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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해 쏴라 1-1권

2016.09.07 조회 29,722 추천 245


 내일을 향해 쏴라 1권
 
 
 
 서장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Hours Rule)이란 이론이 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168시간.
 일 년 8,760시간.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이 내놓은 연구 결과로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성공한 이들은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3시간 이상을 10년간 투자하며 쉼 없이 노력했다고 한다.
 
 감히 내가 이 이론을 부정하고자 한다.
 왜냐고?
 난······.
 인류역사상 유일하게 재능의 대물림이 가능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Chapter 01
 
 
 
 1
 
 “방금 행정실에 들러서 학비 들어온 거 확인했어, 엄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수가 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사이 변해 버린 대학 풍경이 슥슥 지나갔다.
 이 년 만에 복학한 캠퍼스는 꽤 많이 변해 있었다. 언덕 위쪽에 못 보던 건물이 들어섰으며, 제법 어리게 느껴지는 앳된 신입생들로 꽤나 북적거렸다.
 “······.”
 앞만 보던 수의 시선이 문득 신입생들에게 머물렀다.
 그도 저런 시기가 있었지.
 고등학교 때 누려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으로 눈이 빛나고, 자유분방한 캠퍼스 생활과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어 하던 시절이 말이다.
 하지만 복학생이 된 지금은 티끌만 한 감흥도 남지 않았다.
 오히려 졸업 이후에 찾아올 꽉 막힌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혔다.
 “엄마가 뭐가 미안한데. 이거 대출하고 다르다고 몇 번을 말해. 내 나이가 몇인데 학비를 대신 내줘. 나중에 취직하고 갚으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알았지? 대출 아니라니까.”
 수는 수화기에 대고 좋은 말로 엄마를 타일렀다.
 전역과 동시에 복학을 결심했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았다. 결국 학자금 대출을 받아 복학을 감행했는데, 부모님은 자식이 빚을 내서 공부를 하는 모습에 못내 안타까워했다.
 “엄마, 난 괜찮으니까 준이나 신경 써줘. 명색이 서울대 법대생이잖아? 응, 나 이제 수업이야. 끊을게.”
 전화를 끊고 난 뒤, 수의 표정엔 수심이 가득했다.
 부모님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굴었으나 학자금 대출도 엄연한 빚이다 보니 가슴에 납덩이를 올려놓은 듯 묵직하게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장학금을 타야 하는데······.”
 말은 그리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학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재학생이든 복학생이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게 뻔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장학금에만 올인을 하자니 당장의 생활비가 빠듯했다.
 “이수 선배!”
 답답한 마음을 안고 도서관 정문을 나서던 수가 멈칫 했다.
 봄의 싱그러운 목소리를 지닌 후배의 부름에 고개가 돌아갔다.
 “선배! 선배, 맞죠?”
 “······.”
 주인을 만난 강아지마냥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후배를 한동안 빤히 쳐다봤다.
 분명 낯이 익은 인상인데, 묘하게 달라진 생김새에 수가 자신 없이 이름을 중얼거렸다.
 “오진서?”
 오진서. 입대 전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수보다 한 학번 늦은 후배다.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밝고 당찬 성격 때문에 MT 때도 눈에 띄어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선배, 진짜 오랜만이다. 전역했다더니 복학한 거예요?”
 “너 진서 맞지?”
 수가 확신을 못 갖고 묻자 진서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뭐야, 나 못 알아본 거야? 이거 서운해지려고 하네.”
 “너······ 예뻐졌다?”
 수는 이 년 만에 만난 진서를 보고 느낀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
 인상은 그대로인데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변화가 보였다.
 자연스러운 쌍꺼풀도 그렇고 갸름해진 턱선, 높은 콧날까지······ 어디 내놔도 시선을 끌 만한 미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요? 선배한테 예쁘단 말 들으니 이 년간 공들인 보람 있네요. 브이!”
 진서는 자신 있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펼치며 배시시 웃었다.
 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볼을 실룩거렸다.
 방학이 지나거나 명절 연휴가 끝날 때마다 여대생들의 얼굴이 바뀌는 건 익숙했지만, 저리 당당히 성형을 인정하는 모습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쨌든 반갑다. 네가 올해 3학년인가?”
 “아뇨, 2학년이요.”
 “왜? 휴학했었어?”
 수가 의아해했다.
 필수적으로 군휴학을 신청하는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들은 별다른 연유가 없다면 다이렉트로 졸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까닭이다.
 “네, 어쩌다 보니. 그보다 선배, 혹시 전공수업 호스피스의 역할 들어요?”
 “어, 너도?”
 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과 특성상 남자보다 여자가 많고, 동기나 안면이 있는 후배들은 죄다 입대를 한지라 쓸쓸하던 터였다.
 “굿! 저한테 구원받으셨네요.”
 “내가? 네가 아니고?”
 “앗!”
 진서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수의 어깨를 손으로 만져 봤다.
 “우와! 선배, 전역하시더니 남자다워지신 거 같아요. 어깨도 떡 벌어지고. 딱딱한 근육 봐!”
 “그래?”
 수가 어깨에 힘을 주며 살짝 우쭐했다.
 말년에 군부대 헬스장에 쏟아부은 시간을 보상받은 것 같아 살짝 기뻤다.
 “그런 의미로 선배······.”
 “어?”
 “밥 사줘요.”
 “······.”
 영악한 계집애. 어쩐지 이유도 없이 칭찬을 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던 수다.
 “왜 그 말 안 나오나 했다. 넌 밥 못 얻어먹어서 굶어 죽은 귀신이 쓰였냐?”
 “그러지 말고 사줘요. 네?”
 “하! 사준다, 사줘.”
 수가 마지못해 알았다고 하자 진서가 아이처럼 좋아했다.
 “진짜죠? 올레!”
 “근데 진서야, 오빠 몸 진짜 좋아지지 않았냐?”
 수는 아직 칭찬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화제를 되돌렸다. 마치 밥값은 내가 낼 터이니, 넌 그만큼의 칭찬을 하라는 투다.
 “네, 건강해 보여요. 근데 좀······.”
 “좀?”
 “스타일이 촌스러워요. 예전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음, 왜 그럴까?”
 “······.”
 수는 깨달았다.
 자신이 신입생 시절 아저씨처럼 느끼던 복학생이 되어버렸단 걸.
 
 2
 
 수는 불과 이 주 전까지만 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바치던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었다.
 군인 티도 채 벗지 못한 짧은 머리로 복학을 한 수는 한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 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돌아갔다.
 마땅한 준비도 없이 복학을 하는 게 망설여지긴 했지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느니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저기 앉아요!”
 강의실 맨 뒷자리에 수와 진서가 나란히 앉았다.
 쓸데없이 좋은 재질에 두툼하게 제작된 전공서적을 책상에 펼치자 다시 대학생이 되었단 사실이 조금은 실감이 났다.
 “하아.”
 진서가 칠판을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밥 잘 먹고 웬 한숨?”
 “그냥 답답해서요. 적성에도 안 맞는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너도 그러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점수 커트라인에 맞춰서 학교 위주로 진학을 하다 보니 적성에도 없는 사회복지학과에 들어오고 말았다.
 “짜증 나. 미래의 유망 직업? 그 얘기만 수십 년째래요. 담임한테 완전 사기당했다니까.”
 “왜? 취직은 잘되잖아.”
 “그럼 선배는 꼭 졸업장 따시고 취직하세요. 떼돈 버시겠네.”
 “······.”
 진서의 비아냥거림에도 수는 딱히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때,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로부터 미래의 유망 직업으로 손꼽혔다.
 사회복지학과 지망 붐이 일 정도였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사회복지학과 진학률이 일순위로 뽑힐 만큼 경쟁률도 치열했다.
 하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너무 달랐다.
 관할 복지센터, 노인복지시설, 지역쉼터, 요양원, 재활센터 등 취직이 가능한 분야는 넓었으나 박봉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월급이 적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먹고 살기 버거운 직업인 것이다.
 ‘그놈의 졸업장이 뭔지······.’
 대한민국은 학력 사회다.
 청년 실업이 60만에 육박한 현재, 변변한 기술도 없는 고졸이 취직에 성공해서 대우를 받을 만큼 대한민국은 만만하지가 않다.
 ‘복학 결정한 거, 잘한 거겠지?’
 군 복무 시절부터 수도 없이 자퇴를 생각했지만, 선뜻 그만둘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막상 자퇴를 한 뒤에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까닭이다.
 결국 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복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끼익!
 강의 시간에 맞춰 가벼운 정장 차림의 교수가 들어왔다. 후덕한 체형과 달리 강퍅해 보이는 인상의 그는 김무열이라고 소개했다.
 “내 소문 들은 사람?”
 “······.”
 “들은 사람 없어?”
 다짜고짜 묻는 통에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때 진서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선배들이 그러는데 쟤 완전 똘아이래요.’
 어쩐지, 첫 인상부터 괴팍한 티가 팍팍 나긴 한다. 잘은 몰라도 이 강의가 엄청 피곤해질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뭐야, 진짜 못 들은 거야? 아니면 듣고도 입 다물고 있는 거야?”
 “······.”
 “거기 너.”
 김무열 교수가 맨 앞줄에 안경을 끼고 앉아 있던 여학생을 지목했다.
 “네? 저요?”
 “지금 수강 중인 과목 이름이 뭐야?”
 “호스피스의 역할이요.”
 “그지. 좋아, 내 너에게 특별히 기회를 주마. 호스피스에 대해 아는 대로 떠들어봐. 맘에 들면 내 교수직을 걸고 리포트 A학점 쏜다.”
 “······!”
 당황하던 여학생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녀는 맨 앞줄에 앉은 만큼 성적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여학생은 교수에 눈에 띄어 좋은 학점을 받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호스피스는 라틴어 hospes(손님)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풀며 도와주는 사람을 뜻하죠.”
 “뭐해? 박수 안 치고.”
 짝짝짝!
 팔짱을 낀 김무열 교수가 턱짓으로 강요하자 학생들이 마지못해 박수를 쳤다.
 여학생은 쑥스러운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사전적으로 아주 훌륭한 설명이다. 그러면 네가 생각하는 호스피스는 뭐냐?”
 “네? 제가 생각하는 거요?”
 본질을 묻는 질문에 여학생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당황했다.
 “그게······ 그러니까······.”
 “그만, 본 질문에 대답 못했으니 리포트 A학점은 없다. 불만 없지?”
 “······.”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놓친 게 아쉬운 듯 여학생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사람을 쥐락펴락하네. 저런 타입 피곤한데, 최대한 눈에 띄지 말자.’
 수는 최대한 쥐 죽은 듯이 지내기로 결심했다. 괴팍한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괜히 엮여봤자 좋은 꼴 보기 힘들 것 같았다.
 “이게 너희의 현 주소다.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란 애들이 복지의 기본자세인 봉사, 희생정신은 쥐꼬리만큼도 없지.”
 ‘하! 봉사, 희생 좋아하네.’
 수는 마음속으로 조소했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 대학생들을 잡고 물어보라. 열에 아홉은 전도유망한 직업이란 이유로 사회복지학을 지원한 경우다.
 봉사, 희생을 운운하기 전에 앞서 취업이란 최소 요건의 충족이 먼저이지 않을까?
 김무열 교수는 교재를 들어 보이더니 교단 위에 휙 던졌다.
 “자격증? 개나 주라고 해라. 다들 정신머리가 틀려먹었는데, 이깟 이론 주구장창 떠든다고 진짜 호스피스가 되겠냐?”
 “······.”
 “자격증은 네들이 알아서 따라. 단, 학점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김무열 교수의 선언에 학생들이 웅성웅성거렸다. 학점의 기준이 되는 자격증이 빠지면 어떤 방식으로 학점을 따야 하는지 막막해 보였다.
 “썩어빠진 네들의 마음 자세를 고쳐 주기 위해, 올해부턴 수업 방식을 실습 위주로 간다.”
 “시, 실습이요?”
 “이 주간 기본적인 호스피스 과정을 숙지한 후 성모병원으로 실습을 나간다. 평가는 내가 아니라, 병동의 환자들과 간호사들이 직접 매기는 방식이다.”
 “······!”
 다들 어이가 없었지만 직접 표현을 할 만큼 배짱이 두둑한 학생은 없었다.
 “잘하는 건 바라지도 하지 않는다. 강요에 의한 억지 실습이 아니라, 진실된 봉사, 희생, 헌신······ 어느 것 하나라도 좋으니 네들의 진심이 그들의 가슴에 닿으면 된다. 알아들었나?”
 ‘이미 강요하고 있거든?’
 수는 이런 반강제적인 실습이 탐탁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학점 산출은 공정성이 결여되게 마련이다.
 집안이 넉넉한 형편의 아닌 수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 조금이라도 학비에 보태야만 하기에 이런 식의 주관적인 평가는 독이 됐다.
 전공수업은 두 시간을 꽉꽉 채우고 나서야 끝났다.
 첫 강의는 보통 일찍 끝난다는 통례도 김무열 교수에겐 예외였다.
 진서는 그가 강의실을 나서기가 무섭게 불만을 토로했다.
 “저 똘아이! 딸랑 전공서 하나 읽고 실습을 나가라는 게 말이 돼?”
 “그러게.”
 “선배, 나 확 자퇴해 버릴까?”
 “말리진 않으마.”
 수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진서가 입꼬리를 올리며 예쁘게 웃었다.
 “와, 잔인해. 이럴 땐 참으라거나 내 편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왜? 총 맞았니?”
 수는 지지 않고 말을 받았다.
 진서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전공서적을 팔꿈치에 끼고 일어났다.
 “짜증 나. 커피 사줘요.”
 “네가 좀 사지?”
 수와 진서가 투탁거리면서 강의실을 나설 때였다.
 마침 맞은편 강의실에 있던 3학년 전공수업이 끝난 듯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 틈바구니에서 유독 눈에 띄는 미모의 여학생이 시선을 끌었다.
 단아한 원피스 차림에 긴 생머리, 엷은 화장임에도 불구하고 감출 수 없는 순백의 피부,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작은 얼굴과 자연스러운 이목구비는 일반인 이상의 미모를 과시했다.
 “우리 과 천사님이다.”
 “천사?”
 “몰라요? 아름 선배라고 공과대 애들이 교양 들으려고 왔다가 보고는 천사님이라고 입을 모아서 부른대요. 쳇! 천사는 개뿔. 내가 볼 땐 눈도 집고, 다 고친 거구만.”
 “······.”
 “남자애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완전 된장녀예요. 저 가방 보이죠? 저 브랜드가 학생이 들고 다닐 만한 가방이 아니라니까. 완전 허세 작렬이야. 재수 없어.”
 진서가 험담을 늘어놓거나 말거나 수는 우두커니 서서 물끄러미 아름을 응시했다.
 정말이지 남자라면 반할 수 없을 만큼 출중한 미모다. 비단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또래에서 볼 수 없는 여성의 현숙함이 물신 풍겼다.
 한참을 그리 쳐다보던 수가 담담한 투로 말했다.
 “쟤 성형 안 했다.”
 “네? 뭘 안 해요?”
 “네가 생각하는 만큼 된장녀도 아냐. 아! 재수 없다는 건 동의해 주마.”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아, 두 사람 동기?”
 수는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비록 학년은 달랐지만 수와 아름은 같은 학번을 달고 있었다.
 그때 강의실을 막 나서던 아름이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멀찌감치에서 서 있는 수와 본의 아니게 눈이 딱 마주쳤다.
 “어? 왜 이쪽으로 오지?”
 살짝 당황해하는 진서와 달리 수는 차분했다.
 손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선 아름이 살짝 팬 보조개를 보이며 웃었다. 아, 주변이 밝아지는 착각이 들 만큼 화사한 미소다.
 “오랜만에 보네. 전역한 거야?”
 “어.”
 수는 대답을 단말로 뚝 끊었다. 마치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한 태도다.
 아름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여전히 쌀쌀맞네, 너는. 이 년이나 지났는데······ 화 풀 때 되지 않았어?”
 “너라면 풀리겠냐?”
 수의 말투는 냉랭하다 못해 툭툭 쏴댔다.
 아름에게 한마디라도 더 말붙이고 싶어 하는 여타의 남학생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름은 옆머리를 귀 너머로 넘기며 거절하기 힘든 제의를 했다.
 “언제 차라도 한잔해. 화해하고 싶어.”
 “웃겨서 진짜.”
 수가 피식 비웃었다.
 “너랑 내가 사이좋게 마주 앉아서 차 마실 사이는 아니지 않냐?”
 “······.”
 “다신 말 걸지 마라. 가자.”
 수는 눈치를 슬슬 보던 진서의 어깨를 툭 치면서 몸을 돌렸다.
 얼떨떨하게 서 있던 진서는 꾸벅 아름에게 인사를 하곤 휙 몸을 돌려 쫓아갔다.
 빠른 걸음으로 인문사회학부 건물을 나선 수의 뒤에 따라붙은 진서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배, 얘기 좀 해요.”
 “뭘?”
 “아름 선배랑 무슨 사이예요? 보니까 보통 사이 같진 않던데. 화해는 또 뭐고, 둘이 다투기라도 한 거예요?”
 뚝!
 앞서 걷던 수가 걸음을 멈췄다.
 “잠깐 사귄 사이야.”
 “네?!”
 진서의 동공이 보름달만큼 확장됐다. 태어나서 이렇게 놀라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 정도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배랑 천사가? 에이, 말도 안 돼. 차라리 김태희랑 사귀었단 말을 믿지.”
 “믿지 마.”
 수는 설득할 생각도 없는 듯 휙 몸을 돌려 다시 가버렸다.
 진서가 얼른 쫓아가더니 앞서 가는 수의 옆에 딱 붙었다.
 “진짜예요? 아니, 도대체 왜? 뭐, 선배 정도면 나쁘지 않긴 한데······ 그렇다고 아름 선배랑 사귈 정도는 아니지 않나.”
 “네가 그리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수가 질렸다는 듯이 대꾸하자 진서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납득이 안 가서 그래요. 선배의 어떤 면을 보고 사귄 거래요?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나?”
 “너 안 가냐?”
 “앗! 선배 혹시······.”
 뭔가를 알아챈 듯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시늉을 하는 진서.
 덩달아 수도 살짝 긴장을 하고 쳐다봤다.
 “침대 위 에너자이저?”
 “야!”
 참다못한 수가 윽박을 지르더니 말도 섞기 싫은 듯 휙 몸을 돌려 가버렸다.
 “왜 화를 낸대, 아니면 마는 거지.”
 진서는 귀를 어루만지다가 이내 멀어진 수를 향해 뛰어가며 소리쳤다.
 “납득이 안 가서 그래요! 얘기 좀 해줘요, 선배!”
 
 
 
 Chapter 02
 
 
 
 1
 
 이 주가 훌쩍 지났다.
 그간 수의 생활은 지루하리만치 단순했다.
 수업이 끝나면 군 생활로 인해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깨우고자 평일 내내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붙잡고 있었다. 중간에 나와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을 낙으로 여겼다.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부터 구로 공단 지역에 있는 배터리 공장에 출근했다. 100kg이 넘는 배터리를 나르는 일인데 고되고 힘들긴 했지만 시급이 센 까닭에 악착같이 버텼다.
 돌아오는 월요일.
 아르바이트 후유증으로 근육통에 밤새 시달리던 수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학교가 아니라 호스피스 실습을 위해 부속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는 까닭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일 층 홀에 도착하자 십여 명의 복지학과 학생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왔어요?”
 고개를 돌리니 진서가 서 있었다. 가벼운 티에 청바지 차림의 진서가 피로회복제를 내밀었다.
 “주는 거니 마시긴 하겠는데, 네가 웬일이냐?”
 살짝 미심쩍긴 했지만 마침 피곤했는지라 뚜껑을 따고 발칵발칵 마셨다.
 “뇌물이에요.”
 “뭔 뇌물?”
 “아름 선배랑 있었던 얘기 해주기!”
 “······뱉으마.”
 진짜 괴어내려는 수의 행동에 진서가 밉게 눈을 흘겼다.
 “치사해.”
 “넌 그 얘기가 왜 궁금한 거냐?”
 “재미있잖아요!”
 “재미? 퍽이나. 안 좋게 끝났다. 그것도 최악으로. 그러니 더는 묻지 마.”
 “그래도······.”
 진서는 뭐라고 물고 늘어지려다가 말을 흐렸다.
 수가 단호하게 선을 그은 까닭에 더는 조르기가 곤란해진 것이다.
 몸을 돌린 수는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또 생각나 버렸네.’
 겨우 지우고 지냈는데, 그만 다시 떠오르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흔하디흔한 남녀의 이별이다. 특별할 것도 없고, 대수롭지도 않은 이별 말이다.
 그리 치부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름이 남긴 이별의 말 한마디가 귀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헤어져. 가난한 남자······ 질색이야.’
 
 그로부터 일주일 뒤, 수는 입대했다.
 후에 다른 사람도 아닌, 돈 많은 동기 이규범과 사귀게 되었단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때 느낀 배신감은 아직도 생상하다.
 고작 돈 많은 남자가 좋아서 헤어지자고 하다니.
 그때 겪은 이별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수의 가슴속에 상처로 남아 있었다.
 “한북대학교 실습생분들 이쪽으로 모이세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회의실에 모였다. 마련된 자리에 앉자 의사, 간호사, 수녀, 스님, 자원봉사자가 일렬로 쭉 섰다.
 환자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여 운영을 한다는 걸 이론 시간에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제 소개를 먼저 하죠. 여러분의 호스피스 교육을 담당할 자원봉사자 황은옥이고요. 차례대로 닥터 이진호 선생님, 간호사 김정하 선생님, 송 마리아 수녀님, 혜빈 스님이십니다.”
 이름이 호명이 될 때마다 일동은 열렬히 박수를 치면서 환영을 했다.
 한 학기 동안 매주 봐야 할 얼굴이자, 학점을 줄 당사자들인 까닭이다.
 수도 긴장을 하고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론은 충분히 숙지하고 오셨다는 판단하에, 여러분께서 실습을 하시는 동안 명심하셔야 할 것만 말씀드릴게요.”
 “······.”
 “억지로 환자 분들을 이해하는 척하지 마세요. 죽음에 대해 아는 척 떠들지 마세요. 여러분보다 죽음에 더 가깝고, 잘 아시는 분들이 환자 분들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일동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진짜 호스피스 병동에 왔단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올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호스피스가 죽음을 언급하니 가슴에 납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해.’
 멀게만 느껴지던 죽음이 수의 피부에 닿을 듯 가까워진 듯했다.
 “호스피스의 역할은 치료가 아니란 걸 아실 겁니다. 뭔지 아시는 분?”
 황은옥의 질문에 앞쪽에 서 있던 여학생이 손을 들었다.
 “돌봄의 행위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기시길 바라며, 병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병실을 언급하자 수는 살짝 긴장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시한부 인생을 받아놓은 환자와 직접 대면을 하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그건 진서도 마찬가지였다. 종알종알 떠들어대던 그녀도 긴장을 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복도를 쭉 따라 걸어가며 각 병실에 배정된 학생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수는 중간중간마다 호스피스 병실에 입원 중인 분들을 볼 수 있었다.
 손을 꼭 잡은 채 애원하는 노부부.
 “여보, 나 죽어도 집에 가서 죽을 거야.”
 “그래. 집에 가자. 알았으니까 좀 기다려.”
 “······.”
 병상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중년 여자는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고, 주사를 놓든 말든 같은 말만 주문처럼 반복했다.
 “다 필요 없어. 난 어차피 죽어. 죽는다고.”
 “······.”
 수는 죽음에 임박한 병자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진짜 죽음에 문턱에 이른 공포감과 두려움, 자괴감 등이 피부로 전해진 것이다.
 ‘나 잘 버틸 수 있겠지?’
 교수의 말처럼 수는 봉사나 희생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한 실습일 뿐, 누군가의 죽음과 가깝게 다가선다는 게 꺼림칙했다.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버텨보기나 해보자. 학점은 따야 하잖아.’
 마침 앞서 걷던 황은옥이 멈춰 서더니 명단에 적힌 이름을 호명했다.
 “오진서, 이수 학생은 701호입니다.”
 수와 진서는 동시에 안도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나마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이 한 병실에 머물게 된 것만으로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배정을 받은 수는 조심스럽게 미닫이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섰다.
 “······.”
 병실은 매우 엄숙했다. 너무 공기가 무거워서 숨을 쉬기가 버거울 정도다.
 수는 마주 보고 있는 침상 중 우측에 있는 병상 위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어렵게 커튼을 밀며 인사를 건넸으나 침상 위는 텅 비어 있었다.
 흐트러진 이불과 먹다 만 음료수가 놓인 것을 보니 좀 전까지 이곳에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너 뭐냐?”
 긴장을 하고 있던 수가 깜짝 놀라 어깨를 흠칫 떨었다.
 ‘깜짝이야. 있으면 인기척이라도 내주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창가 쪽을 보았다.
 창틀에 가까이 가자 환자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어딘지 삐딱한 자세와 눈빛, 흐트러진 머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불량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목구비도 또렷한 미남형이다. 특히 앞머리가 흘러 내려오지 않게 차고 있는 머리띠가 인상적이었다.
 ‘시한부 병자 맞아?’
 겉모습만 보아선 오늘 퇴원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처럼 건강해 보였다.
 “너 뭐냐고.”
 “오늘부터 호스피스 실습을 하게 된 이수라고······.”
 “너 나 아냐?”
 중년 남자는 말을 끊더니 질문을 툭 던졌다.
 “아, 아뇨.”
 “나 김강진이야. 내 이름 못 들어봤어?”
 수가 살짝 인상을 쓰며 머릿속을 뒤져 봤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죄송한데, 뭐하시던 분이신지······.”
 “스마트폰은 장식이냐?”
 김강진의 말투는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것인지 말끝마다 시비조였다.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고 스마트폰으로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너무 많은 유명 인사가 나온지라 그중에서 눈앞의 남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수 김강진?”
 김강진이 짐짓 어깨를 으쓱했다.
 “에헴! 그래, 인마. 내가 87년도 가수왕 김강진이다. 만나서 영광이지?”
 “······!”
 수는 살짝 놀라긴 했으나 그게 다였다.
 ‘87년도면 나 태어나기 전이잖아?’
 까마득히 오래된 일인지라 피부에 와 닿지가 않았다. 그저 남 일마냥 무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너 리액션이 영 시원찮다? 아버지 안 들어봤냐? 죽이는 명곡인데.”
 “아버지요?”
 딱 떠오르는 곡은 김경호나 싸이가 부른 아버지다. 아쉽게도 김강진이 부른 아버지란 곡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다.
 “하! 이래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들하곤 말이 안 통해요. 됐고, 가서 물이나 떠 와. 목 마르다.”
 “네.”
 수는 구석에 비치된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물을 따랐다.
 졸졸졸.
 그 와중에 바로 건너편 병상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렸다.
 “되게 잘생기셨다. 젊었을 때 미남이셨죠?”
 “······.”
 “다리 주물러 드릴까요?”
 커튼 너머로 진서가 환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외인데?’
 잘 버틸까 걱정했는데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내심 놀랄 때였다.
 “나가.”
 “네?”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대화는 거기서 딱 끝이 났다.
 커튼 밖으로 나온 진서가 울먹이는 얼굴로 병실을 나갔다.
 “지, 진서야······.”
 수가 말려보려고 했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그러다 문득 진서가 뛰쳐나가며 흐트러진 커튼 틈으로 병자의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마른 체격의 중년 남자였는데, 쭉 찢어진 눈이 매서웠다.
 “······!”
 수도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무슨 사람 눈이······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태어나서 저런 눈빛은 처음 본다. 뭔가에 초탈한 듯 보이면서도 뼛속까지 꿰뚫는 느낌이랄까.
 마주하고 있으면 절로 주눅이 들 만큼 강하다.
 물 잔을 들고 돌아서던 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병상에 걸려 있는 이름표로 향했다.
 ‘강민수?’
 역시나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물 뜨러 제주도 갔냐?”
 김강진의 부름에 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네, 지금 가요!”
 ‘내 앞가림부터 하자.’
 누군가를 챙겨주기엔 당장에 자기 앞가림도 버거운 입장의 수였다.
 
 2
 
 “피곤해 죽겠네.”
 언덕배기 주택가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 수가 주먹을 살짝 말아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있었던 실습을 돌아보면 허드렛일로 귀결된 하루였다.
 “말이 좋아서 돌보는 거지, 뒤치다꺼리잖아.”
 신랄한 표현을 붙이긴 했지만 수가 느낀 솔직한 감정이었다.
 또 틀린 말이 아니기도 했다.
 호스피스의 역할은 치료가 아닌 돌봄을 기본을 모태로 삼는다.
 돌보기의 범주에는 책 읽어주기, 오락, 예술, 음악, 대화, 물리치료, 영적지지, 마지막으로 잔심부름까지 포함되어 있다.
 골목 어귀를 가로지르는데 가로등 불이 켜졌다. 느지막하게 해가 지는 것이다.
 “어?”
 다세대주택 단지 앞 공터에 익숙한 개인택시 한 대가 주차했다.
 운전석 문을 열고 나온 아버지는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느라 근육이 뭉쳤는지 어깨를 잡고 팔을 돌리며 대문으로 향했다.
 “아빠!”
 “이제 오냐?”
 아버지의 목소리엔 힘이 없다.
 자식 두 명을 가르치느라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야윈 얼굴과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비쩍 마른 다리를 보고 있으면 딱하기 그지없었다.
 “일 끝나신 거예요?”
 “아니. 마침 손님이 근처에서 내려서. 밥 먹고 다시 나가봐야지. 실습은 할 만하고?”
 “그럭저럭요.”
 “미안타, 네가 형인데 준이만 신경 써주고.”
 아버지는 매번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담고 사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남동생 이준은 대한민국에서 으뜸인 서울대 법대생이다. 점수 커트라인에 맞춰서 서울권 대학에 겨우 입학한 수와는 엄연히 다른 케이스다.
 이쯤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생인 이준에게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 마요. 내 앞가림은 알아서 하니까. 준이나 신경 써줘요.”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뒷전으로 밀린 수였지만 한 번도 싫은 내색을 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오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버지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엄마가 미리 저녁 식사 준비를 해둔 것이다.
 “왔니? 하여간 먹을 복은 있다니까. 두 번 상 차릴 필요 없이 같이 앉아 먹자.”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앞치마를 두른 엄마의 말에 수는 힘차게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너 있었냐?”
 방에 들어가자 동생 이준이 전신거울 앞에 서서 머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바로 나갈 거야. 옷 갈아입으러 왔어.”
 “너 옷 샀어? 못 보던 옷인데?”
 수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다듬는 이준을 보며 미심쩍어 했다.
 “몇 개 샀어. 입을 옷이 너무 없더라고.”
 등 뒤에 붙은 로고를 자세히 보니 티 한 장에 십만 원이 넘어가는 브랜드의 상품이었다.
 “너······ 이거 비싼 브랜드잖아?”
 “얼마 안 해. 아! 뜯은 건 형도 입어. 어차피 산 거 아껴 입어서 뭐해.”
 형제고 체격이 비슷하다 보니 옷을 돌려 입는 건 익숙했다.
 문제는 이 옷을 무슨 돈으로 샀냐는 거다.
 “네가 돈이 어디서 나서 이걸 사.”
 “나 과외 시작했어.”
 “과외?”
 “응, 그러니까 잔소리하지 마. 세팅 끝! 난 약속이 있어서 갈게. 형, 수고!”
 이준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방문을 닫고 가버렸다.
 “자식, 과외도 하고 부럽네.”
 명문대 재학생이 과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흔한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시간 대비 받는 돈도 꽤 짭짤할 터다.
 믿을 건 몸뚱이밖에 없는 수의 입장에선 공부 잘하는 동생이 살짝 샘이 나기도 했다.
 “어?”
 때마침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영수증이 수의 눈에 띄었다.
 “프라다(Prada)?”
 영수증에 기재된 발행처를 보고 수가 중얼거렸다.
 자세히는 모르나 프라다가 최고급 명품 브랜드로 정도라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숍에서 발행한 영수증에 기입된 액수가 무려 사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게 우리 집에 있지?”
 
 3
 
 실습 2주차.
 병동 로비에 앉은 수와 진서는 실습을 앞두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적성에 안 맞지?”
 “어쩌겠어요. 까라면 까야지.”
 “군대 다녀왔냐? 표현하곤. 어쨌든 좋은 자세다.”
 우려와 달리 진서가 다부진 모습을 보이자 마음이 놓였다.
 진서가 슬프게 웃었다.
 “실은 그날 밖에서 울고 있는데······ 혜빈 스님이 나오셔서 그러시더라고요.”
 “혜빈 스님?”
 기억이 난다. 송 마리아 수녀와 더불어 종교적으로 병자들의 영적인 안정을 돕고 있는 분이다.
 “헤어지는 연습하는 거라고. 그래서 모질고 못된 거니 다 이해하라고.”
 “······.”
 “그 말 듣는데 가슴이 울컥하는 거 있죠?”
 “그러게.”
 수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조금이나마 죽음에 가까워진 병자들의 심정이 가슴으로 전해진 까닭이다.
 왠지 침울해진 분위기를 깨고자 진서가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났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포기하면 죽도 밥도 안 되고 기왕 실습하게 된 거, 이 악물고 버텨보려고요.”
 정각이 딱 되자 황은옥이 로비로 나왔다. 명부에 맞춰 출석을 체크하기가 무섭게 실습생들을 데리고 병실로 올라갔다.
 701호 병실에 들어선 수는 김강진의 병상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 어? 어디 가셨지?”
 잠시 검사를 받거나 화장실을 가셨을 거란 생각에 간이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하지만 삼십 분이 넘도록 오지 않아 결국 복도로 나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 김강진 환자분요? 옥상에 가보세요. 컨디션 괜찮으면 꼭 거기 가 계시더라고요.”
 “옥상이요?”
 병동에만 있다 보면 답답하겠지.
 수는 병실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이왕 시작한 거 최선을 다하잔 마음에 옥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옥상 정원은 제법 그럴싸했다. 자그마한 분수대에 우거진 수풀, 벤치들을 보면 작은 공원에 와 있단 인상을 받았다.
 기타 선율에 맞춰 노랫가락 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저기 계시나 보네.”
 수는 음악 소리를 따라서 발걸음을 뗐다. 처음 수의 귀를 사로잡은 건 조금은 경박해 보이기도 했던 김강진의 첫인상과는 다른 또렷한 기타 선율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구슬픈 노랫가락이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가수라고 했지? 확실히 잘 부르긴 하네.’
 참 편안한 음색이란 인상을 받았다. 마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랄까. 아이돌과 전자음악이 판치는 지금 대중음악에서는 듣기 힘든 감성적인 음색이다.
 “어렵던 내 삶에······ 콜록! 죽도록 그리워하던······ 콜록콜록!”
 노래는 뚝 끊기고 김강진은 죽을 듯이 기침을 해댔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가 황급히 뛰어갔다.
 “괜찮으세요?”
 “왔냐?”
 “안색이 안 좋아요. 간호사 분 불러와야 할 거 같아요.”
 수가 다급하게 얘기하며 가려고 하자 김강진이 손목을 잡았다.
 “걔들이 오면 뭐가 달라진대? 콜록콜록! 좀 있으면 괜찮아져.”
 “하, 하지만······.”
 수는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없었고 호흡이 가다듬어지자 김강진의 안색도 점차 나아졌다.
 잠시 뒤, 호흡을 가라앉힌 김강진이 수에게 예상치 못한 말을 건넸다.
 “너 나랑 어디 좀 가자.”
 “네? 어디요?”
 뜬금없는 말에 수가 놀라 반문했다.
 “가보면 알아.”
 “······.”
 얘기해 주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나?
 김강진은 일언반구도 없이 앞장서서 걸었다.
 
 4
 
 “오락실?”
 의사와 간호사의 눈을 피해 은밀히 병동을 빠져나온 김강진이 찾은 곳은 병원 길 건너편에 위치한 구형 오락실이다.
 정확히는 박스 형태로 오락실 구석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전노래방이다.
 “뭘 멀뚱히 보고 서 있어? 동전 안 바꿔 오고.”
 “네?”
 “환자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게 호스피스야. 얼른 가서 동전 바꿔 와.”
 “······.”
 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에서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 오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꿨다.
 기계에 쏟아진 동전을 집어서 돌아서는 수의 마음은 복잡했다.
 ‘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병동 규율을 어기고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것 같아 심란했다.
 근데 더 걱정인 건 무단으로 병동을 나온 사이에 김강진의 병세가 악화될까 봐 그게 우려스러웠다.
 “여기 바꿔 왔어요.”
 “왜 날 줘. 넣고, 한 곡 뽑아봐.”
 “네? 제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구 있냐?”
 “······.”
 이럴 거면 뭐하려 왔냐는 말이 목에 걸렸지만 겨우 참았다.
 수는 반강제적으로 넘겨받은 선곡책을 뒤져 번호를 입력했다.
 그나마 잘 알고, 몇 번 부른 적이 있는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다.
 ‘부담스럽게 왜 저런대?’
 수는 노래를 부르는 내내 불편함을 지우지 못했다.
 팔짱을 낀 김강진이 엄숙한 표정으로 노래를 경청하는 까닭이다.
 집중이 잘 안 되긴 했지만 어차피 시작한 노래, 끝을 보기로 결심하고 열정적으로 불렀다.
 하나 한계는 명확했다.
 다소 고음 위주로 구성된 노래는 고음 불가인 수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결국 클라이맥스에서 보기 좋게 음 이탈을 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기계한테 제법 후한 점수인 93점을 받았다는 거다.
 “다 불렀어요.”
 “너······.”
 김강진이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마디 던졌다.
 “노래 되게 못한다?”
 “윽! 저, 저도 안다고요.”
 허를 찔린 수가 무안해졌다.
 설마 하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디스를 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들어주기 민망하더라. 그게 노래냐? 가사 쫓아가기도 버거우니 음정도 불안하고, 목에 힘만 주니 고음에선 삑사리가 나잖아.”
 “누가 그걸 몰라요? 안 되니까 이러지.”
 “배에 힘을 주고 불러. 노래는 목이 아니라 배로 부르는 거야.”
 수는 불만스럽다는 듯 볼을 실룩거렸다.
 남자라면 누구나 노래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성과 교류가 활발할 이맘때엔 더더욱 그렇다. 감미로운 발라드와 그윽한 눈길은 여자를 유혹하는 데 최고의 무기니까.
 근데 안 되는 걸 어쩌나.
 “딱해서 진짜. 너 오늘부터 노래 배워라.”
 “노래 못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네? 지금 뭘 배우라고요?”
 당황한 수의 반문에 김강진이 누렁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노래 가르쳐 준다고. 쌍팔년도 가수왕 나, 김강진이!”
 “······!”
 
 
 
 Chapter 03
 
 
 
 1
 
 호스피스 실습 3주차.
 실습생과 병자로 매주 만나게 된 수와 김강진은 거르지 않고 동전노래방을 찾았다.
 같이 갔다기보단, 김강진의 강제성에 끌려간 수는 때 아닌 보컬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목에 힘주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냐?”
 “이게 힘 뺀 건데요?”
 김강진이 수의 목젖을 툭툭 두드렸다.
 “인마, 성대 내리고 불러.”
 “그게 잘되면 제가 가수하죠.”
 김강진의 교육 방식은 스파르타에 버금갈 만큼 혹독했다. 마치 군 복무 시절 받았던 유격훈련을 답습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아저씨가 나한테 원수를 졌나?’
 불쑥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스쳐 지나가는 생각일 뿐.
 티격태격 지내던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던 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노래 잘하면 여자가 얼마나 꼬이는지 아냐?”
 “노래 못해도 저 여자 많거든요?”
 김강진이 피식 비웃었다.
 “구라 치지 마라. 말이 말 같아야 믿어주지.”
 “아, 진짜.”
 “그만하고 한 곡 더 불러봐.”
 “목 아파요.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아저씨가 부르든지요.”
 ‘아차!’
 살짝 짜증이 난 수는 순간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김강진은 합병증이 찾아와 폐에 물이 찼다. 정상적인 호흡도 버거운 마당에 노래를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직 가수가 노래를 하기 어려운 건강 상태인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본의 아니게 상처가 될 말을 하고만 것이 후회스러웠다.
 “부르고 싶었으면 진작 불렀어, 인마.”
 김강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다. 그러나 입가엔 씁쓸함이 깊게 담겨 있었다.
 “죄, 죄송해요.”
 “내가 아픈 걸 네가 왜 죄송하냐? 이게 다 인생 막산 내 잘못이지. 그러니까 넌 인생 낭비하지 마라. 진짜 죽을 때 후회한다.”
 “······.”
 “표정 보소. 미안해 죽겠지? 그러면 미안한 기념으로 한 곡 더 해라.”
 김강진이 책자를 뒤져 노래 번호를 찍어주었다.
 
 2
 
 호스피스 실습 4주차.
 오늘도 어김없이 수와 김강진은 동전노래방을 찾았다. 이젠 안 가면 서운할 만큼 두 사람만의 아지트가 되어버렸다.
 호되게 가르침을 받은 까닭인지 수의 노래 솜씨가 많이 늘었다. 이젠 거슬리는 부분 없이 제법 들어줄 만한 수준이랄까.
 “밋밋해. 감성이 없어. 노래는 인마, 가슴으로 부르는 거야.”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아저씨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에요?”
 수는 솔직한 심정을 담아서 따졌다.
 전직 가수가 바라는 기대치에 도달하기엔 수의 재능이 형편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에 타협하길 원했다.
 “그건 네 생각이고.”
 “저······ 아저씨.”
 “정겹게 부르지 마. 꼭 우리가 친한 사이 같잖아. 남들 오해하겠다.”
 수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가수왕 받으셨던 곡, 아버지. 찾아서 들어봤어요.”
 “······.”
 “우리 아빠 생각도 나고, 참 좋은 곡이었어요. 따뜻하고. 애잔하고.”
 사실 이 얘기를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수는 한 주 내내 고민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언급하는 게 깊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도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왜냐고?
 이유를 대라면 잘 모르겠다. 굳이 대답하자면 가슴이 시켰단 것일까.
 “자식······.”
 김강진이 씁쓸하게 천장을 쳐다봤다.
 침묵으로 뜸을 들이던 그의 입이 열린 건 그로부터 한참 뒤다.
 “그땐 몰랐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는 걸. 그럴 줄 알았으면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막살지 않았을 건데.”
 “······.”
 “넌 행복한 줄 알아, 인마. 네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고,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단 걸.”
 아!
 수는 이제야 왜 그가 강제로 노래를 가르치고, 부르라고 강요했는지 깨달았다.
 그가 부를 수 없기에.
 그가 직접 전할 수 없기에.
 옆에서나마 수를 통해서 대신 느껴보고 싶던 것이다.
 “엇!”
 갑자기 심각해진 분위기에 어색해진 김강진이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놀라는 시늉을 했다.
 “왜 그러세요?”
 “뭘 잘못 눌러서······ 너 이 노래 좋아하지? 불러. 얼마나 늘었는지 보자.”
 익숙한 멜로디와 타이틀을 보니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다. 그간 노래 연습을 위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반복적으로 듣고 부르던 노래다.
 “지겨운데.”
 수는 마지못해 마이크를 집었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이 곡이 김강진이 실수로 누른 버튼으로 인해서 오디션 프로그램 3차 온라인 예선전에 자동 등록되었단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머뭇거리던 김강진이 수가 노래하는 사이 리모콘을 추가로 조작했다는 것도.
 
 3
 
 구로 공단 지역.
 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야간에 배터리 나르는 일을 하다 보면 피로가 겹겹이 중첩됐다.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지만 잠까지 설쳐 가며 몸을 쓰는 일이니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한 시간 남았네.”
 오늘은 운이 좋다.
 공장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물량이 적게 들어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하게 되었다. 그래 봐야 새벽 다섯 시는 넘어야 끝나겠지만, 그마저도 고맙게 느껴졌다.
 “수야! 일도 일찍 끝나겠다, 끝나고 한잔 어때?”
 듬직한 덩치만큼이나 머리가 큰 남자 안호준이 친한 척 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아침에 실습 나가야 돼서.”
 “뭔 실습?”
 “호스피스요.”
 병원 측 사정으로 인해 다른 전공과목과 강의 시간을 바꿔 이틀 앞당겨진 월요일에 실습을 시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결국 수의 몸이 두 배로 힘들어졌다.
 “때려치우라니까 아직도 다녀? 너 진짜 사회복지사 하게?”
 “잘 모르겠어요.”
 “그거 돈 쥐꼬리만큼도 안 벌리는 거 너도 알잖아?”
 “알죠. 아는데······ 졸업장은 따야죠.”
 수도 자신이 없다는 듯 대꾸했다.
 아직까지도 이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뭔 놈의 졸업장? 그런 거 있어봐야 소용없다니까. 자퇴하고 형이랑 공장이나 들어가자.”
 “······.”
 안호준은 혀를 끌끌 차더니 술친구를 물색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가버렸다.
 괜히 마음만 뒤숭숭해진 수는 잡생각이 들지 않게 일에 집중했다.
 ‘이왕 복학했으니까, 하는 데까진 해보자.’
 지금에 와서 후회한다고 해도 늦었다.
 이미 납입한 수업료를 돌려받기도 글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서 장학금을 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평소보다 퇴근 시간이 이르게 찾아왔다.
 수는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공장을 나섰다.
 새벽 시간 도로가는 한산했다. 인적도 드문 게 을씨년스럽다. 종종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 중에는 수도 섞여 있었다.
 ‘다들 지쳐 보여. 주말인데 쉬지도 못하고, 오늘 살고 죽을 만큼 열심히 사는데도······.’
 빤히 보고 있으니 명치가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
 ‘쳇! 개천에서 용 난다고? 로또 당첨될 확률이 더 높겠다.’
 이미 대한민국의 부는 상류층에 의해 독점되었다.
 막연하게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을 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고, 보답이 따라오는 시기는 지나가 버렸다.
 불현듯 서러워졌다.
 꿈도 잃은 채 막연히 졸업장을 쫓고 그다음엔 취직을 하고자 발버둥을 치고 살아가는 인생이 비감스러웠다.
 막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홀로 대기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싸움 났나?”
 수의 시선이 닿은 곳은 길 건너편이다.
 정차된 택시 앞에서 취객으로 짐작이 가는 남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쯧쯧! 딱 봐도 술 퍼마시고 행패 부리는 거네. 못 배운 인간 같으니.”
 수는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택시기사다 보니 취객에 안 좋게 엮인 얘기를 종종 들은 까닭이다.
 “어? 잠깐. 저거······ 아빠잖아?”
 수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몇 번이고 눈을 비벼 다시 쳐다봤다.
 취각의 난동을 몸으로 감당하지 못해 멱살을 잡혀 있는 기사는 분명 아버지였다.
 “개자식이!”
 꼭지가 돌아버린 수가 무작정 도로를 가로질렀다. 한산한 새벽 차도를 쌩쌩 달리는 차가 많아 위험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내가 만만해 보여? 돈 집에 가서 준 대잖아!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 처먹을래? 앙!”
 “도, 돈 안 받아도 되니 이거 놓으소.”
 거한인 취객은 나이가 들어 약해진 아버지를 택시에 밀쳐놓고 핍박을 줬다.
 “이제 와서 안 받아? 준다잖아! 누구를 거지새끼로 아나 진짜.”
 “너! 당장 그 손 안 놔?!”
 단숨에 무단횡단을 한 수가 힘껏 어깨를 부딪쳐 취객을 밀어냈다.
 엉덩방아를 찧은 취객이 신경질적으로 눈을 치켜떴다.
 “너 뭐야? 이 새끼 죽고 싶어?”
 “너야말로 누구한테 행패야!”
 수가 다짜고짜 취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노려보다가 주먹을 꽉 쥐고 어깨 위로 치켜들었다.
 이대로 면상을 날려야만 묵은 감정이 날아갈 것 같다.
 “그만!”
 멈칫!
 있는 힘껏 내질렀던 수의 주먹이 허공에 섰다. 아버지가 팔을 잡아챈 것이다.
 “수야, 폭력은 안 된다. 절대 안 돼.”
 “뭐가 안 되는데? 이 새끼가 아빠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잖아!”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를 설득하는 눈길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깊게 배어 있었다.
 “아비 때문에 네가 이러면 안 돼.”
 “······.”
 “그냥 오늘 재수가 없던 거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까 진정하고 그 손 내려놓아라.”
 수는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선 한 방 쳐 갈겨야 속이 후련할 것 같지만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제길!”
 결국 수의 주먹이 허리춤으로 내려갔다.
 “이! 이!”
 잠자코 있던 취객이 있는 힘껏 수를 밀쳤다. 그 힘이 어찌나 세던지 옆에서 팔을 잡고 있던 아버지가 튕겨 나갔다.
 “아빠!”
 깜짝 놀란 수가 황급히 잡아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넘어지기 직전에 부축을 해서 큰 부상은 면할 수가 있었다.
 다다다닷!
 그사이 취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고 있었다. 정말 취한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저 새끼가······.”
 수가 움찔하며 쫓아가려고 할 때였다.
 “참아라, 수야. 그쯤 하면 됐다. 일일이 상대하다간 골 아파.”
 어깨를 짚고 간곡히 말리시는 아버지를 보니 수도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저 죽일 듯이 뒷모습만 노려보다가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치신 데는 없어요?”
 “멀쩡해.”
 “왜 바보같이 당하기만 해? 경찰에 신고를 하든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수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목청을 높였다.
 가족을 위해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시는 아버지다. 이런 모진 일을 겪는 걸 보고 나니 가슴이 쓰라렸다.
 “일일이 상대하다간 이 짓 못 해먹는다.”
 “진짜······.”
 수는 가슴이 짠했다. 축 처진 아버지의 어깨를 보고 있자니 말을 잇지 못하겠다.
 “근데 오늘 일찍 끝났구나? 전화라도 하고 올걸. 늦게 왔으면 못 만날 뻔했잖니.”
 “저 보러 오셨어요?”
 아버지가 씨익 웃으셨다.
 “출출하기도 하고. 이맘때쯤 너 일 끝나니까 순대국밥이라도 먹을라고 왔지.”
 “······.”
 
 4
 
 순대 국밥집.
 24시간 영업이란 간판을 단 가게는 막 동이 트는 시간임에도 자리가 꽤 차 있었다.
 기사식당은 운전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의 유일한 휴식터이기도 했다.
 “먹자.”
 “······.”
 아버지는 손수 들깨가루를 뿌려주시곤 허겁지겁 국밥을 떠 드셨다.
 쉼 없이 움직이는 수저를 보면 끼니를 거르셨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천천히 드세요. 그러다 체해요.”
 “오냐.”
 부자지간에 딱히 많은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원래 말수가 없는 편이다. 대화를 통해 교감을 갖기보단 그저 묵묵히 한 끼 식사를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셨다.
 ‘주름살이 더 느셨어. 머리도 하얗게 세시고.’
 수는 국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늙어버리신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가시에 찔리듯 가슴이 아렸다.
 먹는 둥 마는 둥 깨작거리자 아버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영 못 먹는구나.”
 “아뇨. 꼭꼭 씹어서 먹느라고요.”
 그리 둘러댄 수는 억지로 국밥을 떠서 입안에 욱여넣었다. 괜스레 울컥한 감정을 감추고자 밥알이 으스러질 때까지 꼭꼭 씹었다.
 식사를 마친 뒤, 아버지는 수를 집 앞까지 태워다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시동을 끄지 않고 수만 내리라고 했다.
 “들어가.”
 “아빠는 안 들어가요?”
 “잠도 안 오고, 한 바퀴 더 돌고 들어가마.”
 아버지는 그리 작별을 고하곤 택시를 몰고 가버리셨다.
 말하지 않아도 수는 안다.
 아버지가 퇴근을 하지 못하시는 이유가 취객에게 받지 못한 택시비 때문이라는 걸.
 무리해서라도 손님을 한 분을 더 태워야 손해 본 기름 값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멀어지는 택시를 물끄러미 보던 수가 몸을 돌렸다.
 딱하다 못해 가슴이 미어져 더는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끼이익!
 수는 혹여 엄마가 깨실까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준의 숙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방 문고리를 돌렸다.
 하지만 수의 예상과 달리 방은 비어 있었다.
 “안 들어왔어?”
 성실한 모범생인 준이 외박을 한 게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 신입생 시절을 겪은 만큼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최대한 조용히 씻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수가 현관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내내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 편치가 않았다.
 ‘간도 안 좋으신데.’
 아버지는 몇 주 전 건강검진에서 간이 안 좋다는 판정을 받으셨다. 쉬는 게 보약이라던데, 저리 무리를 하시다가 악화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평소보다 일찍 병동에 도착했다.
 수는 출석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701호 병실로 올라갔다.
 “안 계시네. 또 옥상 가셨나?”
 수는 텅 빈 병실을 보고 몸을 돌렸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가기 위해 복도를 따라 걸을 때였다. 차트를 들고 낮은 목소리로 숙덕거리는 간호사들이 보였다.
 “그 얘기 들었어? 김강진 환자 결국엔 합병증으로 성대마비 왔대.”
 “정말? 목에는 절대 손 못 대게 하시더니······.”
 “딱해 죽겠네. 살날도 얼마 안 남으셨는데.”
 “······.”
 모르는 척 지나쳐 버린 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저씨가 성대마비라고?’
 시한부 인생을 사시는 동안에도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 김강진에게 목소리를 잃는다는 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서 전부를 잃는 것과 진배없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잠자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일단 김강진의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하늘정원이라 쓰인 옥상에 올라왔다.
 이른 시간인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하다.
 딩∼ 디잉!
 기타 줄을 튕기는 선율이 들린다.
 저쪽이구나.
 수가 걸음을 재촉했다.
 작은 화단을 사이에 두고 기타를 치며 아아 소리를 내고 있는 김강진이 보였다.
 “아저······.”
 막 그를 부르던 때였다.
 비장한 표정의 김강진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알아봐 주지를 못했던······ 내 마음 얼마나 더······ 콜록! 바라고······.”
 언제나 듣던 목소리가 아니다.
 쉰 소리가 섞여 나오고 호흡은 거칠다. 중도에 버티질 못하고 기침을 내뱉는다.
 그래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88년도 가수왕을 만들어줬던 곡.
 김강진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준 그 노래 아버지를 열창한다.
 “너를 그리워하고······ 콜록콜록! 너를 미워도 하던 내 모습이 싫다······ 콜록!”
 수는 우두커니 선 채로 노래에 젖어들었다.
 애처로운 그의 모습 너머로 들리는 이 곡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겹쳤다.
 가족을 위해 모진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던 아버지.
 눈물이 핑 돈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난이 싫다며 투정을 부리던 어린 시절이 너무 죄스러웠다.
 울컥한 감정은 노래가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고조된다.
 몇 번이나 기침을 하고, 기어 들어갈 듯 성량도 작아 알아듣기도 힘든 노래였지만 어째서인지 자꾸만 수의 가슴에 응어리진 뜨거운 뭔가를 건드렸다.
 “미워······ 콜록콜록! 아니, 사랑했었다. 콜록콜록!”
 마지막 기타의 선율을 끝으로 김강진이 참고 있던 기침을 토해냈다.
 그러다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자 정면으로 수와 딱 마주쳤다.
 “아.”
 시선이 마주치자 퍼뜩 정신을 차린 수가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애도 아니고, 사내자식이 눈물을 보였단 게 살짝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김강진은 그런 수를 말없이 보다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내 노래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냐?”
 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둘러댔다.
 “뭐가요? 갑자기 하품이 나와서 그런 건데.”
 김강진은 이미 다 안다는 듯 말없이 웃었다. 슬프면서도 기뻐 보이는 미소다.
 “고맙다.”
 “뭘요?”
 “내 마지막 콘서트의 관객이 되어준 거.”
 “······.”
 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서 가슴을 후벼팠다.
 “저······.”
 막상 입술을 떼긴 했지만 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수는 아직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설 만큼 감성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성숙하지 못했다.
 김강진이 지친 기색을 감추며 벤치에서 일어나더니 기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너 가져라.”
 “······!”
 “선물이야. 가수왕 유품이다. 나 죽고 중고로 팔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수는 웃지 못했다.
 유품이란 말이 자꾸 가슴에 맴돌면서 아릿하게 만들었다.
 “유품이라니, 재수 없게 왜 그런 말을 해요? 완전 오래 살 거 같은 얼굴 해가지곤.”
 “그지? 네가 봐도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 같지?”
 “네, 그러니까 내려가요. 기타는 제가 챙겨서 내려갈게요.”
 수는 평소처럼 기타를 들고 옥상을 내려가다 멈춰 섰다.
 형용하지 못할 감정의 뭉클함이 자꾸 발길을 잡았다.
 “기분 탓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 수는 서둘러서 옥상을 내려왔다.
 
 수는 아직도 그날의 일을 후회한다.
 조금 더 아저씨와 함께 있어주지 못했음을.
 
 
 
 Chapter 04
 
 
 
 1
 
 “다녀왔습니다.”
 실습을 마친 수가 집에 도착했을 땐 해가 질 무렵이었다.
 잠을 자지 못한 까닭에 눈이 퀭한 수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대충 훌훌 옷을 벗어 던지곤 그대로 침대에 고꾸라졌다.
 “밥 먹어야지!”
 엄마가 방문을 비스듬히 열고 물었다.
 “피곤해요. 이따 알아서 챙겨 먹을게요.”
 “힘든가 보구나? 찌개 끓여놓았으니 깨면 거르지 말고 먹어.”
 수는 알겠다고 끄덕이며 손을 휙휙 저었다. 피곤하니 어서 나가달란 제스처다.
 엄마는 천장 불을 끄곤 행여 깨지 않을까 조심히 방문을 닫아주었다.
 참 많은 일이 있던 하루다.
 특히 아침에 들었던 김강진의 노래는 아직도 귓가에서 맴 돌았다.
 새벽에 아버지와 취객 사건을 겪으면서 그의 노래가 감정에 닿은 까닭이다.
 “왜 이리 불안하지? 꼭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자꾸 기분이 찜찜해지는 것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지친지라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되짚어볼 여유가 없었다.
 천근보다 무거운 눈꺼풀과 축 처진 몸뚱이가 침대를 만나자 긴장이 싹 풀렸다.
 초점은 흐려지고 잠을 못 자 예민해진 신경은 둔감해진다.
 뚝!
 수의 고개가 베개 아래로 떨어졌다.
 잠이 든 것이다.
 
 2
 
 여기는 어디인가?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가?
 수다.
 그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아는 전부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나는 관조자라는 거다.
 이 시공간 속에서 나는 눈이 되어 누군가의 인생을 엿보고 있었다.
 지척에 보이는 건, 80년대에나 볼 법한 DJ가 느끼한 멘트와 음악을 틀어주는 다방이다.
 
 “나 가수 할 거야. 이 정도 얼굴에 기타, 노래 실력이면 스타성이 다분하잖아.”
 
 청년은 자신만만하다. 자만심으로 비칠 법도 하건만 왠지 수긍이 간다.
 미남이고 훤칠하다. 또 기가 막힌 기타 연주 실력에 노래 실력도 빼어나다. 청년은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걸로 보인다.
 아니다 다를까, 정장을 빼입은 사내들이 청년을 스카우트한다.
 순식간에 파노라마마냥 시공간을 건너뛰었다.
 시간이 흘러 다방의 DJ는 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을 받는 진짜 가수가 되어 있었다.
 
 “소감이요? 받아야 할 상을 받은 거 같아요. 저보다 가수왕이란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이다.
 이 때문에 참 모진 욕도 많이 먹지만 청년은 한결같다. 그 시절의 당당함은 오만으로 비춰져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그것마저도 청년은 즐겼다.
 또 시간을 건너뛴다.
 시대가 바뀌었다.
 청년은 더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가수왕이란 타이틀은 이제 허울뿐인 명예로 전락했다.
 어느새 아저씨란 호칭이 잘 어울릴 나이가 되어버린 청년은 탐닉하듯이 술과 여자를 끼고 살았다.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마약에 손을 대고 말았다.
 또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병원이다.
 익숙한 병동은 많이 가본 느낌을 받는다.
 청년, 아니, 이제 아저씨가 된 그의 옆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늘 가족처럼 든든하게 보살펴 주던 매니저도 없으며, 그의 노래에 열광하던 팬들도 사라졌다.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병에 신음하는 그는 쓸쓸하다. 또 외롭다.
 그랬던 그가 누군가를 만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건 절대 웃을 일 없을 것 같던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이다.
 난 알게 됐다.
 그가 김강진이라는 걸.
 또 그가 마지막으로 웃은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걸.
 
 3
 
 “일어났어?”
 잠에서 깬 수가 눈을 깜빡였다. 익숙한 천장과 피부에 닿는 촉감, 그가 잠이 들었던 침대 위였다.
 “뭔 잠꼬대를 그리 요란하게 해?”
 준은 전신거울 앞에 서서 오늘도 몸치장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나 얼마나 잤지?”
 “대충 열두 시간은 잤을걸. 형, 요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
 수는 얼떨떨한 얼굴로 가슴에 손을 얹고 비볐다.
 뭉클한 뭔가가 작은 떨림으로 전해진다.
 ‘어째서지? 자고 일어났는데 왜 이렇게 슬픈 거야.’
 왜 이런 기분인지 수는 얼떨떨했다. 태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듯한 격랑의 인생을 체험한 듯한 기분이다.
 “형, 진짜 왜 그래?”
 “꿈을 꿨어.”
 “악몽?”
 “아니.”
 엄밀히 규정을 하자면 그것이 악몽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꿈이라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게······ 잘 기억이 안 나.”
 “개꿈이네.”
 “그런가?”
 반문을 하면서도 수는 기억을 살려보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꿈에 대한 것이 도통 떠오르질 않았다.
 가슴에 절절이 전해질 만큼 누군가의 인생이 느껴졌는데, 한여름 밤의 꿈처럼 일분일초도 머릿속에 남아 있질 않았다.
 그때였다.
 지잉! 지이이잉!
 휴대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린다.
 먹먹한 기분에 넋을 놓고 있던 수를 준이 다그쳤다.
 “형 거야.”
 “어? 내 거야?”
 휴대전화 액정을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아침부터 스팸 전화일 리는 없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받았다.
 “여보세요.”
 ―이수 학생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여기 성모병원입니다.
 “성모병원에서 왜······.”
 말을 흐리기가 무섭게 수화기 너머에서 충격적인 말이 전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새벽에 김강진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
 수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4
 
 수는 서둘러서 병동 지하에 위치한 장례식장을 찾았다.
 복도형으로 쭉 이어진 장례식장을 걸어가는 수의 머릿속에 병원 측에서 했던 말이 맴돌았다.
 
 ‘학생 앞으로 김강진 씨가 유품을 남겼어요. 한번 들르세요.’
 
 가장 외지고 구석진 곳에 위치한 빈소 앞에 수가 멈춰 섰다.
 그 흔한 화환조차 없이 덩그러니 사진 한 장만 놓인 빈소는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아저씨······.”
 수는 그만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언젠가 떠날 분이었단 건 잘 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예고도 없이 가실 줄은 몰랐다.
 “혹시 이수 학생?”
 상복 차림의 중년인이 말을 걸어왔다. 팔에 찬 표식이 그가 상주임을 짐작케 한다.
 “맞나 보네. 난 강진이 형 동생 차문도라고 함세.”
 “차······ 문도요?”
 수가 의아한 듯 성과 이름 사이에 간격을 두고 반문했다.
 형제라고 했는데 성씨가 다른 까닭이다.
 “아아! 친형제는 아니네. 보다시피 상주를 자처할 만큼 친한 형동생 사이랄까?”
 “그러셨군요.”
 “우선 왔으니 형한테 인사부터 하게.”
 고개를 돌리자 젊은 시절에 찍은 것으로 짐작이 되는 사진과 위패가 보였다.
 ‘간다는 말도 없이······ 이렇게 가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수는 향을 피우고 삼배를 올렸다.
 그러는 내내 이리 무책임하게 떠나 버린 그를 원망했다.
 ‘바보같이. 아프다고 내색을 하든지.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원망은 스스로에 대한 후회로 바뀌었다.
 왜 그때 좀 더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좀 더 잘해주지 못하고, 받아주지 못했는지 가슴에 상흔으로 남아버렸다.
 수는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상주인 차문도와도 맞절을 주고받은 뒤 마주 앉았다.
 “호스피스 실습생이라고?”
 “네.”
 “형이 자네 얘기를 많이 했네. 참 괜찮은 아이라나. 싹수가 노랗던 딴 아이들하곤 참 많이 다르다고 했지.”
 수는 멋쩍게 웃었다.
 칭찬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으니 김강진의 죽음이 실감이 나서였다.
 “잘나가던 쌍팔년도 시절 난 강진이 형 매니저였네.”
 “아······.”
 “형이 하향세일 때 독립을 해서 지금은 작은 기획사 하나 운영 중이지.”
 수는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조용히 김강진의 죽음을 애도하고 싶었다.
 “유품도 전해 줄 겸해서, 자네를 한번 보고 싶었네.”
 “유품이면······ 기타 말인가요?”
 “알고 있었나?”
 또 고개를 끄덕였다.
 “참,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건데.”
 “······.”
 “후회가 많은 사람이야. 나 역시 옆에서 잡아주지 못한 것에 후회가 많고.”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떠나간 사람에게 남은 후회.
 수는 지인의 죽음을 겪으며 죽음에 조금 더 가깝게 선 기분이었다.
 “보다시피 상객이라곤 자네가 다지. 자네마저도 없었다면 우리 형······ 참 쓸쓸했을 거야.”
 “······.”
 “와줘서 고맙네. 언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찾아오게.”
 앞에 놓인 명함을 빤히 보던 수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뒤, 고개를 든 수는 향 너머에 놓인 김강진의 사진을 보고 마지막 작별의 말을 건넸다.
 ‘잘 가요, 아저씨.’
 
 5
 
 ―잘 보내 드렸어요?
 기타를 멘 수는 전화 통화를 하며 다세대주택들이 들어 찬 골목을 걸어 올라갔다.
 “응.”
 ― 꽤 정드셨을 텐데, 많이 힘들죠?
 “조금. 아니라곤 말 못 하겠다.”
 수는 심란했다.
 죽음으로써 누군가를 보내준다는 일을 수는 처음 겪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웃고 떠들던 김강진을 다신 볼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이 무너질 듯 막막했다.
 수화기 너머로 한참 말이 없던 진서가 수를 나지막이 불렀다.
 ―선배.
 “어. 듣고 있어.”
 ―호스피스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그냥 시간만 때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러게.”
 ―저 후회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서는 그다음 말을 삼켰다.
 다음 말이 뭔지는 쉬이 짐작이 간다.
 아마 그만둔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호스피스 병동은 평균 20일에 한 명 꼴로 환자들이 죽어나간다.
 죽음과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일개 실습생이자,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감당하기엔 죽음이 주는 무게감은 참 무섭고 두려운 것이었다.
 “근데 있잖아, 진서야.”
 ―네, 선배.
 “나는 좀 더 해보려고. 최소 실습이 끝날 때까지는. 내가 그러고 싶어.”
 ―······.
 “그러니 너도 잘 고민해 봐. 아! 이제 집 앞이다. 나중에 학교에서 보자.”
 수는 통화를 끊었다.
 현관을 지나쳐 방에 들어오기 무섭게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드득!
 등에 메고 온 기타 케이스를 열었다.
 김강진의 손때가 묻은 유품, 기타를 꺼내 허벅지 위에 얹었다.
 “이렇게 얹는 게 맞나?”
 침대 정면에 놓인 전신거울을 보니 제법 기타 연주에 어울리는 폼이 연출됐다.
 “아저씨가 이렇게 쳤었지.”
 유품이라 그런지 몰라도 김강진이 자꾸 떠올랐다.
 억지로 잊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근데 기타가 있으면 뭐해······ 하나도 칠 줄을 모르는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수가 심심풀이로 줄 위에 손을 얹었다.
 “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르게 이 자세가 편한 느낌을 받았다.
 “아저씨가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은데?”
 의아함을 느끼며 수는 내친 김에 기타 줄을 튕겼다.
 띵!
 한 번 더.
 띵! 띠잉!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손가락의 연속된 반응들이 하나의 코드를 이뤄 꽤 괜찮은 멜로디를 자아냈다.
 “뭐, 뭐야?”
 수가 소스라치게 놀라 기타 줄에서 손을 뗐다.
 고작 흉내를 내본 것인데 그럴듯한 소리를 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운이야, 운.”
 수는 다시 손가락을 기타 줄에 얹었다.
 딩! 디잉!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손가락들이 움직인다.
 생각보다 앞서 한줄기 음악이 되어 잔잔하게 울렸다.
 “나······ 혹시 천재?”
 장난스러운 반응이었지만, 실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만큼 놀랐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엔 수의 손가락은 너무나 많은 코드와 곡을 기억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도 않고, 코드가 뭔지조차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손가락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아아.”
 수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
 기타의 음률에 맞춰서 노래를 하고 싶은 욕망.
 그건 의지로는 참기 힘든 강한 욕구였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노래방에서 불러봤을 법한 노래 임재범의 너를 위해다.
 생전 본 적도 없는 코드인데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며 연주된다.
 
 ‘노래는 목이 아니라, 가슴으로 부르는 거야.’
 
 수는 노래를 하는 이 시간만큼은 과거로 돌아갔다.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사랑했던 아름을 떠올리고, 그녀의 이별 통보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아픔을 고스란히 노래에 담았다.
 
 절정으로 치닫는 가사에 맞춰서 수도 한껏 감정을 토해냈다.
 약간 묵직하면서도 떨림이 담긴 목소리는 사랑했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그의 감정이 실려 있었다.
 
 활화산처럼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폭발했다. 동시에 고음의 영역까지 목소리가 쭉 뻗어나간다.
 두성이다.
 깨끗하면서도 본연의 목소리를 잊지 않는 소리다.
 미간에 공명점을 가져간 그의 소리는 고음에서도 감성을 풍부하게 유지한다.
 “나에게서 떠나······ 줄 거야.”
 수는 마지막 기타 음으로 노래의 끝을 고했다.
 한참이나 스스로의 노래가 남긴 감성의 여운에 취해 있던 수가 서서히 현실로 돌아왔다.
 “이 노랠 진짜 내가 불렀다고?”
 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믿기지 않는다.
 김강진의 트레이닝을 받았으나 겨우 들어줄 만한 수준이지, 이 정도의 훌륭한 노래 실력은 아니었다.
 “노래라는 게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늘 수 있어? 아니, 그 이전에 기타는?”
 말도 안 된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밖으로 뱉지 못하는 건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똑똑!
 노크 소리에 수가 고개를 들었다.
 엄마다.
 “수야.”
 “왜요?”
 엄마가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빤히 수를 쳐다봤다.
 한참을 보다가 튀어나온 엄마의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내 아들 맞지?”
 “뭔 뜬금없는 소리예요?”
 수가 뭔 그런 소리를 묻느냐는 듯 따지자 엄마가 대답했다.
 “내 아들 맞지? 것 참, 희한하네. 내 알기로 우리 수는 음치에 박친데······ 너무 잘 부르는 거 있지. 너무 신기해서 들어와 봤어.”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죠?”
 “뭐?”
 “실은 나도 너무 신기해서요.”
 솔직한 심정을 담아서 수가 말하자 엄마의 눈초리가 좁아졌다.
 “아들, 귀신 쓰인 거 아니지? 용한 무당이라도······.”
 “좀! 그런 거 아니거든요?”
 수가 부정하자 엄마가 슬그머니 옆으로 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혹시 아들.”
 “왜요?”
 “딴 노래도 불러줄 수 있니? 아들이 불러주는 노래 들으니까 좋네.”
 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수락했다.
 그 역시도 정말 스스로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알고 싶었다.
 “뭐 불러드려요?”
 “J에게라고 알아?”
 “잘은 모르는데······ 부르다 보면 생각이 날지도 몰라요.”
 수는 막연하게 대답을 하며 기타 줄에 손을 얹었다.
 대학가요제 수상곡인 J에게는 현대에도 심심치 않게 리메이크 이루어진 곡인만큼 수에게도 낯선 곡은 아니었다.
 “J······.”
 첫 구절을 부르기가 무섭게 손가락이 반응을 한다.
 본연의 코드를 찾아 감미로운 연주를 선보인다.
 수는 즉석에서 엄마의 신청곡을 소화해 냈다.
 불가능할 줄 알았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져 버린 것이다.
 엄마는 어느새 무릎을 당기고 앉아 수의 노래에 푹 심취해 있었다.
 수는 이 기분이 싫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고 감정이 움직인다는 건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이 맛에 가수가 되는 걸까?’
 수가 난생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행복에 대해서 깨달을 때였다.
 지이잉!
 침대 위에 내동댕이치듯 던져진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슈퍼스타X 1차 예선에 합격하셨습니다. 참가 번호는 141241번입니다.

댓글(12)

wei    
여자애 너무 주책바가지 발암인데
2016.09.24 16:17
sk****    
이거 예전에 노블엔진에선가 본적있는데
2016.12.07 03:24
까칠서생    
주인공 우유부단에 호구에 작가님은순정 이라쓰고 우리는 호구라고 읽는다. 예전에 보다가 그만뒀는데 다시읽어도 중간하차. 고구마 좋아하는분 보세요. 끝까지 안봐서 뭔가 반전이 있을지도? 발암 참으며 다 보시면 댓글좀..
2017.02.14 16:32
흔들바위    
일단 끝까지봤는데 재미는 있는데 고구마 한개당 물 한방울주는느낌으로 읽을수록 짜증나고 특히 마지막 설정이 제기준으론 최악이라 속으로 욕하느라 집중못하고 습관적으로 페이지만 넘기다 끝났네요 마지막권 제대로 못봤지만 다시볼생각은안드네요
2017.10.07 21:33
니기리    
사막에서 목말라 죽기직전 강제로 고구마 백개
2017.12.24 23:22
장진호이    
하.. 구매수 보고 개낚임 중간까지 참고참고 보다가 하차햇습니다. 중도 포기한 소설 처음입니다.
2018.05.01 21:09
장진호이    
저 같이 댓글보고 책 읽는 것 진행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일편 댓글에 다시한번 글 남깁니다.
2018.05.01 21:10
너솔    
유료는 보지마라 꼭 후회한다 돈아깝다 완전 3류 초딩각이다
2020.09.01 14:32
maru9    
선발대로서 말합니다. 노래 경연대회로 몇권 끌다가 주구장창 바둑이야기에 친중으로 끝남 결제해놓고 포기하기는 처음임
2020.09.05 13:07
진격운    
저는 잼있게 봤어요 ~ 킬링타임 으로 좋았어요 ~
2020.12.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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