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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8.02.09 조회 913 추천 5


 강의 너비 때문에 상당히 떨어져 있었지만 신일에게 그들의 말소리가 닿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신일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화가 날 정도였다.
 
 ‘피가 좀 묻었다고 나보고 좀비라니!!’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신일에게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될 리 없었다.
 
 신일은 자신이 몸에 묻은 피만 씻으면 모든 오해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 얼른 씻으려고 물가로 다가갔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내가 씻고 나서 보자. 나보고 좀비라······.”
 
 신일은 씻으려고 물속을 들여다보다 물속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식겁을 하고 말았다.
 
 털썩.
 
 “엄마야······.”
 
 물에 비친 끔찍한 존재의 모습에 신일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앉은뱅이가 되어 버린 듯 일어서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다시금 물속에 비친 좀비를 바라보았다.
 
 아무렇게나 잘려 나가 산발이 된 머리에 피골이 상접한 외형, 몸에 칠해진 토끼 피. 그리고 요사스럽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
 
 “······역시 나구나.”
 
 가위를 집어 던져 잘린 듯 절반만 남은 머리카락과 낯익은 가느다란 팔목이 자신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쳇······.’
 
 신일은 답이 안 나오는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피범벅을 빼면 하고 사는 꼴이 게임 밖과 다를 것이 없었기에 도망치던 마트 직원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청소를 한 상태라 더러움까지 추가되었을 테니 피범벅과 비슷했을 것이었다.
 
 동시에 마을 상인들의 반응도 이해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도 흔들어 보고 표정도 찡그려 보았으나 역시나 물에 비친 모습은 부정할 수 없이 자신이 분명했다.
 
 신일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황을 최대한 좋게 이끌기 위해 선량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역효과였다.
 
 “······.”
 
 신일은 가장 앞에 서 있는 토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아까?’
 
 토르의 표정으로 보아하니 사람들의 목적을 알 것도 같았다.
 
 “헤헤, 여러분 오해가······.”
 
 신일은 떨리는 얼굴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휘익, 퍽.
 
 신일에게는 왜 누구든 변명할 기회를 안 주는지 이번에도 말을 마치기 전에 반대편에서 화살이 날아와 신일의 발치에 박혔다.
 
 물론 화살을 바라보는 신일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신일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는 아이템을 갈구하는 빛만 불타고 있었다. 애초에 좀비의 말을 들을 이유 따위는 없는 것이다.
 
 ‘미치겠네!!’
 
 신일만 죽을 맛이었다.
 
 “하, 하하! 여러분. 바쁘신 것 같은데 저는 이만······.”
 
 신일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번 어색하게 웃어 보인 후, 재빨리 뒤로 돌아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항상 신일을 본 사람이 도망치던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일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그들이 아니었다.
 
 파바박.
 
 신일이 있던 자리에 여러 대의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아직 초보들인데다 냇가가 상당히 넓어 명중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신일에게는 행운이었다.
 
 하지만 신일은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에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더욱 힘차게 달려야 했다.
 
 ‘젠장! 빌어먹을! 염병할!!’
 
 신일의 몸은 순발력이 1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들판을 갈랐다.
 
 역시 인간의 잠재력은 위대했다.
 
 “묘지로 돌아가기 전에 잡아야 해요!”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 유저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신일을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외치고는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좀비워리어는 묘지에 들어가면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있는 대로 끌어 모으기에 이 정도 인원으로는 잡기는커녕 몰살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이 아니면 잡을 기회가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도 그녀를 따라 재빨리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리가 한 번에 한 명씩밖에 건널 수 없게 되어 있는 데다 밧줄로 대충 만들어 놓아 빠르게 건널 수가 없었다.
 
 다리만 없었다면 발 빠른 궁수 유저들에 의해 진즉 잡혔을 신일이었지만 그들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상당한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순발력이 낮은 탓에 신일과 그들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헉, 헉.’
 
 신일은 저질 체력 탓에 얼마 달리지 않아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숨이 가빠 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속도가 줄어들기만 하면 날아오는 화살 덕에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더 드림의 시스템 상, 공격 대상이 유저인지 몬스터인지 알려 주는 메시지는 전무했다.
 
 사람과 몬스터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구분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고, 자신을 몬스터로 착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신일만 개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때 신일의 귓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 체력이 1, 순발력이 1 증가했습니다.
 
 
 
 벌써 2번째였다.
 
 스텟의 한계를 뛰어넘어 죽을힘을 다해 달리자 능력치가 올랐고 이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보충되고 속도가 빨라지는 탓에 아직도 잡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화살을 쏘면 닿을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졌는지 화살이 간간이 옆을 스쳐 지나갔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잡힐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체력이 바닥나고 이제는 생명력마저 떨어지는 상황이라 화살 한 발, 한 발에도 죽음의 위기를 느껴야 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신일의 어깨에 화살이 두 번이나 스치고 지나갔을 때, 저 멀리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여기가 거기였구나! 재수도 더럽게 없지······.’
 
 신일은 그제야 인터넷에서 본 좀비가 나타난다는 사냥터가 떠올라 스스로를 질책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좀비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몰라도 뒤에 쫓아오는 무식한 사람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신일은 마지막 남은 체력을 쥐어짜 공동묘지 쪽으로 내달렸다.
 
 언젠가부터는 능력치가 올랐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이제는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자 조금이나마 힘이 돌아오는 듯했다.
 
 “헉, 헉. 젠장.”
 
 신일이 공동묘지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뒤쫓던 사람들은 제자리에 멈춰 섰다.
 
 더 이상 쫓아가면 좀비들에게 몰살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일보다는 레벨과 스텟이 높다고 해도 그들 역시 사람이다. 그렇기에 신일을 쫓아 엄청난 거리를 뛰는 것은 힘들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아이템에 대한 욕망이 그들을 한참 동안 뛰게 했는데 이제는 뛰어도 별수가 없게 되었다.
 
 “에이, 아까워. 제길.”
 
 대박을 눈앞에서 놓친 그들은 아쉬움이 너무 컸기에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5
 
 
 
 
 
 공동묘지로 뛰어 들어간 신일은 뒤에서 사람들이 더는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 채, 뛰고 또 뛰었다.
 
 공동묘지는 입구만 제대로 구색을 갖추고 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야산에 가까운 모습이라 한참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일은 생명력마저 간당간당한 상황이 되어 쓰러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헉, 헉.”
 
 생명력의 고갈로 자리에 쓰러진 신일은 몇 년 만에 이렇게 뛰는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않았다.
 
 다행히 사람들이 더는 쫓지 않았기에 신일은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어차피 더 뛰라고 했다간 그냥 죽겠다고 할 정도로 힘들었다.
 
 “이게 무슨 꼴이냐······.”
 
 한참을 쉬어 생명력과 체력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신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급하게 달려오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크기의 묘비, 아무렇게나 자라난 나무와 풀. 그리고 어슬렁거리는 좀비들······.
 
 “······!”
 
 묘지에는 신일처럼 가짜가 아닌 진짜 좀비들이 곳곳에 수없이 많이 있었다.
 
 용케 좀비가 없는 곳으로만 왔는지 아니면 있었는데 보지 못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였다.
 
 ‘제, 젠장.’
 
 신일은 왔던 길로 도망치려고 곧바로 몸을 틀었지만 어느새 달려온 길 쪽에도 좀비들이 하나둘 나타나 도망칠 길마저 차단되어 있었다.
 
 신일은 그들의 엄청난 숫자와 이빨을 바라보며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잡히면 무기에 찔려 죽지만 좀비들에게 잡히면 식사가 된다.
 
 ‘으으, 어쩌란 거야!’
 
 신일은 좀비들을 바라보며 공포에 몸서리쳤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좀비들의 모습을 본 순간, 놀라 자빠질 정도도 좀비들의 모습은 끔찍하게 생겼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신일은 꼼짝없이 자리에 발이 묶여 버렸다.
 
 언제 좀비들이 공격해 올지 몰랐기에 쉽사리 발을 떼기도 어려웠다.
 
 ‘어쩌지? 어쩌지?’
 
 신일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덤비자니 물어뜯길 것이 뻔했고, 도망치자니 좀비가 사방을 포위하고 있어 불가능해 보였다.
 
 ‘저건 뭐지?’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신일의 눈에 저 멀리 오두막이 보였다.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게 깨끗해 보이는 오두막이었지만 신일은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저기까지만 가면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오두막과 신일은 적어도 200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었는데 좀비들에게 들키지 않고 저곳까지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그 전에 좀비들이 눈치채고 달려들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물론 일단 좀비들이 달려들기 시작하면 결과는 뻔하다.
 
 ‘미치겠네!’
 
 신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날도 저물어 올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곳은 더욱 무섭게 변할 것이 뻔했다.
 
 ‘자, 박신일! 너라면 할 수 있어, 너라면!’
 
 잠시 후 신일은 오두막으로 뛰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스스로 최면을 걸기 시작했고 부처님부터 시작해 온갖 신이 다 나왔다.
 
 그러고는 숨을 몇 번 고르더니 오두막을 향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뛰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가 죽느니 약간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그쪽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제발, 더 빨리!!’
 
 신일의 순발력은 사람들을 피해 달려오는 동안 많이 올라가서 이제는 일반인 정도의 속력을 낼 수 있었지만, 신일에게는 너무나도 느리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꽁지 빠지게 뛰는 신일을 향해 달려들어야 할 좀비들이 허무한 눈빛으로 멍청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신일에게는 천운이었다.
 
 신일은 200미터라는 거리를 전력으로 달려 오두막에 도착했다.
 
 물론 도중에 공격하는 좀비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신일은 앞뒤 볼 것 없이 일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끼익, 쾅!
 
 ‘헉, 헉!’
 
 문이 닫히자 신일의 얼굴에 살았다는 기색이 만연하게 피어올랐다.
 
 밖으로 나가 마을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는 문제였지만, 최소한 밤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으니 좀비와 밤을 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다.
 
 그때 오두막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는 인간인 것 같은데 여기는 웬일인가?”
 
 오두막 안에는 작은 침상 하나와 책상이 놓여 있었고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한 중년 남자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중이었다.
 
 

댓글(2)

아르테미나    
사람, 몬스터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되서 시스템적으로 없는데 구분 못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는건 뭔소리죠ㅋㅋ 그럼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죠. 이건 뭔 설정인지ㅋㅋ
2019.01.26 07:24
야한69리키    
내용이 개판이네
2022.09.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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