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두 번 사는 플레이어.

새로운 시작(1)

2014.10.26 조회 43,854 추천 828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소행성이 지구를 공전하기 시작하면서였을 것이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타나버리는 괴물들. 몬스터 웨이브라 명명된 그것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어나갔다.
 나 역시 가족을 잃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던 어머니가 몬스터에 의해 찢겨진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퇴근을 하시던 아버지가 차량에 깔린 채 우그러져 돌아왔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여동생은 몬스터에게 잡아먹혀 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가슴이 아렸다.
 날카로운 바늘에 살갗이 꿰뚫리고 후벼 파는 비수에 심장이 갈가리 찢긴다면 그러할까. 차라리 죽는다는 게 더 행복하다는 말. 살아있다는 게 더 고통스럽다는 말. 너무나 절실히 와 닿는 상황들이 나를 괴롭혔다.
 괴로움은 분노로 이어졌다.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무엇이라도 부숴버리고 싶었다.
 얼마나 강하게 힘을 줬을까. 실핏줄이 터져버려 붉어진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흠칫거리게 만들었다.
 이성마저 잃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리를 배회하는 몬스터에게 덤볐다가 그 괴물이 휘두르는 손짓 한 번에 한참을 날아 건물의 벽에 부딪힌 나는 피를 토하며 기절했고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이미 지옥으로 변한 후였다.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이성이 돌아왔음인가, 그제야 두려웠다. 무서워서 감히 괴물들에게 다시 덤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몸이 떨려왔지만 살고 싶다는 더러운 본능을 이기지 못한 채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 떨려오는 신체를 이기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초라하게, 너무나 추하게, 그렇게 울어버렸다. 내 자신이 한심했고 저주스러웠다.
 그럼에도 죽을 수 없었다.
 살고 싶다.
 모두가 죽어버려 아무도 내 곁에 남아 있지 않은 세상.
 그래서 더욱 살고 싶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또 있어서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 날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알 수 없는 힘이 생겼고 플레이어로 각성했다. 덕분에 괴물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괴물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자들.
 현대 무기도 통하지 않는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힘을 지닌 자들을 세상은 플레이어라 불렀고 그들을 기려 영웅이라 칭송했다. 그렇게 근근이 약한 괴물들을 사냥하며 그들의 시체를 국가에 팔아 그 돈으로 먹고 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플레이어에 대한 대우가 좋았기에 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다만, 그러는 와중에도 가끔 내 자신이 한심했다. 나름대로 괴물들을 사냥하며 가족들의 복수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정작 강한 괴물들은 피해 다녔다. 살고 싶어서…….
 죽고 싶지 않아서.
 두려워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러한 나날들이 몇 년이 이어졌다.
 그 사이 나는 안정되어갔다.
 운이 좋게도 참한 여자를 만나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사랑했다. 나의 공허하게 비어버린 아픔을 그녀가 보듬어줬고 그녀의 상처 역시 내가 쓰다듬어줬다.
 위안이 되었다.
 무표정하기만 했던 내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고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 다시 알게 되었다. 그녀와 결혼을 결심할 즈음, 그녀는 갑작스레 침공해온 괴물들에게 난자당해 죽었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참사였다.
 심장이 갈가리 찢겨지는 고통에 절규할 때.
 세계 몬스터 협회가 전쟁을 선포했다. 괴물의 개체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탓이다.
 나 역시 그 전쟁에 동의해 용병으로 참가했다.
 복수를 위해서.
 잊고 있던 가족들의 참혹했던 모습과.
 허무하게 죽어버린 그녀를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괴물들을 죽이리라. 단 한 마리조차 남아있지 않게, 쓸어버리리라.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공포도 없었다. 가족을 잃어 두려움에 떨었던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지옥 같은 삶에 나타난 단 한 줄기의 빛마저 사라진 지금, 나는 처절할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을 내던졌고 보이는 괴물들을 모두 쓸어버렸다.
 살기 위해 싸운 게 아니었다.
 죽기 위해 싸웠다.
 죽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웠다.
 싸울수록 강해졌고. 강해질수록 더 많은 괴물들을 죽였으며 그 많은 괴물들을 죽이다보니 또 다시 강해졌다. 그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살육했다.
 붉은 피가 난무하는 공간.
 동료들이 쓰러져 절규하는 비틀어진 세상.
 살려 달라 아우성치는 그들과.
 죽음을 도외시한 채 달려드는 괴물들의 괴성.
 그곳에서 나는 정신마저 놓은 채 살육했다.
 10여년이나 이어졌던 그 싸움의 마지막.
 결국 해당 단계의 네임드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미치도록 그리웠던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세상이 변화하기 전의 평화롭던 그 날이었다.

댓글(34)

조카    
즐감하고 갑니다.^^
2014.10.26 08:39
血天修羅    
잘 보고 가빈다~~
2014.10.26 13:45
보리자    
페이서님 새로운작품 시작하시나요
2014.10.26 15:25
줸장    
건필하세요
2014.10.27 01:37
루나샤    
어머나?여기서 새작품이라닛♥
2014.10.28 19:55
태양과바람    
감사합니다
2014.11.03 03:35
현성주    
...비슷함
2014.11.04 23:56
마영문    
소재는 비슷할 수 있는데 내용이 어떨지 기대해봐요~
2014.11.08 22:24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14.11.11 20:03
초코맛핫바    
잘 보고 갑니다^^
2014.11.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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