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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무림학관 전설의 기수가 되었다

프롤로그 - 완패

2021.03.08 조회 78,688 추천 1,221


 프롤로그 - 완패
 
 솔직히, 질 줄 몰랐다.
 
 매화검선(梅花劍仙) 매종량, 천궁패(天宮覇) 남궁진, 소일지(燒一指) 종왕현, 설월화(雪月花) 유하린, 비동형(飛動形) 목현학, 풍운신검(風雲神劍) 구조흠, 독아나찰(毒牙羅刹) 당비연···. 지금 내가 언급한 사람들이 모두 현경 이상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태초검(太初劍) 소해선이 정파의 기틀을 닦은 이래, 이만큼 정파의 전력이 높았던 적이 없다. 무조건 이겨야 되는 싸움이었고, 이겼어야만 했다.
 
 난 정말 우리 멋진 무림의 협객들이 저 간악한 마인들을 쓸어 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야 일개 무림맹 전략정보원이기는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도 아니었다. 내 위의 상사, 천뇌(天腦) 제갈훈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우리 사무실의 정문이 박살나면서 같이 깨지고 말았다.
 
 “아, 이게 악명 높은 무림맹의 정보기관, 삼안각(三眼覺)이군. 정말 여기는 어떻게 해도 간자(間者)가 못 들어왔었는데. 이렇게 와보니까 좋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삼안각은 정보를 다루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림맹 내에서도 숨겨져 있다. 여기까지 마인들이 들이닥쳤다는 건, 정말 우리는 끝장이 났다고 봐야했다.
 
 삼안각의 각주인 제갈훈은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자신의 책상 밑에 숨었다. 공교롭게도 나와 같이. 내가 먼저 들어왔었는데.
 
 “···무인이 이렇게 추하게 죽을 건가?”
 “전 무인이 아닌데요.”
 “아, 그렇긴 하지. 나도 아니야.”
 
 제갈훈은 쭈그린 상태로 도포를 뒤적였다. 그곳에서 나온 건 바로 담배였다.
 
 “한 대 할래?”
 “좋죠.”
 
 난 화섭자를 그어 제갈훈과 내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냄새가 나든, 뭘 하든 우리가 죽을 길은 피할 수가 없다. 갈 땐 가더라도,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패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각주님.”
 “···그냥, 총체적 난국이야. 굳이 따지자면 야전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견원지간인 게 좀 컸어. 아니, 같은 태산학관 출신 동기였다는데 왜 저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거야.”
 “솔직히 마교가 조금 이상하게 강하기도 했죠. 무조건 이겨야 되는 전력인데.”
 “뭐, 그것도 그렇고. 하여튼, 우리는 할 만큼 했어. 씨발.”
 “고생하셨습니다.”
 
 내 말에 제갈훈은 담배를 더 깊숙이 빨았다. 우리가 아무리 무인이 아니라고는 해도, 적어도 주변에서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건 안다. 마기가 아주 풀풀 풍기네.
 
 “야, 진하야. 마지막으로 형이라고 한 번 해봐라.”
 “왜요? 낯간지럽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형 소리 들어보냐.”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를 가려주고 있던 책상이 확 벗겨졌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인의 검이 제갈훈의 목으로 향했다.
 
 내 목소리가, 저 무인의 검보다 빠를 수 있을까.
 
 “형, 고생했어요.”
 
 천애고아인 나를 거둬서 무림맹 특수정보원으로 길러주신, 나의 아버지이자 큰 형. 제갈훈의 목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내 말이 들렸을까?
 
 제갈훈의 날아다니는 얼굴에서, 난 희미한 미소를 보았다. 들렸구나. 그럼 됐다.
 
 곧, 내 머리도 허공에서 핑핑 돈다.

댓글(72)

나태무    
기대하겠습니다. 잘봤습니다! 건필하세요! (。♥ˇε ˇ♥。)
2021.03.08 13:14
le*******    
오.일단잼서!
2021.03.08 22:09
B4    
무협배경인데 말투가 왜저럼
2021.03.12 16:10
yujhZ    
엌ㅋㅋ
2021.03.13 17:50
[탈퇴계정]    
졌잘싸였나보네
2021.03.13 20:00
중이병    
인상적인 도입부네요. 영웅학교에 대한 기약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2021.03.13 21:57
망박    
똥꼬코인 달달했음? 또 천안문 하쉴? 이번 작도 그저 별로구만
2021.03.16 06:44
김치웅우옌    
이작가 전작에서 bl소설 썼습니다 조심하세요
2021.03.16 09:35
청늪    
맛만 좋으면 똥꼬코인이든, 후장코인이든 삼킬수 있습니다. 맛이 없어지면 게워내겠지만요. 더 읽어봐야 알것같지만, 초입만 봐선 맛은 괜찮아보이네요.
2021.03.17 00:13
미검제    
신작이시네요!! 무리하시는 건 아닐지 걱정 반, 새 작품에 대한 기대 반으로 따라가겠습니다
2021.03.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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