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번개 맞고 군주 후보자

프롤로그

2021.07.26 조회 33,965 추천 488


 #000화. 프롤로그
 
 
 
 
 
 어렸을 적 민성은 전자 제품을 뜯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공학자가 되기 위해 전자 공학과를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현실과 타협해, 공학자보다는 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것도 1년 전 몬스터로부터 왼팔을 잃은 뒤, 목표를 공무원 시험으로 다시 바꿨다.
 
 “또 시작이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서는데 왼손가락 사이가 가렵다.
 이럴 때가 제일 곤욕이다.
 긁고 싶지만 손가락이 없으니 긁을 수가 없다.
 환상통이다.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이 환상통만은 어쩌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마음이 편안하니 환상통이 생긴 듯했다.
 환상통은 다른 일에 몰두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데 지금은 집중할 만한 것이 없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집에 가다 보면 환상통은 잠잠해질 것이다.
 번쩍!
 우르르쾅!
 천둥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렸다.
 
 ‘빨리 집에 들어가자!’
 
 민성의 집은 노량진 고시촌 언덕 끝자락의 원룸.
 비가 와서 그런지 골목길은 한산했고 앞서 걷고 있는 여자 한 명만 보였다.
 
 두두두둑!
 그때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조금 흔들리다 멈췄다.
 
 “크아아아아!”
 빗소리와 섞여 어디선가 이질적인 소리도 들려왔다.
 
 “이 소리는?”
 생생히 기억하는 소리다.
 왼팔을 잘라 먹었던 거대한 지렁이 몬스터의 소리.
 ‘웜’이라 불리는 이 지렁이 몬스터는 비가 오면 땅 위로 올라와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그때와 같은 소리가 들리자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없는 팔이 욱신거렸다.
 민성은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봤다.
 ‘역시나!’
 몬스터가 땅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헌터들이 몬스터를 놓친 건가.’
 아직 땅속에서 몸통이 모두 나오지 않아 느리게 움직였지만 분명 머리는 민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몬스터다. 도망쳐!”
 “네?”
 민성은 도망가며 앞서가던 여자에게도 소리쳤다.
 우산을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아는 얼굴이다.
 같은 고시 학원에 다니는 여자.
 김윤지라고 했던가?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멀리서 들려오는 몬스터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김윤지는 민성의 외침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더니 기겁을 하고 뛰기 시작했다.
 
 철푸덕!
 
 “앗!”
 처음에는 잘 뛰던 김윤지는 얼마 뛰지 못하고 넘어졌다.
 자신은 팔 하나를 잃었지만 이대로 두면 그녀는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이런 젠장!’
 
 쓰러진 김윤지가 울면서 애처롭게 바라보자 민성의 눈에는 여동생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민성은 가던 길을 되돌아와 김윤지를 부축했다.
 
 “으···. 고마워요!”
 “뛰기나 해요.”
 
 절뚝!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친 모양이다.
 “안 되겠어요! 제가 왼쪽으로 유인할 테니 저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요!”
 몬스터는 둘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그녀를 부축하며 도망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갈림길에서 김윤지가 오른쪽으로 도망가자 주위의 돌멩이를 주워 들고 몬스터와 마주 섰다.
 
 퍽!
 “크아아아아!”
 민성은 돌멩이를 던지고 왼쪽 길로 도망쳤다.
 잔뜩 화가 난 몬스터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은 다행인데 이제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
 
 이 정도 소란이면 분명 협회에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고 헌터들이 올 때까지 도망치며 버티면 된다.
 
 “헉헉!”
 
 고시촌 언덕길을 따라 달리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겨우 고시촌의 오르막 끝에 도착했다.
 콰직!
 “으아아악!!”
 오른쪽 장딴지가 불에 덴 듯 뜨거웠다.
 
 몬스터가 몸을 길게 뻗어 내면서 민성의 다리를 물었던 것.
 
 쾅!
 
 몬스터는 민성을 죽이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으아아아아악!”
 
 번쩍!
 우르르콰과광!
 
 이때 언덕 끝에 있던 나무가 번개를 맞고 쓰러졌다.
 
 “으···.”
 
 번개에 잠시 주춤한 웜은 한 번 더 바닥에 내리찍기 위해 민성의 다리를 물고 위로 들어 올렸다.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한 번 더 바닥에 찍히면 더 이상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번쩍!
 우르르르콰과광!
 
 그때 민성을 향해 번개가 내리쳤다.
 
 순간 세상은 밝아졌고 하늘은 좀 전과는 다른 엄청난 굉음을 토해 냈다.
 
 지지직!
 콰광!
 
 민성의 몸은 순식간에 불탔고 몬스터는 폭발해 버렸다.
 
 -삐.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민성은 정신을 잃어 듣지 못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부족한글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댓글(18)

삶의유희    
이어폰을 하고 있다면서요? 이어폰을 뺐다는 얘기는 없는데...그냥 죽이시지. 어차피 벼락만 맞으면 되는데.
2021.07.29 21:48
Skaoxj    
지랄 처울시간에 기어라도 가것다
2021.08.04 15:16
민트색태양    
설명보고 들어옴 왜 평소에 감전이 잘되냐고ㅋㅋㅋㅋ
2021.08.05 12:23
so*****    
(사망)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당신은 사망하였습니다.
2021.08.19 15:53
파랑색    
.....
2021.08.20 06:57
포스아인    
즐감하고 갑니다
2021.08.20 13:13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1.08.25 14:46
연촴    
정주행 ~ 시~작!!! 합니다~♡♡♡
2021.08.29 23:27
고기흡입    
남주 개호구네ㅋㅋ
2021.09.04 07:24
오드미리    
진짜 댓글수준
2021.09.06 09:43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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