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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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2022.05.11 조회 7,205 추천 165


 나는 천재였다.
 또는 영재거나, 또는 수재거나, 그런 식으로 불렸다.
 담임들은 너도나도 월반을 권했고, 교육청의 영재반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등지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그렇지만 거기에 응하지는 않았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나는 호기심에 차 있었다.
 학교라는 작은 새장 속에서 고통받는 또래들을 보며, 이런저런 날카로운 시상들을 떠올리는 데 집중하곤 했다.
 
 20대가 되어 서울대 사범대에 진학한 뒤에도 그랬다.
 인간이란, 시보다는 훨씬 먼 곳의 쇼케이스.
 그 안에 들어가 현재를 공유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뒤에도 나는 운문의 미래를 그렸다.
 저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미래라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됐다.
 선생이라는 호칭에는 어울리지 않을 좌절.
 오랫동안 천재라 불렸던 내게도,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이렇게밖에 못 하겠어!”
 
 교무부장이 얼굴도 붉히지 않고 호통을 친다.
 올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소리.
 그리고 그가 동료 교사를 비난하고 독촉하도록 종용하는 원흉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발아래에 놓인 환경이었다.
 
 신향고등학교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자사고라고 하면 어디는 정원이 미달되고 어디는 귀족학교 소리를 듣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스템인데, 우리 쪽은 귀족학교로도 모자라 아예 왕족학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위치가 덕수궁 뒤편인 것은 부차적인 이유.
 본질적으로는 타 자사고들을 압도하는 재단의 금력 덕분에 오랫동안 한국 최고의 명문고로 군림해온 까닭이었다.
 
 그런 자사고의 교무부 라인은 경쟁이 치열한 로열로드다.
 TO 후보군에 오른 인물도 당연히 넘쳐났다.
 3년차부터 9년차까지 다섯 명 정도가 이쪽을 노렸는데, 오직 교무부장의 독단으로 경력직 신입인 내가 여섯 번째 멤버에 발탁된 전개였다.
 
 자기 나름의 기대가 있었겠지.
 서울대 동문, 그것도 같은 국어교육과 후배고, 교무분장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입속의 혀처럼 굴었으니까.
 그랬는데 막상 데려오고 보니 일 처리가 엉망인 거다.
 덕분에 자기까지 윗선에서 욕먹게 됐으니 짜증도 났으리라.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이해하지만, 나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
 
 “석차 게시는 인격권 침해입니다, 선생님.”
 “누가 게시를 하겠대? 정리만 해서 달라는 거 아냐? 학생들한테 공개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회에서 설명할 용도라니까?”
 “마찬가지 아닙니까. 학부모들끼리 누가 몇 등인지 다 알고 나면 그 얘기가 학생들한테 안 전해질 리 없습니다.”
 “하······ 윤택 선생. 아니, 택아. 너 나랑 해보자는 거야?”
 “아닙니다.”
 “아니면, 말을 좀 들어. 나는 뭐 대가리에 든 게 없어? 나라고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것 같아? 여기 자사고야. 자율이라고. 네가 있던 똥통 공립하고는 논리 자체가 달라요.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학비를 받아 운영한다. 이게 대명제야. 그러면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마땅하잖아?”
 
 그건 논리적이지 않은 발언이었다.
 애초에 요청의 주체가 학부모‘들’이 아니니까.
 올해 새로 임명된 학부모회장이자 이번 시험 전교 1등의 모친인 신현서가 주창한 학업성취 증진 계획의 일환.
 그게 어떻게 모든 학부모를 위한 일이 되겠어.
 
 그렇게 담화에서 빠져 있는 주어가 핵심이다.
 그 신현서가 재단 이사장의 조카라는 점이, 교내 No.3인 교무부장으로 하여금 헌법에서 보장된 인격권을 침해하는 개인정보 반출을 명령하게 만든 근원일 터였다.
 
 “교육은 애들을 위한 거잖습니까. 학부모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바로잡아야 하잖습니까.”
 
 나름대로 표정연기까지 해가며 탄원한 말.
 그렇지만 교무부장 박택조는 코웃음을 쳤다.
 
 “하. 윤 선생, 지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이요?”
 “그래, 착각. 지금 네가 학부모회 요청에 불응하는 게 학생들을 위한 일 같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럼 어디 해봐. 그렇게 해보고, 학생들 원망에 네가 책임을 져봐.”
 “학생들이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를 하니까 하는 말이야. 애들이 뭘 원한다고 생각해? 사립대 등록금이나 진배없는 돈 내고 신향고 들어와서, 뭘 이루려고 한다고 생각해? 지덕체? 인간적인 교우관계? 아름다운 사제관계? 원할 수 있겠지. 몇몇은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애들은 극소수야.”
 
 극소수라니.
 학생은 당연히 인격적인 교육을 바라기 마련-
 
 “면학 분위기. 이 학교 학생들은 그걸 바라고 입학했어. 자기들을 덜떨어진 패배자가 아니라 사회의 승리자로 만들어줄, 절대적인 면학 환경을 바라고 있다는 말이야.”
 “그건 그냥 학부모들이 바라는-”
 “애들은 아닐 것 같아? 요새는 애들도 알 거 다 알고 와. 정시의 신향고, 수시의 한원고, 그 말 모르는 애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 빡셀 거 다 알면서도 온 거야. 왜 그랬을까? 3년 빡센 걸로 다음 90년이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신향고에 들어가면, 내신은 설혹 꼴찌를 하더라도, 정시로 무조건 인서울 가니까. 그래서 온 거야. 그걸 위해서라도 석차 공개는 필수인 거야. 눈에 보이는 명확한 지표가 있어줘야, 하위권 학부모들도 발작적으로 애들 공부시키려고 애쓸 거라고. 그렇게 돼야 학급 전체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거야.”
 
 그건, 학생 개개인을 인격이 아닌 부품으로 취급하는 발상.
 그렇지만 반박할 수 없는 정론이다.
 이어지는 설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 측은 다를 것 같나? 이사장님이 뭐 학부모회 눈치 보느라 그러려니 넘긴 것 같아? 우리도 똑같아. 서울대 몇 명 보냈느냐로 인터넷에 고등학교 순위가 돌아요. 거기서 외고 영재고가 무지하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자사고 폐지 어쩌고 떠드는 놈들 때문에 피곤했던 시기 지나니까, 이젠 아예 춘추전국이 됐다는 거야. 이 와중에 재학생들 기분이 중요할 것 같아? 애들 성적 신장시키는 게 최우선이야. 그것만이 자사고의 지상명제라는 거야.”
 
 자사고의 지상명제.
 그 합리적인 결론 앞에 고개를 숙이고 교무실을 빠져나오는 길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봄꽃이 만개한 안뜰을 바라봤다.
 총천연색의 봄날과는 어울리지 않는 잿빛 마음으로.
 
 일반계 공립 중학교에서 3년을 일했다.
 학생들의 미래보다 자기 노후에 골몰하는 아저씨 아줌마들 사이에서, 혼자 뭐라도 바꿔보려고 진흙탕을 굴렀다.
 그리고 마침내 한 학생의 죽음을 보며 깨달았다.
 교육자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똥덩어리들이 교육청에 군림하고 있는 이상, 대다수의 공립학교 교육 시스템은 영원히 똥통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그렇기에 자사고 이직을 준비했다.
 큰 틀의 아웃라인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모든 커리큘럼을 교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교육기관.
 그중에서도 교사들 사이의 평판이 좋은 신향고로 간다면, 비로소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 생각이 처음에는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사장부터가 학생들의 미래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고, 교장과 교감도 첫 연수 때 학생들의 인격권 보호와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는 태도를 드러냈기에.
 그래서 뒤늦게나마 최적의 무대를 찾았다고 생각했지.
 2월 5일이 되기 전까지는.
 
 2023년 2월 5일에, 서울대 정시 결과가 발표됐다.
 하루도 안 가 고교별 합격자 수가 떴고.
 거기서 신향고는 늘 그랬듯 모든 고교 중 1위에 해당하는 42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지만, 한원고가 그 뒤를 이어 33명을 기록하자 일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안 그래도 수시 쪽에서 특목고나 영재고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왔던 한원고가 정시마저 전체 2위.
 자연히 수시와 정시를 합한 총 합격자 순위가 뒤바뀌었다.
 한원고가 1위, 신향고가 2위.
 그게 다가 아니라 3위부터 늘어선 영재고와 외고들 역시 근소한 차이로 뒷덜미를 잡으려 달려드는 형국이었다.
 
 그때부터 일이 틀어졌던 거다.
 면접 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며 느긋한 척했던 이사장이, 자사고 라이벌인 한원고에 밀리자 불타올랐던 모양.
 어떻게든 1위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하루가 멀다고 외부 사례 들고 와서 벤치마킹을 지시하더라.
 
 덕분에 교무부 막내인 내 업무량이 폭증했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모른 채로 모니터만 본 3월과 4월.
 아무리 나라고 해도 처음 온 학교 처음 맡은 학년에 적응하면서 교무부 일까지 깔끔히 해내기엔 역부족이어서, 방금 문책까지 합쳐 그 기간에 도합 열두 번을 까였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꿈도 비전도 없는 사무직 라이프만이 하루하루 스치는 중이고.
 
 정말이지 미래가 보이지 않아.
 차라리 공립에서 더 발악해보는 편이 나았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걷는 와중이었다.
 
 한순간, 시야가 암전했다.
 문득 든 생각은 요새 너무 잠을 안 잤나 하는 방향.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눈앞이 컴컴해진 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왠지 소리만은 명확하게 들려왔다.
 
 “뭔데 뭔데? 무슨 일인데?”
 “떨어졌대!”
 
 귀에 익은 1학년 여학생의 목소리.
 그에 화답하는 인물 역시 얼굴을 보면 누군지 알 법했다.
 다만 대화의 내용만이 터무니없이 낯설었다.
 
 “떨어져?”
 “3반 안지유, 옥상에서 떨어졌대!”
 “진짜로? 어디서?”
 “저기 저기! 화단 앞에 사람 모여 있잖아!”
 “진짜야? 걔가 갑자기 왜?”
 “몰라? 중간고사 성적표 나와서 그랬나 보지.”
 
 1학년 3반 안지유가, 옥상에서 떨어졌다?
 그 아이가 투신자살을 했다고?
 
 의문을 떠올린 순간, 시야가 돌아왔다.
 다음 행보는 당연히 대화를 나누던 여학생들을 찾는 일.
 하지만 목소리가 닿을 거리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이건 백일몽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
 그렇게 결론짓고 열람실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내 수업은 오후에만 세 시간.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교무실에서 밀린 행정 업무부터 마무리해야 할 때지만, 방금 부장에게 깨지고 나서 그와 붙어 있기는 조금 민망한 감이 있다.
 해서 미리 동아리 활동부터 준비해놓고 돌아갈 셈이었다.
 
 그랬는데, 멀찌감치 안지유가 보였다.
 내가 부담임을 맡고 있는 3반에서 가장 얌전한 아이.
 그녀가 조례 중인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중앙계단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고 나자, 문득 불안해지고 말았던 거다.
 어쩌면 내가 들은 게 미래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그게 혹시 한 시간쯤 뒤의 미래였다고 한다면.
 어떤 수단으로든 잠겨 있는 옥상 문을 열고 그곳에 나선 안지유가, 가채점한 성적을 비관해 아래로 뛰어내린다면.
 그 미래를 모른 척한 나는 살인자와 뭐가 다를까.
 
 미신을 신봉할 수 있는 성격은 못 되지만······
 마음이 그렇게 정리되지 않더라.
 혹시, 만약, 그런 가정하에서라도 불안감을 안겨주는 요소를 미리 배제해두고 싶었다.
 그렇기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안지유를 뒤따랐다.
 
 단정하게 자른 흑발을 머리띠로 고정한 소녀는, 내 염려처럼 비틀거리거나 훌쩍거리지는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성큼성큼 층계를 오를 따름.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문 앞에 섰다.
 
 그때까지도 계단의 내측 난간에 엄폐한 채 미행 중이었던 나는, 이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안지유가 열쇠로 비상문을 열어버렸기에.
 대체 그걸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 궁금해지기 이전에, 환청처럼 들려온 대화 그대로 투신자살을 시도하려는 듯한 정황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말았다.
 
 갑자기 생겨난 예지력에 대한 분석은 나중 문제.
 핵심은 그 투신을 막을 수 있을지다.
 자살이라는 건 대체로 아주 극단적인 환경을 담보하기 마련이라, 공감대 없이 무작정 멈춰 세우려고만 한다면 어떻게든 비극으로 이어지고 마는 법.
 그 사실을 나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심호흡을 하며 생각했다.
 감수성 예민한 고1 여학생에게 삶의 동력을 줄 한마디를.
 그리고 20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그녀의 뒤를 따라 옥상으로 뛰쳐나갔다.
 
 그때 안지유는 이미 난간 위에 서 있었다.
 일단 쫓아가서 붙잡을 걸 그랬나 싶어지는 재빠른 행동력.
 자살 기도자들이 실행 전에 최소 5분 이상 시간을 끈다는 통계적 사실에 기인해 추격을 늦췄던 내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다만 그런 내 등장이 안지유에게도 놀랍기는 했던 듯했다.
 
 “어? 국어쌤?”
 “······안지유, 일단 내려와. 내려와서 얘기하자.”
 “으아, 들켰네. 쌤, 얘기 안 하면 안 돼요?”
 “안 돼. 내려와. 내려와서 얘기부터 하자.”
 “아니, 그게 아니라······ 얘기하면, 얘기 안 할 거예요?”
 
 왠지 대화가 헛도는 느낌.
 하지만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이긴 한 것 같아서, 믿음직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려와. 그럼······ 얘기 안 할게. 안 해도 돼.”
 “진짜요? 다행이다!”
 
 턱없이 평화롭게 손뼉을 치고, 안지유는 난간에서 내려섰다.
 그 시점에야 나는 내 선입견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학생이 난간 위에 올라가는 일이 꼭 자살을 위해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너, 설마 그게 취미야? 난간에 올라가는 게?”
 “네. 답답할 때 가끔요.”
 “······열쇠는 어디서 나서?”
 “전에 경비 아저씨가 흘린 거 주웠는데······ 쌤, 진짜 얘기하면 안 돼요? 아까 약속했는데, 약속 안 지키면 안 돼요?”
 
 그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쌤’이라는 줄임말의 원형인 ‘선생님’에 대해서.
 그것은 삶을 먼저 살아온 사람에 대한 경칭.
 누구도 모르는 미래를 듣는 나는,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선생(先生)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15)

시간보내기    
좋네요. 신선합니다.
2022.05.11 14:32
들판k    
작가님 신작 신선한 소재 화이팅입니다
2022.05.14 17:02
LoveAuthor    
선생님이 후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2.05.19 15:49
냥냥펀치    
선발대 보고 드립니다. 대존잼입니다 .
2022.06.04 12:49
Powerpuff    
기대하고 가볼께요..
2022.06.14 18:32
i엔키두    
자사고가 입시학원이 된 지가 언젠데, 진정한 교육을 생각하는 교사가 자사고로 갑니까? 주인공이 둔재인가요?
2022.06.28 22:36
비벗    
주인공이 바라는 좋은 선생이란 것이, 단지 나 혼자 좋은 교육을 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본문에 다 나온 얘기기도 합니다만..
2022.06.29 15:21
i엔키두    
주인공이 바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사고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실수라는 말입니다. 서울대 가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믿는 분들이 가득한 그 곳, 입시학원이 된 자사고에서 어떻게 좋은 교육, 올바른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2022.06.29 18:35
비벗    
그런 문제들이 이후의 본문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주제의식인지라 여기서 자세한 답변은 드리지 않으려 했던 건데... 의문을 접어두고 읽어주시기 어려우신 듯해 두 가지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실현할 수 있을까'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교육을 실현하는 것은 주인공에겐 그저 당위입니다. 그건 전제로 놓아둔 채, '내 좋은 교육'을 넘어 좋은 교육을 전파하는 존재가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나 혼자 30명 학급을 맡아 1000명의 전교생에게 좋은 교육의 기억을 심어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좋은 교육'을 실현하는 좋은 선생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내 좋은 교육'을 실현할지는 그 목표를 위한 방법론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한국에는 다양한 고등학교들이 있어왔지요. 특목고에, 자공고에, 대안학교나 혁신학교도 오랫동안 연구돼왔고, 근래에는 미래학교 등도 추진 중입니다. 해당 학교들 중 좋은 사례의 경우 분명 교내의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올바른 교육'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켰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양한 학교가 난립했지만 주류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자사고 과학고 외고 강남 8학군뿐이니까요. 결국 그곳을 바꾸지 않는 한 좋은 교육 따위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주인공의 판단입니다. 둘째로, 그렇기에 주인공이 바라는 교육은 입시를 배제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입결에 드러나지 않는 '좋은 교육'으로는 학부모들의 편견을 바꿀 수 없음이 증명됐으니까요. 입시와 인성 함양과 자아 실현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교육을 꿈꾼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혁신고 등에 가서 입시 실적을 하나고나 외대부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쪽이 훨씬 더 현실성 없는 방법론입니다. 그보다는 이미 우등생 풀이 형성돼 있는 소위 '명문고'에서 '혁신적인 방법으로도 수능 성적 똑같이 잘 나오는데?'라는 화두를 만들어내는 편이 훨씬 쉽다는 겁니다. 처음에 공립중학교를 선택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중등학교 종류 중 가장 수가 많은 그곳에서 개혁을 완수하고 그로써 교육계에서 유명세를 탄다면,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교육철학을 퍼뜨릴 수 있을 거라고 봤던 거죠. 그렇지만-아마 이유는 잘 아실 듯합니다만-그 도전은 실패했습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이후 여러 학교들을 저울질한 끝에 역으로 가장 수효가 적다고 할 수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 중 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1등 명문고를 개혁해 좋은 교육으로 좋은 성적까지 담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선 자사고들을 변화시키고, 그로써 학부모들의 인식을 개선해 전체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해명을 통해 '좋은 교육'이라는 표현을 어떤 범주에서 해석하는지의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겼을 뿐임을 이해해주셨다면, 추가적으로 그런 대계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해주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만 그 부분은 소설의 재미를 위해 답해드릴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애초에 예지력이 나온 시점부터 전개의 핍진성에 관한 논의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니까요. 모쪼록 이 답변이 도움이 됐다면 기쁘겠습니다.
2022.06.30 17:55
룰루랄라7    
추천글 보고 들어왔어요~ 추천 선작하고 차근차근 음미해 볼게요! 굿밤 되시기를~
2022.06.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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