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골렘의 대가

프롤로그

2016.03.28 조회 8,119 추천 150


 야심한 밤. 괴수들을 쫓아 수십 킬로미터를 질주했지만 현욱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신체의 하중과 충격을 상쇄시켜주고, 운동 능력을 배가시켜주는 강화 파츠를 착용한 덕이다.
 현욱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몸에 걸친 파츠의 부속품들이 유연하게 따라 움직였다. 모두 마법적인 재질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성능이다.
 빠른 속도로 지면을 박차 오른 현욱의 눈에 곧 목표물이 보였다. 나무줄기와 식충식물이 혼합된 듯한 식물형 몬스터가 세 마리. 현욱은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내 괴수를 카메라로 스캔했다.
 헌터 길드 연합회 인증을 받은 정보 단말기였다. 괴수 스캔 결과가 끝나자마자 곧 표시 화면에 식별코드가 출력되었다.
 
 [괴수 도감 No. 319282]
 [분류 : 중형]
 
 곧 괴수의 위험 요인 등이 표시되었다.
 
 [주의사항. 괴수 상부의 열매가 부풀어서 폭발할 시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극독이 발생.]
 
 주의사항을 확인한 현욱은 다시 몬스터를 눈여겨봤다. 아니나 다를까 상부 나뭇가지에 잔뜩 매달려있는 열매들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데이터 상으로는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일대의 생명체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위험한 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욱은 태연자약했다.
 
 “독극물형? 약간 성가신 스타일이네.”
 
 상급 헌터들 여럿이 모여도 확실한 작전을 짜고 완벽하게 호흡이 맞물리지 않으면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몬스터라고 따로 특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욱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무리 까다롭고 위험하다고 소문난 괴수라 해도 현욱의 손에 걸리면 속절없이 박살이 났다. 헌터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현욱이 다른 헌터들과는 차별화된 능력을 지닌 덕분이었다.
 현욱은 착용하고 있던 전술조끼에 고정시켜뒀던 무기를 집었다. 공기역학적인 형태로 설계된 자그마한 원반 모양이었다.
 공기를 미끄러지듯 날아간 원반은 괴수 한 마리의 밑동에 닿자마자 큰 폭발을 일으켰다.
 
 -쿠콰콰콰쾅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폭발한 원반은 괴수 한 마리의 하체, 나무 줄기 형태의 다리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한방에 중형 이상의 괴수 하체 태반을 박살내는 폭발력이었다. 다른 헌터들이 목격했다면 크게 경악했을 것이다. 괴수들에게는 일반 폭탄의 폭발력이 직접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보통의 수단은 마법사들의 폭발성 공격 마법이 대부분.
 하지만 예외가 있다.
 극도로 치밀하게 정제된 연금술 무기라면 오히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마무리에 앞서서 현욱은 주머니에서 강화 포션을 몇 병씩 꺼내 벌컥 들이켰다.
 곧 포션의 효과대로 집중력과 순발력 등이 강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동안만 지속되지만 효과 자체는 확실하다.
 
 “에효. 다음에는 설탕 간을 좀 해볼까.”
 
 포션을 마신 현욱은 맛이 질린 나머지 간을 조절할까 생각했다. 웬만한 헌터들이라면 눈이 튀어나올 만큼 부담스러운 가격인 상급 포션도 현욱에게는 기능성 음료수일 뿐.
 곧 몸 속에 차오르는 묘한 활력을 다시금 느끼면서 현욱은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나머지 두 마리의 괴수들에게 집중했다.
 식물 과의 괴수들이지만 지능이 완전히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동료가 당한 것을 보고 나름 판단을 했는지 괴수들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현욱에게 다가왔다. 나뭇가지 끝에 달려 있던 독 열매들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팔뚝처럼 휘어진 나뭇가지가 힘을 잔뜩 실어서 집어던졌다.
 부풀어오른 채 나뭇가지로부터 무수히 날아오는 독 열매를 본 현욱은 피식 웃었다.
 현욱은 양 손바닥에 마나를 배열했다.
 그리고 자신이 딛고 있는 흙모래 바닥에 손바닥을 밀어넣었다.
 
 “내 마나의 형상이 지배하는 하인이여! 솟아나라!”
 
 그 즉시 거대한 흙모래의 벽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용솟음치기 시작하는 흙더미들이 순식간에 현욱의 눈앞에서 솟아나 독열매를 삼켰다.
 도리어 독극물을 삼켜버린 모래 더미는 계속해서 솟아올라 뭉치기 시작하더니 곧 그 안에서 촉수처럼 움직이는 긴 형태의 팔뚝이 솟아났다.
 팔뚝에 이어 머리가, 그와 동시에 각진 몸통이, 그 아래로 우람한 다리가 만들어졌다.
 두 다리로 우뚝선 채 사람의 형상을 지닌 흙덩이. 이 흙덩이의 주인인 현욱은 즉석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하인을 이렇게 불렀다.
 
 흙모래 골렘.
 
 뛰어난 알케미스트인 현욱의 다른 능력. 바로 골렘에 관한 한 자유자재로 힘을 부리는 능력자인 골렘 마스터였다.
 
 
 
 
 
 
 
 
 독 열매를 던질 때마다 팔, 다리를 뻗어 몸 속에 독 열매를 가둬둔 흙모래 골렘은 그저 바락바락 다가가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괴수들을 후려쳤다. 단번에 몸통이 박살난 괴수들은 도망칠 틈도 없이 그대로 무력화됐다.
 처참하게 박살난 채인 괴수들의 모습을 살피면서 현욱은 돈 될 만한 부분이 있나 살펴봤다.
 헌터 정보서와 괴수 도감이 내장된 단말기를 조작해보니 해당 괴수에게는 특히 값이 나가는 부분이 있었다.
 
 
 [괴수 도감 No. 319282]
 [유효한 상품 부위 : 부풀어 오르기 전 안정 상태의 독 열매, 독, 나뭇가지 속의 신경 줄기]
 
 해당 내용을 확인한 현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호오. 이러면 돈이 좀 되겠는데?”
 
 헌터 시장의 최근 시세까지 검색한 현욱은 꽤 짭짤할 것 같은 예상에 흐뭇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가져갈 수는 없는 일. 상품을 온전히 보관해서 가져가려면 약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현욱은 흙모래 골렘에게 의지를 보냈다. 현욱의 의지를 전해받은 흙모래 골렘은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안정 상태의 독 열매들이 차곡차곡 분리되어 쌓였다.
 아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던 흙모래 골렘이 지금은 성실하고 노련한 일꾼처럼 움직였다.
 나뭇가지를 따로 잘라 쌓아둔 뒤 그 다음에는 속을 파내 마치 내부가 빈 통과 같은 모양의 그릇을 여럿 만들었다.
 상태를 확인한 현욱은 흙모래 골렘을 그릇 위에 올려둔 채로 손바닥을 휘휘 저었다.
 
 “좋았어. 끝이다.”
 
 독 열매는 따로, 나뭇가지는 나뭇가지대로, 독은 아예 몸통을 긁어내 만든 그릇에 담아놓았다. 그야말로 알뜰한 뒤처리였다.
 현장 채취를 전문적으로 하는 헌터 지원조도 이렇게 신속하고 완벽한 일처리는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대충 이 정도면 이게 다 얼마야?”
 
 현욱이 단말기를 두들기며 수확을 계산하는 사이 수확물 인수를 연락받은 헌터 길드 연합회 직원들이 차량을 몰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들 직원들을 부를 때마다 현욱은 혼자서 까다로운 괴수를 여럿 잡고, 뒤처리까지 혼자 말끔히 해내는 점에 대해 큰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트럭 차량에서 내린 헌터 길드 연합회 직원이 현욱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어떻게 혼자 이 많은 걸 처리하신 겁니까?”
 
 현욱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뭐 제가 좀 부지런해서요.”
 “어허허. 이게 좀 부지런한 걸로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직원은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부하들을 독려하며 수확물 적재를 지시했다. 증거로 삼기 위한 사진 촬영과 함께 안전 복장을 갖춰 입은 연합회 직원들이 밀봉 컨테이너에 수확물을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욱은 이렇게 되기까지의 일들을 생각했다.
 예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의 자신이 갑작스럽게 이차원에 떨어져 생고생을 했던 일들.
 10년 좀 넘는 시간동안 운이 따른 건지 다행히도 특별한 인연을 만나 엄청난 힘을 손에 넣게 됐던 일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와중에 전쟁이 터졌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지.’
 
 다크 로드라고 불린 웬 미치광이 흑마술사가 벌인 전쟁에 자기 재산인 공방을 지키겠다고 나선 현욱이었다.
 막강한 골렘의 위력을 선보이니 다크 로드에게 절망하던 수많은 영웅들이 현욱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 뒤로는 다크 로드에 대항한다는 의미로 메크 로드라는 원치 않았던 낯부끄러운 칭송까지 받으며 전쟁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억울했다.
 
 ‘내 돈을 가지고 군대를 유지해야 했으니 원..’
 
 부귀영화도 웬만큼 이뤘고 이제 좀 재밌게 살만 해지니 위험의 한복판에 내몰린 것이다. 현욱으로서는 은근히 어이없고 억울한 심정이었다.
 이후 전쟁이 계속되던 중 최후의 전투에서 다크 로드가 터트린 폭탄이 차원 균열을 일으켰다. 폭발에 휩쓸려서 죽는 게 억울했던 현욱은 안간 힘을 써서 차원 균열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이 세계에 돌아온 그때부터 현욱의 인생은 다시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6)

조카    
주의사항을 확인한 현태(욱)???
2016.03.30 21:29
epicdragon    
와우....
2016.04.01 04:13
코넬    
우와...
2016.04.14 21:53
sheath    
잘 읽었습니다
2016.04.14 23:07
세우깡    
즐감하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16.05.03 21:29
fsdkj2123    
포켓몬스터내요ㅋㅋㅋㅋ
2016.05.05 10:10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