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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1-1권

2018.08.07 조회 7,030 추천 32


 # 천마 귀환
 
 ‘천마’ 천현진.
 
 57년 전 강호에 홀연히 나타난 사내.
 
 한때는 무림의 공적이었지만, 이제는 그 스스로가 무림인 자.
 
 역사상 천마라는 칭호를 가진 자는 많았지만, 이토록 천외천의 경지까지 명성을 드높인 자는 없었다.
 
 그리고, 황혼의 천마 현진은 또 다른 도전을 받고 있었다.
 
 ***
 
 [아흔이 넘었다더니 아직 정정하구나, 이 노괴. 하나 그것도 마지막이다.]
 
 백운파의 ‘신비검’ 소린이 표독스레 말했다.
 
 현진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지만.
 
 [아이야. 네가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은 잘 알겠으나, 나는 무림의 대선배이니라. 그에 맞는 예의를 갖추어라.]
 
 [허, 마도에게 갖출 예의 따위는 없다!]
 
 허, 현진은 지칠 대로 지친 눈으로 소린을 응시했다.
 
 이제 스물이나 넘었을까, 수련할 시간조차 모자랐을 것 같은 도전자였지만, 그녀는 이미 마교의 장로 둘을 쓰러뜨린 절정 고수였다.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아무리 많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현진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변호했다.
 
 [마도라니. 난 그저 날 공적으로 몰아세운 무림을 떠나 도망쳤을 뿐이다. 정파 놈들로선 뿌리도, 연줄도 없는 고수는 그저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겠지.]
 
 [흥! 마두들은 대개 그렇게들 말하지. 혀가 너무 길구나. 시간이 아깝다.]
 
 소린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소린은 정말 정의를 위해, 한 점 부끄럼 없이 행하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한 명의 생각이 흐름이라면, 수많은 같은 뜻을 지닌 사람의 생각은 모여서 급류가 된다.
 
 그 급류는 한 사람의 인생쯤 가볍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파멸적이라는 사실을, 현진은 알고 있었다.
 
 [······그래, 시간이 아깝구나.]
 
 현진은 지쳤다.
 
 느닷없이 무협의 세계로 끌려 들어와, 몇 번이나 죽을 뻔하고, 살기 위해 죽을 정도로 수련하고, 그러고도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 받지 않았어도 될 악의와 욕설, 모함을 들었다. 출신 성분을 모르는, 재능있는 무림인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하지만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만약 있었다면···.’
 
 이제는 의미 없는 가정.
 
 현진은 소린을 응시했다.
 
 눈앞의 적은 나이를 뛰어넘은 성취를 보인 천재. 이미 전 무림에서 현진의 대항마로 낙점한 인물.
 
 자신의 끝으로는 적합한 상대였다.
 
 [좋다, 이제 끝을 내자.]
 
 현진이 검을 뽑아 들었다. 빙궁주와의 승부에서 이긴 뒤 목숨값으로 얻은 검. 만년한철을 빙정으로 벼린 신물이었다. 내력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검의 주인마저 얼려버리는 요검.
 
 현진은 연자공을 끌어올렸다.
 
 냉기는 현진의 몸에 들어왔다가 바로 배출되었다. 들어올 때는 아니었으나, 배출될 때는 이미 현진의 진기였다.
 
 [······천마 천현진. 백운파의 신비검 소린이 한 수 청합니다.]
 
 소린의 말은 말이라기보다 거의 소곤거림에 더 가까웠다. 현진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말. 인정하기는 싫었으나 소린이 무림의 전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
 
 소린도 자신의 진기를 끌어올렸다. 안개와 같은, 회백색의 뿌연 진기가 온몸을 휩싸고 돌았다. 자신의 별호를 만들어준 연무진기였다.
 
 두 명의 그림자가 충돌했고.
 
 그 순간 차원위상이 다시 비틀려 열렸다.
 
 현진의 몸은 분자화 되어 흩어진 채 차원위상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말도 안 돼, 지금 순간에?]
 
 57년 전, 자신이 무림의 세계로 올 때 겪었던 그 감각이었다. 지금껏 수도 없이 바라던 순간이었고, 그래서 제대로 반응 못 한 채 몸서리쳤다. 비록 몸서리칠 몸은 없었지만.
 
 ‘너무 지쳤어. 돌아가면 무조건 은거해버리고 말겠어.’
 
 현진은 다짐했다.
 
 ***
 
 신비검 소린은 현진이 빨려 들어간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둘이었던 공간엔 어느새 자신 혼자만 남았다.
 
 “······등선?”
 
 수양에 수양을 거듭한 고매한 자만이 이룰 수 있다는 경지. 소린은 한 번도 등선의 순간을 목격한 적이 없었기에, 방금 본 것이 등선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럴 리가. 마두이고, 무림 공적인데.”
 
 소린은 그 뒤 한참이나 주변을 살폈다.
 
 물론, 허사였다.
 
 무림의 어두운 하늘은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졌다.
 
 ***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은거는 무슨.”
 
 현진은 중얼거렸다.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있는 원래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그것 자체는 좋았다.
 
 이계에서의 57년이 현실에서는 3년이었던 것도, 그럭저럭 용인해줄 만했다. 여든두 해나 묵은 낡은 몸뚱이도 숫자 위치를 바꿔서 스물여덟, 꽤 괜찮은 나잇대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현진이 돌아온 원래 세상은 3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바뀐 것은 몸만이면 좋았을 것을.
 
 “천현진. 2급 헌터요.”
 
 털썩, 현진은 동사무소 창구 앞에 보자기를 내려놓았다.
 
 창구 여직원은 이미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곧이어 보자기 안에서 두툼한 고양잇과 동물의 발을 꺼내 들었다. 동물의 털은 검었다.
 
 “사풍흑호의 발이요. 나머지 유해는 경찰에 인계했고요.”
 
 “네, 이미 확인했습니다. 사풍흑호의 발 맞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포상금은 오른쪽 창구에서 받아가세요.”
 
 여직원은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다음 버튼을 누르고, 여직원 앞의 표시판에 다음 대기 번호가 떴다.
 
 다음 헌터가 현진이 있던 자리를 채워 넣었고, 현진은 사풍흑호의 대금 20만 원을 받아 얼른 동사무소를 빠져나왔다.
 
 현진은 이계에서는 천마였지만 현실에서는 발에 치일 대로 있는 헌터들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전업으로 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아르바이트.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이미 주목과 관심은 이계에서 더는 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리게 받아왔으니까.
 
 그것은 힘도 마찬가지. 최강의 자리란 허무할 뿐이었다.
 
 사실은 검 따위 다시 잡고 싶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3년이지만, 이계에서는 57년, 거의 평생이나 다름없는 시간을 검과 함께 해왔으니까.
 
 현진은 여전히 지쳐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돈이 없이는 생활도, 졸업도 할 수 없었고, 귀환자인 현진에게는 헌터만큼 좋은 아르바이트가 없었으니까.
 
 물론 현진 같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진의 바로 뒤로 헌터 그룹인 듯한 세 명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
 
 “야, 오늘 싸운 놈 진짜 별 것 아닌 놈이었는데. 내가 원래는 자작 급 소드마스터였는데. 원래 힘만 있었어도 단칼에 썰어버렸어!”
 
 “조까시고. 자작 급이 어느 정돈진 모르겠는데 난 6성급 마이스터였거든? 우리 세계에선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어.”
 
 “난 세 손가락 안에 든 소서러였으니까 내가 이긴 거로 하자?”
 
 ‘지랄하네.’
 
 세 명의 헌터 그룹은 보란 듯이 검을 덜렁거리고 있었다. 현진은 한번 경멸에 찬 눈길을 보낸 후 검을 보이지 않게 잘 갈무리했다. 헌터는 실력도 중요했지만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 것 또한 중요했으니까.
 
 상점에서 대충 산 철검. 탄소강으로 잘 마무리되어 있었지만, 역시 왕년에 쓰던 만년한철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이계의 아무 검보다는 훨씬 좋은 철, 좋은 마감이었지만.
 
 ‘이게 80만 원이니까, 아직 본전도 못 뽑았어.’
 
 헌터로 등록한 지 한 달, 그동안 잡은 이물은 세 마리. 사풍흑호가 그간 잡은 것 중에선 가장 값어치 나가는 녀석이었다.
 
 차원의 균열로 빨려 들어간 사람은 제법 많이 있었다. 그중 이계 생활을 하다 돌아온 사람들 역시, 소수지만 존재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귀환자’라 불렀고, 귀환자들은 이계에서 가졌던 힘 일부를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은 양쪽으로 드나들 수 있는 법.
 
 간헐적으로 열리는 균열은, 이계의 이물을 이쪽 세계로 뱉어내기도 했다.
 
 ‘이물’들.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동물이나 괴물, 요괴들. 어떤 것은 신으로 불리기도 하고, 더러는 인간도 있었다.
 
 디멘션신드롬. 차원위상에 간헐적으로 생기는 균열.
 
 귀환자나 이물이나, 모두 이것의 산물이었다. 정부는 조금 더 혼란해진 세상을 되돌리려 애썼고, 자신들만으로 힘에 부치자 이번엔 그 혼란함을 이용하기로 했다.
 
 귀환자를 위시한 민간에 이물 퇴치를 일부 맡기기로.
 
 ‘이용하다니, 웃기기도 하지. 따지고 보면 우리는 피해자인데. 배려를 해줘야 맞는 거 아닌가.’
 
 제대로 알아본 적은 없지만, 귀환자들이 이계에서 생활한 기간은 보통 10년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 귀환자들이 현실에서 잃은 시간은 고작 몇 달이었다.
 
 현진은 3년, 그 공백은 많은 것을 잊게 했다. 대학교 수업 진도에서부터, 가족들과의 추억들까지.
 
 현진은 자취방으로 향했다. 결국 집을 나온 건 잘한 결정이었다. 부모님은 분명 서운해했지만, 동시에 안도하는 마음도 있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아들은 수십 년쯤 떨어져 있던 다른 사람 같았으니까.
 
 “······그런데, 저건 또 뭐야?”
 
 집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 뭔가 있었다.
 
 ***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최근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3인조 걸그룹 폴라리스의 차량이었다.
 
 “수아야. 인터넷 방송 그만하면 안 돼? 너 말실수라도 한 번 잘못하면 바로 매장인 건 알지? 세상 험하다, 너.”
 
 “민희야, 나 싫지? 방금 목소리도 녹음됐거든?”
 
 “허, 녹음되라 돼! 야, 너희들 이거 클립 따서 퍼트리기만 해봐!”
 
 민희의 짜증 섞인 목소리. 수아는 킥킥 웃었다.
 
 방금 막 끝난 행사는 피곤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인터넷 방송은 전혀 피로하지 않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재밌었으니까.
 
 [민희 짜증 내는 거 완전 꿀잼이자너ㅎㅎ]
 
 [쑤아 아닌 척 친구 물 먹이기 완전 고단수 ㅇㅈ? ㅇㅇㅈ]
 
 [민희 누나 우리 쑤아 방송 막지 말아요, 제발요 ㅠㅠ]
 
 채팅창에 글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수아는 그 글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히히.”
 
 “얼쑤, 좋탄다. 힘들지도 않냐?”
 
 민희는 몸을 일으킬 힘도 없어 뒷좌석에 몸을 푹 파묻고 있을 뿐이었다. 온종일 행사 뛰고 와서 다시 개인방송을 켤 여력이 있는 수아가 징그러울 따름.
 
 “힘들긴. 사람들 채팅 읽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에.”
 
 수아의 말에 채팅창은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찬양 일색. 개중에는 외설적인 말을 내뱉는 사람도 왕왕 보였지만, 관리자의 즉각적인 대처로 관심종자는 바로 아웃이었다.
 
 실시간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브에서 동시 시청자 2만을 찍는 그녀다운 말이었다.
 
 “질린다니까, 진짜.”
 
 평소엔 멍하면서도 팬들을 대할 땐 활짝 활기가 피어나는 수아였다.
 
 민희는 어릴 적부터 아이돌이 되고 싶었고, 실제로 지금은 인기 있는 아이돌이었다. 하지만 아이돌에게도 적성이 있다면 자신보단 수아 같은 사람이 해당 사항이라고, 민희는 여겼다.
 
 그것이 부럽고, 조금은 샘나기도 했다.
 
 수아도 민희의 그런 점을 알고 있었다. 민희는 샘을 낼지언정 방해하지 않고, 흉을 볼 시간에 자신을 더 갈고 닦았다. 수아는 민희의 그런 점을 좋아했다.
 
 “얘들아, 심심한데 신청곡 받을까? 매니저 오빠, 그래도 되죠?”
 
 쾅―
 
 대답은 충격이 대신했다.
 
 “꺅! 오빠, 사고 났어요?”
 
 급정거한 차량. 한 살 차이지만 그래도 팀의 맏언니인 효인이 두 동생을 챙겼다. 수아는 방송 중이던 휴대폰을 떨어뜨렸고, 카메라는 위를 향했다.
 
 고화소의 폰 카메라는 날카로운 발톱에 뜯겨나가는 차 천장을 적나라하게 찍었다.
 
 “꺄아아아악!”
 
 세 명의 비명. 방송 중이던 수아의 채팅방에도 난리가 났다. 이물의 습격이 실시간으로, 그것도 인기 아이돌의 개인방송에 찍히는 상황은 거의 없었으므로.
 
 검은색 손이 뜯어낸 차량 지붕을 집어 던졌다. 긴 손톱에, 피부는 흑요석처럼 만질만질했다.
 
 가고일. 3급 이물이지만 단단한 피부와 날 수 있다는 점이 합쳐져 3급 중에서도 상급의 이물이었다.
 
 물론 그런 것들을 폴라리스가 알 리 없었다. 세 명은, 잔뜩 쉬어버린 목으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얼어붙어 있었다.
 
 “아······. 저기······. 도와, 주세요. 아무나······.”
 
 공포로 잔뜩 확장된 동공은 가고일의 손톱을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담았다. 굳어버린 눈꺼풀은 매정하게도 감기지조차 않았다.
 
 가고일의 손톱이 휘둘러지려는 찰나.
 
 “오늘은 장사 끝났는데······.”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은 갈무리해 집어넣은 검을 다시 뽑은 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80만 원이나 하는 검이었고, 피를 완전히 닦고 기름칠까지 해 칼집에 넣었건만, 다시 더럽혀야 했으니.
 
 현진의 탄소강 직검이 가고일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강기를 입힌 칼날은 돌 같은 경도의 피부를 종잇장처럼 찢었다.
 
 피가 좌석을 흠뻑 적셨고, 세 멤버는 졸지에 피를 담뿍 뒤집어썼다.
 
 하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었다. 자신들은, 이제 살았으므로.
 
 “아······. 저······, 흑!”
 
 수아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다,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한순간에 긴장이 무너진 결과였다.
 
 “아, 죄송합니다. 관통까지는 필요 없었을 텐데.”
 
 피를 뒤집어써서 우는 걸까, 현진이 초점이 어긋난 사과를 하는 동안.
 
 현진의 모습은 트위브 2만 5천 명에게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오늘은 장사 끝났는데’라니, 간지 완전 끝장이자너!]
 
 ***
 
 현진은 경찰을 불렀다. 가고일의 시체도 인계해야 했고, 폴라리스의 멤버들도 보살폈어야 했으니.
 
 “저기, 훌쩍!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흐윽!”
 
 가고일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수아는, 아직도 자신이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지붕이 완전히 뜯겨나간 카니발 차량. 현진의 경공이 조금만 미숙했어도 저 차 안에는 매니저까지 네 명의 시신이 누워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겨난 시체는 가고일 하나뿐.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롯이 현진의 공이었다.
 
 현진은 돌처럼 무거운 가고일 시체를 발끝으로 툭툭 쳤다. 최근엔 이물의 부산물로 여러 도구를 만들기도 한다던데, 현진에게는 그런 기술도 없을뿐더러 아는 사람도 없었다. 어차피 특수면허가 없으면 만들 기술이 있어도 허사였지만.
 
 “별로,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건 아닌데요. 그냥 일일 뿐이고, 우연히 시간을 맞췄을 뿐이니.”
 
 현진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거리를 두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아이돌에 큰 관심 없는 그였지만 그룹 ‘폴라리스’는 알고 있었으니까. 일반인인 자신과는 연이 없는 존재였다. 관련되어봤자 귀찮아지기만 할 뿐.
 
 “히잉, 여러분. 저 살았어요······. 엉엉.”
 
 급기야 수영은 휴대폰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살짝 굴곡진 갈색 머리카락이 카메라를 반쯤 가렸다.
 
 아이처럼 울고 있는 수영. 맏언니 효인이 수영 대신 나섰다.
 
 “그래도 감사 인사는 받아주세요. 헌터님 아니었으면 정말 저희 모두 죽었을 테니까요. 지금은 경황이 없으니 연락처라도 주시면 다음에 꼭 사례할게요.”
 
 아뇨, 현진은 거절했다.
 
 “됐습니다. 헌터 임무 중 구해준 사람한테 뭔가를 받는 건 불법이에요.”
 
 하지만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는 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효인은 망설였다.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 효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 거 되게 빼네. 그딴 법 누가 지킨다고 그래요? 남들은 다 어기는 거구만. 보는 사람 아무도 없고 우리만 입 닫으면 되는데 조용히 받을 거 받죠? 우리도 그게 맘 편하니까?”
 
 민희가 까칠하게 소리쳤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민희도 실은 구해준 현진이 고마워 꼭 답례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보는 눈은 있는데요.”
 
 “네? 어디에?”
 
 “저기에.”
 
 현진의 손이 한 곳을 가리켰다. 효인과 민희의 눈이 천천히 손가락 끝을 따랐고, 시선은 수아의 가슴팍에 모여 있었다.
 
 정확히는, 가슴팍에 안겨 있는 수아의 휴대폰으로.
 
 “저거 지금 방송 중 아닌가? 맞는 것 같은데요.”
 
 수아의 방송엔 이미 평소의 두 배는 넘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현역 인기 아이돌이 구사일생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 퍼져, 지금 수아의 방송엔 5만 명이나 몰려 있었다. 시청자들은 폴라리스의 안전에 안도하면서도,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그녀들을 구해준 헌터에게 주목했다.
 
 [완전 튕기는 데 좀 들어주면 안 되냐?]
 
 [번호 주는 순간 신고 들어갑니다. 5, 4, 3, 2, 1]
 
 [뭐랰ㅋㅋㅋ 아직 번호 주지도 않았어]
 
 [저거 가고일은 꽤 상급 이물일 텐데 단칼에 죽인 실력 ㅇㅈ합니다]
 
 [ㅈㄹ. 가고일 고작 3급임. 리틀 야구단 나온 나도 빠따만 있으면 함]
 
 호평하는 사람, 평가 절하하는 사람, 단순히 조롱하며 즐기는 사람, 온갖 인간 군상들이 트위브 안에 녹아나 있었다. 수아의 방송이었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특급 게스트인 현진에게로 쏠려 있었다. 수아와 현진도 모르는 사이에.
 
 “아, 경찰 왔네요.”
 
 현진은 꾸벅 목례한 채로 멀어져갔다. 당장 가고일 사체를 인계하고 사라지면, 그것으로 그만인 인연이었다.
 
 “뭐야, 너무 뻗대잖아.”
 
 민희가 다가와 투덜거렸다. 순순히 연락처를 줬으면 한번 답례하고 말았을 것을, 저렇게 기를 쓰고 거절하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수아는 퉁퉁 불은 눈을 들었다. 현진은 나중에 온 경찰과 몇 마디 나눈 후,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은 듯 그 자리를 떠났다.
 
 “헌터님······. 가버렸어.”
 
 히잉, 수아는 앓는 소리를 냈다. 민희와 효인과는 달리, 수아는 꼭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이물과 가장 가까이 있었고, 그래서 손톱이 가장 먼저 향했기에 고마움은 더 컸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상황.
 
 해답은 트위브에 모인 5만 명에게 있었다.
 
 [헌터 명부 뒤져볼 사람 손]
 
 [5]
 
 [32]
 
 [534명째 손]
 
 [그거 공개 안 돼 있을 텐데?]
 
 [974 ㅇㅇ 알 바 아님]
 
 20대 후반의 남자, 직검 사용, 3급 이물을 단칼에 죽이는 실력. 폴라리스의 차량이 지나가던 구역. 그리고 실시간으로 송출된 이목구비.
 
 이만큼의 정보가 있다면 현진의 신상정보가 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천현진. 2급 헌터요.”
 
 현진은 보자기를 내려놓았다.
 
 “가고일의 손이요. 나머지 유해는 경찰에 인계했고요.”
 
 목장갑을 낀 여직원은 무덤덤하게 유해를 확인했다.
 
 “확인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시네요. 다음부턴 업무 마치실 때 한꺼번에 오시겠어요?”
 
 “죄송합니다. 가는 도중에 만나서······.”
 
 운이 나빴다. 평소엔 다른 헌터가 먼저 채가지 않게 눈에 불을 켜고 살펴도 잘 보이지 않는데, 마침 타이밍도 거지 같았다.
 
 다르게 보자면 운이 매우 좋은 것이기도 했지만. 다른 헌터와 마주치지 않은 이물을 먼저 접하다니, 좀처럼 없는 행운이었다.
 
 “오른쪽 창구에서 받아가세요. 다음 분.”
 
 딩동.
 
 다음 번호가 창구에 떴다. 현진은 여직원의 무관심에 안도하며 자리를 옮겼다.
 
 가고일의 몸값은 40만 원이었다. 확실히 사풍흑호보다는 강한 듯했지만, 현진에겐 거기서 거기였다. 기본적으로 3급 이물이라는 뜻은, 무장한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귀환자들이 아무리 많다 해도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이물들을 전부 상대할 순 없었다. 처음엔 이물을 상대하는 일반인은 귀환자에만 국한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도 각자의 장비를 갖춰 이물 사냥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부분 2급 이물은 상대조차 할 수 없는 3급 헌터였지만, 대부분의 이물이 3급인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공로 역시 무시 못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물의 사체를 가공해 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물 가공면허는 거의 발급해주지 않는, 유명무실한 면허인 만큼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불법이었다.
 
 “설마, 정말 그러려고.”
 
 현진은 동사무소를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집에서 쉬고 싶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아찔한 소식, 다들 들으셨을 텐데요. 오늘 오후 3시경 폴라리스의 밴이 이물의 습격으로 반 토막 난 영상, 먼저 보시죠.]
 
 ‘스타밀착! 연예중계’의 토픽에 폴라리스의 사건이 방송됐다. 고속도로 CCTV와 우연히 방송 중이던 수아의 개인 트위브 채널의 영상이 공중파를 탔다. 감사 인사를 거절한 헌터의 모습까지 몽땅.
 
 헌터는 일반인인지라 얼굴은 흐리게 처리해놓은 상태였지만, 어차피 수아의 개인방송을 확인하면 얼굴쯤 언제든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진은 못마땅한 눈으로 TV 화면을 바라봤다.
 
 [와, 엄청 빠르네요! 아, 중간 모자이크는 너무 잔인한 관계로 양해 바랍니다.]
 
 [이 헌터분, 큰일 하셨네요. 이분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헌터분들, 정말 고생하십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시죠!]
 
 [결국, 이름도 밝히지 않고 가버리셨다죠. 인기에 초연한 것도 그렇고, 정말 멋지십니다.]
 
 “뭐? 영웅? 제대로 대우는 해주지 않은 주제에, 영웅?”
 
 현진은 거칠게 화면을 돌렸다.
 
 좁은 원룸. 혼자 사는 집에 TV는 조금 무리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현진은 흘려보낸 3년간의 공백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좁혀두고 싶었다.
 
 “차원 이상의 문제 해결을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는 거냐고. 나도 피해자인데.”
 
 원해서 간 이계도 아니고, 원해서 얻은 힘도 아니었다. 현진이 이계의 고수가 된 이유는 단지 그 외에 살 방법이 없어서, 그뿐이었다. 그리고 이계로 사라졌을 거라 추측되는 실종자 중 상당수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계에서 강해지지 못하면 그대로 빌어먹거나 죽기 십상.
 
 벌렁, 현진은 누웠다. 그러곤 운기를 토납하기 시작했다.
 
 “······이놈의 힘이 뭐라고.”
 
 연자공. 인간 본연의 내력을 늘려주는 심법이 아닌, 자연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 쓸 수 있는 내공심법. 비록 이계에 있을 때만큼의 효율은 나오지 않았지만, 수십 년간 해온 운기 법은 드러누운 채, 몸을 움직여도 괜찮을 만큼 일상적이었다.
 
 연자공은 일반 내공심법과 차이가 있었다.
 
 내공을 물에 비유하자면 일반적인 심법에서 인간의 몸은 물을 담는 물병이었다. 하지만 연자공은 인간의 몸을 필터라 여겼다. 자연 도처에 흐르는 기운을 받아들여, 순수한 성질만 남겨 다시 내뱉는 것. 도처에 널린 기운을 가공하면, 그 힘은 이론상 무한이었다. 그만큼 폭발적이지는 못했지만.
 
 귀환자들은 원래 세계로 돌아와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이계에서 쓰던 힘을 여기서도 똑같이 쓸 수 없는지.
 
 둘러싼 환경부터가 다른데 똑같은 힘을 누리려는 꼬락서니라니, 현진의 눈엔 한심할 뿐이었다. 그들에겐 고작 몇 년간의 이계 유람이었지만, 현진에겐 한평생 자신을 둘러싼 율법이었으니까.
 
 아무렇게나 돌린 TV 화면 속에서 한 학생이 인터뷰하고 있었다.
 
 [헌터요? 솔직히 특혜라고 생각해요. 일반인보다 훨씬 강한 힘을, 우연히 얻게 된 거잖아요? 그걸로 큰돈까지 벌 수 있다니, 불공평해요. 출발선이 다르잖아요.]
 
 현진은 아예 TV를 꺼 버렸다.
 
 ***
 
 며칠 뒤, 수아의 개인방송.
 
 숙소에 도착해 겨우 짬은 낸 방송이라 별다른 내용이 없는데도, 순식간에 채팅이 수백 개씩 올라왔다.
 
 [찾음? 신곡동 주변에 있는 2급 이상 헌터일 텐데. 그럼 쉽지 않나?]
 
 [ㄴ유명한 사람이면 알겠지만 그 사람이 유명할 리가 없잖아. 쑤아가 번호 달래도 안 주던데. 머리가 모자걸이인 거 티 내죠]
 
 [ㄴ응 넌 모자가 병신]
 
 [애초에 착한 일한 사람을 찾는다는 게 별로임. 찾아서 좆되게 하는 게 좋은 건데]
 
 [맞음. 찾았는데 잘생겼으면 개 열 받을 거 같지 않냐]
 
 [대신 못생겼으면 비웃을 거니까 괜찮음]
 
 [그때 얼굴 나왔는데 평범하던데 뭐.]
 
 [야, 신곡동이면 우리 동넨데 동사무소 죽치고 있어 볼까? 헌터면 성과 접수하러 올 거 아님]
 
 심상찮은 채팅 내용. 수아는 다급히 말했다.
 
 “얘들아! 나 오랜만에 방송 켰는데 내 얘기하면 안 될까?”
 
 [아, 은인한테 아무 보답도 안 한 배은망덕한 여자다]
 
 [그냥 짧게 쑤아라고 해]
 
 [쑤은망덕 잼(쑤아가 배은망덕하다는 뜻)]
 
 [하긴 화장실만 들어가도 마음 바뀌는데 죽다 살았으면 마음이 아니라 사람이 바뀔 듯]
 
 “아씨, 그런 거 아니라고!”
 
 시청자들은 수아를 놀려먹기 바빴다.
 
 사실 수아도 그 헌터를 찾고 싶었다. 무심하게 이물을 해치우고 돌아서는 모습은, 다른 헌터들과는 다른 초연한 분위기가 났다.
 
 수아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은근히 그 헌터가 신경 쓰였다. 단순한 흔들다리 효과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멋대로 찾아내는 걸 반기실까? 아니면 나 때문에 괜히 피해 보시는 건 아닌지 몰라. 아, 하지만 얘들이 내 말 절대로 그냥 안 들을 텐데’
 
 “얘들아. 그 헌터분은 내버려 두고 나랑 놀자니까? 내가 노래 부를까? 팝송 연습해왔는데.”
 
 [응 안 들어]
 
 [응 가요 톱12에서 실컷 들은 목소리야. 익숙해~]
 
 [수아 그 헌터한테 인기 쏠리니까 견제하죠? 쑤은망덕하죠?]
 
 [ㅇㅋ, 내일부터 동사무소 하루 종일 대기한다]
 
 [ㅋㅋㅋㅋㅋㅋ내일 평일인데 인생 견적 나오네]
 
 “······히잉. 씨알도 안 먹혀.”
 
 당황하면서도, 어쩌면 헌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조금씩 움트고 있는 수아였다.
 
 ***
 
 이물이 인기 아이돌을 습격했다는 뉴스는 3일 만에 사그라졌다. 인명피해가 있었다면 훨씬 오래 떠들어댔겠지만 모두 무사했으니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소식은 훈훈했지만, 팔리지는 않는 뉴스였다.
 
 “어차피 그 정도 일이었겠지.”
 
 소란을 바라지 않은 현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3일이나 허탕이라니.”
 
 하루에 이물을 두 마리나 독점한 행운의 대가를 치르기라도 하듯, 현진은 3일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허탕을 치는 이유는 명확했다. 이물이 어디에 나타났다는 소식도 모른 채 그저 눈앞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어슬렁거리니, 공을 칠 수밖에.
 
 기껏 소식을 듣고 달려가 봤자 이미 다른 헌터들이 먼저 작업 중인 경우가 많았다.
 
 헌터로서 성공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필수였다.
 
 다른 헌터들과 팀을 맺거나, 정부의 이물 경보시스템 커넥션에 들어있거나.
 
 하지만 전자의 경우 팀을 나올 때 거액의 탈퇴비를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소한의 은거 자금만 벌고 나올 생각인 현진에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방법.
 
 후자의 경우 역시 결국은 정부 소속의 헌터가 된다는 의미였다.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은거 자금을 벌기엔 역시 거창한 방법이었다.
 
 현진은 고층 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고층 건물의 옥상 문은 보통 잠겨 있었고, 허락을 받고 올라온 것도 아니었지만 현진에겐 상관없었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오기엔 우스운 높이였으니. 결국 불법 침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자잘한 이물들은 역시 자잘한 헌터들에 의해 빠르게 정리된다. 그렇다면.
 
 “······있다.”
 
 옥상에서 내려다본 지 이틀 만에 목표를 발견했다.
 
 운 좋게 눈앞에 거물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냥저냥 한 헌터들이 상대 못 할 만한 녀석을 기다리는 작전. 일단은 성공적이었다.
 
 옥상의 난간에서, 현진의 몸이 점점 기울었다.
 
 상체 대부분이 옥상 너머 허공으로 넘어갈 무렵.
 
 현진의 몸은 아래로 자유 낙하했다.
 
 ‘세 학기가 남았으니까······.’
 
 현진은 낙하하면서도 속으로 남은 학기와 금액을 계산했다. 학비와 기타 경비를 계산하면 2천만 원 정도면 괜찮게 생활할 만한 금액이 나올 것 같았다.
 
 그 뒤에야말로 이계에 대한 것을 모두 잊고, 귀환자로서가 아닌 일반 시민 현진으로서의 삶을 살리라.
 
 현진의 몸이 빌딩의 중간층 지점에 다다랐을 무렵.
 
 현진의 발이 허공을 격했다. 튕기듯 쏘아 보내진 몸. 현진은 바람처럼 나아갔다.
 
 땅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진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
 
 이물은 뱀의 형상이었다. 두 가지가 특이하긴 했지만.
 
 일단 뱀의 머리는 셋이었다. 세 개의 머리는 어느 지점에 가서야 하나의 몸과 합류했는데, 목의 길이가 제법 길었다. 목이 짧았다면 세 개의 목이 큰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길다면 얘기는 달랐다. 세 가지 방향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다른 하나는, 그 크기가 매우 크다는 것. 몸의 굵기가 일반 승용차 정도는 되어 보였다. 몸길이도 어림잡아 20m, 어쩌면 더 클지도 몰랐다.
 
 “제법 비쌀 것 같은데?”
 
 저것 한 마리로 한 학기 등록금을 해결할지도 모르는 일. 마침 주변엔 일반인도, 싸우고 있는 헌터도 없었다.
 
 ‘이무기나, 뭐 그런 종륜가? 적어도 2급 이상이겠지. 2급 이상은 처음인데.’
 
 하지만 크기만 크다면 그뿐이었다. 몸 굵기가 승용차가 아니라 기차만 하더라도, 현진의 적수는 아니었다.
 
 검에 진기가 씌워졌다. 이무기의 머리 두 개가 현진을 돌아보고 쐐액, 위협하듯 입을 벌렸다.
 
 ‘독인가? 물질 독인가, 아니면······.’
 
 이무기의 머리 두 개에 흉흉한 기운이 서렸다.
 
 곧이어 분무처럼 쏘아진 회백색 안개는, 현진이 서 있던 뒤쪽의 차량을 반 절가량 녹여버렸다.
 
 세단이 오픈카가 되는 마법. 현진은 환영보를 써 이미 이무기의 사각에 있었다. 머리가 세 개인 것 치곤 뒤쪽이 허술했다.
 
 ‘목을 자르려면 세 번이나 휘둘러야 하겠지만, 몸통이면 한 번으로 끝나겠지.’
 
 현진의 검이 휘둘러지려는 찰나.
 
 “위험해!”
 
 근처 빌라의 옥상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쯧!”
 
 ‘방해는 안 할 것 같았는데, 기어코 소리를 지르다니.’
 
 이미 머리 두 개가 현진을 돌아봤다. 덮쳐오는 아가리를 연거푸 피한 현진은 이무기의 등에서 떨어지듯 내렸다.
 
 누군가 빌라 옥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현진은 알고 있었다. 기묘한 장비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헌터라는 것도. 하지만 아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기에 현진이 먼저 상대한 것을, 이렇게 직접 방해를 할 줄은 몰랐다.
 
 “무슨 짓이야. 수가 너무 저열하잖아!”
 
 “무슨 소리. 내가 당신 살렸는데. 나중에 보답 확실하게 하라고!”
 
 옥상의 헌터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20대부터 40대까지, 어느 연령대로도 보일법한 사내였다. 이마가 정수리 근처까지 올라온 남자. 더러운 작업복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는 것도 사내의 나이를 더욱 가늠치 못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저놈 피는 극독이란 말이다! 아무렇게나 찌르면 당신이 그 피를 뒤집어쓴다고!”
 
 “뭐야, 겨우 그거였어?”
 
 콰앙, 이무기의 머리 하나가 빌라 옥상을 덮쳤다. 현진이 머리 두 개를 신경 쓰고 있는 사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
 
 하지만 옥상 위의 헌터는 아무렇지 않게 도약해 현진의 옆에 다다랐다. 꽤나 상승의 경공이었지만, 그런 것치곤 착지가 어설펐다.
 
 “······그것도 장비 덕이야? 방금 허공을 박찬 것 같았는데”
 
 “그리스 신화에 비슷한 물건이 나오거든? 그걸 흉내 낸 거지. 소모품이라 다섯 번 정도가 한계지만.”
 
 “흐음······.”
 
 현진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래서 저거 잡을 거야, 말 거야? 손 안 쓸 거면 나중에 딴말하지 마.”
 
 이물 퇴치 보상을 혼자 받을지, 둘로 나눌 것인지를 나눌 중요한 질문. 기술자는 오히려 웃었다.
 
 “사실 잡는 건 나 혼자 하고도 남거든? 준비 중에 먼저 손을 댄 건 오히려 당신이라고. 하는 수 없지. 둘이 잡는 수밖에.”
 
 머리가 벗겨진 헌터는 등에 들쳐 맨 군용 더플 백을 뒤적거리며 이어 물었다.
 
 “일단 저놈을 움직이지 않게 하고 싶은데. 세 머리를 한 곳으로 고이 모아줄 수 있나? 그러면 한 방에 끝날 거야.”
 
 “가능은 한데······. 썩 내키진 않아.”
 
 “왜?”
 
 현진은 미세하게 풀이 죽어 있었다.
 
 “이 검, 80만 원이나 한다고.”
 
 극독은 때로 장비조차 훼손하기도 한다. 이계에 있을 때의 현진이었다면 검 전체를 감싸는 강기 정도는 우스웠겠지만.
 
 “농담할 여유는 있나 보네.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자, 빨리 미끼든 식사든 돼서 한 번 멈춰봐.”
 
 전혀 농담이 아니었지만, 현진은 이무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자세히 보니 이무기는 이미 곳곳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벌써 몇 명인가가 이무기를 상대한 듯한, 그리고 대적하지 못해 물러간 듯한 흔적들. 주변에 헌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자리를 피한 것은 듯했다.
 
 피는 조금씩 몸을 타고 흘러 뱀이 지나간 곳에 움푹한 자국을 남겼다. 뱀이 지나간 곳에 남은 깊은 흔적들은 무게에 눌린 것이 아니라 피로 조금씩 녹은 것이었다.
 
 대머리 헌터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머리가 세 개인 것 치곤 뒤를 잡기 수월했지만,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뒤를 잡혀도 강한 산성의 피로 무마할 수 있었기에 상관없었던 것.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겠지만. 아닌가? 옷이 다 해지면 비참했을지도. 역시 은인이긴 한가······.’
 
 웅얼웅얼, 현진이 생각하는 동안에도 이무기는 상가 하나를 완전히 깨부수고 안의 마네킹을 집어삼켰다.
 
 ‘천마군림보.’
 
 오랜만에 펼친 장기. 조금 떨어진 현진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던 이무기가 그제야 현진을 돌아봤다.
 
 이계에서처럼 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을 때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름에 걸맞은 위력은 발휘되었다. 온 세상을 자신에게 담은 다음, 다시 세상을 밖으로 발출하는 듯한 위압감.
 
 특유의 심법 탓에 현진의 내공은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고선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천마군림보는 싸우기 전에 남을 위압하는 몇 안 되는 고마운 기술이었다.
 
 천마가 한 걸음 움직일 때 세상도 한 걸음 움직였다.
 
 이무기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뱀에게도 표정이 있을까, 하지만 현진은 분명 뱀의 표정을 본 것 같았다.
 
 ‘경계? 냉소?’
 
 “친구, 이제 비켜!”
 
 현진은 순순히 비켰다. 천마군림보로 잔뜩 올려놓은 존재감을, 환영보로 순식간에 지워버리며. 바로 직전까지 기세를 잔뜩 올린 것과 대비되어, 현진의 모습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 한순간의 기회.
 
 헌터가 세 방향에서 설치한 그물총이 동시에 발사됐다.
 
 이무기는 꼬리 끝만 남은 채 그물총에 완전히 갇혔다.
 
 ***
 
 “뭐야, 그냥 그물총이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뭔가를 설치하는가 싶더니, 고작 그물총이라니.
 
 “보통 그물총은 아니거든. 나름 좋은 힘줄로 만든 거니까. 그보다 너.”
 
 헌터는 현진을 유심히 살폈다. 왠지 거북해서, 현진은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그럴 리가? 이렇게 평범한 얼굴인데.”
 
 “응. 평범해서 재미없는 얼굴이긴 한데,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그보다 빨리 정리 안 하면······. 위험해!”
 
 흔들거리던 이무기의 꼬리가 헌터를 가리키는가 싶더니, 꼬리 끝에서 회백색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꼬리인 줄 알았지만, 꼬리 또한 가느다란 머리였다.
 
 그리고 그 안개는 헌터의 앞을 가린 현진을 직격했다.
 
 “끄으윽!”
 
 “아, 이봐!”
 
 현진의 옷이 녹았다. 몸에 강기를 두를 시간도 없이, 독을 옷과 피부로 완전히 받아들여 버렸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방심한 현진의 잘못.
 
 “멍청하게, 나를 왜 감싼 거야!”
 
 ‘도와줘도 지랄이야, 지랄은.’
 
 말을 할 시간도 아까웠다. 현진은 연자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현진은 처음 뱀이 공격할 때, 입에서 좋지 않은 기운을 느꼈다. 이무기의 독이 화학적인 것이 아니라 내력, 또는 마력과 관계된 것이라면.
 
 ‘들이마시고, 내쉴 뿐.’
 
 독이 현진을 공격하지 않도록. 독이 자신의 적을 공격하는 것이라면, 이 순간만큼은 현진도 독의 아군이 되면 그만이었다.
 
 스읍, 후. 스읍, 후.
 
 몸을 흠뻑 적신 뱀의 독은 점점 아래로 흘러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다.
 
 현진의 몸을 타고 흐른 독은, 아스팔트를 녹이지 않았다.
 
 ‘내 생각이 맞았어.’
 
 이무기의 독기는 현진의 속에서 갈무리되는 중이었다. 주변을 생각지 않는다면 그저 밖으로 도로 내뱉으면 그만이었지만, 현진이 뱉은 기운으로 도로나 가게가 녹아내리면 결국 덤터기는 현진이 쓰는 것. 그건 피해야 했다.
 
 현진은 이무기의 독기를 몸속 한곳에 고이 뭉쳐놓았다. 정확히는, 그런 이미지로 처리했다.
 
 “오, 오오······. 형씨 제법 하잖아?”
 
 “······살려줬으면 고맙단 말은, 해야지?”
 
 살짝 가쁜 숨을 내쉬며, 현진은 내뱉듯 말했다.
 
 “음······. 그게, 고마운 짓이긴 한데.”
 
 짤랑, 헌터는 녹색 광석이 박힌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독은 나한테 통하지 않걸랑. 당신이 죽었다면 꿈자리 사나울 뻔했지 뭐야.”
 
 “······무슨 아이템 현질한 것도 아니고.”
 
 이무기는 최후의 기력을 다 썼는지 얌전히 바닥에 쓰러졌다. 곧이어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절묘한 타이밍. 이미 이 주변을 관찰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크크크, 그래도 나 때문에 험한 꼴 당했으니 옷 정돈 사줄게.”
 
 “그래 주면 고맙지.”
 
 확실히, 지금 현진은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
 
 “천현진. 2급 헌터요.”
 
 “뭐야, 너 2급이었냐? 왜?”
 
 대머리 헌터는 현진의 옆에서 노상 조잘거렸다.
 
 “턱걸이로든 뭐든 1급 정도는 그냥 될 만한 거 같던데, 왜?”
 
 “그냥. 1급이라고 딱히 더 좋은 것도 아니잖아?”
 
 현진은 잠시 그를 무시했다. 창구 여직원이 현진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기에. 왜 이물의 잔해를 내놓지 않냐는 표정.
 
 “아, 오늘은 가져오지 못했어요. 시체가 극독이라서, 경찰도 그냥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잠시만요······. 아, 맞네요. 확인했습니다. 옆 창구에서 받아가세요.”
 
 “1급이 왜 안 좋아? 1급 이물이 나오면 최우선 소집대상인데. 돈 벌어가라고 정부에서 바짓가랑이 잡고 불러주는 데 얼마나 좋아.”
 
 “······그냥.”
 
 그만큼 정부에 얽매이기도 한다는 뜻이니.
 
 현진은 옆 창구로 향했다.
 
 두 명과 조금 떨어진 곳, 대기석에 하루 종일 앉아있던 남자가 몰래 고개를 들었다. 후드 티를 깊게 눌러쓰고, 무심한 척 주변을 계속 살피던 사람.
 
 현진이 들어올 때부터 그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찾았다!”
 
 ***
 
 [야, 찾았다!]
 
 [미친 진짜 찾았어 ㅋㅋㅋㅋㅋ]
 
 [평일 하루 종일······. 누구보다 한가로우신 분은 대체]
 
 [됐고 썰이나 풀어라]
 
 [이름은 천현진이고, 2급 헌터임. 옆에 대머리가 하나 따라다니던데 걔는 누군지 모름. 아, 그리고 이계에서 천마라고 불렸다는 듯]
 
 [천ㅋ마ㅋㅋㅋㅋ]
 
 [천마가 가고일 잡네]
 
 [대머리? 머대리? 머머리? 대대리?]
 
 [사람 머리로 놀리지 맙시다. 당사자들에겐 가장 진지한 문제임]
 
 [ㄴ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신 분]
 
 [오늘 무협 빌리러 출발합니다. 추천 좀]
 
 [됐고. 잘생겼냐? 수아 번호도 거절할 만큼?]
 
 [그냥 평범. 아주 평범. 누구보다 평범.]
 
 어딘가의 이름 모를 채팅방은, 화제의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
 
 ‘사백만 원이라니······.’
 
 2급 이물은 처음이었다. 한 번에 여태까지 번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 현진은 조금 허탈함마저 느꼈다.
 
 현진이 잡은 이물의 정확한 이름은 히드라였다. 피의 강한 산성이 납득이 가면서도, 자신이 알던 정보와 다르다는 점은 신경 쓰였다.
 
 “이무기는 전승에 따라 머리 숫자가 다르대. 그러니 머리가 세 개라도 이상한 건 아니지.”
 
 현진을 따라오던, 머리가 반쯤 벗어진 헌터가 말했다.
 
 새삼스럽지만, 헌터는 운을 떼었다.
 
 “네 이름은 아까 들었고. 난 부영철이라 한다. 보통 친한 놈들은 날 야장이라 부르지. 너도 그렇게 부르려면 그러던가.”
 
 “······굳이 친해져야 해?”
 
 순간 야장의 눈썹 근처가 꿈틀거렸다.
 
 “굳이 안 친해질 거면 존칭 문제는 명확히 하자고.”
 
 야장이 은근히 압박을 걸어왔다.
 
 “딱 봐도 나보다 연하인 것 같으니까. 친하게 지낼 게 아니면 그에 맞는 격식 정도는 차려줘야지?”
 
 친해지든가 예의를 차리든가, 둘 중 하나를 요구하는 것이 퍽 웃겼다.
 
 그리고 현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줄 생각이 없었다.
 
 피식, 웃으며 현진이 물었다.
 
 “댁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
 
 “서른셋.”
 
 엣헴, 짐짓 가슴을 펴고 말한 야장. 과장된 행동을 보아하니 정말 나이로 위계를 확립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단지 현진과 더 스스럼없이 말을 할 구실일 뿐.
 
 “그건 현실 나이인 것 같고. 이계에선 몇 년을 살았는데?”
 
 “······4년인데. 왜?”
 
 그럼 그렇지, 현진은 쏘아붙였다.
 
 “난 60년이거든? 실질 나이는 내가 위네. 아, 그렇다고 굳이 존대할 필욘 없어. 난 그런 격식 같은 거 신경 안 쓰거든.”
 
 야장은 한 방 먹은 듯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바로 다음에 그는 오히려 웃었다.
 
 “역시 재밌는 놈이네. 야, 너 내 작업장에 놀러 올 테냐? 거기서 할 말도 있고.”
 
 “작업장? 됐어. 그냥 집에······.”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야장은 현진의 등을 떠밀었다.
 
 “별로 할 일도 없으면 그냥 따라오지? 나쁜 말은 안 할 테니까.”
 
 이미 현진에게 거부권은 없는 모양. 현진은 못 이기는 척 그를 따라갔다.
 
 정말 가기 싫었다면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실은 현진도 야장, 부영철의 정체가 궁금했다.
 
 현진과 야장이 협력해 잡은 히드라는 헌터부에 의해 금방 수거되었다. 이상한 점은, 수거하러 온 사람들이 묘하게 부영철과 아는 사이 같았다는 점. 그리고 부영철의 세세한 지시들을 따르는 모습까지.
 
 야장은 1급 헌터라는 사실은 미리 들어둬서 알고 있었다. 알고 지내는 다른 1급 헌터는, 당연히 없다. 현진에게도 야장은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는 상대였다.
 
 “이게 당신 건물이라고? 꽤 크네.”
 
 도착한 작업실, 현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시 외곽, 주택조차 뜸한 창고단지. 그중 하나가 바로 야장의 작업실이었다.
 
 학교 체육관보다도 훨씬 큰 듯한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허름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은 첨단 경비시스템으로 잔뜩 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창고 건물 가장 안쪽에 놓여있는 건······.
 
 “······이무기?”
 
 현진과 야장이 조금 전에 잡았던 그 이물의 시체였다.
 
 “히드라라고 몇 번을 말해.”
 
 야장은 먼저 앞서가 체육관 한중간에 놓인 히드라를 찬찬히 살폈다. 떨어진 비늘은 없는지, 이미 부패가 진행 중인지는 않은지, 굳이 데려온 손님인 현진을 잠시 내버려 둘 정도로 히드라 사체의 가치는 높은 모양이었다.
 
 “이 사체가 왜 여기 있지? 설명해봐.”
 
 “내가 괜히 ‘야장’이라 불리겠냐? 괜히 1급 헌터도 아닐 거고, 괜히 너를 여기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말장난할 거면 그만 돌아가고.”
 
 자기 말이 정말이라는 듯, 현진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정말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야장 부영철의 말마따나, 그가 열거한 이무기의 사체가 여기 있는 이유 중 하나도 현진은 알 수 없었다.
 
 “아, 기다려 봐. 간단한 문제잖아. 난 이계 출신 대장장이고, 정부가 이물 관련 연구를 시작한 건 고작 2년 남짓이야. 나도 이물의 잔해가 있으면 장비 연구하기 좋으니, 서로 협력하는 사이라 이거지.”
 
 “당신은 경매도 건너뛰고 이물 잔해를 넘겨받고?”
 
 “모두는 아니고, 내가 잡은 것만. 그리고 그나마도 반 정도는 정부에 넘겨야 해.”
 
 그럼에도 꽤 큰 혜택임은 분명했다. 현진이 히드라를 잡고 받은 보수 400만 원은 히드라 잔해의 가치에 비해 극히 일부분임을 감안한다면.
 
 야장이 현진을 돌아봤다. 히드라의 사체 바로 옆에 있는 야장, 비교되어 원래보다도 훨씬 왜소해 보였지만 현진은 그를 얕잡아볼 수 없었다.
 
 ‘개방 방주가 저런 인상이었지. 빈틈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그 빈틈마저 도구 중 하나로 이용하는.’
 
 야장은 히드라의 비늘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너 나랑 같이 일해 볼 생각은 없어?”
 
 현진은 놀라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대화 흐름을 보면, 충분히 나올법한 말이었으니. 하지만 이유는 알아야 했다.
 
 “왜 나지?”
 
 현진은 되물었다.
 
 “당신은 1급 헌터고, 정부와 협력까지 한다면 당연히 더 괜찮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텐데. 난 고작 2급 헌터일 뿐이고 오늘 처음 만난 사이야. 하필 나지?”
 
 야장은 검게 번들거리는 히드라의 비늘을 하나 떼어냈다.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도 더 큰 비늘은, 바깥 부분이 면도날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다른 1급 헌터들? 걔들과는 동업할 수 없어. 1급 헌터끼리는 서로를 경쟁자라고 생각하면 했지 절대 협력하지 않으니까. 무리를 짓는 헌터들은 결국 2급 아래로 한정되어 있을 뿐이야. 1급 놈들은 다른 1급 놈들을 어떻게 제칠까 궁리할 뿐이라니까. 헌터는 돈이 된다고. 이물을 독점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놈들이지.”
 
 “당신은 아니고?”
 
 노골적인 물음에, 야장은 시익 웃었다.
 
 “물론 돈이 좋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야장은 이어 말했다.
 
 “하지만 난 돈을 충분히 벌었어. 이제는 거의 취미 같은 느낌으로 이물들을 만지작거릴 뿐이지. 그런데도 1급 독종 놈들은 날 견제하려고 안달이니, 원. 그건 그렇고, 비록 널 잠깐 봤을 뿐이지만 꽤 잘 싸우던데. 절대 2급으로 끝날 실력은 아냐. 적어도 네가 있던 이계에서 정점 정도는 찍어본 적 없어?”
 
 “그런 적 없어.”
 
 야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손가락이 아니라, 면도날처럼 예리한 비늘조각으로. 두피에서 피가 나지 않는 것이 용했다.
 
 “그래? 이상하네. 뭐, 그게 1급 헌터의 기준은 아니니까. 어쨌든 너 같은 실력이면 충분히 나랑 협력할 만해. 그리고 명목상 급수는 2급이니 다른 1급 헌터들에게 견제당하지도 않을 테고. 어때, 꽤 괜찮은 조건 아닌가?”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야장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하지만 난 이 일 오래 안 할 거라서. 등록금만 벌면 그만둘 거야.”
 
 “뭐?”
 
 야장의 눈이 치켜 떠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봤다는 표정.
 
 “이 일을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려고? 대안은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지쳐서. 싸움은 그만하고 싶어.”
 
 현진의 솔직한 말. 야장은 무슨 말을 더하려다, 단념했다. 현진이 이계에서 수십 년간 있었다는 말을 떠올렸기에.
 
 “지쳤다고? 딱히 납득은 안 간다만······. 굳이 말릴 수는 없겠지. 그럼 네가 그만큼 돈을 벌 때까지만이라도 상관없어. 그때는 또 다른 사람을 구하면 그만이야. 그래도 하기 싫다면 하는 수 없고. 대신 내가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만 비밀로 하면 돼.”
 
 “······당신과 같이 일하면 돈을 더 빨리 버나?”
 
 “지금까지보단, 훨씬.”
 
 “도중에 그만둬도 상관없고?”
 
 “그야, 언제든.”
 
 여기까지 들은 바에야, 현진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 잘 부탁해.”
 
 오케이, 중얼거린 야장은 퍼뜩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런데 너, 유명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관계는 알려져서 별로 좋을 게 없다고. 견제나 오질나게 받을 테니까. 유명인사면 특히나.”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어.”
 
 현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디멘션신드롬.
 
 3년 전부터 발생한, 전 세계적인 차원 이상 증상. 매년 수천 명의 민간인이 차원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차원균열은 그만큼이나 이물들을 현실로 뱉어냈다.
 
 차원균열로 빨려 들어간 민간인은, 사실 정부의 입장에선 사소한 문제였다. 실종자와 같은 빈도로 풀려난 이물들이 실종자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선 확실히 사소한 문제이긴 했다.
 
 세계 각국은 담당부처를 서둘러 만들었고, 그건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물대응부.
 
 대중들에게는 ‘헌터부’로 더 잘 알려진 부처.
 
 그리고 헌터부 2팀의 팀장 권성태는 트위브 영상 클립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져 버린 영상. 인기 아이돌의 목숨이 위험했던 실제 영상이었고, 활동 중인 헌터가 지근거리에서 찍힌 몇 안 되는 영상이기도 했다.
 
 “천현진······. 이계에서는 천마라고 불렸다고······.”
 
 하지만 그는 2급 헌터였다. 한 세계관에서 정점에 올랐던 실력이라면, 일찌감치 1급 자격을 얻고 정부와 협력했어야 했다. 그리고 소싯적 무협 소설을 탐독했던 권 팀장은 ‘천마’라는 칭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실제로 ‘천마’였던 헌터는 1급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자이기도 하고. 헌데 2급이라······.”
 
 이전까지만 해도 권 팀장은 현진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2급 헌터는 한 명 한 명 주의를 기울일 만큼 수가 적지도 않았고, 천마라는 지위 역시 이계마다 다른 의미를 가졌을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가 ‘야장’ 부영철과 협력해 2급 이물 중에서도 상위인 삼두 히드라를 잡아낸 시점엔 이야기가 달랐다. 하물며, 바로 며칠 전 트위브를 중심으로 그의 동영상이 외국에까지 퍼져나간 상황.
 
 그의 정체를 대중들은 몰라도, 이물대응부 팀장이 모를 수는 없었다.
 
 ‘확실히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긴 했어. 그래도 실력이 된다면 분명 1급 자격을 얻었을 텐데. 실력이 안 되나? 아니면 그럴 생각이 없거나. 흠······.’
 
 이물, 그리고 귀환자는 이계의 신비한 힘을 가져다 쓸 수 있는, 현재로선 유일한 매개였다. 디멘션신드롬은 사회에 위기만 가져다준 것만이 아니라 기회 또한 가져다줬다.
 
 실력 있는 귀환자를 정부에서 ‘헌터’라는 명목으로 가까이 두려는 이유이기도 했다.
 
 “야, 희수야!”
 
 “네!”
 
 권 팀장은 부하 직원을 불렀다.
 
 올해 갓 배속된 신입 입장에서 팀장이 직접 부른다는 건, 꽤 긴장되는 일.
 
 신입, 김희수는 조금 굳은 얼굴로 권 팀장에게 다가갔다.
 
 “너 지금 하는 일이 뭐냐.”
 
 “어······. 사용한 잔 설거지하고, 복사용지 정리하고, 쓰레기통 버리고, 그리고······.”
 
 희수는 말하면서도 낯이 뜨거웠다. 사실 조금 더 일 같은 일을 시켜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럼 한가하겠네. 너, 매일 이 사람한테 전화 걸어. 능력 검사 다시 받아보라고. 그리고 우리한테 있는 정보보다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희수의 표정이 굳었다. 방금 희수가 맡은 일은, 자신의 선배들이 하는 일들이었다. 1급 헌터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강한 자들, 그리고 정부에 협조적이거나 그 반대로 비협조적인 자들을 마크해 정보를 수집하는 일.
 
 개중에는 1급 헌터가 아닌 자들도 왕왕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범법 의혹이 있나요?”
 
 “그건 네가 알 것 없고.”
 
 시킨 일에 토 다냐? 팀장의 눈빛은 분명 그것이었다. 희수는 고개를 숙이는 둥 마는 둥 황급히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기 와서 제대로 하는 첫 일이야.’
 
 희수는 의욕이 들끓었다.
 
 
 # 용인 조안
 
 반짝이는 조명.
 
 사람 키만큼이나 높은 무대.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호응.
 
 “여러분, 감사합니다. 폴라리스였습니다아!”
 
 그룹 폴라리스는 대학교 축제 행사를 마치고 대형 밴에 올라탔다.
 
 무대에서 보였던 미소는 어디 가고, 민희는 투덜거렸다.
 
 “매니저 오빠,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의상 너무 짧아. 아래에서 다 보이겠어.”
 
 “안에 속바지 입었잖아.”
 
 무신경한 말, 민희는 왈칵 짜증을 냈다.
 
 “그게 뭔 소용이야? 트위브에 직캠 뜨는 거 오빠 안 봤어? 내가 봐도 낯 뜨겁단 말야.”
 
 폴라리스의 직캠 영상은 한번 올라올 때마다 조회수가 수십만을 넘는다. 그만큼의 인기를 방증했지만, 역시 선정적이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매니저는 끄덕였다.
 
 “알았어. 의상팀에 말해놓을게.”
 
 “고마워, 오빠! ···야, 근데 넌 오자마자 뭘 봐?”
 
 민희는 수아 어깨너머로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수아는 어느새 휴대폰을 꺼내어 뭔가를 보고 있었다.
 
 “아, 응. 채팅방.”
 
 건성으로 답하는 수아. 민희는 질려서 말했다.
 
 “와, 일 언제 끝났다고! 너 중독 아니니?”
 
 수아는 대꾸하지도 않았다.
 
 “···수아야?”
 
 뒤늦게 차에 탄 효인도, 민희처럼 뒤에서 스마트폰을 훔쳐봤다.
 
 가로로 뉜 스마트폰 화면 속 채팅창은, 글들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천현진. 2급 헌터. 별명 천마. 나이 20대.]
 
 [그건 벌써 다 아는 거고. 다른 소식 없어?]
 
 [그럼 니가 조사하시던가요.]
 
 ‘드디어 찾았어.’
 
 한 사람의 신상 정도는, 어릴 적부터 골목 대신 인터넷을 돌아다닌 요즘 세대에겐 우스운 일.
 
 수아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찾고 싶은 사람을 찾았지만, 그가 달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
 
 “···뭐지? 시선이 왜 이렇게 따가워?”
 
 동사무소를 들를 때마다 현진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기분 탓은 아니었다. 이계에 있을 무렵, 마교 안은 온갖 음모가 판을 치는 복마전이었다. 최소한의 눈치가 없었다면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천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원인까지는 알 수 없는 현진이었다. 3년간의 공백은 최신 IT 기술에서 현진을 멀어지게 했다.
 
 “뭐, 앞으로는 잘 들르지도 않을 거니까. 상관없지만.”
 
 야장의 제안대로만 한다면 앞으로 동사무소에 굳이 들를 필요는 없었다.
 
 현진은 동사무소를 떠났다.
 
 [지하철? 거기에 이물이 숨어들 만한 곳이 있나?]
 
 [보통 놈이 아닐걸, 형씨? 헌터부 반응으론 2급 상위, 적어도 그 히드라보단 셀 거야.]
 
 [헌터부가 알고 있는데, 왜 아직 토벌되지 않은 거야? 늦어도 3일이면 토벌되잖아.]
 
 [숨어든 곳이 곳인지라···. 원래는 돈에 이끌려 헌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테지만. 그래서 부랴부랴 나한테 맡긴 거겠지. 나는 너한테 맡기는 거고.]
 
 [···장소는?]
 
 ***
 
 신성동 지하철역 지하 3층 승강장.
 
 건설 도중 선로계획이 변경되면서, 그대로 방치된 승강장이었다. 선로와 승강장, 조명까지 모든 것이 정상작동하지만, 버려진 폐허. 원래는 직원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지만···.
 
 “천현진입니다.”
 
 이름만 대자 지하 3층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야장이 슬쩍 언질을 넣은 것만으로도 손쉽게.
 
 현진은 다시 한번 야장의 입지를 실감했다. 또한, 그건 정부가 이물과 이계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나름 편리하단 말야.’
 
 야장이 내건 조건은 이랬다. 현진이 잡은 이물은 현진이 직접 보고하지 않고, 야장에게 인도한다. 야장은 정부와 맺은 계약에 따라 소정의 급여와 이물의 잔해를 양도받고, 야장은 현진이 동사무소에 보고했을 때 받을 금액에 오 할을 더 해 지급한다. 기회 될 때마다 현진을 위한 도구들을 만들어주는 것은 덤.
 
 도구들이야 야장이 변덕을 부렸을 때나 만들어주겠지만, 급여를 오 할이나 더 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헌터에게 이물을 잡았다는 보고는, 헌터로서의 성과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였다.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지만 헌터 일을 오래 할 생각이 아닌 현진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 야장 역시 돈보다 도구를 만들 재료를 먼저 선택하는 면이 있어, 둘의 이해관계는 일치했다.
 
 모든 게 좋았다. 왠지 모를 따가운 시선만 아니면. 하지만 그것 또한 동사무소를 들를 일이 없을 테니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지하 3층 승강장은 비상등만 켜져 어두컴컴했다. 현진은 오히려 반기며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다량의 탄소가 함유된 현진의 철검은, 히드라를 상대하는 와중에 조금 날이 바래 버렸다. 하지만 아직 쓸 만한 무기였고, 무엇보다 팔십 만원이나 하는 물건이었다. 조금 하자가 있다고 버릴 순 없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도 하고.”
 
 비록 최고의 명필은 아닐지라도, 꽤 잘 쓰는 글씨라고는 생각하는 현진이었다.
 
 천천히, 사소한 이변이라도 감지할 정도로 감각을 곤두세운 채 현진은 역사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어떤 기척도 감지되지 않았다.
 
 “···여기 맞는 거야?”
 
 아직 둘러보지 않은 곳이 있긴 했다. 역사 안쪽, 선로가 이어진 곳.
 
 하지만 그 안쪽은 역시 꺼려졌다.
 
 이계에서 수십 년 살아온 그이지만, 현대 시대를 살며 주입된 금기마저 전부 떨쳐버릴 순 없었기에. 그리고, 지하철 선로 아래를 내려가 걷는 것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금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하는 수 없지.”
 
 현진은 선로 안쪽으로 걸어갔다. 눈을 어둠에 점점 적응시키며, 천천히.
 
 ***
 
 헌터부의 권 팀장은 야장과 현진이 히드라를 잡는 모습이 찍힌 현장 카메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독을 정면으로 맞았잖아? 그러고도 멀쩡하다고?’
 
 평범한 독이 아니었다. 전승에선 온갖 신물을, 그리고 반인반신인 헤라클레스마저 죽여버린 강력한 독이었다. 물론 단순한 전승일 뿐이지만, 그 독의 강력함만은 현장에서의 채취결과로 증명된 사실.
 
 “야장이랑 같이 있잖아. 야장이 뭔가 건네줬겠지.”
 
 3팀장도 흥미로운 듯 권 팀장의 화면을 같이 바라봤다.
 
 “아니, 처음부터 확인해봤는데 야장이 뭔가 건네준 기색은 없었어.”
 
 “설마, 만독불침은 아니겠지.”
 
 “그렇겠지. 설마···.”
 
 두 팀장의 의견은 일치했지만, 동시에 꺼림칙함도 느끼고 있었다.
 
 ‘설마 정말 만독불침이라면···.’
 
 ‘1급 헌터 중에서도 독왕 말고는 없어. 그럼 인재인데···.’
 
 둘의 생각은, 사실과 비슷하면서도 달랐지만.
 
 3팀장은 동영상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봤다.
 
 “전에 말한 2급 헌터, 맞지? 최근 뉴스에 나온 녀석이네.”
 
 “···뉴스?”
 
 “그 왜, 폴라리스 구해준 녀석. 신상 다 털렸어. 인터넷 신문에 벌써 이름이―”
 
 3팀장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권 팀장은 당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오케이 신문입니―”
 
 “이물대응부 팀장 권성태라고 합니다. 기사 담당자 바꿔주십시오.”
 
 권 팀장의 서슬이 날카로웠다.
 
 오케이 신문이 낸 현진의 기사는,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다시 내려갔다.
 
 이미 캡처되어 여기저기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
 
 현진은 기척을 느꼈다.
 
 유약한 현계의 사람과 동물이 낼 수 없는, 강맹한 기운.
 
 ‘드디어···.’
 
 철검에 기력을 끌어 올렸다. 단, 모은 기척은 어디까지나 선로 주변의 기운을 현진이 받아들인 것, 웬만큼 감각이 예민하지 않으면 현진의 진기를 눈치채기 힘들었다.
 
 “검? 사람? 누구야?”
 
 들려온 건, 칠흑 같은 지하철 선로에 어울리지 않는 매끄러운 목소리.
 
 현진은 온몸의 털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현진도 기척을 알아챈 것이 고작, 하지만 상대는 현진의 무기, 외형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미 어둠 속에 녹아든 상태였는데도.
 
 현진은 은밀하게 어둠 속을 미끄러졌다. 쇳물이 흐르듯 무겁고, 매끄럽고, 거침없이.
 
 하지만 목소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현진과 같은 속도로, 같은 간격을 유지한 채 따라오고 있다는 뜻.
 
 “이곳은 어떻게 알았지? 헌터인가? 아니면―”
 
 뒤이어 들려온 소리는 소름이 끼칠 만큼 차가웠다.
 
 “네가 이물이니?”
 
 현진은 비로소 기척을 느꼈다. 자신의 오른쪽, 서른 걸음 정도 옆. 공간이 응축하고 있었다.
 
 ‘위험!’
 
 곧이어 목소리는 허공을 격하고 기운을 발출했다. 기운은 당장이라도 서리가 낄 정도로 차가웠다.
 
 현진은 이계에서 비슷한 무공을 겪어본 적 있었다.
 
 ‘빙궁.’
 
 자칫 애검이 부러질뻔한 기억, 현진은 기운을 받아치기보다 피하는 편을 택했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현진이 피한 곳 바로 지근거리에 있었다. 그곳으로 피할 것을 예측한 모양.
 
 ‘이만한 위력이라니, 원래 있던 이계에서는 얼마나 셌던 거지?’
 
 현진은 기력을 끌어올려 안력을 높였다. 비로소 현진은 목소리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대단한 미인. 전에 봤던 아이돌 가수에 뒤지지 않는 미모였다. 이 어둠 속에서 본 것이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현진은 검을 들어 여자의 장법을 막았다. 손바닥으로 친 공격이지만, 장법이라기보다 조공(爪功)에 더 가까운 모양새.
 
 드드득, 현진의 검이 뒤로 밀렸다. 손날은, 검날과 맞닿았음에도 전혀 손상이 없었다.
 
 하지만 현진의 검은 하나, 여자의 손은 둘.
 
 현진에게 짓쳐오는 나머지 한 손은, 아까와는 정반대인 양강지기였다.
 
 “칫!”
 
 그리고, 미녀의 손은 허공을 갈랐다.
 
 “어라? 피할 줄은 아네?”
 
 “적당히 하지. 나도 헌터야. 허가도 받았고. 당신은 여기 들어올 때 허가받았어?”
 
 “허가? 누구한테?”
 
 현진과 미녀는 어둠 속에서 대치했다. 적어도, 당장 덤벼들지는 않는 모양.
 
 “아무도 내게 ‘허가’를 할 순 없어. 고작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 안은 분명 어두웠지만, 종족을 몰라볼 만큼은 아니었다. 현진과 대치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 사람의 모습이었다.
 
 현진의 눈동자는 의구심으로 조금 흔들렸다.
 
 “당신이야말로 헌터 맞지?”
 
 “나? 당연히 헌터지.”
 
 “그리고 인간이 아니라고?”
 
 “종족 자체는 인간이다만, 너와 취급을 같이 하는 건 삼갔으면 좋겠는데.”
 
 기묘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의 강함은 진짜, 현진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면, 이곳엔 왜 온 거지? 나랑 같은 목적인가?”
 
 “네 목적이 뭔데? 그리고, 네 실력이면 애초에 방해일 뿐이야. 얌전히 물러가 있어.”
 
 여자 헌터의 큰소리. 하지만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긴 했다. 현진이 이계에서의 역량을 전부 가지고 있다면 또 몰랐겠지만. 하지만 현진은 현실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여기서 제대로 역량을 높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일시적인 돈벌이, 헌터 일은 현진에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얌전히 물러가라고? 미안한데 그 명령이야말로 못 들어 주겠는데? 나도 돈벌이 때문에 온 거라고. 그리고 규칙에 따르면 이제 좋든 싫든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 아냐?”
 
 하, 여자 헌터는 웃었다.
 
 “네가 나와 협동한다고?”
 
 “그래, 네가 더 세다고 치자고. 그래도 방해가 될 만큼 내가 약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어렵게 갈 것 없이, 분담하고 적당히 나누자고.”
 
 협업하면 야장에게 이물 양도를 못 하니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지금은 차선이라도 택해야 했다.
 
 여자 헌터는 여전히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
 
 하지만 선택할 여유는 빠르게 사라졌다.
 
 “너희들, 날 잡으러 온 거냐?”
 
 쭈뼛, 신경이 곤두섬을 느끼자마자 현진은 몸을 틀었다.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오늘 이 안에서 봉변을 자주 당하는데.’
 
 들려온 건 인간 남자 노인의 목소리. 하지만.
 
 “야, 속지 마. 저 녀석이 이물이니까.”
 
 잠깐 현진이 했던 생각을, 여자 헌터는 간단하게 부정해버렸다.
 
 ***
 
 인간형 이물은 처음이었다.
 
 사극에서나 볼법한 옷을 차려입은, 노년의 남자. 무협의 시대를 살다 온 현진에겐 익숙한 복장이었지만, 이곳이 현대이기에 더욱 이질적이었다.
 
 “너흰 누구냐, 짐을 만나러 온 것이냐?”
 
 “그래. 그리고 죽어줘야겠어.”
 
 여자 헌터는 손톱을 세우며 날카롭게 말했다. 노인의 모습을 한 이물은 의뭉스레 되물었다.
 
 “짐을 죽인다고? 이유는?”
 
 “당신은 사람도 아니고 이 세상 것도 아니니까.”
 
 노인은 그 말에도 남의 일인 양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그래. 사람이 아니긴 하지. 그리고 이곳의 기운이 옅은 것이 영 이상한 곳으로 흘러들어온 모양이군. 하지만 짐은 이곳에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닐세.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지. 방법을 알려다오.”
 
 “돌아갈 방법은 없어. 난 조안, 드래곤 무래나리온의 딸이다.”
 
 여자 헌터, 조안은 자신을 소개했다. 사교를 위해서가 아닌 결사를 앞둔 의식으로서의 소개.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세를 취했다. 두 손을 모으고 체중을 뒤로 실은, 오래된 무술의 자세.
 
 “그냥 토룡이라 부르게. 용의 여식.”
 
 ‘토룡’이라는 말에 조안은 반응했다. 이계의 의부, 드래곤을 떠올린 것. 하지만 눈앞의 적과 싸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릴 적 이계로 떨어진 조안은 현실보다 이계의 상식과 더 가까웠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도 이계에 있을 때와 별반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어둠이 밀도를 이룬 듯한 공간.
 
 둘은 순식간에 맞붙었다.
 
 그리고 현진은 잠시 둘을 방관했다. 돈벌이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이물’이라는 노인을 죽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까지 싸워온 다른 이물들과는 달랐기 때문에.
 
 노인은 이성이 있어 보였고, 위협적이지도 않았으며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파 하는 이였으니까.
 
 이계에 있을 무렵의 자신과 겹쳐볼 수밖에 없는 현진이었다.
 
 노인은 엄청난 고수였다. 특히 지하 깊은 이곳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토룡’이라 자칭한 이름은 아마 그의 본질일 터. 하나 현진은 여자 헌터, 조안의 실력도 잠깐이나마 직접 겪어 알고 있었다. 현진은 그녀가 1급 헌터 중에서도 수위권을 다투는 실력자라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노인을 원래 세계로 돌려 보내줄 방법은 없나? 현진은 고민했다.
 
 물론, 그렇게 쉽게 차원 위상을 열 수 있다면 세상에 이물 문제는 없어야 했다. 하지만.
 
 ‘신비검과 맞부딪쳤을 때 차원균열이 열렸지. 그건 우연이었나?’
 
 아무런 기교도 없이 단지 힘만을 모아 맞부딪친, 강렬한 충격.
 
 어쩌면 그것이 차원위상을 비집어 열었을지도 모를 일.
 
 물론 다시 시도할 수는 없는 방법이었지만.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그보다 더한 내력 충돌도 있었지만, 그때는 멀쩡했으니까. 뭔가 다른 요인이 있었을 텐데, 그게 뭔지 대체.’
 
 현진이 둘 사이의 싸움에 관여하지 않는 사이, 토룡과 조안의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처음의 호각은 가면 갈수록 조안의 쪽으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다. 토룡의 힘이 약해지지는 않았지만, 조안의 기세가 점점 거세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처음부터 조안에겐 여력이 있었다는 것을, 현진은 눈치챘다.
 
 ‘이곳이 지하라서 일부러 조절하는 건가? 하지만 점점 기세를 올리는 걸 보면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문득 든 생각, 순간 현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힘이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튀어, 구조물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이곳은 지하철 선로였다. 지하 3층 승강장 위로 다른 승강장이 늘어서 있었다. 이 위쪽으로 선로가 지나다닐지도 모를 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잠깐, 멈춰!”
 
 수세에 몰린 토룡과 승기를 잡은 조안 사이에 현진이 끼어들었다.
 
 “뭐야. 이제 와서 방해야?”
 
 조안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현진 째 관통해버릴 생각인지, 단검처럼 잔뜩 오므린 손바닥에 서린 기세가 흉흉했다.
 
 현진은 겨우 검을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검에 실린 기운만으로 조안의 손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역부족으로 보였다.
 
 조안의 손에 서린 기운은 현진의 검날에 닿자마자, 현진의 기운에 동화되어 흡수당했다. 짧은 찰나였지만 조안은 자신의 기운이 적에게 흡수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리치?!”
 
 깨닫자마자 조안은 튕기듯 멀리 물러났다.
 
 하지만 언데드라니, 누명에도 정도가 있다.
 
 “몇 번 흡성대법이라 오해받은 적 있긴 하지만, 그런 건 아니야.”
 
 조안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조안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현진은 긴장했다. 뒤의 토룡이 공격해오지 않는 것이 당장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봐, 그보다 여기서 너무 날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는 있지?”
 
 “하, 지금 협박하는 거야? 이곳을 무너뜨려 버리겠다고?”
 
 그 반대였다. 하지만 조안은 천천히 다가왔다.
 
 “고작 땅이 무너지는 것 정도, 아무것도 아니야. 뭣하면 내가 먼저 할까?”
 
 ‘안 돼.’
 
 현진의 몸이 움직였다.
 
 조안은 당장이라도 지하철 선로 외벽을 무너뜨릴 태세, 현진은 그를 막아야 했다.
 
 외벽으로 향하는 조안의 손, 현진의 몸도 빠르게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외벽을 향하던 손은 도중에 관성을 무시하며 진로를 변경했다. 목표는 현진.
 
 ‘속임수.’
 
 하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쩌엉!
 
 큰 힘이 충돌했다. 북이 찢어지는 듯한 파열음이 좁은 통로를 밀치고 나갔다.
 
 ***
 
 야장 부영철은 작업실에 남아있었다.
 
 며칠에 한 번, 연구에 쓸 이물의 잔해가 없어졌을 때쯤에야 하나 잡아 오면 그만이었다. 정부는 헌터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실하게 이물을 처리해주기를 바랐지만, 야장에게 바라는 건 따로 있었다.
 
 히드라의 사체는 가죽과 뼈, 고기로 분리되어 곳곳으로 흩어졌다. 야장에게 남은 건 반절 가량의 가죽과 뼈, 비늘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비늘을 만지다, 야장은 천천히 작업대 위에 내려놓았다.
 
 “···여긴 어떻게 온 거냐? 꽤 비싼 보안장치였는데.”
 
 검은 양복을 입은, 선이 굵은 남자. 정중한 차림이었지만 공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야장은 남자를 만날 때마다 부러진 굵은 나뭇가지를 연상했다.
 
 잘 부러질 것 같지 않고, 여기저기 날카롭게 뻗어있는 느낌. 나무둥치에서 분리되었음에도 여전히 땅에 심으면 다시 자라날 것 같은 생명력까지.
 
 남자를 재료로 도구를 만들면, 분명 좋은 것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았다. 나갈 때 물어주지.”
 
 꽤 비싼 금액이었지만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야장은 넌덜머리 난다는 듯 말했다.
 
 “올 거면 그냥 왔다고 말만 하면 됐을 텐데. 어차피 너희 같은 놈들 막으려고 설치한 게 아니란 말이다, 천마.”
 
 1급 헌터 백마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하지.”
 
 마완에 비하면 야장의 체격은 볼품없었다. 키도, 풍채도 마완에 못 미쳤으니까. 조금 튀어나온 배와 반쯤 벗어진 머리는 오히려 야장을 조금 얕잡아볼 만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야장은 마완과 나란히 섰다.
 
 “그래, 무슨 일이냐. 먼저 연락하지 않고.”
 
 “네 번호가 없었다.”
 
 “그따위 거야 얼마든지 알 수 있잖아?”
 
 “전화로 하기 힘든 말이다.”
 
 그랬을 거라고, 야장은 짐작했다. 1급 헌터들끼리는 서로 견제하기 바빴지만, 최정상에 있는 몇몇 헌터들과는 상관없는 일. ‘용인’ 조안과도 비견되는 실력자인 ‘천마’ 백마완이 그런 존재였다. 한국을 넘어, 세계와 비교해도 비교할 사람이 없는 강자.
 
 그런 그가 도청이 두려워 직접 대면해 내뱉을 말이야 뻔했다.
 
 “내 검을 만들어줘.”
 
 “···고작 그 말을 하려고 왔어?”
 
 “앞으로도 계속.”
 
 야장의 눈이 낮게 깔렸다. 계속이라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마완은 이어 말했다.
 
 “실력자들을 모을 생각이다. 1급 헌터 중에서도 쓸 만한 녀석들로. 너도 그 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1급 놈들을 모은다고? 걔네들이 모여주기나 한데? 1급을 부랴부랴 모아서 처리할 만한 이물이 어딨다고.”
 
 적어도 야장이 아는 바로는 그랬다. 1급 헌터들은 귀환자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자들, 협력할 바에 싸우는 편을 택하는 자들이었다.
 
 “상대는 이물이 아니다.”
 
 작업장 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천천히, 내뱉는 말 한마디마다 폭탄 회로를 건드릴 것처럼 조심하며 야장은 말했다.
 
 “난, 별로, 생각 없어. 다른 사람을 알아봐.”
 
 “너만 한 실력자는 없다. 너도 딱히 이유가 있어서 정부와 일하는 건 아니겠지.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대우하마.”
 
 “이참에 확실히 말하지. 난 너희가 뭘 하든 상관없어. 나한테 피해만 없다면. 나를 먼저 찾아온 걸 보면 아직 세력을 만들지는 못한 모양인데, 괜히 내게 불똥 튀게 하지 마. 그만 돌아가. 싫으면 한 판 붙던가.”
 
 상대는 최강의 헌터, 하지만 야장 또한 이름있는 1급 헌터였다. 제작자로서의 능력만으로 1급에 이름을 올릴 수는 없다는 것은 마완도 알고 있는 사실.
 
 “···할 말은 끝났다. 다시 오지. 그땐 더 좋은 제안을 생각해두마.”
 
 천마, 백마완은 등을 돌려 작업장을 걸어나갔다. 일견 무방비해 보이기까지 한 등, 하지만 야장에겐 악어의 벌린 아가리처럼 위험해 보였다.
 
 마완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로소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귀가 떨어질 만큼 울려대는 경보도 무시한 채 야장은 방금 있었던 대화를 반추했다.
 
 “···한번 왕 노릇 했던 놈은, 어딜 가나 왕 노릇 하고 싶은 법이지.”
 
 야장 역시 이계에서 여러 일이 있었던, 잔뼈 굵은 인물.
 
 모든 1급 헌터들은 크나 적으나 비슷한 성향이었다. 하지만 백마완은 그 정도가 더 심해 보였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현세로 돌아와 조금 여유롭게 지내고 싶었지만.
 
 발밑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
 
 조안은 어이가 없었다.
 
 “막았어?”
 
 그것도 조안의 힘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마력을 흡수하는 적은 몇 번이고 상대해봤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역량 이상 담긴 마력마저 흡수해내지 못했다. 그들이 조안의 상대가 아니었던 이유.
 
 하지만 눈앞의 조잡한 철검만 덜렁 든 특징 없는 사내는 충격까지 최소화하며 막아내는 묘기를 보였다.
 
 ‘이 정도가 저놈 역량이라고? 꽤 진심으로 공격한 건데···.’
 
 조안의 모든 힘을 무마하지는 못했는지,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현진은 일어섰다. 그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미쳤어? 방금 이곳을 무너뜨리려고 한 거야? 너와 나뿐만 아니라 무고한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했다고!”
 
 “위험? 저 용 같지 않은 용을 도우려는 네가 더 위험한 인물 아닌가? 여기가 아니라 밖에서 싸웠다면 더 귀찮았을 텐데 차라리 잘 됐지.”
 
 현진 스스로도 왜 이물을 감싸줬는지 명확히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말할 수 있었다.
 
 등 뒤의 이물보다, 눈앞의 헌터가 훨씬 위험하다는 것.
 
 이물은 한가로울 정도로 태평하게 물었다.
 
 “이상하군. 자네도 저 여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인데, 나를 돕는군. 처음엔 나를 잡으러 온 것 아닌가?”
 
 “하지만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으니 하는 수 없지. 당신을 죽이는 건 딱히 내 의무가 아니야. 소일거리지.”
 
 “하지만 나를 도와줄 필요도 없었을 텐데.”
 
 눈앞의 용인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현진은 방심할 수 없었다.
 
 “나도 당신 기분 잘 알거든.”
 
 그렇게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조안의 양손에 서린 기운은 정반대의 성질을 띠었다. 오른손은 양강지기, 왼손은 극음지기.
 
 이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진마저 여태 만나본 적 없는 경지였다. 한 몸에 두 가지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면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이었으니.
 
 현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
 
 열기와 냉기가 서린 손날 두 개가 어금니처럼 교차했다.
 
 막아볼까 하는 찰나의 고민, 하지만 현진은 이내 단념하고 두 공격을 피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성질의 기운은 연자공으로 무마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한가지 성질의 기운이었다면 쉽사리 막을 수 있었을 테지만. 아무리 좋은 필터도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동시에 걸러 나눠놓을 순 없었다.
 
 ‘채 거르기도 전에 넘쳐버리겠지.’
 
 적 오른손의 양강지기를 받아넘기고, 왼손의 공격은 피하며 현진은 뒤로 물러났다. 이계에서 도망치기 위해 가장 먼저 극성으로 익혔던 경공은 현대에 와서도 유용했다.
 
 ‘한 번에 두 가지로 공격하는 건, 일부로겠지?’
 
 추론할 여지도 없었다. 조안의 눈빛을 본 현진은 확신했다. 한 세계의 정점에 올라본 자 다운 노련함. 현진이 자신의 마력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조안은 비슷한 상대들과 싸워왔던 요령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매끄러운 움직임과는 별개로 조안은 안으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떻게 받아내는 거지?’
 
 양아버지, 드래곤에게 직접 배운 용 조수였다. 거기에 용조차 능가한 조안의 마나 적응력은 불가능하다 여겨진, 한 몸에 두 성질의 마나를 깃들이는 일조차 가능케 했다. 비록 상대가 양손의 공격을 모두 상대하진 않고 왼손의 냉기만은 확실히 피하고 있었지만, 오른손을 받아내고 있다는 것부터 조안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마나드래인 형식의 마법은 두 가지 이상 성질의 마나로 동시 공격하거나, 격하게 움직여 집중력을 흩트리는 것으로 간단히 파훼 되었으므로.
 
 ‘이곳에서 제대로 싸우고 싶진 않은데.’
 
 이곳이 수십 미터 지하라는 사실이 결국 조안의 걸림돌이었다. 여차하면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역시 최후의 수단이어야 했다. 그보다 조안은 한가지 반쯤 확신하는 사실이 있었다.
 
 상대도 아직 진심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조안이 입을 열었다.
 
 “물러서.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일은 헌터부 인간들에게 보고할 거야. 이물을 도와준 변절자가 있다고.”
 
 “···난 변절자가 아냐.”
 
 “그래? 지금 하는 짓을 봐. 아니라고?”
 
 현진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뒤에는, 이미 전투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있는 노인이 오도카니 서 있었다.
 
 토룡은, 둘의 싸움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
 
 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왜 아직 이곳에 있냐는 눈빛만 보낼 뿐. 토룡은 이해했으면서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로서도 현진의 급작스러운 행동이 이해 가지 않았으니. 같은 처지라니, 알듯 모를듯한 말이었다.
 
 그도 결국 자신이 이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현진에게 방해가 된다는 사실은 자각했다.
 
 “고맙네, 젊은이.”
 
 ‘빨리 가버려.’
 
 속으로 답하며 현진은 쓰게 웃었다. 젊은이라니, 이래저래 거의 백 년 가까이 살아온 그였다. 물론, 영물쯤 되어 보이는 토룡에겐 아이나 다름없는 나이겠지만.
 
 노인의 몸이 폴리모프했다. 관절이 도드라져있던 몸은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전에 잡았던 히드라보다도 큰 거대한 지렁이로 바뀌었다.
 
 원시적인 생김새, 조안은 움찔 뒷걸음쳤다.
 
 “···용이라더니!”
 
 자신이 생각했던 용과는 많이 달랐던 모양.
 
 거대한 지렁이는 땅을 파고들었다. 조안은 생리적인 혐오감, 그리고 정체불명의 고수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미 흥미의 대상이 이물에서 현진으로 옮겨가 버린 것도 있었지만.
 
 “어쩔 거야? 당신 때문에 놓쳤는데.”
 
 이물이 사라져버린 선로에서 조안이 날카롭게 물었다. 조안은 딱히 돈이 궁한 것도, 이물을 죽여야 한다는 사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린 사냥감을 늑대가 물어가 버리면, 사냥꾼의 다음 목표는 자연스레 늑대가 되는 법이다.
 
 “이물을 그냥 놔준 거, 인간들에게 알려도 돼? 꽤나 시끄러워질 것 같은데.”
 
 “되도록 봐줬으면 싶지만.”
 
 자신이 한 일의 중대함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난다면, 아마 현진은 다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지금 비굴해질 이유는 없었다.
 
 “봐달라니?”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지금 고삐를 쥐고 있는 건 용인, 조안이었다.
 
 “내가 왜?”
 
 하긴, 현진이 조안을 설득할 말은 없었다. 토룡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는 말로 설득이 될 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그것도 그렇네. 마음대로 해.”
 
 현진은 뒤돌아서 걸어갔다.
 
 설득할 수 없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 앞으로 있을 불이익에 대비하는 편이 나았다. 그녀와 싸울 이유는 더더욱 없었고. 쉬이 이길 만한 상대조차 아니었다.
 
 ‘야장한테 미안해지는데. 뭐라 말해야 하지?’
 
 현진은 이미 머릿속으로 조안의 고발에 대처할 변명거리를 생각해두고 있었다. 어두워서 적을 못 알아봤다, 둘 다 인간형이라 잠시 헷갈렸다, 등등.
 
 “잠깐 기다려.”
 
 조안이 현진을 불러세웠다.
 
 “한 가지만 알려줘. 그럼 비밀에 부칠 수도 있어.”
 
 “굳이? 됐어. 조금 귀찮아질 뿐인 게―”
 
 “너, 왜 그렇게 강하지? 정체가 뭐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것 같은 현진이었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너, 아까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지?”
 
 “피차일반 아닌가? 신경 안 써도 돼. 서로 전력을 다했다면 아마 네가 더 셌을 테니까.”
 
 조안은 할 말이 없었다. 서로 힘을 아낀 상황. 하지만 조안이 조절한 힘조차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귀환자들은 넘치고 넘쳤다.
 
 “방금 이물은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왠지 해가 될 것 같지도 않았고, 이성까지 있었잖아. 너도 이계에서 이방인이었으니 그 기분 잘 알잖아?”
 
 “···난 이방인이 아니었어.”
 
 부럽네, 현진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현진은 이계에 떨어진 후 10년간은 죽을뻔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 운이 좋았네. 난 아니었거든? 그 지렁이도 아니었을 거고. 일 방해한 건 안 됐지만, 오늘 일을 보고하든 협박하든, 네가 알아서 해. 물론 난 네가 터널 무너뜨리려 한 것 보고하지 않을 거야.”
 
 가급적 서로 보고하지 말자는 은근한 청유. 하지만 조안은 알아먹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쯧.
 
 들리지 않게 조용히 혀를 찬 현진은 그럼 이만,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조안 혼자 남은 터널은 벽 곳곳이 벌레 파먹은 듯 움푹 패, 엉망이었다. 폐허 한가운데서 조안은 현진이 사라진 터널 끝을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상한 녀석.”
 
 ***
 
 “아? 왔어? 별로 어렵지 않았지?”
 
 야장은 한창 작업 중이라 찾아온 현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렵지 않기는 개뿔이.’
 
 상대는 1급 헌터도 얕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물론 현진도, 조안도 제대로 된 힘을 내지는 않았지만. 2급 이물의 범주 따윈 옛적에 넘었다.
 
 하지만 지금 현진은 죄인이었다. 야장의 정보로 간 곳이니만큼, 현진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역시 말해야겠지···.”
 
 “어, 뭘?”
 
 현진은 이어 말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야장의 표정은, 조금씩 구겨졌다.
 
 “그래서 그걸 그냥 놔줬다고? 그리고 그걸 하필 용인한테 들키고?”
 
 “아는 사람이야?”
 
 “그럼 모르겠냐. 그 여자가 우리나라 헌터 탑2 중 하난데. 꽤 반반하고 성질 더럽고 사람보고 ‘인간’이라 부르고, 맞지?”
 
 ‘어쩐지···.’
 
 범상치 않은 강함이긴 했다.
 
 야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현진을 책망하지는 않았다.
 
 “뭐, 됐다. 나야 정보만 준 거지 그걸 잡고 말고는 네 맘이니까. 토룡 가죽이면 좋은 걸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녀석, 말을 하던데.”
 
 “그래서?”
 
 야장의 표정은 악의가 없는 만큼 섬뜩했다. 현진의 말문이 막힌 사이, 야장은 말했다.
 
 “용인 그 여자는 네가 알아서 해라. 네 일이니까.”
 
 “냉정하네.”
 
 “그럼 따땃하게 해줘?”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인 편이 나은 건 현진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묶여있을 만한 일도 아니었고, 생각보다 편하게 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특히 현진은 이 일을 빨리 그만두고 싶었다.
 
 심적인 이유로 토룡을 놓아준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재밌었어.’
 
 전력을 다한 싸움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호각 이상의 상대와 싸우자 예전의 호승심이 되살아날 것 같은 현진이었기에.
 
 “그런데, 그럼 너 용인이랑 싸웠겠네? 그런 것 치고 멀쩡하다 너?”
 
 “왜, 다시 가서 어디 부러져서 올까? 그냥 냅다 도망치기만 했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간단한 보고도 마친 현진은 돌아서 창고를 나가다, 문득 뒤돌아 물었다.
 
 “참, 누가 왔었어? 경비시스템 몇 개가 부서져 있던데.”
 
 “아니. 아무도 안 왔어.”
 
 야장의 대답은 태연했다.
 
 ***
 
 돌아오는 길.
 
 오늘 일은 결국 허탕이었으니, 현진은 허탈한 마음을 애써 누르려고도 하지 않았다. 허탕뿐인가. 잘못하면 용인 조안이 현진의 일을 헌터부에 고발할 수도 있었다. 문제가 되는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몰랐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했고, 떳떳했지만 현실에 피해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 조금씩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죽여서 입을 막을 것을 그랬나.’
 
 찰나 든 생각. 현진은 황급히 고개를 저어 불온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이방인이 이계에서 정점의 자리까지 온건하게만 올라갔을 리 없다. 이계에서는 수시로 행한 방법이었지만, 이곳은 현진의 원래 세계였다. 그리고 그런 생태에 질려버린 현진이기도 했고.
 
 ‘···아냐. 어쩌면 꽤 좋은 방법이었을지도. 굳이 죽이지 않더라도, 힘으로 굴복시킬 수도 있었잖아. 서로 제대로 싸웠을 때 결과가 반반이었다면, 어쩌면 꽤···.’
 
 현진은 원룸 건물에 도착했다. 다니던 대학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원룸.
 
 그 앞에 비싸 보이는 외제차량이 서 있었다. 검정으로 코팅된 유리는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뭐지? 현진은 무시하고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고, 차량의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저, 안녕하세요!”
 
 허름한 건물 앞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청량한 목소리였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당신은···.”
 
 정확한 이목구비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분명 얼마 전 구해줬던 아이돌 중 한 명이었다. 일반인 같지 않은 외모와 목소리에, 범상치 않은 차까지 합쳐지면 안 봐도 뻔한 일.
 
 수아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드디어 ‘그 헌터’를 만났다는 사실에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보다 여기를 어떻게 찾아왔는지가 더 궁금했다. 이미 알음알음 신상정보가 다 퍼져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수아는 익명으로 보내진 주소를 받고 세 시간이나 집 앞에서 기다렸다. 수아는 일정 사이의 얼마 없는 공백 대부분을 현진을 만나기만을 위해서 써버렸지만, 실제로 그를 만나게 된 이상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
 
 “감사 인사는 그때도 했잖아요.”
 
 현진의 말. 수아는 잠깐만요, 라 던지듯 말한 후 트렁크를 열었다. 고운 보자기에 싸인 물건은 분명 어떤 선물세트였다.
 
 “이거, 한우에요. 이제 돌려주셔도 반품은 못 하니까 받아주세요.”
 
 현진은 한우 선물세트와 무거운지 팔을 바들바들 떠는 수아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걸 거절하면 다음에 다른 구실로 찾아오겠지.’
 
 사실은 지금 이곳에 이리 무방비하게 있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파라치에게 지금 모습을 찍히기라도 하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때 제가 늦지 않아 다행이네요.”
 
 현진은 보자기를 받았다. 선물 자체보다, 수아가 저리 감사한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제 용건은 끝난 걸까, 현진은 원룸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아는 우물쭈물, 현진을 보내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
 
 “저, 저기···. 제가 인터넷 방송한다는 거 아세요?”
 
 현진이 현대로 복귀하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여러모로 대중문화는 생소한 감이 있는 현진.
 
 “인터넷 방송? 잘 모르겠는데요.”
 
 그게 나와 뭔 상관이냐는 생각 역시 들었다.
 
 수아는 생글 웃었다.
 
 “간단해요. 제가 방송을 송출하면 사람들은 채팅방에서 웃고 떠드는 거죠.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헌터님을 보고 싶어 해요. 저, 괜찮으시다면 한 번만 게스트로 참석해주시면 안 될까요?”
 
 ***
 
 “그거, 꼭 해야 합니까.”
 
 현진에겐 그다지 내키지 않는 말이었다. 불특정 다수 앞에 자신을 드러내라고? 그것도 인기 아이돌과 함께 하는 방송이었다.
 
 현진은 완곡한 말로 거절하려고 했다. 그 전에, 수아는 먼저 선수를 쳤다.
 
 “사실 출연료는 따로 없거든요? 대신에···. 인터넷 방송을 하면 후원이 꽤 많이 들어와요. 그 수입을 반 드릴게요! 어때요?”
 
 수아의 방송은 트위브에서도 탑 급의 인지도를 자랑했고, 당연히 한번 방송할 때마다 후원금도 엄청났다. 지금까지 수아는 그 후원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폴라리스의 이름으로 기부해왔다. 수아와 폴라리스의 이미지에도 좋았고, 혹시나 있을 안티에게 줄 먹잇감을 원천 봉쇄하는 의미도 있었다. 덕분에 수아가 빈번하게 방송을 켜는데도 그리 큰 어그로는 끌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아의 시청자들은 현진을 보고 싶다고 성화였다.
 
 물론 수아에겐 좋은 구실일 뿐이었지만.
 
 여전히 거절하려던 현진은,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일은 완전 허탕이었고, 곧 철검도 바꿔야 할 것 같은 느낌. 조금이라도 더 벌어둬야 했다.
 
 현진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수아는 조금씩 실망하고 있었다.
 
 ‘역시, 헌터님은 그런 거 안 좋아하시겠지.’
 
 현진이 거절하면 수아가 헌터를 만날 구실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수아가 단념하는 말을 꺼내기 직전 현진의 말이 먼저 나왔다.
 
 “그러면, 한 번 하죠 뭐. 자세한 건 그쪽한테 맡기면 되는 거죠?”
 
 “···네!”
 
 수아는 여태껏 본 가장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
 
 며칠 뒤.
 
 현진은 수아의 오피스텔에 초대됐다.
 
 “저, 이곳은?”
 
 “가끔 쓰는 방이에요. 거기 잠시만 앉아 계세요?”
 
 정말 가끔만 들어오는지, 방 안은 생활 흔적이 거의 없어 썰렁하기까지 했다.
 
 수아는 서둘러 방송준비를 했다. 팀원 모두 사는 숙소 말고 숨돌리고 싶을 때 들어오는 자신만의 방. 이곳에 남을 초대한 건 처음이었다.
 
 ‘미리 정리를 잘 해둬서 다행이야.’
 
 수아는 안도했다.
 
 기본적으로 어지를 만큼 자주 오지 않기에, 당연한 깨끗함이었지만.
 
 현진은 방 곳곳에 눈이 갔다. 가끔 들어오기 위해 계약한 오피스텔이라기엔 방이 너무 좋았다. 화이트톤으로 갈무리된 벽지에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복층은 수아의 침실인 것 같았다. 현진은 그쪽으론 일부러 시선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방 세 개는 들어가겠는데. 거기다 평소엔 거의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역시 격차가···.’
 
 버는 수입이 다른데 환경이 같을 리 없었다. 그 정도의 부를 원한 것은 아니지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 준비 다 됐어요. 바로 방송해도 될까요?”
 
 방송을 앞두자 수아의 표정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조금 전이 안 좋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수아는 밝았다.
 
 “아, 아. 마이크 들리죠? 안녕. 수아 방송이에요! 오늘은 조금 뜬금없는 시간에 열었죠? 많이 봐주실지 모르겠네···.”
 
 수아의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방송을 켠 지 겨우 수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시청자 단위 수는 백자리를 넘어갔다.
 
 [쑤아 ㅎㅇ]
 
 [뭐여 왜 이 시간에 켜진겨? 일단 ㅎㅇ]
 
 [쑤하 (쑤아 하이라는 뜻)]
 
 [어라? 벽지가 다른데? 오늘은 숙소 아니라 집에서 방송하는 듯]
 
 [크 민희 잔소리 못 듣겠네 오늘은. 다음에 올게 ㅃㅇ]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수아는 사람들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 그들과 잡담을 나누며 기다렸다. 그동안 현진은 카메라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화면 안에 들어가 어떤 얘기를 할지는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왜 날 보고 싶어 하는 거지?’
 
 이제야 떠올린 의문, 현진이 혼자서 답을 떠올리기도 전에.
 
 수아는 현진을 불렀다.
 
 “흠, 흠! 사실, 오늘 여기서 방송을 켠 건, 따로 이유가 있어서예요! 전에 여러분이 보고 싶다던 사람이 있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
 
 빠르게 올라가던 채팅창은, 급기야 읽는 것조차 벅찰 정도의 속도로 갱신됐다. 컴퓨터의 모니터는 두 대였고, 그 하나를 채팅창에만 쓰고 있었는데도.
 
 [에이, 설마.]
 
 [기대시켜놓고 별사람 아니면 진짜 귀 꼬집어버린다? 아 물론 내 귀]
 
 [누구?]
 
 [ㄴㄱ?]
 
 [ㄴㄱㄴㄱ?]
 
 “그 정체는,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헌터님입니다! 와아아! 여러분, 환영해주세요!”
 
 많은 사람 앞에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수아였지만, 현진의 눈에는 모니터 앞에서 생쇼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수아의 모습에 익숙한 듯 등장하는 게스트에만 주목했다.
 
 [정말 그 헌터야? 세상에···.]
 
 [평범 그 자체. 오히려 웃기다]
 
 [전에는 답례도 거절했는데 지금은 방송에까지 나온다고? 둘이 무슨 사이?]
 
 [편―안]
 
 [헌하]
 
 [헌하!(헌터 하이라는 뜻)]
 
 현진은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원래 이런 건가?’
 
 트위브 사용자들만이 쓰는 은어까지 섞여 있어, 익숙해지기 전에는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의 연속. 정신이 없는 와중에 수아는 멋대로 진행했다.
 
 “자, 헌터님. 자기소개 해주세요!”
 
 “네? 이렇게 갑자기···. 어···. 네. 저는 2급 헌터 천현진입니다. 나이는 스물여덟 먹었고요. 그리고···.”
 
 [여자친구는 있음?]
 
 [아니면 남자친구도 괜찮음]
 
 [이계는 어땠어요? 들어갈 때 아프진 않았어요?]
 
 [거기서 별명 말해줘! 검귀나 소드마스터 뭐 그런 거!]
 
 솟구쳐 올라오는 채팅들. 거기서 현진은 마침 눈에 들어온 질문에 대답했다.
 
 “아, 별명요. 저는, 거기서 천마라고 불렸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무협 세계관이랑 비슷하고요.”
 
 [천ㅋ맠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웃으면 실례잖아. 전 화장실에서 웃고 올게요]
 
 [천군만마랑은 무슨 사이죠?]
 
 [천마 씨. 그럼 천마군림보 쓸 수 있어요? 천마장법은?]
 
 [천마 정도면 아주 셀 텐데 왜 2급밖에 안 돼요? 거기선 별로 안 세도 천마가 될 수 있었나?]
 
 “어어, 제물은 안 바치고요. 천마군림보는 쓸 수 있어요. 천마장법은 제가 갔을 때 이미 실전되어서 배울 수 없었고요. 그리고···.”
 
 현진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빗발치는 질문들을 하나씩 다 쳐내고 있었다. 대답하기 급급한 표정. 수아는 옆의 안색을 살피다가도 방송 조명, 채팅방 수위 관리 등을 관리하고 있었다. 최대한 현진이 불편을 겪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거의 반쯤 매달려서 현진의 출연을 성사시켰다. 나쁜 기억은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 효인 언니랑 민희도 들어왔네.’
 
 방송 시청 인원 목록 사이에 익숙한 아이디를 발견한 수아. 폴라리스의 다른 멤버 두 명도 수아의 방송에 자주 들어오는 사람들이었다. 시청자라기보다는, 수아가 어떤 방송을 하는지 감시하고 관리하는 의미에서. 수아는 능숙하게 그 둘을 채팅방 관리자로 승격시켰다.
 
 [저 아저씨 진지한 것 좀 봐]
 
 [잠 온다···. 반응 좀 더 크게 못 하나?]
 
 [아냐. 오히려 신선한데?]
 
 [그런데 천마인 건 좀 아깝네. 1급 천마가 따로 있잖어. 헌터 아재는 천마는 천마인데 2급 천마네.]
 
 [그 천마랑 다이다이 떠서 이기는 쪽이 천마 하는 건 어떰?]
 
 채팅창은 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순진하게 채팅 내용 하나하나에 반응하던 현진은, 이내 요령을 알았다.
 
 ‘자기 말 안 들어주면 싫어하지만, 하나하나 일일일 대응해도 부담스러워해. 변덕이 죽 끓듯 하는데, 이게 정말 재밌나?’
 
 잠시 채팅방 사람들과 대화하는 수아. 보는 사람이 기분 좋을 정도로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현진이 보기에도 가식 같아 보이지 않았다.
 
 채팅방의 내용은 잠시 양분됐다. 수아와 소통하는 채팅이 하나, 헌터 쪽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이 또 하나. 그들은 1급인, 다른 ‘천마’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그 사람 아마 우리나라 헌터 중에선 가장 셀걸? 이름이 마왕이었나?]
 
 [마완. 백마완임. 최강은 아니고 1티어 쯤 됨.]
 
 [ㅈㄹ하네. 그 사람 말고 누가 최강임?]
 
 [여왕님.]
 
 [조안? 용인 그 여자가 헌터 계 대표적인 거품이자너]
 
 [거품은 니 머리통 안에 든 게 거품이고]
 
 “아이참, 얘들아. 그만!”
 
 “수아 씨, 이런 게 재미있어요?”
 
 “아, 네. 힘들긴 해도 재밌어요! 얘들아. 그만 싸우라니까안!”
 
 평소 수아 방송 시청자들보다는 조금 거친 사람들이 유입되어, 채팅방 관리에 애를 먹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방송은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었다.
 
 ‘재밌다고? 이게?’
 
 현진은 화면 속 올라가는 채팅들을 계속 주시했다. 채팅창 속 내용은, 아직은 현진에게 사람이라기보다 의견의 집합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저기, 오늘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러니까···.”
 
 수아는 현진을 볼 면목이 없었다. 만약 현진이 방송을 재밌어한다면, 종종 게스트로 부를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진의 표정은, 절대 즐긴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에요. 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또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었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후원도 많이 들어왔거든요? 계좌번호 알려주실래요? 아, 그리고 전화번호도요.”
 
 수아는 거울 앞에서 수없이 연습한 말을 겨우 꺼냈다. 마지막 말이 어색하지는 않을지, 혹시 기분 나쁘게 할 구석은 없는지 살펴야 했다.
 
 “전화번호? 왜 굳이···.”
 
 앞으로 볼 사이도 아닌데, 말하려던 현진은 겨우 참았다. 옳은 말이라고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예의상 하는 말이겠지. 후원금 보내주고 다신 안 쓸 번호겠지만.’
 
 현진은 순순히 번호를 알려줬다.
 
 ***
 
 한강을 끼고 있는 46층 오피스텔의 펜트하우스.
 
 월세만 일반인의 한 달 월급에 달하는 고가였지만 용인 조안에게는 별로 아깝지 않은 금액이었다.
 
 무래나리온의 딸이 거주하는 레어는, 그 품격에 걸맞은 장소여야 했기에.
 
 한강 전경이 보이는 거대한 유리 벽을 지나, 조안은 드레스룸의 벽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조안이 설치한 거울이 걸려있었다.
 
 이계와 영상이 통하는 거울이.
 
 거울 안에는 거대한 동공이 비치고 있었다.
 
 조안의 양아버지, 드래곤 무래나리온의 동공이었다.
 
 [인간아, 그곳은 괜찮겠지?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아버지, 나 얼마나 센지 잊었어?”
 
 [알지. 널 건드린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그래서 묻는 거다.]
 
 드래곤 무래나리온은 다른 드래곤과 달리 박애주의자였다. 이계에서 온 인간 소녀를 수양딸로 길러주는 건, 인간이 모기나 개미를 죽이지 않고 동생으로 두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자신과 친한 개미뿐만 아니라 다른 개미들까지 염려하는 상냥함을 지녔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별로 거슬리게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아빠 말대로 처음부터 힘을 맘껏 드러내니 편하더라고.”
 
 [우리 사회에서도 통하는 진리지. 너희 인간들이라고 다르겠느냐.]
 
 껄껄, 무래나리온이 웃었다.
 
 사실 조안 마음 같아서는 인간들이 얼기설기 정해놓은 법도를 전혀 따르고 싶지 않았다. 잡으면 부러질 것 같은 수수깡으로 만들어놓은 울타리는 의지도 되지 않거니와 오히려 업신여기게 될 뿐이었다.
 
 개미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인간이 따라 걸을 수 없는 것처럼. 이따금 조안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제도들을 전부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백마완을 제외한 다른 귀환자들은, 자신의 상대가 안 될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녀석이 있지.’
 
 지하철 선로에서 본 헌터를 떠올렸다. 현실로 돌아오고 나서는 무료함의 연속이었지만, 조금 상대할 만한 상대를 만난 것.
 
 ‘마완 그 인간은 능글맞아서 말야. 오히려 피하고 싶고.’
 
 [인간아. 왜 그러지? 입꼬리가 올라간 것 같은데.]
 
 “기분 탓이야, 아버지.”
 
 짙게 깔린 석양빛이 유리 벽을 넘어 드레스룸 안까지 흘러들어왔다.
 
 주황빛에 둘러싸인 조안은, 확실히 웃고 있었다.
 
 <『천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1-2권에서 계속>

댓글(9)

n2***************    
흠 사이다는 기대하지마시길 그냥 느와르물같아요
2018.08.15 18:42
Lark0    
자동차 지붕을 손으로 뜯는 괴물을 무장한 일반인이 잡는다네요????
2018.08.17 13:35
yo*****    
너무 무른 성격에 이계에 몇 십년을 살아 남았고 지쳤다?
2019.02.24 09:19
j1*******    
흠, 선발대 없음?
2019.03.07 22:16
mi*******    
뭐저런 미친년이....
2019.04.15 00:30
k9************    
이게 평범하게 사는 건가요?
2019.06.17 20:07
k9************    
모순 이네요 평범하고는 거리가 머네요
2019.06.17 20:08
라바바    
처음부터 아이돌이랑?
2019.08.14 23:51
al*******    
븅신같은 스토리는 머임 하차합니다
2019.08.16 05:42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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