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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도제 1권-1

2015.01.29 조회 1,093 추천 11


 * 무인의 의지 *
 
 
 명 삼대 황제 홍희제가 즉위 일 년 만에 급사하자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황태자 주첨기와 숙부 한왕 주고후. 두 사람의 황위 쟁탈전이 벌어진 탓이었다. 두 사람의 황권 다툼은 알게 모르게 천하에 영향을 주었다. 그 시기에 강호 무림에는 한 명의 걸출한 패웅이 있었다.
 
 신황 백리황!!
 
 마도 무림을 하나로 통일하고 그 힘을 모아 신황마교라는 마도 제일문을 연 당대 최강의 무인이었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는 없었다. 그런 그가 강호에 나타난 것은 나이 삼십 초반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사십 년 후 그는 당대 강호 무림을 말 한 마디로 좌지우지 하는 지배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쟁이다!!"
 
 어느 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될 때. 신황 백리황의 일갈이 터졌다. 그리고 그 날로 전 마도 무림인들이 강호 무림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때 그의 나이 칠순이었다.
 
 파죽지세!!
 
 마도 무림은 강호 무림이라는 연약한 대나무를 거침없이 반으로 가르며 피를 뿌렸다. 소림, 무당, 화산 등 구대 문파가 그에게 무릎을 꿇었고 오대 세가의 가주들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라!!"
 
 마도 무림의 지배자는 거침이 없었다.
 
 왜?
 
 무엇 때문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피 바람이 강호 무림에 불었다. 그리고 정도 무림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헐떡일 때. 한 명의 오십 대 무인이 그런 마도 무림의 앞을 가로 막았다.
 
 신도 무청산!
 
 그의 도에 마도 무림은 일패도지 하며 그대로 무너져 갔다. 신도 무청산의 도에 마도 무림인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물이 되어 흘렀다.
 
 "내 가족의 핏 값을 받겠다."
 
 무청산은 마도 무림인들에게 가족을 잃은 듯. 비탄에 젖은 음성을 흘리며 단신으로 마도 무림에 부딪쳐갔다. 그리고 종국에는 신황 백리황에게 도전했다.
 
 "생사투를 원한다!!"
 
 신도 무청산의 일갈은 신황 백리황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어쩐 일인지 신황 백리황은 무청산의 요구를 선선히 받아 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내 황산 천유봉에서 생사투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일은 강호 무림인들의 눈을 피해 일어났고. 삼일 후 다시 신화마교로 복귀한 신황 백리황은 전 마도 무림에 일갈했다.
 
 "신황마교는 향후 십 년간 봉문한다."
 
 신황 백리황의 일갈에 마도 무림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그의 말에 복종했다. 그는 마도 무림의 지배자였기 때문이다.
 
 황산 천유봉에서 두 사람이 비무를 하기 사흘 전. 일단의 마도인들이 호북성의 경계를 넘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러자 호북성의 강호인들이 긴장했다. 그들 마도인들이 바로 신황마교의 전위 돌격대인 광무대였기 때문이었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단숨에 으깨며 숱한 정도 무림인들의 피를 뿌린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으음·········."
 한 사십대의 무복인이 눈을 감고 침음성을 흘렸다.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은 한 도사가 근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제. 목가보의 문을 닫고 피해야 하네."
 "··················."
 "사제--."
 도사는 목가보의 보주 목도양을 향해 재촉하는 듯,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고집 피우지 말게. 잠시라네. 잠시 광무대라는 미친 소나기만 피하면 되네."
 "··················."
 "사제--."
 목가보 보주 목도양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사이에 정적이 흐르며,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청하 사형--."
 "말 하시게나."
 도사, 당대 무당의 일대 제자인 청하 도장은 사제인 목도양이 입을 열자. 안면을 반색했다.
 "일찍이 증조부이신 목조홍님이 우리 목가보를 여신이래, 우리 목가보는 단 한 번도 목가보의 문을 닫은 적이 없습니다. 조부이신 목운양 할아버님이 운안자님의 제자가 되시고, 그 뒤를 따라 아버님이 현진자님의 문하에 드시는 그 세월 동안 우리 목가보의 목씨들은 단 한 번도 목가보를 비운 적이 없습니다."
 
 고집불통!!
 
 조금도 자신의 소신을 굽힐 의사가 없는 음성이었다.
 "사제·········."
 청하 도장의 안면에 답답한 낯빛이 떠올랐다.
 왜?
 모를까?
 다 짐작이 간다.
 
 무인의 자존심!!
 죽을 지언정 절대 무릎은 꿇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아니되. 이대로라면. 이 사람 도양은 죽어.'
 청하 도장은 자신의 앞에 앉은 무당 속가인 자신의 사제 목도양을 살리고 싶었다. 그런 청하 도장의 머리로 한 줄기 생각이 스쳤다.
 "자네는 어떻게 자네 자신만 생각하는가? 사진이나 사홍이 그리고 단혜 생각은 하지 않는가? 자네의 그 고집 때문에 제수씨가 죽은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가족!!
 청하 도장은 사제 목도양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족을 끄집어내었다.
 아비!!
 부정(父情)을 건드린 것이다.
 그러자 목도양의 눈가에 짙은 고통의 눈빛이 떠올랐다.
 꽈악!
 목도양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세 자식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장남 목사진, 차자 목사홍, 막내 목단혜.
 보물!!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자신의 보물이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그런 목도양의 안색을 살폈다.
 '됐어. 이제 되었어.'
 청하 도장은 자신과 두터운 우의가 있는 사제 목도양을 살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내심 쾌재를 불렀다.
 "사제.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아니 그러한가? 그 아이들을 생각하게나?"
 "······················."
 침묵!!
 복가보 사대 보주 목도양은 침묵했다. 그는 일체 어떠한 음성도 흘리지 않은 채 무거운 정적만을 방안에 뿌리고 있었다.
 "사제--."
 청하 도장의 언성이 다소 높아졌다. 그러자 목도양의 음성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청하 사형. 우리 목가보에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 입니까?"
 "그, 그것이 별로 여유가 없네. 아마 모르긴 해도 겨우 이틀이나 될까?"
 청하 도장의 안면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자 목도양의 전신에서 은은한 패기가 흘러 나왔다.
 "알겠습니다. 사형. 죄송하지만 잠시 접빈청에 머물러 주십시오."
 "아, 알겠네. 내 그렇게 함세. 허니, 어서 서두르게나."
 청하 도장은 목도양의 음성에 반색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청하 도장을 보며 목도양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방문 밖까지 배웅했다.
 
 일다경 후, 한 노인이 몸을 떨며 목도양의 앞에 앉아 있었다. 이제 초로의 나이로 접어든 듯한 노인은 안면에 경악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보, 보주···········."
 "홍숙. 아무 말씀 마십시오. 나, 목도양. 차라리 죽을지언정 결코 선대들께서 물려주신 목가보의 문을 닫고 도망치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의지!!
 한 무인의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굳건한 의지가 노인의 눈에 한 가득 들어왔다.
 "보, 보주···········."
 떨렸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은 목도양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에.
 "홍숙. 그간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어리고 부족한 저를 도와 우리 목가보를 이끌어 주신 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목도양은 자신의 앞에 앉은 목가보의 총관 홍자성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아버지 목태산의 의형제였다. 그리고 부친의 사후 자신과 함께 목가보를 챙기고 꾸려온 친 혈육 같은 이였다.
 "저, 정녕 이, 이래야 하겠느냐? 도양아--."
 하대의 음성.
 홍자성은 지금 이 순간 목가보의 총관이 아니라 목도양의 부친 목태산의 의형제로서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목도양이 굳건한 의지가 깃든 얼굴을 천천히 들며 자신의 앞에 앉은 홍자성을 바라보았다.
 "강호 무인의 삶입니다."
 "······················."
 더 무슨 말을 하랴.
 홍자성은 슬픔이 가득한 얼굴을 천천히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두 손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리며 꽈악 움켜쥐었다.
 "아, 알았다."
 떨렸다. 자신의 의형의 아들이 죽음을 각오 하였기에 의형의 집안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을 알기에 슬펐고 떨렸다.
 "홍숙. 목가보의 식솔들과 함께 보를 떠나십시오."
 "아니!!"
 홱!!
 홍자성은 바람이 일 정도로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목도양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홍숙. 홍숙은 살아 계셔야 합니다. 사홍이와 단혜. 그 두 아이를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홍숙. 그러니 두 아이와 함께 황보 세가로 가십시오. 비록 가주가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황보 세가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아이들의 어미 또한 엄연히 황보 세가의 피를 이어 받았으니. 외손이 되는 두 아이를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그렇게나···········."
 홍자성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홍자성의 눈앞에 목도양의 죽은 아내 황보수수가 스쳐 지나갔다.
 
 항상 단아한 모습으로 새초롬하게 미소를 짓는, 참으로 마음이 넉넉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목도양의 아내였다. 마음속 깊이 남편 목도양을 사랑했고. 그 탓에 황보 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안을 뛰쳐나와 목도양과 혼인했다. 그리고 막내 목단혜를 낳고 그 후유증으로 죽었다.
 
 홍자성은 내심 안타까웠다. 그녀 황보수수가 산후 후유증으로 병석에 있을 때 남편 목도양에게 부탁했다.
 "여보, 죽기 전에 한 번만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고 싶어요."
 하지만 목도양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울분!!
 지난 날 아내를 사랑한 죄로, 너무 작은 문파를 이끈다는 죄로 황보 세가주의 동생이 되는 장인 황보승. 그에게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했다. 그 탓에 홀연히 어느 날 목가보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황보수수 그녀가 집안을 뛰쳐나왔다.
 목도양!!
 그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절대 바꾸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 그의 고집으로 황보수수는 결국 화병 아닌 화병으로 산후 후유증이 깊어졌고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런 그가 자식 때문에 그의 고집을 꺾고 있었다.
 "두 번 다시 황보 세가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겠다."
 아내에게 마음의 병을 주어 병세를 깊게 하여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그의 고집이 무너졌다. 그 또한 자신보다는 자식을 더 사랑하는 아버지이기에···········.
 "···················"
 홍자성은 목이 메였다.
 진하고 진한 아버지의 정.
 부정!!
 그것이 홍자성의 입을 다물게 했다.
 "홍숙···········."
 그러자 목도양이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부탁합니다. 그 두 아이를···········."
 끄덕끄덕.
 홍자성은 말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 때 밖에서 음성이 들렸다.
 "아버지--. 사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목도양은 그 음성에 방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너라--."
 그러자 홍자성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시울이 뜨거운 듯 애써 외면하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럼."
 목도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홍자성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이제 열두, 세 살이 된 듯한 어린 소동이 들어 왔다.
 "어?"
 소동은 방문 앞에 서서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어리둥절했다.
 "홍 노야--.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소 보주. 자, 이리로···········."
 홍자성은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리고 바삐 방을 나갔다. 소동, 목사진은 두 눈가에 궁금증과 의아함을 띠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목도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진아--."
 "예."
 목사진은 부친의 부름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리로 와서 앉거라--."
 "예."
 소동 목사진은 부친의 음성에 천천히 탁자의 맞은편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 두 사람 사이에 말이 오갔다. 거의 대부분이 목도양이 아들 목사진에게 하는 말이었다.
 
 두렵다!!
 너무 무섭다!!
 아버지를 잃는다는 것이. 가족이 뿔뿔이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사진아--. 우리 목가보는 내 대에서 그 문을 닫는다. 하지만 너는 우리 목가보의 오대 손으로서 다시 가문을 열어야 한다."
 "아, 아버지···········."
 "부탁하마. 사진아--. 이 아비는 널 믿는다. 네가 꼭 우리 목가보를 다시 열고 네 두 동생을 보살필 것이라는 것을. 이 아비는 믿고 또 믿는다."
 덜덜!!
 떨렸다. 전신이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로 떨려왔다.
 '사진아···········.'
 안쓰러웠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제 열세 살의 아들이. 그 아들이 너무나 무거운 짐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몸을 떠는 것이 단장의 아픔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꽈--아악!!
 목도양은 아래 입술을 이로 질끈 깨물었다. 아들!! 자신의 앞에 앉은 아들 목사진은 장남이다. 장자이다. 가문의 대를 이을.
 '미, 미안하구나. 사진아--. 이 아비를 용서 하거라---.'
 타--아아앙!!!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가 일순 방안에 울려 퍼졌다.
 "네 이놈-----. 네가 그러고도 우리 목가보의 장자였더냐---. 그러고도 우리 목씨 집안의 대를 이을 장남이었더냐---. 그렇게 나약한 심성으로 어찌 험하디 험한 강호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느냐----?"
 "아, 아버지···········."
 목사진은 영문을 모르는 듯한 모습으로 화들짝 놀랐다. 느닷없이 아버지 목도양이 호통을 쳤기 때문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너는 이제 우리 목가보의 제 오대 보주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어깨에 우리 목가보의 식솔들과 네 두 동생이 걸려 있다는 말이다."
 "······················."
 아버지의 호통을 알아들었을까? 아니면 무서웠을까? 목사진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자 목도양은 그 모습을 보며 내심 피눈물을 흘렸다.
 '강해져야 한다. 사진아--.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란다. 오직 강한 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약한 자는 평생 강한 자의 발바닥을 핥아야 하는 비정한 곳이란다.'
 목도양은 내심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그러 하기에···········.
 "내 말 명심해라. 반드시 가문을 재건하고 네 두 동생을 보살피거라. 알겠느냐?"
 "네, 네에!!"
 목사진은 놀라 급히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그러자 목사진의 눈에 미소가 보였다.
 따뜻한 아버지의 미소!!
 그것이 순간 목사진의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널 믿는다!!!"
 목사진은 아버지의 음성이 귀에 들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리고 뭐라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널 믿는다."
 아버지의 그 음성이 어린 목사진의 뇌리에서 맴돌았다.
 
 다음 날 강서성 용호산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장삼 자락을 산바람에 휘날리며 한가로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산길을 올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용호산의 다 쓰러져 가는, 이제 폐허가 된 한 도관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안광!!
 노인의 눈에서 번뜩이는 안광이 흘러나왔다.
 "후후, 그 사형은 아직인가 보군."
 저벅저벅.
 노인은 걸어가며 나직이 말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한 줄기 작은 음성이 들렸다.
 "아니네. 사제를 기다리다가 지쳐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중이라네."
 노인은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노인!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노인이 허공에서 두둥실 뜬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돌아선 노인의 입가에서 차분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사형. 예나 지금이나 잠시도 가만 계시지 않는 것은 여전하시군요."
 스르르르.
 사형이라 불린 노인이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그가 사제라 부른 노인을 향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나. 등양림이야. 항상 그렇지. 뭐, 그러는 자네는 왜 예나 지금이나 느리나?"
 "하하, 사형. 저, 만자백이 느린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빠르다고."
 노인, 등양림은 재빨리 말을 가로채며 장난기가 느껴지는 음성을 흘렸다. 그러자 만자백이란 노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으--하하하핫···········!!"
 "푸--하하하핫···········!!"
 두 노인은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잠시 후, 두 노인은 폐허의 도관 한 쪽에 있는 한 커다란 바위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이번에 사제가 아주 단단히 마음을 먹었더군."
 "후후, 그 아이 황아를 말씀 하시는 거군요."
 "왜, 아니겠나?"
 등양림은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그러자 만자백이 입가에 씨익 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사형은 그 신도인가 뭐지 하는 아이를 왜 내세우셨습니까?"
 "그야 자네가 정도 무림을 아주 물에 말아 먹으려고 하니. 내가 막을 밖에···········."
 "풋!!"
 "크큭!!"
 등양림과 만자백.
 두 노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음성을 흘렸다.
 "사형. 이번에는 제가 이길 겁니다."
 "하하, 그것은 모르는 것이네. 우리 두 사람이 매 백 년마다 서로 경쟁하듯이 아이들을 내세운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하긴 벌써 삼백 년이군요."
 "그래. 참으로 긴 세월이었어."
 삼백 년!!
 인간이 과연 삼백 년을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두 노인의 말을 만약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꼭 승부를 내고 싶습니다. 사형."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 등선을 하고 싶어도. 자네와의 경쟁에서 꼭 이기고 나서 해야지. 이대로 선계로 등선을 했다가는 내가 미칠 것 같네."
 "큭큭!! 사형. 사부님이 만약 선계에서 저희 두 사람의 말을 들었다가는 이내 선계를 박차고 내려오실 겁니다."
 "킥킥!! 그렇겠지. 하지만 사부님이 설사 내려오신다고 해도 나와 자네는 막지 못하네. 우리 두 사람이 익힌 천절백기와 묵혈흑기는 이미 극성을 뛰어넘어 더는 나아갈 곳이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하하, 어디 그 뿐입니까? 사문에 전하는 천년 불사공을 모두 십이성 대성하지 않았습니까?"
 만자백은 등양림의 말에 더 없이 기뻐하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크크···········내 그 빌어먹을 천년 불사공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네. 사부님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그것을 알아내는데 무려 백년이 걸렸네."
 그러자 등양림의 두 눈에서 한 줄기 섬뜩한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흐흐···········사형. 이번 내기에서 이기면 사형이 익히신 천년 불사공의 반쪽을 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쉽게야 안 되지. 크큭!! 나야말로 이번에는 사제의 천년 불사공을 반드시 얻어야겠네. 적어도 그것을 익히면 반선이 아니라 반신의 영역에 들어설 것이니. 크크···········그것은 능히 나에게 불노장생의 삶을 줄 것이야."
 "사형. 그것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흐흐···········."
 두 사람은 상대를 바라보며 나직이 실소를 흘렸다. 그런 두 사람이 앉은 바위의 옆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한 오래된 철로 만든 듯한 편액이 보였다.
 
 천도선문!!
 
 난처하다!!
 청하 도장은 자신의 앞에 두 무릎을 꿇은 사제 목도양을 보며 내심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청하 사형. 사진이를 부디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
 "사형--."
 목도양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사형 청하 도장을 올려다보았다.
 애원!
 너무도 간절하고 절박한 눈빛이었다.
 "사, 사제···········."
 "사형. 제발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쿵. 쿵. 쿵. 쿵.
 목도양은 이마를 방바닥에 찍었다. 그러자 이내 목도양의 이마가 빨갛게 달아오르며 살갗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인가···········?"
 청하 도장은 놀라 급히 목도양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목도양이 그런 청하 도장을 바라보며 눈가에 조금씩 물기를 고였다.
 "청하 사형. 사형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하, 하지만 사, 사진이를. 그 아이를 보낼 곳이 없습니다. 장차 제 뒤를 이어 우리 목가보를 다시 재건할 그 아이에게 무공을 가르쳐 훗날을 대비할 곳이 없습니다. 사형---."
 목도양은 자신이 얼마나 무리한 부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무당!!
 조부 목운양 때부터 자신까지 무려 삼대가 무당의 속가가 되었다. 그 탓에 믿고 의지할 곳은 오직 무당뿐이었다. 그런 무당은 신황마교에 무릎을 꿇었다.
 "신황께서 생존해 계시는 한 우리 무당은 봉문할 것입니다. 허니, 우리 무당의 명맥만은 보존을···········."
 당대 무당 장문인 옥종자는 그렇게 무당의 문을 닫았다. 그러자 신황 백리황은 한 가지 아량을 베풀었다.
 "봉문 중 속가 제자는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도가에 출가하는 도사는 예외로 하겠다. 또한 무당 도가의 도문에 출가한 도사가 만약 환속할 경우. 이는 무당과 모든 연을 끊었다고 보겠다. 이는 무당의 개파조사이신 진무진인의 명맥을 나, 백리황의 손으로 끊고 싶지 않은, 후인으로서의 그 분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다."
 신황 백리황의 선언으로 무당은 다소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사제. 사진이를 도사로 만들겠다는 말인가?"
 청하 도장은 목도양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식을 도사로 만들고 어떻게 다시 가문을 재건하겠다는 것인지를.
 "사형--. 훗날 무당의 문이 다시 열리게 되면. 사진이를 다시 환속시켜 주십시오."
 "자네···········."
 청하 도장은 목도양의 음성에 안면에 은은한 노기를 띠었다.
 기망(欺罔)!!
 속이겠다.
 바로 그 뜻이었다. 아들 사진을 무당 도문에 도사로써 출가를 시켜 신황마교의 눈을 가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당의 문규와 도가로서의 존엄에 해를 끼치는 것이었다.
 "안 되네."
 청하 도장은 이내 목도양에게서 손을 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목도양이 다급하게 청하 도장을 불렀다.
 "사형---."
 언제부터인지. 목도양은 청하 사형이라 부르지 않았다. 사형이라고 불렀다.
 정(情)!!
 그것을 자극하고 있었다.
 "휴···········!! 자네 마음을 내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아니 되는 일이네. 우리 무당 도문을 기망하고 무당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네."
 "사형---. 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일부 사백님들과 사숙들이 은밀히 속가의 자신의 집안 아이들을 편법으로 무당에 도사로서 들인다는 것을 말입니다."
 "도양---!!"
 휘-이익!!
 청하 도장은 바람이 일 정도로 몸을 거칠게 돌렸다. 그리고 목도양의 이름을 부르며 두 눈 가득 노기를 띠었다.
 "감히 무당의 속가 제자로서 무당의 어른들의 일을 입에 올리고, 나를 협박할 셈인가?"
 "사형···········청하 사형. 저, 도양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당에 들었을 때. 저를 친 동생처럼 보살펴 주었던 사형의 그 마음을."
 부르르르!!
 청하 도장은 목도양의 말에 몸을 경련했다.
 고아!
 자신은 고아였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무당에 도사로서 출가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고아라는 사실 한 가지로 다른 이들의 따돌림과 핍박 그리고 냉대를 받았다.
 무당의 정식 제자.
 그것은 강호에서는 하나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다. 존경과 숭앙의 신분을. 그 탓에 무당의 정식 제자인 무당 도문에 적을 올린 도사들은 다들 뒤 배경이 탄탄했다. 심지어 속가 제자들 또한 그 집안이 막강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 탓에 자신은 외로웠다.
 사형!!
 어떤 때는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좋다고 따라 다녔던 아이. 싫다고 꼴도 보기 싫다고 때리고 모욕을 주고 냉대를 해도 자신이 좋다고 따라 다녔던 아이. 결국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야 만 아이.
 "너, 왜 내가 좋아."
 "응. 형아는 무지 외로운 것 같아. 나도 외롭거든. 다른 아이들이 우리 집안이 작고 보잘 것 없다고 나랑 안논데. 그런데 형도 나와 똑같은 것 같아서. 같이 있으면 덜 외롭잖아."
 그제야 알았다. 자신의 사문 무당에도 자신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이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때부터 청하에게 목도양은 비록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자신의 동생이었다.
 "이, 이···········."
 청하 도장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봉문을 당한 무당에 있던 자신의 귀에 목도양의 가문이 있는 운현으로 신황마교의 그 무지막지한 살귀들인 무광대가 온다는 소문에 자리를 박차고 은밀히 무당을 내려왔다. 발각이 될 경우 자신은 물론 무당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바로 봉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살려야 한다!!
 자신의 동생이자 사제인 목도양을 살려야 한다. 그 사실 밖에는 없었다.
 "······················."
 청하 도장은 힘없이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말았다. 그런 청하 도장의 귀로 목도양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형. 훗날 사진이. 그 아이가 다시 우리 목가보를 강호에 열려면. 저는 장렬하게 죽어야 합니다. 강호인들이 애석하다 저를 입에 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그래야 다시 강호에 우리 목가보의 현판을 내걸 수 있습니다. 사형···········청하 사형. 도와주십시오, 사형···········."
 중소 문파의 비애!!
 청하 도장은 사제 목도양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작은 문파로서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자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
 청하 도장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청하 도장에게 목도양은 다음 날 새벽이 될 때까지 매달리고 매달리며 애원했다. 자신의 아들을 제자로 받아 달라고.
 
 목가보!!
 호북성과 섬서성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 운현에 자리한 작은 중소 문파. 호북과 하남을 잇는 단강구라는 수로의 요충지 제일 끄트머리에 위치한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은 문파.
 
 누가 알았으랴?
 
 훗날 무림 사상 도로서 고금 최강이라 불린 혈도제 목사진 그가 목가보에서 나왔을 줄이야!!!
 
 "천년 무림사에서 도!! 그 하나만 따져 보았을 때 혈도제 목사진. 그 위에 올라설 자가 아무도 없었음에야···········."
 강호 사가들이 먼 훗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무림 사상 최강의 도객이 그렇게 그 날 새벽에 목가보를 떠났다. 그리고 그의 두 동생 또한 산동 제남에 있는 황보 세가로 길을 떠났다. 하지만 이것이 두 동생과의 마지막일 줄은 목사진도 몰랐다. 훗날 목사진이 이 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때 그렇게 두 동생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었어."
 혈도제가 그 날을 회상하며 그렇게 남몰래 울었다.
 
 여름이었다!!
 뜨거운 쬐약볕이 운현을 지척에 남겨둔 한 소로로 내리쬐고 있었다. 소로는 겨우 마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좁았다. 그런 소로에 약 백여 명의 무복인들이 손에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뒤로 높다랗게 긴 장대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바람에 한 천을 휘날리고 있었다.
 
 목가보.
 
 "흠. 치고 나왔다라···········."
 한 인영이 목가보라 쓰인 천을 보며 한 줄기 작은 음성을 흘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선 한 무복인이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사 대주. 이대로 치고 나가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보아하니 겨우 백여 명 남짓 되어 보이는데 말이오."
 사 대주라 불린, 신황마교 전위 돌격대인 무광대의 대주 광검패혈 사도명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우측에 선 한 삼십대의 문사에게 입을 열었다.
 "우 당주. 어떻게 생각하시오."
 "잠시 상황을 두고 보시지요. 사 대주님."
 그러자 문사, 신황마교 신이목의 당주 우항문은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우 당주. 잠시 상황을 두고 보자니."
 사도명에게 공격을 주장하는 음성을 흘렸던 인영이 우항문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사도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
 "조 상당주. 잠시 앞뒤를 살피자는 뜻이니. 너무 그렇게 역정을 내지는 마시오."
 그러자 조 상당주라 불린 인영은 안면에 불쾌하다는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빌어먹을 새끼·········.'
 사도명은 그를 보며 내심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을 감시하는 일종의 감군으로서 자신을 따라왔다.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는 다는 것은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었지만. 사도명으로서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영뇌원!!
 
 인영, 조금생은 신황마교의 머리라 불리는 영뇌원의 당주들 중 그 서열이 가장 앞서 있는 상당주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사도명이 받은 임무 자체를 주관하는 것이 영뇌원이었던 탓에, 사도명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입을 다물어야 했다.
 "조 상당주님. 저 목가보는 무려 삼대에 걸쳐 무당의 속가 문파였습니다. 더욱이 당대 목가보의 보주인 목도양은 강호에서 철담호검(鐵膽豪劍)이란 명호로 불리는 자입니다. 그 성정이 사 대주님과 아주 흡사할 정도로 비슷합니다."
 우항문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무광대주 광검패혈 사도명을 힐끗거렸다. 그러자 조금생은 옆으로 시선을 돌려 사도명을 흘낏거렸다.
 
 사도명!
 신황마교 전위 돌격대 광무대의 대주다. 그 별호가 광검패혈(狂劍狽血)일 정도로 그 성정이 지랄 맞다. 한 마디로 말해 한 번 꼭지가 돌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을 가로막는 그 모든 것을 다 패 죽이려고 날뛰는 무척이나 난폭한 자였다. 그 탓에 신황 백리황이 그에게 광무대를 맡겼다. 그 때 신황마교 내에서 많은 반대의 말들이 있었지만 백리황은 그 모든 것을 뿌리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놈은 한 마디로 미친 늑대 같은 놈이야. 한 번 피를 보며 상대가 죽어도 그 시신조차 물어뜯을 놈이지. 하지만 그 놈에게 몇 가지 장점이 있어. 뭔 줄 아나?"
 "그것이 무엇입니까? 교주님."
 "후후·········놈은 꼭지가 돌기 전까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어. 그리고 피가 뜨거워. 소위 말하는 열혈이란 말이지. 전위 돌격대를 맡을 놈으로는 그 놈만 한 놈도 없어."
 신황 백리황은 그렇게 말하며 사도명을 무광대의 대주로 임명했다.
 
 '젠장, 우리 신황마교의 눈과 귀라는 신이목의 우 당주가 저리 말하니·········.'
 조금생은 사도명의 눈치를 살피며 내심 꺼리는 마음이 들었다. 미친 늑대 같은 인간. 사도명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갑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마치 들떠 있다고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듯한 눈빛이 반짝였다.
 "크크·········철담호검이라·········."
 사도명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목가보의 무복인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투지!!
 싸우고 싶다는 옅은 충동과 흥분이 일어났다.
 "우 당주. 그 철담호검이라는 목도양의 무위는 어느 정도요?"
 "예. 사 대주님. 저희 신이목이 파악하기로는 일류와 초일류 사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호? 일류와 초일류 사이·········?"
 사도명은 흥미가 생겼다. 자신이 초일류이니. 아마도 자신과 반 수 내지는 한 수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도명은 좁은 소로에 위치한 목가보의 무복인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고작 해 봐야. 백 명 남짓인데·········그 수장의 무위가 일류와 초일류 사이라·········."
 "사 대주님. 그 집안이 무려 삼대에 걸쳐 무당 속가였습니다. 그러니 그 정도 무위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항문은 사도명의 음성에 내심 조심해야 한다는 듯한 의중을 내비쳤다. 그러자 조금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목가보 정도의 규모라면 겨우 이류와 일류의 중간 정도일 텐데·········."
 조금생은 일반적인 강호의 상식을 머리에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사도명이 자신의 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여기에 천막을 쳐라----."
 "예!! 대주."
 사도명의 말에 뒤에서 누군가가 말하며 이내 약 오백 명의 광무대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우 당주--."
 "네. 사 대주님."
 "천막이 다 쳐지면 한 번쯤 어떤 인물인지 만나 봅시다. 뭐, 가능하면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도명은 넌지시 자신의 생각과는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것 같은지. 두 눈가에 기대감이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하하핫--!! 대주께서도 그가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우항문은 사도명의 말에 웃으며 입가에 얄궂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사도명이 마주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돌려 소로에 자리한 목가보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놈들·········.'
 조금생은 사도명과 우항문이 자신을 따돌리는 듯. 두 사람끼리만 대화를 나누자 내심 심통이 났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자신은 사도명의 행동을 감시만 할 뿐. 무광대의 일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권한 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정이 폭급한 사도명의 기색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광검패혈이라는 별호가 지닌 의미를 아는 탓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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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酉時) 말경. 짙은 땅거미가 지는 여름의 무더위가 밤공기에 수그러 들어가는 때에 두 무리의 중간에 한 탁자가 놓이고, 술상이 차려졌다. 그리고 양 측에서 두 사람씩. 모두 네 사람이 천천히 그 탁자로 걸어와 앉았다.
 
 '이거 간만에 적수를 제대로 만난 것 같은데·········.'
 '역시 듣던 대로군. 광검패혈이란 별호를 누가 붙였는지는 몰라도 아주 잘 붙인 것 같군.'
 사도명과 목도양!!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살폈다. 그리고 강한 첫 인상을 받았다. 전신으로 패도적인 폭급한 듯한 기운이 은연중에 흘러 나왔고. 또 다른 굳은 결연한 의지가 추호의 흔들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흘러 나왔다.
 "후후·········나는 신황마교의 무광대를 이끄는 사도명이라 하오."
 "목가보의 보주 목도양이오."
 ··················.
 두 사람은 자신들의 신분을 상대에게 말 한 후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앞에 앉은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일 뿐이었다. 그러자 앉은 두 사람의 뒤에 선 두 인영들이 긴장감으로 마른침을 연신 삼켰다. 그리고 쥐가 나는지 연신 주먹을 폈다. 쥐었다. 했다.
 
 슥!
 사도명은 말없이 손을 앞으로 뻗어 탁자 위에 있는 술병을 들었다. 그리고 목도양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르르.
 백색의 술이 잔에 따라지며 옅은 주향이 밤바람에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목도양이 사도명이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려는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말없이 사도명이 쥔 술병을 잡고 사도명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쪼르르르.
 탁!
 목도양은 천천히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은 후 자신의 술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도명 또한 자신의 술잔으로 손을 가져가 잔을 천천히 들었다.
 슥. 슥.
 두 사람은 상대를 바라보며 술잔을 살짝 위로 들어 보인 후 이내 입으로 가져가 마셨다.
 "꿀꺽·········."
 "꿀꺽·········꿀꺽."
 탁. 탁.
 두 사람. 사도명과 목도양은 잠시 동안 서로를 노려보았다.
 "싸우시겠소."
 "물론."
 사도명은 목도양의 짧고 단호한 음성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목도양 또한 사도명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각은 새벽 동이 터 오는 묘시요."
 "기껏 이."
 "그럼. 그 때 봅시다."
 빙글.
 사도명은 망설임 없이 이내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걸어가면서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사도명의 뒤를 우항문이 급히 뒤따랐다.
 "사 대주님·········."
 우항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을 띠면 사도명을 불렀다. 그러자 사도명은 단호한 짧은 음성을 내뱉었다.
 "철담호검이란 별호가 아깝지 않소."
 "··················."
 우뚝!
 우항문은 사도명의 말에 그 자리에 주춤거리며 멈추어 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걸어가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등을 바라보았다.
 "철담호검 목도양·········."
 우항문은 골치가 아플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나직이 떨리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 죽음. 그리고 시작 *
 
 
 동이 터 오는 묘시경였다. 여름날의 무더운 공기는 차츰 사방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도록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햇살은 유난히 따갑고 뜨거웠다. 그리고 그런 햇살 아래에 사람들이 저마다 안면에 굵은 땀방울을 뿌리며 피가 튀는 생사결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비명 또한.
 
 "죽어라---."
 신황마교 무광대의 한 무사가 자신의 앞에 선 목가보의 한 무복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무복인은 자신의 검을 들어 그 무사의 검을 가로막았다.
 쨍----!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성을 일으켰다. 그리고 작은 불꽃이 몇 개 두 사람의 검에서 튀었다. 그 때였다. 목가보의 무복인의 어깨 위로 한 작은 단창이 뒤에서 허공을 가르며 튀어 나왔다.
 쉬---이익!
 무사는 단창을 보고 놀라 두 눈가에 다급한 빛을 띠었다. 그리고 급히 자신의 몸을 아래로 낮추었다.
 찌이익---!
 단창은 이내 그런 무사의 어깨를 스치며 옷을 찢었다. 그러자 무사는 두 눈에 안도의 눈빛을 흘리며 급히 일어나려 했다.
 쉬-잇!!
 짧은 파공성과 함께 목가보 무복인의 허리춤에서 한 섬뜩한 창날이 불쑥 앞으로 뛰어 나왔다.
 푸욱---!
 창날의 날이 무사의 배로 파고들자 무사는 그 고통에 안면을 고통으로 일그러뜨렸다.
 쉬-아악!
 목가보의 무복인의 검이 이내 그런 무사의 목을 갈랐다.
 "으--아아악··········!"
 비명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이내 피가 목가보의 무복인의 옷에 튀었다.
 
 "으--아악··········!"
 "크--아악··········!"
 "아, 안 돼에··········!!"
 사방에서 비명과 허공으로 뿌려지고 튀는 핏 줄기들로 아수라장이 되어 갔다. 그들 대다수가 신황마교 무광대의 무사들이었다.
 
 "으음··········!!"
 사도명은 침음성을 흘렸다.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아끼는 수하들이 목가보의 두터운 삼열 종대의 방어진을 전혀 뚫지 못하고, 그 방어진 앞에서 속절없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
 "휴우··········."
 우항문은 안타까웠다.
 '젠장, 우리 신이목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군.'
 우항문은 내심 화가 났다.
 판단착오였다!
 목가보의 전력은 그가 아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저, 저런··········저, 저··········."
 조금생은 연신 입가에서 안타까운 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죽어가는 무광대의 무사들을 가리켰다.
 
 "제법 싸우는 군."
 사도명은 침착한 눈빛을 흘리며 나직이 말했다. 그런 그의 눈가에는 옅은 노기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사 대주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희 신이목이 정확한 정보 수집을 하지 못한 듯합니다."
 우항문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사도명을 바라보았다.
 무언!
 사도명은 입을 굳게 다물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의 주위로 불어오는 뜨거운 이른 아침의 바람이 급격히 차가워지는 듯. 싸늘한 냉기가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사 대··········."
 그러자 조금생은 고개를 사도명에게 돌렸다. 그리고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생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한기!!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듯한 싸늘한 냉기가 사도명의 전신에서 조금씩 그 기운을 더 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분위가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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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릇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공방전에서는 몇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그것은 공격하는 측이 방어하는 측보다 그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방어 하는 측은 심한 정신적인 압박감을 받는 다는 것이다. 그 탓에 방어하는 측은 쉬 피로감을 느낀다. 그것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방어하는 자들로 하여금 피로감과 함께 그 심신을 지치게 한다.
 
 벌써 두 시진 가까이 공방전을 벌였다. 이마로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이 이마를 지나 그 아래로 흐르며 눈을 따갑게 한다. 그리고 입에서는 지쳐 단내가 나는 헉헉거림이 연신 흘러나온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다. 멈추는 순간 자신의 앞에 자리한 상대방의 검이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헉, 헉··········!"
 "후, 훅··········."
 휘--이익!!
 지친 호흡성이 오가는 중에도 연신 검은 무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검을 막아가는 자 또한 이제는 안간힘을 썼다. 공히 양자 모두 지쳤다.
 
 "양만중--."
 "네. 보주님."
 목도양의 음성에 그의 옆에선 한 사십대의 무복인이 고개를 돌리며 이내 머리를 숙였다.
 "교대 준비를 해 두게."
 "알겠습니다."
 양만중이라 불린 목가보의 무복인들의 수장은 이내 몸을 뒤로 돌려 손을 들었다.
 삐--이익!!
 그러자 이내 신호용 호적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장인덕--."
 "네. 대주."
 사도명은 목가보와 자신의 수하들이 싸우는 모습에 이목을 집중한 채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선 사십 중반의 한 무사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교대 준비를 해라."
 "네. 알겠습니다. 대주."
 장인덕이라 불린 무사는 자신의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허공에 무엇인가를 그렸다. 그러자 이내 허공으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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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황마교와 목가보는 오전을 그렇게 보내며 잠시 대치했다. 그리고 정오가 지난 미시(未時) 초. 양 측은 또 다시 서로 맞붙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내리쬐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도, 서로 상대방을 죽이려는 양 측이 내뿜는 열기보다는 못한 듯. 양 측은 한 여름의 열기와 무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전신으로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자신의 앞에 자리한 이를 죽이기 위해 온몸으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찐득한 살기!!
 질기디 질긴 악착스러운 살의가 신황마교 전위 돌격대 무광대에 흘렀다. 그에 반해 목가보는 이를 악물며 두 눈에서 지지 않겠다는, 결코 뒤로 밀리지 않겠다는 독기를 띠고 있었다.
 일전일퇴!!
 그 누가 승기를 잡았다고 할 수 없는 치열한 쟁투가 계속 이어졌다.
 
 챙챙챙!!
 검과 검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짧고 경쾌한 작은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 검의 주인들은 필사적이었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생사결의 냉혹하고 잔인한 법칙이 두 사람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어느 쪽이 죽고 어느 쪽이 살아남겠느냐?"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좁은 소로의 앞으로 밀려와 거침없이 목가보의 무복인을 밀어 붙이는 무광대와 죽을힘을 다해 그들을 막는 목가보 무복인들. 그 모두에서 냉혹하고 잔인한 법칙이 말없이 묻고 있었다.
 
 "상당한 무위군."
 광검패혈 사도명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맨 앞 열의 목가보 무복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내 뒤에서 불만이 어린 음성이 흘러 나왔다.
 "대주. 저대로 보고만 계실 것입니까?"
 스윽.
 사도명은 자신의 뒤에서 들린 음성에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렸다. 그러자 무광대의 부 대주 장인덕이 연신 콧김을 씩씩 내뿜고 있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대주. 총 공격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감질나게 조당 백 명씩 공격할 것이 아니라, 일거에 모두 쓸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장인덕이 성에 차지 않는 듯한 음성을 흘리자, 우항문과 조금생이 고개를 돌려 장인덕과 사도명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소리하지 마라. 장인덕. 네놈 눈에는 저 좁은 길이 안 보이느냐? 고작 백 명을 투입했는데도 북적거리는 것이 마치 시장 통이지 않느냐? 저런 곳에 오백 명을 한꺼번에 투입 했다가는 같은 우군에 치여 싸우지도 못한다."
 "그, 그렇지만··········."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라--."
 사도명은 고개를 돌려 목가보와 무광대의 무사들이 서로 어울려 피와 비명을 흘리는 곳을 손을 들어 가리켰다.
 "목가보의 일열의 무위는 우리 무광대의 상위에 꼽히는 아이들과 거의 비슷하다. 또한 지쳤다 싶으면 이내 교대하는 것으로 보아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열과 삼열이다. 무위는 뒤로 갈수록 떨어지지만. 그것을 앞쪽의 열이 보완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무광대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일열의 뒤쪽에 선 놈들 때문이다. 앞쪽의 선두 열은 단지 방어만 할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오백 명을 풀자고. 오히려 저 목가보의 탄탄한 방어막에 힘을 실어 주어 우리 무광대 아이들을 차근차근 죽일 기회를 주자는 이 말이냐----?"
 "····················."
 장인덕은 사도명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사도명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선 조금생을 바라보았다.
 "왜에··········?"
 조금생은 사도명이 자신을 바라보자 안면에 의아한 빛을 떠올렸다.
 "조 상당주. 그래도 영뇌원에 계시니. 저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저기 저 놈들의 탄탄한 방어를 돌파할 묘책이 없겠습니까?"
 "그, 그것이··········."
 조금생은 안면에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기실 자신은 책사가 아니었다. 그저 영뇌원에 속한 손과 발일뿐이었다. 그러자 우항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 대주님. 보아하니 단기간에 돌파하기는 어려울 듯 것 같습니다. 일단은 최대한 목가보를 쉴 새 없이 공격해 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게 만든 다음 일시에 쳐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도명은 우항문의 말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시선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조금생을 흘끗거리며 말했다.
 "장인덕. 우 당주의 말을 들었나?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분명 무력은 우리 무광대가 위다. 그리고 목가보는 우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목가보는 우리를 결코 장시간에 걸쳐 막아내지 못한다. 길어 봐야 삼일.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빠른 이틀 정도 일 수도 있다. 지금은 차분히 우리가 모든 전력을 다 동원해 치고 나갈 수 있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명심해라---."
 "예. 대주."
 장인덕은 안면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러자 사도명은 다시금 시선을 돌려 목가보를 바라보았다.
 "제법이다··········아주 제법이야. 목도양··········."
 사도명의 두 눈동자가 섬뜩한 안광을 번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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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은 어느덧 짙은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흐릿한 노오란 빛깔을 띤 옅고 붉은 노을 빛깔이 서녘 하늘가를 띠처럼 둘러갔다. 그 와중에도 비명성과 각종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그리고 땅바닥은 양 측이 흘린 피로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보주님---."
 탁탁탁탁.
 양만중이 목도양을 부르며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러자 목도양은 그를 보며 안면에 걱정과 염려의 표정을 드리웠다.
 혈의(血衣)!
 양만중의 무복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로 미루어 보아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짐작이 되었다.
 "보주님--. 더는 무리입니다. 다들 지칠 대로 치쳤습니다."
 "····················."
 목도양은 말없이 검을 쥔 좌수에 힘을 주었다.
 꽈--아악!
 "보주님---."
 양만중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목도양의 면전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후퇴!!
 양만중의 두 눈동자가 그런 청원을 하는 듯이 반짝였다. 그러자 목도양이 단호하며 결연한 음성을 나직이 흘렸다.
 "곧 밤이 될 것이네. 다른 조와 선두를 교대시키게."
 "보주님--."
 "갈 곳이 없다--! 양만중! 우리가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단 말이다--!!"
 목도양은 양만주의 채근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양만중이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런 양만중의 귀에 목도양의 음성이 들려왔다.
 "애초에 내가 언급했던 대로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
 부르르르!
 양만중은 목도양의 말에 몸을 떨었다. 그러자 목도양이 그 모습을 보며 두 눈가에 안타까운 음성을 흘렸다.
 "양만중--."
 "네. 보주."
 양만중은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목도양이 천천히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여기에서 죽고 싶지 않은 자는 도망치라고 해라--."
 획!!
 "보주---."
 "어차피 죽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자는 이곳에서 저들 무광대와 싸울 수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 방해가 될 뿐이다. 허니, 도망치라고 해라. 그 어떠한 해도 도망치는 자에게 끼치지 않는다고 내가 약속한다고 말을 전해라."
 "····················."
 양만중은 목도양의 말에 두 눈동자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눈빛을 줄기줄기 내뿜었다.
 "보주--. 저희 목가보의 무인들 중 도망치는 놈 따윈 없습니다. 까짓 거 죽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나중에 언제고 나중에 우리의 죽음을 기억해 주며 무덤가에 술이나 한 잔 따라 줄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보주--.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후후··········있다. 걱정하지 마라. 양만중. 죽어도 내가, 너나 다른 우리 목가보의 무인들과 함께 죽을 테니."
 "알겠습니다. 그럼··········."
 슥!
 양만중은 목도양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급히 몸을 돌려 뛰어 갔다.
 탁탁탁탁.
 
 어둡다!!
 칠흑 같이 어둡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았다. 온몸은 파김치가 되어 노곤하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이 되어 떨어지고, 전신은 땀에 절어 끈적끈적하다. 더운 여름밤의 열기는 나를 차라리 죽고 싶다는 욕구가 들게 만든다. 이제는 쉬고 싶다.
 
 쉬--아악!!
 "죽어라-----!!"
 흐릿한 시야 사이로 누군가의 살의가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파공성과 함께 섬뜩한 느낌이 느껴졌다.
 적이다!!
 날 죽이려는 적이다.
 "흐윽··········!!"
 캉!!
 목가보의 한 무복인이 황급히 자신의 검을 본능적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작은 불꽃이 튀며 이내 시야를 밝혔다가 사라졌다.
 무섭다!!
 너무나 무섭다. 순간 나타났다 사라진 광무대의 무사의 얼굴은 흡사 귀신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막은 그의 검에서 감당할 수 없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휘--이익!!
 귓가로 파공성이 들려왔다. 아마도 뒤에 선 동료의 단창이리라··········.
 스--아아악!!
 "크--악!!"
 목가보의 무복인은 자신의 어깨를 스치는 단창에 비명을 질렀다.
 실수다!!
 명백한 실수다. 너무 지치고 피로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뒤에 선 동료는 저지르고 말았다.
 "가라----."
 무광대의 무사가 그것을 보고 입가에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 줄기 빠른 검광이 눈앞을 스쳤다.
 "끄--아아악··········!!"
 머리에서 그 아래 가슴까지 한 줄기 섬뜩함과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몸에서 힘이 빠르게 사라졌다.
 스르르.
 무복인의 몸이 허물어지듯이 아래로 쓰러져 갔다. 그러자 무복인의 앞에 선 무광대의 한 무사가 빠르게 쓰러지는 무복인의 몸을 발로 짓밟으며 쇄도해 들어갔다.
 휙. 휙. 휘--익!
 "크--아악!!"
 "으-아악!"
 "커--어억!!"
 무광대의 한 무사가 목가보의 무복인들의 이열로 뛰어들며 사방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목가보 무복인들의 이열에 선 인영들이 우르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몇몇 목가보의 무복인들이 비명과 함께 허공으로 피를 뿌렸다.
 
 동요!!
 한 순간 뜻밖의 혼란이 일었다. 그 혼란은 이내 목가보 무복인들의 제 이열 전체로 퍼지며 삽시간에 이열의 대열을 붕괴시켰다. 그러자 앞열이 무광대의 공격을 방어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열에서 다음 공격이 없자 그대로 공격한 무광대의 무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붕괴!!
 목가보의 그 탄탄한 방어진이 그대로 무너지고 있었다.
 
 "됐어!!! 장인덕---."
 사도명은 황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자 장인덕이 급히 대답과 함께 몸을 숙였다.
 "네, 대주."
 "지금 즉시 총공격해라--. 어서 서둘러라. 목가보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바람처럼 몰아쳐야 한다. 어서 서둘러-----."
 "예. 대주."
 장인덕은 황급히 자신의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삐---이이익!!---------!!
 그러자 한 줄기 휘파람 소리가 밤의 어둠을 헤치고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이내 신황마교 전위 돌격대 무광대가 자리한 허공으로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삑---------!!
 삑---------!!
 신호음은 동시다발적으로 울렸고. 그 소리에 화답하는지 무광대 오백여 명의 무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이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와--아아아··········!!"
 "공격하라------!!"
 "죽여라-------!!"
 "적의 대열을 향해 달려라-------!!"
 무광대의 무사들은 허공이 떠나가라 소리를 치르며 목가보의 무복인들의 대열을 향해 맹렬하게 앞으로 내달렸다.
 
 "이, 이런··········."
 목도양은 당황했다. 뜻하지 않은 작은 흔들림이 일파만파가 되어 사방으로 퍼졌다. 그것은 미처 수습도 하기 전에 대열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 안 돼에-------."
 휘---이익!
 목도양은 소리치며 이내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 목도양의 좌수에서 검이 검집을 빠져 나왔다.
 채--애앵!!
 목도양은 혼란에 휩싸여 붕괴되는 자신의 목가보의 대열로 달려오는 무광대의 무사들을 향해 황급히 앞으로 나아갔다.
 
 휙, 휙, 휙!!
 검이 허공을 가르며 짧은 파공음을 일으켰다. 그러자 다수의 검날이 목가보의 무복인들을 베며 허공으로 핏 줄기를 뿌렸다.
 "크--아악!!"
 "사, 살려·········으--아아악!!"
 푹!!
 "끄--어어억··········!!"
 배로 파고든 싸늘한 검날이 소름끼치는 느낌과 고통을 안겼다.
 쑤-욱!!
 그리고 이내 뒤로 뽑히는 검날이 허공으로 붉은 선홍빛의 방울을 뿌렸다.
 털썩!!
 목가보의 이름 모를 한 무복인은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져 갔다. 그런 그의 눈에 사방에서 피를 뿌리며 죽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끄··········끝났어··········!!'
 
 좁은 소로에는 약 오, 육백 명이 일시에 몰려들어 무척이나 혼잡했다. 그 혼잡 속에서 비명이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한 인영이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며 무광대의 무사들을 베어 넘겼다. 그는 앞으로 빠르게 질주하며 주변으로 무광대 무사들의 시신을 빠르게 늘어뜨렸다.
 쉭, 쉭, 쉭!
 검광이 한 인영, 목도양의 주변에서 어둠을 가르며 번뜩일 때마다 무광대의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크--아악··········!"
 "캐--애액··········!"
 "으--아악··········!"
 목도양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주변 약 이, 삼장을 메우다 시피하며 빠르게 허공을 스쳤다.
 
 "사 대주님."
 우항문은 목도양의 한 바탕 검무를 추는 듯한 모습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 사도명을 바라보았다.
 미소!
 한 줄기 섬뜩한 미소가 사도명의 입가에 자리해 있었다.
 "말 하지 않아도 아오. 흐흐··········이제 내 차례인 것 같군. 장인덕---."
 사도명은 고개를 뒤로 돌려 장인덕을 불렀다. 그러자 장인덕이 안면에 알듯 모를 듯한 희미한 실소를 흘렸다.
 "흐흐··········잘 알고 있습니다. 대주. 다녀오십시오."
 "큭큭!! 알았다."
 사도명은 자신의 마음을 짐작하는 듯한 장인덕의 미소에 이내 바닥을 박차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휘--------이익!
 
 목도양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한 무광대의 무사를 위에서 검으로 그었다. 그리고 몸을 회전하며 좌측에서 다가오는 무광대의 무사의 허리를 갈랐다.
 쉬--이익!!
 "끄--아아악··········!!"
 검날이 그 무사의 허리를 깊숙이 가르며 지나가자 이내 무사의 허리에서 짙은 피 냄새와 함께 핏 줄기가 촥 하며 허공으로 뿜어졌다. 그리고 이내 바닥으로 쓰러져 죽어갔다. 그 사이 목도양은 다시 앞으로 질주했다.
 쉭-!!
 목도양의 검이 앞에서 달려오는 무광대 무사의 목을 꿰뚫으려는지 앞으로 곧게 뻗어갔다. 그러자 무광대의 무사의 안면에 놀란 낯빛이 드리우며 급히 손에 들린 검이 목도양을 향해 휘둘러졌다.
 푹-!!
 하지만 목도양의 검이 더 빨랐다. 목도양은 무사의 검이 채 자신에게 다가오기 전에 그의 목을 자신의 검으로 찔렀다. 그러자 손끝으로 검이 살육을 파고드는 느낌이 느껴졌다.
 "그만····················!!!"
 휘--익!
 허공에서 고함소리와 함께 사도명이 떨어졌다.
 쑤-욱!
 그러자 목도양은 무광대의 무사의 목에서 자신의 검을 빼내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털썩!
 무광대의 무사는 허물어지듯이 이내 바닥으로 쓰러졌다.
 "빌어먹을··········."
 사도명은 그런 자신의 수하를 보며 거친 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뒤에서 조심스럽게 검을 양손으로 고쳐 잡는 목도양을 바라보았다.
 "이거 참."
 사도명은 천천히 허리춤에서 검을 뽑으며 목도양을 조롱하는지. 아니면, 호의적인지. 모를 음성을 흘렸다.
 스르릉!!
 사도명은 천천히 검을 들고 목도양을 겨누었다.
 "솜씨 좀 봅시다. 목 보주."
 "얼마든지··········."
 "후후··········."
 사도명은 자신의 말에 투지를 일으키는 듯한 목도양의 음성에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의 중심을 아래로 낮추며 목도양을 향해 자세를 잡아갔다.
 스슥!
 사도명은 자신의 검을 겨눈 채 천천히 목도양의 주변을 돌았다. 그리고 두 눈을 반짝이며 공격을 가 할 틈을 엿보았다. 그러자 목도양은 천천히 양손으로 검을 늘어뜨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 그렇게 대치하자 무광대의 무사들은 그들 두 사람에게 일정한 공간을 내어 주고 무차별적으로 목가보의 무복인들을 공격했다.
 "끄--아아악·········!!"
 "으--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지자 목도양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자신과 함께 십년이 넘게 함께 한 수하들이었다. 그들이 죽어 가며 내뱉는 비명에 목도양의 가슴은 비탄에 잠겼다.
 '미, 미안하다·········나, 나 때문에·········우리 목가보 때문에·········.'
 목도양의 눈가가 목가보 무복인들에 대한 죄책감에 잔 떨림을 보이자. 그 순간 사도명이 움직였다. 사도명은 목도양의 우측 뒤편에서 자신의 검으로 빠르게 목도양의 어깨를 위에서 내리그어 왔다.
 쉬-잇!
 날카로운 검이 흘리는 파공음과 함께 한 줄기 검광(劍光)이 목도양의 우측 어깨로 떨어졌다. 그러자 목도양의 발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 몸이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 움직임이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듯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와 함께 목도양의 검이 아래에서 사도명의 두 손목을 노리며 사도명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사도명은 이내 몸을 목도양에게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검을 횡으로 휘둘러 목도양의 검을 튕겨내었다.
 후--우웅!
 카--앙!
 "우욱·········."
 목도양은 자신의 검을 튕기는 사도명의 검에 실린 힘에 묵직한 신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황급히 자신이 익힌 무당 유운신공(流雲神功)을 일으켰다. 목도양은 자신의 몸속 운기 행로를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진기를 자신이 양손으로 쥔 검으로 흘러 보냈다. 그러자 목도양의 검신으로 옅은 검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후후, 무당의 무공인가·········?"
 자신감!!
 사도명은 목도양의 유운신공을 보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사도명의 전신에서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러자 목도양은 내심 마른 침을 삼켰다. 자신의 사문 무당파가 이미 신황마교에 무릎을 꿇으며 봉문을 한 것을 머리에 상기했다.
 '분명 우리 무당의 무공에 대해 잘 아는 눈치인 것 같은데·········.'
 목도양은 내심 이를 악 물었다. 자신이 익힌 무공 중 가장 강한 것은 유운신공과 유운신공을 바탕으로 펼치는 유운 십삼검이었다. 두 무공 모두 무당에서 속가가 익히는 것을 허락한 것이었다.
 
 츠츠츠츳!!
 사도명의 검신으로 짙은 검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도명은 목도양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음성을 흘렸다.
 "내가 익힌 것은 우리 신황마교의 패혈 단혼검(狽血 斷昏劍)이오. 목 보주.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리의 이빨은 꽤나 매서우니 말이오."
 그러자 목도양의 안면에 흠칫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알기 때문이다.
 강호 십대 검법!
 정파 오대 검법과 마도 오대 검법을 총칭하여 강호 십대 검법이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도명이 방금 언급한 패혈 단혼감이었다.
 긴장감이 스물 스물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되어 흘렀다.
 '승산이 없는 싸움인가·········하지만!!'
 목도양은 내심 자신의 마음을 다 잡았다.
 '무공이 강한 것이 아니라 그 익힌 이가 강한 것이다.'
 목도양은 내심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으며 일갈성을 터트렸다.
 "어디 한 번 보자----!!"
 파 팟.
 목도양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부드러운 유운검법의 특성을 살린 일검을 뿌렸다. 그러자 한 줄기 옅은 검기가 부드럽게 스며들듯이 사도명의 가슴으로 짓 쳐들었다.
 "어딜·········!"
 쉬--이잇!!
 사도명의 검이 허공을 가르자 짙은 검기가 짓 쳐드는 목도양의 검기를 횡으로 쪼갤듯이 뻗어 나갔다. 그러자 두 검기는 이내 사도명에게 가까운 허공에서 서로 충돌했다.
 퍽퍽퍽퍽!!
 마치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일며 목도양의 검기가 힘없이 사그라졌다. 그리고 이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그 사이 목도양은 앞으로 몸을 날려 사도명의 손목을 노리며 자신의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하하핫·········!!"
 사도명은 목도명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쇄도할 것을 예상한 듯. 검을 든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챙--!!
 그러자 목도양의 검이 사도명의 검신을 때렸다. 순간, 사도명의 검이 뒤틀렸다. 마치 이빨이 있는 짐승이 먹잇감을 물듯이. 사도명의 검은 목도양의 검을 옮아 매려고 했다. 사도명의 검을 목도양의 검을 뒤틀며 이내 목도양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으으·········."
 목도양은 자신의 검을 뒤로 빼려고 했으나 검은 도통 움직여 주지 않았다. 목도양은 한층 더 자신의 검으로 진기를 흘려보내었음에도 자신의 검이 꼼짝을 하지 않자 도리가 없다는 듯. 오히려 그 상태에서 자신의 검과 함께 몸을 앞으로 있는 힘껏 밀었다.
 
 "흐윽·········!"
 사도명은 목도양이 검 채 자신의 몸을 밀어오자, 일순 뒤로 한 발자국 밀리며 짧은 신음성을 흘렸다.
 턱!
 '젠장·········.'
 사도명은 목도양이 뜻밖으로 과감하고 돌발적인 공격을 가해오자 주춤거렸다. 그와 함께 자신의 진기를 더 끌어올려 자신의 검으로 흘려보냈다.
 "차-앗!!"
 쉬, 카 캉!
 사도명은 그 상태에서 그대로 자신의 검을 아래로 내리누르듯이 휘둘렀다. 그러자 목도양의 검신이 그 힘에 이끌리어 아래로 함께 떨어졌다.
 휘청!
 목도양은 순간 몸의 무게 중심을 잃으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몸이 휘우듬하게 흔들리며 비틀거렸다.
 '기회!!'
 사도명은 그것을 보고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 왔음을 알았다.
 까--앙!
 사도명은 급히 자신의 검과 함께 목도양의 검을 좌측으로 뿌리쳤다. 그러자 두 사람의 검은 서로 풀어지며 검신이 부딪쳐 소리가 났다. 그리고 사도명의 검이 한순간 허공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쇅-!!
 한 줄기 검광이 목도양의 전신을 갈랐다. 미간, 입, 턱, 목, 가슴, 배 등을 따라 긴 빛의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피는 베어진 살갗의 틈을 뚫고 한 방울, 두 방울씩 배어 나왔다. 그리고 차츰 피가 짙게 배어나오더니. 이내 촤 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탁탁.
 사도명은 두 눈을 부릅떴다. 두 뺨으로 목도양의 피 방울이 튀었다. 하지만 사도명은 개의치 않았다. 승부는 이미 자신의 승리로 갈렸기 때문이었다.
 
 뜨겁다!!
 마치 인두로 살갗을 지지는 듯한 화끈거리는 뜨거움이 몸을 타고 전신으로 흐르는 것 같다. 흐릿한 시야로 자신의 앞에 선 사도명의 전신이 좌우로 몹시 흔들렸다.
 '사진아·········사진아·········사진아·········.'
 목도양은 스르륵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며 뇌리로 자신의 아들 목사진을 떠올렸다.
 '미, 미안·········하, 하구·········아, 아비를 요, 용서 하·········.'
 쿵-!!
 무거운 듯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일며 목도양의 몸이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와 함께 몸이 양단되며 피 분수가 허공으로 뿜어졌다.
 "비록 그 무공은 약했으나. 진정 강호인다웠소. 목 보주."
 사도명은 쓰러진 목도양의 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가에 애석하다는 눈빛을 띠었다. 바로 승자의 여유였다.
 "대주---."
 휘---이익!
 장인덕이 허공에서 경공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사도명은 천천히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상황은?"
 "네. 우리가 이겼습니다. 거의 대부분 다 죽였고. 살아 달아난 놈들은 채 열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쪽 희생은?"
 "그, 그게·········."
 "얼마야?"
 사도명은 장인덕을 바라보며 두 눈가에 은은한 노기를 띠었다. 그러자 장인덕이 그것을 보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
 "사망 팔십. 중상자 백이십. 그리고 경상자 삼십입니다."
 "젠장·········모두 합해서 이백삼십이군. 빌어먹을·········."
 사도명과 말과 함께 홱 하며 고개를 쓰러진 목도양에게 돌렸다.
 "지독한·········."
 반 수. 거의 반에 이르는 수하들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그것도 불과 약 백 명 남짓한 목가보에게 말이다.
 "장인덕---."
 "네. 대주."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늦게 움직인다. 장내를 정리해라. 그리고 우리 측 시신이나 목가보의 시신이나 모두 한꺼번에 땅에 파묻어라."
 "네에?"
 장인덕은 사도명의 말에 의아해 반문했다. 자신들 무광대의 무사들의 시신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헌데, 목가보의 시신까지 함께 파 묻으라는 것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호에는 강호의 법이라고 할까? 강호인들 사이의 양해라고 할까? 뭐, 그런 것이 있다. 적어도 목도양과 목가보 놈들은 강호인이라 할 만 한 자들이다. 그러니 죽어서 짐승의 밥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우리도 시신을 수습해야 하니. 할 때 같이 처리해라--."
 "네."
 장인덕은 사도명의 말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하지만 내심 마음 한구석으로는 강호인으로서의 사도명의 뜨거운 피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목가보와 철담호검이라 불린 목도양은 그렇게 강호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후 무광대는 신황 백리황의 전격적인 십년 봉문 선언에 호북성 단강구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광검패혈 사도명은 거친 음성을 흘렸지만 신황 백리황의 명이기에 복종했다. 결국 신황마교는 아무 것도 쥔 것 없이 빈손으로 무익한 싸움만 하다가 돌아갔다. 그리고 호북의 강호인들은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겨우 목가보로 끝나서·········."
 호북의 강호인들은 신황마교 전위 돌격대 무광대가 목가보를 멸문 시키는 라 시일을 지체한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미처 무광대가 호북성을 분탕질 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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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산!!!
 호북성 균현에 위치한 명산이다. 아울러, 당대 강호 무림에 소림과 더불어 정도 무림의 양대 기둥이라 일컬어지는 무당파가 있는 산이기도 했다. 또한 가장 높은 천주봉을 달리 자소봉이라 부르며, 기타 여러 산의 봉우리가 하늘로 높이 솟아있다. 그런 무당산의 모양은 흡사 일종의 향로 같은 모습이었다. 무당산은 옛 부터 도가의 선도를 추종하는 이들이 모여 선도를 닦는 명산이었다. 한 때는 무려 서른여섯 개의 크고 작은 도가의 암자들이 도처에 자리했다.
 
 진무진인 장삼봉!
 본시 소림의 동자승이었으나, 무슨 일인지 소림을 나와 천지를 떠돌았다. 그리고 강호에서 한 깨우침을 얻어 무당산에서 도가에 출가를 했다. 그리고 뭇 무당산의 선도를 닦는 이들과 교류를 하며 지내던 중 우연히 세 개의 봉우리 삼령을 보고 큰 도를 얻어 대각을 얻으니. 그로부터 무당파라는 강호 대문파가 시작이 되었다.
 
 저벅저벅.
 무당산의 작은 산길로 두 인영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바로 청하 도장과 이제 열세 살인 목사진이었다. 목사진은 힘이 드는지 이마에서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그리고 간간히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아·········. 미안하구나. 사진아. 내가 네 걸음을 깜빡 하였구나."
 청하 도장은 급히 말고 함께 걸음을 멈추었다.
 "괜찮습니다. 사백님."
 목사진은 청하 도장을 올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은 애가 타는 듯한 눈빛을 흘리며 가만히 손을 들어 목사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사진아--."
 "예. 사백님."
 목사진은 자신을 부르는 청하 도장의 말에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목사진을 보며 말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하려무나. 바보같이 참고 견디지 말거라. 사람은 말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이란다. 바보처럼 혼자 끙끙대며 참고 견디는 것은 미련한 짓이란다. 내 말 알겠지."
 "네, 사백님."
 청하 도장은 자신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목사진의 이마에 맺힌 땀을 자신이 입은 도복의 팔소매로 땀을 찍어내듯 닦아 주며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사진아--. 너는 이제 겨우 열세 살이란다. 아직 얘란 말이다. 얘는 얘다워야 한다. 일부러 어른 흉내를 내면 안 되는 거란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물이 천천히 흘러 내려가는 것처럼. 그렇게 순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아 참. 근처에 물이 있는 곳이 있었지."
 청하 도장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목사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사진아. 이 사백을 따라오렴. 근처에 아주 시원한 물이 있는 곳이 있단다."
 "네. 사백님."
 목사진은 말과 함께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청하 도장은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쯧쯧. 불쌍한 녀석. 이미 제 아비가 죽은 것을 짐작하면서도·········몹쓸 놈이야·········몹쓸 놈. 도양아·········.'
 청하 도장은 내심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정(情)!!
 자신과 목도양 사이의 정 때문이었다. 그런 청하 도장의 모습은 짠했다. 무척이나 외롭고 슬퍼보였다. 청하 도장은 길을 가다가 멈추어 서서 자신의 뇌리를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과거를 회상했다.
 
 "헤헤, 사형·········청하 사형·········!!!"
 지금 목사진 또래의 아이가 발가벗고 물속에 서서 자신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아이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고. 아이의 전신으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특유의 순수함이 물씬 풍겼다.
 '도양아·········.'
 청하 도장은 나직이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제 목도양을 머리에 떠올렸다.
 스윽.
 그런 청하 도장의 손을 목사진이 천천히 작은 조막손으로 잡았다.
 "사백님. 우리 가요."
 목사진은 말과 함께 앞으로 한, 두어 발자국 내디디며 청하 도장의 손을 이끌었다.
 "으응. 그, 그러자 꾸나·········."
 청하 도장은 목사진의 작은 여린 손길에 이끌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청하 도장의 눈에는 사제 목도양이 자신에게 부탁한 또 다른 목도양이 보였다. 자신이 평생을 돌보아 주어야 하는 또 다른 목도양. 바로 그 아들 목사진이었다.
 '도양아·········내가 부탁한 이 아이. 이, 내가 반드시 지켜주마·········.'
 청하 도장은 내심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이끄는 목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한 줄기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 무당파 *
 
 
 쿠- 와 아아아·········.
 쿠--르릉!
 하얀 물결이 거품을 일으키고, 폭포 아래가 자욱한 물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높이가 약 이십여 장에 이르는 폭포의 물줄기는 무척이나 세찬 듯이 보였다. 그 아래로 제법 넓은 작은 호수 같은 물이 고인 웅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 폭포의 위로 옅은 무지개가 은은히 걸려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낙성폭이라는 곳이란다. 무당산에 있는 많은 폭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어때 좋지. 사진아."
 청하 도장은 물가의 한 바위 가에 앉아 두 눈가에 은은한 경탄의 눈빛을 띠었다.
 "예. 좋은 곳이네요."
 목사진은 청하 도장의 옆에 앉아 아무 관심이 없는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
 '쯧쯧. 하기야 아버지가 죽은 마당에 어찌 낙성폭이 눈에 들어올 꼬·········.'
 청하 도장은 시선을 돌려 옆에 앉은 목사진을 곁눈질했다. 가슴이 아팠다. 어떡하든지 침울해 있는 목사진을 달래주고 싶었다.
 "사진아--."
 "네. 청하 사백님."
 "너, 혹시 저 낙성폭에 얽힌 전설을 아니?"
 "전설이오?"
 "그래. 후후·········아주 옛날에 말이다. 우리 무당파가 생기기도 전에 이 세상에는 많은 선인들이 살았단다. 그런데 그들 선인들 중 몇 명이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 무당산에 거처를 잡고 선도를 수련했단다."
 "··················."
 "그런 선인들 중 괴화선이란 아주 이상한 괴선이 있었단다."
 "괴화선이오?"
 "그래. 괴화선(怪火仙)!! 그런데 이 괴화선의 성미가 아주 괴팍했단다. 뭐, 세상을 불로 정화해야 한다나, 뭐라나·········. 하여튼 괴화선은 자신의 선도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아주 난리를 피웠다고 하더구나. 그런 괴화선 때문에 세상은 결국 아주 엉망이 되었다고 전한단다. 글쎄 불로 세상의 모든 것을 불살라 정화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세상이 잠잠할 리가 있었겠느냐? 아무튼 그 괴화선 때문에 세상은 아주 어지러웠단다."
 "··················."
 목사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청하 도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가만히 손을 들어 목사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낙성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 천도선이 선계에서 내려와 그 괴화선의 앞을 막았단다."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죠."
 "후후·········."
 청하 도장은 목사진이 흥미를 보이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려 목사진을 바라보았다.
 "두 선인은 무척이나 오래 동안 싸웠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 탓에 무당산이 엉망이 되자 무당산의 산신이 노해 천상에다가 탄원을 했단다. 그러자 원시천존께서 노하셔서 두 사람에게 뇌성벽력을 때려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렸단다. 그러자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싸우자고 약속을 하고 각기 헤어졌단다."
 "에이 시시하잖아요."
 "하하. 녀석도·········. 사진아--."
 "예."
 "무당산에 있는 전설에 따르면 저 낙성폭 어딘가에는 그 괴화선의 힘이 숨어 있다고 전해 온단다."
 "힘이요?"
 "그래. 세상을 불로써 정화하는 힘 말이다. 언제고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찾아 보거라. 혹, 아느냐? 네가 그 괴화선의 힘을 얻을지 말이다."
 "에이. 거짓말·········."
 "예끼. 요 녀석."
 "헤헤·········."
 청하 도장이 안면에 화를 내는 시늉을 하자 목사진은 입가에서 작은 웃음을 흘렸다. 청하 도장은 그런 목사진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스윽!
 청하 도장은 천천히 바위에서 일어났다.
 "자, 우리도 이제 그만 다시 발길을 재촉하자꾸나. 무당파가 지척이니라."
 "예. 청하 사백님."
 폴짝!
 목사진은 바위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몸을 돌리는 청하 도장의 뒤를 따랐다. 한데, 왜 일까? 목사진은 자신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이상한 느낌에 뒤로 고개를 돌렸다.
 꽈--르르릉!!
 마치 뇌성벽력이 때리는 듯한 우렁찬 낙성폭의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스윽.
 목사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몸을 돌려 저만치 앞서 걸어가는 청하 도장을 바라보았다.
 "사백님. 기다려 주세요----."
 탁탁탁.
 "빨리 오렴----."
 청하 도장은 달음박질로 뛰어 오는 목사진을 보며 몸을 멈추고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목사진의 작고 여린 손을 잡고 산길로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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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다경 후, 한 방에 노도사가 앉아 자신에게 절을 하는 목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목사진의 옆에는 청하 도장이 앉아 있었다.
 노 도사!
 그는 무척이나 수척했다. 머리와 수염은 모두 백발이었고. 무슨 근심과 걱정이 그리도 많은지. 안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휴·········! 네가 도양이 아들이란 말이지."
 노 도사, 옥로자는 자신의 앞에서 절을 한 후 공손히 두 무릎을 꿇는 목사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에. 옥로자 사조님."
 "사조?"
 옥로자는 목사진의 말에 눈가에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사전에 제자 청하 도장이 그리 말하라고 시킨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사부님. 제가 사진이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청하 도장은 이내 스승 옥로자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네, 네놈이 지금 정신이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스승인 나에게 일언반구 말도 없이 제 맘대로 무당산을 내려갔다 오더니. 뭐, 제자를 거둬. 이놈----. 청하야. 지금 우리 무당파가 어떤 지경인지. 네, 진정 알고 하는 소리더냐----."
 옥로자는 제자 청하 도장의 말에 두 눈 가득 노기를 띠며 소리쳤다. 그러자 목사진은 안면에 암담한 표정을 지으며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청하 도장은 곁눈질로 그런 목사진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띠었다.
 "어-허엄!! 사진이라 했더냐?"
 "네."
 "잠시 밖에 나가 있거라--."
 "예."
 목사진은 옥로자의 말에 다시 한 번 공손하게 절을 한 후 이내 방을 나갔다. 그러자 방안에서는 옥로자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이놈--청하야----. 네놈은 스승인 내가 아주 우습게 보이더냐---."
 옥로자는 몹시 역정이 나는 음성으로 청하 도장을 질타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의 차근차근한 음성이 방밖으로 흘러 나왔다.
 "사부님·········도양이는 옥수 사숙님의 제자·········옥수자 사숙은·········신황마교에 의해·········지금 죽어가고·········그 제자들 모두 신황미교에 죽고·········마지막 남은 도양이 마저··················."
 목사진은 방밖에 서서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땅바닥에 가만히 쪼그려 앉았다.
 "아버지·········."
 울고 싶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미리 말해 준 것에 따르면 지금쯤 아버지는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어떡하든지 무당에 붙어 있어야 했다. 그런 목사진의 머리로 아버지의 당부가 떠올랐다.
 '사진아·········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반드시 무당의 무공을 배워야 한다. 알겠지. 무당과 사승의 관계를 반드시 이어야 한다·········그래야 훗날 다시 우리 목가보를 일으킬 수 있다·········이 아비의 사문이자·········네, 할아버님의 사문이고·········또, 증조부님의 사문이다. 반드시·········반드시 무당에 붙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무당에 남아 있어야 한다··················.'
 목사진은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안다.
 "아버지·········하, 하지만·········나, 나는·········."
 목사진의 눈가에 작은 물기들이 고여 갔다. 그것은 서러움이었다. 자신에 받는 서러움·········. 그 후 방안에서는 한참 동안이나 옥로자의 고성이 울렸고. 청하 도장의 애걸복걸하는 음성이 이어졌다. 시간이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방문이 열리며 청하 도장이 침통한 안색으로 걸어 나왔다.
 흠칫!!
 청하 도장은 방문을 나오다가 땅바닥에 쪼그려 앉은 목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머뭇거렸다.
 아팠다!!
 청하 도장은 목사진의 그런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목사진의 모습에서 과거 어릴 때의 자신이 겹쳐 보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내 제자로 거두고야 말겠다.'
 청하 도장은 불끈 두 손을 쥐며 내심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사진아--."
 청하 도장의 따듯한 음성이 들리자 목사진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공손하게 양손을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예. 사백님."
 목사진은 아직 무당 도문에서 정식으로 청하 도장의 제자로 추인을 받지 못한 까닭에 사백이란 호칭을 고집했다. 그런 목사진의 내심을 짐작이라도 하는지 청하 도장의 눈가가 떨렸다.
 스윽.
 "날 따라 오너라--. 한 분께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한단다."
 "누굴·········,"
 청하 도장은 안면에 궁금한 표정을 짓는 목사진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옥수 사숙님이시다. 네 아버님의 스승이신·········."
 "아·········."
 목사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이내 안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따라 오너라--."
 "네."
 탁탁.
 목사진은 앞서 걸어가는 청하 도장의 뒤를 따라갔다.
 
 
 의선각(醫仙閣).
 잠시 후 청하 도장과 목사진은 그런 편액이 걸린 한 누각으로 들어섰다. 바로 무당의 모든 의술을 관장하는 곳으로 무당의 도사들의 병을 돌보는 것이었다.
 
 "응? 아니 이게 누군가? 청하. 자네가 여기는 어쩐 일인가?"
 지나가던 한 도사가 누각으로 들어서는 청하 도장과 목사진을 보며 반가운 듯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청호 사형.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하하, 이런 방안에 틀어 박혀 일절 바깥으로 함부로 거둥을 하지 않는 방선께서 우리 의선각에는 어쩐 일이신가?"
 농이었다. 청하 도장이 좀처럼 자신의 거처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아는 같은 청자 배는 방선이라며 그를 놀렸다.
 "참, 사형께서도·········."
 청하 도장은 자신에게 사형이 되는 청호 도장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청호 도장은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자네가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그리 놀림을 받는 것이 아닌가? 헌데, 이 아이는·········."
 청호 도장은 청하 도장의 옆에 선 목사진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자신의 옆에 선 목사진을 보며 말했다.
 "인사 드리 거라. 내게는 사형이 되시는 청호 도장이시다. 이곳 의선각의 각주이시다."
 "안녕하세요. 청호 사백님. 소생은 목사진이라 합니다."
 "목사진? 허면·········혹, 목가보·········."
 청호 도장은 목사진의 말에 무려 삼대에 걸쳐 무당의 속가인 목가보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안타까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형. 아실 것입니다. 얼마 전에 호북성 운현으로 온다고 소문이 났던·········."
 슥!
 청호 도장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청하 도장의 말에 이내 전후사정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됐네. 우리 무당 본산이 이 지경인데. 속가는 오죽 하려고········."
 청호 도장의 안면에 고통스러운 낯빛이 스쳤다.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헌데, 지금은 우리가 속가를 받을 수 없지 않는가?"
 "예. 사형. 해서 우리 무당의 도적에 사진이의 이름을 올릴까? 합니다."
 "도적에·········."
 "네에."
 "흐음·········."
 청호 도장은 사제 청하 도장의 말에 신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돌려 목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이라 했더냐?"
 "네, 청호 사백님."
 "힘들 것이다. 각오는 되어 있느냐?"
 "네!!"
 목사진은 초롱초롱한 두 눈을 반짝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자 청호 도장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무척 마음에 드는 듯했다.
 슥.
 청호 도장은 시선을 돌려 청하 도장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필시 옥수 사숙을 만나려고 온 것일 테지."
 "네. 사형. 사숙의 병세는 어떻습니까?"
 청호 도장은 청하 도장의 물음에 안면이 굳어졌다.
 "휴우·········아마 삼, 사 년 정도일 것 같다. 사숙은 심신에 너무 큰 타격을 입으셨다. 만약 목가보가 잘못 된 것을 아시는 날에는·········."
 청호 도장은 은연중에 청하 도장에게 옥수자를 만나지 마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하지만 청하 도장은 힘든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사형. 하지만 만나야 합니다. 절 위해서가 아니라. 옥수 사숙의 마지막 남은 일맥이라 할 사진이를 위해서·········."
 "그럼. 다른 사백님과 사숙들이·········."
 "십중팔구는 반대를 할 것입니다. 다들 신황마교의 눈치를 살피거나 이제는 목가보도 사라졌으니."
 "이, 이·········그래도 무려 삼대에 걸친 우리 무당의 속가였다. 무광대 놈들이 공격함에도 아무 손을 쓰지 못한 우린데·········어찌 그 목가보의 후인을·········."
 청호 도장은 청하 도장의 말에 분기를 참는 듯한 낯빛을 안면에 띠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사형·········."
 청하 도장은 청호 도장을 부르며 두 눈가에 사정을 하는 듯한 눈빛을 흘렸다.
 "휴·········가 보거라. 하지만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지금 옥수 사숙은 위험하니. 일이 있으면 즉시 날 불러라."
 "예. 감사합니다. 사형."
 스윽.
 청호 도장은 사제 청하 도장이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나타내자 이내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목사진에게 시선을 돌리며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사진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
 "네, 청호 사백님."
 목사진은 자신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청호 도장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청호 도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하 도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여 가 보게나."
 "예. 사형."
 청하 도장은 말과 함께 의선각의 뒤편으로 몸을 돌렸다.
 "사진아--."
 "네."
 탁탁.
 목사진은 자신을 부르는 청하 도장의 음성에 이내 청하 도장의 옆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청호 도장은 두 눈가에 안쓰러운 눈빛을 띠며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사, 사진아·········네, 네가 여기에는 어떻게·········."
 "으--아아앙!! 사조 할아버지----."
 목사진은 병석에 누운 옥수자를 보자마자 그의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누운 옥수자의 머리맡에서 엎드려 울었다.
 "으-아아앙·········!!"
 "사, 사진아·········."
 옥수자는 과거 몇 번 목가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의 유일한 속가 제자가 바로 목도양이었던 탓이다.
 "처, 청하야·········."
 옥수자는 누운 채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앉은 청하 도장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속가 제자 목도양과 유달리 친했던 청하 도장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
 청하 도장은 말없이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그러자 옥수자의 전신이 떨렸다. 자신의 머리맡에서 목사진이 엎드려 운다. 그리고 청하 도장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불길하다!!
 그 고집불통의 제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 사진아·········네, 네 아비는·········네, 아비는·········."
 "사조 할아버지--. 아, 아버지는·········으--아아앙·········."
 부들부들 떨렸다.
 불길하다!!
 너무나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스쳤다.
 옥수자는 눈을 부릅뜨며 청하 도장에게 소리쳤다.
 "청하야----. 당장 이실직고 하지 못·········컥!! 커--허억!!"
 옥수자는 누운 채 검은 피를 토했다.
 "사, 사숙-----."
 청하 도장은 놀라 고개를 들고 누운 옥수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옥수자가 자신의 좌측에 있는 한 수건을 들어 입가를 닦았다.
 "괘, 괜찮다. 어, 어서 마, 말을 해 보거라--. 어서 어------."
 청하 도장은 옥수자의 말에 차마 입을 열 수 없어 머뭇거렸다. 그러자 목사진이 울음 섞인 음성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 사조 할아버지·········아, 아버지는·········신황마교 무광대·········흐흑!!·········그, 그리고 저, 저를·········청하 사백에게·········으-아아앙!!·········다, 다 죽었을··················."
 주--르르르!!
 옥수자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지난 날 무당을 공격하는 신황마교로 부터 무당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자신의 문하 제자들은 그 와중에 다 죽었다. 그리고 자신은 생사지경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헤 이렇게 누운 채 죽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럼에도 한 가닥 기꺼운 마음이 남아 있었다.
 목도양!!
 그 성정이 외곬수였지만. 그 본바탕이 능히 한 무인의 그릇이었기에 내심 그를 남겨 놓고 죽는 것에 아무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남은 마지막 제자조차 이제는 죽었다.
 '죽인다·········죽여 버리겠다·········신황 백리황·········.'
 증오!!
 갈가리 찢어 씹어 먹고 싶은 미움과 분노가 가슴에서 일어났다. 도가의 도사로서 그리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인간이기에,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가슴에서 일어나는 증오는 어쩔 수가 없었다.
 "사숙--."
 "··················."
 옥수자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증오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옥수자의 귀로 청하 도장이 전하는 목도양의 마지막 부탁이 천천히 흘러 나왔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무당을 지키고자 내 모든 제자를 다 잃고. 나까지 이리 되었는데·········어찌 무당이 나에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서운하고 섭섭했다. 그리고 동문 사형제들이 원망스러웠다.
 
 "사숙. 아직 장문 사백님이나 다른 사숙분들께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부님께서는 반대 하셨습니다."
 "오, 옥로 사, 사형이 바, 반대를·········."
 옥수자는 청하 도장의 말에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네. 사숙. 해서, 생각다 못해 사숙의 도움을 청하고자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속가든 도적에 적을 올릴 도사든. 제자를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위 분들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허면, 아직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는 말이냐?"
 "네."
 "다행이로구나·········다행이야·········."
 옥수자는 내심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옥수자는 불안했다. 자신의 사형 옥로자의 성정을 알기 때문이다. 매사 반듯하며, 그 말과 행동이 무당의 문규에 합당한 매우 합리적인 이였다. 그런데 그런 사형이 반대를 한다면. 다른 사형제들이 반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게 남은 유일한 제자의 맥이다.'
 옥수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머리맡에 엎드린 목사진을 바라보았다.
 '불쌍한 것. 이제 열세 살이지. 아마·········.'
 가슴이 아프고 미어지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아비를 잃고 그 집안을 잃었다. 애달프고 안쓰럽고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사진아·········."
 "흐흑!! 사조 할아버지--."
 "눈물을 거두거라. 네, 아비가 지금 네가 우는 모습을 보며 피눈물을 흘릴 것이니라."
 "네·········훌쩍!!"
 "사진아--."
 "네. 사조 할아버지."
 "이를 악물고 참거라. 이 후 내 행보는 이 옥수자가 모두 책임을 질 것이다. 너는 내 유일한 직계. 내 어찌 너를 그대로 두고 볼까? 참고 또 참으며 인내 하거라."
 "네."
 옥수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청하 도장에게 눈을 주었다. 그러자 청하 도장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청하야."
 "네. 사숙."
 "고맙구나."
 "어, 어인 말씀을·········."
 "아니니라. 네, 도양이와의 우의를 지키고자 하는 네 마음이 너무나 기뻐하는 말이니라. 그리고 사진이를 잘 부탁한다. 청하야--."
 "예. 사숙."
 옥수자는 청하 도장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방문 쪽으로 고개를 살짝 들었다.
 "밖에 누가 있느냐?"
 그러자 방문 밖에서 청호 도장의 음성이 들렸다. 아마도 혹 옥수자가 잘못 될까? 암암리에 밖에 서 있었던 것 같았다.
 "예. 사숙. 청호입니다."
 "그래, 가서 장문 사형께 이, 옥수자가 뵙기를 청하다고 전하거라."
 "네. 사숙."
 말과 함께 청호 도장이 걸어가는 소리가 방밖에서 들렸다.
 "사진아--."
 옥수자는 시선을 돌려 소매로 눈가의 눈물을 훔치는 목사진을 나직이 불렀다.
 "네."
 "그만 청하와 함께 물러 가거라. 그리고 아무 염려할 필요 없다. 너는 누가 뭐래도 무당의 제자이며. 나, 옥수자의 사손이니라."
 "예. 사조 할아버지."
 "청하야---."
 옥수자는 시선을 돌려 청하 도장을 불렀다.
 "예. 사숙."
 "네게 내 사손 사진이를 맡기마."
 "예."
 청하 도장은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옥수자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아는 탓이다. 옥수자, 자신의 마지막 남은 직계를 맡긴다는.
 "그만 물러 가거라. 나는 좀 쉬고 싶구나."
 "네."
 "네. 사조 할아버지. 자주 올께요."
 "그래."
 옥수자는 목사진의 말에 입가에 따듯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사신(巳時) 초경에 의선각의 옥수자가 누운 방안에 네 명의 노 도사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바로 당대 무당을 이끄는 이들이었다. 그들 중 한 노도사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앉은 다른 세 명의 노 도사들을 한 명씩 둘러보았다.
 
 "어찌 할 것인가? 사제들. 여기 누운 옥수 사제의 간곡한 부탁이다."
 ··················."
 침묵이 흘렀다. 방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 누구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옥수자!!
 무당을 위해 모든 제자들을 잃고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동문 사형제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방에 누운 옥수자는 힘든 듯 가는 음성을 흘리며 다른 세 명의 노도사들을 바라보았다.
 "옥음 사형, 옥로 사형, 옥벽 사형·········부, 부탁입니다. 아니 이 옥수의 마지막 유언입니다. 세 분 사형."
 ···························.
 그 누구도 말을 열지 않았다.
 "무량수불. 우리 무당 옥자 배. 열두 명 중 무려 다섯이 죽었네. 남은 일곱 명 중 옥수는 이렇게 사경을 헤매고 있네. 나를 포함해 옥자 배의 배분이 가장 위인 우리 네 명이 사진이 그 아이를 추인한다면. 사진이는 우리 무당의 제자가 될 수가 있다. 어찌 하겠는가?"
 ···························.
 그 누구도 안 된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심중으로는 반대를 하면서도 누워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제 옥수자의 시선을 보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당을 지키고자 저리 되었다. 단전을 부서지고 내상은 깊을 대로 깊어 불과 몇 년을 살지 못할 사제였다.
 "아무 말이 없다면. 이대로 사진이를 우리 무당의 제자로 받아들이겠네."
 장문인 옥종자의 음성이 흘러나오자 사제인 옥음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옥수야. 차마 그 아이 사진이를 안 된다고 말을 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우리 무당을 위해서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사형·········."
 옥수자는 애처로운 듯 갈구하는 듯한 시선으로 사형 옥음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옥음자가 차마 그 시선을 마주 볼 수 없는지. 이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옥수야, 우리 무당은 지금 봉문을 당한 상태이니라. 그 탓에 속가 제자를 받을 수가 없다. 그 아이 사진이를 우리 무당의 도적에 이름을 올려 도사를 만들려고 하는 도양이의 그 속내 또한 능히 짐작이 가는 바다. 하지만 아니 되는 일이다. 그 아이 집안인 목가보는 신황마교에 의해 멸문을 당했다. 신황마교는 사진이가 자신들에게 원한을 가진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진이를 우리 무당의 도사로 받아 들여 보거라. 아마 모르긴 해도 우리 무당을 신황마교는 은혜도 모르는 불온한 무리로 볼 것이니라. 그리고 언제고 기회가 닿으면 우리 무당을 강호에서 지우려 할 것이다. 아니 되는 일이다. 결코 허락할 수 없음이다. 옥수야--. 날 용서 하거라. 무량수불·········."
 "사형········옥음 사형·········제발·········제발·········!!"
 옥수자는 누워 눈가에 촉촉이 물기가 고인 눈으로 옥음자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그러자 옥로자가 가슴이 아픈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요, 용서 하거라--. 옥수야. 이, 이 무능한 사형을·········."
 "옥, 옥로 사형----."
 옥수자는 자신의 사형 옥음자와 옥로자가 반대하자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슬픈 눈길을 옥음자와 옥로자에게 주었다. 그러자 옥벽자가 그 모습을 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무량수불. 저는 찬성입니다."
 "사제--."
 "사제--."
 옥음자와 옥로자는 사제 옥벽자의 말에 순간 소리치며 이목을 옥벽자에게 주었다. 그러자 옥벽자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누운 옥수자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 아이는 옥수에게 남은 유일한 일맥입니다. 두 분 사형. 이대로 죽어가는 옥수에게 한을 남기도록 하실 참이십니까? 옥수에게 또 다시 문하 제자의 핏 줄을 잃게 하는 슬픔을 맛보게 하실 참이십니까? 옥수에게 지금 남은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그, 그것은·········."
 "하, 하지만·········."
 옥음자와 옥로자는 옥벽자의 말에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옥벽 사형·········."
 옥수자는 가만히 눈을 들어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사형 옥벽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옥벽자가 말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장문인인 옥종자를 바라보았다.
 "장문 사형. 우리 옥자 배는 이제 모두 일곱 명이 남았습니다. 그 중 여기 있는 옥수와 저 옥벽이 찬성하였습니다. 남은 것은 이제 다섯 명입니다. 아마도 모두 반대를 할 테지요."
 옥벽자는 말과 함께 옥음자와 옥로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옥음자와 옥로자는 죄책감이 드는지 가만히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장문 사형이 결정을 하신다면. 지금 폐관 수련 중인 옥송과 옥영 또한 찬성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 아이들을 실제로 키우고 가르치신 것은 바로 사형이시니까요."
 미소!!
 옥종자는 옥벽자의 내심을 아는지 미소를 지었다. 기실 남은 두 사제는 모두 어렸다. 그 탓에 일찍이 타계한 스승을 대신해 옥종자가 마치 제자처럼 그 두 사람을 돌보았다. 그 탓에 옥송자와 옥영자. 두 사람은 옥종자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랐다.
 "장문 사형. 사문을 생각해 주십시오."
 "사형. 저희라고 이러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옥음자와 옥로자는 고개를 들어 옥종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옥종자는 이내 천천히 시선을 돌려 누운 옥수자를 바라보았다.
 "옥수야---."
 "장문 사형.··················."
 옥수자의 음성이 떨렸다. 이제 옥종자의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은 결정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옥수자의 귀로 옥종자의 음성이 들렸다.
 "우리 무당은 네게 빛이 있다. 네 문하의 모든 제자들이 우리 무당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너도 지금 이렇게 병석에 누워 있다. 무당 장문인으로서 어찌 내 그것을 모른 척 하랴."
 "장문 사형---."
 "장문 사형----."
 스윽.
 옥종자는 손을 들어 자신의 사제인 옥음자와 옥로자를 제지했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그 아이 사진이를 우리 무당의 제자로 받아 들여 도적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그 뿐. 결코 우리 무당의 진전은 전할 수 없다. 이는 사진이. 그 아이가 행여 신황마교에 원한을 품고 있을 지도 모름을 경계하는 것이다. 또한 신황마교의 의심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
 "·····················."
 옥음자와 옥로자는 장문인인 옥종자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타협!!
 옥종자는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장문 사형. 그 아이는 무가의 아이입니다. 헌데, 그런 아이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은·········곧 우리 무당의 속가인 목가보를 영원히 강호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 일수도 있습니다. 장문 사형. 우리 무당의 진전을 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훗날을 대비해 목가보의 명맥만은 보존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문 사형--. 목가보는 무려 삼대 아니 이제는 사대에 걸친 우리 무당의 속가입니다."
 옥벽자는 너무한 처사라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자 옥수자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비록 목사진을 무당의 제자로 받아들이게 했지만. 무당의 무공을 익히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 탓이었다.
 타협!!
 사형인 옥종자의 말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두 사형 옥음과 옥로의 중간에서 적절한 선을 그어 목사진을 무당의 제자로 만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옥음 사제---."
 옥종자는 옥벽자의 음성에 고개를 돌려 옥음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옥음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장문 사형이나 다른 사제들도 다 짐작하고 있습니다. 도양이 그 아이가 후일을 도모하고자 함을. 그리고 이대로 우리 무당의, 이제는 사대 속가가 될 목가보의 명맥을 끊는다는 것은 웃대 어른들의 진노를 살 일입니다."
 "허면·········."
 옥종자는 옥음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옥음자가 슬픈 눈으로 방에 누운 옥수자를 바라보았다.
 "옥수 사제. 나는 무당을 위해 말하는 것이네. 내 마음 알겠는가?"
 "사형---."
 어찌 모를까? 봉문을 당한 무당의 최우선 과제가 바로 명맥을 보존하며 힘을 기르는 것임을.
 "사형. 제가 어찌 사형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그 아이 사진이는 제게 남은 유일한 제자의 핏줄입니다. 제발·········."
 "휴우·········."
 옥음자는 옥수자의 음성에 천천히 고개를 옆에 앉은 옥로자에게 돌렸다.
 "옥로 사제."
 "네. 사형."
 "자네 제자 청하가 그 아이 사진이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사형."
 "어차피 훗날 환속시킬 아이네. 허나, 우리 무당과의 인연의 고리는 남겨 두어야 하네. 그래야 그 아이에게 베풀지 못한 것을 그 아이의 후대에게 베풀어 줄 수 있음이니. 청하에게 일러 기본공인 양의현공을 가르치게 하게. 아울러 강호에 떠도는 모두에게 알려진 무공도 함께."
 "알겠습니다. 옥음 사형."
 옥로자는 사형 옥음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옥수자와 옥벽자가 반발했다.
 "사형--. 너무 하십니다."
 "옥음 사형. 어찌·········."
 "두 사람 다 아무 말하지 말게나."
 그러자 장문인인 옥종자가 천천히 입을 열어 옥수자와 옥벽자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비록 양의현공이 우리 무당의 기본공이라 하나, 오래 동안 꾸준히 연마하면 능히 이류 고수 정도의 내공은 얻을 수 있네. 또한 동자공인 탓에 그 내공이 순후하고 정심하여 훗날 다른 내공을 익히더라도 아무런 장애가 없네. 옥음은 그 아이 사진에게 다른 인연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네. 하여, 그 아이의 근골이 굳지 않게 강호에 떠도는 삼류 무공으로 그 골격의 기초를 닦아 주려 하는 것이네."
 "장문 사형. 다른 인연이라 하심은·········."
 옥수자는 옥종자의 말에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그러자 옥음자가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내 그 아이의 관상을 보았음이네. 옥수 사제. 이곳에 오기 전에 옥로의 거처에서 먼발치에서 남아 그 아이 시진이의 관상을 보았다네. 그 아이········ 시진이의 후대는 분명 우리 무당과 인연이 있네. 아마도 오대 속가가 될지도 모르네. 하지만 그 아이 사진이는 아니네. 비록 우리 무당과 인연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주 미약한 희미하기까지 한 인연이네. 그리고 그 아이 참으로 박복하고 모진 운명을 타고 났네. 나 또한 무당의 도문의 복술과 도법을 공부하였지만. 그 아이처럼 삶이 역경으로 뒤덮여 있는 아이는 일찍이 본 적이 없네. 한 마디로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할 명운일세."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비록 무공은 약하다지만. 옥음자의 복술 탓에 지난 날 무당이 봉문을 당할 때 가까스로 신황 백리황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바로 신황 백리황에게 진무검을 보이며 그에게 가져가라 했다. 그리고 차라리 무당의 모든 제자들을 죽이라고 했다. 그러자 신황 백리황이 진무검을 보고 이내 마음을 돌렸다. 그 모든 것이 다 옥음자의 복술 때문이었다. 그가 전날 검자와 진무라는 세 글자의 점괘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잘 보게나."
 옥음자는 말과 함께 품속에서 작은 죽통과 빼곡한 대나무를 잘게 쪼갠 무척이나 얄팍한 작은 막대 같은 것을 꺼내었다. 그 크기가 마치 어린 아이의 손목 정도였다. 그러자 방안에 있는 다섯 명의 시선이 모두 그 죽통에 실렸다.
 "원시천존········급급 여율령·········길을 보여 주소서·········."
 탁탁탁탁!
 옥음자는 죽통을 들고 흔들었다. 그러자 이내 세 개의 막대가 삐죽이 죽통에서 살짝 튀어 나왔다. 그러자 옥음자는 그 세 막대를 꺼내어 바닥에 늘어놓았다.
 
 고(苦), 형(荊), 극(棘).
 
 "그 아이는 스스로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할 명운을 타고났네. 아시겠는가?"
 ··················.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옥로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나 옥음 사형이 반대를 한 이면에는 이런 까닭이 있음이네. 그리고 옥음 사형의 말처럼. 분명 그 아이 사진에게는 우리 무당보다 다른 어떤 인연이 따로 있음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그러니 우리 무당을 위해서, 그 아이 사진이를 위해서 아무 말 마시게나."
 옥수자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도양아--. 네 아들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구나. 이 사부가 네 아들을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건만. 겨우 이 정도에 불구하구나. 날 용서하거라--. 도양아·········.'
 옥수자는 내심 자신의 제자 목도양을 생각하며 눈물지었다. 그러자 옥종자가 그런 옥수자의 안색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옥수 사제. 너무 그리 낙담은 하지 말게. 내 약속함세. 그 아이 사진이의 후대는 다음 대 우리 무당의 장문인이 될 청화. 그 아이의 속가 제자가 되어. 우리 무당의 도적에 이름을 올린 정식 도사만이 배울 수 있는 직전 무공을 적어도 셋은 익힐 수 있을 것이네."
 "자, 장문 사형·········."
 옥수자는 눈을 떠 자신의 사형 옥종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가에 물기가 고여 보기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러자 옥종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옥음자, 옥로자, 옥벽자 등 다른 세 사람은 그런 옥종자의 말에 아무런 이견을 말하지 않았다. 다들 옥수자의 마음을 짐작하기 때문이었다. 옥수자에게 남은 것은 오직 목사진뿐이었다. 그런 목사진의 후대에 무당이 크나 큰 은혜를 베풀어 훗날 옥수자의 일맥을 크게 일으켜 세워 주겠다는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오대 무당 속가를 위해서 말이다.
 
 "오늘부터 운현 목가보의 자손 목사진의 도명을 청자 배의 아래인 영자 배의 영경이라 명명하고. 우리 무당의 도문에 그 도명을 올릴 것을 무당 장문인의 이름으로 명한다. 아울러 그 아이 영경에게 칠 년간의 수행을 명하니. 그 나이 스물이 되는 해에 정식으로 도문 출가의 예를 행할 것이다."
 "복명!"
 "복명!"
 "복명!"
 "복명!"
 무당 장문인 옥종자의 음성에 옥음자, 옥로자, 옥벽자 그리고 옥수자는 한 줄기 나직한 음성을 흘려 답했다. 그 날 그렇게 목사진은 무당의 제자가 되어 그 도호를 영경이라 받았다.
 영경 도장!!
 목사진.
 훗날 무당 도적에 그렇게 기록이 되는 무당 사상 최초의 도객이었다. 비록 환속은 하였지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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