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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이혼 후 로또 1등 감독님

# 1화

2022.03.09 조회 80,303 추천 1,013


 [자체발광 여배우 윤설하, 아이돌 한청우와 묘한 기류?]
 [로맨틱코미디의 퀸 윤설하의 사생활···.]
 [남심폭격기 윤설하의 은밀한 외출, 목적지는 모 가수의 숙소?]
 
 연예뉴스 1면이 한 여배우의 열애설로 가득 찼다.
 나는 멍하니 스크롤만 내리며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다.
 우리 스튜디오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라서?
 맞긴 하지만, 당황할 만한 이유는 그게 아니다.
 윤설하.
 지금 스캔들에 등장한 여배우.
 저 여자가 내 와이프였으니까.
 결혼한 지 무려 7년이나 지났다.
 근데 스캔들이라니.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남자 아이돌과 열애설이 날 줄이야.
 “최 프로.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김 부장이 다급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영화가 당장 내일모레 개봉인데 뭔 놈의 스캔들이냐고?!”
 “···.”
 “아니, 제수씨한테 연락 없어? 뭐 어떻게 된 건데?”
 말문이 턱하고 막혀서 뭐라 답할 수가 없었다.
 “아이, 부장님.”
 내 동기인 박 과장이 눈치를 보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헤프닝이겠죠.”
 그는 애써 웃으며 김 부장을 말렸다.
 “남편이 이렇게 떡하니 눈 뜨고 있는데 무슨 일 있겠습니까?”
 “어휴···.”
 김 부장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번 작품에 우리 스튜디오 사활이 걸렸어. 빨리 저거 좀 처리하라고.”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쯧, 집안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개봉 직전에 스캔들이 나?”
 “부장님, 일단 진정하시죠. 제가 최 프로 데리고 나가서 따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박 과장은 김 부장을 돌려보낸 뒤, 내게 손짓했다.
 “최 프로. 담배 한 대 피우자.”
 나는 그를 따라 옥상으로 향했다.
 박 과장은 주변을 살펴서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의 물음에 실소를 터뜨렸다.
 “터질 게 터진 거지, 뭐.”
 “아이, 뭔 소리야.”
 박 과장은 손을 저었다.
 “연락이나 한 번 해봐. 얼른 헤프닝 종식시켜야지.”
 “아까 전화해봤는데 꺼져있더라.”
 “회사에서 정신없나보지. 이런 스캔들 터지면 원래 기획사에서 외부 연락부터 막잖아.”
 “내가 외부 사람이냐?”
 “···어쨌든.”
 그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김 부장한테는 내가 말해볼 테니까 일단 퇴근해 봐. 기획사로 가든지, 집으로 가든지. 일단 마음부터 추스르고.”
 박 과장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덧붙였다.
 “별일 없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
 “얼른 가 봐.”
 “그래, 고맙다.”
 
 ***
 
 “오빠, 나 아닌 거 알지?”
 내 와이프.
 그러니까 윤설하는 억울하다는 듯 눈물까지 뚝뚝 흘렸다.
 “그냥 아는 동생이었단 말이야. 친한 선후배로 연예계 진로 관련해서 고민 있다길래 상담만 해주고 온 것뿐이야.”
 그녀는 두 팔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해도, 오빠는 믿어줘야지. 내 남편이잖아.”
 윤설하는 내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는 거 알잖아. 내가 무슨 바람을 피워. 말도 안 되지. 기자들이 날 음해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녀는 촉촉한 눈망울로 날 바라봤다.
 “못 믿겠으면, 내가 그 친구랑 통화를 시켜줄게. 그렇게 해서라도 내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
 나는 순진하게 믿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23살 때부터 연애만 3년, 결혼생활을 7년.
 도합 10년간 알았던 내 사람이 이렇게 한 맺힌 목소리로 말하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었지.
 “해명 기사 낼게. 괜찮지?”
 
 다음 날, 와이프의 입장문이 업로드 되었고.
 스캔들이 났던 남자 아이돌로부터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윤설하와 나는 금슬이 좋다는 증거로 함께 찍은 사진까지 SNS에 올렸고.
 덕분에 열애설은 헤프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때 난 잊고 있었다.
 내 와이프의 직업이 ‘배우’라는 걸.
 그 해명조차 연기였다는 걸 알게 된 건 1년이나 지난 뒤, 그녀로부터.
 “이혼하자.”
 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나 더 이상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
 그녀의 말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난 청우씨 사랑해.”
 열애설이 났던, 그 아이돌이었다.
 “그때부터 쭉 연애했어. 아니, 그 이전부터 만났어. 그동안 오빠한테 했던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어.”
 나를 속였다.
 오로지 본인의 이미지를 위해.
 자신의 영화 성적을 내기 위해 남편인 나를 기만한 것이다.
 “이제 나 그 사람이랑 함께하기로 했어.”
 윤설하는 생기가 사라진 눈동자로 날 바라봤다.
 “이제 나를 놔줘.”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와이프는 내 곁을 떠나갔다.
 
 ***
 
 “썅년이네.”
 박 과장.
 회사에서 내 유일한 동기이자, 고등학교부터 연이 이어져오는 내 불알친구.
 녀석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그 아이돌 새끼 차를 타고 갔다고?”
 나는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자들 없냐? 사진도 안 찍혔어?”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와서 처음엔 나도 못 알아봤다니까. 심지어 머리색 가린다고 가발까지 썼더라.”
 “쪽팔린 건 알았나보네, X같은 년.”
 그는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흘긋 내 눈치를 봤다.
 “혹시 내가 욕해서 기분 나쁜 거 아니지?”
 “됐어. 이제 내 아내도 아닌데.”
 “그렇지?”
 박 과장은 안심했다는 듯 술을 홀짝였다.
 “다시 생각해도 진짜 어이가 없는 걸 넘어서 괘씸하네.”
 그는 내 술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넌 화나지도 않냐?”
 나는 씁쓸하게 술만 들이켰다.
 “같이 마셔, 같이.”
 박 과장은 내 입에 반쯤 기울어진 잔을 떼어내 자신의 잔과 부딪쳤다.
 그는 소주를 한입에 털어마시고는 안타깝다는 듯 머리를 쓸었다.
 “나 같으면 열받아서 소문이라도 내겠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나는 조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지.”
 “걔는 탑스타고, 우리는 걔네들 뒤치다꺼리하는 사람이잖아. 그쪽엔 엿을 먹이더라도, 오히려 너의 전 부인이 윤설하다, 이러면 오히려 부러워할 걸.”
 “그건 네 생각이고.”
 피식 헛웃음을 흘리며 또다시 술잔을 채웠다.
 “내가 이혼당한 거 세상에 알려봤자 쪽팔리기밖에 더하겠냐?”
 그는 답답하다는 듯 테이블 위에 팔을 걸치고 날 바라봤다.
 “넌 화도 안 나냐?”
 “처음엔 그랬는데, 지금은 오히려 무감각해. 그저···.”
 술잔을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그냥 허무해서 그래, 허무해서.”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으면, 화가 나거나 열 받는 게 아니라.
 그냥 멍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내가 딱 그 상태다.
 “야, 됐어. 세상에 여자가 윤설하 한 명뿐이겠냐?”
 박 과장은 세차게 술잔을 내려놓으며 시원하게 말했다.
 “차라리 잘됐어. 너도 이제 하고 싶은 일 하면 되겠네.”
 녀석은 내 사원증을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너도 이게 꿈은 아니었잖아.”
 박 과장은 식당 벽면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작품이나 다시 도전해보든가. 이제 먹여 살릴 식솔도 없으니 해볼 만하잖아.”
 그의 제안은 고려해볼 가치도 없었다.
 “33살에 꿈은 무슨 얼어 죽을 꿈이야.”
 나는 단칼에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나와 달리, 박 과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왜, 여윳돈 좀 있잖아.”
 “내가 돈이 어디 있어?”
 “귀책사유도 그쪽에 있겠다, 위자료 액수가 꽤 될 거 아니야?”
 그의 말에 일소했다.
 “3천 받았다, 3천.”
 “···왜?”
 박 과장은 잘못 들었다는 듯 눈을 꿈뻑거리다가 ‘에이.’ 소리를 내며 덧붙였다.
 “너한텐 죽어도 돈 빌린다는 소리 안 해, 걱정 마.”
 “내가 너한테 거짓말하겠냐?”
 “진짜로?”
 “그래.”
 “대체 왜?”
 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 여자가 드라마랑 영화로 번 돈이 얼마인데··· 이번 작품 출연료만 수억을 챙겼잖아?”
 “탈세한다고 죄다 법인으로 돌려놨더라.”
 “···.”
 “정확히 따지면, 장인장모 재산으로 되어 있어. 그래서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배대상이 아니라더라.”
 “집은?”
 “곧 짐 빼야 돼. 그것도 장모님 명의로 바뀌었더라.”
 “허어.”
 그는 탄성을 터뜨렸다.
 “미리 이혼할 거 생각해서 손 써둔 거네.”
 “그런 것 같더라. 작년에 스캔들 뜨고 나서 지분 구조가 싹 바뀌었더라고.”
 “진짜 간사한 년이네. 그러려고 1년 간 속인 거 아니야?”
 나는 실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
 “술이나 마시자.”
 
 ***
 
 오늘따라 술병이 빠르게 비어갔다.
 취하고 싶어서인지.
 인생이 써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2차까지 3시간 만에 8병을 비웠다.
 “야, 3차 가자, 3차!”
 박 과장과 나. 둘 다 거나하게 취했다.
 그럼에도 오늘은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3차 뭐 마실래?”
 박 과장은 혀가 꼬인 채로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양주? 위스키? 꼬냑? 뭐든 말만 해. 내가 쏜다!”
 “뭐가 됐든 마시자고.”
 그렇게 휘청휘청 걸음을 옮기던 그때.
 문득 밝은 조명을 빛내는 편의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묘한 기운이 내 발을 그곳으로 이끌었다.
 “잠깐 저기 좀 들르자.”
 “왜, 숙취해소제 사려고?”
 “아니, 로또나 사자.”
 “이야, 로또 좋지.”
 그는 클클대며 나와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나는 컴퓨터사인펜을 들고 늘 하던 듯 마킹했다.
 우선 내 생일.
 그리고···.
 “젠장.”
 “왜?”
 “버릇대로 와이프 생일 마킹했네.”
 “내놔.”
 녀석은 용지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다시 해.”
 “그래.”
 나는 다시금 마킹을 시작했다.
 내 생일을 먼저 칠해두고 잠시 고민하는데.
 “오늘로 해.”
 박 과장이 팔을 툭 치며 말했다.
 “그 여자한테 오늘 해방됐잖아. 그러면 기념일이지.”
 새끼, 말은.
 “싫어, 인마.”
 “그럼 더 고민하든가.”
 녀석은 언제 뽑았는지 로또 용지 두 장을 들고 흔들더니.
 “난 이미 자동으로 샀으니까.”
 휘청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먼저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을게.”
 “그래.”
 나는 홀로 남은 채 로또 용지를 바라봤다.
 평소에 살 때는 망설임 없이 둘의 생일로 적었는데···.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벌써부터 기분 나쁘게 빈자리를 느끼는 건가.
 고개를 휘휘 저어 사념을 털어냈다.
 고민할 거 뭐 있냐.
 그래, 오늘이 기념일이지.
 나는 빠르게 마킹을 끝내고 점원에게 지폐와 함께 로또용지를 내밀었다.
 “같은 번호로 만 원어치 주세요.”

댓글(133)

dr********    
아 왕십리글쟁이님 글이군요 잘 보겠습니다
2022.03.23 20:44
풍뢰전사    
연재 축하드립니다 건필하세요
2022.03.24 17:47
g9****************    
바람 안핀 유부녀는 있어도 한번만 핀 유부녀는 없음요. 남편외 다른 남자를 알게되면 자식이 사고나 응급실 실려가도 모텔에서 방아찍는게 여자임.
2022.03.25 05:46
방울고양이    
저 방법이 현실적으로되나..? 양도세 증여세 그리고 같이살면서 번 슈익을 분할하는 개념인데 합의이혼인가여..? 톱스타들 광고료 10억이상인 경우도 많은데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30억..? 근데 위자료 3000..?
2022.03.25 12:33
OLDBOY    
잘 보고 있습니다.
2022.03.25 16:53
물빛여운    
잘 보고 갑니다
2022.03.26 09:20
[탈퇴계정]    
금술 아니고 금슬 또는 금실! 건필하세요!
2022.03.26 09:22
왕십리글쟁이    
앗, 제가 모르고 있었네요. 좋은 거 하나 배웠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3.26 09:25
흰곰발    
수익으로 가족명의인 법인으로 넘길때 아무 대가없이 넘긴거면 불법증여가 되는거라 탈세혐의로 넣으면 되는거고 만일 주식형태로 어느정도 지분을 받고 넘긴거면 분할대상입니다. 저걸 그냥 넘어간다면 호구 중에 호구죠
2022.03.28 21:45
흰곰발    
김대리는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도저히....
2022.03.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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