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어 1화
# Intro 빛
“자, 이제부터 마지막 형 집행을 시작하겠다!”
마법 확성기에서 그 외침이 들린 순간.
옆에 서 있던 집행자들이 내게 씌워져 있던 검은 복면을 벗겨 냈다.
그러자 내 앞을 가리고 있던 어둠이 순식간에 걷혔다.
빛이 갑자기 쏟아지니 순간적으로 눈이 적응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우우우우우우우!”
아직까지 눈동자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소리들이 내 귓가에 먼저 들려 왔다.
그러한 야유들은 이어진 마법 확성기의 음성으로 인해 잠시 잦아들었다.
“유피리엘 폰 퀘스첼로! 그렇다! 그대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다! 얼마 전까지 그대들의 왕이었던 자다!”
“우우우우우우우!”
시각이 돌아온 것은 그즈음이었다.
이곳은 내게도 익숙한 왕성의 외성 앞 광장.
나는 포박당한 채로 높은 교수대 위에 서 있었다. 눈 아래로 보이는 드넓은 그 광장을 수많은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법 확성기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그는 퀘스첼란 왕국의 국왕으로서 그 신성한 직무에 충실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력은 기울었고 왕국의 질서는 무너졌으며, 백성들은 고통 속에서 죽어 갔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죽여라!”
“어서 그를 죽여라!”
군중들이 외쳐 댔다.
그렇다. 그 모든 게 나를 향한 것이다.
그들의 손가락질도, 야유도, 비난도, 조롱도, 심지어는 온갖 상스러운 욕설들까지도 모두 나를 향한 것이었다.
온 광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 순간의 공통된 감정은 바로 나를 향한 분노였다.
“그는, 유피리엘 폰 퀘스첼로는, 백성들의 삶은 등한시한 채 스스로의 안락함만을 추구하였다! 그는 무능한 국왕이었던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그렇듯 입을 맞춰 나를 죽이라고 외치는 그 모든 사람들은 모두 내 백성들이었다.
높은 교수대 위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자들은 물론 저 먼 곳에 있는 자들의 표정까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나하나가 또렷이 각인되는 것만 같다.
그랬다.
나는 무능한 국왕이었다.
변명하지 않겠다. 인정한다.
내 백성들의 저 분노를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나는 결코 내 백성들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하긴······.’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에 와서 운명을 저주하며 억울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 억울함을 저들에게 표출해 본들 또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는 잠시 후에 교수형에 처해질 몸이었다.
그때 마법 확성기에서 음성이 들렸다.
“퀘스첼란 왕국 임시 총독의 권한으로 명한다! 형을 집행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
광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들릴 때, 내 발밑이 푹 꺼졌다.
“크으으으으으!”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또 몸부림쳤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빛이 보였다.
그것은 결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강렬하고,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그렇구나. 이게 바로 영혼을 저세상으로 인도하는 빛이구나.’
미칠 듯이 목을 조여 오던 그 고통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은 그즈음부터였다.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생애 보았던 많은 광경들이 영상이 되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최근의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광경들이 스쳐 가고 순식간에 과거로 되돌아갔다.
‘죽기 직전에 정말로 보이는구나, 이런 것들이.’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빛이 폭발했고, 그렇게 내 의식은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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