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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2.03.24 조회 93,578 추천 942


 부인, 아니 전처와는 의학과 2학년 때 처음 만났다.
 
 학교 앞 카페 알바생이었고, 나한테 과분하게 예쁜 사람이었다.
 
 첫눈에 반해서 카페 단골처럼 드나들다가 고백.
 
 절대 안 받아줄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사귀자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의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의 합격 통보까지 받아내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와의 미래를 약속했다.
 
 그렇게 결혼까지 골인하고, 아이를 막 임신 하던 때.
 
 세상 곳곳에 틈이 발생했다.
 
 새로운 차원과 연결해주는 통로이자 신자원이 넘쳐나는 신세계, 일명 던전.
 
 각성자니 헌터니 하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이 날을 기점으로 세상은 헌터(일명 시스템의 가호를 받은 자들) 위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됐냐고?
 
 죽을 듯이 공부해서 인턴이 된지 육개월 만에 병원이 문을 닫으며 그대로 실직자로 전락했다.
 
 상처를 치료해주는 힐러부터 병을 낫게 해주는 물약 제조사 등 다양한 직업들이 의사를 대신하게 되며 난 설 곳을 잃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이 물려주신 아파트에 20레벨 던전이 등장하여 위험구역으로 지정이 되었다.
 
 정부에서는 쥐꼬리만한 지원금으로 손실을 대신하였고, 내게 남은 건 억대의 학자금대출과 간신히 얻은 원룸이었다.
 
 아내가 나를 혐오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누구는 헌터가 돼서 떵떵거리고 사는데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냐고.
 
 앞으로 태어날 애는 어떻게 먹이고 입힐거냐고 닦달을 하며 날 쓸모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것도 모자라 하루가 멀다하고 울구불구 소리치며 나를 저주했다.
 
 하여 난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뭐든 해야했다.
 
 수십개의 알바를 거쳐 종착한 직업은 헌터들을 대상으로 한 택시기사였는데, 위험지역까지 나가 던전 탐사를 끝낸 헌터들을 데려다주는 일이었다.
 
 목숨값으로는 부족했지만 돈을 복사하듯 벌어대는 헌터들이 가끔 던져두는 팁으로 연명하며 4년을 밤낮없이 일한거다.
 
 1. 절대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2. 질문에는 최대한 친절하고 짧게 대답한다.
 3. 사적인 얘기는 일체 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한다.
 
 헌터들의 성격은 대체로 지랄맞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세워둔 세 가지의 철칙이었다.
 
 4년.
 
 학자금 빚을 청산하는데 걸린 세월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간 고생한 아내에게 모든 경제권을 맡겼다.
 
 아이에게 더 좋은 옷을 입히고, 더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택시기사 일을 계속하며 하루 12시간씩 운전을 했다.
 
 이런 나에게도 취미가 있었다.
 
 승객을 픽업하거나 대기하는 중에 던전 공략집 오디오북을 듣는거였다.
 
 언젠가 나도 각성을 하게 되면 살이 되고 피가 될 정보들이었기에.
 
 외우는 거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는 난 1레벨부터 입장 가능한 각종 F급 던전부터 최근 업데이트 된 D급 던전까지의 공략을 꿰차게 되었다.
 
 여기에 종종 들려오는 승객들의 전화나 혼잣말 등은 던전에 관한 추가 정보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난 행운과는 먼 사람이었다.
 
 하다못해 F급으로 각성을 하면 던전을 들어갈 기회라도 생길텐데 그조차 내겐 꿈만 같은 얘기였다.
 
 ✹ ✹ ✹
 
 “뺘뺘!”
 
 가장 큰 행복이자 축복인 딸 혜연이.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여 치킨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자 혜연이가 두 팔 벌려 나를 맞이했다.
 
 그런 혜연이를 꼭 끌어안는데.
 
 현관에 처음보는 구두가 놓여있는게 아닌가.
 
 침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낯선 남자의 향수 냄새.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쿵쿵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문고리를 돌리자 아내와 웬 기생오라비 같은 사내가 이불을 뒤짚어 쓰고 누워 있었다.
 
 "오,오빠!"
 "신혜정 너······."
 "내가 다 설명할 게."
 
 설명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얼마나 물고 빨아댔으면 목 근저리까지 자국이 남아 있었으니까.
 
 "넌 어떻게 딸을 앞에 두고 이딴 짓을······."
 "잠시만, 오빤 무슨 말이 그래? 내가 바람 핀 게 전부 내 잘못이야?"
 "뭐?"
 "오빠가 벌어오는 쥐꼬리만한 돈가지고 내가 평생 이렇게 살아야겠냐고!"
 
 적반하장.
 
 되레 큰 목소리를 낸 아내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사내가 나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봐, 형씨. 우리 더 추해지지 말자고."
 "넌 닥치고 있어. 내 딸 앞에서 개짓거리 한 걸 생각하면 당장 죽여도 시원찮으니까."
 "당신 딸이라고 누가 그래?"
 
 벌어진 입에서는 아무런 말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쇠방망이가 머리를 후려갈긴듯한 기분.
 
 "내가 S급으로 각성하고 오랜만에 혜정이를 만났거든? 그런데 뜬금 없이 내 아이가 있다지 뭐야. 친자 확인해보니까 맞더라고."
 "개소리 마."
 "흠, 현실부정인가. 솔직히 너 같은 하루살이보단 S급으로 각성한 내가 혜연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아내를 노려보는데, 그 뻔뻔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다.
 
 "나 임신했어 오빠."
 "······."
 "응, 여기 이 사람 아이야. 그러니까 우리 그만 이혼하자. 그게 서로를 위해 맞는 거 같아."
 
 존재 자체가 부정 받는 비참한 기분.
 
 이런 상황에 우습게도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한 쪽에 쌓여있는 아내의 명품 가방이었다.
 
 난 십원 한 장 쓰는게 아까워서 벌벌 떠는데 이 사람은 그동안 슬라임 피부 관리다 명품이다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던 거다.
 
 "뺘뺘."
 
 그때 방 안에 들어온 혜연이가 울먹이며 내 바짓자랑을 붙잡았다.
 
 속이 울렁거린다.
 
 분명 내 딸인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자식이 맞는데.
 
 저 세치혀에 감정이 널뛰기하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혜연아, 저 사람은 네 아빠 아니야."
 "뺘뺘!"
 "아빠는 여기 이 사람이란다."
 
 이성의 끈이 끊어질락 말락하던 때.
 
 기생오라비 새끼가 아내의 뺨을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자기랑 혜연이 이런 후진 곳에 두는 거 내내 마음에 걸렸어. 이참에 우리 집으로 들어가서 살자."
 "그럴까?"
 "응, 자기가 원하는 핫스파랑 야외 풀도 있고 마사지사랑 전업도우미도 구해줄게. 앞으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거야."
 
 그리 말하며 나를 위아래로 바라본다.
 
 밤샘 운전에 굽은 허리.
 관리라고는 하나 되지 않은 비루한 몸과 보잘 것 없는 외모.
 
 수컷으로서 승리를 확신한 기생오라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쪽이 그동안 우리 혜연이 먹여살린 값은 내가 톡톡히 배상해줄테니까 그런 험악한 표정 짓지 마. 뭐, 한 5억이면 되겠어?"
 "오빠,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줘. 이 사람 여태 그거에 반도 못 벌었어."
 "자기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지."
 
 아내, 아니 쌍년이 비음을 내뱉었다.
 
 "아이참, 자기도."
 "이혼서류랑 합의금은 내 담당 변호사랑 상의해보자."
 "자기 담당 변호사도 있었구나."
 
 씨발 것들.
 
 똥물에 튀겨 죽여도 시원찮은 것들이 호호하하 거리며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여태 병신처럼 아무말 못하고 있던 나는 간신히 한 마디를 쥐어짜냈다.
 
 "후회할 거야."
 
 우습지.
 
 당장 저 년놈들을 때려 죽여도 시원찮은데 고작 그따위 말이라니.
 
 S급 헌터라는 말에 몸이 굳어버린걸지도 모른다.
 
 쌍년이 푸하하 웃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어, 오빠."

댓글(198)

tron    
요즘엔 이혼제목표절이 유행인가?
2022.03.24 09:15
애오라지    
ㅋ 워낙 세태가 이혼이 많잖아요 그러려니 하고 봄
2022.03.24 11:25
샷무재    
주제 많은데 왜 꼭 이혼이지
2022.03.24 16:15
사이다온리    
시작하자마자 암걸림
2022.03.26 03:22
뻘막    
다른건 몰라도 그놈에 큰 따옴표 눈에 거슬려서 못보겠네
2022.03.28 03:39
자유하늘    
근디 말마따나 s급 헌터인데 유부녀를 저렇게 대우해서 댈구살 이유가?
2022.03.28 23:17
n5************    
다른것보다 따옴표가 전부 망침
2022.03.30 13:01
kafaha    
ㅋㅋㅋㅋㅋㅋ
2022.03.31 04:15
ki******    
또이혼 타령 소설시작부분이 다똑같아 개씹노잼
2022.03.31 09:22
dd******    
작가라는 인간들이 양심이 없네 제목짓기 귀찮나?
2022.04.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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