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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사신 정생(死神 正生)

서장 및 1화

2022.11.16 조회 367 추천 3


 사신 정생
 
 서장(序章) 1. 대화
 
 
 “형은 꿈이 뭐야?”
 “꿈?”
 “응, 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어젯밤도 그 붉은 머리 노인과 싸우던 광경이 다시 꿈에······.”
 “어휴, 그 꿈 말고 희망 말이야, 장래 희망. 앞으로 뭐가 되고 싶으냐고.”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
 “하긴, 이해해. 하지만 형도 이제 새 삶을 살게 되었으니 꿈을 가져봐.”
 “어떤 꿈?”
 “그야 나도 모르지. 형은 하고 싶은 게 뭐야?”
 “모르겠어.”
 “얼굴이 붉어지는 거 보니까 수상한데?”
 “······.”
 “알았어, 그냥 넘어가 줄게.”
 “고맙다.”
 “고맙긴. 근데 잊은 거 없어?”
 “뭘?”
 “내 꿈이 뭔지 안 궁금하냐고.”
 “네 꿈은 뭐니?”
 “어휴, 엎드려 절 받기네. 내 꿈은 협객이 되는 거야.”
 “협객?”
 “그래, 협객.”
 “그렇구나.”
 “협객이 뭔지 알아, 형?”
 “잘 몰라.”
 “그럴 줄 알았어. 협객은 한마디로 악당을 물리치는 의인(義人)이야. 나쁜 놈들을 혼내주고 착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지. 어때? 멋지지?”
 “멋지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 내 칼이 악한의 목을 자르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던 이들이 환호성을 지를 거야. 그래도 나는 으스대지 않고 ‘다만 할 일을 했을 뿐이오.’라고 한마디 던진 후 바람처럼 떠나는 거야. 은혜를 갚을 기회를 달라며 나를 붙잡는 절세미녀의 손을 뿌리치고 말이야. 협객은 원래 고독해야 하는 법이거든.”
 “······.”
 “표정이 왜 그래, 형?”
 “절대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은공께서 말씀하셨잖아?”
 “나는 아버지와 생각이 달라. 악인을 죽이는 건 악행이 아냐. 오히려 훌륭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 문제 갖고 논쟁할 생각 없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내 꿈이잖아. 형하고는 상관없어.”
 “그래.”
 “난 누가 뭐래도 협객이 될 거야. 그래서 엄마를 빼앗아갔던 배불뚝이처럼 못된 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할 테야.”
 
 
 서장(序章) 2. 질문
 
 
 무덤을 본다.
 눈물이 흐른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어쩌면 정말 꿈일지도 모른다.
 제발 꿈이기를, 이제 꿈에서 깨기를.
 다시 무덤을 본다.
 심장이 아프다. 찢어질 만큼.
 고통을 직시하자.
 그래야 한다.
 그것이 너희를 잃은 자의 의무다.
 너희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묻는다.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니.
 너희는 답이 없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배운 거라곤, 할 줄 아는 거라곤, 사람을 죽이는 것밖에 없는데.
 그 저주받은 재주로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1화
 
 
 
 눈을 떴다.
 낯선 얼굴이 보였다.
 소년이었다. 이제 열두 살이나 되었을까.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소년이 고막을 터뜨릴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정신을 차렸어요!”
 잠시 후 두 개의 인영이 다가왔다.
 하나는 오십 언저리의 중년인, 다른 하나는 소녀의 경계를 막 벗어난 여인이다.
 소년을 비롯해 다들 처음 보는 면면이었으나 바로 그들을 알아보았다.
 여인과 소년은 남매였고, 이름은 각각 명월(明月)과 청풍(淸風)이었다.
 중년인은 그들의 부친이었다.
 그는 훌륭한 의원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진즉 염왕을 알현했을 것이다.
 그들이 누군지, 왜 내가 이곳에 있는지 알게 된 건 누워있는 동안 그들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소년의 입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에 따르면 남매는 두 달 전 약초를 캐다 폭포 근처의 용소(龍沼)에서 얼음에 갇혀있던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체, 아니 그저 뼈 무더기로 여기고는 질겁했다고 소년은 너스레를 떨었다.
 심성 고운 여인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기 위해 시신, 즉 내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이승을 하직했을 터였다. 나를 거두려던 여인은 내 숨이 붙어있음을 알아차리곤 혼비백산했다.
 남매는 나를 그들의 거처로 옮겼다.
 내 상태를 살핀 중년인은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치료를 시작했다.
 나는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중년인은 자신의 의술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돌보심 덕분이라고 했지만 소년은 그의 부친이 보명단(保命丹)을 아낌없이 복용시켰음을 알려주었다. 보명단은 중년인이 십여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제조한 천고의 영약이라 했다.
 중년인과 소년과 소녀는 번갈아가며 나를 돌보았다. 하루 십이 시진 내내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시진마다 약물을 입에 넣어주고 내 몸이 썩지 않도록 수시로 진액을 발라야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한 달쯤 지나자 비로소 내가 해골에서 사람으로 변모했다고 했다. 기실 그때부터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소년이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통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죽지 않은 것이다.
 ‘붉은 머리 괴인’이 쏘아낸 불덩어리를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남은 것이다.
 언제나처럼.
 
 
 “어쩐 일로 그런 몸으로 용소에 빠지게 되었는가?”
 중년인이 물었다.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답하기 어려웠다.
 나 역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발괴인(赤髮怪人)과 사투를 벌였던 곳은 지하석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용소에 떨어지게 되었을까. 석굴이 산중에 있었던 걸까.
 내게서 대답이 없자 중년인이 다시 물었다.
 조심스러운 음성이었다.
 “청력은 진즉 돌아왔을 터이니 우리가 누군지는 알리라 믿네. 자네에 대해 말해줄 수 있겠는가?”
 나는 망설였다.
 내 정체를 알고 나면 저들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까. 아니면 거짓말을 할까.
 내 선택은 전자였다.
 침묵엔 능숙하지만 나에겐 거짓을 지어내는 재주가 없었다.
 내 속을 읽은 듯 소년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답변을 재촉했다.
 “그래, 어서 들려줘, 형. 형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해. 지난 두 달 내내 형이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
 소년이 여인에게 응원을 청했다.
 “누나도 듣고 싶어 미치겠지? 무엇보다 형한테 연인이 있는지 알고 싶지?”
 여인의 복사꽃 뺨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말했다.
 “연인 같은 건, 없다.”
 소년이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드디어 형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도 얼굴만큼이나 멋진데, 형. 자, 이제 내 궁금증도 풀어줘. 형의 사연을 들려달라고. 분명 흥미진진할 거야.”
 나는 나를 형이라 부르는 소년의 천연덕스러움에 굴복했다.
 
 
 나는 노예였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돼지우리보다 못한 소굴에서 또래 아이들과 뒤엉켜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왜 싸우는지는 몰랐다. 아마도 어른들이 먹다버린 음식 찌꺼기를 차지하기 위한 아귀다툼이었으리라.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색동(色童)이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바라마지않는 신분상승이었지만 나는 달갑지 않았다.
 역겨운 늙은이들은 나를 주물럭대고 핥고 빨았다. 그들은 내게도 똑같은 짓을 하도록 강요했다. 나는 거부했다. 그리고 죽을 만큼 맞았다.
 하지만 정작 염왕의 사자가 목덜미를 움켜쥔 건 내가 아니라 늙은이들이었다. 나를 때리고 매질하던 늙은이들이 연이어 심장마비로 변사하자 나는 ‘저주받은 물건’으로 낙인찍혔다.
 그리고 투견장(鬪犬場)으로 보내졌다.
 투견장이라고 했지만 싸우는 건 개가 아니라 아이들이었다.
 수백의 관중으로 둘러싸인 원형 경기장에서 나는 발에 족쇄를 찬 채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아이들과 붙어야 했다. 무기 없이 오로지 몸뚱이 하나로만 겨루어야 하는 대결이었기에 내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승자였다.
 아무도 나를 이기지 못했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승부였기에 나에게 패한 상대들은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다.
 나는 유명해졌다.
 사람들은 나를 소악귀(小惡鬼)라고 불렀다.
 난생 처음 얻은 이름이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내 이름을 연호하는 열광적인 함성에 파묻혀 겁에 질렸음에도 나에게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아이들의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 보상으로 개고기 넓적다리를 받았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생활이었다.
 하지만 소악귀로서의 삶은 어느 날 갑자기 종료되었다.
 잠에서 깼을 때 나를 맞이한 곳은 몇 년 동안 내 보금자리였던 철창 안이 아니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실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부에서 올라온 듯 사이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부터 너는 우리의 개다. 앞으로는 우리의 명을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라고 했던 이들은 세 명의 노인이었다. 나는 그들을 각각 일로(一老), 이로(二老), 삼로(三老)라 칭했다. 그들은 나를 칠호(七號)라고 불렀다.
 나는 새로 생긴 이름이 별로였고, 노인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들이 나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본능으로 알았다.
 미지의 장소에서 나는 살수로 키워졌다.
 일로는 나에게 자신의 비술을 가르쳤다.
 살인에 특화된 절초들이라 했다.
 그는 자기 애병(愛兵)도 물려주었다. 손잡이까지 합쳐 반 자 남짓한 길이의 비수였는데 단혼비(斷魂匕)라는 별칭을 가졌다고 했다. 손에 쥐자마자 그 귀물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부르르 떨며 울음소리를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로는 신단(神丹)을 주었다.
 살행(殺行)에 나서기 전 그 누리끼리한 단약을 먹으면 전신에 활화산 같은 힘이 솟구쳤다. 마음만 먹으면 일로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일로와 정이 들어서가 아니라 삼로 때문이었다. 삼로의 목소리엔 거역할 수 없는 권능이 있었다. 신단을 복용한 후 그가 읊어대는 주문을 듣고 있노라면 목과 사지에 올무가 걸린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신단의 약효는 반나절만 지속되었다.
 살행을 마무리하고 일 각 정도 지나면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간 것처럼 무기력해졌다. 그러고는 살을 녹이고 뼈를 짓이기는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극통에 시달리며 보름 이상 폐인으로 지낸 후에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신단의 효능은 점점 증대되었다. 그에 맞추어 후유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이러다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임을 자각했을 즈음, 그날이 왔다.
 마지막 임무였다.
 일로는 이번 목표물만 제거하면 목줄을 풀어줄 거라 했다. 나는 그의 약속을 믿지 않았지만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왼 팔뚝에 만년귀갑(萬年龜甲)을 착용하고 출동 준비를 마친 나는 세 노인과 대면했다.
 신단은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힘이 넘치다 못해 몸이 터질 것 같았다. 삼로의 주문도 평소보다 몇 배는 길었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가운데 나는 그날 처치해야 할 대상에 대한 살의를 꾹꾹 뭉쳐 심장에 욱여넣었다.
 신단과 삼로의 주문이 선사한 몰아지경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린 곳은 석굴의 입구였다.
 거기엔 나 말고 여섯 명이 더 있었다. 모두들 나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흑색 일색이었다. 동일한 복면을 쓰고 똑같은 야행복(夜行服)을 걸친 우리는 세 늙은이가 부리는 개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으나 그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유는 금방 알았다.
 나와 달리 그들은 이지가 흐렸다. 내가 곁에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의아했다.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임무라 했으면서 일로는 어째서 이런 자들을 투입한 걸까.
 이 의문도 곧 밝혀졌다.
 그들은 나와 역할이 달랐다. 그들은 말하자면 내 살행의 성공을 위한 발판이었다.
 나는 일로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대로 육인과 떨어져서 맨 뒤에서 그들을 쫓았다.
 석굴에 잠입한 우리는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잠시 후 열 평 넓이의 정방형 석실이 나왔다.
 석실의 중앙에는 붉은 색의 머리카락을 고슴도치의 털처럼 뻗친 괴인이 좌정해있었다. 마치 태양에 갇힌 인간 같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주위로는 적갈색 안개가 맹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앞서 석실에 들어갔던 육인이 불문곡직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 괴인이 일으킨 기사가 아니었다. 그에게 붙었던 동료들이 자폭한 것이었다.
 석실이 무너져 내렸다. 기둥처럼 박혀있던 괴인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안개도 걷혔다. 쏟아지는 돌무더기가 나를 덮치기 직전 최대한의 천생살기를 개방하고서 괴인에게 짓쳐든 나는 그의 가슴팍에 단혼비를 쑤셔 박았다. 손에 전해지는 감각은 괴인의 심장이 터졌음을 알려주었다.
 놀랍게도 괴인은 즉사하지 않고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두 팔로 나를 붙잡더니 내 얼굴에 시뻘건 불덩이를 토해내었다. 나는 용암을 뒤집어 쓴 것처럼 녹아내렸다.
 그것이 기억의 끝자락이었다.
 
 
 “굉장해, 형! 정말 굉장해.”
 소년이 호들갑을 떨었다. 씁쓸하고 민망했다. 무엇이 굉장하단 말인가.
 여인은 아무런 감상을 내뱉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숨길 수 없는 안쓰러움이 배어나왔다.
 그녀는 나의 과거에 반감이 들지 않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중년인이 헛기침을 했다.
 “참으로 험한 삶을 살아왔구먼. 그래, 이제 회복하면 어찌할 작정인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겨를을 주지 않고 소년이 소리쳤다.
 “어찌하다니요, 아버지. 우리랑 같이 살아야죠. 그렇게 할 거지, 형?”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래도 돼?”
 “당연하지. 누나도 좋지?”
 여인은 수줍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소년이 중년인의 팔에 매달렸다.
 “허락해주세요, 아버지. 형은 그때 그 사냥꾼처럼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 척보면 알잖아요?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악당일 리가 없어요. 제발 이 형을 받아주세요.”
 소년에게 내가 살인을 업으로 삼던 인물임을 상기시켜 주는 게 도리일 터였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 중년인이 무거운 음성을 토해내었다.
 “달리 갈 데가 없는듯하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지내세.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생활 방식에 맞춰 살았으면 하네만. 그래 주겠는가?”
 나는 중년인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았다.
 “알겠습니다.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소년이 기뻐서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그럼 이제 형은 우리 식구가 되는 거야?”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년이 나를 환대해서가 아니라 ‘식구’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오래도록 간절히 바랐으나 한 번도 소유한 적이 없던 존재들.
 갑작스럽게 닥친 행운에 실감이 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세 사람이 신기루가 아니었기를 기도하면서.
 그들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가족을 갖게 되었다.
 내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영원히 아물지 않는 심상(心傷)을 안겨준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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