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마존천하(魔尊天下)

서(書)

2020.03.19 조회 27,775 추천 343


 # 서(書)
 
 “찬아. 네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그것은 우리 문파에게 둘도 없는 힘이 될 것이다.”
 
 할아버지는 항상 내게 말씀하셨다. 내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그리고 그건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힘이며 우리 문파에게 둘도 없는 힘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게 정말 나의 재능이란 말인가?
 
 “무엇이든 한번 보고 잊지 않는 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제 재주인가요?”
 “허허. 그것도 아주 특별한 능력이긴 하지. 하지만 너도 모르는 뛰어난 재주가 하나 더 있단다. 넌 하늘의 축복을 받은 아이니까.”
 
 난 반대로 묻고 싶었다.
 어떻게 이게 재능일 수 있을까.
 무엇이든 한번 보면 잊지 않는 것이 나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그리고 내게 있다는 또 다른 재능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전 무공도 익히지 못 하잖아요.”
 
 어린 마음에 심통을 부렸다.
 할아버지께서는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천지절맥(天地絶脈)은 고칠 수 없는 체질이란다. 네가 무공을 익히지 못 하는 건 다 그 체질 때문이지.”
 
 그 말을 듣고 난 크게 슬펐다.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몸이라니.
 나도 다른 강호인들처럼 하늘을 비행하며 고수들과 치열한 대전을 벌이고 싶거늘!
 
 “그럼, 제게 있는 또 다른 재능이 뭐에요?”
 “그건······ 차차 알게 될 게다.”
 
 할아버지께서는 말을 아끼셨다. 그리고 나도 재촉하진 않았다. 몇 년 만 지나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이 흘러도 난 그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
 할아버지께서는 긴 세월이 흘러도 내게 그 비밀이 뭔지 알려주지 않으셨다.
 그동안 나는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시키고 그것을 꺼내 가문을 위해 썼다.
 대상문(大商門)은 세상 모든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며, 돈을 받고 파는 곳이다.
 나는 대상문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넣었고, 그 자리에서 정보가 적힌 목간을 불태워 정보 유출을 막았다.
 오직 내 머리와 입을 통해서만 정보가 나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즉, 대상문이 곧 나이며, 내가 곧 대상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세외 무공부터 자잘한 정보까지 파악하고 있는 내가 끝까지 알아내지 못 한 것이 바로 나에 대한 비밀이었다.
 참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세상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스스로에 대해 알지 못 하다니. 하지만 마지막 순간, 드디어 그 비밀이 풀렸다.
 
 “찬아······. 네게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재능이란 바로 전생(轉生)이다.”
 “······예?”
 
 치명상을 입어 피를 쏟고 있는 와중에도 할아버지께서는 입을 멈추지 않으셨다. 그리고 엄청난 비밀 하나를 내게 알려주셨다.
 
 “넌 죽으면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과거일지 아니면 미래일지는 나도 몰라. 언젠가 그 대업을 위해 너는······.”
 “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땅 위에 떨어져 불에 타고 있는 대상문(大賞門)의 현판처럼 할아버지의 명도 운을 다했다.
 
 “대상문의 소가주, 진찬. 감히 마교를 추종하고 무림맹의 뜻을 거역한 죄를 묻겠다.”
 
 구파일방(九派一幇)과 오대세가의 연합 속에 존재하는 무림맹.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맹주가 있다.
 
 “나는 마교가 아닙니다. 우리 가문은 정보를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삼는 곳이거늘,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닥쳐라! 너희들이 마교와 결탁했다는 것이 밝혀졌거늘, 이를 부정할 셈인가!”
 
 억울했다.
 마교라니.
 그것도 100년 전에 사라졌다는 마교를 여기서 들먹인단 말인가?
 이건 누가 봐도 음모였다.
 저들을 보라.
 천하의 고수들이 마교의 부활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문만을 믿고 우리 대상문을 핍박하고 있다.
 마교와는 아무런 연관점이 없는 우리 가문을 마교 추종 세력으로 몰아 멸족을 시키고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 지금이라도 잘못을 빈다면 네 목숨을 살려 줄 수도 있다. 너의 탁월한 기억력은 무림맹에서도 높이 평가를 하니까.”
 
 화산파의 장문인 매화검존(梅花劍尊)이 내게 칼을 들이대며 물었다.
 현경의 경지를 밟고 있는 강호의 고수가 마교의 부활에 지레 겁을 먹는 꼴이라니.
 절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예리한 칼끝에 목을 가져다대며 소리쳤다.
 
 “사기꾼의 말에 속아 넘어가 억울한 민초들을 학살하는 이 어리석은 놈들아! 정녕 하늘이라는 것이 있다면 너희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
 “뭐, 뭐야! 이놈이 끝까지 명을 재촉하는구나!”
 
 매화검존은 나를 호되게 꾸짖으며 그대로 칼을 내 목에 꽂았다.
 목숨의 불꽃이 거친 바람 속에 꺼져드는 찰나의 순간.
 나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맹주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보았다.
 만일 하늘이라는 것이 정말 있다면, 그는 결코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댓글(18)

도야방방    
화산파 가주 보다는 장문인이 더 나은것 같아요...
2020.03.20 14:40
운좋은놈    
제가 실수를 했네요 ㅠ-ㅠ 지적 감사합니다
2020.03.20 14:41
풍뢰전사    
정보를 쥐고있는게 무서워서 누명씌워 죽인듯 ... 건필하세요
2020.04.03 17:39
효녹    
그래도 무림맹 위해일하는척하면서 온갖무공정보 모으다가죽지 전생하면 도움될텐데
2020.04.04 11:55
설아체    
ㅋㅋ
2020.04.05 00:50
학교    
좋습니다
2020.04.06 15:23
마존    
허허 내세상인가..
2020.04.08 22:34
키리샤    
정보를 그렇게 가졌다면서 자기 보신은 1도 못함?? 말이 되는 소리?
2020.04.12 17:33
아크티아    
슬라임 재미지게 보고있었는데 이것도 뒤통수 세게맞을까봐 못보겠네ㅎ
2020.04.15 11:11
극치    
천하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서 정작 본인을 조지려는 움직임을 감지 못하네요... 뭐져?
2020.05.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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