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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의 탄생 1화

2019.04.02 조회 7,962 추천 63


 [플레이어의 탄생 1화]
 
 
 
 
 
 프롤로그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인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는 것이···.”
 맞은편에 있던 자가 말했다.
 “그 심정, 모르는 것은 아니다. 너나 나나 그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그리고 네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세상이 무너질 것이다. 아무리 우리의 명예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지지는···. 그도 우리의 상황을 알면 이해해 줄 거다. 그래도 못하겠다면··· 넌 빠져라. 우리끼리 하겠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던 그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알겠다. 너희들의 뜻이 정 그렇다면 나도 동참하겠다. 대신···.”
 그가 무언가를 말하자, 그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그럼, 모두가 합의한 것으로 알고 지금 바로 시작하겠다.”
 이날 이루어진 그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서 나의, 아니 인류의 미래가 바뀌었다.
 
 
 앞일은 누구도 모른다 (1)
 
 
 
 
 
 흔히 동굴이라고 하면 좁고 어두침침한 곳을 떠올린다.
 하지만 눈앞의 동굴은 그렇지 않았다. 천장이 아주 높았다. 목이 부러질 것처럼 올려다보아도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횃불이나 다른 조명이 없는데도 대낮처럼 환했다.
 그 동굴에 타잔 팬티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나무 몽둥이를 든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식스팩을 비롯한 근육으로 점철된 사내는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눈앞의 적을 노려보았다.
 사내가 노려보고 있는 적은 사람이 아니었다.
 두꺼비였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두꺼비는 아니었다. 외형만 두꺼비인 괴물이었다.
 체고가 4미터 정도 되는 괴물 두꺼비.
 유일한 출입구를 괴물 두꺼비가 막고 있었다. 동굴을 나가기 위해서는 괴물 두꺼비와 싸워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괴물 두꺼비는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동굴 안에는 물이나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굶어죽고 말 것이다.
 아사하기 전에 동굴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윽고 결심을 굳힌 사내가 괴물 두꺼비를 향해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이야합!”
 사내가 기합을 지르며 괴물 두꺼비를 공격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나무 몽둥이가 괴물 두꺼비의 왼발을 가격했다.
 틱!
 [1]
 ‘1’이라는 숫자가 괴물 두꺼비 위에서 떠올랐다.
 이제껏 잠을 자듯 가만히 있던 괴물 두꺼비가 자신을 공격한 사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꿀락.”
 괴물 두꺼비가 괴상한 울음소리를 낸 후 혀를 뱉었다.
 “웃차!”
 사내가 바닥을 굴러 괴물 두꺼비의 혀를 피했다. 재빨리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 사내가 나무 몽둥이로 괴물 두꺼비를 공격했다.
 이번에도 괴물 두꺼비의 머리 위에서 ‘1’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괴물 두꺼비는 가렵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다시 혀를 뱉었다.
 정신만 집중하면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내는 민첩하게 혀를 피하며 다시 반격에 나섰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한자리에서 혀만 계속 내뱉던 괴물 두꺼비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동굴 안을 폴짝! 폴짝! 뛰면서 혀를 내뱉기 시작했다.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괴물 두꺼비는 원래 탁한 녹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노란색으로 색이 바뀌었다.
 괴물 두꺼비의 공격 패턴이 바뀌면서 사내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사내는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자기 마음대로 폴짝 폴짝 뛰는 것 같던 두꺼비에게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그 패턴만 간파하면 두꺼비의 혓바닥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사내는 두꺼비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살피며 그 패턴을 간파하려고 했다.
 “웃차!”
 폴짝 폴짝 뛰던 두꺼비가 혓바닥 공격을 해왔다. 패턴 간파에 정신을 집중하던 사내가 바닥을 굴렀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사내는 계속해서 바닥을 구르며 자리를 이동했다.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내가 두 번째 굴렀던 자리에 두꺼비의 혓바닥이 강타했다. 탁한 녹색일 때는 한번 혓바닥을 뱉은 후 조금 지나서 다시 뱉었었다.
 그런데 노란색이 된 지금은 연달아서 두 번 뱉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공격 패턴이 바뀌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공격하려고 했다면 혓바닥 공격에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차분하게 두꺼비의 패턴을 분석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후로도 사내는 적절하게 바닥을 구르며 두꺼비의 혓바닥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공격의 순간이 되면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공격에 나섰다.
 그럴 때마다 두꺼비의 머리 위에서 ‘1’ 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한참동안 반복되었다.
 노란색이던 두꺼비의 색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색이 바뀌면서 두꺼비의 공격 패턴 역시 바뀌었다.
 이제는 혓바닥 공격만 하지 않았다.
 입에서 가래 같은 끈끈한 무언가를 토해냈다. 그 끈끈한 것을 몸에 맞으면 몸이 바로 녹았다.
 끈끈한 것을 피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타깃을 놓친 끈끈한 것은 땅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성질이 바뀌었다.
 부식효과가 사라지고 끈끈한 성질만 남는다. 땅바닥의 그것을 밟을 경우, 생명력에 이상이 없는 대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10초 정도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크!”
 사내가 두꺼비의 가래 공격을 피했다. 가래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끈끈한 덫으로 변했다.
 넓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동굴치고 넓다는 뜻이다.
 가래가 여기저기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피할 곳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 두꺼비의 혓바닥 혹은 가래 공격에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분명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사내는 아슬아슬하게 그 모든 공격을 피했다. 가래의 덫 역시 단 한 번도 밟지 않았다.
 흡사 서커스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사내는 곡예 같은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두꺼비를 공격하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두꺼비의 머리 위에서 ‘1’ 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그렇게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꾸아아아아아!!!!”
 두꺼비가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두꺼비의 몸에서 뜨거운 연기가 분출되었다.
 “웃차!”
 사내가 동굴 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연기가 점점 범위를 넓혔다. 이대로 가다가 동굴 전체가 뜨거운 연기로 가득 찰 것 같았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내.
 뜨거운 연기는 사내가 자리하고 있는 동굴의 끝부분까지는 오지 못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났다. 동굴 전체를 뜨겁게 달구던 연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뿌연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두꺼비의 모습도 보였다.
 “오!”
 뜨거운 연기를 내뿜으면서 문제가 생겼는지, 두꺼비가 배를 드러낸 채 뒤집혀 있었다.
 “훗. 안 속는다.”
 저것은 최후의 발악이자, 함정이다.
 두꺼비의 생명력은 아직 다하지 않았다. 저렇게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가 적이 다가오면 벌떡 일어나 혓바닥 공격을 해온다.
 사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또 3분이 지났다.
 “꿀럭!”
 죽은 척하던 두꺼비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두꺼비의 몸을 가격했다. 이때의 두꺼비는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 공격을 받아도 바로 반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공격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두꺼비를 대여섯 번 때린 사내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두꺼비의 몸에서 뜨거운 연기가 다시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동굴 전체로 퍼지지 않고 두꺼비의 몸 주변에만 퍼졌다.
 그리고 20초 정도 지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내가 다시 두꺼비에게 돌진했다. 두꺼비를 대여섯 번 때린 후 다시 물러났다.
 이걸 20번 정도 반복했다.
 “꿀러억!”
 두꺼비가 조금 길게 비명을 지르더니 혀를 길게 내밀며 철퍼덕! 하고 쓰러졌다.
 곧이어 ‘심장박동수’ 라는 이름이 사내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심장박동수님께서 거인 자칸의 애완두꺼비 슈탄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심장박동수님께 칭호 ‘포기를 모르는 사냥꾼’이 주어집니다.》
 《심장박동수님께 최초로 지급되었던 정체모를 나무 몽둥이가 아리수의 나뭇가지로 변경됩니다. 기본 공격력 1에서 100으로 변경됩니다.》
 《심장박동수님께··· 》
 
 컴퓨터 모니터가 가득 찰 정도로 메시지가 쉬지 않고 출력되었다.
 “아자! 내가 해냈다!”
 모니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클릭하던 박동수가 의자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조금 전까지 팬티 차림의 사내와 괴물 두꺼비가 싸운 것은 ‘사냥의 계절’ 이라고 하는 PC게임이다.
 발매된 지 3개월 만에 PC게임 부분 판매 세계 1위를 차지한 게임이다.
 처음 사냥의 계절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인기 있지는 않았다.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평가와 함께 게이머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런데 발매된 지 한 달이 되던 시점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박동수가 방금 쓰러뜨린 두꺼비는 원래 이런 식으로 잡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튜토리얼 모드로, 두꺼비가 동굴 입구에서 비끼도록 유도한 다음에 동굴을 탈출하기만 하면 퀘스트 성공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어떤 게이머가 공격력 1의 나무 몽둥이로 절대 잡을 수 없다고 알려진 두꺼비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사냥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이 전 세계 게이머들을 자극했다. 나름 실력 있다고 자부하던 게이머들이 두꺼비 사냥에 동참한 것이다.
 
 
 
 다음화에 계속

댓글(3)

민쮸    
2019.04.08 20:29
kj*****    
2019.06.14 20:38
바둥    
두꺼비가 문을 지키느라 못움직이는 것 같은데, 혓바닥 피할정도의 민첩이면 두꺼비 등위에 올라타고 공격하면 될듯... 식스팩을 비롯한 근육들로 점철된.... 점철은 이럴때 쓰는 단어는 아닌것 같은데... 일단 이 문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작가님이 식스팩 말고 근육명칭을 잘 모른다는 것과 어울리지 않게 점철이란 단어를 쓸정도로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것. 제목이 그럴싸해서 들어왔는데, 글 퀄리티가 이런 수준이면 다음편을 볼지말지 고민되네요.
2019.06.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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