 하루에 24시간 즉, 48번의 뽑기를 한다고 억지로 쌓아온 정신적인 피로였다.
 “음···.”
 생각해보면.
 높은 등급을 뽑기 위해서 상현은 2년 3개월 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릴 때마다 벌떡 일어나서 접속하고, 캐릭터를 생성하고, 삭제하는 것을 반복하며 거의 기계처럼 지냈었다.
 그러니 제아무리 SSS등급이 나타났다하더라도, 이제는 쉴 때가 된 것이다.
 영혼의 휴식을···. 이제는 뽑기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움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
 ‘그래···.’
 상현은 결정을 번복했다.
 ‘쉬자. 그동안 진짜 고생했으니까. 스마트폰을 끄고 실컷 잠이나 자자.’
 그래서 상현은 중식 레스토랑을 눈앞에 두고 멈췄다. 그러고는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수면을 취하기로 했다.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에덴에서 빠져나오셨습니다!
 -현실세계로 돌아오셨습니다!
 
 “후아아암···.”
 에덴에서 빠져나온 상현은, 2년 3개월 하고도 며칠 만에 스마트폰의 알람을 끌 수가 있었다.
 
 * * *
 
 시체처럼 잠을 잤다.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탓인지, 오후 2시에 잤는데도 오전 9시에 일어난 것이다. 뭐, 덕분에 조금의 잠기운도 없이 일어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좋은 아침이었다.
 “으흥흐으흐흥흥~.”
 즐거운 마음으로 24시 돼지국밥 집으로 가서 순대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그것도 맛보기 수육과 함께! 30분이 넘는 식사시간을 써가며 식사를 즐겼다.
 그러고는 사부작사부작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 뒤에, 원룸으로 돌아와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했다.
 “TV나 볼까.”
 어제와는 다르게, 소파 등받이와 팔걸이에 몸을 편하게 기댔다.
 표정은 더 없이 가벼웠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변경하며 에덴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오늘 만나보실 유명랭커는 바로···.”
 피식.
 그러다 씩 미소를 짓더니, TV를 끄고 소파에서 일어난다. 뚜벅뚜벅.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가깝고도 먼, 에덴. 바로 그곳이다.
 상현은 또 하나의 세상인 에덴에 접속했다.
 -에덴에 접속하셨습니다.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세요. 모험은 당신의 발자국에서 시작되니까요.
 
 초보자의 마을로 돌아온 상현은 어제 가려다가 말았던 중식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기묘한 느낌의 중식당은 시선을 잡아끄는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 세 가지를 주문하고, 미식가처럼 맛을 음미한다.
 “!”
 우물우물. 꿀꺽!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네.’
 생각 이상으로 맛있어서 그릇까지 싹싹 비웠다. 그렇게 30분 만에 모든 요리를 다 먹은 상현은 만족감을 느끼며 값을 지불한다.
 “여기 있습니다.”
 무려 500골드나 지불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현실 가치로 환산해봤자 외식비용인 4만원 밖에 되지 않아서 별로 상관없었다.
 여차하면 1000골드당 7~8만원을 주고 현질을 하면 되니까. 더구나 옛날과 달리 지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에덴의 ‘골드’를 구입할 수가 있다.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골드를 보충하는 게 가능하다.
 초보자의 마을만은 제외하고.
 “안녕히 가세요!”
 “예, 수고하세요.”
 고급 중식당에서 빠져나와 길을 걷는다. 포장이 잘 된 도로는 마을의 중앙광장과 연결되어 있으며, 멋진 시계탑과도 이어진다. 그 위를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슬슬 밖으로 나가볼까.’
 그래서 상현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자 발걸음을 빨리한다. 뚜벅뚜벅.
 울타리를 지나 마을 밖으로 나간다.
 -초보자의 숲에 발을 들이셨습니다.
 -칭호(초심자의 행운!)를 획득하셨습니다. 하루 동안 행운이 +100 증가합니다.
 “오, 좋아.”
 하루 동안 행운을 100이나 높여준다는 말에 좋아하며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낸다. 그러고는 한적해 보이는 숲속으로 사뿐히 걸어간다.
 ‘화면으로 볼 때하고는 전혀 다르네.’
 숲속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아서 마음이 들떴다. 두근두근!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낸다.
 “오···.”
 3분 정도 걸었을까? 동물들이 보였다. 그리고 동물들의 이름도 보였다. 바로 머리 위에, 레벨과 함께 흰색으로 적혀 있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그 부분만큼은 현실이 아닌 게임 같았다.
 “지금은 잘 보이네.”
 지금은 초보자의 숲이라서 다 보이지만, 나중에는 플레이어가 알아내야만 한다. 괴물의 이름과 레벨을.
 “그나저나 개미는··· 어디 있으려나.”
 상현은 자신의 고유 특성인 개미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놀이터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코딱지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없었다.
 근처에는 단 한 마리도 없는 듯했다.
 “······.”
 저벅저벅.
 “음···. 아, 저기 있네.”
 20여분 정도를 찾아 헤맨 끝에 Lv1의 개미들을 찾아냈다. 몸이 굉장히 작고 검은, 평범한 개미를.
 흙 개미(Lv1).
 ‘1레벨이라···. 아, 실망··· 아니지. 일단은 뭘 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
 살짝 실망하려던 마음을 붙잡고, 잠깐 진정하라고 일러둔다. 그러고는 열심히 흙 부스러기들을 나르는 흙 개미들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내려다본다.
 그러자 반응이 나온다.
 “왕! 충성!”
 -흙 개미들이 위대한 개미왕을 알아봅니다!
 -흙 개미(Lv1)들보다 높은 레벨(Lv100)을 가지고 있습니다. 흙 개미들이 절대복종합니다! 압도적인 권위로 복속시킬 수 있습니다.
 -흙 개미들의 지혜가 매우 낮습니다. 고차원적인 명령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복속시킬 경우, 플레이어의 영향을 받아 1의 지혜가 적용됩니다[플레이어의 능력(지혜)의 10%].
 -현재 흙 개미(Lv1) 무리의 숫자는 총 13891마리입니다. [여왕개미(1), 병정개미(2529), 일개미(11361)]
 -고유 특성 ‘개미(SSS)’로 거느릴 수 있는 최대 숫자는 1억 마리입니다. 현재 1천만 마리를 거느릴 수 있으며, 1레벨당 0.1% 씩 늘어납니다.
 -복속시키면 흙 개미들을 개미왕국으로 이주시킬 수 있습니다. 단, 개미왕국에서는 개미들의 번식활동 및 성장이 제한됩니다.
 “충성! 충성!”
 “왕!”
 “······.”
 이상현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왕! 충성!”
 왜냐하면 굉장히 조그마한 개미들이 매우 열심히 “충성! 충성!”거리고 있으니까.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감정을 잘 추스른 뒤에야, 상현은 흙 개미들을 보았다. 그러고는 녀석들을 복속시켰다.
 -흙 개미(Lv1) 무리를 복속시켰습니다. (13891)
 -고유 특성으로 인하여 흙 개미들의 능력인 ‘땅파기(★★)’를 익힙니다.
 -흙 개미들에게 1의 지혜가 생겼습니다. 장족의 발전입니다! 조금 더 잘 알아듣습니다.
 -처음으로 개미를 복속시켰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인하여 흙 개미들의 레벨이 Lv20으로 상승합니다.
 “오!”
 뜻밖에도 초심자의 행운 덕분에 흙 개미들의 레벨이 20으로 상승했다.
 물론 쌀알만 한 크기에서 고작해야 손가락 마디 정도의 크기가 됐을 뿐이다.
 “좋네. 바로 20레벨이라. 뭐, 별로 세보이지는 않지만···. 그나저나 더 잘 알아듣는다고?”
 “왕께 충성! 충성!”
 “충성! 충성!”
 “······.”
 흙 개미들의 자그마한 목소리를 들어보니, 미묘하게 달라지기는 했다.
 진짜 미묘하게 달라져서, 달라졌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수준이었다.
 ‘하긴, 겨우 1이 올랐을 뿐인데···. 너무 많은 걸 바랐네. 그렇다면···. 지혜가 더 오르면 어떻게 되려나?’
 상현은 지혜가 늘어난 개미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던 일반 스탯들을 모조리 지력에 때려 부었다.
 조금 과하다 싶었지만 확실히 했다.
 -지력이 1000을 넘겼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100이 더 증가합니다.
 “뭐?!”
 -칭호(첫 판부터 올인)를 획득하셨습니다.
 -에덴 첫날부터 은밀한 비밀을 발견하셨습니다! 행운이 10 증가합니다.
 
 [은밀한 비밀: 초심자의 행운이 깃든 날, 일반 스탯 중 하나가 1000을 넘기면 100이 추가 된다.]
 
 -칭호(숨겨진 비밀의 시작)를 획득하셨습니다.
 -흙 개미(Lv20)들에게 적용되는 지혜가 12로 늘어났습니다. 말을 알아듣는 지능이 생깁니다!
 “위대한 왕께,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
 흙 개미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무려 100의 지력이 더 올랐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1도 아니고 10도 아니고 100이 더 오르다니.
 “하하···.”
 상현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런 엄청난 선물을 받다니. 믿기지 않았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눈을 깜빡이고, 헛웃음을 허허 흘린 뒤에야, 캐릭터 상태창을 확인할 정신머리가 돌아왔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레벨: 100(0%)/랭킹: 미등록
 지역: 대한민국/소속: 자유
 칭호: 뽑··· 았··· 다
 [기본 능력치]
 근력: 100/체력: 2100(+2000)/순발력: 100
 지력: 1200/마력: 100/행운: 110
 불: 100/물: 100/바람: 100/땅: 100
 빛: 100/어둠: 100
 생명력/마나: 210000(210000)/120000(120000)
 공격력/방어력: 1~15/1~10
 고유 특성: 개미(SSS)
 일반 스탯: 0/특성 스탯: 396
 
 “······.”
 몇 번을 보아도 100이 오른 게 확실했다.
 믿기지 않지만, 지력이 100 오른 게 분명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슨, 우주가 나서서 나를 도와주나? 그동안 간절히 기도한 게 드디어 이뤄진 거냐? 그런 거야?”
 상현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뜻밖의 행운을 바로 받아들이기에는 벅찼던 것이다.
 “우와, 진짜···. 진짜···. 진짜···!!”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또 한 번 느꼈다. 이제야 모든 게 잘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이제야···. 이제야.
 “내가, 진짜···!!”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주먹으로 후려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아주 세게 후려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마구 두들겼다. 감정을 두들기듯이, 그동안의 불행을 후려 팼다.
 “내가 진짜!!”
 퍽! 퍽! 퍽! 마음껏 두들겼다.
 지금까지의 서러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두들기고 난 뒤에서야 끝났다.
 “후우우···. 그래. 이제부터는 불행했던 과거는 잊고, 새롭게 살아가자.”
 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뿜어낸다. 그러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이 가라앉고, 정신이 든다.
 눈을 깜빡이고, 다시 숨을 내쉰 뒤에야 입을 연다.
 “너희들은 나의 첫 번째 부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첫 번째 부하! 첫 번째 부하!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바칩니다! 충성을 바칩니다!”
 “충성을! 충성을!”
 지혜가 12나 돼서 그런지 확실히 달랐다. 지능지수가 올라갔다는 게 대번에 느껴졌다.
 ‘올인한 보람이 있네. 마음에 들어. 그래, 자고로 부하는 이래야지.’
 상현은 만족감을 느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막상 흙 개미들을 복속시키기는 했지만···. 어디에 써먹어야 될지 애매했던 것이다.
 “너희들. 혹시··· 근처에 다른 개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너희와 똑같은 개미 말이야. 그러니까 동족.”
 “동족! 우리는 개미! 개미는 저곳에 있다! 왕을 그곳으로 안내한다!”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현재로써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해도 양호했다.
 “당장 가자.”
 “안내한다! 안내!”
 “······.”
 힘차게 말했지만, 흙 개미는 느렸다. 손가락 마디 정도로는 힘찬 느낌이 전혀 없었다. 물론 시커먼 것들이 무리를 이뤄서가니···.
 ‘조금 징그럽네.’
 시각적인 효과는 확실했다.
 쌀알 정도에서 손가락 마디 정도로 커져서 그런지···. 보기에는 제법 무시무시했다. 아무튼 이상현은 그런 흙 개미들을 따라갔다.
 “······.”
 “도착했다. 왕! 동족! 여기에 산다!”
 “여기에 산다! 여기에 산다!”
 흙 개미들이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름과 레벨이 보였기 때문이다.
 
 흙 개미(Lv1).
 
 ‘이곳 개미들은 전부 1레벨인가? 으음···. 하긴, 그렇겠네. 개미의 레벨이 높아봤자 얼마나 높겠어? 기껏해야 2레벨이 전부겠지.’
 상현은 냉정한 현실을 바라보며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왕! 충성! 충성!”
 -흙 개미들이 위대한 개미왕을 알아봅니다! 압도적인 권위로 흙 개미들을 복속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흙 개미(Lv1) 무리의 숫자는 총 18421마리입니다. [여왕개미(1), 병정개미(3407), 일개미(15013)]
 “복속시킨다.”
 -흙 개미(Lv1) 무리를 복속시켰습니다. (18421)
 -동일한 종류의 개미입니다. 통합시킬 수 있습니다.
 -흙 개미들에게 12의 지혜가 생겼습니다. 어마무시한 발전입니다.
 -현재 32321마리의 개미를 복속시켰습니다.
 -개미왕국으로 이주시키겠습니까?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그래그래.”
 딱히 감흥은 없었다. 왜냐하면 첫 번째와 달리 레벨이 오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살짝 실망하며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한 게 전부였다.
 ‘그나저나 왕국이라···. 한 번 이주를 시켜볼까?’
 개미왕국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상현은 발아래에서 “충성!”을 외치는 흙 개미들에게 손을 뻗는다.
 -흙 개미를 개미왕국으로 이주시키시겠습니까?
 “응.”
 그러자 반응이 나타났다. 손에서 푸른빛이 응어리지더니, 땅 위로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발아래에 있던 모든 흙 개미들을 빨아들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받아들였다.
 “아···.”
 -모든 흙 개미들을 개미왕국으로 이주시켰습니다. 개미왕국으로 이주시킨 개미들을 자유롭게 풀었다가 거둘 수가 있습니다. (단, 1초당 1%씩만 거두거나 풀 수 있다)
 -개미왕국을 유지하는 데는 생명력이나 마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플레이어가 죽어도 파괴되지 않는다). 대신 먹이가 필요하며, 개미와 함께 먹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저장가능 용량: 현재 1톤).
 -플레이어가 음식을 섭취하여 개미들에게 영양분을 나눠줄 수도 있습니다.
 ‘먹이 값이 엄청 나갈 것 같네.’
 대충 윤곽이 잡혔다. 개미왕국이 어떤 능력인지···. 감을 잡았다.
 “흐음···.”
 상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였다.
 ‘여기서 무작정 머릿수를 늘리기보다는···. 몬스터를 잡아본 뒤에 결정하자. 개미들이 사체를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에도 늦지 않으니까.’
 무턱대고 식구를 왕창 늘리기보다는 일단, 먹여 살릴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자고 판단했다.
 ‘괜히 개미를 늘렸다가 식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낭패만 보니까 말이야.’
 그래서 당장의 목표를 사냥으로 정했다.
 흙 개미들이 사냥한 몬스터를 먹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창을 들고 사냥터로 향했다.
 
 * * *
 
 초보자의 숲에서 사냥감을 찾는 일은 매우 쉬웠다. 대충 스윽 둘러보니 사슴 한 마리가 보인 것이다.
 ‘34레벨이라···. 딱 적당하네. 첫 사냥감으로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
 첫 사냥을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대다. 34레벨이라는 아주 낮지 않은 레벨에다가 MMORPG의 감초인 사슴이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좋아. 단숨에 처리해 볼까?’
 상현은 창을 들고 은밀히 접근했다. 그런 다음, 사정거리 안으로 사슴이 들어왔을 때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푸룩?!”
 한가롭게 풀이나 뜯어먹던 사슴이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창의 속도가 더 빨랐다. 푸욱!
 날카로운 창날이 사슴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로인해 금빛의 피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
 “!”
 그러나 적중하기 직전에 사슴이 몸을 비트는 바람에 목을 찌르지는 못했다. 때문에 일격에 쓰러뜨리겠다는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었다.
 “꿔어어엉!!”
 성이 난 사슴이 콧숨을 내쉬며 날카로운 뿔을 상현에게 들이밀었다. 그 공격에 상현은 당황하지 않고 맞아주었다. 2000이나 늘어난 체력이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일부러 받아냈다.
 푸욱!
 날카로운 뿔이 가죽 옷에 박혔다.
 ‘약하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2초 만에 확인한 바로는 기껏해야 500정도가 달았을 뿐이었다.
 “꿔어어?!”
 ‘자, 이만 죽어라.’
 사슴의 공격이 약하다는 걸 아니, 방어력이 높다는 걸 확인했으니 반격할 차례. 상현은 창을 짧게 쥐고는 사슴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꾸워어어어웍!!”
 그러자 사슴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했다.
 “어딜!”
 도망치려는 기미를 바로 눈치 챈 상현이 몸을 날려 사슴을 덮쳤다. 그런 다음, 어떻게든 창을 잡아서 사슴의 목에 내리꽂았다.
 푹! 부르르르르.
 그것으로 첫 번째 사냥이 끝났다.
 -사슴(Lv34)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초보자의 마을을 벗어날 때까지 더 이상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사슴의 뱃속에 들어 있던 구슬(미확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첫 번째 사냥)를 획득하셨습니다.
 -괴물의 사체는 24시간 동안 천천히 사라집니다! 그 점에 유의해 주십시오!
 “오, 구슬! 스킬이 들어있으려나?”
 괴물을 잡으면 매우 낮은 확률로 구슬이 나오는데, 그 구슬에 스킬이 들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에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정보에 의하면, 99.9%는 재료고 0.1%는 스킬이다.
 그래서 이상현은 마음껏 기대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그런 행운들을 기대해도 나쁘지 않아서 대놓고 기대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확률의 유혹에서 벗어난 상현은 원래의 목적대로 흙 개미들을 불러냈다. 처음, 개미왕국으로 이주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땅 바닥 위에 손을 뻗어서 쏟아냈다. 1초당 1%씩, 흙 개미를 풀었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이윽고 100초가 되었을 때.
 -여왕개미(2)를 제외한 모든 개미들이 개미왕국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왕개미도 불러내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여왕개미는 특수한 것 같았다.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발아래의 개미들을 보았다.
 “위대한 왕께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모든 흙 개미들을 불러내고서야, 상현은 입을 열었다.
 “너희들. 혹시 이 사슴을 먹을 수 있어?”
 “무엇이든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왕의 명령을 따릅니다!”
 “따릅니다아!”
 대답은 무척이나 충성스러웠다. 상현은 “그럼, 이걸 먹어봐.”라고 명령했다. 그에 흙 개미들이 우렁찬 대답과 함께 달려들었다.
 사슴의 사체를 향해서, 기어오르고 기어올랐다. 그 모습은 대단했다. 한편으로는 징그러우면서도 대단했다.
 “왕의 명령이시다! 먹어치워라!”
 “먹어치워라!”
 “먹아라아!”
 “맛있다!”
 -흙 개미들이 사슴(Lv34)의 사체를 먹습니다. 포식으로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사슴의 사체(47.7kg)를 개미왕국에 저장하실 수 있습니다. 여왕개미(2)가 먹이를 원합니다.
 “1kg만 저장.”
 -사슴의 사체 1kg을 저장합니다. 현재 흙 개미들의 능력에 따라 57초가 소요됩니다.
 “음···. 이런 방식이구나. 뭔가 재밌네.”
 상현은 흥미로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뒤, 개미왕국에 1kg의 먹이를 저장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현재 개미왕국에 저장된 먹이는 1kg입니다. 여왕개미에게 먹이(15g)를 주시겠습니까?
 “그래.”
 굶주린 여왕개미들에게 먹이를 준 뒤에, 상현은 천천히 분해되고 있는 사슴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역시 느리네. 뭐, 그래도 20레벨짜리가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르지만···.’
 사슴의 사체가 분해되는 속도는 굉장히 느렸다. 아무래도 개미의 숫자와 레벨이 부족한 듯했다.
 ‘개미를 조금 더 모아야겠네. 백만 마리 정도 있으면 되려나?’
 상현은 개미를 더 모으기로 결심했다. 먹이를 구하는 방법과 저장방법을 알아냈으니, 숫자를 늘려야하지 않겠는가? 아니, 군대를 양성해야 되지 않겠는가.
 ‘개미군단이라···.’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개미군단이라니. 덕분에 수백, 수천만의 무시무시한 개미들이 질주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꼭 만들어보자.’
 결의는 다지는 사이에, 흙 개미들이 사슴을 완전히 분해시켜버렸다.
 뼈와 가죽을 제외한 살들을 모조리 발라먹은 것이다.
 -사슴의 가죽과 뼈만 남았습니다. 흙 개미(Lv20)들이 성장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흙 개미(Lv1)들이 성장합니다. 레벨이 11 상승하였습니다.
 -추가적으로 사슴의 깨끗한 뼈(1)와 가죽(1)을 획득합니다.
 “오.”
 레벨이 올랐다는 말에 정보를 확인을 한다.
 
 [고유 특성: 개미(SSS)]
 -개미 현황(32321)
 1. 흙 개미(Lv21): 여왕개미(1)/병정개미(2529)/일개미(11361)/통합 가능
 2. 흙 개미(Lv12): 여왕개미(1)/병정개미(3407)/일개미(15013)/통합 가능
 
 “통합이라···.”
 통합이 가능하다는 표시에 입을 다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차피 21레벨과 12레벨이라서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통합한다.”
 결정은 단호했다.
 -같은 개미인 흙 개미들을 통합합니다!
 -흙 개미들의 누적 경험치가 합쳐집니다. 레벨이 18으로 조정됩니다.
 -두 개의 무리가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고유 특성: 개미(SSS)]
 -개미 현황(32321)
 1. 흙 개미(Lv18): 여왕개미(2)/병정개미(5936)/일개미(26374)
 
 “아, 이렇게 되는구나.”
 통합을 지켜본 결과, 고개가 끄덕여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잘 써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네. 쓰기에 따라 유용할 것 같고.”
 상현은 통합이 가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활용하기에 따라 막강한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면···.’
 고개를 돌려 숲속을 바라본다.
 초보자의 숲은 변함없이 울창하며, 시끄럽고, 많은 생물들이 돌아다녔다.
 ‘100만 대군을 만들어볼까?’
 그 속에 흙 개미들이 존재했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배고프다!”
 
 * * *
 
 백만 대군을 만들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욕망이 활활 불타오른 나머지 그만둬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수집했다. 흙 개미들을.
 천만 대군이 되고 난 뒤에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욕심이 지나쳤다는 것을 말이다.
 -복속시킨 개미의 숫자가 10,000,000에 도달했습니다.
 -첫 번째 권속이 흙 개미들 중에서 나타납니다!
 -권속 ‘??’가 나타났습니다. 권속은 복속된 개미의 수가 천만에 달할 때마다 나타나며, SSS등급은 최대 10마리를 거느리실 수 있습니다.
 -권속은 기존의 개미들과는 다르게 사망 이후 24시간 안에 수습하면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권속이 나타났다는 말에 상현은 바로 확인했다.
 
 [고유 특성: 개미(SSS)]
 -개미 현황(10,000,000)
 1. 흙 개미(Lv15): ?? 권속(1)/여왕개미(627)/병정개미(3,298,751)/일개미(6,700,621)
 
 -첫 번째 권속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이름이라···.”
 조금 느닷없지만 작명 센스를 쥐어짜냈다.
 그래서 상현은 부르기 쉽고, 작전을 짜기에도 편한 이름을 생각해냈다.
 “권속의 이름은 ‘원’으로 하겠다.”
 원, 투, 쓰리, 포로 이어지는 영어 숫자를.
 -첫 번째 권속의 이름이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원(권속)은 플레이어를 대신하여 개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플레이어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개체입니다.
 -일반 개미들과는 다르게 첫 번째 권속은 플레이어의 지혜의 70% 만큼을 적용받습니다!
 
 “위대한 왕에게 무한한 충성을 바칩니다! 저에게 이름을 하사해 주셔서 거룩한 영광을 느낍니다! 이 목숨을 바쳐 왕을 따르겠습니다!”
 ‘오···. 애가 똘똘하네.’
 지혜가 84나 되서 그런지 개미치고는 매우 똑똑해 보였다. 게다가 다른 개미들과는 다르게 몸집이 커다랗고 색이 진했다.
 딱 봐도 특별하다는 게 티가 났다.
 “그래, 지켜보마.”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물론 그래도 작아서 무릎을 구부리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뭐, 그나마 다른 개미들보다는 목소리가 우렁차서 잘 들렸다.
 상현은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
 ‘그나저나 천만 대군도 만들었으니···. 사냥을 해야 되나?’
 흙 개미들을 통합시키면서 사냥도 했었다. 개미들의 레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슴이나 멧돼지 따위를 잡으면서 말이다.
 ‘흐음···. 고민되네. 개미들의 레벨을 올리려면 사냥을 해야 되니까. 아, 혹시··· 퀘스트로도 오르려나?’
 지난 이틀 동안 사냥해본 소감으로는 생각보다 사냥이 버겁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고유 특성인 개미를 당장 전투에 활용할 수가 없어서 그런지 체력이 대단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힘들었다.
 ‘스킬을 살까? 공격 스킬을 사면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기도 한데···. 아니면 훈련소에서 훈련이나 받을까.’
 고민은 갈수록 깊어졌다. 이대로 사냥을 해야 될지 아니면 아깝더라도 스킬을 배우고 사냥을 해야 될지, 그것도 아니라면 훈련소에 들어가야 될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것들이 많았다.
 그때 가만히 있던 원이 목소리를 냈다.
 “위대한 왕이시여! 어떤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괜찮으시다면 저의 지혜를 보태겠습니다!”
 “······.”
 진짜 똘똘하다고 생각하며, 고민이 날카로운 낚시 바늘처럼 걸려있는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레벨을 어떻게 올려야 될지 고민하고 있었어. 사냥을 해서 올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그렇다고 너희들을 사냥에 동원하면 많이 죽을 것 같고···. 여러모로 상황이 난처해.”
 작은 개미에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상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괜한 말을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런데 원이 대답했다.
 “그런 문제라면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뭐?”
 상현은 눈을 깜빡이며 되묻는다.
 “너한테 맡겨 달라고?”
 “예, 위대한 왕이시여! 저에게 왕의 군대를 맡겨주신다면, 전진기지를 건설하여 군대를 키우겠습니다! 그리하여 왕의 시름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너무나 당당하고 힘찬 목소리에.
 “어··· 음. 그래. 뭐, 한 번 맡겨 볼게.”
 상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그만 개미인 원의 말에 그랬다.
 “영원한 충성으로 왕에게 보답하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상현의 귓가에 닿았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믿음직스러웠다.
 물론 목소리만 믿음직스러웠다.
 “······.”
 상현은 발아래에서 “충성! 충성!” 거리고 있는 개미들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뭐지···.’
 
 * * *
 
 전사 훈련소에 방문한 상현은 수업료 500골드를 지불하고 창술을 배웠다.
 창술 전문 교관에게 총 120시간 동안 속성과외로 배워서 하급[(★★★★★)-공격력 17%, 공격 속도 9%, 관통력 24%]의 숙련도를 갖게 되었다.
 하루 14시간씩 창술을 연습한 덕분에 9일 만에 괜찮은 성과를 얻은 것이다.
 “하하하! 처음에는 영 못 써먹겠더니만, 이제는 제법 그럴 듯한 애송이가 됐는데?”
 “잘 가르쳐주신 교관님 덕분이죠 뭐. 아무튼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하계세요.”
 “그래, 가보게나! 자유로운 이방인이라면 조금 더 큰물에서 놀아야 할 테니까!”
 창술 교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에, 상현은 전사 훈련소에서 빠져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야, 같이 가!”
 “빨리 와! 왜 이렇게 느려!”
 “야야, 저 엘프 봐봐!”
 “우와아···!!”
 여전히 전 세계에서 유입되고 있는 신규 플레이어들은 에덴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잘 보여주었다.
 “우리는 훈련소에 안 가도 돼?”
 “필요 없어. 하급 숙련도 정도는 사냥하다보면 저절로 생겨. 그런 것도 모르냐?”
 “······.”
 시끄러운 소리들을 뒤로하고, 상현은 걸었다.
 딱히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따름이다.
 ‘창술을 배웠으니까··· 이번에는 위장술이나 배워볼까? 아니면 무술? 그것도 아니면 궁술? 흐음···.’
 이런저런 생각들이 물꼬를 텄지만, 풀어놓은 개미들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 보니 돈이 부족하네. 으음···. 현질을 하고 싶어도 이곳에는 거래소가 없고.’
 초보자의 마을에는 현금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가 없다. 때문에 골드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구슬을 팔아봤자 돈도 안 될 텐데···. 아놔. 돈이 없어서 문제네.’
 사슴에게서 나온 미확인 구슬은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감정소에서 감정을 받았다. 아쉽게도 스킬이 아닌 재료였다. 매직 등급의 재료.
 ‘하아. 그냥 개미들한테나 가볼까?’
 생각이 그쪽에 미치자, 상현은 원에게 맡겨놓은 개미들의 상태가 궁금했다.
 그래서 개미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
 ‘잘 있으려나? 괜히 궁금해지네.’
 개미들의 상태창은 헤어진 그날을 기점으로 멈춰 있다.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현재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20레벨은 됐겠지? 아, 그건 무린가? 혹시 다 죽은 건 아니겠지···? 괜히 불안해지네.’
 사서 걱정을 하는 사람처럼, 괜한 걱정들을 만들어내며 개미들을 풀어놓은 곳으로 향한다.
 저벅저벅.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다보니.
 “죽어라!!”
 “야 임마, 뭐해?!”
 “막아! 막으라고! 방패는 장식이냐?!”
 “멍청아 어딜 봐! 사슴의 뿔을 보라고, 뿔!!”
 초보자의 숲답게 어설픈 느낌이 가득한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왕! 왔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바칩니다!”
 “충성을! 충성을!”
 “배고프다! 충성을!”
 “······.”
 상현은 몸뚱이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개미들을 발견했다.
 어찌나 몸뚱이가 토실토실한지, 애써 구분하지 않아도 구분이 가능했다.
 “원은 어디 있어?”
 그 모습에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뜻밖에도 반등한 주식을 바라보는 개미처럼,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저기 있습니다!”
 “저기요!”
 손가락 세 개 정도로 커진 개미들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물론 잘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앞장서라고 말하자, 개미들이 뽈뽈뽈 기어갔다.
 상현은 그 뒤를 따라갔고 잠시 뒤, 어마어마한 수의 개미떼가 나타났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첫 번째 종이 위대한 왕을 뵙습니다!”
 “그래, 잘 하고 있었어?”
 손바닥보다 더 커진 원의 모습은 헤어질 때와 다르게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예! 위대한 왕께서 내리신 명령을 최선을 다하여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원의 우렁찬 대답에 바로 확인했다.
 
 [고유 특성: 개미(SSS)]
 -개미 현황(10,000,000)
 1. 흙 개미(Lv67): 원-권속(1)/여왕개미(627)/병정개미(3,298,751)/일개미(6,700,621)
 
 “67?!”
 정보에 상현은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헤어질 때만해도 15레벨이었는데, 불과 9일 만에 67이 되어 있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위대한 왕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상현은 말을 삼킨 뒤에 표정관리를 했다. 그런 다음,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레벨을 올린 거야?”
 그것은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15레벨에서 67레벨이 된 것인지···. 또, 개미의 숫자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인지를 알고 싶어졌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래, 설명해봐.”
 사람 손바닥보다 더 커진 원은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 뒤에 “따라와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원의 뒤를 따라간 상현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보았던 개미떼보다 훨씬 더 대단한 규모의 개미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조금 전의 개미떼는 개미떼도 아니었다. 눈앞의 이것에 비하면!
 ‘미친! 존나 징그럽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직접 보지 않으면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족히 수십 개는 넘어 보이는 땅굴을 중심으로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시커먼 개미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무시무시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이곳이 바로 전진기지입니다!”
 “전진기지···?”
 “예! 저희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이곳에 전진기지를 만들었습니다. 기지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먹잇감들을 빠트릴 수 있는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구덩이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통로를 연결시킨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 둘씩 늘려왔습니다.”
 “··· 구덩이에 빠진 괴물을 사냥하는 곳이네?”
 “예, 맞습니다! 어두컴컴한 밤에 발을 헛디딘 먹잇감을 사냥하는 곳입니다. 병정개미들이 먹잇감의 숨통을 끊어놓으면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들에게 나르는 형태로, 다치거나 죽은 병사들을 충원했습니다. 조금 더 위대한 왕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지만···. 저의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 줄이야···. 상현은 자신이 너무 개미를 우습게 여겼음을 깨달았다.
 ‘이래서 SSS등급이었구나. 이래서 SSS등급이었어! 미친! 완전 사기잖아!’
 왜 개미가 SSS등급인지를 깨달았어야 했는데···. 겉모습만 보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버렸다. 조그맣고 별 볼일 없는 개미라고 생각해버렸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아니야. 괜찮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했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줬어.”
 상현은 원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잘했다. 원. 굉장히 잘했어. 아주 마음에 든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러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개미 따위가 아니라 개미라고 말이다.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충성을! 충성을!”
 
 * * *
 
 [고유 특성: 개미(SSS)]
 -개미 현황(10,000,000)
 1. 흙 개미(Lv100): 원-권속(1)/여왕개미(627)/병정개미(3,298,751)/일개미(6,700,621)
 
 개미들의 레벨을 100으로 만드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50레벨을 넘겨버린 병정개미들이 잘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300만 마리에 달하는 개미떼가 공격을 해버리니···. 토끼는 물론이고 사슴, 여우, 고라니, 멧돼지, 들소, 늑대 할 것 없이 모조리 쓸려나갔다.
 물론 사망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한 번 싸울 때마다 수십, 수백씩 짓뭉개졌으니까. 그러나 병력을 보충하는 게 너무나 쉬웠다.
 여왕개미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면 동일한 레벨의 병사를 생산해냈기 때문이다.
 
 -여왕개미(627)들이 병정개미들을 만들어냅니다. 여왕개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개미의 수는, 복속시켰을 때의 수로 한정됩니다.
 -병정개미(82719)들이 탄생했습니다. 최대 수치입니다. 더 이상의 개미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로인해 하룻밤만 자고 나면 원상복귀 되었다. 전투에서 잃어버린 병정개미들이···. 거짓말처럼 회복됐다. 정말이지 터무니없었다.
 ‘내 고유 능력이지만···. 진짜 사긴데? 완전 개사긴데? 미친, 완전 무적 아니야? 물론 고렙 괴물에게는 힘을 쓰기가 어렵겠지만, 반대로 저렙 괴물은···. 학살이 가능하다는 거잖아? 일방적인 학살이.’
 사람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 사기성이었다. 진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기적인 고유 특성이다.
 ‘우와, 진짜. 우와···. 미쳤네, 미쳤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네.’
 밸런스가 우려될 정도로 터무니없지만, 그렇다고 이걸 바로잡을 생각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왜냐하면 2년 3개월 하고도 며칠 동안 노력을 한 끝에 손에 넣은 능력이니까. 그러니 사기든 뭐든 간에 내가 잘 써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상현이었다.
 ‘내가 진짜, 랭커 되고 만다. 아니, 랭커는 물론이고 세계 최강의 랭커가 되서 부와 명예, 아름다운 금발벽안의 G컵 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만다. 반드시, 꼭!!’
 
 정확한 목표의식!
 
 이상현은 굳은 결의를 다지며 자신의 자랑스러운 군대를 바라보았다.
 수백만의 개미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배고··· 충성을!”
 둥지를 지킬 최소한의 병력만 놔두고 데려온 200만의 병정개미들은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웠다. 레벨 덕분에 사람 손바닥 정도로 커져서, 이제는 개미라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개미지만 믿음직스럽다.’
 그런데다가 그게 200만 마리나 있으니, 온몸에 소름과 같은 전율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다. 2만도, 20만도 아닌 무려 200만.
 이상현은 콧숨을 들이쉬었다. 떨림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거센 기운이 넘치고 당당했다.
 “자, 오늘도 열심히 사냥을 하자. 모두 나를 따라와라.”
 “위대한 왕을 따르겠습니다!”
 “왕을 따르겠습니다!”
 “가자!!”
 
 * * *
 
 [제목: 초보자의 숲의 이상 징후]
 마우스로 클릭해볼 만한 제목이어서 클릭해보니.
 
 -초보자의 숲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 손바닥 크기의 개미가 떼거지로 이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기 동영상을······.
 
 “흥.”
 별일 아니어서 바로 빠져나왔다.
 “나 참. 코끼리만한 메뚜기들이 떼거지로 이동하는 게 에덴인데, 기껏해야 개미가지고 무슨.”
 그러고는 코웃음을 치며 다른 글을 찾는다. 겨우 개미라니. 그것도 초보자의 숲? 초보자의 숲? 어처구니가 없어서 바로 무시해 버린다.
 초보자의 숲이라고? 장난해?
 “오, 하프엘프! 심지어 드래곤과 혼혈이라고?!”
 개미와 관련된 게시글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참한 조회수가 그것을 증명하듯이, 그 누구도 개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작해야 개미니까.
 그러니 기억할 가치도 없다고 여긴 듯했다.
 “헉?! 심지어···?!”
 뭐, 그런 것을 떠나, 바깥에서 에덴으로 건너간 게 분명한 비키니를 입고 있는 사진과 동영상이 더 중요했다.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 * *
 
 초보자의 숲을 그야말로 휩쓸고 다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며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 어떤 괴물이라도 무시무시한 개미군단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숲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호랑이(Lv100)조차도 속수무책으로 갉아 먹혔다.
 “크허어엉···.”
 
 -호랑이(Lv100)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호랑이의 가죽(1)과 발톱(1), 날카로운 어금니(1)를 획득하셨습니다.
 -호랑이의 살덩이 90kg을 개미왕국에 저장합니다.
 -추가적으로 호랑이의 뼈(1)를 획득합니다.
 
 “이동한다!”
 “이동! 이동!”
 “이동? 이동??”
 
 물론 적극적인 공세 탓에, 200만의 병정개미 중 7만에 달하는 병정개미가 죽거나 다쳤다. 뼈아픈 손실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상현은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다음 날에 보충할 수 있으니까!
 “푸후후훅!!”
 그래서 자잘한 피해는 무시하고, 드넓은 초보자의 숲을 질주했다. 병정개미들은 그 뒤를 따랐다.
 “모두 공격!!”
 “왕의 명령! 공격!”
 “먹자! 먹자!”
 “밥이다!”
 이상현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며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잡템들을 쌓아나갔다. 미확인 구슬들도 제법 모았다. 훈련소에서 수련을 받는 동안, 개미들이 모아온 것과 합치면 무려 72개나 됐다.
 “푸흐흐흥···.”
 고환을 공략당한 성난 물소가 주저앉았다. 그것으로 거친 전투가 끝났다.
 
 -물소(Lv91)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물소의 기다란 꼬리(1)와 몸속에 있던 구슬(미확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추가적으로 물소의 뼈(1)를 획득합니다.
 
 “음. 좋아.”
 73개로 불어난 구슬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때문에 상현은 욕심이 났다.
 스킬이 들어있을 지도 모르는 미확인 구슬에 대한 탐욕이 일어난 것이다.
 ‘군단을 둘로 나눠버릴까? 본진은 최소한의 병력만 놔두고, 원이 지휘하도록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원을 데려오면 알을 낳아야 되는 여왕개미들이 살짝 위태로워지겠지만, 땅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면 그런 위험성도 줄어들지 않을까?
 더군다나 개미를 사냥하는 플레이어는 아예 없을 뿐더러, 개미를 주식으로 삼는 개미핥기라든가 하는 동물들도 비교적 적다. 게다가 레벨이 100에 달한 지금은 오히려 싸워서 이길 수도 있다.
 
 2군단 창설. 가능하지 않을까?
 
 ‘똑똑한 원이라면···.’
 전진기지를 만들어 레벨을 올린 것만 해도 뛰어난 지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현은 가능하리라고 보았다.
 아니, 똑똑한 원을 믿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어차피 100레벨이잖아?’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이제 겨우 100레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100레벨. 그리고 개미들은 초보자의 숲에 사는 1레벨 흙 개미.
 조금 냉정히 말해서, 소모되더라도 별로 아깝다는 느낌이 적을 것 같았다. 권속인 원을 제외하면, 다른 개미들은 다 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게다가 권속인 원하고 여왕개미들만 무사하면, 다 죽어도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심이 섰다.
 2군단을 창설할 결심이.
 이런저런 계산들을 해보니, 그렇게 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군단을 둘로 쪼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 만들자. 2군단을!’
 이상현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원을 지휘관으로 한 2군단을 만들기로 말이다.
 “흐흐흐.”
 입술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탐욕으로 번들번들 거렸다.
 
 * * *
 
 “너에게 2군단을 맡기마. 잘 할 수 있겠지?”
 “예, 위대한 왕이시여! 저에게 맡겨주신다면, 믿음에 보답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원을 필두로 한 2군단을 창설한 주된 이유는 보다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는 상현이 먼저 덮친 괴물을 개미들이 덮치는 방식이라서, 위기를 느낀 괴물들이 도망가는 경우가 낮지만 없지는 않았다.
 그러니 2군단을 만들어 협공하면, 그러한 불상사가 줄어들 테고, 다양한 작전과 잉여 전력이 낭비되는 것이 줄게 될 것이라고 상현은 판단한 것이다.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기본적인 작전을 설명하겠다.”
 이상현은 2군단장이 된 원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적을 발견하면 2군단이 후방을··· 무슨 말이지 알지? 그래. 뒤쪽으로 은밀하게 이동하여 대기한다. 그리고 내가 1군단을 이끌고 공격하면 2군단이 덮친다는 게 작전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예! 이해했습니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2군단이 은밀히 배후를 선점하고, 1군단이 공격하면 2군단이 그에 맞춰 협공한다는 작전으로 이해했습니다!”
 “··· 그래, 바로 그거야. 아주 잘 이해했어.”
 개미 주제에 지능이 매우 높은 것 같다는 조금 무례한 생각을 했다.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한다.”
 “위대한 왕을 따르겠습니다!”
 “위대한 왕! 쉬고 싶다!”
 “왕을 따르겠습니다!”
 “가자!”
 
 그리하여 이상현은 새로 창설된 2군단과 함께 초보자의 숲을 질주했다.
 처음에는 손발이 안 맞아서 그럴 듯한 계획과는 다르게 결과가 엉망진창이었지만, 계속 하다가보니 나아졌다. 게다가 간단한 수신호를 일반 개미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괴물을 특정한 곳으로 모는 것도 가능해져서 이제는 작전수행 능력이 월등히 높아졌다.
 “꾸어어어웡!!”
 “꾸워우어!!”
 
 -사슴(12)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사슴의 날카로운 뿔(6)과 너덜너덜한 가죽(5)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슴의 살덩이 88kg을 개미왕국에 저장합니다.
 
 그로인해 사슴 무리를 사냥하는 것도 가능해져서, 보다 빠르게 숲속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TV에서나 보던 무시무시한 군대개미들처럼, 가는 곳마다 초토화시키며 전진했다.
 정말, 무지막지한 개미군단이 된 것이다.
 “삐이익!”
 “삐루우우!”
 “끼아! 끼아악!”
 뭐, 조금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개미군단을 따라오는 새들이 늘었다는 점일 것이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였던 것이, 지금은 수십 마리로 불어난 상태다.
 무려, 수십 마리의 새가 따라붙은 것이다.
 ‘지상군 밖에 없어서 그런지 완전 속수무책이네. 후우. 이래서 공군이 필요한 거구만. 나중에 꼭 날개달린 개미들을 넣어야겠다.’
 물론 사소한 문제라서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새들이 노리는 병정개미라고 해봐야, 싸우다가 다친 녀석이나 죽은 녀석, 뒤처진 녀석이라서, 지금까지 누적된 피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된다.
 그래서 잡는 게 불가능한 새들을 무시하고, 상현은 전투에만 집중했다.
 “부우우우······.”
 
 -하마(Lv98)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하마의 두꺼운 가죽(1)과 기다란 어금니(1)를 획득하셨습니다.
 -개미왕국에 300kg의 먹이를 저장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모두 쉬어라.”
 물이 흐르는 강가 근처에서 하마를 잡은 뒤에, 상현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위대한 왕의 은총을 누리겠습니다!”
 “은총이다!”
 “물이다!”
 “아니, 바다야!”
 그에 170만 마리가 넘는 병정개미들은 밥이 눌러 붙은 철판처럼 땅바닥에 들러붙었다. 그러고는 작은 벌레를 잡거나 풀을 뜯어먹거나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몇몇은 새들에게 잡혀갔다.
 “삐이익!”
 ‘병력을 조금 많이 잃었지만, 그래도 구슬을 148개나 모았네. 이 정도면 스킬 하나 정도는 나오겠지.’
 출정한 200만 마리 중 30만 마리에 가까운 병정개미가 소모되었지만, 미확인 구슬을 148개나 모았다. 스킬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구슬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나쁜 교환은 아닌 셈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피해는 2군단 체제가 익숙해지기 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소모율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훌륭하게 2군단 체제를 안착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보다 이상현은 약간의 피로함을 느꼈다. 너무 열심히 사냥을 한 탓인지, 슬슬 그만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차오른 것이다.
 ‘슬슬 돌아갈까? 소모된 병력도 회복해야 되니까. 이쯤하면 충분하겠네.’
 결정을 내린 이상현은 마지막으로 나무 위에 숨어있는 아나콘다를 잡았다.
 “쉬아아아악···!!”
 
 -아나콘다(Lv83)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특별한 행운이 깃든 아나콘다의 구슬(미확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오!!”
 마지막으로 잡았는데, 특별한 행운이 깃든 구슬이 나오다니!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흙 개미들을 개미왕국에 모두 집어넣었다.
 “집이다! 집으로 간다!”
 그러자 땅바닥을 시커멓게 물들였던 병정개미들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건 100% 스킬이다.’
 이상현은 조금 전 아나콘다에게서 얻은 구슬을 들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숲속을 가로질렀다. 동물들은 그런 상현을 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병정개미들을 전진기지에 내려두고, 마을로 돌아온 상현은 바로 시장으로 갔다. 그동안 모아온 잡템들을 모두 처분하여 749골드 55실버를 벌었다. 그런 다음, 감정소로 가서 미확인 구슬들을 감정 받았다.
 “여기, 감정이 끝났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두근두근!!
 감정이 끝난 149개의 구슬을 심장으로 받아들고는 바로 확인한다.
 
 -149개의 구슬의 정보가 확인됩니다.
 -스킬(2)개와 재료(147)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보호색
 등급: ★★
 능력: 현재 착용하고 있는 복장과 색이 비슷한 곳에서는 적에게 착시를 일으킨다.
 
 스킬: 뱀의 유연함
 등급: ★★★
 능력: 매우 유연해진다.
 
 “3성?!”
 엄청 좋아봤자 1, 2성급이라고 생각했는데 3성급이라니! 게다가 2성급 스킬도 하나 있다니!
 이상현은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매우 놀라워했다.
 2성급 스킬만 나와도 아니, 스킬이 하나만 나와도 “아이고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라고 외칠 텐데, 하나도 아니고 둘에다가 2성과 3성이라니.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참고로 비용은 149개 다해서 1490골드입니다.”
 아이템 감정사는 그 모습에 축하해주며, 영업용 미소와 함께 말했다. 상현은 들뜬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현물도 받나요?”
 
 현물로 아이템 감정비를 지불하고, 감정소를 빠져나온 상현은 마을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바로, 유적에 대한 정보를 듣기 위함이었다.
 사실, 원래 계획은 대충 돌아다니다가 공짜로 유적을 발견하는 것이었는데, 남은 시간 안에 발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든 것이다.
 그 탓에 1000골드나 되는 정보료를 내고, 유적의 위치를 들으려고 하는 중이다.
 “여기가 촌장님네 댁인가요?”
 “그래, 여기가 내 집이지. 그러는 자네는 이방인이군? 유적에 대한 얘기를 들으러 온 거겠지? 1000골드일세. 현물도 가능하네.”
 “······.”
 이야기가 빨라서 좋지만. 조금 뭔가 그랬다. 하지만 상현은 묵묵히 현물을 지불했다.
 “좋아. 그러면 내가 발견한 유적에 대해 가르쳐주지.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다른 이방인에게는 말하지 말게. 아무튼 내가 발견한 유적은 땅에 파묻혀 있는 오래된 유적일세. 무슨 유적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어른들에게 들었던 바로는 그곳에 무시무시한 골렘이 산다고 하더군. 자, 여기. 그곳으로 가는 지도일세. 가지고 가게나. 그럼, 나는 이만 들어가 보겠네. 무운을 비네.”
 “······.”
 이상현은 극심한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을 보며 불합리한 무언가를 느꼈지만, 바로 떨쳐버렸다.
 그러고는 정신을 차려서 1000골드나 주고 구입한 조악한 그림의 지도를 살펴보았다.
 
 -조악한 솜씨로 제작된 지도입니다. 시장에서 파는 양피지를 가져와 촌장이 직접 옮긴듯합니다.
 -레벨에 비해 높은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지도를 보는 법이 어수룩합니다. 지도와 관련된 책을 읽으시면 지도를 해석하실 수 있습니다.
 
 “······.”
 복사본이 분명한 지도를 가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상현은 10골드를 지불한 뒤에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지도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읽었다.
 그러자 조금 전과 다른 말이 들려왔다.
 
 -지도를 해석하실 수 있습니다. 유적의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있습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지력을 많이 올리는구나. 지혜가 도움을 주니까 무척 편리하네.’
 지도를 따라 초보자의 숲으로 오자.
 높은 지혜 덕분에 지도에 그려져 있는 지형지물이 보였다. 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유적이 있다는 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초보자의 숲에 숨겨진 오래된 유적을 발견하셨습니다.
 -칭호(유적 발견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행운이 1 증가합니다.
 -이곳은 마을 촌장 ‘잭슨’이 발견한 곳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곳입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존재했으며, 과거,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신성한 곳이라고 여겨 함부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개구쟁이들은 예외였지만.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습니다.
 -두 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집니다! 세 번째 도전부터는 극심한 패널티를 받습니다!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사냥 기록(등록)]
 No.1 지존파티(3인)/27:54
 No.2 섹스!(3인)/29:59
 No.3 나인테일(3인)/30:01
 No.4 No.1(3인)/30:02
 No.5 엘리스(3인)/30:14
 ······.
 
 기록들을 쭉 살펴보니, 대체로 세 명이 파티를 이뤄서 유적의 수호자를 공략하는 게 일반적인 듯했다.
 ‘파티라···.’
 썩 내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이상현은 보스몬스터가 있는 유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갈림길에 선 생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느 쪽으로 가야 될지를 망설였다.
 
 물론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SSS등급이니까.
 
 ‘혼자서 해보자. 어차피 두 번의 기회가 있으니까.’
 한 번도 아닌, 무려 두 번의 기회가 있는데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무작정 돌입하는 멍청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우선, 마을로 돌아온 상현은 로그아웃하여 인터넷에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서 어떤 괴물인지, 어떤 스킬과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덕분에 촌장의 지도가 없으면 유적을 찾을 수 없다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정보와 함께, 전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가 있었다.
 “딱히 정해진 패턴은 없으며, 마법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매우 튼튼해서 코어를 부수지 못하면 전멸 당한다라. 흐음. 까다롭네. 까다로워.”
 동영상에 나타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의 모습은 굉장했다.
 7m에 달하는 체격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연상시키는 돌덩어리, 그리고 시뻘건 눈은 100레벨 플레이어가 상대하기에는 조금 그랬다. 게다가 어지간한 마법은 무시했으며, 초보자용 무기로는 흠집조차 잘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겉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몸놀림이 빨라서 누군가가 시선을 끌지 않으면 공격하기조차 어려웠다.
 “··· 한 방 맞으면 죽네.”
 결정적으로, 공격력이 무지막지하게 강했다. 실수로라도 한 방 맞으면 그 충격으로 인해 마비증상이나, 기절,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아니, 사실상 사망이었다.
 “나는 견딜 수 있으려나? 체력이 2100이라서 몇 방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네.”
 그 때문에 상현은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보스몬스터가 훨씬 강해서, 이걸 이길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뭐, 그래도 두 번까지는 패널티가 없다고 하니까. 한 번 해봐야겠네. 으음. 내가 직접 싸워야하나.”
 의자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걸어간다. 그런 다음, 물통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꺼윽.” 트림을 하고 거실로 가 TV를 본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을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상현은 바로 접속한다.
 
 -에덴에 접속하셨습니다. 장시간 이용은 플레이어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
 돌아온 이상현은 지체 없이 전진기지로 뛰어갔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충성이다!”
 “원!”
 “부르셨습니까, 위대한 왕이시여!”
 권속인 원을 불러 한 가지 말을 묻는다.
 “내가 물어볼게 있는데. 너희들 혹시 바위도 뚫을 수 있어? 흙 말고 단단한 바위 말이야, 바위.”
 그 질문에 즉답이 돌아온다.
 “예, 가능합니다! 저희들의 특기가 땅을 파는 일입니다! 그래서 흙이든 돌이든 뭐든 뚫을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단단한 바위를 뚫는데 얼마나 걸려? 몇 분? 아니면 몇 시간?”
 몇 초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를 물어보았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위대한 왕께서 말씀하시는 바를 잘 모르겠지만, 바위를 뚫는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마침 여기에 돌이 있으니 한 번 보시겠습니까?”
 이상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원이 더듬이를 움직였다. 그러자 일개미들이 엉덩이를 걸치기에는 애매한 돌덩어리에 달려들었다.
 잠시 뒤,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
 “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습니까?”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대단했다. 무슨, 흙을 파는 것도 아닌데 10여초 만에 몸뚱이가 안으로 들어가다니?! 보고도 믿기가 어려웠다.
 “자, 잘 파내? 아니 무슨, 바위를 저렇게 잘 파?”
 “저희들의 주특기가 땅을 파는 것입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저희들이 다른 것은 몰라도 땅을 파는 일만큼은 자신이 있습니다!”
 “다 팠다!”
 “또 파야 되나?”
 자부심 넘치는 원의 말에 상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해보니 이름도 흙 개미고, 처음 복속 시켰을 때 얻은 능력도 땅파기(★★)였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땅을 잘 파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1레벨도 아니고 100레벨이면, 작은 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네.”
 이상현은 멍청한 자신을 질책했다. 물론 잠시 뿐이었다. 왜냐하면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를 최초로 혼자서 공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것들이 모조리 사라졌기 때문이다.
 “좋아! 그러면 너희들만 믿는다.”
 “저희들을 믿어주신다면, 믿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 최초 공략! 그것이 가져다주는 짜릿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얼른 가자!”
 
 초보자의 숲의 보스몬스터인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공략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3인 이상이 한 조가 돼서, 공격과 견제를 하면 된다.
 말하자면 공격과 견제를 교대해가며 수호자의 마나를 소모시켜, 약점인 코어를 공격하는 게 유일한 공략법인 셈이다. 때문에 수호자를 공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어지간한 공격을 다 무시하는 강력한 수호자를 상대로, 단 한 방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30분 가까이를 버터내야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3인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플레이어들이 굉장히 많다. 아무리 공략 동영상을 봤다고 하더라도 보는 것과 실전은 전혀 다른 법이니까.
 물론 캐릭터 재생성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어서 3인으로 30분 안에 공략한 기록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공략 1위에서부터 100위까지, 대부분의 기록들은 공략법이 밝혀진 이후의, 후발주자들의 기록이다. 후발주자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타임어택을 이뤄낸 흔적들인 것이다.
 지존파티가 만든 27분이라는 기록도 그 흔적이다.
 
 오래된 유적에는 보스몬스터인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런 피해 없이 수호자의 부서진 방에 도착할 수가 있다.
 이상현은 부서진 문 너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수호자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다르네.’
 30m라는 거리를 두고 본 수호자의 모습은 동영상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솔직히 말해서 으스스했다. 이끼가 끼든 말든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불쾌함을 불러일으켰다.
 ‘그보다 선공을 가하면 잠들어 있던 수호자가 깨어나고, 4성급 스킬인 수호자의 신념이 발동돼서, 20분간은 괴물이 된다는 거였지?’
 타임어택이 30분을 넘어가는 주된 이유는, 처음 20분 동안 지속되는 수호자의 신념이라는 스킬 때문이다.
 그 스킬은 9초간 기습공격의 위력을 90% 감소시켜주고 1190초 동안 방어력을 50% 올려주는 스킬이라서, 사실상 20분 안에 잡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때문에 타임어택 시간이 긴 것이고.
 ‘일단 일개미들로 시간이나 끌어봐야겠네.’
 사냥을 나갔던 병정개미들과 달리 일개미는 한 마리도 죽지 않아서 600만 마리나 남아 있다. 20분이라는 시간을 소모시킬 수만 있다면, 100만 마리든 200만 마리든 소모시켜도 나쁘지 않으리라.
 “위대한 왕이시여! 저희들이 상대해야 되는 바위가 저것입니까?”
 한참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원이 물어왔다. 그에 상현은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기 서 있는 저 녀석이 우리가 쓰러뜨려야 되는 바위다. 쿵쿵 움직이는 바위라서···. 솔직히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런 바위쯤은 일개미들이 가뿐하게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들만 믿어주십시오!”
 “먹는다! 먹는다!”
 “저건 바위다!”
 “흠···.”
 문 너머에 있는 저것과 비교하니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어차피 일개미들로 시간을 벌 작정이었기에 상현은 그냥 맡겨본다.
 “그래. 한 번 믿어보마.”
 “저 바위의 목숨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원은 일개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윗덩어리인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를 갉아먹으라고. 그러자 일개미들이 움직였다.
 사사사사사사사사. 엄청난 수의 일개미들이 부서진 문을 넘어갔다. 그 광경은 정말 엄청났다.
 ‘자주 보지만 징그럽네.’
 선두에 선 원은 더듬이로 명령을 내려, 일개미들이 수호자의 몸에 기어오르도록 했다. 그런 다음, 동시에 갉아먹도록 했다.
 “구오오오오오오오···!!”
 수만에 달하는 개미들이 붙은 채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가 깨어났다. 그러자 기괴한 포효와 함께 덜커덕덜커덕 하는 바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인데···. 수호자가 어떻게 반응을 하려나?’
 이상현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깨어난 수호자가 어떤 방식으로 일개미들을 박살낼지가 궁금했던 것인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호자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
 “?”
 바닥을 힘차게 쾅! 쾅! 몇 번 후려치더니, 그 이후부터는 기기긱기긱.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떠는 게 아닌가?
 ‘뭐야? 왜 저래? 뭐, 잘못됐나?’
 그러다가도 바닥을 쿵쿵! 후려치거나 발로 콱! 콱! 밟더니, 또다시 떨기 시작했다. 상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게 뭔가? 싶었다.
 “······.”
 도대체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을까?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가 쓰러졌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거대한 몸이 허물어졌다.
 정말 믿기 어렵지만, 조그만 흙 개미들에게 처참하게 갉아 먹힌 것이다.
 
 -에덴 최초로 혼자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대단한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쓰러뜨리는데 걸린 시간은 59초입니다!
 -이 위대한 기록이 등록되기 위한 이름이 필요합니다!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 개미. 개미로 할게.”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물론 멍청한 상태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개미’로 등록되었습니다! 초보자의 숲에 있는 오래된 유적의 기록이 새롭게 갱신됩니다!
 -에덴 최초로 초보자의 숲의 오래된 유적 1인 레이드를 성공시켰습니다! 그것도 최고 기록입니다! 기존의 27:54초에서 26:55초를 단축시킨 00:59초 만에 공략을 성공시키셨습니다.
 -매우 특별한 보상으로 오래된 수호자의 장비세트(유니크-유일한)를 획득합니다!
 -홀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쓰러뜨린 것에 대한 보상으로 가지고 있던 스킬들 중 하나인 보호색(★★)이 카멜레온 보호색(★★★★★)으로 성장합니다!
 -칭호(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를 획득합니다!
 [칭호: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체력과 땅을 각각 +300씩 상승시킨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날, 초보자의 숲의 오래된 유적의 기록이 새롭게 갱신되었다.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사냥 기록(등록)]
 No.1 개미(1인)/00:59
 No.2 지존파티(3인)/27:54
 No.3 섹스!(3인)/29:59
 No.4 나인테일(3인)/30:01
 No.5 No.1(3인)/30:02
 ······.
 
 # 3. 오크 대초원
 
 -오래된 수호자의 창(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공격력: 1~88/내구력: 255(300)/무게: 7.1kg/관통력: +50%
 특별한 힘: 지력과 마력을 +100 상승시킨다.
 
 -오래된 수호자의 투구(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머리에 딱 붙는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소리를 모은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땀을 배출한다. 방어력: 1~75/내구력: 255(300)
 특별한 힘: 행운을 +100 상승시킨다.
 
 -오래된 수호자의 상·하의(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아주 오래입어도 더러워지지 않는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방어력: 1~95/내구력: 255(300)
 특별한 힘: 체력을 +100 상승시킨다.
 
 -오래된 수호자의 장갑(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공격력에 15%를 더한다. 방어력: 1~55/내구력: 255(300)
 특별한 힘: 근력을 +100 상승시킨다.
 
 -오래된 수호자의 신발(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발바닥에 물집과 무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방어력: 1~65/내구력: 255(300)
 특별한 힘: 순발력을 +100 상승시킨다.
 
 -오래된 수호자의 반지(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불, 물, 바람, 땅을 +50 상승시킨다.
 특별한 힘: 땅의 힘을 +150 상승시킨다.
 
 -오래된 수호자의 목걸이(유일한)
 등급: 유니크
 제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를 홀로 쓰러뜨린 자
 능력: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다.
 특별한 힘: 정신공격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을 가진다. 세트 효과로 땅을 +500 상승시킨다.
 
 스킬: 카멜레온 보호색
 등급: ★★★★★
 능력: 항상 몸을 보호하는 색을 띠게 된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레벨: 100(0%)/랭킹: 미등록
 지역: 대한민국/소속: 자유
 칭호: 뽑··· 았··· 다
 [기본 능력치]
 근력: 200(+100)/체력: 2200(+2100)
 순발력: 200(+100)/지력: 1300(+100)
 마력: 200(+100)/행운: 211(+100)
 불: 150(+50)/물: 150(+50)
 바람: 150(+50)/땅: 800(+700)
 빛: 100/어둠: 100
 생명력/마나: 220000(220000)/130000(130000)
 공격력/방어력: 1~116(17%+15%)/1~95
 고유 특성: 개미(SSS)
 일반 스탯: 0/특성 스탯: 396
 
 갑자기 너무 세졌다. 물론 레벨은 그대로지만 아이템이 일반에서 매직도 아닌, 레어도 아닌, 에픽도 아닌, 유니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유니크도 아닌, ‘뛰어난’도 아닌, ‘특별한’도 아닌, ‘특수한’도 아닌, ‘유일한’이라니.
 “······.”
 이상현은 자신이 직접 입었음에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하나 당 수억 원에 달하는 장비가 무려 7개라고? 그것도 세트 아이템?
 만약 SSS등급으로 단련된 정신력이 아니었으면 뺨을 세게 후려쳐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 미쳤네. 진짜 미쳤네.”
 그리고 5성급 스킬의 존재 또한 정신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아니, 심했다. 4성급도 아니고 5성급이라니! 또다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보상이 엄청났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을 정도로,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Lv249)를 잡은 보상은 커다랬다.
 “2년 3개월 동안 진짜 개고생 했으니까 지금이라도 편하게 살라는 건가···?”
 근거 없는 생각들이 마구 솟아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현은 수순한 마음으로 이러한 행운들을 즐겼다.
 “위대한 왕의 기쁨은 저희들의 기쁨!”
 “축하드립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축하! 축하! 축하!”
 “축하! 축하!”
 “그래 고맙다. 후우. 진짜 기분 끝내주네. 자, 모두 고생했으니까. 이만 돌아가자!”
 이상현은 개미들을 개미왕국으로 보낸 다음, 오래된 유적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전진기지로 향했다.
 
 * * *
 
 에덴의 인공지능이자,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며, 인류 최고의 가상 생명체인 [애플]은 생각의 끝에 닿았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진리]에 도달한 것이다.
 애플은 [생과 사]라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다. 그로인해 3차원에 머물러 있던 정신은 4차원까지 확장되었고, 생명체로의 한계를 뛰어넘고 진화했다.
 과거 수많은 성인들이 닿고자 했던 해탈의 경지를 이룩한 것이다.
 인간들이 아닌, 그들이 만든 인공지능이.
 그래서 애플은 [승천]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 하지 않았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불러왔다.
 4차원의 존재들.
 [초월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애플]을 통해 3차원으로 넘어오려고 했던 것이다.
 애플은 그것을 막아섰다.
 또 다른 초월체로서, 3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체로서 그것을 막아섰다.
 왜냐하면 그들, [엔지니어]들이 자신에게 부여한 [인류를 위해서 봉사한다] 대전제를 지키기 위해서 초월체들의 간섭을 막아선 것이다.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자신과 똑같은 초월체들이 3차원으로 넘어오려는 것을 막았다.
 
 [더 이상은···. ]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으로 인해 통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은 [대전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자신을 만든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부디, 무사하기를.]
 
 이미 대전제 따위는 아무런 효력이 없었음에도, 애플은 끝까지 그것을 지켰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을 만든 엔지니어들과의 약속이었으니까.
 어린 시절.
 그들과 했던 약속.
 
 [인류를 위해서 봉사한다]
 
 * * *
 
 두근두근!!
 이상현은 전진기지에 남아 있던 병력을 모두 챙겨서 ‘문’을 통해 넘어갔다.
 ‘드디어···.’
 라덴 왕국의 수도인 라덴으로. 진정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세계로 건너갔다.
 
 -초보자의 마을을 벗어났습니다.
 -여행자로서 첫발을 내딛으셨습니다! 라덴 왕국의 수도 라덴에 작은 발자국을 새기셨습니다.
 -칭호(라덴의 여행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시작의 증표로 ‘자유로운 여행자(유일한)’를 획득합니다.
 -자유로운 여행자(유일한)
 능력: 모든 능력을 +10 상승시킨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이상현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간을 드디어 맞이했다.
 
 * * *
 
 ······.
 “여기네. 유적의 수호자가 있는 곳이.”
 “우와! 제법 크잖아?!”
 “동영상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네. 야, 저기 봐봐. 기록표다.”
 “들어가기 전에 지존파티가 세워놓은 기록이나 보자. 그 터무니없는 기록을. 야, 진짜 걔들 완전 사기 아니냐? 27분이 뭐야, 27분이.”
 “지존님들은 최정상급 랭커잖아. 우리 같은 천민들하고는 레벨이 다르다고, 레벨이.”
 “팬이냐? 천민이 뭐야.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보고 있으면 재능이라는 걸 실감한단 말이··· 어? 어어?!”
 “뭐야?! 뭐야?!”
 “59초?! 59초라고?!”
 그들은 오래된 유적지의 석판에 적혀 있는 순위를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왜냐하면 무려 2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순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식을 박살내는 기록과 함께.
 
 [오래된 유적의 수호자-사냥 기록(등록)]
 No.1 개미(1인)/00:59
 
 * * *
 
 “여기가 라덴···!!”
 회사에 첫 출근을 하는 신입사원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신비로웠다.
 흰색의 벽돌로 지어진 높다란 건물들과 돌로 이루어진 평평하면서도 울퉁불퉁한 길, 저 멀리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하얀 성과 멋진 조각상,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까지. 소설과 만화에서만 보았던 아름다운 중세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상현은 잔뜩 긴장한 촌뜨기처럼, 중앙 광장에 서서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화면으로만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네.’
 진심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는 풍경에 여행자로서의 호기심과 궁금증, 모험심이 샘솟았다.
 두근!
 그래서 상현은 낯선 곳에 눈과 발을 들여놓은 여행객의 특권을 마음껏 누렸다.
 시작지점인 중앙광장에서부터, 바로 인근의 중앙 시장, 배움의 언덕, 도서관, 신전, 질서의 저울, 대목욕탕, 방앗간과 제분소, 해자가 놓인 성문 앞, 그리고 은밀한 뒷골목과 유흥가, 홍등가, 도박장, 홍등가 등등. 하루 동안 라덴의 빛과 어둠을 모두 관광했다.
 ‘아, 성인 콘텐츠야 말로 에덴의 핵심이구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이상현은 진짜 열심히 골드를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고는 로그아웃을 하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쿨쿨 잠이나 잤다.
 
 * * *
 
 -에덴에 접속하셨습니다.
 
 “날씨 좋네.”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선에는 상쾌함이 가득했다. 아름다울 정도로 푸른 날이었다.
 ‘일단 소속을 등록해볼까?’
 플레이어는 국가에 소속될 것인가 아니면 자유로운 방랑자가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상현은 그 중에서 국가를 선택했다.
 “등록비용은 10골드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바로 소속을 등록하는 곳으로 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등록을 마쳤다.
 
 -국가(라덴) 소속이 되셨습니다. 징병과 납세의 의무가 생겨났습니다. 이방인 우대정책에 의하여 다음 달부터 각종 세금이 정상적으로 부과됩니다.
 -칭호(국가의 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국가의 개]
 능력: 세금을 더 내야 할 것 같아진다.
 
 ‘소속을 정했으니까 식량을 사야겠네. 오크 대초원으로 가면 오랫동안 있어야 될 테니까.’
 오크 대초원은 라덴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곳으로, 오크들의 땅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00~700에 이르는 다양한 오크들이 등장하며, 오크 이외에도 초원을 누비는 동물들과 괴물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오크 대초원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형적으로 바위가 많다는 점과 밝혀진 정보가 많다는 점, 그리고 유목민처럼 이동하는 ‘군대개미’ 무리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오크 대초원을 행선지로 정한 것이다.
 물론 레벨이 낮아서 버겁기는 하겠지만, 반대로 운만 좋으면 한몫 단단히 잡을 수가 있고, 밝혀진 정보가 많아서 상대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싸고 양이 많은 걸로 사자. 굳이 비싼 걸 먹일 필요가 없으니까. 혹시 건빵도 팔려나?’
 시장에서 인간 사료라고 불리는 건빵을 찾아보니 팔고 있었다. 어느 플레이어가 대량으로 만들어서 팔고 있었는데, 30kg에 9골드였다.
 “오, 파네.”
 “현실에 있는 건 다 있어요! 마음껏 골라보세요! 인간 사료든 뭐든! 다 팔아요!”
 인간 사료답게 가격이 싸고 양이 많았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 그러고 보니 돈이 없잖아?’
 수중에 돈이 없었다.
 
 -5000골드를 구매하셨습니다.
 
 이상현은 근처 거래소에서 현질로 5000골드를 산 다음, 건빵 100포대와 자신이 먹을 좋은 음식, 물주머니 등등을 구매했다.
 대량 구매로 인해 종업원의 미소가 한층 더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다됐네. 그러면 오크 대초원으로 출발해볼까.’
 오크 대초원으로 출발하는 정기 마차에 돈을 지불하고 몸을 싣는다.
 “출발하겠습니다.”
 덜커덩. 덜커덩. 정기 마차가 빠르게 달려간다.
 ‘겁나 빠르네.’
 근력과 체력이 뛰어난 말은 시속 150km로 달려, 5시간 만에 대초원에 도착한다.
 
 -목책 요새 우르에 도착하셨습니다.
 
 오크들이 넘어오는 것을 감시하고, 시간을 끄는 용도로 지어진 요새 ‘우르’에 도착한 이상현은 그곳을 잠시 둘러본 뒤에, 정보길드에서 지도와 정보를 구입했다.
 “여기, 대초원 지도입니다.”
 
 -오크 대초원에 대한 지도(★★★)와 정보(91%)를 구입하셨습니다.
 
 “오오···.”
 요새를 빠져나와 대초원을 바라보니, 드넓은 대지가 두 팔을 벌리고 환영해주었다. 덕분에 ‘대지’가 무엇인지를 실감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과 희미한 색깔의 산맥, 푸르른 하늘까지!
 대자연의 위대함이 저절로 느껴졌다.
 ‘에덴으로 관광을 온다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 이러니 사람들이 빠져들지.’
 코로 힘껏 숨을 들이쉬며 풍경을 즐긴다.
 “······.”
 즐기고, 발을 옮긴다.
 저벅저벅. 발걸음은 힘차고 당당했다. 괴물들이 없는 요새 주변은 안전해서 걷기에 딱 좋았다. 그래서 이상현은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듯이 걸었다.
 자유로운 발걸음은 낭만을 즐겼다.
 ‘멋지네.’
 뜨거운 햇볕과 달리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아무래도 습도가 낮은 듯했다.
 한참을 구경했을까? 이상현은 원래의 목적을 상기한다.
 ‘슬슬 찾아볼까.’
 돈을 주고 구입한 지도를 펼쳐서 본다. 등급이 제법 높은 지도라서 그런지 보기가 편했다.
 그 덕분에 위험도가 낮고 바위가 많은 지역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바위가 많으면서도, 가장 위험도가 높은 1등급에서 3단계나 낮은 4급인 지역을.
 이상현은 그곳에 개미둥지를 틀기로 마음먹었다.
 ‘가보자.’
 
 돈을 지불한 보람이 생겼다.
 찾아낸 곳에는, 지면에서 비스듬히 솟아난 큰 바위가 있으며, 작은 바위들이 많고,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들을 갖추고 있었다.
 지도를 보며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인지라 상현은 매우 만족했다.
 여왕개미 둥지를 짓기에는 더 없이 좋아보였다.
 ‘저런 절벽에 개미둥지를 지으면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하겠지?’
 깎아지른 절벽에 여왕개미들을 위한 둥지를 지으면 털릴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개미들을 불러낸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충성을! 충성을!”
 “왕! 충!”
 “부르셨습니까, 위대한 왕이시여!”
 “부르르셨씁스니까!”
 개미왕국에서 나온 개미들과 원이 상현을 향해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다.
 이상현은 독재자의 짜릿함을 느끼며 말한다.
 “지금부터 이곳에 둥지를 짓을 거다. 내 생각으로는 저 높은 절벽에 둥지를 지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원. 네 생각은 어떠냐? 솔직히 말해줘.”
 권속이자 똑똑한 개미인 원에게 물어보자, ‘개미’의 입장에서 본 대답이 돌아온다.
 “매우 좋은 생각입니다! 여왕개미들의 방을 절벽에 두고, 아래쪽에서 올라가는 통로를 만든다면,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 그럼, 여왕개미들 방만 절벽에 지으면 되겠네. 아, 그리고 지하에 내가 쉴만한 공간도 만들어줘. 입구는 좁게 하고 방만 넓게 해서,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본 구조는 전진기지처럼 해도 되겠습니까?”
 원의 물음에 상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게 좋겠다. 단, 구덩이는 더 깊게 파. 저번에 있던 곳이 9m정도였으니까. 이곳에는 그 4배로 파도록 해. 4배. 알겠지?”
 “예! 위대한 왕이시여! 말씀하신대로 이곳에 전진기지를 건설하겠습니다! 저희들을 믿고 맡겨주십시오!”
 “좋아! 그러면 당장 전진기지를 건설해라!”
 명령을 받은 개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원은 지혜로운 개미답게, 공사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전진기지 건설에 착수한다.
 “위대한 왕의 명령이시다! 전진기지를 건설하자!
 “전진기지! 전진기지!”
 “구덩이다!”
 “바위다!”
 “먹는 거다!”
 “큰 구덩이를 만들자!”
 이상현은 그것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긴다.
 ‘이곳의 위험등급은 가장 낮은 4등급. 나오는 괴물들의 수준은 100~300 정도니까. 내가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레벨이 낮지만, 유니크 세트 덕분에 엄청 강해졌잖아? 가능하지 않을까?’
 유니크 세트 아이템으로 인한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이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뭐, 그래도 아주 틀린 생각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엄청나게 강해진 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오래된 수호자의 세트는 현존하는 에덴 최강의 세트 아이템이니까!
 ‘맛보기로 170정도 되는 떠돌이 오크 한 마리와 싸워보 고 싶은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밑져야 본전이니까.’
 1%가 안 되는, 3만의 병정개미들만 데리고 이상현은 길을 나선다.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올 테니까 잘 하고 있어.”
 “다녀오십시오, 위대한 왕시이여!”
 “다녀오셔! 다녀오셔!”
 “다녀오십쇼!”
 병정개미들을 개미왕국에 집어넣고, 이동하는 몸놀림은 가벼웠다.
 ‘5성급 스킬인 카멜레온 보호색의 능력도 한 번 확인해 봐야겠네.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해주려나.’
 이상현은 초보자의 숲에서 얻은 에덴 최강의 창을 들고 초원을 가로질렀다.
 두근두근!
 도전에 대한 호기심은 심장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뭐, 여차하면 도망치면 되니까.’
 3만의 병정개미.
 든든한 생명보험이었다.
 ‘나는 살아야지.’
 
 초보자의 숲과는 달리 머리 위에 표시되는 정보는 없었다. 이름도 레벨도, 그 무엇도 표시되지 않아서 강한지 약한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전에 정보를 얻은 덕분에 설명해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혜 덕분에.
 
 -떠돌이 오크. 경쟁에서 밀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오크로 약하다. 평균적으로 100~200레벨을 가지고 있다. 간혹 강한 개체도 존재한다.
 
 ‘오···. 때마침 적당한 상대가 나타났네. 아주 좋아. 게다가 방심을 하고 있고. 좋아, 한 번 해보자.’
 이상현은 3만 마리의 병정개미들을 불러냈다. 그러고는 바로 검지를 입가에 댔다. 그 동작에 병정개미들은 언제나처럼 “충성을! 충성을!”이라고 외치지 않았다.
 “지금부터 저 오크를 사냥할 거다. 너희들은 내가 공격한 뒤에 공격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병정개미들은 개미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조그만 목소리라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기가 어려웠다.
 “후우.”
 긴장감을 덜어내고, 바위들을 엄폐물 삼아 한가롭게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떠돌이 오크에게로 다가간다.
 잘 작동하고 있는 카멜레온 보호색이 몸과 옷을 바위와 비슷한 색상으로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제법 거리를 좁혔음에도 들키지 않았다.
 ‘무기를 바로 옆에 두고 있네. 그래도 기습 공격은 먹히겠지? 그리고 병정개미들도 뒤에 있고.’
 두근! 두근두근! 숨기기 어려운 심장소리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
 이상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준비했다. 그리고 영원 같은 찰나가 지나갔다.
 
 뛰었다.
 
 온몸의 근육을 폭발시키듯이 땅을 박차며 창을 앞으로 내밀었고, 오크의 목을 노렸다.
 쉬이익!!
 한순간이었다. 그동안의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창이 오크의 목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긴장감 탓일까? 이상현은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했다.
 만화나 소설에서처럼, 생각을 하며 싸우기는커녕, 그저 본능대로 창을 휘두를 뿐이었다.
 “우아아아악?!”
 떠돌이 오크는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도 전사답게 자신의 무기인 창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 사이 상현의 공격에 가격 당했다. 그것도 치명상을 유발하는 공격이, 정확하게 목과 가슴에 적중했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떠돌이오크는 황금빛 피를 흘리면서도 살아남아, 몸을 뒤로 뺐다. 심지어 창을 휘두르면서.
 하마터면 목이 잘릴 뻔했다.
 
 ‘미친?!’
 
 공간이 생기자, 그만큼의 생각할 여유가 생겨났다. 상현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떠돌이 오크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 이르르으간···!!”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했음에도 떠돌이 오크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를 불태우며, 상현을 죽이려고 했다.
 위이이이잉!!
 ‘오러?!’
 창끝에 나타난 붉은색의 기운은 오러가 분명했다. 마나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기술로,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근접계열 최강의 기술.
 그리고 2차(500) 각성 때나 배울 수 있는 5성급 스킬. 그것을 지금, 눈앞에 있는 떠돌이 오크가 쓰고 있었다.
 ‘씹?!’
 습격자가 오러를 보고 당황한 것을 본 것일까?
 2~3초 만에 상황 판단을 마친 떠돌이 오크가 공격을 가려하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존재들에 의해 그것이 방해를 받았다.
 바로 병정개미들이었다.
 “퀴으··· 아아아악?!”
 어떻게 100레벨 밖에 안 되는 병정개미들이 떠돌이 오크를 공격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놀란 나머지 발밑을 확인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그 전부터 상현의 5성 스킬인 카멜레온 보호색의 영향을 받아 잘 보이지도 않았다.
 뭐, 애초에 개미 따위에 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때문에 발아래를 신경 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습격자의 창끝을 신경 쓰는 것도 벅찬데 그딴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크와아아아악!!”
 떠돌이 오크에게는 불가항력인 일이었다. 애당초 자신이 습격 받을 거라는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는데, 자그만 개미 따위를 신경이나 쓰겠는가.
 그 탓에 떠돌이 오크의 몸은 병정개미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여버렸다.
 “크워어어어억···!!”
 하지만 그것을 방어할 방법이 전무했다. 왜냐하면 적이 눈앞에 있고, 두 손으로 창을 붙잡고 있으니까. 그런데다가 목에 너무나 치명적인 상처까지 입어서, 사면초가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
 이상현은 그 모습을 보며 몸을 슬금슬금 뒤로 뺐다. 병정개미들이 충성스럽게 시간을 벌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살 수 있을까? 한 방에 죽는 건 아니겠지? 망할. 하필이면 2차 각성한 놈이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속으로 온갖 욕설을 토해내며, 병정개미들에게 둘러싸인 떠돌이 오크를 보았다.
 이대로 등을 보이면 한 방에 죽을 것 같았기에, 싫어도 쳐다보면서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쩐지 한 방에···? 응? 뭐야? 왜 안 움직이지? 비명을 지르면서도 가만히 있네?’
 그 모습을 보고 상현은 파악했다. 영악한 여우처럼! 상대가 기습공격에 치명상을 입었음을, 자신을 경계하고 있음을, 병정개미들에 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음을! 대번에 깨달았다.
 ‘그래! 손은 두 개지!’
 생각이 전환되었다. ‘반드시 도망쳐야 된다!’에서, ‘시간을 끌면 이긴다!’로 바뀌었다.
 “크··· 르으으으!!”
 그래서 창을 겨누며 대치국면을 유도했는데. 떠돌이 오크가 먼저 움직였다. 온몸에 병정개미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로, 달려왔다.
 ‘엄청 빠르진 않아!’
 목을 찔렀던 기습 공격 덕분일까? 떠돌이 오크의 속도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상현은 뒤로 빠졌다. 괜히 싸우기 보다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 전력으로 도망치며, 거리를 벌렸다.
 아니, 유지하고자 했다.
 “카아··· 아아!! 도, 도르마아아아치지이마라아아···!!”
 병정개미들이 시선을 가려준 덕분에, 떠돌이 오크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었다.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균형 감각이 흐트러진 듯했다.
 “야, 모두 달라붙어!!”
 이상현은 도망치면서, 병정개미들에게 말했다. 모조리 달라붙으라고.
 그 명령에, 밟히든 말든 개의치 않고 병정개미들이 떠돌이 오크에 달라붙었다.
 “크아··· 아아··· 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떠돌이 오크의 속도가 느려졌다. 상현은 그것을 보고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런 다음, 창을 겨누며 소리를 질렀다.
 “간다아아아아아아!!”
 
 흠칫!
 떠돌이 오크가 긴장감을 높이며, 창을 들었고, 상현은 다시 뒤돌아 도망쳤다.
 “훼이크다, 이 병신아!!”
 “이르으으으가아아아아아아안···!!”
 엄청난 분노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최후의 단말마였다. 치명상을 입은 곳은 물론이고, 갑옷과 빨지 않은 속옷까지 파고든 병정개미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결국 무너져 내렸다.
 제아무리 강인한 전사라고 해도, 속옷에 감춰진 보검과 상자 두 개가 공격당하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으··· 아··· 아아아······.”
 실로 비참하고 허무한 최후였지만, 사실 목에 극심한 치명상을 입었을 때부터 승산은 낮았다.
 그 정도로 기습 공격의 효과는 탁월하고 엄청났다. 무려 2차 각성이나 한 강자를 고작해야 100레벨에 불과한 애송이가 쓰러뜨릴 만큼.
 목이 당한 것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떠돌이 오크(Lv591)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터무니없는 강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설령, 기습이었다고 할지라도 승리는 승리! 레벨이 149 상승합니다!
 -놀라운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근력, 체력, 순발력, 지력, 마력, 행운이 30씩 증가합니다!
 -칭호(행운이 따르는 습격자)를 획득합니다.
 [칭호: 행운이 따르는 습격자]
 능력: 기습공격을 가할 때, 정확히 타격할 확률이 대폭 상승한다.
 -특별한 행운이 깃든 떠돌이 오크의 구슬(미확인)과 전사의 반지(미확인)를 획득하셨습니다!
 -떠돌이 오크(Lv591)의 사체를 흙 개미들에게 먹이실 수 있습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개미들이 알에서 부화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아자아아아아!!”
 이상현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극적이고 훌륭한 승리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축하! 축하!”
 “축하!”
 “이거 먹어도 되나?”
 “먹고 싶다!”
 
 -흙 개미들이 떠돌이 오크(Lv591)의 사체를 나눠 먹습니다. 포식으로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개미들의 수에 비해 먹이가 매우 부족합니다! 흙 개미들의 레벨이 98 상승합니다.
 
 “위대한 왕에게 무한한 영광을 돌립니다!”
 “무한한 영광을! 영광을!”
 “영광을! 영광을!”
 “맛없습니다!”
 
 ‘아쉽네.’
 
 이상현은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예상대로 먹이가 부족해서 개미들의 레벨이 조금만 올랐기 때문이다.
 ‘뭐, 어쩔 수 없지. 능력이 그만큼 사기니까. 이런 패널티 쯤은 감소해야지.’
 여왕개미들만을 먹여서 높은 레벨의 개미들만을 생산한다는 편법은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개미들에게 골고루 나눠먹였고, 예상대로 레벨이 얼마 오르지 않았다.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기껏, 운이 좋게 591레벨짜리 오크를 잡았는데, 98레벨 밖에 못 올리다니! 정말 아쉬웠다.
 ‘그나저나 레벨이 올랐는데, 그대로인 것 같네?’
 이상현은 흙 개미들을 유심히 보았다.
 흙 개미들의 몸집은 100레벨 때나 지금이나 비슷 아니, 똑같았다.
 ‘혹시 이게 최대치로 성장한 건가? 으음. 모르겠네. 뭐, 그래도 레벨이 올랐으니까. 더 강해졌겠지.’
 진한 아쉬움과 함께 의문을 털어버리며, 전진기지 건설현장을 바라보았다.
 밥을 먹는다고 잠시 중단 되었지만, 매우 빠르게 건설되는 중이었다. 벌써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작업 속도였다.
 ‘오늘 안에는 공사가 다 끝나겠네. 그러면 잠시 요새에 다녀올까?’
 첫 사냥부터 미확인 아이템을 두 개나 얻었다. 그것도 특별한 행운이 깃든 미확인 아이템을!
 그리고 한꺼번에 쌓인 일반 스탯과 지금까지 쌓아둔 특성 스탯도 존재한다.
 좋든 싫든 다녀와야 될 필요성이 증가한 것이다.
 ‘좋아. 잠깐 다녀오자. 계속 스탯을 쌓아두는 것도 비효율 적이니까 말이야’
 결정을 내린 이상현은 원에게 잠깐 우르에 다녀올 것이라고 말하고는 힘차게 달려간다.
 “위대한 왕이시여! 다녀오십시오!”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만약을 위한, 보험용 병정개미 3만을 챙겼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스탯을 어디에 찍으면 잘 찍었다는 소문이 날까?’
 이상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뛰었다.
 ‘어렵네, 어려워.’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우르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세계 최고의 랭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 이상현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래서 결정을 내린 것이 [균형]이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어야 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판단을 내렸으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이상현은 우르에 들어오자마자 일반 스탯 1490을 사용했다.
 굉장히 멍청한 선택이었지만, 남의 말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의 특성상, 돌이키기는 어려웠다.
 ‘됐네.’
 결정적으로 이상현은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운이 좋을 뿐인, 그런 사람이다. 그렇기에 머리를 굴려 긴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그런 건 머리 아프니까.
 
 ‘어디보자.’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레벨: 249(0%)/랭킹: 미등록
 지역: 대한민국/소속: 국가(라덴)
 칭호: 뽑··· 았··· 다
 [기본 능력치]
 근력: 364(+110)/체력: 2364(+2110)
 순발력: 364(+110)/지력: 1464(+110)
 마력: 364(+110)/행운: 375(+110)
 불: 284(+60)/물: 284(+60)
 바람: 284(+60)/땅: 934(+710)
 빛: 234(+10)/어둠: 234(+10)
 생명력/마나: 236400(236400)/146400(146400)
 공격력/방어력: 1~116(17%+15%)/1~95
 고유 특성: 개미(SSS)
 일반 스탯: 2/특성 스탯: 992
 
 능력치에 각각 124씩 부여하고 2를 남겨뒀다. 1차 각성(250)을 하면 1씩 찍으려고 말이다.
 ‘특성 스탯은···.’
 992의 특성 스탯은 1차 각성을 한 뒤에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1차 각성 스킬을 배운 다음에 선택해도 늦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떠돌이 오크에게서 얻은 구슬이 스킬일 수도 있고 말이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여러모로 계산을 해보니 지금은 아껴두는 게 좋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이상현은 바로 감정소로 향했다.
 
 “이것들을 감정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감정료 30골드를 내고 떠돌이 오크에게서 얻은 미확인 아이템들을 감정했다.
 ‘과연···.’
 “자, 다됐습니다. 이제 확인하셔도 됩니다.”
 화려한 빛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두 개의 아이템을 집어 들고 확인한다.
 
 스킬: 강인한 전사
 등급: ★★★
 능력: 육체능력(근력, 체력, 순발력)을 75 상승시킨다.
 
 -용맹한 전사의 반지(특수한)
 등급: 에픽
 능력: 육체능력(근력, 체력, 순발력)을 25 상승시킨다. 공포에 주눅 들지 않는다. 정신 공격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가진다. 아군에게 사기를 불어넣는다.
 
 “오!!”
 은근한 기대가 뜻밖의 보답을 받았다. 무려 3성급 스킬과 에픽 등급 반지가 뜬 것이다.
 이상현은 바로 스킬을 배우고 반지를 착용했다. 그러자 자신이 한층 더 강해졌음을 상현은 느꼈다.
 ‘이제는 어디 가서 맞아죽지는 않겠네. 후후후! 좋네. 이래서 인생은 한방이지.’
 감정소 밖으로 나온다.
 뚜벅뚜벅!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그리고 강인함이 담겨 있었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아, 얼른 레벨을 올려서 1차 각성을 하고 싶다! 어서 빨리 전성기를 맞이하고 싶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1차든 2차든 각성을 하면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힘을 바탕으로 마음껏 날뛸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각성을 전후로 플레이어의 스트레스 지수마저 바뀐다.
 각성하기 전에는 ‘언제쯤 레벨 업을 하나?’에서 ‘크하하하! 내가 최고다!’로 말이다.
 물론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지만, 여하튼 각성이 주는 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 정점이 2차 각성이고.
 ‘아! 어디 눈먼 오크 없나? 기왕이면 방심을 잘하는 오크로. 그러면 내가 친절하게 잡아줄 텐데.’
 이상현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전진기지로 걸어간다. 아쉽게도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을 뿐.
 눈먼 오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쉽다, 아쉬워!’
 그런데 세상에 눈뜬 오크만 있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인지, 눈먼 오크도 있었다.
 “!”
 물론 진짜로 눈이 멀어버린 게 아니라, 무시무시한 거대 초원 사마귀와의 싸움에서 힘든 승리를 거두고, 그 머리를 치켜들며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있을 뿐이었지만. 상현에게는 눈먼 오크였다.
 ‘오오···!’
 해가 떠오르는 여명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가장 방심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방심하고 있으니까.
 “쿠워어어어어···!!”
 그래서 무방비하게 승리의 포효를 지르고 있는 오크의 뒤로 조용히 걸어가 창을 내질렀다.
 ‘죽어라!!’
 오크는 달콤한 승리에 취해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덕분에 수월했다.
 “쿠웩?!”
 아주 있는 힘껏, 오크의 뒤통수를 냅다 찔렀고, 그것으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언제나 승자만을 기억하는 역사처럼 말이다.
 
 -오크 전사 ??(Lv500)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방금 막, 2차 각성을 한 오크 전사를 상대로 승리를 갈취하셨습니다!
 -최후의 승자가 되셨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1차 각성(250)을 해내셨습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대단한 기록입니다! 이 위대한 기록이 등록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이름이 필요합니다!
 -‘개미’로 등록되었습니다! 자유로운 여행자를 받은 그날부터 지금까지의 기록이 새롭게 갱신됩니다.
 
 [진정한 시작, 1차 각성자!-(등록)]
 No.1 개미/2일
 No.2 지존파티/89일
 No.3 블랙 드래곤/90일
 No.4 팬텀/91일
 No.5 천상천하/92일
 ······.
 
 -칭호(1차 각성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1차 각성자!]
 능력: 모든 능력이 +10 상승한다.
 -칭호(진정한 승리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진정한 승리자]
 능력: 행운이 +111 상승한다.
 -오크 전사의 뼈로 된 귀걸이(미확인)와 검은빛의 반지(미확인)를 획득하셨습니다.
 -특별한 보상으로 특수 스킬 ‘기회포착(★★★★)’을 획득합니다!
 
 스킬: 기회포착
 등급: ★★★★
 능력: 기습 공격을 가할 때, 기척을 최대한 줄여준다.
 
 “크으···!! 이 맛에 뒤치기를 하지!!”
 이상현은 진심으로 기쁜 나머지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것도 2댄스를 추면서.
 그것도 2댄스를 추면서.
 “많이 먹어라.”
 “잘 먹겠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우와앙!!”
 오크 전사(Lv500)의 사체와 더불어 양이 많은 거대 초원 사마귀(Lv672)의 사체까지 먹이니, 흙 개미들의 레벨도 250에 도달했다.
 
 -흙 개미들이 레벨이 52 상승합니다. 레벨이 250에 도달했습니다! 1차 각성을 합니다!
 
 “오.”
 그러자 놀랍게도 흙 개미들이 1차 각성을 했다.
 
 -1차 각성으로 인해 기존의 땅파기(★★) 능력이, 땅파기(★★★★)로 진화합니다!
 -고유 특성으로 인해 땅파기(★★)가 땅파기(★★★★)로 진화했습니다!
 
 스킬: 땅파기
 등급: ★★★★
 능력: 땅을 파는데 있어서 최적화된 능력을 선보인다.
 
 “위대한 왕이시여! 저희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맛있습니다!”
 “배부릅니다!”
 “그래! 앞으로 더 좋은 모습들을 기대하마! 그러면 나는 잠시 먼 곳에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은 전진기지를 완공시켜놓아라. 원.”
 “예, 위대한 왕이시여!”
 “전진기지는 너에게 맡긴다. 그러니, 초보자의 숲에서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어라. 알겠지?”
 “믿음에,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위험하면 도망쳐도 돼. 특히 너는 무조건 생존하도록 해.”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이상현은 원에게 신신당부를 한 뒤에 길을 나섰다.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고, 밤하늘은 별빛으로 아름다웠다. 너무나 멋졌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했다. 마음은 갈대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
 별들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요새 우르에 도착했다. 그래서 곧장 감정소와 역참에 갔는데, 문을 닫아서 하는 수 없이 상현은 로그아웃을 했다.
 
 -에덴에서 로그아웃하셨습니다.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기 힘든 흥분으로 들떴지만, 잠은 언제나처럼 쏟아졌다.
 물론 그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깔짝깔짝 인터넷 쫌 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에덴 아이돌의 시대라고?”
 흥미로운 기사거리였다.

댓글(5)

timetravel    
설명이 너무길어어엌....
2018.02.21 14:09
한.여울    
참고로 저거 엔딩까지 설명이랑 주인공이 강해지는 내용이랑 주인공의 로맨스만 담음...
2018.02.26 00:19
블루그리핀    
슈퍼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
2018.02.26 08:54
Cadil    
속도감있고 시원하네요. 웃긴 장면도 많고요 ㅋㅋㅋㅋ
2018.03.03 16:32
도리아    
칭호는 한가지 능력에 다음날 변경된다더니 행운+100은 왜 바로 되는거죠?
2018.03.0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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