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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재벌아들은 노빠꾸 상남자

1화. 미친개.

2020.08.17 조회 71,188 추천 809


 ##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사건은 허구임을 알립니다.##
 
 2020년 여름 서울의 한 호텔.
 고급호텔로 명성이 높은 이곳으로 강퍅한 얼굴의 중년의 사내가 들어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온갖 세상 풍파를 맨몸으로 부딪치며 극복해온 거친 사내였다.
 
 벌컥.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놀라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내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조 의원님. 오랜만입니다.”
 
 “장 사장. 오랜만이군.”
 
 “태민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동안 제게 태민아라고 불렀지, 장 사장이라 부르지는 않았잖습니까?”
 
 “그렇지. 그랬어.”
 
 장태민은 문을 닫고는 뚜벅뚜벅 걸어와 그의 맞은편에 섰다.
 그는 자리에 앉으려다 안 좋은 느낌을 받았는지 주변을 둘러보더니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군요.”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이 새끼 죽여!”
 
 조광철 의원.
 5선 국회의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그였다.
 조광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서며 소리를 질렀고, 곧 방에서 세 명의 사내가 몰려나왔다.
 장태민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 조 의원 당신을 위해 개처럼 일했는데 이게 보답입니까?”
 
 “개처럼 일했으면 뒤질 때도 개처럼 죽어 이 새끼야. 어딜 주인을 물라고 덤벼들어?”
 
 “이래서 대한민국이 안 되는 거야. 위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놈들이 더 썩었어. 그동안 돈이라면 환장하는 네놈을 위해 내가 뒤치다꺼리를 다 했는데, 나를 죽이려고 들어? 조광철 이 개자식아!”
 
 “처리해.”
 
 조광철은 뒤로 물러나며 담배를 입에 물고는 사악한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자 세 명의 사내들은 품에서 칼을 꺼내 들고는 사방에서 조여왔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위압감을 실로 무시무시했기에 장태민은 바싹 긴장했다.
 
 무기가 없었던 장태민은 급히 뒤로 달려가 의자를 집어 들어 바닥에 내리쳤다.
 의자가 부서졌다.
 그는 의자 다리 두 개를 뽑아 들었다.
 
 “덤벼라! 이 장태민이 왜 미친개라 불리는지 알려주마!”
 
 장태민은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그는 천부적인 싸움꾼이었다.
 그들도 장태민의 기세를 느끼고는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타앗!”
 
 장태민은 의자 다리 한 개를 뒤쪽의 사내에게 집어 던지고는 곧바로 정면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뒤쪽의 사내가 그것을 막고 장태민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태민은 그 시간에 승부를 걸었다.
 
 앞쪽을 막아섰던 사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칼로 장태민을 찔러왔다.
 장태민은 칼에 찔리는 듯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칼이 옆구리를 스치며 핏방울이 튀었다.
 
 “죽어라!”
 
 장태민은 의자 다리를 위로 올렸다가 강하게 사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빡.
 강한 타격음이 나며 사내의 눈이 풀어졌고, 그는 서서히 주저앉기 시작했다.
 장태민은 그의 오른팔을 붙잡고 칼을 뺏어 들었다.
 
 섬찟한 느낌에 급히 몸을 틀었다.
 
 서걱.
 다시 옆구리를 베었다.
 장태민은 그 사내의 오른팔을 잡으며 칼을 그의 몸에 박아넣었다.
 가장 빠른 직선으로 움직이는 칼을 피하지 못하고 사내는 몸을 부르르떨다가 고개를 떨궜다.
 
 “뭐, 뭐야.”
 
 남은 한 사내는 겁을 집어먹었는지 몸을 떨다가 급히 몸을 돌려 달아났다.
 장태민은 칼을 뽑아 그에게 집어 던졌다.
 도망치던 사내는 등에 칼을 맞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셋을 처리한 장태민은 손으로 옆구리를 지혈하며 조광철에게 걸어왔다.
 섬뜩한 모습의 장태민을 보자 조광철은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졌다.
 장태민은 그의 앞에 주저앉았다.
 
 “아, 제기랄. 존나 아프네.”
 
 “태, 태민아. 내가 잘못했다.”
 
 “잘못한 건 알아?”
 
 “그래. 미안하다. 내가 그동안 고생한 거 다 보상해줄게.”
 
 “이젠 다 필요 없어. 너 죽이고 잠수탈 거야.”
 
 장태민이 섬뜩한 미소를 머금으며 두 손을 조광철의 목에 댔다.
 그때였다.
 조광철이 악을 썼다.
 
 “내가 죽으면 네 마누라, 새끼는 온전할 것 같아? 온전할 것 같냐고?”
 
 장태민의 손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조광철은 더욱 악을 썼다.
 
 “무릎 꿇고 빌어 이 새끼야. 그럼 네 마누라와 새끼는 살려줄 테니까.”
 
 “이 개자식이 어디서 헛소리를.”
 
 “그럼 연결해줄게. 너도 확인해보면 알 거 아냐?”
 
 조광철이 다시 악을 썼다.
 장태민의 손에서 힘이 빠지자 조광철은 급히 뒷걸음질 쳐서 그의 사정권을 벗어나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 통화버튼을 눌렀다.
 
 영상 속에는 덩치들에 둘러싸인 중년의 여성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재갈이 물린 채 무릎 꿇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장태민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다.
 조광철은 한숨을 내돌렸다.
 
 “잘 감시하고 있어. 다시 전화할 테니까.”
 
 그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광철은 장태민의 상처 입은 옆구리를 발로 찼다.
 장태민이 앓는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옆구리를 발로 비볐다.
 
 “끄으윽.”
 
 장태민이 괴성을 지르자 조광철의 얼굴이 사악하게 물들었다.
 
 “어이. 장태민이. 네가 그래니까 안 되는 거야.”
 
 “그럼 넌 가족을 버릴 수 있냐?”
 
 장태민이 악을 쓰자, 조광철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버릴 수 있지. 그까짓게 뭐라고 못 버려?”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조광철을 보며 장태민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미련했구나. 그래도 조광철이 악독하지만, 사람으로 봤거늘. 이놈이 사람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였어. 악마.’
 
 결국은 자신도 죽고 가족도 죽으리란 것을 짐작했다.
 아니 확신했다.
 조광철이 그런 잔인한 악마란 것을 이제야 깨달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는 남은 힘을 쥐어짜 모으며 대화를 걸었다.
 
 “내가 빌면. 가족을 살려줄 거냐?”
 
 “너 하는 거 봐서. 일단 무릎 꿇고 머리 처박고 빌어. 사냥개 주제에 머리 굴리지 말고.”
 
 퍽.
 조광철이 다시 옆구리를 걷어찼다.
 장태민은 한 바퀴를 굴러 간신히 벽에 기대고 앉았다.
 
 “이 새끼 봐라?”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한 조광철이 걸어와 다시 그의 옆구리를 찼다.
 그때였다.
 장태민은 그의 발목을 잡아채서 바닥에 쓰러뜨렸다.
 
 “끄으윽.”
 
 장태민은 옆구리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절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 개자식이. 미쳤어?”
 
 조광철이 악을 쓰며 일어나려고 하자, 장태민이 그의 배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얼굴을 갈겼다.
 여러 대 날리자 그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독기어린 눈빛은 여전했다.
 
 “당장 전화해서 내 가족에게서 물러나라고 해. 그러면 네놈을 살려주마.”
 
 “널 어떻게 믿고?”
 
 “나 장태민 지금까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비록 못 배워서 주먹질밖에 모르지만, 단 한 번도 배신하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놔줘.”
 
 장태민은 순간 멈칫했다가 손에 힘을 풀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조광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나야. 나라고 이새꺄! 장태민 가족들 놔줘.”
 
 조광철은 장태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됐냐?”
 
 “아니. 영상통화로 저놈들이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고, 내 가족이 안전한지 확인해야지.”
 
 “의심 많긴. 이 새끼가.”
 
 조광철은 수건을 꺼내 장태민에게 집어 던졌다.
 
 “피나 닦아.”
 
 장태민은 수건으로 피를 지혈하며 사나운 눈빛으로 조광철을 노려보았다.
 한 5분이 지났을까?
 장태민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귀에 댔다.
 
 “나야.”
 
 -괜찮아요?
 
 “내 걱정하지 말고. 아이 데리고 그곳을 떠나 청주로 가. 그러면 안전할 거야. 은혜야. 고생 안 시킨다고 했는데, 미안하다.”
 
 수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리자, 장태민은 모질게 통화를 종료했다.
 
 “멋대가리 없는 새끼.”
 
 조광철은 비웃음을 날리고는 담배를 물었다.
 어색하게 서로를 노려보며 20여 분이 흘렀다.
 
 “이제 그만하자. 안전하게 피신했을 거 아냐?”
 
 조광철의 제안에 장태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더 기다려야 해?”
 
 “아니. 네놈을 못 믿겠어.”
 
 “너, 너 이 새끼. 지금 마음을 바꾸겠다는 말이야?”
 
 조광철이 깜짝 놀라서 스마트폰을 다시 꺼낼 때, 장태민이 달려들어 스마트폰을 빼앗아 집어 던졌다.
 그리고 남은 힘을 쥐어짜서 그를 때려눕혔다.
 조광철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태, 태민아. 이제껏 거짓말한 적 없잖아.”
 
 “그랬지. 그런데 말이야. 생각해보니 네놈을 살려두면 내 가족이 위험할 거 같아. 넌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까. 난 피를 너무 흘려서 살기 어려워. 네놈이라면 저승길 동무로 제격이잖아.”
 
 “한 입으로 두말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엿 같은 개자식이 되련다. 네 손에 내 가족이 고통당하게 내버려 두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너를 죽이겠다.”
 
 장태민은 옆구리를 수건으로 받치며 조광철에게 다가갔다.
 
 “오지마!”
 
 조광철은 물건을 집어 던지며 발버둥을 쳤다.
 장태민은 피하지 않았다.
 물건이 그의 얼굴에 부딪혀 피가 흘렀지만, 오히려 그의 눈빛은 더욱 사나워졌다.
 그는 남은 힘을 짜내 몸을 날렸다.
 
 쾅.
 조광철의 옆구리를 안고 바닥에 뒹굴었다.
 장태민은 그의 배에 올라타고 두 손으로 목을 죄었다.
 조광철이 어떡하든 장태민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강철같이 옥죄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기는 무리였다.
 
 발버둥 치던 조광철의 몸이 점차 무뎌져갔고, 그나마도 시간이 지나자 잠잠해졌다.
 조광철의 죽음을 확인한 장태민은 옆에 드러누웠다.
 옆구리의 상처가 깊은 상태에서 이를 악물고 싸웠기에 출혈이 심했다.
 온몸이 나른했고, 손끝 하나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이제 끝인가? 평생을 사냥개 노릇하다가 죽다니 참으로 한심한 인생이로구나.’
 
 마지막으로 아내와 아들이 떠올랐다.
 그것을 신호로 전원이 끊어지듯 의식이 끊어졌다.

작가의 말

오늘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51)

네메시스81    
다시 시작하셨다니 일딴은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걱정도 되네요
2020.08.17 11:56
신유(愼惟)    
제가 그동안 저지른 게 있으니 할 말은 없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2020.08.17 11:59
내소원칼퇴    
잘보고가요!! 이번작품은 완결까지 ~~
2020.08.17 17:55
신유(愼惟)    
항상 감사드려요..ㅎ 정말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2020.08.17 19:31
심심한    
화이팅 입니다.
2020.08.17 18:36
신유(愼惟)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네요.. 감사해요..ㅎㅎ
2020.08.17 19:32
명만두원    
초반인데 주인공이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게 답답하게 만들어 주는 거 같습니다. 어차피 죽일 거면 주인공의 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괜히 어중간한 모습보다는... 가족을 아낀다는 묘사도 이후 확인조차 없이 사라져서 그냥 주인공의 유능함보다 어리숙함을 보여 주는 거 같습니다.
2020.08.20 09:54
신유(愼惟)    
조언 감사합니다..
2020.08.20 10:49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0.08.20 18:16
혜오    
참신하네요........ 여타 다른 소설들처럼 ㅂㅅ 같이 당하고 혼자 죽지는 않네......
2020.08.2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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