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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1화 - 510레벨의 블랙 드래곤을 잡다.

2015.11.27 조회 1,505 추천 21


 제1장. 510레벨의 블랙 드래곤을 잡다.
 
 게임 속 캐릭터가 그 모습 그대로 판타지 세계로 간다면?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일이다. 특히 몇 년이나 힘쓰고 애써서 키운 캐릭터라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상상하는 그런 일이 이제 일어나려 한다.
 
 때는 2020년 10월 첫째 주.
 지금 전국적으로 단연코 가장 큰 화제는 6월부터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킹오브킹 로또였다.
 누적 당첨금 3,028억.
 엄청난 상금은 이웃나라인 중국, 일본을 비롯해 심지어 필리핀, 태국, 대만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까지 많은 이들이 몰려들게 만들었다.
 다들 대박을 꿈꾸며 로또를 구입하려는 이들이었다.
 토요일 오후 9시.
 모두 TV에 몰려들어 있는 가운데 깨끗한 양복을 쫙 빼입은 남자 MC가 맑고 경쾌한 목소리로 킹오브킹 로또의 시작을 알렸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킹오브킹! 황제가 될 행운의 주인공을 찾는 킹오브킹 로또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집이든 거리든 모두들 TV를 정신없이 바라보던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환하게 웃으며 크게 환호했다.
 “우와아아.”
 함성 소리는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였다.
 이 함성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남자 MC는 껄껄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자! 토요일이 오기만 애타게 기다리셨죠? 거리에는 로또 구입으로 인해 판매소가 장사진을 이뤘는데요. 킹오브킹 로또가 6월부터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아 오늘 현재 누적 당첨금이 3,028억입니다. 하하.”
 옆에 있던 여자 MC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맞습니다. 저도 아끼던 용돈 만 원을 투자해서 로또를 구입했어요.”
 “오, 그러세요? 저도 샀는데요.”
 “아마 로또 한 장 사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렇죠. 3,028억이면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약 2천억을 손에 쥐게 됩니다. 인생 역전의 수준을 벗어나 진짜 국왕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오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떨려요.”
 여자 MC는 두 손을 모으고 진짜로 바르르 떨었다.
 이 모습이 전혀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은 것은 TV를 보는 모든 이들의 기대에 찬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자! 시작해 보죠. 먼저 킹오브킹 로또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킹오브킹 로또는 총 60개의 숫자에서 6개를 직접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제 뒤로 보이는 로또 기계에서 1번부터 60번까지 적힌 60개의 공 중에서 6개를 꺼내게 되죠. 뽑힌 공의 6개 숫자와 자신이 선택한 6개 숫자가 맞으면 바로 당첨자가 됩니다.”
 남자 MC의 설명이 끝나자 눈웃음을 치는 여자 MC가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흐흐, 그럼 시작할까요?”
 “네! 자! 기계를 돌려 주세요!”
 남자 MC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위이잉 소리를 내면서 킹오브킹 로또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첫 번째 공이 나왔다.
 “오! 나옵니다. 첫 번째 공은 바로 1번!”
 남자 MC는 우렁차게 소리쳤다.
 한편, 1을 선택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아아, 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에게 1등은 완전히 강 건너편 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조금 후에 다시 두 번째 공이 나왔다.
 “오! 두 번째. 번호는 2번! 오호, 연속된 번호가 나오네요.”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금 한숨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1번과 2번을 선택했던 사람들은 잔뜩 긴장했고, 로또를 쥔 손에서 땀이 흘러나왔다. 그 사이에 공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고,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며 모두 6개의 공이 모두 나왔다.
 당첨 번호는 1, 2, 48, 51, 53, 59.
 숫자가 모두 정해지자 남자 MC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당첨 번호가 모두 나왔습니다. 1번! 2번! 48번! 51번! 53번! 59번!”
 이때, 옆에 있는 여자 MC는 자신의 뒤에 있는 대형 모니터를 가리키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기뻐해 주세요. 이번 주에는 킹오브킹 로또의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당첨자는 바로 1명! 오! 무려 네 달 만에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행운의 주인공이 탄생했습니다. 그것도 단 1명입니다!”
 남자 MC와 여자 MC는 흥분된 목소리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하지만 수천만, 아니 수억의 사람들은 자신이 산 로또를 박박 찢어 버리며 에이씨를 내뱉었다.
 그냥 1천 원, 1만 원 정도로 로또를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 또는 그 이상을 투자한 사람들은 으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모두가 난리 치던 그 시간.
 스물두 살로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고 있는 홍인기는 캡슐 게임방에서 가상현실 게임 매직월드를 즐기고 있었다.
 매직월드는 2년 전에 서비스된 게임으로 인기가 1년간은 미친 듯이 한 게임이었다. 매직월드를 처음 한 것은 바로 2년 전.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1년간 폐인처럼 몰두했었다. 그리고 보험금이 줄어들자 조금씩 정신을 차린 인기는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하는 와중에도 애써서 키운 캐릭터가 아까워 1년간은 매직월드를 틈틈이 즐겼다. 인기의 직업은 많은 유저들이 택하지 않은 마도적!
 막 296 레벨의 회색 오크를 잡고서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우며 기뻐하고 있는데 운영자가 띄우는 공지 메시지가 나타났다.
 -매직월드를 즐기시는 모든 유저 분들께 알림. 킹오브킹 로또 당첨자가 나타남. 당첨자는 1명. 신원 미상. 당첨 번호는 1, 2, 48, 51, 53. 59.
 “응? 당첨자가 나왔어? 히야, 누군지 좋겠다.”
 인기는 부러움에 탄성을 질렀다.
 ‘잠깐, 나도 로또 한 장 샀는데.’
 인기는 캡슐 게임방에 오기 전에 지갑 속에 있던 1천 원짜리 한 장을 투자해 자동 번호 추첨으로 로또를 산 것을 기억했다.
 “에이, 설마.”
 자신이 됐으리라곤 상상도 못 할 일이기에 얼른 로또에 대한 생각은 지워 버렸다. 다시 검을 부여잡은 인기는 회색 오크를 향해 내달렸다.
 저녁 11시.
 주말이라 아르바이트 끝나고 오랜만에 몇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긴 인기는 안전한 곳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게임을 종료한 후에 캡슐에서 나왔다.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에 갔는데 주인아저씨는 정신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계산요.”
 인기가 큰 소리로 부르자 그제야 주인아저씨가 인기를 알아보았다.
 “아! 죄송해요.”
 “뭔데 그렇게 정신없이 보세요?”
 “응? TV에서는 당첨자를 찾느라 지금 난리야. 그런데 글쎄 킹오브킹 로또 당첨자가 로또를 산 판매점이 바로 우리 옆 빌딩이래. 나도 샀어야 하는데. 휴, 옆에서 당첨됐다고 생각하니까 미치겠어.”
 “우리 옆 빌딩요?”
 3,028억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다는 생각에 인기는 순간 긴장했다.
 “그래! 판매 시간은 7시 42분. 그리고 번호는 자동으로 선택했대. 아까워. 잠깐 자리 비우고 사 오는 건데 말이야.”
 ‘응? 그때는 내가 캡슐 게임방 들어오기 직전인데? 게다가 자동?’
 인기는 더욱 긴장했다.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오기 시작했다. 이런 인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저씨는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아까워 죽겠어. 내가 그때 내려가서 샀으면 1등이잖아. 으아, 미치겠다. 3,028억이야. 무려 3,028억!”
 쾅쾅.
 아저씨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괴로워했다.
 인기는 당장이라도 지갑 속에 있는 로또를 꺼내 번호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만일 지금 꺼냈다간 아저씨가 볼 것이 확실했다
 “계, 계산부터 해 주세요.”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마친 인기는 얼른 게임비를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캡슐 게임방이 있는 빌딩을 나오는데 심장이 쿵쾅거려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쓰윽.
 인기는 고개를 돌려 옆 빌딩의 판매소를 바라보았다.
 ‘서, 설마 나일까?’
 부르르.
 긴장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 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옥탑방으로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없었다.
 아버지는 중학교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그때 사고 보험금으로 인기는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왔다.
 ‘화, 확인하자. 참! 당첨 번호가 뭐였지? TV! 그래, TV에 나올 거야.’
 인기는 얼른 TV를 켰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자 로또 당첨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행운의 주인공이 누군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늘 로또 당첨 번호는 1, 2, 48, 51, 53. 59입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인기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지갑으로 가져갔다.
 ‘이제 확인만 하면 된다. 긴장하지 마! 긴장하지 마!’
 인기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속으로 중얼거리며 지갑을 펼치고 천 원으로 구입한 로또를 꺼냈다.
 하얀 종이 위에 쓰인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 2! 48! 51! 53! 59!
 숫자 6개가 모두 들어맞았다.
 “크어억.”
 쿵!
 인기는 로또를 두 손으로 쥔 채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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