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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1.11.10 조회 11,596 추천 124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대자연의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여 있다.
 내리는 건지 그치는 건지 종잡기 어려운 가랑비.
 흠뻑 젖은 새끼 곰이 어미를 찾아 허둥댄다.
 
 치이익거리는 무전기 소리가 들린다.
 
 [알파 원원, 여기는 원투. 차량 도착. 오버]
 [라저 댓]
 
 호수 끝자락 위치한 별장 주변으로 세 개의 경호팀이 경계 중이었다.
 저격수가 받은 정보는 단 하나.
 ‘E-VIP’라는 것뿐.
 (Extremely Very Important Person. 최고등급 주요 인사)
 나머지 항목은 모두 기밀이었다.
 
 경호 대상이 누군지도 모른다니.
 
 “이런 적이 있었나요.”
 
 저격수의 물음에 베테랑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
 ‘음···.’
 국가 원수들의 회담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립공원에 별장이 있다는 것도 뭔가 의심스럽다.
 
 “신경 꺼. 클라이언트의 안전에만 집중한다.”
 “알겠습니다.”
 
 * * *
 
 고요한 별장 1층.
 전등의 은은한 불빛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가에 꽂힌 책들의 종이 냄새가 오크 향에 섞여 방안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비밀스러운 냄새를 가릴 순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다.
 제이피 모건,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의 수장,
 그리고 재무장관과 연준의장.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미국의 금융 그 자체.
 자본주의 최상층에 서 있는 이들은 ‘납입료’, ‘잔액’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이익’.
 
 모임이 처음인 재무장관만이 어색한 듯 주변을 훑고 있다.
 그는 아까부터 건너편에 앉아 있는 국가안보 보좌관이 거슬렸다.
 ‘저자가 왜 여길···.’
 오늘 모임은 금융 정책에 관한 포럼 아니었던가.
 
 끼익.
 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공기의 밀도가 무거워진다.
 
 네이선 메이어.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장.
 추정 재산 5경.
 유대계 자금, 아니 전 세계 자금의 본류.
 당선일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
 
 자본의 성주들이 존경과 경의에 찬 눈빛으로 기립한다.
 저마다 자신이 보일 수 있는 가장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바쁠 텐데 와줘서 감사하오.”
 
 그가 손을 저으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한다.
 82세의 노인의 이마엔 주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하지만 안광만은 전성기 그대로였다.
 
 “모두 좋아 보이는군.”
 
 고요한 살기를 뿜어내는 그와 눈을 마주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네이선이 홍차를 한 모금 들이키는 동안 압박감 때문인지 여기저기 작은 기침소리가 피어올랐다.
 
 다들 알고 있나,
 창틀에 놓여진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자그마한 열매가 10억이라네.”
 
 히말라야 중턱에만 자생하는 희귀 나무.
 100년에 한 번 맺는 열매의 맛을 본 사람은 중국 황제들뿐.
 잔인할 만큼의 긴 인고의 시간은 열매에게 엄청난 가치를 주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네 그루만이 남았고, 시진핑은 그중 하나를 바이든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바이든은 다시 미국의 황제에게 헌납한다.
 
 “그래봤자 결국은 열매일 뿐이야.”
 
 그렇지 않나,
 네이선의 물음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흠···.”
 
 네이선이 꼭지를 비틀자 툭, 열매가 떨어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10억.
 모두들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갖가지 감정들이 뒤섞인 표정.
 당황, 곤혹, 그리고 아랫배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손실에 대한 분노.
 도대체 무엇이 제왕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 걸까.
 
 구르릉 콰광!
 천둥소리가 실내를 강하게 울렸다.
 결국 후드득 소리를 내며 굵어지는 빗방울.
 
 “잘 익은 열매는 따야 하는 법이지.”
 
 네이선의 중저음 쇳소리에 골드만 회장만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슬슬 때가 된 거 같군.”

댓글(6)

제일관광    
다시 쓰시는 건가요?
2021.11.12 20:41
Nuan    
잘 익은 열매는 --> 열매는 제때에 //.열매는 때잃지 말고
2021.12.27 23:20
환장부르스    
5경? 아무리 로스차일드가 흑막으로 자주 등장한다지만, 좀 과한 설정인듯?
2021.12.28 09:54
gg******    
51화까지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음. 뭐 엄청 자극적이지는 않은데, 무난하게 필요한건 다 있는다는 느낌. 본인은 40화 정도를 한번에 몰아읽어서 그런가 술술 읽혔는데, 읽고나서 보니 생각보다 평균 독자수가 적은건 조금 의외인듯. 요즘은 현대판타지 쪽에서 이런글은 취향이 아닌걸려나...?
2021.12.28 15:53
ted3000    
5경은무슨ㅋㅋ 그거 화폐전쟁 작가가 뇌피셜로 쓴거잖아 ㅋㅋ 수백년동안 단 1원도 안잃고 벌기만했을때 5경인데 현실은 이미 미국 강도재벌시대에 금융권력은 jp모건한테 밀리고 산업영향력은 카네기 록펠러에 밀림ㅋㅋ 본가가 독일인데 정작 그 본가가 대공황이랑 2차세계대전거치면서 히틀러가 유대인탄압해서 완전히 조졌지. 지금은 이건희재산정도?
2021.12.28 18:56
눈감은전등    
어디서 봤는데 기시감이
2022.02.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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