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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안에 게이트 있다.

2022.06.18 조회 34,186 추천 628


 1. 내 안에 게이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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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여! 제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마지막 희망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
 “으으! 머리야!”
 ​
 전엔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로 윙윙거리더니, 이젠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신이시여! 저의 기도를 들으시고······.]
 ​
 “씨발! 좀 닥쳐!”
 
 귀를 막아도 소용없다.
 아무리 음악을 크게 틀어도 소용없다.
 내 귀에, 내 뇌리에, 내 몸속에서 들리는 이 환청은 멈추지 않는다.
 ​
 “제발! 잠 좀 자자!”
 ​
 오늘도 늦은 밤에 폭발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목소리.
 한번 시작하면 족히 한두 시간은 앵앵거린다.
 ​
 [신이여! 너무 어둡습니다. 빛을 내려 주십시오!]
 [안식처가 필요합니다. 저를 버리지 마옵시고.]
 [신실한 신이시여! 소신에게 힘을 주시옵소서.]
 ​
 “하아! 하아!”
 ​
 그리고 이 소리가 들리면, 머리가 부서질 것처럼 아프다.
 나도 내가 미쳤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약을 먹고, 수면제를 털어 넣어도 이 환청은 계속 들려왔다.
 한 번은 수면제를 너무 먹어 죽을 뻔하기도 했다.
 ​
 콰앙!
 방문을 연 내 여동생 윤슬이가 나를 쳐다본다.
 난 반사적으로 두 손을 모아 입을 틀어막았다.
 퀭하고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생.
 그 허무한 표정이 점점 분노로 변한다.
 ​
 “오빠, 이제 그만 좀 하면 안 되겠냐?”
 “미, 미안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떻게 10년을 이러고 살아?”
 ​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방법이 없었다.
 ​
 “그, 그러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나 너무 힘들어. 내가 출근해야 월급을 받아. 그래야 우리 방세도 내고, 엄마 병원비도 내고, 밥도 먹고, 오빠 약도 살 수 있잖아, 그런데 매일 이러면 어떻게 해? 나 힘들어! 나 힘들다고!”
 ​
 윤슬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윤슬아······.”
 “그냥 우리 콱! 다 죽을까? 응?”
 ​
 쿵! 쿵! 쿵!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윤슬이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친다.
 저 가슴이 얼마나 답답할까.
 저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그걸 알지만, 내 병은 약도 없다.
 ​
 “제발 나도 좀 살자. 나도 좀 살자고!”
 ​
 여동생이 울면서 방으로 달려간다.
 미안함에 따라가 보지만, 동생은 방문을 잠갔다.
 ​
 “흐흐흑! 아흐흐흑! 엄마!”
 ​
 동생은 울고 난 방문 앞에 주저앉아 미쳐버린 나를 저주한다.
 ​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이게 뭐냐고?”
 ​
 나도 이런 내가 싫다.
 벌써 10년째다.
 10년 전 세상에 차원 게이트가 출몰하고, 인류의 1/3이 죽었다.
 아버지도 그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게이트 병에 걸려 의식이 없고,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난 끔찍한 두통과 함께 계속 환청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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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벌 것! 아예 다 망해버리지······.’
 ​
 그날 지구 인구의 2/3를 살린 것은 경찰도, 군대도, 국가도, 핵을 터트린 미국도 아니었다.
 게이트가 열리면서 이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
 그들은 이 세상에 없는 게임이나 소설에서나 보던 특이한 능력을 발휘해 차원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들을 처리했고, 드디어 게이트를 닫았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은 더욱 살기 힘들어졌다.
 차원 게이트가 열리면서 튀어나온 괴수들이 죽어 포자가 되어 퍼지고, 게이트 안에서 뿜어진 알 수 없는 기운으로 환경이 급속도로 오염됐으며, 지구 대륙의 절반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가 됐고, 천연자원과 바다까지 대부분 오염됐다.
 여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남지 않은 멀쩡한 땅은 모두 국가에서 몰수했고, 인구는 많고, 식량을 수급할 땅은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식량난이 벌어졌다. 게다가 물이 부족해 깨끗한 지하수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
 차원 게이트로 망해가는 세상!
 또 다른 희망도 게이트에 있었다.
 게이트 너머의 세상.
 즉, 다른 차원.
 헌터들은 일부 환경이 좋은 게이트를 클리어하지 않고, 그곳 차원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게이트 내부를 개척하고 경작지를 늘려 식량 부족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깨끗한 물이나 천연자원이 풍부한 게이트 역시 발견했다.
 그 덕분에 전기나 자동차 같은 문명의 혜택 역시 돈만 있으면 여전히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게이트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헌터 기업들이었다!
 내 동생 윤슬이도 게이트 안에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
 그날 이후 세상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게이트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게이트 안에 사는 귀족과 게이트 밖에 사는 일반인들.
 각성자와 각성하지 못한 자.
 나와 여동생은 각성하지도 못했고, 맨 밑바닥 노동자 계급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난 일을 할 수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목소리와 머리통이 빠개질 것 같은 두통 때문에 게이트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랬기에 내 동생 윤슬이는 15살 때부터 지금까지 깨어나지 않는 어머니와 미쳐버린 오빠까지 세 사람 몫의 일을 해야 했다.
 ​
 ‘빌어먹을! 그냥 확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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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한강에 뛰어들거나 높은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도 참 많이 했다.
 하지만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
 ***
 ​
 눈을 뜨자, 내 동생 방문 앞에 누워있었다.
 이대로 잠을 잤나?
 다세대 반지하 창문으로 햇빛이 살짝 들어왔다.
 몸을 일으켰다.
 ​
 “휴! 오랜만에 잠을 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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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지금은 머리가 아프지 않다.
 이런 아침을 맞이한 것이 얼마나 됐을까?
 ​
 “윤슬이는 출근했나? 어?”
 ​
 싱크대 앞에 작은 상이 보인다.
 그리고 상 위에 쪽지도.
 ​
 - 태신 오빠 미안!
 어젠 내가 좀 예민했어.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서 그래.
 이해해줄 거지?
 오빠 좋아하는 달걀말이 만들었어.
 밥 먹고, 약도 챙겨 먹고, 너무 집에만 있지 말고 산책도 하고.
 사랑하는 동생 윤슬이가. -
 ​
 “자식 눈물 나게······.”
 ​
 눈물을 훔치며 밥상에 앉았다.
 반찬은 게이트 산 김치와 달걀말이, 그리고 된장국.
 진수성찬이다.
 동생에게 염치없지만, 이럴수록 내가 기운을 차려야 했다.
 오늘따라 밥맛이 너무 달다.
 ​
 “지금만 같으면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밥을 먹고 대충 세수만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한 달 만에 밖에 나오니 기분이 새롭다.
 제발, 오늘은 좀 괜찮아지기를······.
 10여 분간 좁은 골목길을 걸으니, 눈앞에 거대한 불모지가 펼쳐졌다.
 과거 서울의 중앙 용산구.
 이곳은 게이트가 발생했기에 건물도 모두 무너지고, 괴이한 기운 때문에 어떤 작물도 심을 수 없는 불모지가 된 땅이었다.
 그 끝자락에 서서 바라본다.
 ​
 “더러운 세상! 저 게이트만 아니었다면, 나도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
 불모지 정중앙.
 높이 100미터의 거대한 게이트가 소용돌이치며 이글거린다.
 내 동생 윤슬이가 출근하는 태산 그룹의 용산 게이트였다.
 ​
 부르르릉! 끼익!
 ​
 “여기서 뭐 하십니까?”
 “네?”
 “헌터십니까?”
 “아니요. 그냥 구경하는 겁니다.”
 “구경이요? 다들 게이트 안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에요?”
 ​
 게이트 탐색꾼이 날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오토바이에 균열 탐색기를 싣고 다니며, 게이트 발생 전에 균열을 미리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궂은일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저래 봬도 각성한 헌터 공무원이었다.
 ​
 [오! 신이시여! 나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니! 씨발! 신이 있긴 한 거야?]
 ​
 “윽!”
 ​
 순간 두통이 몰려오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엔 욕까지 들렸다.
 ​
 “괜찮으세요?”
 “수, 수고하세요.”
 ​
 머리가 깨질 것 같았기에 서둘러 집으로 달렸다.
 오토바이 옆을 지나는데······.
 삐빅! 삐비빅!
 ​
 “헉!”
 ​
 게이트 탐색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규, 균열이다! 어디지?”
 ​
 뚝!
 갑자기 탐색기가 조용해졌다.
 ​
 “뭐지? 고장인가?”
 ​
 탁탁!
 탐색꾼이 탐색기를 쳤다.
 그리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상하네? 이 동네만 오면 이러네······.”
 ​
 게이트 탐색꾼은 다시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에 올라 도시 뒷골목을 달리며 균열을 탐색한다.

댓글(41)

[탈퇴계정]    
10년동안 무응답 ㅋㅋ
2022.06.18 14:03
도도한포카    
10년동안 온지랄을 다할때는 대화가 안되더니 갑자기...?
2022.06.20 17:14
CENTER    
쪽지받고 왔습니다 신작 축하드립니다 ^^
2022.06.27 20:49
관독쟁이    
현실에 게이트가 생겨나고 그 여파로 환경은 오염되어 못쓰는 믿지 못할 대격변 세상에서 살아가는 쥔공... 그런 쥔공에겐 10년 넘게 저런 환청과 두통으로 삶이 피폐해졌다는건 이해는가지만 상황을 파악을 못하는듯.... 본인과 식구들까지 10년간 그 증상으로 피해가 있었으면 어떻게든 해결해야하는데 방도는 안 보인다고 자신의 증상에 대해 파고 들지 안았나보네요 목소리가 요청하는데루 해보기라두 했어야지 딱 보니 목소리가 요청하는데루 하게 되구 그럴수록 쥔공에게 득이되는 그런 상황의 연속일것 같은데
2022.06.27 23:38
낙필    
오.. 세계관 신박하네요!
2022.06.28 13:12
금원    
신실하다를 신한테쓰기는 좀...
2022.07.04 09:24
숫자하나    
ㄷㄷ
2022.07.10 10:45
숫자하나    
주인공이 약먹는다는걸 보면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정신과약을 복용중인걸로 보이는데 머리속에서 들리는 말대로 할것같진 않아요 소설이니 조만간 하겠지만 ㅋㅋ
2022.07.10 10:47
상처자국    
흥미로웠다
2022.07.11 18:09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7.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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