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임페리얼 랜서

임페리얼 랜서 1화

2018.07.02 조회 8,226 추천 90


 #프롤로그
 
 
 
 기병과 포병과 보병의 조합은 성삼위일체, 성삼위께 영광을!
 
 -황제 페로우
 
 
 
 
 
 제국력 6년, 제국 동부 최전선, 바르딧슈 지방.
 
 ‘제기랄.’
 
 레흐는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단지 10미터 거리를 두고 적들은 방진을 완성했다. 고작 200명이서 방진이라니.
 
 방진의 크기는 매우 작았지만 병사들의 대오가 매우 두꺼웠다.
 
 방진이 아닌 밀집대형이라고 봐야 할 정도였다.
 
 그의 애마 샤롯데가 거칠게 투레질을 했다.
 
 레흐는 애마의 목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불만을 위로해 주었다.
 
 목표를 잃은 창끝이 하늘을 향해 뻗었다.
 
 “방진에서 물러나! 저들이 사격하기 전에 물러나!”
 
 소령이 그렇게 소리를 쳤지만, 레흐는 조소를 머금었다.
 
 패잔병들이 도망가느라고 바쁘지, 무슨 수로 머스킷을 장전했겠는가?
 
 대개 겁먹은 패잔병들은 추격하는 기병을 보면 유효사거리에 들어오기 전에 머스킷을 쏴 버렸다.
 
 하지만 그의 애마의 머리는 방진의 반대로 향하고 있었다.
 
 머스킷을 쏘지 않아도 총검 바늘로 가득한 선인장에 돌진하고 싶지도, 그의 애마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방진에서 대략 60미터 이상 떨어진 후 동료들과 함께 방진의 주변을 맴돌았다.
 
 사실 말을 탄 기병에게는 60미터도 그리 안전한 거리는 아니었지만(기병은 매우 큰 표적이니).
 
 레흐를 포함한 그들은 전공을 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조금 있으면 말 여섯 마리가 이끄는 8파운드짜리 무게의 포탄을 쏘는 기마포가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머스킷볼 50발이 깡통 포장된 산탄이 발사될 것이며, 저들의 방진 일부가 무너지면 단숨에 그곳으로 밀고 들어가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일 것이다.
 
 방진을 도는 내내 창기병들의 흥분은 고조되었고 말과 기수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갔다.
 
 말 땀 냄새가 진동했다.
 
 그것은 마치 벌거벗은 미인이 침대에 누워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데도 침대로 달려들지 못해 애간장이 타는 것과 같았다.
 
 ‘적절한 비유군.’
 
 레흐는 미소를 지었지만, 먹이를 사냥하는 부엉이처럼 방진 쪽으로 차가운 시선을 고정했다.
 
 저들의 가장 바깥쪽 열은 총검은 내민 채 접근을 방지했지만, 뒤쪽과 안쪽 열들은 열심히 머스킷을 장전하는 것이 보였다.
 
 “레흐, 너무 접근하지 마!”
 
 제로스 소위가 소리쳤다.
 
 정말로 참견 많은 엘프 녀석이다. 자신의 말에 유니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주제에······.
 
 유니콘은 근래에 보기가 힘든 순백의 비단처럼 아주 아름다운 백마였지만, 그의 샤롯데보다 느린 녀석이었다.
 
 그렇지만 레흐는 공적을 놓칠까 조바심이 났다.
 
 저기 있는 저놈들을 몰아세우느라고 다른 놈들을 이미 놓쳤고 다른 기병연대 녀석들의 제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놈들은 놓친다면 영관급 장교로 진급할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인 명예 훈장을 받지 못한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머스킷의 총격과 함께 그는 모자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총알이 그의 모자를 뚫고 지나간 것이었다.
 
 짜증이 난 그는 말고삐를 방진 바깥쪽으로 몰았다.
 
 그가 맞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의 샤롯데가 다치기라도 하면 치료비가 감당이 안 될뿐더러 죽기라도 하면 대체할 말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애초에 그가 창기병대에, 그것도 소위라는 신분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배운 훌륭한 승마술을 더해 그가 말을 끌고 와서 자원입대하였기 때문이다.
 
 방진에서 간헐적인 사격이 계속 이루어지자 그의 동료들도 방진과 조금 더 멀어졌다.
 
 “왜 이제 와?”
 
 “빨리 저것들을 날려 버려!”
 
 이제야 도착한 기마포병대에 레흐의 동료들이 야유가 섞인 환호성을 보내왔다.
 
 최대한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그들은 방진 50미터까지 접근했고 창기병들도 방진의 시야에서 대포가 안 보이게 그들을 가렸다.
 
 “산탄을 장전하라!”
 
 대포를 지휘하는 소위는 놀랍게도 여자 엘프······.
 
 아니, 하프 엘프였다.
 
 일반 엘프들보다 귀가 상대적으로 아주 짧았다.
 
 레흐는 가냘프다 못해 너무나도 호리호한 그녀의 몸매를 잠시 구경했다.
 
 꽉 조이게 입는 군복 때문에 신체 굴곡이 여실 없이 드러났다.
 
 ‘사교계에서나 어울리는 몸매군.’
 
 말과 대포가 분리되고 포병들이 산탄이 든 깡통을 쑤셔 넣는 것을 본 레흐는 대포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재수 없게 조금 앞에 있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산탄에 맞으면 매우 불쾌할 것이다.
 
 대포를 조준하는 여소위의 눈빛은 매우 신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손으로 저 견고한 방진을 무너트린다면 그녀 또한 전공을 세우는 게 아니겠는가?
 
 조준이 끝나자 여소위는 송곳으로 점화 구멍을 쑤시고 물소 뿔로 만든 화약통으로 점화구에 화약을 채웠다.
 
 불붙은 화승이 매달린 T자형 막대를 가진 포병이 대기하고 있었고 화승의 끝에서 작게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발······.”
 
 적들의 방진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에 휩싸였다.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갑작스러운 폭음에 놀란 말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뭐?”
 
 레흐는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대포의 반대편에 보라색 견장을 단 장교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히죽거리는 미소는 너무나도 불쾌했다.
 
 “제기랄, 마법장교 녀석이야!”
 
 낙마를 겨우 면하고 놀란 유니콘을 겨우 진정시킨 제로스 소위가 욕설을 퍼부었다.
 
 마법의 폭발과 기병들이 고작 50미터밖에 안 떨어진 상태였다.
 
 무리하게 마법을 시전한 마법장교 때문에 기병 중대 전체가 불길에서 레어로 구워질 뻔했기에 기병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불길 속에서 마치 콩을 볶는 것처럼 요란하게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죽은 적병들의 탄약 가방에서 탄약포가 폭발한 것이다.
 
 “저 썩을 놈이 전공에 눈이 멀어서······.”
 
 허탈감에 제로스 소위는 자신의 창을 땅에 박았다. 팔에 힘이 들어가기는커녕 저렸다.
 
 창촉이 녹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레흐 또한 허탈감에 손에서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저 개자식!”
 
 포병 여장교도 욕을 퍼부었다.
 
 레흐는 본대로 복귀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타오르는 불꽃을 보았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것이다.
 
 이제는 인간을 장작 삼아 불이 타올랐다.
 
 시체들의 기름이 섞이면서 작은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제길.”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훈장이 눈앞에서 날아갔다.
 
 “꺄악!”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대포와 말을 다시 고정을 하려는 포병들에게 경기병 3기가 달려들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는 몰라도 그것들은 가공할 속도로 말을 몰아서 대포에 매달리던 포병들을 베고 지나갔다.
 
 여장교는 몸을 날려 대포 밑으로 숨어서 목숨을 보존했다.
 
 휘하의 병사들이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포 아래에서 호신용 권총을 꺼내 경기병에게 쏘았고 1명은 거꾸러트렸다.
 
 레흐는 박차를 가했다.
 
 샤롯데는 주인의 뜻을 알아들었고 최고 속도로 달렸다.
 
 그는 능숙하게 창의 중간을 잡고 창대를 겨드랑이에 끼워 고정했다.
 
 겨드랑이가 아플 정도로 매우 강하게 눌렀다.
 
 다시 대포에 달려들기 위해 경기병들은 말의 속도를 줄였고 이쪽을 보지 않아 완벽하게 방심했다.
 
 순간, 그는 비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조준을 잘못할까 걱정했다.
 
 빗물이 속눈썹에 걸려 눈앞을 흐리자 그는 눈을 찌푸렸고 먹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움직이는 부엉이처럼 돌진했다.
 
 창촉은 정확히 그들 중 하나의 등에 작렬하였다.
 
 묵직한 느낌이 들기 무섭게 레흐는 겨드랑이의 힘을 빼고 손에 힘을 더욱 주어 창을 빼려고 했다.
 
 그 순간 엄청난 반동이 오자 그는 미련 없이 창을 버렸다.
 
 레흐는 경악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남은 적 경기병들을 지나 그대로 말을 몰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기병도를 뽑았다.
 
 동료를 잃은 경기병은 돌격 자세를 취했고 말의 속도를 높였다.
 
 레흐는 거칠게 말머리를 옆으로 돌렸고 이에 샤롯데가 불만 섞인 투레질을 했다.
 
 “금방 끝날 거야.”
 
 그는 나직하게 속삭이며 박차를 가했다.
 
 그러곤 상대방의 흉부를 향해 쭉 뻗은 돌격 자세를 취했다.
 
 2명의 기수는 말들이 점점 빨라지면서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레흐는 초조해졌다.
 
 ‘이대로 횡격막을 찌를까? 아니, 저놈이 내 말보다 먼저 달려서 속도가 빠르다. 그렇다면······.’
 
 그는 돌격 자세를 포기했다. 그리고 칼끝을 그의 왼팔로 향하게 했다.
 
 상대방은 역시 그의 횡격막을 노리고 들어왔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그는 죽는다.
 
 ‘지금!’
 
 그는 오른팔을 크게 위로 휘둘렀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나면서 상대방의 기병도 도신이 목표를 잃고 어지럽게 위로 올라갔다.
 
 레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마지막 얼굴을 보고 상체를 왼쪽으로 틀고 위로 올라간 오른팔을 내리쳤다.
 
 내리치는 그의 팔 위로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피어올랐다. 그것은 화승 막대가 아닌 그의 몸에서 나는 것이었다.
 
 지친 샤롯데가 천천히 멈추었다.
 
 말은 급발진과 급정지가 힘든 동물인지라 속도가 느려지는 데 오래 걸렸다.
 
 “수고했어.”
 
 레흐는 애마에서 내려 소금기가 가득한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꽤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성공했다.
 
 요즘 그가 가진 자질이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이런 근접전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차지했다.
 
 그는 척추까지 잘려 나간 상대방의 시신을 뒤로하고 말을 포획했다.
 
 제대로 된 준마를 두 마리나 포획했으니 포상금으로 금화 20닢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세 달치 가까이 되는 공돈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은 와인 한 잔 살 수 있겠군.’
 
 훈장을 얻을 기회를 날려 버린 그의 허탈감은 비 맞은 눈처럼 사라졌다.
 
 말을 포획한 레흐는 말고삐를 자신의 말고삐에 묶은 후 손수건을 꺼내 기병도 도신을 닦아 준 후 칼집에 집어넣었다.
 
 포병 중 살아남은 자는 여장교 혼자였다.
 
 그녀는 상황이 끝나자마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레흐 쪽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포와 말을 연결하기 위해 혼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아무리 비교적 가벼운 경포라고 할 수 있는 8파운드 포라고 해도 무게가 1.5톤이나 나가는지라 혼자서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레흐는 말에서 내렸다.
 
 “도와드릴까요, 소위?”
 
 “그것참 빨리 말하는군요.”
 
 목숨을 구해 준 은인에게 말하는 것치고는 매우 쌀쌀맞았다.
 
 그녀는 낑낑거리며 탄약 상자를 옮겼다.
 
 레흐는 아주 손쉽게 포가의 끝을 잡아 올려 말에 연결하자 여 소위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레흐를 보았다.
 
 “기사의 자질이군요?”
 
 그 말에 레흐는 피식 웃었다.
 
 기사의 자질,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의 자질과 다른 능력이었다.
 
 마나를 체내에 축적하고 운용할 수 있는데, 마나를 사용 시 일반인 이상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괴력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신체의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몸속의 있는 마나를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특히 칼에 마나를 옮기면 잘 부러지지 않으면서 면도날보다 날카로운 예리함을 가질 수 있는 칼로 운용할 수 있고, 특징으로는 마나를 운용 시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
 
  ​
 
  ​
 
 ​계속 ​ ​ ​
 
  ​
 
  ​
 
  ​

댓글(13)

달빛풍경    
총.대포.권총이 나오는 판타지 설정이 사람들이 선호할 만 한 설정이 아니네요. 건필을 해도 작가님 시간낭비일듯~
2018.07.19 17:30
Megabrand    
오오오 포병이 있는 근대군인데 마법도 있고 소드마스터도있다니???? 작가님 윙드후사르랑 프러시아 마법사랑 싸우면 누가이겨요???
2018.07.25 09:32
HwangBee    
임페리얼 가드 진짜 옛날에 본 소설인데 거기 주인공이 아마 데네브였던가요? 척탄병에서 원수까지 올라간... 그나저나 다시 그 시리즈 후속작 보니 반갑네요
2018.08.20 07:04
Tniats    
몇년 전에 조xx에서 본 것 같은 느낌..?
2018.08.20 12:02
김영한    
쏘지 않아도 쏘지 않는다 해도
2018.08.24 01:14
풍뢰전사    
잘 보고 있습니다.
2018.08.28 19:08
옳은말    
예전에 조아라에서 재밌게 봤어요. 임페리얼 가드 보고 이거 다시 보려고 옴
2018.10.13 06:54
SW01    
첫댓글이 뭐 저런 댓글이지 ;; 어이가 없네
2018.11.05 16:28
ch******    
취향에 안 맞는다고 너무 폄하하네 이 작가님은 전쟁을 정말 잘 쓰신다구
2018.11.12 20:54
투스카    
랜서가 신다!!
2018.11.24 23:39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