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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1.09.09 조회 32,756 추천 340


 세상을 삼킬 듯이 퍼붓던 빗방울은 멈췄고, 새벽은 안개가 짙게 덧칠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비탈길을 한 대의 차량이 천천히 올라갔다.
 
 차에는 헝클어진 머리에 비장한 표정을 한 여자가 운전했고, 옆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타고 있었다.
 안개는 회색 도화지처럼 앞을 가로막았다. 여자는 옆을 보고 말했다.
 
 “괜찮니?”
 
 소년은 그녀의 눈을 또렷하게 응시했다. 시뻘건 실핏줄이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 눈동자가 무섭게 보였다.
 
 “엄마······.”
 “살고 싶으면 내려도 돼.”
 “아니야. 나는 엄마 따라갈래.”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눈에서 터진 눈물을 막지는 못했다.
 
 “······미안하다.”
 “괜찮아.”
 “네 누나가 죽고, 아빠마저 그렇게 되니 엄마가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구나.”
 
 소년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하늘나라에서 같이 만나자.”
 “······그래.”
 
 그녀는 소년의 볼을 쓰다듬다가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 대시보드에 걸린 가족사진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빠의 온화한 미소도, 엄마의 따뜻한 눈빛도, 누나의 화사한 얼굴도. 소년은 가족사진을 보며 눈을 감았다.
 
 “엄마가 미안해.”
 
 그녀는 액셀을 힘껏 밟았다.
 
 - 부릉 - 부르릉
 
 굉음이 울리고 차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며 숲은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
 
 - 까아 - 까아 - 까아
 
 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으며 요란하게 울었다. 죽은 자를 맞이하는 사신이 안개 사이를 뚫고 천천히 다가왔다. 소년은 소리쳤다.
 
 “안돼!”
 
 그제야 헛것이라는 걸 알아챈 소년은 상황을 파악했다. 깨진 차창과 구겨진 차량. 앞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가 깨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왔다.
 
 “엄마!”
 
 소년은 반사적으로 소리치고 옆을 바라봤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엄마는 고개를 운전대에 박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는 엄마. 소년은 그녀의 팔을 흔들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엄마! 엄마!”
 
 소년의 목소리는 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
 소년은 차에서 내려 무작정 달렸다.
 
 신발이 벗겨져 발이 까지는 줄도 모르고, 이마에 피가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도로가 있었다.
 
 - 빵! - 빵!
 
 자동차의 경적. 안개가 아니더라도 소년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소년의 간절한 외침은 닿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그의 옆을 지나친 차량은 욕설을 내뱉기만 했다. 소년은 다시 뛰었다. 엄마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뛰었다.
 
 뛰다 넘어지기를 수차례.
 얼마나 달렸을까?
 안개 사이로 흰색 건물에 파란 간판이 보였다.
 
 [학대리 파출소]
 소년은 무작정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아저씨!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찢어진 바지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물, 찢어진 이마에 응고된 혈액, 흙투성이가 된 상의. 책상에 앉아서 사무를 보던 경찰이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니?”
 “우리 엄마가 죽어가고 있어요. 엄마를 살려주세요!”
 
 소년의 그렁그렁한 눈을 확인한 경찰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자세히 말하렴. 엄마가 어디 계시는데?”
 “지금 차에 있어요.”
 “어디?”
 “청북리 고개 근처요.”
 “청북리?”
 
 경찰은 뒤를 돌아 여자 경찰을 바라봤다.
 
 “청북리 고개면 고성으로 넘어가는 산길 아니야?”
 “맞습니다.”
 “네가 거기서 온 거야?”
 “네.”
 “그렇게 먼 곳에서 어떻게 왔어?”
 “뛰어왔어요.”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30km가 넘는 거리였다. 그 거리를 혼자 달려왔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소년의 행색을 보니 큰일이 일어난 건 분명해 보였다. 경찰은 허리를 숙여 피가 응고된 소년의 이마를 만졌다.
 
 “괜찮니?”
 “아저씨, 빨리 가주세요. 우리 엄마 살려야 해요.”
 
 소년은 그의 팔목을 잡고 매달렸다.
 
 “알았어. 가자.”
 
 경찰은 여자 경찰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전하고 차에 올랐다. 아직도 안개는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짙게 내렸다.
 
 “이렇게 앞을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왔어?”
 “그냥 달렸어요.”
 
 차는 안개등을 켜고 천천히 움직였다. 급한 건 소년이었다.
 
 “아저씨, 빨리 가요. 우리 엄마 죽을지도 몰라요.”
 “앞이 보이지 않아서 빨리 갈 수가 없어.”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차는 속도를 냈지만 구부러진 오르막길에 이르자 다시 속도를 줄였다.
 
 “이 길을 혼자 내려왔다고?”
 “아저씨, 빨리 가요.”
 
 경찰은 눈물로 범벅된 소년의 얼굴을 확인하고 속도를 높였다. 삼십 여분이 지나서 차는 청북리 고개에 도착했다.
 
 “어디니?”
 “저 위에서 차가 굴러떨어졌어요. 표지판 옆에요.”
 
 경찰은 ‘청북리 고개’라는 도로 표지판을 확인했다.
 
 “여기니?”
 “네.”
 
 경찰은 차에서 내려 아래를 바라봤다. 연무로 인해 정확히 보이지 않아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굽이진 도로 끝에 숲길이 보였다.
 경찰은 따라 내린 소년의 팔을 잡아 차로 향했다.
 
 “너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저도 같이 갈래요.”
 “위험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저씨가 구조 요청하고 확인할게.”
 “싫어요!”
 
 소년의 태도는 단호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결기가 느껴져 경찰은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빨리요.”
 
 순식간에 소년이 앞장서서 달려갔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숲길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경찰은 그의 뒤를 빨리 따라갔다. 어떻게 저 작은 아이가 경사진 숲길을 저렇게 빨리 내려갈까?
 
 경찰은 비탈길을 다 내려갔을 때 안개 사이로 구겨진 차량을 확인했다. 차 앞으로 다가가는데 소년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엄마! 엄마! 엄마!”
 
 까마귀 떼가 소년의 머리 위에서 빠른 속도로 빙빙 돌며 회오리쳤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범죄, 추리가 가미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끝까지 달리겠습니다.

격려 부탁드립니다.^^


댓글(20)

n7***************    
애가 경황이 없어 시간감각 잊고 죽기 살기로 뛰어온건가 싶었더니 축지법이구나. 이롭게 써
2021.10.13 21:27
시크릿K    
감사합니다. 주인공도 열심히. 저도 열심히^^
2021.10.14 05:50
너솔    
프롤이 강력하네
2021.10.15 23:02
참좋은아침    
즐감! 1049
2021.10.17 21:35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1.10.19 18:56
김영한    
음.. ㅎㄷㄷ
2021.10.25 13:11
니케s    
흠... 체력이나 산악구보 능력으로 보면 델타포스급이상인데..
2021.10.30 15:36
k1**************    
첫화부터 흡입력이 끝내주네요 정주행하겠습니다!
2021.11.03 00:03
펼치자    
30키로면 관내를 벗어날 확률이 커서 글에 위화감이 많이드네
2021.11.06 19:20
아린날    
선발대입니다 가족 복수하는 살인귀물이고 필력은 좋은데 작위적인 부분에 군데군데 위화감 느껴짐
2021.11.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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