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비정상 헌터

프롤로그

2017.01.06 조회 34,054 추천 528


 프롤로그
 
 
 
 
 
 
 
 
 
 쿠궁!
 식탁이며 가구며 바닥, 천장까지······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흔들림은 수십 초간 이어지다 멈췄다.
 도현은 비뚤어진 식기를 다시 똑바로 정렬시키고, 밥그릇에 떨어진 흙먼지를 툭툭 털어 냈다.
 평소에 비해 그 강도가 심상치 않았다.
 몬스터 한두 마리가 날뛴다고 생길 지진은 아니었다. 무언가 사고가 일어난 걸까?
 ‘알파’ 또한 ‘마지막 먹이’를 두고 슬슬 열 받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필이면 막 밥 먹으려고 할 때······.”
 투덜거려 봤자 다를 건 없다.
 그래도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쨌든 음식은 소중히 해야 한다. 흙먼지 살짝 들어갔다고 해서 먹고 죽을 음식 되는 건 아니다.
 도현이 지금껏 살아 있게끔 도와준 영훈이 매번 하던 이야기였다.
 
 “먹어야 살지.”
 “먹어야 싸우지.”
 “안 그러냐?”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는 거야.”
 “끝까지 살아남는 거야.”
 
 그가 했던 말들이 귓가에 메아리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영훈은 자신이 했던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알지. 아주 잘 알지.”
 그의 죽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음을, 도현은 너무도 잘 안다.
 왜 자기가 한 말도 못 지키는 바보 같은 인간이었냐며 그에게 쓴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영훈이 있었기에 도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영훈은 도현이 아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자신은 영훈에 비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영훈이 죽은 지 1년이나 지난, 지금에 이르러도 변함이 없었다.
 몬스터를 잡는 거라면 흉내 정도는 낼 수 있게 되었을까.
 아마 숫자로 치면 수천 마리의 몬스터를 혼자서 때려잡았다.
 자그마치 4년이었다.
 4년을 이 지옥 속에서 살았다.
 그중 3년을 영훈의 보호 아래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영훈이 죽은 1년 동안, 도현은 영훈이 얼마나 위대한 인간이었는지를 몸소 깨달았다.
 그가 없었다면 도현은 채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도현은 유통 기한이 지난 커피 믹스를 뜯어 마지막 커피 한 잔을 느긋하게 즐겼다.
 따스한 커피의 씁쓸하고 달달한 맛이 그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커피 한 잔을 모두 비운 도현은 이제 몸을 일으켜, 방문 옆에 세워 둔 마체테(Machete)를 집어 들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군부대에 침입했을 때 주워 온 물건 중 하나였다.
 알파를 쓰러트리는 것은 지금부터다.
 현관 앞에 섰다.
 신발 안에 발을 쑤셔 넣었다.
 마체테를 든 손이 떨렸다.
 도현은 짧게 심호흡을 하고 자신이 있던 방을 돌아보았다.
 식사를 끝낸 뒤의, 정리가 안 된 싱크대가 눈에 보였다.
 “좋아, 설거지는 갔다 와서 하자. 후딱 끝내고 금방 돌아오는 거야.”
 이 정도 작은 미련은 남겨 두는 것도 좋겠지.
 도현은 웃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누가 이곳에서 살아 나갈지, 그것을 결정할 최후의 순간이 드디어 다가왔다.
 이윽고, 거대한 괴성과 함께 전투의 서막을 알리는 폭음이 아무도 없는 도시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그게 정말입니까?”
 현식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종만이 전해 준 소식은 그만큼 놀라웠다.
 폐쇄 지역이 ‘해제’됐다.
 지난 4년 동안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었다.
 과천, 안양, 군포.
 세 개나 되는 지역이 당시 나타난 검은 기둥과 안개에 순식간에 가두어졌다.
 거기에 휩쓸린 사람의 숫자만 수십만 명에 달했다.
 그들 대부분은 죽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몬스터의 목적은 오로지 인류의 죽음과 파괴이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었다.
 세계 곳곳에 솟아오르기 시작한 검은 기둥이 바로 몬스터의 출현을 알리는 개전의 신호였다.
 강력한 마력 파장을 동반한 정체불명의 검은 기둥이 솟아날 때면 몬스터들이 함께 나타나 지상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일반종.
 하위종.
 저위종.
 중위종.
 고위종.
 파괴종.
 이와 같은 여섯 단계로 이루어진 각 몬스터의 출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어 커다란 위협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파괴종의 출현은 격이 다른 재앙이었다.
 지난 8년간 파괴종은 단 네 번 나타났고, 그때마다 인류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퇴치된 파괴종은 단 1체.
 남은 셋 중 하나는 기둥을 파괴함으로써 되돌려 보냈으며, 다른 하나는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한 뒤 그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폐쇄 지역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폐쇄 지역을 만든 몬스터의 정체가 파괴종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최초 발생한 검은 기둥의 크기가 가진 거대함이 그 첫째였으며, 기둥에서 나타난 마력 파장의 크기 또한 범상치 않았다.
 그 둘 모두, 고위종의 출현을 알리는 수치의 수십 배를 웃돌았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해당 지역이 검은 안개와 함께 외부와 완벽한 단절이 되었을 뿐, 그 이후에는 잠잠하다는 사실이었다.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검은 안개 바깥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검은 기둥의 모습이 전부였다.
 4년의 시간 동안 해당 지역은 ‘기관’조차 손댈 수 없는 영역으로 지정되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으나, 추가적인 다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한데 지금, 그러한 폐쇄 지역이 해제된 것이다.
 “정말이라니깐. 갑자기 기둥이 완전히 박살나더니 검은 안개가 싹 걷혔다지.”
 “맙소사, 그건 파괴종이 죽었다는 게 아닙니까?”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 설마하니 연장을 들고 그 커다란 기둥을 부쉈을 리도 없고.”
 “생존자는 몇이나 된답니까?”
 “그건 앞으로 수색을 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는 게 기관의 분석 결과야.”
 “흐음······. 되도록 많은 사람이 생존했으면 좋을 텐데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수십만 명이다.
 추측으로는 약 30만에 가까운 사람이 폐쇄 지역에 갇혀 있을 거라 했다.
 300분의 1.
 그래도 천 명 정도는 살아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폐쇄 지역에 가족을 둔 사람들은 그곳에 갇힌 아들딸들이, 부모들이 무사하길 바라며 하루하루 기도를 올렸다.
 누구나 기적을 꿈꿨다.
 기적처럼, 자신의 가족만큼은 살아 돌아오기를.
 
 헌터 길드 ‘큐브’의 막내인 영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오빠 또한 폐쇄 지역에 갇힌 피해자 중 하나였다.
 “영지는 압니까?”
 “너보다야 훨씬 빨리 알았지. 소식을 듣자마자 폐쇄 지역으로 달려갔으니까.”
 “······혼자요?”
 “당연히 단장도 함께 갔지.”
 휴.
 현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지의 오빠가 살아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았다.
 괜히 어린 영지가 혼자 갔다가 오빠의 시신이라도 발견한다면, 혼자서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 거다.
 단장이 함께 가 준 것이 다행이었다.
 “잠깐, 새로운 소식이 뜬 거 같은데?”
 스마트폰을 두드리던 종만은 새로 올라온 뉴스를 확인하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
 
 많은 사람들이 폐쇄 지역이 마침내 해제된 것에 대해 기뻐했다.
 그리고 그 4년간의 지옥 끝에 살아남은 생존자가 발견되길 기대했다.
 자신의 가족이, 지인이, 또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라도 좋았다.
 이후 대규모의 수색 인원이 동원되었으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최신 장비가 사용되었다.
 그렇게 수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시체들이 발견되었다.
 조각조각 나 도저히 신원을 측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너무 많아 일일이 그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끝내 생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곳에 있던 것은 오직 잔혹한 파괴의 흔적과 죽음의 잔해뿐이었다.
 ‘기적’은, 없었다.

댓글(27)

이충호    
음....
2017.01.06 10:18
용용드래곤    
다시 시작하시나요? 끝까지 홧팅입니다~!!
2017.01.06 14:38
용군입니다    
어라?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엔 끝까지 가실꺼죠?
2017.01.07 10:12
dogone    
b급헌터 리메이크?
2017.01.08 09:06
퀘나리    
오 봤던거 잘봤습니다
2017.01.11 08:42
마아카로니    
잘 봤습니다.
2017.01.12 20:55
루디사    
리메이크 같은데.....
2017.01.13 17:27
밤의쏘가리    
건승하세요
2017.01.15 11:01
벨쥬락    
옛날이 봤건거네
2017.01.24 18:48
물물방울    
연재 시작을 축하합니다. 대박나기를 바랍니다.
2017.01.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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