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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왕 1화

2014.08.01 조회 3,308 추천 30


 그곳은 시신으로 뒤덮인 전장이었다.
 산세가 험한 산악 지형, 그 안으로 우거진 초록 숲 안에 위치한 어느 공터.
 그 너른 공간을 범상치 않은 붉은 갑주를 입은 자들의 시신이 메우고 있었다.
 팔다리가 잘려 여기저기 널려 있고, 처참하게 살해된 사십여 구의 시신은 그 한복판을 중심으로 마구 흩어져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사내가 죽어가고 있었다. 널려 있는 시신들과는 판이하게 허름해 보이는 옷을 입은 그 사내는 비슷한 복장의 남자의 품에 안겨 있다.
 피에 절은 두 사람. 죽어가는 사내에게 남자가 말했다.
 “루, 빌어먹을! 장난하지 마.”
 “크흑……. 미안하다. 카타락토…… 아무래도 당한 것 같다…….”
 파랗게 질린 얼굴은 독에 중독된 듯한 모습이었다.
 불사부대라 불리는 자들이 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제국의 은밀한 일을 행하는 무적의 군단.
 루와 카타락토는 바로 불사부대의 두 사람이었다.
 죽지 않을 것 같은 이름, 불사를 걸고 있는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이로 알려진 루가 지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제길…….”
 이 말을 끝으로 루는 눈을 감았다. 그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 카타락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루를 끌어안은 채 피눈물을 흘렸다.
 
 * * *
 
 시간이 흘러 해는 서쪽을 향해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고, 그들의 전장 한가운데에 작고 볼품없는 돌무덤 하나가 세워졌다.
 카타락토가 세운 루의 작은 돌무덤이었다. 카타락토는 그곳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와서 제대로 꾸며줄게.”
 이 말을 끝으로 카타락토는 그 자리를 벗어나 신형을 감추었다.
 시간이 다시 흘렀다. 무덤이 있는 자리에는 오로지 적막만이 자리했다.
 삐이-
 시신들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무덤 위로 매 한 마리가 울며 내려왔다.
 그리고 그 매는 천천히 하늘을 돌아 나무 묘비 위로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들그럭.
 파악!
 적막에 쌓여 있던 묘비에서 치솟아오른 손.
 그리고 연이어 또 한 손이 무덤에서 추켜 올라왔고, 이내 돌무덤을 뒤엎으며 망자의 상체가 벌떡 일어섰다.
 컥! 컥!
 붉은 흙과 돌가루로 범벅이 된 긴 금발의 청년, 루가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입으로 거센 기침을 토해냈다.
 하아~ 컥컥!
 하얀 포말이 그의 입술을 타고 땅을 향해 침과 함께 섞여 나왔다. 괴로운 듯 이리저리 비틀며 토악질을 하기 30여 분, 그제야 루는 진정된 기미를 보이며 자신의 묘를 바라보다 이내 산 밑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초원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죽은 자의 눈이 아니었다.
 죽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불사부대의 섭리를 잘 알고 있는 루가 카타락토가 떠나갔을 방향을 향하여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눈은 불사부대에 있던 어느 순간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천천히 옮겨져 수도가 있을 방위로 돌아갔다.
 “돌아가자, 고향으로…….”
 루의 눈빛이 청명한 가을 하늘만큼이나 밝게 빛났다.
 
 * * *
 
 자유!
 그건 자유였다.
 정녕 ‘자유’ 말이다.
 구름 사이 한줄기 빛이 초원 여기저기에 드리워졌다.
 루는 그 빛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밝은 세상을 따라서 무작정 수도가 위치한 남쪽을 향해 몸을 옮겼다.
 때로는 숲을, 때로는 강을 건너며 사흘 낮밤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렇게 루의 발걸음은 수도를 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도시에 다다랐다.
 그곳은 중소 도시, 베른이었다.
 
 * * *
 
 ‘응? 저자들은…….’
 루가 도시에 인접했을 무렵, 그의 앞쪽으로부터 한 무리의 사람이 시야로 들어왔다.
 투구를 쓴 은빛 갑옷 차림!
 루가 가만히 보니 다들 곱상하게 생겼다.
 조금 더 살펴보니 왠지 행동이나 걸음걸이가 전장에서 뼈가 굵은 그런 병사들과는 달리 가벼워 보였다.
 ‘도시 치안대 소속 대원들인가.’
 루는 이렇게 판단하며 잠시 걸음을 차분히 하며 그들을 주시했다.
 현재 루의 입장에서 군병들은 사실 유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치안대이길 바라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귀찮아질지도 모르겠군…….’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루는 내심 안도의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들은 각 도시 자치구에서 선발된 일반 시민 출신들로서, 직업 군인이 아닌 주로 범죄 예방 차원의 치안을 담당하는 방범대의 복장이 분명했기에.
 
 루를 향해 걸어오는 자들은 도합 다섯이었다.
 그들은 루를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뒤에서 한 명이 손짓하자 앞쪽에 네 명의 대원이 순식간에 루의 주변을 에워쌌다.
 루는 당장 두 손을 들어 대항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때 뒤쪽에 서 있던 초록 깃털 달린 투구를 쓴 뚱뚱한 사내가 대원들에게 물었다.
 “뭔가?”
 “외부인인 것 같습니다.”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뭐하는 자냐고.”
 그의 말에 네 명의 대원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바라보듯 루의 행색을 집중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몰골이 꽤나 지저분한 게 아무래도 부랑자 같습니다.”
 이번엔 다른 대원이 말했다.
 “큼직한 배낭에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으니 부랑자라기보다는 여행자인 것 같기도…….”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자가 연이어 자기 의견을 말했다.
 “이자의 행색이 다 해지고 낡았지만 배낭 재질이나 팔 덮개 보호대와 흑색의 물소 가죽 샌들로 봐서 귀환병이…….”
 갑자기 초록 깃털 투구 사내가 언성을 높였다.
 “귀환병은 무슨! 전란이 끝난 지가 언젠데.”
 발할라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사내는 루에게 다가가자마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살펴봤다.
 치렁한 금발과 얼핏 성별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남자라기엔 너무나 곱상한 외모, 하지만 야수보다도 강렬한 눈빛을 지닌 루다. 그런 루의 시선이 왠지 꺼림칙했던가. 그만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피하고 마는 발할라였다.
 대신 전체적인 외모를 훑기 시작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수척한 몰골, 게다가 여기저기 진흙 딱지로 더럽혀진 행색에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말로 귀환병인가?”
 루가 무덤으로 들어가기 전 그의 복장은 농부의 차림이었지만, 지금은 귀환병으로 위장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다곤 해도 불사부대 특유의 보호구와 제국군 복식 사이에 존재하는 세세한 차이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내 질문이 말 같지가 않은가?”
 루는 갈등했다.
 그냥 해치우고 갈까. 그건…… 아니고…….
 극단적으로 대응하는 건 일만 번잡하게 만들 뿐이라 결론을 내린 루는 순순히 응대했다.
 “귀환병 맞소.”
 그때 발할라가 루의 왼 손목에 채워진 손목 보호구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후훗, 혹시 여자가 남자로 변장한 거 아닌가.”
 그는 정말로 검 끝으로 길게 늘어뜨린 루의 금발을 들추어 보았다.
 그 행위에 루는 뒤로 물러났다.
 
 ‘뭐야 이 새끼는!’
 하마터면 자기도 모르게 단검을 꺼낼 뻔했다.
 하지만 그 충동을 참아냈다.
 굳이 일을 번잡하게 만들 필요도, 무력으로 충돌할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지금으로썬 좋다.
 대신 대장인 자를 노려보며 기세로 위협을 가해 보기로 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순간 발할라는 살벌한 눈빛에 또 한 번 움찔거렸다.
 그는 괜스레 무안한지 한 발 뒤로 빼듯, 다소 겁먹은 말투가 나왔다.
 “으흠, 벼, 변장 여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 부랑자에게 자신이 밀렸단 사실에 화가 났는지 결국 루를 트집 잡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요즘은 제국 병사 따위가 보호구에다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새기고 다닐 수 있는가 보군. 그런데 대체 뭘 그려놓은 거야.”
 대원들도 관심을 보였다.
 “글쎄요. 새 같은데요.”
 “불사조 아닌가?”
 루는 별다른 변명을 하지 않은 채 잠자코 있었다.
 그때 발할라가 한 대원에게 물었다.
 “이시스프! 넌 도시 출신이니 잘 알고 있겠지.”
 루의 오른쪽에 서 있던 대원이 대답했다.
 “장교는 물론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장비에는 제국의 심벌 외에 그 어떤 문양이나 그림을 새길 수 없습니다.”
 발할라가 다시 루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소 어린 미소를 띠었다.
 아주 좋은 트집거리가 아닐 수 없기에 말이다.
 “후우, 물론 그렇겠지. 그럼 직접 확인해야겠지.”
 발할라가 이번엔 상체를 더듬으려 하자 루가 뒤로 물러섰다.
 “뭐야!”
 “이놈을 붙잡아!”
 양옆의 전사들이 그의 팔을 꽉 잡았고 꼼짝달싹 못하게 했다.
 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해치울까.’
 그러나 정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에 와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상황은 더욱 커질 거라 여겨 결국 다시금 참아내는 루다.
 “가만있어! 맞기 싫으면.”
 하지만 루는 저자의 행동에 다소 고의성이 보이자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할 일 끝났으면 보내주지.”
 독기 서린 말투에 발할라의 심술궂은 볼살이 꿈틀거렸다.
 “이놈이 감히 두 눈을 부릅떠?”
 그는 루가 짊어진 배낭을 강제로 벗기고, 그 자리에서 거꾸로 들어 내용물들을 바닥으로 쏟게 했다.
 와르르-
 그리고 이내 검을 뽑고는 그것들을 쓰레기마냥 이리저리 헤집으며 살폈다.
 여러 옷가지들과 빵과 우유가 든 가죽 통 외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역시 부랑자가 맞군.”
 루는 그 독기어린 성질이 한계에 다다랐고 단검을 꺼내들려 했다.
 그 순간 대장이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놔줘!”
 그때 치안대장이 검으로 바닥에 옷가지 하나를 푹 찍어 들어 올리며 외쳤다.
 “베른은 청결한 도시다. 부랑자들이 얼쩡거리는 곳이 아니지. 그러니 말로 할 때 당장 꺼져.”
 “또다시 눈에 띄면 그땐 정말 혼날 줄 알아!”
 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등을 돌렸다.
 이어 한 대원이 루에게 뭐라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평소 같으면 방금 전과 같은 경고 없이 그냥 얻어터지고 쫓겨나기 일쑤니까 말이야!”
 이후 루는 멀어져 가는 치안대를 보며 자신의 짐을 다시금 꾸렸다.
 파르르-
 그러고 있던 와중 루는 자신의 팔이 저려오면서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는 건가…….’
 몸의 상태를 느낀 루는 더 이상 이동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리란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해도 어느새 저물어 도시에 다다른다 해도 도시로 출입하진 못할 게 분명해 보였다.
 새벽은 되어야 출입이 가능하리라.
 루는 도로변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모닥불을 피우고 베른이 보이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시 베른이라…….”
 보통의 경우 다른 사람이라면 도시를 얼씬거리지도 않겠지만 루는 달랐다.
 본래 타고난 매우 거칠고 사나운 성질이 스스로를 뒤로 꽁무니 빼는 자존심을 허락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도 베른의 도시를 지나야만 고향으로 가는 산맥을 넘을 수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정작 문제라면 간간히 찾아오기 시작하는 약의 부작용.
 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시간을 지체 할 수는 없는 법.
 부작용은 하루 이틀 만에 완전 수그러들지 모르니 일단 도박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루는 그 자리에서 다음 날을 맞이하고 도시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2화에서 계속)

댓글(4)

의지사나이    
서재에는 아무것도 없으시네요?
2014.08.12 23:10
wwwnnn    
이글의 결론 "아 xx 꿈"
2016.01.06 13:19
dm******    
보기 드물게 독자를 짜증나게 하는 소설임. 병신같은 주인공과 헛짓거리로 일관하는 너저분한 스토리가 망작의 스멜을 뿌리고 있음. 무료분도 짜증나는데 유료분을 읽을 엄두가 나지않음
2021.08.08 15:57
pk******    
잘 읽었습니다
2022.07.21 00:23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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