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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재생(藥師再生) 001화

2022.07.13 조회 1,190 추천 25


 1장 환골탈태 (1)
 
 
 달도 없는 캄캄한 밤.
 “···후우! 후우!”
 문득, 험악한 산등성이에서 한 사내의 가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는 다 무너져 가는 움막 앞에 앉아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의 외형은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가 않아 보였다.
 직각으로 꺾여 있는 꼽추의 허리!
 이목구비가 흉하게 문드러져 있는 면상!
 그리고 왼쪽 팔과 오른쪽 발 대신에 그곳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 의수와 나무 의족까지···!
 만약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는 놀라 까무러쳤을 것이 틀림없었을 터였다. 그의 모습은 마치 흉악한 요괴가 미친 듯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그러나, 현재 그는 자신의 모습이 남들에게 어찌 보일지 조금의 관심도 없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에 그는 수천수만 번의 거듭된 실패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희대의 영약(靈藥)을 만들어 낸 찰나였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 운비(雲飛)가 완성했도다! 신체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켜 줄 수 있는 최상급의 영약,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영약을!”
 사내 운비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오른손에는 작은 호리병 하나가 들려져 있는 채였는 데, 언뜻 봐서는 물이나 술을 담아낸 평범한 호리병으로 보였다.
 하지만 평범한 외관과는 달리, 사실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물은 결코 평범하다고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호리병 안의 내용물은 수십 년 간의 노력들이 집대성되어 있는 환골탈태의 영약이 틀림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것을 만들기 위하여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 왔던가!’
 호리병에서 풍겨 나오는 청량한 향을 맡으면서, 운비는 크나큰 감격에 휩싸였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빠르게 돌이켜 보기 시작했다.
 불구(不具)로 태어나, 탯줄까지 매단 채로 성도 뒷골목에 버려졌었던 일!
 우연히 사부님에게 거둬진 덕분에 그의 제자로서 삶을 연명할 수 있었던 일!
 그리고 사부님이 죽은 다음부터 그에게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약제사로 활동하게 되었던 일까지···!
 혼자가 된 이후, 운비는 사부님의 뒤를 이어서 약제사로 활동하면서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왔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그는 그저 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일만 몰두해 왔던 것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의 불구(不具)를 치료하는 영약을 만들기 위하여 갖은 연구를 해 왔던 터였다.
 영약의 뜻은 ‘신기하게 효험이 있는 약’으로서, 중원에서 가장 유명한 영약이라고 한다면 소림사의 대환단이나 무당파의 태청단, 그리고 화산파의 매화단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었다.
 허나 처음부터 운비는 그보다 더욱더 효능이 뛰어난 최상급의 영약을 만들고자 했었고, 그러한 영약을 위하여 지금껏 운비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피나는 노력을 해 왔다고 볼 수 있었다.
 서역(西域)과 북해(北海)를 넘나들며 진귀한 영단과 재료를 구하러 다녔던 것은 예삿일이었을 뿐···!
 수십 년 동안 그가 섭취해 왔던 극독(劇毒)만 해도 어언 수천 가지에 달했고, 독에 중독되어 생사(生死)를 넘나들었던 적도 무려 수백 번이었다.
 본래 영약(靈藥)과 극독(劇毒)은 종이 한 장 차이와 다름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뛰어난 영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극독 역시도 상당한 연구를 해야만 했던 터였다.
 ‘···크흑! 그렇게,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력을 해 온 지도 어느덧 삼십여 년! 그러나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희대의 영약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가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운비는 어느 순간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호리병을 내려다보았다.
 호리병의 입구에서는 아까부터 ‘청량하다’라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매우 맑고 청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중이었다.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마치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아름다운 선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사실, 먹어 보기 전까지는 이 영약이 그가 그토록 꿈꿔왔던 그 환골탈태의 영약이 맞는지는 확실하게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운비는 이 영약이 그가 생각했던 그 영약이 맞다고 완전히 확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운비는 이 정도로 깊고, 또 청명한 향이 뿜어져 나오는 영약을 익히 경험한 적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사실, 우연히 코앞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소림사의 대환단조차도 이 정도로 청량한 향을 내뿜지는 못했던 터였다.
 그러니 당연히 이 영약은 중원 제일의 최상급 영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겠는가?
 ‘역시나 맡으면 맡을수록 더욱더 확신이 서는 느낌이구나! 향만 맡았을 뿐이건만, 왜인지 몸이 벌써 재구성되는 느낌이야···!’
 운비는 눈을 감은 채로 오랫동안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그는 안색을 굳히면서 호리병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래도 확실하게 효능을 보기 위해서는 향만 맡을 게 아니라 맛을 봐야만 하는 법···!’
 운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긴장감을 바짝 끌어올렸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 영약이 세상에 둘도 없을 최상급의 영약이고, 불구의 몸을 환골탈태시켜 줄 수 있는 영약이라고 강하게 확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언제나 ‘만일’이라는 것과 함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긴장이 생길 수밖에는 없었다.
 애초에 그는 이런 식으로 성공을 확신했다가, 죽을 뻔한 적도 무려 수백 번이나 되었었던 터였다.
 ‘···그래도, 이번 연구는 분명 틀리지 않았다!’
 잠시 후, 심호흡을 여러 차례 내쉰 운비는 결국 호리병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그 순간, 그의 목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청량하고 뜨거운 기운···!
 ‘이, 이런 어마어마한 기운이라니!’
 운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성공을 확신했다. 이 정도의 강력한 기운은 정말로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컥!’
 하지만 그러한 상쾌함도 잠시, 곧 운비는 정신이 몽롱해지고 내장에서 화염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피부가 산 채로 벗겨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 이어서 전신의 모든 뼈가 수천 개로 조각조각 나는 듯한 느낌까지···!
 ‘···끄, 끄으으으윽!’
 통증이 순식간에 전신을 엄습해 오자, 운비는 온 힘을 다해서 의식의 끈을 부여잡기 시작했다. 영약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해내기 위해서는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해야만 했다.
 ‘아··· 안 돼! 끝까지 정신을 차려야만···!’
 허나 그의 의식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시꺼멓게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맑고 투명한 물에 먹을 떨어트리는 것처럼 말이다.
 “···끄, 끄아아아아악!”
 이후,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한 운비는 비명을 크게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소리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강렬한 폭음(爆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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