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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황제의 귀환 1화

2017.09.27 조회 9,623 추천 66


 1.
 
 
 * 작가의 말: 작중 극적인 재미를 위해, 실제 사실과는 다소 다르게 배치된 일정이나 경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가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축구가 삶보다 훨씬 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리버풀의 전 축구 감독이던 빌 샹클리에의 어록에서.
 
 ***
 
 “아우~, 지겹다. 내리면 위스키나 한 잔 하고 푹 쉬어야겠어.”
 맥킨리 기장은 지겨운 듯이 기지개를 펴며 하품을 했다. 아무리 이골이 난 일이라지만 밤을 새우며 비행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부기장과 교대로 쉬었는데도 이렇게 피곤한 것을 보면 장시간의 휴가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
 “바깥 날씨가 끔찍하네요. 안개가 꽤 꼈습니다.”
 “공항 관제탑에 연락해서 랜딩 시에 안내 철저히 해달라고 해. 이거야 제길, 한 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육안으로는 착륙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기장인 파올라는 부지런히 기상 레이더를 살피며 공항 관제탑과 연락을 취한다.
 “관제탑에서는 착륙에 무리가 없다는 교신입니다.”
 “그렇겠지. 지금부터 관제사에게 유도해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착륙 시에 필요한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최종 접근 활주로와 주의사항, 간단한 착륙 브리핑을 끝냈다.
 “자동 착륙 장치를 가동할까요?”
 “아니야, 이런 날은 오히려 직접 착륙하는 것이 안전하지.”
 “네 알겠습니다.”
 “호텔의 따뜻한 목욕물이 그리워지는군. 역추진 장치 준비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맥킨리 기장은 밀려오는 하품을 다시 한 번 하고는 관제탑의 유도에 따라 조종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기의 기체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을 때 맥킨리는 재빨리 옆자리에 놓인 커피 잔을 들었다. 착륙이 시작되기 전에 찐한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작스럽게 가슴에서 통증이 밀려왔고 커피 잔을 놓치고 말았다.
 “기, 기장님. 무슨 일이세요?”
 커피 잔을 쏟으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기장을 본 파올라 부기장이 서둘러 기장을 일으켰으나 온몸에 경련을 일으킬 뿐이다. 파올라 부기장이 조종간을 잡는데 일으켰던 기장의 몸이 다시 쓰러지며 그의 몸을 누른다. 옆자리에 있던 승무원이 재빨리 달려와 기장을 부축했다.
 “이런 젠장!”
 급격하게 기울어지는 비행기 기체의 하강을 확인한 파올라의 입에서는 저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공항 외곽의 담벼락이 파올라의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서둘러 조종간을 잡고 다시 이륙을 시도했다.
 
 일본을 출발하여 마이애미로 가는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 석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한 명 타고 있었다.
 다비드 조지 로스 데컴.
 긴 풀네임을 줄여서 사람들은 그를 다비드 데컴이라 부른다.
 신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남자. 신의 경지에 도달한 ‘오른발’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로마의 다비드 조각상보다 더 멋진 극강의 외모를 갖고 태어난 남자.
 축구 선수로서는 1994년 데뷔 이후, 20년간 520차례의 클럽 팀 경기와 117차례의 잉글랜드 A대표팀 경기를 치룬 세계적인 사커 스타이며, 축구보다 모델 활동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었던, 자본주의 시대 최고의 슈퍼스타가 바로 그였다.
 
 “이제 곧 착륙합니다. 안전벨트 매주세요.”
 스튜어디스들은 통로를 오가며 승객들의 안전벨트를 체크한다.
 “미스터 데컴. 혹시 불편한 것은 없으세요?”
 일본인인 듯한 스튜어디스는 그를 향해 수줍은 미소와 함께 몸을 기울여 안전벨트의 상황을 체크한다. 동양인치고는 꽤나 육감적인 몸매의 아가씨였는데 비행시간 내내 의도적으로 그에게 몸을 기대오곤 했었다. 그녀의 가슴의 탄력이 어깨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은은한 샤넬 향수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스튜어디스 아가씨로서는 무척 용기를 낸 행동이었지만 워낙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데컴은 외국 여행 때마다 자주 당하는 일이라 이제는 만성이 됐다.
 “아니, 다 좋아요. 고맙습니다.”
 이런 데서 헤픈 행동을 했다가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면 이번에는 줄리아도 참지 않을 것이다. 몇 년간 정분을 나눴던 여비서와의 행각이 발각이 났을 때 줄리아가 그를 벌레 보듯이 쳐다보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몰래 바람을 피워도 금세 발각이 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바람을 피운 다는 것도 신물이 나서, 되도록 여자와 엮이는 일은 더 이상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한 지 몇 달 째다.
 그 결심이 이번엔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지금은 자제를 해야 할 때다. 젊은 미녀가 주는 생물학적인 자극을 누르기 위해 데컴은 신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잉글랜드의 추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에 이어 죽음의 D조에 속해 있던 잉글랜드가 2연패로 마지막 코스타리카 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별 예선 탈락이 확정되었다. 잉글랜드가 예선 탈락한 것은 1950년 월드컵 이후 64년 만의 일이다.
 2010년도 우승국인 스페인과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조별 예선 탈락은 올해 월드컵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티키타카의 스페인 축구의 몰락은 충격일 수 있지만 과연 잉글랜드의 탈락이 최대의 이변이 될지 의문이다.
 잉글랜드는 50년 전 자국에서 개최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연장 접전 끝에 독일을 4-2로 무찌른 것이 처음이지 마지막 우승 기록이다. 그 이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축구 종가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꽈직.
 데컴은 신경질적으로 신문을 구기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속에서 불끈하고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이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머리에서 밀어내고 눈앞의 광경에 집중을 했다.
 얼마 전까지 아름다운 빛을 내던 은하수가 보이지 않는다. 구름 아래로 내려온 탓이리라. 대신 지상의 불빛이라도 보여야 할 텐데 안개가 짙어서 그런지 희미한 불빛만이 보이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지만 이미 바깥 풍경도, 2014년 월드컵에 대한 생각도 데컴의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는 이번 미국행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슈퍼스타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 프로 축구의 볼모지인 미국에서 여는, 새로운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구단주가 그가 할 일이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신생팀의 창단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소속되어 있었던, MLS의 LS 갤럭시로 이적할 때부터 고민하던 문제였다. 그가 LS 갤럭시에 입단하면서 ‘미국에 진출하면 추후 25퍼센트 할인된 금액으로 MLS 구단을 인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다.
 창단 자금으로 약 2500만 달러(약 265억 5000만 원)를 투자를 결정했고, 함께 투자할 공동 투자자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현재 19개 팀으로 이루어진 MLS는 2020년까지 팀을 24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가 창단할 구단은 앞으로 3년 내에 MLS에 20번째로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이뤄준 축구에서, 그는 이제 선수가 아닌 구단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이다.
 사업 구상으로 골몰하고 있던 데컴은 갑자기 비행기 동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어리둥절해서 당황하는 표정이다.
 스튜어디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할 때,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면서 세상이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
 
 하늘을 올려다보는 데컴의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은 푸른빛을 띠지도 않았고, 별도 없고, 달도 없이 그냥 끝도 없는 어둠이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것인지······.
 지금 이것이 꿈일까? 꿈이라면 너무 생생하다.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일까?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우두커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데컴은 머릿속을 파고드는 불길한 생각을 떨치려는 듯이 주변의 모습에 다시 관심을 돌렸다.
 바로 얼마 전에도 살펴봤던 이곳은 특급 호텔의 로비처럼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천장에는 기이한 모양을 한 조명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로비에는 검은색 양장을 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었다. 200여 명도 넘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아이도 끼어 있었는데 모두가 하나의 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있다는 점이 어딘지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 중에는 그의 눈에도 익숙한 동양인 스튜어디스 아가씨가 있었는데 저 아가씨가 유니폼을 벗고 언제 검은색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었는지 알 수가 없다.
 “휴~! 내가 귀신에 홀린 것은 아닌지.”
 그들을 바라보던 데컴은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몇몇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마치 뱀파이어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한 채 줄만 서 있다. 기계처럼 앞만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등줄기에서 싸늘한 오한이 일어났다.
 회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을 안내하며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얼음장보다 차가운 그들의 눈빛에 감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역시 회색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사납게 보이는 개를 데리고 망을 보고 있었다. 어느 나라 공항 입국장의 풍경 같은데, 이곳이 마이애미 공항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데컴은 자신이 입고 있는 회색 양복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에게 이런 양복이 있었던가? 한 번도 이런 옷을 입었던 기억이 없었다. 그가 비행기를 탈 때 입고 있던 아르마니 캐주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저런 의문을 품던 데컴은 옆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흰머리의 사내가 던져두고 간 신문을 주워들었다.
 “이건 믿을 수가 없어.”
 데컴은 주워들었던 신문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신문 1면에는 화염에 휩싸인 비행기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었다.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혹시나, 혹시나 했던 불길한 예감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최악의 항공 사고 발생
 유나이티드 항공 OZ327편 여객기가 13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착륙 중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탑승 인원 305명 중에서 14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으며, 10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중에서 67명은 중상을 입었고, 34명은 경상이다.
 미국 마이애미 소방국장 조단 다비드-화이트는 인명 피해 관련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들 중에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다비드 데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깊은 우려와 함께 사고 조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고,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국토교통부는 사고 조사반을 현장에 급파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가 현지시각으로 새벽 4시 25분께 착륙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기는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에 고도를 맞추지 못해 비행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닿았고 이어서 날개 부분이 파손되면서 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비행기의 중앙 부분이 파손되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당시 공항에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은 착륙하던 항공기가 똑바로 날지 않았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착륙하다 말고 다시 떠오르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기체는 완전히 두 동강이 났고, 사고 현장에는 사고기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가 널려 있기도 했다. CNN은 관제사가 유나이티드 여객기의 고도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조종사와 관제사 간 교신 내용이 있다고 일부 교신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CNN은 또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에릭 허스만 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놓고 사고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안보당국 관계자는 유나이티드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특별한 테러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 항공 사고 중에도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이 사고로 인해 미국 전체가 경악과 슬픔에 잠겼다. 뜻밖의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이들은 슬픔에 빠졌고, 사고의 책임이 조종 쪽의 실수인지, 비행기 결함인지를 놓고 언론에서는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 조 우드워드 기자 / 마이애미 신문」
 
 “아니야! 이건 무언가 착오가 있을 거야. 혹시 텔레비전에서 하는 몰래 카메라가 아닐까?”
 데컴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 무언가 틀림없이 잘못된 거다. 무슨 착오가 있는 것이 틀림없얶다. 데컴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가득 주었다.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그는 다시금 신문을 들고서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쿵.
 심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 한쪽이 무너져 급류에 휩쓸려가고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영국 프리미어리거인 다비드 데컴(38살)이,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착륙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댓글(6)

회만드셔    
실존 인물이 없으면 힘들지?
2017.11.04 14:55
빈혈남    
옆사이트에서 완결까지 나왔던거 아닌가요?
2018.01.08 00:28
선비홍빈    
인수할수 있다가 아니라 창단할 수 있다겠지요. 인수와 창단은 다른 말입니다.
2018.01.15 14:04
월류진    
이거 옆동네서 2015년쯤에 350화인가로 완결한거아님??
2018.01.19 12:37
나귀족    
글이 너무 빽빽해요.. 조금 널~널 했으면 읽기 쉬울꺼같아요 거의 흘려읽었네요..
2018.03.19 20:40
lineage    
보지마세요 완결 개똥입니다 결승전에서 그냥 끝납니다 ㅅㄱ 환불하고싶다 하..
2018.06.3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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