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난감천재

001화

2021.04.21 조회 1,410 추천 7


 001화
 
 
 
 
 
 “헉헉헉!”
 한 청년이 산에서 뛰어내려 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상당히 다급한 모습이었다.
 “잡아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청년을 뒤쫓고 있었다.
 청년이 다급하게 뛰어 내려가는 이유가 그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았다.
 “아직도 따라오다니!”
 뒤를 힐끔 돌아본 청년이 중얼거렸다.
 상당히 오랜 시간 따라온 모양이다.
 그리고 쫓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쳐 내려오던 청년이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제길! 왜 내가 만든 무공은 전부 주인이 있는 거야?!”
 청년의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산속 깊이 울려 퍼졌다.
 
 * * *
 
 “휘야, 아버지 사냥 갔다 오마. 그러니 꼭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
 “네!”
 아버지의 말에 만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만휘의 나이 올해로 열셋.
 어린 만휘를 놓고 나가야 하는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에게 미안했다.
 
 “자, 그럼 오늘은 어디로 가지?”
 아버지가 사냥을 나가고, 만휘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이렇게 만휘가 집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자신이 세상이 싫어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온 만큼 만휘를 세상과 되도록 만나지 않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만휘는 아직도 글을 몰랐다.
 어린 나이에 이곳 산속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만휘는 많이 외로웠다.
 없는 어머니가 보고 싶기도 했고, 아버지가 사냥을 나가지 않고 언제나 항상 자신과 함께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지금도 겉으로 보기에는 만휘가 활기찬 듯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롭고 쓸쓸한 것이 싫어서였다.
 집을 나선 만휘는 어제보다 더 위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어제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느라 많이 못 올라갔는데 오늘은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 그곳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후하~! 엄청 힘들다.”
 어제 올라갔던 곳까지 가자 만휘는 조금씩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탓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숨이 찼다.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숨을 고른 만휘는 다시금 일어서서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얼마를 올라갔을까.
 만휘의 눈에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아담한 크기의 동굴이 보였다.
 “한번 들어가 볼까?”
 만휘는 중얼거렸다.
 집 근처에 있는 동굴에는 전부 들어가 봤기 때문에 새로운 동굴을 발견하자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동굴 입구에 선 만휘는 그 동굴이 생각보다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들어가 봤던 동굴과는 달리 이번 동굴은 그 앞에 서고 보니 소리의 울림이나 바람의 세기 등이 훨씬 강했다.
 “이거 또 잘못 들어갔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서 다시는 집밖에 못 나오는 거 아니야?”
 만휘는 혹여 들어갔다가 제때 못 나와서 아버지께 혼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주저하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도 잠시, 만휘는 마음을 정하고는 동굴로 한 발을 내디뎠다.
 “까짓것, 될 대로 되라지.”
 동굴로 걸어 들어가면서 만휘가 한 말이었다.
 동굴은 점점 들어가면 갈수록 더 넓어졌다.
 신기한 것이, 들어갈수록 어두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앞이 보일 정도로 밝았다.
 중간에는 갈림길도 있었지만, 한쪽은 어두웠고 다른 한쪽은 밝았기 때문에 만휘는 망설임 없이 밝은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를 들어왔을까.
 만휘는 그 동굴 안에서 큰 석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 여기는 뭐지?”
 그 석실의 천장에는 빛나는 돌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고, 벽에는 수정이 박혀 있었다.
 “와!”
 밝게 빛나는 돌에서 빛이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나는 수정의 모습에 만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계속해서 석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어라? 저 할아버지는 뭐야?”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 동안 석실을 둘러보던 만휘는 자신의 정면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볼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는지 옷도 다 찢어져 있었고, 수염 또한 상당히 길어서 앉아 있는 바닥에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만휘는 천천히 다가가 할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푸스스.
 “으악!”
 만휘는 너무 놀라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만휘가 어깨에 손을 대자마자 할아버지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만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지?”
 산속에서만 살아왔고,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만휘였기 때문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 누가 흙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놨나 보다. 정말 진짜 사람처럼 생겼는데 조금 미안하네.”
 만휘는 먼지가 되어 사라져 간 노인을 누가 흙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정도로 만휘는 순수한 아이였다.
 “이건 또 뭐야?”
 만휘는 그 노인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그에 만휘는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엄청 낡았네? 무슨 책이지?”
 만휘는 그 책의 앞뒤를 돌려 보았다.
 엄청나게 낡은 책인 데다가 글도 모르는 만휘였기 때문에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냥 두고 가야겠다. 주인이 와서 찾아가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만휘는 책을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어왔던 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놔둔 책에 시선이 끌렸지만 늦게 귀가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만휘는 동굴 밖으로 향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동굴을 나온 만휘는 동굴 밖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항상 밤이 늦어서야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간혹 일찍 들어오는 날이 있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빨리하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만휘는 아직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은 사실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휘야! 아버지 왔다!”
 만휘가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만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자신이 먼저 와 있었고 아버지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오셨어요?”
 만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말투와 몸짓으로 아버지를 반겼다.
 그런 만휘의 행동에 아버지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한 듯했다.
 “숙부도 오셨단다!”
 만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한 아저씨를 보았다.
 종종 찾아오는 아버지의 친구였다.
 “안녕하세요?”
 만휘가 방긋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에 아버지의 친구는 만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숙부의 말에 만휘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만휘는 숙부가 좋았다.
 올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나 가지고 놀 것들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은 뭐 하고 놀았니?”
 숙부가 물었다.
 만휘의 아버지는 이미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에 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이것저것 하고 놀았지요.”
 만휘가 대답하자 숙부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많이 심심했지? 심심할 거야, 혼자서 이 산속에 있으려면.”
 그 말에 만휘는 속으로는 동감했지만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아버지가 보시면 많이 미안해 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 밥 먹자!”
 잠시 후, 아버지가 저녁 식사를 가지고 부엌에서 나왔다.
 그에 만휘와 숙부, 아버지는 모여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휘야, 오늘은 일찍 자거라. 아버지와 숙부가 할 말이 좀 있구나. 알겠지?”
 저녁 식사 후 숙부가 만휘에게 말했다.
 그에 숙부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던 만휘는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예.”
 만휘가 힘없이 대답하자 숙부가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만휘에게 말했다.
 “다음에 와서는 더 놀아 주마. 알겠지?”
 그 말에 실망한 표정을 지운 만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상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누운 만휘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로운 놀이터(?)를 찾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냥 제자리에 놓고 온 책 때문이기도 했다.
 ‘그냥 가지고 올 걸 그랬나?’
 글을 모르는 자신이었지만 왠지 그 책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마치 그곳에 놓고 오면 안 될 것 같은, 그리고 자신이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내일 다시 한번 가 봐야지.’
 그렇게 생각한 만휘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그날 아침에도 만휘의 아버지는 어김없이 사냥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러나 여느 때와는 달리 그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어젯밤에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가 오간 것 같았다.
 그 시간까지도 만휘는 자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어젯밤 만휘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 같았기에 깨우지 않고 그냥 두고 사냥을 나갔다.
 아버지가 나가고 한 시진이 지나서야 만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킨 만휘는 어제 가 봤던 동굴을 떠올리며 서둘러 옷을 입었다.
 ‘벌써 누가 가져간 것은 아니겠지?’
 동굴로 향하는 만휘의 얼굴에는 근심이 드러나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 그의 발걸음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잠깐, 내가 왜 이러지?’
 갑자기 멈춰 선 만휘는 생각했다.
 글도 모르는 자신이 책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글을 배울 생각이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왜 이러지?”
 만휘는 자신의 이러한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그 때문에 만휘의 표정은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일단 가보자.”
 그렇게 중얼거린 만휘는 동굴을 향해 걸었다.
 신경 써서 그런지 좀 전보다는 발걸음이 느려졌다.
 하지만 이내 그의 발걸음은 다시금 빨라졌다.
 동굴 앞에 선 만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점점 넓어지는 동굴이 어제보다도 더 크게 느껴졌다.
 어제는 생각 없이 동굴 안을 돌아다녔지만, 오늘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복잡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신도 의아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억력 하나는 무척이나 좋은 만휘는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석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와~! 정말 복잡하구나! 어제는 어떻게 이곳까지 왔지?”
 만휘가 방금 도착한 석실 앞에 서서 말했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조심스럽게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석실 안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야명주의 불빛이 수정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제 한 번 본 광경이었지만 만휘는 여전히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아차! 책!”
 야명주와 수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만휘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어제 책을 놓아두었던 곳으로 달려갔다.
 “휴~ 다행이다. 아직 있구나.”
 만휘는 어제 그 자리에 책이 그대로 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책에 끌렸지?”
 책을 집어 든 만휘는 중얼거리며 책장을 넘겨보았다.
 그러나 이내 책을 덮으며 말했다.
 “역시 글자는 하나도 모르겠네. 아버지께 가져가서 읽어달라고 할까?”
 하지만 아버지께 다짜고짜 책을 가져가서 읽어달라고 하면 그 책을 어디서 가져왔냐고 하실 것이 뻔했고, 그렇다면 이렇게 돌아다닌 것을 아버지께 다 말해야 한다.
 “아~ 어떻게 하지?”
 만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석실은 답답해서 못 견디겠고,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정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모르겠다. 일단 나가고 보자.”
 그렇게 중얼거린 만휘는 책을 가지고 석실을 나섰다.
 석실을 나서는 만휘의 등 뒤로 야명주의 불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난감천재
 
 지은이 : 태훈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339-2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