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안경 쓴 에이스의 재림

프롤로그

2022.10.05 조회 483 추천 2


 프롤로그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몇 살까지 날까?
 사람에 따라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고, 또 어떤 사람은 갓난아기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의 사람처럼 초등학교 입학 전의 기억들은 대부분 잊어버렸다.
 다만 단 한 가지 기억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온 가족이 야구장에 갔던 때의 기억이었다.
 
 때는 1999년, 세기말.
 우리가 보러 갔던 경기는 그해 최고의 프로 야구팀을 가리는 한국 시리즈 5차전 경기였다.
 우승을 위해서는 양팀 모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평소 야구를 무척 좋아하셨던 할아버지의 성화로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나와 갓난쟁이 동생 이수정까지 온 가족이 응원차 서울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그때가 바로 내 인생 최초의 야구장 방문이었는데, 당시 처음 경험했던 야구장 안의 뜨거운 열기는 마치 용광로 안과 같이 뜨거웠다.
 그래서 어린 나에게 야구장의 첫인상은 아주 무섭고 시끄러운 장소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흰색 공 하나에 열광했고, 야구장 안의 사람들은 마치 한목소리인 것처럼 입을 모아 노래하며 응원했다.
 당시 너무 어렸던 나는, 큰 소리가 너무 무서워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귀를 막은 채 할머니 품에 안겨 숨어 있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내 눈은 야구장 안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 몸을 던지는 야구 선수들의 유니폼이 점점 더러워질수록, 어린 나의 눈에 그들은 마치 만화 영화에 나오는 강철 로봇들처럼 강하고 멋있게 보였다.
 
 그날의 기억 중 내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던 장면은 경기가 끝나고 울고 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린 나를 안고 울고 계셨고, 안겨 있던 나는 할아버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지 와 우노?”
 
 할아버지는 귀여운 손자의 물음에 눈물이 맺힌 눈으로 웃으시며 대답하였다.
 
 “할아버지가 와 우냐고? 그야 할아버지가 응원하는 팀이 오늘 져서 그렇지. 오늘 져서 우승 놓쳤다 아이가. 그래 너무 슬퍼 눈물이 나네.”
 
 너무 어려서 누가 이기고 지는 것 자체를 몰랐던 나는,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우리 편인 갈매기 아저씨들이 졌나? 와 졌는데?”
 “와 졌냐고?”
 
 레전드 야구 선수인 김동영 선수의 광팬인 할아버지는, 시합에 진 이유를 묻는 손주에게 다음과 같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안경 쓴 에이스가 없어서 졌다 아이가. 옛날부터 야구장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이야기는 바로 성원 갈매기가 다시 우승하려면, 우리 김동영 선수처럼 안경 쓴 에이스가 다시 나타나야 한다 카더라. 올해는 그런 안경 쓴 에이스가 없었다.”
 
 어린 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안경 쓴 에이스가 없어서 졌다고? 그럼 내가 안경 쓴 에이스 해 주까? 더 이상 우리 할아버지 경기 져서 울지 않게.”
 “뭐? 하하하.”
 
 할아버지는 내 대답을 듣고는 크게 너털웃음을 터뜨리셨다.
 그리고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아빠, 엄마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
 
 “너희도 모두 들었제? 앞으로 우리 서준이는 야구 선수가 될 끼다. 그것도 평범한 야구 선수가 아니라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안경 쓴 에이스가 말이다, 하하하. 그러니 단디 키아야 한다, 알겠제? 하하하.”
 
 신기하게도 그때 할아버지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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