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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타생지연(他生之緣)이라]

2022.05.11 조회 9,136 추천 191


 [제1화. 타생지연(他生之緣)이라]
 
 노을이 땅에 내려앉았다.
 무결이 느낀 바는 그러했다.
 
 화르르르르-
 
 불타는 마을과 머리가 잘려 죽은 사람들.
 나무창 끝에 달린 두 개의 머리가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피가 꼭 눈물 같았다.
 
 "엄마, 아빠."
 
 불과 반나절 전만 해도 웃으며 그를 반기던 부모님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무인들은 마을 사람들을 죽여댔다.
 반항 한번 못한 이들이 남긴 것은 단말마의 비명과 살려달라는 외침뿐이었다.
 전신에 피를 묻힌 두 명의 무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처리해."
 "아직 아이일 뿐이잖습니까."
 "크면 우리에게 칼을 휘두를 적이다. 부모의 목을 벤 게 너이니 아이의 마무리도 네 몫이다."
 
 그 말에 무결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얀 얼굴에 아직 수염조차 나지 않은 남자였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가 내민 것은 손이 아닌 검이었다.
 
 푸욱-
 
 검은 그대로 무결의 아랫배를 파고 들어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검은 양팔과 두 다리의 근맥까지 끊어놓고 나서야 다시 검집으로 돌아갔다.
 
 "운해. 너도 참 잔인하군. 죽이는 건 양심에 걸리니 혹여 커서 복수를 못 하게 병신으로 만드는 거냐?"
 "..."
 "쯧. 약해빠진 놈."
 
 그 말이 사실인 듯 운해라 불린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무결은 서서히 정신이 흐려지는 정신에도 그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잃지 않았다.
 운해란 남자는 그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듯 사라졌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목이 잘린 부모님의 머리와 붉은 노을 섞이고 이내 붉은 피마저 세상을 적셨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는 그저 자리에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아."
 
 부모님의 머리는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위에 올라선 까마귀가 대부분 쪼아먹은 후였다.
 무결은 새를 쫓아내려 했지만 두 발과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릎을 채 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안돼."
 
 까마귀는 그를 비웃듯 쉬지 않고 살점을 파먹었다.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까마귀들을 큰 소리로 울어 재치며 날아갔다.
 무결은 그 자세로 한참이나 엎드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온몸이 아파져 왔다.
 눈물을 흘려도 아팠고, 숨을 쉬어도 아팠고, 생각을 해도 아팠다.
 
 "..."
 
 폐허가 된 마을에 까마귀 다음으로 찾아온 것은 전상(戰廂)들이었다.
 죽은 이들의 옷 하나마저 벗겨 파는 그들은 익숙하게 사체를 털어갔다.
 
 "여기는 누구 짓이오? 무림맹? 마교? 그것도 아니면 사패천?"
 "사체 상태를 보면 무림맹이다. 마교나 사패천은 이렇게 깔끔히 죽이지 않거든."
 "애먼 사람들 죽이는 건 매한가지인데 깔끔이고 더럽고가 어디 있단 말이오."
 
 천하가 피와 신음으로 가득 찬 시대다.
 공적(功績)을 세우기 위해 일반 양민들을 마교의 주구로 몰아 죽이는 비일비재했고, 산자보다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익숙했다.
 협의(俠義)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사치가 된 지금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는 것에 급급했다.
 
 "그나마 이들은 우리가 구천을 떠돌지 말라 염이라도 해주니 그나마 다행 아니냐"
 "반쪽짜리 불경이나 진언 따위 외는 게 염이오?"
 
 비웃던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무결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쯧. 어린아이까지 죽이다니."
 
 말과 달리 손은 옷을 벗기려 했다.
 피에 젖은 무결을 보고 도저히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몸을 꿈틀거리는 꼴을 보고 남자가 화들짝 놀랐다.
 
 "아이가 살아있소!"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 데려다 키우게?"
 "그건 아니지만."
 
 남자는 흡사 시장의 물건을 살피듯 무결의 몸 상태를 살폈다.
 
 "단전을 꿰뚫었고 손과 발의 근맥도 잘라냈소. 살아도 산 것이 아니오. 정말 잔인하군. 잔인해!"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일이나 해라. 오늘은 저 위쪽의 마을까지도 가야 하니!"
 
 무결을 살피던 남자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쥐 고기를 말린 싸구려 육포였다.
 
 "죽기 전에 배라도 채우거라. 쯧."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짧게 진언을 외웠다.
 말 그대로 죽은 이에게 하는 행동이었다.
 무결은 그들을 뒤로 또다시 혼자가 되어 마을에 남겨졌다.
 
 '아파.'
 
 온몸이 꿰뚫린 상처는 곧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졌다.
 열이 들끓으며 무결은 들뜬 숨을 몰아쉬었다.
 이대로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결은 버둥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자신에게 진언을 외우고 떠난 남자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염을 하지 않으면 구천을 떠돈다고 했어.'
 
 그것의 정확한 뜻은 몰라도 좋지 않은 것쯤은 알았다.
 그렇다면 죽은 부모님의 입에도 고기를 넣고 염을 해야 했다.
 그래야 저승에 가더라도 부모님을 볼 테니까.
 
 그는 버둥거리며 나무창을 밀었다.
 기다란 창이 쓰러지며 머리가 떨어졌다.
 머리는 언덕길을 따라 데구르르 굴러갔다.
 무결은 머리가 떨어진 곳으로 기어갔다.
 
 "...엄..마."
 
 기다란 머리카락은 평소와 달리 엉켜있었다.
 그는 입에 물고 있던 육포를 반쯤 뜯어 입속에 넣었다.
 
 "...아프지 마."
 
 그리고 마지막 남은 것은 아버지의 머리였다.
 그것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무결의 흔들리는 시야에 오직 아버지의 머리뿐인 보이지 않았다.
 
 [무결아.]
 
 왠지 모르게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뒤로 보이는 잿빛의 털과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낸 늑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빠."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의 머리까지 기어갔을 때 내려다보는 늑대를 발견했다.
 샛노란 눈동자에서 흉포한 살의가 전해졌다.
 무결은 떨리는 손으로 남은 육포를 입에서 빼서 아버지의 입가에 넣었다.
 
 -크르르르르
 
 "...이제...됐어."
 
 무결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드러난 목덜미는 마치 늑대에게 물어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늑대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히 따랐다.
 침을 뚝뚝 떨어뜨리며 입을 쩌억 벌렸다.
 하지만 미처 목을 물어뜯기 전에 날카로운 뭔가가 늑대의 몸을 갈랐다.
 
 스걱-
 
 늑대는 그대로 반 토막이 난 채로 쓰러졌다.
 무결과 늑대 앞에 나타난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그는 죽은 듯 엎드려 있는 무결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타생지연(他生之緣)이라.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내가 너를 발견하고 살렸구나. 이것 또한 짙은 인연이겠지."
 
 노인은 그대로 무결을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두 노소(老小)가 다시 나타난 곳은 수풀로 가려진 동굴이었다.
 
 ***
 
 정신을 차린 무결은 눈을 끔벅였다.
 늑대에게 잡아먹혔으니 당연히 이곳은 저승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저승에 먼저 온 부모님이 분명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리라.
 
 "..."
 
 눈동자를 굴러 주변을 둘러보았으니 부모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찍이 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일어났느냐?"
 "...."
 "늑대에게 죽을뻔한 것을 내가 구했다."
 
 노인은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기라도 한 것 같았지만 막상 무결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것은 눈물이었다.
 그는 살아남은 것에 전혀 고맙지 않았다.
 무결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동굴 밖으로 기어나갔다.
 
 "뭐 하는 거냐?"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지만 무결은 답하지 않았다.
 그는 죽기를 바랬다.
 다시 엄마를 보고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그에게 혼자남은 이곳은 그저 지옥일 뿐이었다.
 노인은 굼벵이처럼 기는 무결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회한 목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잘린 근맥을 다시 이어붙였다. 반년간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을 거다."
 
 노인은 눈앞에 놓인 잔을 들이켰다.
 무결은 그 후로도 한참을 기었지만 겨우 1장도 가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단전이 파괴된 이상 그는 오래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일 거라면 다 낫고 움직여라."
 "싫어요."
 
 무결은 처음으로 반항했다.
 자신의 몸을 꿰뚫던 무인에게도 못했고, 산 자신에게 염을 하던 남자에게도, 하다못해 부모님의 살점을 파먹던 까마귀와 죽이려던 늑대에게조차 못 했던 것이었다.
 한번 터진 감정은 이내 폭포처럼 흘러넘쳤다.
 
 "왜 다 죽어야 하는 거죠?"
 
 노인은 무결을 그저 내려다봤다.
 
 "우리 부모님은 평범했어요. 그런데...왜..."
 
 무결은 땅을 내리치려 했지만 주먹조차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벌레처럼 웅크린 채 흐느끼는 것뿐이었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몸이었다.
 
 "...너무...화나요. 화가 난다고요."
 
 노인은 재차 잔에 담긴 것을 들이마셨다.
 빈 잔에는 진한 녹색의 독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약하니까."
 
 노인의 답에 무결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기묘한 기운이 일렁였다.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독기였다.
 쌓이고 쌓이다 보면 스스로마저 집어삼킬 강한 독.
 
 "약하니까 당하는 거다. 현재의 강호의 척도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약한 자는 강한 자의 먹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나도···강해지고 싶어요."
 
 노인은 거기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늑대를 단 한 번의 손짓으로 갈라내는 강한 무공을 지녔지만 그 또한 약자일 뿐이었다.
 그저 이 외딴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쉬어라."
 
 노인의 가벼운 손짓에 무결은 수혈이 짚이며 기절하듯 쓰러졌다.
 그는 다시 그를 집어 들어서 이불 위에 눕혔다.
 얼핏 드러난 노인의 얼굴은 무척이나 흉측했다.
 반은 화상으로 녹아내렸고, 나머지 반은 베이고 찢긴 흉터로 가득했다.
 
 살중지왕(殺中至王) 교천조(僑天助)
 
 그의 이름이었다.
 살막의 주인이었으며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도 그의 살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림맹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맹주와 마교의 주인인 교주조차 어둠 속에 숨어 움직이는 그를 경계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의뢰로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패왕악군(覇王岳君)
 
 천하대장군이자 절세의 무인이었던 그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어린 황제가 그를 통해 무림정벌계를 벌인다는 맹주의 말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교천조는 수천의 금의위와 동창의 호위를 뚫고 그의 목을 베는 데 성공했다.
 
 -나를 죽였으니 이제 강호는 더러운 악귀들의 손아귀에 떨어졌구나! 황상이시여!
 
 죽어가면서 유언처럼 내뱉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맹주와 교주는 손을 잡고 무림을 찢어먹을 간악한 생각을 하는 종자들이었다.
 살막은 철저하게 파괴되고 그의 가족은 전부 마교와 무림맹의 볼모가 되어 버렸다.
 지독할 정도로 집요한 무림맹과 마교의 추적이 뒤를 이었다.
 
 "이 끔찍한 골육상잔의 시대를 연 것이 바로 나다."
 
 그렇기에 자신은 이 아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도 말이다.
 
 "강해지고 싶어요."
 
 무결이 다시 눈을 뜨자마자 한 말이었다.
 
 "강해져서 복수하고 싶어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느냐?"
 "할아버지는 강하시잖아요."
 
 죽음을 기다리던 흐리멍덩하던 눈동자는 더는 없었다.
 대신 독기로 가득 찬 짐승의 눈동자만이 존재했다.
 교천조는 그 이유를 알았다.
 죽음만을 기약하던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고 약육강식의 도를 깨달은 것이다.
 
 '도기였구나.'
 
 세상의 뜻을 담을 도기.
 원래대로라면 큰 도인이 되거나 높은 자리에 오를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피를 담았으니 곧 살성이 되어버렸다.
 아이는 작은 마귀처럼 자신에게 힘을 갈구했다.
 
 "우리 부모님의 목을 벤 자의 이름을 알아요."
 "그래서?"
 "똑같이 베어줄 거에요. 그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전부를요. 할아버지가 그랬잖아요. 약육강식. 그래요. 제가 더 강해져서...강해져서..."
 
 복수한다는 생각만으로 기운이 나는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반년은 더 걸려야 회복될 근맥이 이어 붙었다.
 꽉 쥔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개의 눈동자는 언뜻 붉은 기로 가득했다.
 
 "다...잡아먹을게요."
 
 '하늘은 망가진 세상에 새로운 악을 풀어놓으려는가?'
 
 순수한 악(惡).
 교천조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너는 이대로 죽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면 피를 몰고 다닐 것이다."
 "상관없어요."
 "네놈이 몰고 다니는 피로 주변 사람들이 죽는데도?"
 
 잠시 죽은 부모를 떠올린 무결의 얼굴이 슬픔이 차고 넘쳤다.
 
 "제 주변엔 아무도 없어요."
 "살의에 잡아먹혀 괴물이 될 거다."
 
 교천조의 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그 무엇도 베어내는 금단사(金斷絲)가 소리 없이 뻗어 나갔다.
 손가락을 까딱하는 순간 무결의 목은 떨어져 나갈 터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무결의 말에 그가 멈춰 섰다.
 
 "...괴물은 되기 싫어요."
 "..."
 "그들이야말로 괴물이에요."
 
 맞는 말이었다.
 혼세(渾世)의 세상에는 인두겁을 뒤집어쓴 괴물들로 가득했다.
 
 "벌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더한 괴물이 될 거에요."
 
 살성이 된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흐느꼈다.
 영웅이 쓰러지고 인의(仁義)가 사라진 시대.
 
 '악은 더한 악으로. 하늘이 택한 것은 그 방법인가?'
 
 교천조는 어렴풋이 보이는 동굴 밖을 올려다봤다.
 하늘 높이 떠오른 천살성(天殺星)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복수를 포기한 노인과 복수를 다짐한 아이.
 
 이곳에서 무결과 그가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래. 너에게 무공을 주마."
 
 아이는 무공이 무엇인지 몰랐다.
 
 "부서진 단전 대신 새로운 단전을 만들어주마."
 
 아이는 단전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너에게 힘을 주마."
 
 아이는 힘이 무엇인지 알았다.
 어떤 이도 벌할 수 있는 것.
 
 "대신 너는 내게 맹세하거라. 언제가 되어서라도 내가 말하는 두 명의 목을 베어내겠노라고."
 
 교천조가 이내 꺼낸 이름은 당금 강호에서 가장 두려운 두 늙은이의 이름이었다.
 
 마교주 독마혈제(毒魔大帝) 강운무(强暈武)
 무림맹주 천지뇌검(天地雷劍) 신남천(晨楠仟)
 
 "그 둘이야말로 너의 부모를, 피에 물든 강호를 만든 이들이다. 그자들을 죽이기 전까지 절대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기로 맹세하거라."
 "네. 맹세할게요."
 
 그 이름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무결은 부들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설프게 선 채로 천천히 교천조에 다가갔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앞으로 엎어졌다.
 마치 그 모습이 마치 절하는 것 같았다.
 
 "8번 더 엎드리거라."
 
 무결은 그의 말대로 계속해서 일어나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아홉 번의 구배지례.
 
 천살성을 타고난 아이는 그렇게 죽어가는 살중지왕 교천조의 제자가 되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지독한 운명이 아닐 수 없었다.

댓글(14)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5.16 02:26
장현우91    
잘 읽었습니다. 천천히 읽어볼게요ㅎ 필력 좋으시네요ㅎ
2022.05.26 23:45
키트키    
감사합니다. 장현우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22.05.27 00:07
세비허    
잘 보고 갑니다 건필 하세요
2022.06.02 03:02
어화둥둥둥    
흐흐 재밌습니다
2022.06.04 08:41
효녹    
구배지례가 아홉가지 절하는 예법 아닌지요 ? 9번절이라니...뭐 사실 정해진건 없으니 여기선 그렇다고 말하면 할말은 없지만
2022.06.08 11:27
키트키    
효녹님 말씀이 맞습니다. ㅎㅎ 클리셰적 요소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2.06.08 14:30
학교    
잘 볼게요.
2022.06.17 11:44
물물방울    
늦었지만 연재시작을 축하합니다.
2022.06.19 18:24
키트키    
물물방울님 댓글 감사합니다 ^^
2022.06.2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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