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왕자 김용사의 근육왕국

1화 이 무능한 왕국놈들!

2020.02.27 조회 24,140 추천 572


 “뒈져!”
 “커어어억!”
 
 퍽퍽퍽퍽퍽-!
 
 “뒈지라고!”
 “커어어어어억!”
 
 퍽퍽퍽퍽퍽퍽퍽-!
 돌망치가 가죽북을 두드리는 소리.
 들을 때마다 오장육부가 쾅쾅 울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렇다.
 이곳은 마왕성.
 용사가 마왕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용사가 마왕을 일방적으로 패고 있다.
 
 “커어억! 커어어어억!”
 
 마왕이 붉은 피를 토했다.
 바닥에 새우처럼 웅크린 채, 용사의 주먹을 저 가련한 몸으로 막아 낸 까닭이리라.
 
 가련?
 물론 마왕의 몸은 평범한 인간들의 검으로는 상처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용사의 주먹, 특히나 그의 코어 근육과 상완근은 마왕의 상식을 초월했다.
 
 “크아아아아악!”
 
 퍽퍽퍽퍽퍽퍽퍽-!
 용사의 두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마왕의 선혈이 뚝뚝 흩뿌려졌다.
 처맞는 마왕성 바닥도 거미줄처럼 금이 죽죽 가 있었다.
 
 이미 2개 층이나 박살이 난 채 아래로 떨어져 내린 상태였다.
 이 비참한 마왕의 꼴을 지켜보는 작은 소악마들은 숨죽인 채 생각했다.
 왜 용사가 용검도 없이 주먹으로 마왕을 패고 있는 걸까?
 
 “망할 놈들. 망할 왕국 놈들! 망할! 망할!”
 
 그들은 머지않아 용검 부스러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용사의 발치에 박살난 검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 박살난 검에서 빛이 반짝이자, 용사는 더욱 화가 난 듯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용검을! 수리를! 못한다니! 어!”
 
 퍽! 퍽! 퍽! 퍽! 퍽!
 
 마왕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야 눈치챌 수 있었다.
 방금 전, 단 일 검의 합으로 용검을 분질렀을 때는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머리가 용사의 오른팔 상완이두박근 사이에 끼어 있지 뭔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채기도 전에,
 용사가 불도저 헤드락(bulldozer Headlock)으로 마왕의 안면을 마왕좌에 내리 꽂아 버린 것이다.
 
 덕분에 마왕좌는 산산조각.
 마왕층 최상부 바닥도 박살이 났고 성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마왕은 안면에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투구는 그때 박살나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새우처럼 몸을 만 채 용사의 주먹에 처맞느라 한 개 층을 더 자기 몸으로 부셔야만 했다.
 
 하지만 용사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마왕 새끼! 뒈져! 뒈지란 말이다!”
 “제, 젠장. 선대 마왕들이여! 내게 힘을 주십시오! 맞아 죽을 수는 없- 커어어억!”
 
 용사는 마왕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면서도 초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싸워 보니까 자기가 더 센 건 확실했다.
 그런데,
 마왕은 용검이 없으면 죽일 수가 없는 존재가 아닌가?
 
 “크아아아! 경제 관념 없는 국왕 새끼!
 
 뻐억-!
 
 “크아악!”
 
 용사는 마왕의 안면에 다시 싸커킥을 날렸다.
 마왕의 코피가 쫙 터지는 동시에 한 층이 더 무너져 내렸다.
 
 “썩어빠진 귀족 새끼들!”
 
 뻐어어어억!
 
 “커어어억!”
 
 떨어져 내리는 와중에 다시 한 번 사커킥!
 마왕의 몸이 축구공처럼 떨어지며 또 한 층을 때려 부쉈다.
 쿵!
 용사는 너덜너덜해진 마왕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비인간적인 허벅지로 팔과 허리를 꽉 조였다.
 
 “크아악!”
 
 팔은 둘째치고 내장육부가 으스러지는 기분!
 용사는 마운트 자세로 주먹을 내려찍었다.
 
 퍽-!퍽-!퍽-!
 
 “그 머저리들이! 나라를 좀 더 유지만 했어도! 젠장! 내가! 지금! 이 고생을! 안 했는데!”
 “커어어억! 커어억!”
 
 용사는 할 몫을 다 했다.
 늘 최전선에서 싸웠고, 늘 이겼다.
 마왕이 보내오는 모든 수하들을 다 털어 버렸고,
 놈들의 인대나 가죽을 뜯어서 갑옷을 만들고 무기를 수선했다.
 
 “뭐?! 용검은 둘째치고 식량도 못주겠다고!”
 
 그렇다.
 이 터무니없는 근육은 밥 한 끼도 안 주기에 몬스터 가슴을 씹어 먹으며 키운 근육이었다.
 
 “캐리도 정도껏이지 개새끼들아! 으아아아! 뒈지라고!”
 
 퍽퍽퍽-!
 
 근데 이 왕족과 귀족 놈들은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다가 자원이 딸린다며 지원 한번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닌가!
 그럴 거면 지구에서 소환하질 말았어야지!
 돌려보내 준다더니 이게 뭐야?
 처음 소환했을 때는 ‘자력구제하여 승리하십시오.’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잖아?
 
 “용검··· 수리만 해 줬으면 이미 끝났다고!”
 “커어어억!”
 
 마운트 자세에서 두 손을 깍지 껴, 척추기립근과 복횡근의 힘을 담아 인중에 한 방!
 와장창창창!
 다시 한 번 한 층이 무너져 내렸다.
 흙먼지와 돌 파편이 요란하게 날아다니는 와중에, 등이 움찔거렸다.
 용사의 광배근이 등 뒤에 적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마왕님!”
 “마왕이시여!”
 “뭐야 이놈들?”
 
 용사의 광배근이 눈을 부릅뜨는 것처럼 윤곽이 잡혔다.
 여기 올라오면서 가로막는 놈들을 죄다 죽여 버렸는데,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신 21 군단장 마르카제트! 폐하의 명대로 왕성을 파괴하고 귀환했나이다!”
 
 로브를 차려 입은 뿔 달린 마족 놈이, 처맞는 마왕의 시선을 피하며 외쳤다.
 
 “···뭐? 왕성이 벌써 뚫렸다고?”
 
 용사가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국왕 녀석, 분명 최후의 명장들을 왕성에 집결시키지 않았던가?
 용사가 돌격하는 동안 적의 별동대를 왕성에서 잡아 두겠다고 약속한 것 아니었어?
 
 “그래! 도망치던 국왕 녀석을 잡아 죽이니 모조리 흩어지더군, 푸하하하하!”
 “허······.”
 
 용사가 이를 가는 동안, 마르카제트가 수하의 군단에게 명령했다.
 
 “용사놈을 쳐라! 폐하를 회복시켜라!”
 
 녀석들의 치유 마법이 마왕에게 쏟아졌다.
 온갖 버프가 마왕에게 걸렸다.
 온갖 스크롤과 아티팩트가 마왕에게 부어졌다.
 
 “2라운드다. 용사!”
 
 깔려 있던 마왕이 단순에 회복돼서 순간이동으로 피했다.
 
 “···후.”
 
 그래서 용사는 마왕과, 마왕의 군대와 싸웠다.
 온 힘을 다해 싸웠다.
 21군단장 마르카제트의 턱뼈를 뽑아서 마왕을 후려칠 정도로 열심히 싸웠다.
 
 “허억··· 허억···”
 “하악··· 하악···”
 
 그렇게 몇 시간이나 더 싸웠을까.
 마왕과 용사 모두, 초주검이 되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용사의 손에 들려 있던 마르카제트의 턱뼈는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는 으스러진 칼슘 조각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유산소··· 근손실··· 원수를···”
 
 마왕은 중얼거리는 용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용사의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볼 때, 더 이상 언어는 필요가 없었다.
 
 “크흐, 그래··· 나도 마르카제트의 원수를 갚아 주마···”
 “···크아아아아!”
 
 둘은 격돌했다.
 그 순간, 너무나 오래 두들겨 맞은 마왕의 가슴 갑옷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푸우욱!
 그리고 타이밍을 정확히 노린 용사의 오른 손날 찌르기가, 마왕의 가슴을 관통했다.
 
 “커어억! 어··· 어떻게!”
 “커어어억!”
 
 그러나 비명 소리는 두 개였다.
 용사의 가슴에도 마왕의 검이 꽂혀 있었다.
 등을 뚫고 나온 검에는 용사의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검을 뽑아서 목을 치려던 마왕은,
 검이 옴짝달싹도 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크흣... 이것이 바로 대흉근칼날잡기다.”
 “뭐라고?”
 
 마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로 대흉근이 칼날을 꽉 잡고 있었다.
 그 꼴을 마왕이 심장이 뚫린 채 멍하니 보았다.
 
 하지만 저놈도 곧 죽을 터!
 용사만 죽는다면 남은 세계는 멸망하리라!
 보라, 용사의 무릎이 살짝 접히지 않는가,
 저 놈도 넘어지는 날이 오는 것이...
 
 “울어라. 제 2의 심장.”
 “뭐라?”
 
 무릎을 굽힌 것은,
 대퇴사두근의 가동 범위를 넓히기 위함이었다.
 용사의 양쪽 대퇴사두근이 한번씩 번갈아 가면서 꿈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심장이 뚫린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면서 혈액이 조금씩 세어 나오고 있었다.
 
 마왕은 비명을 간신히 참았다.
 
 “이것이 근육의 위대함이다!”
 
 마왕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네놈이 마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이 터무니없는 근육질 용사라니?
 결국 이번 대의 마왕도 패배하고 마는 것인가?
 
 하지만, 그 순간. 마왕의 등 뒤에서 엄청나게 많은 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왕 폐하! 신 32군단장. 발자. 적 주력군 토벌을 마치고 귀환했나이다!”
 “뭐? 시나스 장군이 졌다고?”
 
 용사가 말했다.
 
 32군단장 발자가 날개를 펄럭이며 외쳤다.
 
 “아아, 시나스? 입에서 불을 뿜는 자 말이냐? 어째서인지 쫓겨 나 있더군. 대신 머저리 밀트가 지휘를 하고 있지 뭐더냐? 푸흐흐흣!”
 “이 개새끼들이! 중상 모략 좀 그만하랬는데! 커어억!”
 
 용사는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다.
 
 목숨 걸고 적진 돌파를 한다는 건, 아군 주력군이 적 주력군을 일주일은 잡아 주리라는 계산 하에서 하는 게 아니냐!
 
 영웅 시나스 장군이었다면 능히 견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트, 그 멍청하고 탐욕 많고, 집안 덕에 그 자리까지 올라온 머저리였다면···
 10시간도 못 버티는 게 당연했지···.
 
 “무능한 왕국 놈들! 크아아아아아!”
 
 마왕의 몸에 쏟아지는 마력 지원과 힐링.
 다시 한 번 부어지는 아티팩트와 아이템.
 
 그 빛들 사이에서 마왕의 가슴이 빠르게 아물었다!
 심지어는 심장마저 고쳐지는 것이 아닌가.
 마왕이 가슴에 꽂힌 용사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 뽑아냈다.
 
 “자아, 용사여. 3라운드다.”
 “왕국··· 놈들··· 가만 두지··· 않겠다···!”
 
 혈압이 오른다,
 대퇴 사두근에 순간 경련이 일어났다.
 그 순간 용사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왕국도 벌크업 해야 했는데!’
 
 그것이 용사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십니까.

이것은 김황제(전작) 쓰다가 허리가 작살난 글쟁이가 

쓰다보니 주인공에게 감화를 받아

매일매일 스쿼트 200회로 연성하기로 굳게 결심한 소설입니다.


그런고로 이번에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75)

Isilaha    
이번작도 터무니없는 걸 들고 오셨네요 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2.27 18:45
광야의돼지    
이번엔 열혈물이군요...ㅎㅎㅎ 너무나 취향인 것
2020.02.28 17:03
탄산고릴라    
마왕이 가슴에 뽑힌 꼽힌아닐까요
2020.02.28 21:41
티타펠꼬망    
감사합니다! 다시 보니까 발견했어요. 고쳤습니다.
2020.03.02 13:44
마압소사    
이 글을 대둔근으로...ㅗㅜㅑ... 허리놀림 ㅗㅜㅑ...
2020.02.29 14:16
소라게™    
ㅋㅋㅋㅋㅋ 열혈이군요! 기대됩니다!!!
2020.02.29 14:54
레고밟았어    
ㅋㅋㅋㅋㅋㅋ꿀잼!!!
2020.02.29 15:07
상정    
이번에는 근육 열혈!! 응원합니다
2020.02.29 19:31
호랑무늬곰    
아.....또다시 약을....마약신고 번호가 몇번이더라?
2020.03.01 03:31
H태희    
약 빤 작가님 어서 오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 추 들어갑니다^^
2020.03.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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