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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코뉴-ONLY ONE LIFE

코뉴-ONLY ONE LIFE_1화

2016.02.18 조회 1,235 추천 12


 캐릭터를 생성하고 그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현실세계와는 또 다른 나를 채워 나가는 가상현실게임.
 2020년인 지금에 와선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닌 이 가상현실게임은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며 게임 산업에 큰 혁명을 일으켰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가상현실게임들 속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흥행하지 못한 게임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또 다른 게임의 이름으로 채워진다.
 물론 그런 무한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유저들을 끌어 모으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이 있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목숨’이라 칭할 수 있는 삶의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하드코어라 불릴 만한 설정을 지닌 이 게임의 명칭은 <코뉴>.
 코뉴는 서비스 첫날부터 많은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나날이 인기를 더해갔고, 이제는 당당히 그 이름을 상위권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명실상부 초절정의 인기 게임이었다.
 <ONLY ONE LIFE>. 단 한 번의 목숨만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는 것은 게임이란 장르의 특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무척이나 위험한 도박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게임의 특징으로 융화시키기 위한 코뉴만의 유별난 세계관에 더해 <오리지널 아이템>, <일레븐 아이즈> 그리고 <솔러스>라는 새로운 스타 유저들의 탄생으로 인해 코뉴만의 짜릿한 하드코어 설정은 유저들의 플레이를 더욱더 섬세하고 지능적으로 바꾸었다.
 그와 동시에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길을 창조해나가려는 유저들도 하나둘씩 두각을 드러내면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때는 가상현실게임의 천국.
 그만큼 많은 이들이 가상현실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한 남학생 역시 코뉴라는 게임 안에서 또 하나의 자신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
 
 [일레븐 그라운드 중 제 5번째 대륙]
 [스테이지 7-고대 유적지]
 
 끈적끈적한 진물이 바닥과 벽면 곳곳에 벽화인 양 덕지덕지 달라붙어 흐른다. 그 주위로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몬스터의 팔, 다리, 몸통이 분리된 채 자신이 맞은 최후를 가감 없이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이런 잔혹한 참상을 만들어낸 세 명의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처리하고 떨어진 아이템을 회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앞 다투어 작업에 몰두하던 와중, 삼인 파티의 유일한 여성 유저가 다분히 짜증 섞인 말투로 주섬주섬 아이템을 줍고 있는 두 남자에게 말했다.
 “굳이 이런 데서 플레이할 필요는 없잖아! 다른 데도 있는데 하필이면 이곳으로 온 거야!”
 찐득한 벌레의 진물과 벗겨진 허물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다리와 몸통 그리고 눈알들은 여자인 그녀에게 있어서 참기 힘든 것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다음 스테이지로 가려면 여기서 나오는 왕가의 비석이 꼭 필요하거든.”
 “우리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잖아. 그러지 말고 너도 도우란 말이야.”
 여자가 짜증을 내던 말든 하고 있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두 남자. 오른쪽에 덩치 큰 남자가 가루, 적당한 체격에 고개만 슬쩍 들어 올린 왼쪽 남자가 올라스, 툴툴거리며 널브러진 몬스터의 시체조각을 걷어차는 여자는 메이나라고 한다.
 <스테이지 7-고대의 유적지> 필드에서 플레이 중인 이 세 명의 유저는 현재 180레벨 대에 이르렀으며, 코뉴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평균수준으로 봤을 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 레벨이었다.
 “누가 그 징그러운 시체를 뒤진다고 그래!”
 메이나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곤 몬스터의 진물이 튀지 않은 구석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툴툴거리는 그녀였지만 올라스의 말대로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해선 이곳을 필수적으로 지나야만 했다.
 몬스터의 시체가 사라지고 난 뒤에 아이템을 수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3인 파티로 한 장소에 오래있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게 올라스의 판단이었다.
 ‘한두 번 저러는 것도 아니니까.’
 구석에 몸을 바짝 붙이고 있는 메이나를 뒤로한 채 가루와 올라스는 징그러운 시체들을 일일이 손으로 만져가며 하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곳은 총 지하 10층으로 이루어진 고대 미궁으로, 그들은 현재 8층에 도착해 있었다. 역시나 지하 던전답게 등장하는 몬스터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6층까지는 해골병사와 언데드 마법사, 그리고 데드 오거스 등등 암흑 속성에 특화된 몬스터들이 차례차례 튀어나오더니 7층부터는 그와는 또 다른 곤충형, 골렘형 몬스터들이 등장하여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래도 본인들의 레벨을 뛰어넘는 몬스터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큰 손실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었고 8층에 잔류하는 몬스터들을 전부 처리하고 난 뒤에서야 그렇게 찾던 <왕가의 비석>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8층의 제일 끝자락까지 다가갔을 때 세 명은 9층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됐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목 사이사이에 설치된 트랩으로 예상치 못한 타격과 물약 손실을 입어 올라스는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기 위한 아이템, 왕가의 비석을 잠시 아이템 창에 넣어두었다.
 “그나저나 문제가 생겼네.”
 “물약 때문에 그래?”
 “그래. 아무리 메이나의 두 개 직업이 다 힐러 계열이라고 해도. 우리가 가진 물약으로 10층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올라스는 근처 돌바닥에 앉아 턱을 괴고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 상의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깨기 위해선 마지막 층에 존재하는 <데로드 로열 킹>이란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데 이곳에 오기 전 정보를 조합해본 결과 현재의 파티 구성과 가지고 있는 회복 아이템으로는 클리어하기 힘들어보였다.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탱커 계열인 가루와 극공격형인 올라스 그리고 두 개의 직업이 힐러 계열인 메이나의 적절한 팀플레이 연계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특히 가루의 대검 공격과 올라스의 격투술이 일정수준에 올라왔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5층 문턱에서 멈춰야 했을 것이다.
 원래 <데로드 로열 킹>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5인 파티로 구성하여 플레이하는 게 정석인데, 각 구성원의 레벨도 이제 190을 향해 가고 있었고 우려했던 바와 달리 세 명이 가진 직업의 조화가 상상외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한쪽 모퉁이에서 연신 툴툴거리는 메이나였지만 몬스터와의 접전 속에서 본인이 맡은 힐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데다, 아처의 장기인 화살공격을 통해 후방을 받쳐주니 앞으로 나서서 공격을 퍼붓는 가루와 올라스에게 이만한 파티원은 없다고 봐야 했다.
 “9층에는 대충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데?”
 주변에 굴러다는 돌멩이를 발로 툭툭 차면서 몬스터의 잔해가 발끝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메이나가 올라스에게 다가갔다.
 가루와 올라스는 현실에서도 알고 지내는 사이라 거리낄 것이 없었으나 메이나는 부외자였다. 마을 광장에서 힐러 계열 유저를 구하던 중 유연히 만난 사이로, 함께 던전을 깨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결국 함께 다니게 된 유저였다.
 메이나는 눈매가 살짝 올라간 게 깐깐해 보이지만 누가 봐도 혹할 만한 외모였고 거기다 말이 많아 플레이하는 내내 심심할 겨를이 없다는 장점을 가져 친구목록에 닉네임을 등록시켜 놓고 서로 시간을 맞춰 파티 플레이를 하는 중이다.
 “자, 이거 봐봐.”
 눈앞에 띄워진 홀로그램을 밀어 그녀에게 보여주자 메이나가 그것을 맛있는 음식을 보듯 음미했다. 눈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굴려가던 그녀는 이내 '뭐야, 별거 아니네.’ 하며 가볍게 평가를 내리곤 심각하게 고민하는 두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어차피 9층부터는 골렘형이랑 소환형 몬스터가 나오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나온 녀석들보다 쉽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마지막이 문제라고. 보스 몬스터인 <데로드 로열 킹>이 대형 몬스터라 우리가 가진 장비나 스킬로는 쓰러뜨리기에 벅차단 말이다. 거기다 마지막 10층은 귀환도 안 되는 방이잖아.”
 깐깐하기로 따지자면 메이나 못지않은 올라스가 그녀의 말에 반박하곤 이쯤에서 복귀하여 재정비후 다시 오는 길을 택하자고 했다. 그러나 메이나는 길길이 날뛰며 극구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뭐? 다시 5층부터 시작하자고? 싫어! 절대 싫어! 5층부터라면 또 그 징그러운 벌레들이랑 싸워야 되잖아!”
 이 미궁 타입의 던전은 5층에서만 세이브가 가능했기에 만약 9층 문턱에 다다른 그들이 마을로 돌아가 재정비를 한다면 다시 5층에 마련된 세이브 포인트에서부터 다시 여기까지 올라와야 했다.
 얼핏 보면 시간과 금전적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지만 올라스는 이대로 10층에 도착했을 때의 불분명한 트랙이라든가, 최악의 경우 보스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하고 더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다고 생각했다.
 “흥! 난 싫어. 여기까지 왔는데 뒤로 물러서는 건 딱 질색이야.”
 메이나는 몬스터의 시체를 뒤지는 것보다 더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아, 어련하시겠어요. 공주마마.’
 속으로 투덜거리긴 했지만 올라스는 결국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왕가의 비석>을 사용하여 9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애초에 가루는 깊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의 의견은 물어봤자 시간낭비였다. 메이나의 시끄러운 잔소리를 듣고 말씨름을 해서 괜한 정신력 소모를 하느니 어서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것이 올라스의 속편한 결론이었다.
 “알겠습니다요. 그럼 다음 층으로 가보자고.”
 ‘띵' 하는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최종 목적지를 향해 한층 더 내려가는 세 사람.
 그 와중에도 어째서 지하미궁 속에 엘리베이터가 있느냐며 사사건건 따지는 메이나와 오랜만에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는 올라스, 그리고 별 생각 없는 듯 따르는 가루까지 셋은 깊은 미궁 속으로 한 발자국을 더 내밀었다.
 
 세 사람이 9층으로 내려간 뒤 1분 후.
 뚜벅뚜벅.
 그들이 방금 지나간 길을 따라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인영 하나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이미 가버린 세 사람의 뒤를 기척 없이 따르던 정체불명의 인영 역시 <왕가의 비석>을 사용해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지하 9충에 멈춰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계음은 8층으로 가까워졌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선 정체불명의 유저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한 손에는 검을 쥐고 있었다.검신부터 검의 날까지 모든 것이 새하얗게 녹아버린 서늘한 칼날의 표면에서 진한 녹색의 피가 흘러내렸다.
 띵!
 검은 망토의 유저는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올라타 자신이 가야 할 층수를 눌렀다.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문 사이로 검은 망토의 유저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참상을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먼저 가버린 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비해 특별한 점은 없었다.
 위이이잉.
 굳이 지적하자면 190 레벨을 향해 가고 있는 세 사람조차 버겁게 싸워야 했던 백여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을 단신으로 처리했다는 것 정도였다.
 
 ***
 
 추위에 몸을 웅크리던 겨울은 자리를 비켜주며 기다리고 있던 봄에게 대신 안녕 인사를 건넸다. 나른한 봄의 향기에 이끌려 땅속에서 깊을 겨울잠을 자던 씨앗들도 조금씩이나마 새싹을 노래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혜미야, 같이 가!”
 “빨리 와. 안 그럼 앞자리는 다 뺏긴단 말이야.”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학교라는 공공의 교육장소는 무척이나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교실 가운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학생들 간에 눈치싸움은 제값을 받으려는 상인과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낮춰보려는 엄마와의 신경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하아……시끄러워.’
 그 와중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따위엔 관심이 없는 이도 있었다. 두꺼운 안경에 조금 왜소한 차림을 하고 있는 남학생은 고개만 돌리면 바로 학교 운동장이 보이는 뒤편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적막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즐겨하는 이 남학생에게 새 학기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한 치수 큰 옷을 입은 것 마냥 껄끄러웠다.
 ‘괜히 성하 고등학교로 했나? 좀 더 평범한 데로 할 걸 그랬나…….’
 그러나 소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인이 처해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성하 고등학교의 입학은 불가항력적인 선택지였다.
 명문고로 알려진 성하 고등학교는 중학생들에게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유명한 학교로 알려져 있었다.
 2020년의 학교는 입시위주라는 타이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흔히 말하는 보충수업이나 야자도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마나 발전된 거라고는 보충수업이나 야자를 본인 선택 하에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남들 다 하는 거 나 혼자 안 하면 손해라는 부모들의 불안 어린 독촉에 자녀들은 다시 학교로 보내기 일쑤였고 그런 수레바퀴는 여전히 구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오로지 성하 고등학교만이 독자적인 노선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성하 고등학교는 평일 커리큘럼은 3시가 되면 종료이고, 그 이후로는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는 프리 타임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자유 시간을 보장해 주었다.
 그 대신 학교 내에서 실시하는 동아리 활동 중 하나에는 반드시 가입되어 있어야 하며, 한 달에 한 번씩 담임 선생님께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런 운영안에 반감을 가지는 부모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고라는 타이틀은 그러한 편견을 쉬 누그러뜨렸으며, 또한 성하 고등학교의 입지조건 및 최첨단 시설은 부모들이 가진 걱정거리를 말끔히 씻어냈다.
 학교 근처에는 성하 고등학교가 관리하는 아파트가 있었는데, 신입생들 중 가장 우수한 학생 한 명을 그 선정, 아파트를 기숙사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생활여건을 마련해주었다.
 또한 졸업 이후 명문대 진학에서 사회에서의 성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간 사람들 중에 성하 고등학교 출신들이 많았기에 부잣집 도련님들과 아가씨들의 비율이 타 고교에 비해 높은 학교이기도 하다.
 “야야, 쟤가 이번에 수석으로 입학한 얘라면서.”
 “맞아, 이름이 뭐였더라…… 한지원이라고 했는데 어째 여자 이름 같기도 하네.”
 “근데 어딘지 다가가기 쉽지 않은 분위기네. 그치?”
 “나랑 같은 중학교 나왔는데 그때로 저랬어. 아무랑 말도 안 하고 그냥 공부만 하고 집에 가고. 딱히 친한 친구도 없는 거 같던데. 고아라는 얘기도 있었고.”
 특이한 출생 덕분에 순식간에 눈도장이 찍혀버린 지원. 하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 듯 두꺼운 안경알 너머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눈을 한 채 무덤덤하게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역시나 걸리는 건가?’
 갓난아이일 때 고아원에 버려진 탓에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지원에게 고아라는 낙인 아닌 낙인은 그동안에도 꽤나 불편하게 작용했다.
 비록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삼시 세끼를 먹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었고, 그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 본다 해도 그것 또한 한순간일 뿐이었다.
 지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을 떠올렸다.

댓글(2)

레전드마린    
에??? 언제부터 문피아에 오셨나요??? 사과Box 때 부터 보던 팬입니다 :)
2016.07.05 00:05
Aileean    
N사에서 연재할때 봤었었는데요.. 거기서 마지막연재본이 이어지는 부분은 몇회부터 인가요???
2016.09.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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