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와 어미의 희생으로 탄생한 저주의 전설 「무맥」!
-일찍이 남아로 태어나 검정에 몸을 담았으나 모든 것이 부질없고 덧없음을 알았소. 그러나 이제 한 몸을 바쳐 천하와 소림을 구한다면 내게는 더없는 영광이 아니겠소.
-목숨이란 언제 달아날지 모르는 덧없는 것이 아닙니까. 이 덧없는 목숨을 바쳐 한 영웅이 탄생한다면 곧 무가 유로 변하는 것이지요. 소녀는 아무런 후회 없이 기쁨으로 석존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구…웅!
터질 듯한 정적 속에서 다시 한 줄기의 웅장한 범종음이 울려퍼졌다. 그것이 신호인 듯 제석평의 뒤쪽에서 십팔나한이 단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어깨에 메고 있던 길고 투명한 수정관을 곧 단 아래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주시하던 천오대불이 우수를 가볍게 들어 보이자 여인의 몸이 그대로 둥실 허공으로 떠오르며 스스로 관 속으로 들어갔다.
스윽……!
이내 뚜껑은 단단히 닫혀졌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장엄한 불송이 흐르는 가운데 수정관은 조사동 안으로 사라져 갔다.
그것을 지켜보는 천오대불의 노안에 언뜻 한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맺혔다.
‘아미타불… 석존이시여! 부디 용서를…….’
위대한 역사의 장을 여는 오월의 십오야는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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