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천마님 부활하셨도다

서문(序文)

2016.07.22 조회 20,357 추천 309


 서문(序文)
 
 
 
 십만대산(十萬大山).
 천년의 유구한 세월을 자랑하는 마교가 자리하는 그들의 성스러운 영토다.
 수많은 세월 동안 정파 무림에서 각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 없던 숨겨진 어둠의 본거지라 불리는 마교의 십만대산.
 어두운 방 안, 엄숙하고 경건한 의식이 행해지고 있었다.
 붉은 천에 검은색으로 천(天)가 새겨진 제단의 주위에는 길고 검은 두건을 쓴 열두 명의 제사장들이 서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경을 읽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제단 위에는 두 명의 남녀가 나신인 채 경건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제단 위에서 두 눈을 감고 있는 그들에게 열두 명의 제사장의 뒤에 서 있던 반백의 노인이 당부하듯이 말했다.
 “천양지체(天陽志體), 천음지체(天陰志體).”
 “네에.”
 “네.”
 누워 있는 남녀는 무림에서 찾아보기 힘든 극고의 신체를 가진 이들이었다.
 천양지체(天陽志體), 하늘에서 내린 양기를 가진 자.
 천음지체(天陰志體), 하늘에서 내린 음기를 가진 자.
 “소교주··· 그리고 소공녀여. 그대들의 희생으로 우리 천마신교는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경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반백의 노인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누워 있는 훤칠한 청년은 마교의 23대 소교주인 천여휘였다.
 마교의 소교주인 그가 제단에 누워서 희생을 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때 눈을 감고 있던 천여휘가 천천히 눈을 뜨고 옆에 누워 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보았다.
 “나연아, 두려우냐.”
 소녀의 이름은 천나연. 소교주인 하나뿐인 여동생이면서, 마교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소공녀였다. 눈을 감은 채 오라비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그녀가 앵두 같은 입술을 실룩이며 말했다.
 “아니어요, 오라버니.”
 “장하구나, 내 누이.”
 “······.”
 “우리의 희생으로 천마신교가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거룩한 희생이겠느냐.”
 “오라버니, 저는 기쁘게 받아들이겠어요.”
 두 남매는 천마신교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희생을 자처했다.
 제단의 제물이 되어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면 높은 신분 따윈 상관없었다.
 서로 굳은 결의를 확인한 오누이는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곧 월식입니다. 두 분은 눈을 감으시게.”
 반백의 노인의 말에 오누이가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열두 제사장들의 경을 외우는 소리가 점차 커져만 가고 있었다.
 제단이 있는 이 방은 마교에서 유일하게 하늘이 열려 있는 곳이다. 하늘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달을 삼키고 있었고, 서서히 달은 그 흔적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반백의 노인이 눈을 부릅뜨며 제단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그가 한손에 들고 있는 그릇에는 새끼양의 식지 않은 피가 들어 있었다.
 제단의 한가운데에 피가 담긴 그릇을 두고 왼손, 오른손 번갈아가며 피를 젓더니, 천천히 피 묻은 손을 제단 위에 누워 있는 오누이의 이마로 가져갔다.
 “위대한 천마신교의 창시자이시여. 십만대산의 천만교인들의 어버이시여. 다시 현세로 내려와 그대의 후손들을 굽어살피소서!”
 반백의 노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밤하늘에 나와 있던 달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전조가 시작되었다.
 맑기만 했던 밤하늘에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쾅! 이윽고 밤하늘에서 거대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반백의 노인의 얼굴이 고조되었다.
 그는 천천히 제단 뒤로 물러나 제사장들과 같이 경을 읊었다.
 강한 전조에 음산한 기운이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이에 열두 제사장들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은 쉬지 않고 경을 외웠다.
 경을 읊는 소리에 맞추듯 마른하늘의 벼락과 천둥소리가 어우러지고 있었다.
 콰르르 쾅쾅! 그때.
 “푸웃!”
 한 제사장을 시작으로 열두 제사장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제단의 주위가 오색빛깔의 안개로 휩싸이며 그것은 회오리바람처럼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더니 다시 내려와 오누이를 감싸 안았다.
 “오오오!”
 반백의 노인이 경외에 찬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마른하늘의 벼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해졌고, 가려졌던 달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색빛깔의 안개 역시 사라져 있었다.
 반백의 노인이 긴장된 눈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오누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소교주인, 천여휘가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하고 떴다.
 “오오오! 부활하셨나이까! 천세! 천세! 천천세!”
 반백의 노인이 감격스러운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절을 했다.
 그는 의식이 성공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두 눈을 뜬 천여휘의 태도가 이상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반백의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세를 외치며 절을 하던 반백의 노인 역시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소교주를 바라보았다.
 “설마······.”
 “오 장로, 의식은 실패한 것 같소.”
 “어찌···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분명 정해진 의식(儀式)대로 거행하였는데.”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반백의 노인, 오 장로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소교주를 바라보았다. 천마를 부활시키기 위해 행한 의식이 실패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본래대로라고 한다면 열두 제사장과 천음지체의 희생으로 천양지체에 천마의 영혼이 깃들어야만 했다.
 으득!
 소교주 역시도 헛된 희생만 치르고 의식이 실패한 것에 너무도 화가 났는지, 입술을 깨물자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소중한 여동생과 자신이 희생을 해서 치른 의식이 헛된 죽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소교주는 그의 옆에 하얀 얼굴로 조용하게 누워 있는 아름다운 동생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바로 그러던 찰나였다.
 벌떡!
 “헉!”
 놀란 천여휘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쿵 하고 옆으로 넘어졌다.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천나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 것이었다.
 이에 오 장로 역시도 황당한 표정으로 나신의 천나연을 바라보았다.
 벌떡 일어난 천나연이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나··· 연아?”
 “······.”
 천나연은 오라비인 천여휘의 물음에 멀뚱멀뚱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에 천여휘는 이상함을 느꼈다.
 의식으로 희생되었어야 할 동생이 되살아났다.
 ‘설마? 나연이에게······.’
 말이 되지 않는 상상이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금방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오라··· 버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나연아!”
 깨어난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소중한 누이였다.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의식이 실패했다고 여겨지자 천여휘는 허탈하면서 분한 마음이 들었다.
 오 장로 역시도 그녀의 두 눈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소교주, 부활 의식이 성공했다는 증거가 없네. 아무래도··· 의식은 실패한 것······.”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단의 밑에서 누군가 힘겹게 일어났다.
 거추장스러운지 머리에 쓴 검은 두건을 거칠게 벗는 그는 의식으로 희생된 제사장들 중 하나였다.
 얼핏 보아도 백 세는 가볍게 넘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대제사장!”
 오 장로가 놀라서 그를 불렀다.
 그는 제사장들을 이끄는 대제사장이었다.
 세수가 120세에 달하는 천마신교에서 가장 연로한 노인이었다.
 의식으로 인해 숨을 거뒀을 거라 여겼던 그가 깨어났으니 놀랄 만도 했다.
 “엇?”
 그때 오 장로의 두 눈이 커졌다.
 놀랍게도 대제사장의 두 동공이 핏빛을 연상시킬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던 것이다.
 “오··· 오오오오!”
 절망했던 오 장로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자는 대제사장이 아니었다.
 “오오오, 처··· 천마님! 부··· 부활하셨나이까!”
 “뭐?”
 “이곳은 당신의 거처인 천마신교이옵니다.”
 “뭐?! 천마신교?”
 납작 엎드려 답하는 반백의 오 장로가 황당하다는 듯이 되묻는 대제사장을 놀란 눈으로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대제사장은 천천히 자신의 쭈글쭈글한 손을 들어 살펴보더니, 주름진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한 마디 내뱉었다.
 “아··· 씨발.”

댓글(28)

cr******    
여주네... pass
2016.07.24 23:46
마아카로니    
잘 봤습니다.
2016.07.25 21:22
루디사    
오 마음에 드네요. 재미있겠다는
2016.07.29 17:20
he*****    
잘 보고갑니다^^
2016.08.01 11:30
소설보러    
잘보고갑니다
2016.08.03 03:57
학교    
59+++
2016.08.06 11:07
페퍼맙    
ㅅㅅ
2016.08.06 22:35
[탈퇴계정]    
ts물인가여
2016.08.14 00:00
白雨    
잘 보고 갑니다아
2016.08.17 09:07
마녀의솥    
이쁠 것 같은 여자애가 '아 씨발'이라니 확 깨네.
2016.08.21 20:01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