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았던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천마. 아니. 이민우는 마치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눈을 떴다.
“형부······?”
귓가를 부드럽게 간질이는 목소리.
이민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제 갓 스무 살쯤 됐을 미모의 여성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형부··· 정신이 드세요?”
커다란 눈동자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하다.
그녀가 누군지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았다.
“처제?”
“맞아요. 저 소희에요. 제 얼굴 알아보시겠어요?”
연예인 뺨치는 외모.
그리고 눈밑의 애교점까지.
눈앞의 여성은 틀림없이 이민우의 처제인 한소희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한소희는 이민우가 기억하던 것과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럴 리가. 그날로부터 벌써 30년이나 지났는데.’
민우가 의문을 품던 그때.
한소희가 갑자기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내 정신 좀 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잠깐만 기다리세요. 간호사 언니 불러올 테니까요.”
한소희가 간호사를 불러오는 동안 몸을 일으킨 민우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얀 커튼.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
병실 구석의 TV에선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화면 속의 출연자들 얼굴도 이민우가 기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뒤이어 화면 상단의 날짜를 확인한 민우가 멈칫했다.
“2022년?”
그가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의식을 잃고 무림으로 넘어간 시점이 2019년이다.
그리고 무림에서 30년을 살았으니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2049년이어야 했다.
그런데 고작 3년밖에 흐르지 않은 것이다.
현실과 무림을 넘나든 탓에 시간의 축이 뒤틀리기라도 한 걸까.
무수한 의문이 떠올랐으나 민우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뭐 어때.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지.”
지금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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