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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퍼스트 카운트다운(외전추가)

퍼스트 카운트다운 1화

2016.05.25 조회 4,154 추천 42


 <작가서문>
 
 
 몇 권의 이북을 내놨지만 이북을 출간하면서 작가 약력이나 소개를 쓸 때는 늘 당황합니다. 작가라는 말이 아직도 제겐 무거운 단어거든요. 아마도 작가라기보다는 독자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독자로서 제 이야기의 제일 첫 독자는 저 자신입니다. 제가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퍼스트 카운트다운은 저 자신도 쓰면서 울고 웃고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던 이야기입니다.
 춥디추운 설원이라던가, 기괴한 생물이 자라는 숲이라든가 얼마나 신나게 썼는지 기억이 납니다. 마치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처럼 저 자신도 다음에는 뭐가 나올 거지? 다음에는 뭐냐? 하고 신나했던 기억이 나네요.
 때론 너무 막나가서 수습하느라 애먹은 적도 있었지만 완결이 될 때는 정말로 존 윌리엄스와 함께 외계행성을 탐험하고 돌아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새로 이북으로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독자 분들도 모쪼록 그 유쾌한 경험을 같이 하셨으면 좋겠네요.
 
 제게 퍼스트 카운트다운에 대한 기억은 쓰면서 굉장히 추웠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추운 겨울에 써서 그런지 더더욱 그랬지요. 얼음지옥을 쓸 때는 일부러 빙옥의 기분을 느끼려고 찬바람이 휭휭 부는 눈밭위에서도 쓴 적이 있습니다. 손이 얼어서 멍충하게 덜덜 떨었었네요.
 이야기가 뭐냐고 작자(?)인 제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주인공은 엑소슈트, 아니 로봇뜨(!)를 타고 용에게 돌격해서 용의 심장을 부수는 이야기입니다.
 
 이 길디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그렇게 되겠네요. 아 물론 그뿐만은 아닙니다. 가슴 큰 엘프 아가씨가 있습니다. 수많은 수인 아가씨들도 있고요. 주인공은 혈기왕성한 남자고 뭐 더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청소년 버전으로 보시게 될 청소년 여러분께는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튼 퍼스트 카운트다운과 주인공 존 윌리엄스는 저에게는 각별한 이야기입니다. 배경이 쓰는 저에게도 재미있었던 건 뭐든지 가능한 세계였고 뭐든지 말할 수 있는 세계였습니다. 욕쟁이이자 근사한 야전지휘관인 존 윌리엄스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이 옳은 것이냐’라는 거였지요.
 수많은 상황에서 존 윌리엄스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죠. 저는 그 판단보다도 그 고민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신보다 더 멋진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아. 이렇게 사족을 달아놓으니 굉장히 딱딱한 이야기 같네요. 사실 뭐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쓰는 저 자신이 유쾌하고 즐거웠던 이야기거든요. 모쪼록 독자 분들도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위님 이 아가씨 ‘엘프’라는데요?
 
 
 1)
 
 
 짧게 이야기 하도록 하지.
 우리는 좆 됐어.
 아아, 뭔 뜻인지 모르겠다고? 하긴 그냥 좆 됐다고 말하면 니들이 뭘 알겄냐? 길게 나불대기는 싫은데 결국 길게 이야기해야 되잖아?
 우리는 생판 본 적도 없는 행성에 헤딩을 해야 할 판이야. 음······ 이것도 말하고 보니 영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네.
 아오,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저 약 빤 강하엽병(우주궤도에서 대기권 강하를 전문으로 하는 부대) 새끼들하고 땅에 처박혀야 될 기구한 운명이 된 썰을 찬찬히 풀어주도록 할게.
 혹시 ‘외우주개척회사’라고 알아? 소위 Outer Space Frontier Company. 줄여서 ‘OSFC’ 혹은 ‘개척회사’라고 부르지.
 내가 보기엔 이 새끼들 순 사기꾼이야. 뭐 행성연방정부에서 돈 좀 뽑아 쓴다고 하던데, 아무튼 ‘인생의 떨거지여, 외우주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자!’ 거기까지는 좋아.
 근데 왜 우리 육전군한테 그 호위를 맡기는 거여? 우주함대 순양함 한 척, 구축함 몇 척과 그 개척선을 호위하래요? 이 우주에서 무슨 외계인이라도 나온대냐? 무슨 놈의 호위가 필요해?
 그리고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니들도 빽 있고 돈 있고 하면 그 좋은 지구나 화성에서 꿀 빨고 싶지 않겠냐? 돌아올 기약도 없는 이따위 호위임무 누가 자원하겠어? 외우주라구! 외.우.주!
 인류 따윈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의 땅!
 테라포밍(인간이 살 수 있도록 행성에 대기를 개조하는 작업)을 하거나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서 정착할 때까지 가는 험난한 여행.
 으으. 이쯤 되면 알만하지? 그려 정답이여. 내 주위에 있는 이 미친 강하엽병 새끼들이랑 이 순양함의 함장이나······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어!
 결국 그 호위부대로 뽑혔다는 놈들은 병신들의 집단이야. 복무부적격 판정을 받은 새끼에, 사령부에 강하 실린더를 처박은 또라이 새끼.
 아······. 나? 이거 봐, 나는 말이야 그래도 정상적인 놈이라구.
 헤에? 의심스럽다고? 알았다, 알았어. 하여튼 눈치들은 빨라요. 나는 육전군 정예 중에서도 정예 중장기병 ‘블루숄더’였는데 장사하다가 이렇게 된 거지 뭐.
 하하. 정상적인 장사냐고? 그럴 리가 없잖아? 씨벌. 그래그래. 보급품 내다 팔다가 걸렸다. 주스나 전투식량 그런 거. 아? 그 정도는 누구나 꽁무니로 하는 장사라고? 하하. 나도 그랬었지 근데 나중에는 간땡이가 부어서 보급창고 하나를 깡처리하다가 걸렸어. 헤헤. 생각해보니 나도 미친놈이군.
 문제는 말이야. 목성기지에 있는 식료품 창고 하나를 개러지 세일해 버렸는데 어엉? 씨부럴. 거기에 최신 전함의 재머 기술이 들어있다는 거여! 사람이 재수가 없으면 그렇게 된다니까?
 난 보급대 쉐끼한테 분명 2-b를 깡처리하자고 그랬는데 그 새끼가 2-a를 준거야. 아오······.
 진짜 창고를 보니까 전투식량 깡통은 없고 웬 쇳덩이가 있었지. 좆 된 거야. 딴것도 아니고 행성분리주의자들하고 엮여서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 거지. 겨우 깡통주스나 팔려다가 그 꼴이 된 거야.
 아무튼 걸려가지고 헌병대에 붙잡혀 있는데 웬 연방보안국 떨거지가 오더라고? 나보고 딜을 치재. 감옥갈래? 아님 이 배 탈래?
 아무튼 부모님은 예전에 돌아가셨지, 먹여 살릴 처자식도 없지······. 뭐 딜에 응하는 수밖에.
 잘 있어라! 태양계여!
 사실 뭐 거기까지도 좋았어. 저쪽 행성개척선 배에 근무 나가면 예쁜이들이랑 밤도 불 싸지를 수 있고 제법 밥도 맛있었거든. 좋은 시절이었지. 내 좆같은 인생 여기서 꽃을 피우는구나, 뭐 그런 생각도 했었어. 개척대에 지원한 예쁜 아가씨랑 가족도 이루고 신천지에서 농사짓고 땀 흘리면서 사는 거야. 캬~ 좋지 좋아.
 근데 인생 맘대로 되는 게 있어? 무슨 c45항성인가? 중력 도약으로 다시 도약항해를 하려고 할 때 항성의 영향으로 도약드라이브가 부셔져 버린 거야.
 그게 뭐냐고? 나도 잘 몰라. 아무튼 광속을 넘어서 별의 바다를 헤쳐 가는 장치래. 군대에서 교육은 받았는데 뭐······.
 암튼 로켓으로 별을 탐사하는 시절은 지났고, 뿅 하고 워프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편해. 어려운 이야기는 엔지니어들한테 물어봐. 밤을 새면서 설명해 줄 거여. 아마 걔네들은 그거 설명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낄 거다. 하하.
 여튼 천신만고 끝에 재도약에 성공해서 거기를 벗어났을 때, 아뿔싸! 온통 소행성 지대야! 프론티어의 배도 아작이 났고 거기서 구축함 두 척이 박살나 버렸어. 아아. 그뿐만이 아니야······.
 아······ 뒤의 이야기는 또 썰을 풀어줄게. 강하해야 할 시간이다.
 “중위님! 강하 전 체크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미친 강하엽병 새끼들아! 니들은 만날 이 미친 짓을 하는 거냐?”
 “행드맨(hanged man-교수형당한 사람. 강하엽병의 별명)이니까요. 중위님은 강하 경험이 없습니까?”
 “그쪽은 처녀다. 좀 살살해줘라.”
 “흐흐흐. 우리 강하엽병은 거칠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럽지요. 조심이나 하세요.”
 “아오, 이 미친 새끼들. 씨발 이 짓거리 제정신 가지고 하겄냐?”
 “하하. 우리 강하엽병들은 다 미쳤다구요.”
 강하엽병 새끼가 머리에 손가락을 돌리고 있다. 저 새끼만 미친 거 아니지? 봐봐. 미친 짓이라구. 저 푸른 행성을 보라구! 거기에 그냥 우주복 하나 입고 강하하는 거여!
 나도 우주비행경험 100시간을 간신히 채웠지만 우주에서 지상으로 꼴아 박히는 건 상상도 못했어. 아아. 군바리의 나쁜 점이 뭐겠어? 까라면 까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존 윌리엄스 중위 강하준비 완료! 로더(loader-짐을 싣고 나르는 유인로봇)체크. 탄소케이블 체크. 최종점검 완료.”
 [중위. 건투를 빈다. 그대의 어깨에 프론티어의 주민들과 우리 제군들의 목숨이 걸렸다. 히끅.]
 샌더스 대령 또 취하셨구만. 제기랄, 그 술이나 날 달라고! 지금 난 술을 진탕 마시고 싶다구!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하 실린더가 움직인다. 그래. 웬만한 빌딩 같은 강하 실린더 안에 들어있는 나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지. 내 옆의 행드맨 새끼들은 대기권을 우주복과 방패만으로 통과해야 돼. 미친놈들.
 대기.
 후우. 아무튼 다행이라고 한다면 소행성지대를 빠져 나왔을 때 우리는 노오오올랍게도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별을 하나 발견했어.
 무려 대기도 있었지. 아니 그냥 대기가 아니라 거의 산소함량이 우리 지구랑 비슷한 대기야. 오히려 산소가 프론티어 배의 유인거주지구보다 높으니 말 다했지. 중력도 0.9배에다 지구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행성이야. 설마 그런 행성이 눈앞에 있을 줄이야.
 “퍼스트 카운트다운 5, 4, 3, 2, 1 강하!”
 으아아악! 미추어 버리겠군!
 으으. 갑자기 중력이 느껴지는 그 기분 알아? 왜 있잖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서 버렸을 때? 내가 느끼는 좆같은 기분은 그 기분의 수백 배야 지금. 환장하겠군! 거기다 가속도 때문에 몸에 심한 압력이 느껴진다구. 작용반작용. 빌어먹을 물리법칙 녀석!
 [끼야아아앗호우우우! 중위님 멋지지 않은가요! 뿅가죽네!]
 “아오 이 미친 새끼야. 전체통신으로 지랄 트지 말라고!”
 [이 맛에 강하한다 아닙니까?]
 아아, 미친 새끼들. 씨벌 통신채널로 노래 쳐 부르지 말라고. 쌔끼들 정작 부르랄 땐 안 부르고 이럴 때만 군가를 불러재껴요.
 [상공 3만 미터 감속 추력자 발사. 중위님 준비를.]
 “알았어.”
 이놈. 무슨 에이스 파일럿이라던가? 이 약 빤 놈들의 소굴에서 이놈만 정상이야. 파일럿이 지시해주는 대로 할 수밖에. 이게 ‘탄소기둥 고정 장치’였나? 탄소 필라가 끊어지면 우리는 말짱 헛짓거리 하는 거여.
 탄소 필라(pillar)로 뭘 하느냐고?
 우리는 지금 간이 궤도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있어. 강하 실린더의 꽁무니에는 개척선에서 부터 뻗어 나온 탄소 케이블이 걸려 있어. 이게 개척선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면 궤도 엘리베이터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거지. 지금 우리는 그 지상 작업을 하고 있는 거야.
 음······ 저 밑에는 뭐가 있을지 몰라.
 “어이, 파일럿. 그 동생물학자가 뭐랬지? 잘하면 지적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 그래봐야 목성 미역이나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명왕성을 지나서도 그 사람은 별 하나를 찍고 호들갑을 떨었죠.]
 “목성 미역. 크크크. 하긴 그 마약재료 같은 식물이나 자라겄지. 근데 그 동생물학자 양반 입방정 때문에 우리가 이런 좆뱅이를 치고 있잖아. 씨발 무기들을 가지고 내려가서 목성미역하고 전면전이라도 벌이라는 거야, 뭐야?”
 [하긴 중무장이긴 하지요. 그래도 무장병력이 있는 건 프론티어 측도 든든하겠지요. 뭐가 있을지 모르는 외계행성이니까요. 게다가 중무장 병력과 동시 강하는 규정이니까요.]
 “흐흐흐. 규정······. 누가 만든 규정이야 그거. 군인들만 좆뱅이 치라는 거겠지. 어? 잠깐. 어! 어! 이거 뭐야!”
 파일럿과 수다를 떠는 와중 지금 쯤 감속 추진재가 켜지고 우리는 슬슬 땅에 터치다운 했어야 했다. 분명 계기는 센서들이 예상한 고도를 지나서 또 한참 내려가고 있었다. 거기다······.
 “파일럿. 지금 뭐지! 우리 바다를 지나고 있는 거냐?”
 [예······. 세······센서 상으로는 바······바다입니다. 아니. 담수입니다.]
 어라? 분명 관측 위성이 분석하기에는 고체 바닥이라고 했는데? 어라! 게다가 물! 바다!
 세상에! 우리가 이 지랄을 하게 된 이유가 뭔데! 소행성 충돌로 순환급수(오수를 정화해서 다시 식수로)를 할 수 있는 물의 절대량을 잃어버려서였는데 이만큼 많은 물이라니!
 나와 파일럿 녀석이 어이없어 할 때쯤 쿠왕 하고 우리는 정신을 잃었다.
 빌어먹을! 바다를 지나서 땅이라구? 근데 왜 여기서 항성이 보이는 거야!
 태양(편의상 태양으로 하자)은 마치 물속에서 일렁이는 것처럼 우리 눈앞에서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게 내가 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
 
 “음······ 음······. 깨우지 말라고.”
 “윌리엄스 중위님.”
 나는 파일럿 녀석이 깨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어욱. 쏠리네.
 “통신은 안 되나?”
 “예······. 아무래도 저 물층 때문에 상부와 연락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흠······. 중위님이 깨어나셨으니 그분에게 이후의 일을 듣는 게 낫겠군.”
 뭐지? 쟤네들 뭐라고 씨부렁거리는겨?
 으윽. 다리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 중위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터치다운 충격으로 다리가 부러지셨습니다.”
 “제기랄······ 암튼 물층이라니 무슨 소리야?”
 파일럿 녀석은 대답 대신 머리 위를 가리켰다.
 세상에. 워터파크야? 이게 뭐야? 혹시 물병에 물을 넣고 그걸로 햇빛을 비춰본 사람? 딱 그거네.
 우리가 목표로 잡은 이계 항성이 저 멀리서 푸른빛을 발하고 대기를 통과할 때 그 ‘담수 물층’으로 난반사하고 있었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다.
 아니, 그전에. 저게 말이나 되는 거야?
 “보고하라······ 준위?”
 “실린더 및 틸트로터 파일럿 중위 정명원입니다. 날개 달린 거면 뭐든지 조종 가능합니다.”
 “췅명훤?”
 “휴우······ 아무리 소수민족이라지만 제대로 제 이름을 발음해 주는 사람이 없군요. 그냥 ‘원’이라고 부르세요.”
 아, 거 새끼 누가 그런 이름을 가지래냐?
 아무튼 원은 내가 기절하고 있을 동안의 간단한 상황을 브리핑했다. 아무래도 이 선발대의 최선임자는 나님인 것 같다. 일단 사정을 파악해야겠지.
 “병력은?”
 “강하엽병 25명. 프론티어 측 엔지니어 17명. 로더의 기자재의 대부분은 쓸 만하고 탄약이나 무기류도 주변에 떨어진 건 끌어 모았습니다. 다만 아까의 물층으로 강하엽병들과 강하 실린더가 뿔뿔이 흩어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고대의 단파통신 외에는 통신기도 저 물층 때문인지 먹통입니다.”
 “다른 실린더는?”
 “글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본대의 탄소필라가 끊어지지 않은 건 천만 다행이라고 할까요?”
 음······ 수수께끼군. 저 물층······.
 아무튼 선발대 120여 명 중 제대로 강하한 자는 이게 다인가?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다른 8개의 실린더에 실려 있는 기자재를 끌어 모아야 궤도 엘리베이터의 토대를 마련하고 2차 터치다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양함은 소행성의 타격으로 대기권 강하를 할 수가 없다. 프론티어의 배는 궤도 엘리베이터의 정지스테이션 노릇을 해야 할 거고······.
 결국 우리는 석 달 이내에 따로 떨어진 실린더의 병력을 모아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안 그러면 물의 절대량과 농업섹터를 잃어버린 배는······.
 순양함의 강하 실린더를 전부 사용한 마지막 발악이나 마찬가지다. 간이 궤도 엘리가 만들어지기 전까진 우리를 구하러 올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물을 가지고 그쪽으로 되돌아 갈수도 없는 노릇인거다.
 “엑소슈트(강화복- 중장기병이 타고 싸우는 일종의 탑승형 로봇)는?”
 “다행히도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몸으로는······.”
 “쳇. 걱정 마라. 나는 좆으로도 엑소슈트를 조종할 수 있으니까.”
 “크하하하. 거 중위님 보면 볼수록 맘에 드는구만요!”
 “돼얐다. 나는 이쁜 여자 아니면 안 쳐준다.”
 “흐흐. 언제든 우리 막사는 열려 있으니 들어오십시오.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아. 약 빤 새끼들. 뭐 진짜로 강하직전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내압약을 처마시니 틀린 말은 아니다.
 주변에서 경계를 서는 병력들을 바라보니 다들 헤드모듈을 벗고 있었다. 음······. 나도 벗어볼까?
 치익 하면서 모듈에서 여분의 공기가나오고 신선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일이야 어찌되든 이토록 신선한 공기를 마셔본 게 얼마 만이냐? 물론 프론티어의 배에도 자연치료실이 있긴 하지만 신선한 흙과 풀 나무······.
 음······ 풀 모양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풀 맞겄지. 암튼 꽤 끝내주는 경치로군.
 “저기······.”
 으잉? 웬 여자 목소리? 강하엽병들은 긴장하면서 최신식 레일건을 그쪽으로 겨눴다. 앞에 서있는 소드맨들은 지향성 레이저권총을 들고 뒤에는 중화기병이 박격포 모양의 야포를 겨눴다.
 이윽고 저쪽의 나문지 관목인지가 부스럭거리더니 무려 사람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어? 여자다. 그리고 예쁘다······.
 “여자?”

댓글(7)

필통1    
몇년전에 이 글을 읽고 성적수위만 낮춰서 영화로 만들면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읽게 되어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2016.05.31 19:22
ItCz    
정말 멋진 글이라 생각합니다. 전 이미 4번 읽어서 거의 내용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느낌이네요!
2016.05.31 20:28
필통1    
우주선에서 있었던 사건과 전투신이 사라지니 글의 몰입도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안타깝네요.
2016.05.31 20:48
사자혼    
재밌어 보이네요. 선작했습니다.
2016.05.31 21:49
ItCz    
우주선은 정말 쇼킹했었죠..!
2016.06.01 09:46
Mustio    
재밌게 읽고 갑니다.
2018.01.07 23:37
금요일.    
엉엉 작가님 싸릉해여ㅠㅠㅠㅠ
2018.02.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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