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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수 1화 - 매우 중요한 고객

2016.01.13 조회 8,208 추천 225


 1권. 철왕팔
 
 서序
 
 정년이 없는 철 밥통.
 잡아도 잡아도 결코 씨가 마를 일 없는 풍부한 일감.
 보리 흉년에도 끄떡없는 고수입.
 여행.
 최고의 먹을거리.
 황홀하고 아름다운 밤.
 
 그래서 난 내 직업을 사랑한다.
 
 
 1. 매우 중요한 고객
 
 “난 몸값이 아주 비싸!”
 진시운은 패물을 자루 안으로 집어넣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런 진시운을 음희설은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천요 음희설.
 무림삼요武林三妖의 일인이자 무림공적인 그녀가 철왕팔의 마수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 건 세 달 전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누렸다. 현상회 동지들이 철왕팔을 비롯한 현상범 사냥꾼들의 동향을 수시로 보내 준 덕이었다.
 “그놈의 숫총각 냄새만 맡지 않았어도…….”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내 녀석이 말을 걸어오기에 슬쩍 내기를 끌어 올려 살폈더니 숫총각일 확률이 구 할 이상이라는 견적이 나왔다. 채양보음술을 익힌 무인에게 있어 숫총각은, 선천적으로 양기를 안고 태어난 천양신무지체나 천양신골의 체질을 가진 자들 다음으로 여기는 보약이다.
 그런 보약을 발견했는데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방중술에 대한 모독이고, 천요 음희설에 대한 모독이었다.
 -놔두면 똥 된다. 일단 복용하고 봐라!-
 보약 복용 수칙에 의거, 숫총각을 납치해서 욕심을 채웠다.
 그런데 아뿔싸!
 보약인 줄 알았던 숫총각은 독약이었다.
 그는 정五품 관리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보약 한 첩 복용하려다가 똥을 밟고 만 꼴이 되고 말았다.
 증거를 인멸할 새도 없이 도망쳐야 했다.
 그때 문득 중간 관리 아들에게 자신을 인도해 주었던 객잔 점원의 말이 떠올랐다. 그 점원을 만난 곳은 중화루였다.
 
 -그 사람 때문에 미치겠어요. 아가씨를 소개시켜 달라고 얼마나 조르는지…….
 -누군데?
 -누군지는 모르겠고요, 아무튼 그 나이 먹도록 여자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했대요.
 -그래도 기루엔 가 봤을 거 아냐.
 -그 사람이 워낙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
 
 점원과의 대화를 떠올리던 음희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너지?”
 음희설은 진시운을 노려보았다.
 “무슨 소리야?”
 “그 점원 말이야.”
 “응!”
 “그럼 넌……?”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라고 한 철왕팔이야.”
 부드득!
 음희설은 이를 갈았다.
 놈은 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상금을 높이기 위해 추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이천 냥이었던 현상금은 다섯 배인 일만 냥으로 훌쩍 뛰었다.
 “매년 물가는 미친 듯이 뛰는데 현상금은 제자리걸음이잖아. 나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이왕 현상범이 됐으면 최고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나쁜 새끼!”
 음희설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잠을 자는 것은 고사하고 볼일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소변이나 대변은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려 세 달 동안 도망을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은거지 남쪽에 흐르는 사하강을 보자 놈을 따돌렸다는 확신이 섰다.
 한 달 동안 놈이 따라오는 기척이 없었다. 그렇다면 완전하게 따돌렸다고 봐야 한다.
 한시름 놓은 탓이었는지, 그동안 몸을 씻지 못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자연스레 발은 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천 번도 더 목욕을 했지만 그때만큼 시원하고 상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수십 년 동안 쌓인 때를 말끔하게 벗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와 은거지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한 사내를 보았다.
 혹시 철왕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철왕팔이 아니었다. 강에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이었다.
 공연히 번거로운 일이 생기는 게 싫어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갈대가 우거져서 물고기가 많을 줄 알았더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십 대 후반의 사내인 듯했다.
 아마도 숫총각일 거야.
 입안의 침샘은 엄청난 양의 침을 쏟아 냈다.
 세 달 동안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사내와 교접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은 진력이 상당히 고갈된 상태. 사내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공연히 철왕팔의 수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빌어먹을 놈도 따돌린 것 같으니까…… 아냐, 꺼진 불도 다시 보라고 했어.’
 여러 갈등 끝에 사내를 포기하기로 했다. 욕구는 스스로 해결해도 되고, 고갈된 진력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가까스로 옮겼다.
 “저기요!”
 그런데 또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사내의 목소리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건 절대 내 탓이 아냐.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부른 네 탓이야. 더불어 네가 나이 어린 소년이기 때문은 더더욱 아냐.”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몸을 돌렸다.
 걸음을 옮기면서 나찰요화미공羅刹妖花迷功을 끌어 올렸다. 나찰요화미공은 흡정공이면서 상대의 이지를 제압하는 섭혼공이다.
 “헉!”
 사내가 신음을 내지르자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마치 세상을 얻은 듯했다. 아니, 그런 행운이 굴러들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우수에 젖은 커다란 눈동자와 오뚝한 코 그리고 여자보다 더 붉은 입술. 사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풀릴 정도로 미남이었다.
 이미 철왕팔이란 단어는 머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아가야, 이리 오너라!”
 사내는 강시처럼 다가왔다.
 명품을 만난 골동품 수집가처럼 떨리는 손길로 사내의 옷을 벗겨 냈다.
 “워매!”
 최고의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내를 섭렵했지만 얼굴부터 시작해서 몸매까지, 그렇듯 완벽한 사내는 처음이었다.
 얼굴이 준수하면 몸이 빈약하고, 몸이 우람하면 얼굴이 아니었고, 얼굴과 몸매가 뛰어나면 하물이 형편없었다. 그런데 사내는 모든 게 완벽했다.
 얼굴과 몸매는 특상이고, 아래는 특특상이었다.
 ‘거지 같은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찢듯이 옷을 벗어 던졌다.
 사실 사내를 발견하고도 몸을 돌리려고 했던 것은 전날 꾼 꿈 때문이었다. 검은 거북이에게 잡아먹히는, 아주 기분 나쁘고 더러운 꿈이었다. 철왕팔의 꿈을 꾸었다며 아침에 액땜용 소금까지 뿌렸는데 뜻밖에도 대박 꿈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초대박 꿈.
 나찰요화미공을 십이 성 끌어 올리며 사내를 살폈다.
 사내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였다.
 만족하게 웃으며 몸을 실었다.
 “맙소사!”
 얼마나 놀랐는지, 풍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사내의 몸 곳곳엔 엄청난 화기火氣가 잠력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 잠력이 얼마나 많은지 측정하기도 힘들었다.
 “이, 이건 완전 보물이야. 만년삼왕이야, 공청석유야, 아니 천고의 영약이야!”
 흥분은 극에 달했다.
 초특급 몸에 초특급 화기를 보유한 그런 사내는 수십 년이 아니라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보물이었다.
 동정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긴 이런 사내를 그냥 둔다는 건 죄악이지.”
 이렇듯 완벽한 외모와 몸을 지닌 사내를 그냥 둔다면 그건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내는 몸 상태로 보면 천양신무지체나 천양신골 둘 중 하나였다.
 그런 신체를 지닌 사내를 지난 팔 년 동안 찾아왔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고 하더니, 그 오랜 시간 동안 찾지 못했던 보물을 집 바로 아래쪽에서 찾은 것이다.
 “듬뿍 사랑해 줄 테니까 걱정 말거라, 아가.”
 원래는 흡정공으로 양기와 더불어 정혈까지 흡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선은 한껏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 게 먼저였다.
 당과를 아껴 먹는 어린 소녀처럼 천천히 사내를 탐했다.
 사내 또한 경험이 상당한 듯, 무의식중임에도 불구하고 보조를 맞춰 주었다.
 그렇게 반 시진가량 온갖 기교를 동원하여 욕심을 채운 다음 만족스러운 얼굴로 소녀흡정대법少女吸精大法을 펼쳤다.
 소녀흡정대법 또한 채양보음술의 한 가지였다.
 하지만 나찰요화미공보다는 한 단계 아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애용하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양기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녀흡정대법을 펼치자 사내 몸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화기가 무서운 속도로 흘러 들어왔다.
 “역시…….”
 꿈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소녀흡정공을 멈춰야 했다.
 써먹을 곳이 따로 있는 사내를 이곳에서 처리할 수는 없었다. 아니, 설사 써먹을 곳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여리고 아름다운 사내를 없앨 수가 없었다. 물릴 때까지 가지고 놀다가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뭐지?”
 옷을 입으며 물었다.
 “진시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사내는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일단 옷 입어.”
 “알았어요.”
 그는 실혼인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입었다.
 “호호호!”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옷을 다 챙겨 입고 그를 업고 은거지로 몸을 날렸다.
 “괜찮았어?”
 마음이 들떠 공연히 물어본 말이었다.
 “그때만큼 좋았어요.”
 그는 꿈꾸듯 말했다.
 “그때?”
 “태산에서 여자에게 처음 안겼거든요.”
 “나도 태산에서 멋진 사내를 만났는데.”
 “그랬군요.”
 “그런데 안은 게 아니고 안겼어?”
 문득 조금 전 그의 말이 떠올라 물었다.
 “여자 나이가 많았거든요.”
 “하긴 너 같은 사내를 그냥 두면 그건 여자가 아니지.”
 그때까지만 해도 진시운이 펼친 섭혼공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진시운이 나찰요화미공에 걸린 상태라고 여겼다.
 남쪽으로 내달린 지 한 시진 후 창암산으로 들어섰다.
 산을 오르기를 반 시진, 눈앞에 높은 절벽이 나타났다.
 그 절벽 중간에 있는 틈으로 들어가면 안쪽에 은거지가 있었다.
 “멋진 곳이네요.”
 은거지를 보며 진시운이 처음 한 말이었다.
 “오 년 전에 철왕팔鐵王八 그 빌어먹을 자식을 따돌리기 위해 틈새로 들어갔다가 발견한 곳이야.”
 “왕팔王八이면 자라를 말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 자라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습성을 지닌 독한 녀석이잖아. 그리고 왕팔단王八蛋은 ‘개자식’을 뜻하고.”
 “그러면 철왕팔이라는 말은…….”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아주 지독한 개자식’이란 뜻이야.”
 “누군지 몰라도 철왕팔은 엄청 장수하겠네요.”
 “왜?”
 “욕을 많이 먹잖아요.”
 “호호호!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할 거야.”
 “왜요?”
 “우리 현상회에서 철왕팔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거든.”
 “현상회는 또 뭐죠?”
 
 
 
 
 다음에 계속...

댓글(4)

제대로산나    
오... 유료연재 하실려고 올리시는 건가봐요
2016.02.15 06:33
화천애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2016.02.18 11:54
휘돌이    
이미 읽었지만 다시 한번 읽습니다~ 나한님 작푸은 다 잼있음 특히 황금 시리즈 짱임
2016.02.20 18:18
물물방울    
연재를 축하합니다.
2016.02.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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