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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조 1화

2016.11.30 조회 1,414 추천 14


 프롤로그(prologue)
 
 쏴아아아!
 세찬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등산복을 입고 등에 배낭을 메고 있는 3명이 좁은 길에 나타났다.
 사방이 숲이었는데 이곳은 가야산 국립공원이었다.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과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과 수륜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가야산 국립공원에 등산을 하러 왔다가 하산하는 길에 한철이 방심을 하다가 그만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왼쪽 길로 갔다.
 태원과 민수는 선두의 한철이 여러 번 가야산에 등산을 해보았다는 말을 믿었다.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뒤따라갔다.
 한참을 내려오다가 한철이 엉뚱한 길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계속 내려가다 보면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불안해진 한철은 소나기는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날은 어두워지고 해서 이대로 하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선두에서 나아가던 한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번뜩였다.
 “저기에서 좀 쉬었다가 가자.”
 “그게 좋겠어.”
 “안 그래도 좀 쉬었으면 했는데 잘 되었군.”
 제법 큰 바위였는데 안으로 3미터 정도 움푹 파여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바위를 파낸 것은 아니었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거였다.
 세차게 쏟아지는 소나기만 피할 수 있어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철과 태원, 민수가 등에 메고 있던 배낭을 벗어 옆에 내려놓았다.
 그때, 느닷없이 등 뒤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생겨났다.
 “뭐, 뭐지?”
 “허엇, 빛이다.”
 “느낌이 불길해.”
 파지직!
 푸르스름한 빛이 세 가닥으로 퍼지면서 명중되었다.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라서 피할 사이도 없었다.
 설사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푸르스름한 빛이 너무 빨리 덮쳐 와서 피할 수는 없었을 거였다.
 “우욱!”
 “으악!”
 “크어억!”
 한철과 태원, 민수는 고압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고꾸라졌다.
 약 5분 정도 푸르스름한 빛이 한철과 태원, 민수의 몸속으로 각각 흡수가 되었다.
 거짓말처럼 푸르스름한 빛이 소멸되어 버렸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목격자도 전혀 없었다.
 
 
 제1장 어떻게 이런 일이(1)
 
 “으으, 여긴?”
 기절했었던 태원이 깨어나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보았다.
 3미터 정도 움푹 파인 바위 안이었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숲이었다.
 세차게 내리던 소나기는 그쳤는지 맑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태원이 왼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았더니 고장 났는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등산 조끼의 주머니에 넣어놓은 스마트폰을 꺼내었는데 전원이 꺼져 있었다.
 전원 스위치를 눌렀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배터리가 방전되었거나 아님 고장이 났을 수도 있었다.
 “이런 젠장!”
 기절했다가 깨어났지만 날짜와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3미터 정도 움푹 파인 바위 안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느닷없이 푸르스름한 빛이 세 가닥으로 쏘아져 그걸 맞고는 기절하였다.
 그 이후는 기절하여 알고 싶어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한철과 민수가 쓰러져 있었다.
 죽은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것들은 상황도 모르고 아직도 자빠져 있어?”
 한철과 민수의 몸을 동시에 흔들었다.
 “한철아, 민수야.”
 “으으, 머리야.”
 “아, 어지러워.”
 기절해 있었던 한철과 민수가 동시에 깨어났다.
 한철과 민수는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거렸다.
 10초 정도 지나자 정신을 차리더니 상체를 일으켰다.
 “어찌된 거야?”
 “우리 살아 있는 거야?”
 한철과 민수의 말에 태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버럭 했다.
 “당연히 살아 있지. 죽은 줄 알았어?”
 “나는 푸르스름한 빛에 맞고 죽은 줄 알았어.”
 “나도.”
 “헛소리 하지 말고 시계나 스마트폰이 되는지 살펴봐.”
 태원의 말에 한철과 민수가 자신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부터 확인해 보았다.
 “어? 시계가 고장 났어.”
 “나도.”
 “으음, 사실 내 시계도 고장 났다. 스마트폰도 살펴봐.”
 한철과 민수가 자신의 등산 조끼 주머니에 넣어 놓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살펴보았는데 전원이 꺼져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원 버튼을 눌러 보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되었는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나봐.”
 “설마 고장 난 것은 아니겠지?”
 “민수, 왜 그래?”
 “아직 스마트폰 할부가 1년이나 남았어.”
 “소심한 자식. 지금 그게 중요해?”
 “나에게는 중요하다고.”
 “태원아, 누가 민수를 말리겠냐?”
 한철의 말에 태원이 머리를 끄떡였다.
 아주 소심한 성격의 민수였다.
 단순히 소심한 구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청바지를 하나 사더니 전혀 빨지도 않고 계속 9년이 넘도록 입었다.
 최소한 10년은 입어줘야 한다면서 말이다.
 아디다스 트레이닝복도 사더니 한 번도 빨지 않고 5년째 조심하면서 입고 다닌다.
 빨래를 하면 상태가 나빠지고 빨리 옷이 떨어진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철이 고개를 돌려 민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민수야, 먹을 거 없어?”
 “빵이 남았을 거야.”
 민수가 자신의 등산 배낭을 열어보았다.
 단팥빵 3개와 페트병에 들어 있는 생수 한 병이 남아 있었다.
 생수를 따서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단팥빵을 하나씩 먹었다.
 목이 마를 때마다 생수를 조금씩 나누어 마셨다.
 그랬더니 허기도 사라졌고 정신도 들었다.
 태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으음,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내려가 보자.”
 “그게 좋겠다.”
 “날이 밝아서 잘 보이고 비도 내리지 않으니까 내려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모두들 등산 배낭을 등에 메고는 조심하면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좁은 산길이었지만 2시간을 내려가자 등산객을 만났다.
 “실례합니다, 입구까지는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합니까?”
 “이제 다 왔습니다. 15분 정도만 내려가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이 며칠입니까?”
 “오늘은 4월 26일 수요일입니다.”
 “으음,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서 그러는데 죄송하지만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오전 8시 57분이네요.”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등산객은 산을 올라가고 태원과 한철, 민수는 굳어진 얼굴이었다.
 태원이 고개를 돌려 한철과 민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으음, 우리가 일요일 아침에 등산을 하였는데 하산을 하였을 때가 오후 2시가 다 되었었어. 그런데 오늘이 4월 26일 수요일이니까 기절했다가 3일 만에 깨어난 거야.”
 “이상하게 허기가 진다고 했어.”
 “나도 배가 많이 고프더라니까.”
 한철과 민수의 말에 태원이 머리를 끄떡였다.
 “등산객의 말로는 15분 정도만 내려가면 된다고 하니까 힘을 내자.”
 “그래, 알았다.”
 “힘을 내야지.”
 잘 내려가던 태원이 갑자기 말했다.
 “내려가서 짜장면이나 먹을까?”
 “난 짬뽕.”
 “나는 새우볶음밥.”
 “가지가지 한다.”
 태원이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모두들 47살이나 되었지만 식성이 다르고 개성도 뚜렷했다.
 
 태원이 오른손을 치켜들면서 아줌마에게 말했다.
 “아줌마, 짜장면과 짬뽕, 새우볶음밥, 탕수육 하나 주세요. 금방 되지요?”
 “예, 금방 돼요.”
 “군만두 서비스 되나요?”
 “그럼요.”
 태원이 나무젓가락을 한철과 민수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한철은 물 컵에 물을 부어서 나누어 주었다.
 민수는 어느새 단무지와 양파에 식초를 붓고 있었다.
 잠시 후에 아줌마가 짜장면과 짬뽕, 새우볶음밥, 탕수육과 군만두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고 물러갔다.
 “한철아, 민수야 먹자.”
 “그래.”
 “맛있을지 모르겠어.”
 민수는 입맛이 아주 까다로웠다.
 숟가락으로 새우볶음밥을 떠먹어 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국물은 계란탕이 아니라 짬뽕 국물이었다.
 이번에는 민수가 젓가락으로 탕수육을 하나 집더니 소스에 푹 담가 먹었다.
 짜장면을 허겁지겁 먹던 태원이 민수를 쳐다보았다.
 “민수야, 탕수육 어때?”
 “으음, 먹을 만해.”
 “그럼 맛있는 거야.”
 “맞아.”
 태원과 한철은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서 먹었다.
 바삭하면서 새콤달콤한 소스와 잘 어울렸다.
 민수는 군만두를 간장에 찍어서 먹어보더니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왜 그래?”
 “군만두가 식었어.”
 “까탈스러운 자식. 그냥 먹어.”
 식사를 아주 빠르게 하는 태원이 어느새 짜장면을 다 먹고 탕수육과 군만두를 번갈아 먹고 있었다.
 한철은 3년 전에 위암 수술을 하였기에 많이 먹지 못한다.
 위암 초기라서 수술이 잘 되었고 다행히 전이가 되지 않아서 이대로만 잘 유지하면 완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음주를 하고 담배를 피우기에 건강이 걱정이었다.
 “아, 잘 먹었다.”
 “나도.”
 “난 별로.”
 식성이 가장 까다로운 민수의 말에 태원과 한철은 놀라지도 않았다.
 역시나 예상한 답변이었다.
 중국집 ‘북경’을 나와 인근에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렸다.
 한철이 태원과 민수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나와 태원이는 상관없지만 민수 너는 이틀이나 무단결근을 하였는데 괜찮을까?”
 “으음, 안 그래도 그게 걱정이다.”
 민수는 한철의 말대로 이틀이나 무단결근을 하였기에 걱정이었다.
 부산 철도 차량 관리단에서 철도 부품을 교체하는 현장 직원으로 6년째 일해오고 있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하청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조금만 문제가 되어도 바로 해고였다.
 그런데 이틀이나 무단결근을 하였으니 해고될 확률이 컸다.
 운이 따른다면 시말서를 쓰고 야단을 맞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려울 거였다.
 그동안 각종 이유로 해고가 되는 동료들을 많이 보아 왔었다.
 ‘젠장, 해고되면 당장 뭐 해서 먹고 살지?’
 부산 철도 차량 관리단에서 일하기 전에는 5년이나 컴퓨터 게임만 하는 게임 폐인으로 살았었다.
 민수의 아버지는 20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민수는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어머니와 누나가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혈액투석으로 이틀에 한 번, 하루 네 시간씩 혈액 투석 치료를 받으면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누나는 유방암에 걸려서 수술을 받았지만 투병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를 곁에서 잘 간호했다.
 어쨌든 민수는 각종 세금을 내고 나면 월급이 145만 원 정도 되었다.
 이것으로 3식구가 함께 살기에는 빠듯하다.
 그런데 이런 직장마저 해고가 되면 백수가 되어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다.
 “버스 온다.”
 시외버스가 다가와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태원과 한철, 민수는 시외버스를 타고 빈자리에 앉았다.
 부아앙!
 시외버스가 다시 출발하였다.
 태원과 한철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뒷자리에 앉은 민수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시외버스는 한참을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고 물만골역에서 내렸다.
 태원이 한철과 민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쨌든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전화하거나 만나자.”
 “그게 좋겠다.”
 “알았다.”
 서로 손을 흔들고는 헤어졌다.
 태원은 물만골이라는 산동네에 사는데 마을버스가 달려와 멈추자 그것을 타고 먼저 떠났다.
 그리고 민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2층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방 2개짜리 2층 독채에서 전세로 엄마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한철은 물만골역 부근에 있는 12평짜리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였기에 걸어갔다.
 딸깍!
 한철이 원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입고 있는 등산복을 벗고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세찬 물줄기가 쏟아졌다.
 시원한 물을 맞았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시원하다.”
 몸에 비누칠을 하여 씻어내었다.
 얼마 후에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오더니 냉장고를 열었다.
 20개의 캔 맥주가 차례대로 잘 진열되어 있었으며 아래 칸에는 각종 술안주들이 있었다.
 치즈와 시원한 캔 맥주를 꺼내었다.
 주우욱!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면서 치즈를 입에 넣고 씹었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건강을 생각해 결단을 내려야했다.
 “으음,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이지만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는 맥주와 담배를 끊어야겠어.”
 음미하면서 천천히 캔 맥주를 마셨다.
 마지막 한 장의 치즈를 입에 넣고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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