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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보기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0.07.04 조회 65,435 추천 724


 [미츠 앤터테인먼트 오디션 지원 결과 안내.]
 -안녕하세요. 미츠 앤터테인먼트의 A&R 본부입니다.
 지원하신 온라인 오디션 결과 아쉽게도 불합격을 알려드리게 되어······.
 
 “하··· 또 탈락이네.”
 
 어느 주택가의 계단.
 남도웅은 휴대폰 화면에 뜬 오디션 지원 결과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십대 초부터 몇 년째 낙방만을 반복하고 있는 도웅의 꿈은 가수.
 아마 첫 오디션부터 헤아린다면 벌써 세 자릿수를 넘겼을 만큼 오래된 꿈이었다.
 
 부족한 재능때문에 탈락이 일상과도 같았지만,
 도웅에게 절대로 포기란 없었다.
 
 “쩝··· 다음 오디션 때는 더 잘 해봐야지. 근데 이 아저씬 근처라더니 왜 이렇게 안 와.”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로 먹고사는 도웅은,
 발치의 검정 비닐봉투를 툭 쳤다.
 그리고 물건의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습관처럼 동영상 어플을 켰다.
 
 [메가 플레이.]
 사용자들이 직접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할 수 있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도웅은 시간 날 때 마다 이곳에서 발성과 기교 등을 연습해 나가고 있었다.
 
 -자! 노래를 시작할 때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뭘 까요? 맞아요 호흡! 오늘은 호흡법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이것만 반복해서 연습하면 나도 호흡의 고수!
 
 영상 안에서 예수님같이 머리를 풀어헤친 남자가 열심히 호흡법에 대해 설명했다.
 
 -자 호흡을 훅 들이마셔서 갈비뼈가 벌어지도록! 후읍!
 “후읍-“
 -명치가 푹 꺼지도록! 하아!
 “하아-“
 
 도웅은 갈비뼈 근처에 손을 갖다댄 채로 열심히 호흡법을 따라했다.
 이처럼 동영상 안의 수많은 사람들은 도웅에게 스승이나 다름없었다.
 
 음악은 너무 하고싶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그에게,
 트레이닝은 먼 별나라의 얘기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도웅이,
 짬짬이 음악실력을 늘릴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도웅은 틈나는대로 영상을 스트리밍했다.
 
 -오늘부로 통기타 왕초보를 탈출하는 겁니다! 오늘은 코드 네 개로 노래 한 곡을 연주해 볼건데요···..
 -작곡 독학의 기초! 요즘은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으니까 표현하고자 하는 멜로디를 휴대폰에 녹음을 해서···.
 
 “이런 거 보면 재능 있는 사람 참 많아.”
 
 꼭 노래가 아니더라도 음악 관련 영상이라면 뭐든 좋았다.
 스트리밍은 도웅의 척박한 삶 속에 유일한 낙이자 희망이었다.
 
 “어이! 퀵!”
 
 그때, 아랫층에서 뱃살이 두둑한 아저씨 하나가 뒤뚱뒤뚱 올라왔다.
 도웅은 발치의 봉투를 들고 느리게 일어섰다.
 
 “퀵비 만 삼천원이요.”
 “뭐? 착불이야?”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반말에 어이! 저기!
 이런 일은 하루이틀도 아니라 이젠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저씨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지갑에서 초록색의 지폐 한 장을 꺼냈다.
 
 “아저씨 만원 아니고 만삼천 원인데요.”
 “아 좀 깎아줘!”
 
 아저씨는 목소리를 높이더니 휙! 하고 검은 봉투를 낚아채려 들었다.
 스물 여덟의 청년이 만만해 보인 탓도 있었다.
 
 그러나 아저씨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눈 앞에 있는 남자는 보기보다 산전수전 다 겪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 어떤 진상 앞에서도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아, 거 새끼 고집한번 더럽게 세네.”
 
 도웅을 위아래로 훑더니 아저씨는 결국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삼천 원을 꺼내 들었다.
 
 턱.
 제 값을 받은 도웅은 검정 봉지를 아저씨의 품에 건네주고는 유유히 주택을 빠져나왔다.
 
 “어휴, 진상.”
 
 띠링.
 막 정산을 끝내자 새로운 콜이 떨어졌다.
 도웅은 곧바로 낡은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그때 거치대 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어 엄마, 무슨일이야.”
 -오늘 늦어? 벌써 많이 어두워졌는데.
 “아직 일이 좀 있어서. 저녁 먹고 약 챙겨 먹었지? 금방 갈게 걱정 마요.”
 -그래, 늘 운전 조심하고.
 “알았어요. 이따 들어가서 봐요.”
 
 -부와아아아아아앙.
 
 통화를 마친 후, 도웅은 엑셀을 당겨 거칠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도웅은 풀이죽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장 가슴 아팠다.
 
 사고 이후로 날로 쇠약해지는 엄마.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뛰어든 생계.
 
 지금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도웅에게 엄마는 언제나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엄마의 굽은 등만큼 마음도 굽어가는 걸 지켜보는게 도웅에게는 가장 힘겨운 일이었다.
 
 -끼이익!
 어느새 빨간불에 걸려든 도웅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 순간 떠오른 탈락한 오디션 결과.
 도웅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난 왜 시작도 못해보고 계속 빨간불에 걸리는 거지?’
 
 도무지 파란 불이 켜지지 않는 자신의 재능과 그 덕에 수없이 반복해온 탈락.
 지치지 않는다면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 여덟. 이제 점점 꿈에서 멀어지는 나이였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음악은 척박한 도웅의 삶, 유일한 행복이자 희망이었으니까.
 
 “영상 속 그 수많은 사람들처럼 나한테도 재능이 조금만 있었더라면.”
 
 평소답지 않은 넋두리를 하고 있던 때,
 거치대에 놓인 휴대폰에 낯익은 팝업창 하나가 떠올랐다.
 
 [메가 플레이 프리미엄!]
 [영상 속 재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갑자기 광고? 메가 플레이가 프리미엄도 있었나.”
 
 [지금 다운로드 하면 ★30개 무료!]
 
 도웅은 호기심에 결국 오토바이를 길가에 주차했다.
 
 그리고 무료란 단어에 이끌려 어플의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메가 플레이는 도웅의 유일한 낙이자 습관.
 그렇다면 프리미엄의 맛은 어떨지 한번 보고싶었다.
 
 “근데 영상 속 재능은 뭔 소리지.”
 
 [다운로드 중···. 99%]
 
 도웅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숫자가 100까지 차오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운로드를 목전에 앞둔 그 순간.
 
 -끼익! 쾅!
 
 과속으로 돌진해온 트럭 하나가 도웅의 오토바이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곧이어 바닥으로 떨어진 잔해들은 참혹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그때 산산히 부서진 도웅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Good! 다운로드 100% 완료!]
 [사용자 ‘남도웅’을 분석합니다.]
 
 [트레이닝 최적화 시기 분석 완료. 응답이 없을 시 30초 후 자동으로 이동합니다.]
 [·········]
 
 **
 
 “아우우, 머리야.”
 
 도웅은 몸을 일으켜 욱신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이씨, 내가 번호 다 봤어 732x···.”
 
 그리고 실눈을 떠 주변을 살피는데.
 아무리 봐도 이곳은 차가운 도로 위가 아니었다.
 
 촌스러운 벽지와 오래된 나무 책상.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걸린 옷가지들.
 분명히 학생 때 자신이 지내던 방의 모습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도웅은 부리나케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섰을 때,
 
 “으···으어아악!!”
 
 비명을 지르고 있는 자신의 앳된 얼굴과 마주쳤다.
 두꺼운 뿔테안경과 감색의 교복.
 자신은 분명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
 
 “으악, 씨. 이거 뭐야?”
 
 사지가 멀쩡한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이런 걸 보고 사후세계라고 하는 걸까?
 그때, 책상 위에 놓인 투박한 휴대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무의식중 화면에 시선을 던진 도웅은 더욱 까무러칠 뻔했다.
 
 [남도웅 님 환영합니다.]
 [메가 플레이 프리미엄.]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지금 바로 영상 속 재능을 스트리밍 해보세요.]
 
 사고 직전, 휴대폰에 다운로드했던 메가 플레이 프리미엄.
 그 초록색 어플이 화면 위에 빛나고 있었다.
 
 “내 꿈을···. 응원한다고?”
 
 그 순간, 도웅의 가슴속에 강한 욕망이 소용돌이쳤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본 소설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단체, 기관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댓글(40)

라이영    
재밌어요! 건필하세요
2020.07.04 17:30
은거    
와 대단하네요 신선한 진행에 회귀 트럭까지 빵! 기대됩니다!
2020.07.04 18:56
글밥    
오 소재가 신선하네요 건필! ㅎㅎ
2020.07.04 20:05
김한™    
건필하세요. ^^
2020.07.04 22:16
벙찐    
잘보고 갑니다.
2020.07.05 14:48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0.07.14 01:17
크로크무슈    
대표가 회귀까지 시켜주는건가..ㅎ
2020.07.15 18:22
노애    
7326 차주는 움찔합니다~
2020.07.24 08:56
탄츠    
혹시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까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31 08:32
OLDBOY    
잘 보고 있습니다.
2020.07.3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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