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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Show me the money!

2022.09.28 조회 26,346 추천 350


 강원도 씨파크 호텔 야외무대.
 가을 바다를 배경으로 제인 정의 패션쇼가 한창이다.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 재계 인사 등등···
 대한민국 최고의 셀럽들만 초대받은 화려한 쇼의 맨 앞자리에 앉아 강렬한 포스를 뽐내는 남자, 이한수다.
 그는 재계 서열 10위 신영 그룹 회장의 장손으로 증권가 찌라시에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루머킹이자, 신이 내린 완벽한 외모와 옷발로 주변 남자들을 오징어로 만드는 오징어 메이커다.
 트러스에서 비추는 조명이 어두워지자 한수의 스마트폰에 진동이 계속 울렸다.
 
 [제인 정: 쇼 끝나고 바에서 한잔해요, 한수 씨.]
 [레아: 매니저한테 스위트룸 예약해놓으라고 했어, 기다릴게.]
 [강세나: 실장님~ 내일 아침에 정동진으로 해돋이 보러 가기로 한 거 안 잊었죠~?]
 
 그는 길쭉한 두 다리를 꼬며 피식 웃었다.
 
 “얘들은 패션쇼를 보러 온 거야? 날 보러 온 거야?”
 
 그때 순박한 인상과 거대한 덩치의 비서, 강덕수가 다가와 속삭였다.
 
 “실장님!”
 “깜짝이야!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긴급상황입니다.”
 “···뭐가 긴급인데?”
 “사모님께서 무척 노하셨습니다. 당장 집으로 오시랍니다.”
 
 한수는 눈가를 찡그렸다.
 
 “왜 또?”
 “오늘 회장님 유언장 공개하는 날이잖아요. 실장님이 안 와서 가족들 모두 기다리고 있대요!”
 
 신영 그룹 총수이자, 한수의 할아버지인 이태백 회장은 얼마 전에 작고했다.
 대기업 총수답지 않게, 장례식은 가족, 친지만 모여서 조촐하게 했다.
 오늘은 그가 남긴 유언장을 공개하는 날이다.
 한수는 아차! 싶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깜빡했네···. 엄마, 화 많이 나셨어?”
 “두 시간 안에 안 오면 실장님 스포츠카 전부 부숴버리시겠다고···.”
 “안되지! 그건 절대 안 돼!”
 
 한수는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 = = = = =
 
 환하게 불이 밝혀진 한남동 저택.
 대문 앞에는 초조한 표정의 신영 그룹 임원들과 카메라를 든 경제신문 기자들이 서 있다.
 그때 그들 앞에 화려하고 멋있게 튜닝된 한수의 슈퍼카가 나타났다.
 한수는 기자들을 보고 얼른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와 안면이 있는 이새롬 기자가 다가왔다.
 
 “이한수 실장님! 오늘 이태백 회장님의 유언장이 공개되는 날인데, 실장님은 지금 근무하고 계시는 신영 패션을 상속받으시는 건가요?”
 
 한수는 우수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정직, 근면, 신의···. 저는 할아버지께 받은 정신적인 유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물질적인 유산엔 관심 없습니다.”
 
 이새롬은 모델 뺨치는 그의 비주얼을 카메라에 담으며 방긋 웃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수는 재빨리 대문을 열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침통한 표정은 싹! 사라졌다.
 
 ‘기삿거리가 그렇게 없나? 남의 할배 유언장에 뭔 관심이 이렇게 많아.’
 
 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유언장 공개 장소인 서재로 향했다.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가족들과 양민호 변호사의 시선이 동시에 한수에게 꽂혔다.
 친척 형 이재수가 비웃으며 말했다.
 
 “인마, 넌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며칠이나 됐다고 세월 좋게 패션쇼를 보러 다니냐?”
 “형은 그림 경매받으러 홍콩 다녀왔다며?”
 
 작은아버지, 이창호 부회장이 근엄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조용! 둘 다 입 다물어!”
 
 이창호의 만류에도 이재수는 계속 입을 열었다.
 
 “내 그림 사러 간 거 아니야! 신영 갤러리에서 해외 신진 작가 섭외한다고 해서 비즈니스 차원에서 동행해준 거야!”
 
 그러자 한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비즈니스? 그럼 마카오 카지노에서 한 판 땡긴 것도 비즈니스의 연장인가?”
 
 이재수가 인상을 쓰며 한수의 멱살을 잡았다.
 
 “이 자식이 근데!”
 “놔···. 이거 안 놔!”
 
 한수는 이재수의 손을 뿌리치고 재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는데···.
 그때 휠체어에 탄 한수의 어머니, 오정숙 여사가 나타났다.
 휠체어는 여동생 이희수가 밀고 있었다.
 오정숙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 한수야!”
 “···형이 먼저 내 멱살을 잡았다고요!”
 “이한수!”
 “알았어요, 그만할게요.”
 
 한수는 이재수의 멱살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 한수의 태도에 가족들은 혀를 찼다.
 한수는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다.
 
 ‘짜증 나는 집구석···. 유산만 아니었으면···.’
 
 그는 한쪽 벽에 걸린 초상화로 시선을 돌렸다.
 근엄한 얼굴을 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백발노인.
 바로, 그의 할아버지 이태백 회장이다.
 
 ‘할배···.’
 
 그는 깊은 눈빛으로 생각했다.
 
 ‘난 할배를 믿어. 우리 좋았잖아?’
 
 가끔 등산도 함께 가고···.
 때때로 대작도 하고···.
 털 나기 전엔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도 밀어줬다.
 
 ‘내가 이런저런 사건 사고를 조금 치긴 했지만···. 다 원만하게 해결됐잖아.’
 
 그러니까···.
 
 ‘Show me the money!’
 
 지금 기획홍보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영 패션?
 신영 그룹의 근본! 신영 군수!
 아니면 요즘 신약 개발로 핫한 신영 제약!?
 한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할배는 내가 사업에 뜻이 없는 걸 알아. 그러니까 사업체나 주식을 물려주진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물려줄 유산은···.
 요즘 핫한 재테크···.
 
 ‘부동산이지!’
 
 한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강남의 노른자 땅에 위치한 고층 건물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공시지가 TOP 3에 드는 할배의 한남동 주택!
 
 ‘흐흐, 앞으로 패션쇼는 할배 저택에서 열어도 되겠군! 연예인은 누구를 초대할까?’
 
 한수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때 양민호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故 이태백 회장님의 유언장을 공개하겠습니다.”
 
 침 삼키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사방이 조용해졌고, 가족들의 눈빛이 섬뜩하게 변했다.
 그리고 유언장 공개가 시작됐다.
 작은아버지 이창호는 그룹의 근본인 신영 군수와 중공업 등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큰고모는 제약 쪽을 책임지게 됐고, 둘째 고모는 병원을, 막내 고모는 엔터테인먼트, 큰며느리인 오정숙은 백화점을, 숙모는 갤러리를···.
 그리고 이재수는 신영 패션 지분을 상속받았다.
 한수의 이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오케이! 오∼케이! 골치 아픈 사업은 딴 사람들이 하라고 해! 난 알짜배기 부동산으로 조물주처럼 편하게 살거니까!’
 
 양민호는 유언장 마지막 페이지로 넘기며 말했다.
 한수는 눈을 반짝였다.
 
 ‘이제 슬슬 내 이름이 나올 때가 됐는데···.’
 
 이태백 회장의 땅과 빌딩도 차례차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기대했던 한남동 저택도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다.
 바로, 한수의 여동생 이희수였다.
 
 “회장님께서 생전에 계시던 한남동 저택은 이희수 님께 물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희수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한수는 여동생을 힐끔 본 뒤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했다.
 
 ‘뭐야, 왜 내 이름은 안 불리는 건데···. 설마···.’
 
 그 순간!
 마침내 한수의 이름도 언급됐다.
 
 “한수 도련님께는 신영 군수 주식···. 그리고 신영 패션의 주식···.”
 ‘쳇, 부동산이 아니잖아···.’
 
 한수는 아쉽긴 했지만, 신영 그룹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영 군수의 주식을 대량으로 물려받은 것에 만족했다.
 심지어 신영 패션은 순식간에 최대 주주가 됐으니···.
 한수는 이재수(신영 패션 사장)가 똥 씹은 표정을 하는 걸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재수 형! 앞으로 나한테 잘 보여야···.”
 “그리고 신영 타이탄스를 맡기셨습니다. 주식을···.”
 “잠깐, 잠깐···. 뭘 맡겨?”
 “신영 타이탄스 말입니다.”
 
 신영 타이탄스.
 팀 로고가 갈매기이고, 연고지가 부산이라 팬들은 부산 갈매기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다른 팀 팬들은···.
 만년 꼴찌인 타이탄스를 꼴영(꼴찌 신영), 영꼴(영원한 꼴찌), 꼴매기(꼴찌 갈매기) 등으로 부른다.
 
 “거긴 왜?”
 “회장님 뜻입니다.”
 “······.”
 
 한수는 야구에 관심이 없다.
 아니, 싫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야구팀이라니···.
 
 ‘좋아. 팔아버려야지. 어차피 매년 적자나 내는 팀이니까 반대하는 사람도 없겠지.’
 
 그때 양민호가 말했다.
 
 “그리고 한수 도련님께서 신영 군수와 신영 패션 주식을 물려받기 위해선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한수는 인상을 팍! 썼다.
 
 “조건? 뭔 개 풀 뜯는 소리야!?”
 “회장님의 뜻입니다.”
 “···어째 쉽게 간다 싶었다···. 조건이 뭔데?”
 
 양민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이탄스를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시키는 겁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댓글(25)

최웅    
쪽지보고왔습니당 즐독할께요!
2022.10.05 08:38
대한혼    
이번엔 아빠가 H냐
2022.10.23 03:39
레몬꼬까    
아 또 돋데야? 먼 국내 야구팀이면 맨 화나 아니면 돋데여 쯧
2022.10.25 20:54
척결자    
콩가루 집안에 뭐을 기대하냐?
2022.10.31 19:18
랖리    
상속 못 받겠네...
2022.10.31 23:18
sos1    
초반부터 진입장벽이 높군
2022.11.01 07:33
조빔    
신영군수 보다는 신영디펜스가 자연스러울것 같네요
2022.11.01 18:03
까칠구름    
꼴데 화나 우승이란 명제가 여러 작가님들에게도 도전 할 맛이 있나봅니다...
2022.11.02 12:36
hy****    
죠떼 .......... 대호도 은퇴하고.... 하! 죠뗏따
2022.11.02 17:48
ca*****    
안 준다는애기잔아
2022.11.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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