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이레귤러 삼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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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 조회 36,157 추천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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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영종도.
 
 대한민국 특수전사령부 소속 윤광일 중령은 배알이 뒤틀릴 것만 같았다.
 
 “아. 왜 내가 이런 소국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해야하는 거지?”
 
 저 소리를 벌써 며칠째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소국 타령.’
 
 윤광일 중령의 속이 더욱 뒤집어지는 이유는 저런 개소리를 지껄이는 입을 다물게 할 수 없는 현실에 있었다.
 
 ‘하필 인천에 S급 게이트라니···.’
 
 게이트.
 2010년 인도 캘커타에서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미증유의 천재지변.
 
 현대의 열병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괴물들을 가득 품고 있는 최악의 재해의 등장.
 혹자는 세상에 종말이 찾아왔다며 떠들었으나,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마치 반대급부라고 말하는 듯, 그 재해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나타난 것이다.
 
 각성자라 불리는 새로운 힘에 그를 바라보는 전세계 인류가 환호했다.
 한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마치 영화나 소설에서나 등장하던 그런 초능력자 아닌가.
 
 윤광일 중령 역시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땐, 그가 고등학생 시절 즐겨 보던 대여점의 판타지 소설들을 떠올렸다.
 그 소설들에서 등장하던 주인공은 백마탄 초인처럼 나타나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던 한국을 세계에서 으뜸가는 강대국으로 재탄생시키고는 했었으니까.
 
 ‘···. 현실은 잔혹했지.’
 
 다수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초인적인 주인공은 한국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은 농담이긴 했지만 전투민족이라 불리던 한국의 각성자 역시 어디가서 꿀리는 이들은 아니었으나, 압도적인 인구수에서 오는 수의 절대적인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마치, 지금처럼.
 
 “쯧쯧. 자국의 각성자 하나 붙잡지 못하는 소국이니 별 수 없지. 나 같은 대국의 각성자가 아량으로 보듬어 주는 수 밖에.”
 
 중국에서 파견된 남자는 주위의 눈초리 따위 신경쓰지 않은 채 그렇게 자국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윤광일 중령은 당장에라도 저 입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역사나 문화로 개수작을 부리는 거라면 모를까, 지금 저 발언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그리고 눈 앞의 남자, 중국의 18번째 S급 각성자 악호병은 작금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없어선 안될 존재였기에.
 
 ‘유상현만 잡았더라도···.’
 
 당장 얼마전 등장한 S급 각성자, ‘환상검’ 유상현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나 각종 기업의 러브콜을 거부하고 태평양을 건너 엉클 샘의 품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비단 그 뿐만이 아니라 러시아, 중국, 혹은 저 멀리 유럽 등등으로 향하는 S급 그리고 A급 각성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 결과 자국에 등장한 S급 게이트 하나 처리하지 못해 미국과 중국, 혹은 러시아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나라의 현실이었다.
 
 ‘참아야 한다···.’
 
 게다가 지금 그들이 눈 앞에 두고 있는 게이트는 인천공항과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만약 저 게이트가 현실에 잠식되기라도 했다간 인천공항은 물론 인천항 역시 기능을 정지하게 될 뿐더러, 서울까지 위협의 사정거리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은 그저 윤광일로 하여금 주먹만 꽉 쥐고 화를 삭이게 만들었다.
 
 쿠워어어어엉!
 
 그 때, 모골을 송연케하는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그들의 눈 앞에 있는 게이트 너머.
 곧이어,
 
 쿵! 쿵!
 
 지축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소국이니 뭐니 하는 기분을 잡치는 잡담이 싹 그쳤다.
 체고만 5m에 달할 듯 한 사족보행의 파충류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어디 대국의 자비를 몸소 실천해볼까.”
 
 악호병이 등에 둘러멘 사람 키만한 대도(大刀)를 손에 쥐었다.
 그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새겨지는 것과 함께 그 도신에 새겨진 검은 호랑이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윤광일의 입술이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졌다.
 
 ‘젠장.’
 
 윤광일은 S급 각성자는 아니었지만, 그 S급이라는 단어의 강함을 이해할 수 있는 A급 각성자.
 악호병의 도신에 타고 흐르는 기운에서 그와 스스로의 차이를 단번에 깨달은 윤광일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무력함을 곱씹었다.
 
 그의 귀에 급작스레 고성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미확인 게이트 추가발생 확인!]
 
 그것은 윤광일의 귀에 꽂혀있던 소형 통신기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게이트 위험도··· S급입니다···.]
 
 통신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이 끝나자마자, 악호병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오퍼레이터의 지시를 받을 통신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은 악호병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그 모습에 윤광일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저 자식 설마.’
 
 S급은 단신으로 S급 게이트를 섬멸할 수 있는 이들의 경지.
 하지만 중국의 S급 각성자 중에서도 가장 말석에 위치한 악호병이 두개의 S급 게이트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
 
 그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윤광일의 청력은 악호병의 통신기를 통해서만 울려퍼진 짧은 명령의 존재를 포착했다.
 상당히 작은 소리였다보니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새로이 나타난 게이트 역시 S급이라면 이것은 악호병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자국에서 일어난 소요도 아니고 현 상황에 중국이 그의 목숨을 버릴 리는 없으니 저 자가 할 행동은 퇴각이라는 이름의 도주.
 
 윤광일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도열한 그의 휘하 병력들을 바라보았다.
 오퍼레이터의 발언은 그들에게도 닿은 상태이건만.
 그곳에 있는 것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결사의 투지였다.
 등 뒤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타오르는 불꽃은, 새로이 나타난 공간의 어그러짐 앞에서도 꺼지지 않았다.
 
 추가적인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죽으라는 뜻.’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인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S급 게이트라면, 괴물들끼리의 양패구상을 노려보는 것도 가능했다.
 
 “전원, 전투 준비.”
 
 윤광일의 작게 읊조린 말이 울려퍼졌고.
 그들이 앞으로 한발자국을 내딛은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음?”
 “어!”
 
 새로이 등장한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은 인영(人影)이었다.
 
 ‘사람?!’
 
 윤광일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지식 중, S급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개체 중에 사람의 형상을 한 것은 없었다.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을 오퍼레이터에게서 전해져오는 메시지가 없다는 상황 역시 그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
 
 그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고풍스럽고 화려한 옷을 입고있는 그 남성에게서 전해져오는 기세가 너무나도 강하고 무거웠기에.
 
 그 자리에서 악호병을 제외하면 가장 강한 윤광일이 그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떠할까.
 병력 중에선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꺾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었다.
 
 “너···! 뭐하는 놈이야!”
 
 그나마 S급은 S급이라는 것일까, 악호병은 그 기세 사이에서도 크게 소리쳤다.
 
 ‘저 미친 놈이!’
 
 그리고 윤광일은 굳어가는 몸 속에서도 경악했다.
 무조건 괴물끼리의 양패구상을 노려야 할 상황에 한쪽의 시선을 끌다니.
 사람 속을 박박 긁어놓는것도 모자라 끝까지 도움이 안되는 악호병에게 윤광일이 뭐라 쌍욕을 퍼부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중국어?”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무척이나 유창한 한국어였다.
 
 “이상하네. 사람이 없는 곳으로 좌표를 잡았는데. 한국도 아니고 중국? 거기에 사람은 왜이리 많아? 좌표 계산이 어그러졌나?”
 
 턱을 매만지며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악호병은 홱하고 고개를 돌려 윤광일을 바라봤다.
 
 “지금 뭐하는 짓이지? 저건 한국인이잖나! 이건 대국에 대한 음해인가!”
 
 악호병 역시 뜻을 모를 뿐이지 남자가 하는 말이 한국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윤광일이 아니라고 소리치려 했으나,
 
 쿠워어어어어엉!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으니.
 잠시 소외된 붉은 비늘의 거대한 파충류가 다시 한번 크게 포효했다.
 인간의 기저에 잠든 원초적인 공포를 이끌어내는 포효에 그 자리에 위치한 모두가 몸을 움츠렸고, 그와 동시에 그 넓은 공터에 침묵이 찾아왔다.
 
 “어우씨 깜짝이야.”
 
 그 침묵을 깬건, 새로운 게이트에서 나타난 남자의 목소리.
 
 “뭐야. 이게 왜 여기에 있어?”
 
 담담하게,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내뱉은 그의 말이 울려퍼졌고, 윤광일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방금··· 무슨···?’
 
 윤광일은 보고야 말았다.
 레드 드래곤이 포효했을 때.
 눈 앞의 남자가 깜짝 놀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손에서 뻗어나간 기운이 용의 머리를 날려버린 것을.
 
 “아, 큰일이네. 중국어는 하나도 모르는데.”
 
 쓰러지지도 못하고 선 채로 죽어버린 드래곤을 눈 앞에 두고도 그보다는 중국인과의 의사소통을 고민하고 있다니.
 
 그런 남자의 모습을 가장 앞에서 지켜보는 윤광일의 뇌리에 뭔가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소설에서나 볼 법한 백마탄 초인이 그의 눈 앞에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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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수정) 엉클 조 > 엉클 샘

왜 헷갈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댓글(14)

가람2    
선발대가,,,,,?
2022.04.11 19:12
전복죽    
엉클샘 아님? 웬 엉클조
2022.04.19 09:03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4.21 21:12
검은사탕    
윤광일이 주인공인줄 알았던니 뒤통수 빡! 때리이네요ㅋㅋ
2022.04.24 17:40
날개잃은새    
오호
2022.04.25 12:39
cover    
왜냐 소설이니까
2022.04.25 21:24
세뮤    
위버멘쉬!!
2022.04.26 12:23
로얄푸딩    
1명도 없이 죄다 외국 간건 에바같긴함. 용의 코리보단 뱀의 머리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2022.05.01 02:49
de*******    
오오 위버맨쉬!
2022.05.01 13:54
큐브    
웨...귀환한 고향은 항상 막장으로 치닫는가...주인공은 능력자고 나머진 평범한 지구가 될 수 없는것인가...
2022.05.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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