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작품추천

기본분류 가슴 설레는 법조물+학원물

.진눈깨비 · 2022.10.25 · 조회 1,249 · 좋아요 140

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이 작가에 대해서,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바쁘실 거고 "무슨 소설을 볼 거냐?" "이 소설을 내가 읽을 거냐 말 거냐?" 이걸 결정하려고 추천란에 들어오셨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잡소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 어떤 소설인가?

법조물이고, 회귀물입니다.

주인공은 유학생입니다. 그것도 뉴욕 대학의 법학대학원에 합격할 만큼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습니다. 뉴욕대 로스쿨이면 이미 성공한 인생인 것 같습니다. 졸업만 해도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에서 잘나가는 변호사의 삶이 열릴 것 같습니다.

주인공도 분명히 그런 부푼 꿈을 안고 열심히 밤잠 설쳐 가며 법학을 공부했을 겁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꿈은 산산조각납니다. 가족에게 닥친 불행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결국 로스쿨에서 중도하차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웹소설의 준엄한 섭리에 의해... 회귀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를 중태에 빠뜨렸던 문제의 그 사고, 모든 것을 꼬이게 만든 바로 그 시점으로 회귀합니다. 다시 한 번 주어진 기회입니다.

이제 주인공은 회귀 전의 지식을 무기로 종횡무진, 그야말로 로스쿨 천재가 되어 대활약합니다. 회귀자 국룰로 주식 정보를 알고 있으니 금전 문제도 해결됐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로스쿨 첫날부터 멋진 인상도 심어줍니다. 아직 안 나왔지만 로스쿨에서 열리는 모의법정 대회도 나가고 할 모양이니, 법조물 특유의 간지넘치는 장면도 나오겠죠. 주인공이 "Objection, Your Honor!"를 외치든지 뭘 어쩌든지 하여간... 뭔가 하겠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품 소개는 끝났습니다. 이제 소설을 재밌게 읽으십시오.



아래는 그냥 제가 주절주절 하는 것입니다. 안 보셔도 됩니다.

사실, 안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는 무난하게 재밌고, 좋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 추천글을 쓰면서도 심적인 부담감이 좀 있습니다. 내가 추천을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추천글을 잘못 쓰는 바람에 오히려 어그로 끌려서 악플 폭탄이 터지는 건 아닐까? 작가님께 폐가 되는 건 아닐까? 저는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쓰면 제가 작가를 하고 있겠죠. 추천글은 더더욱 잘 쓸 자신이 없습니다.

(문피아를 다른 평범한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와 비교해 봐도 유독 악플이 많은 것 같은데 참 가슴이 아픕니다. 여기는 맘에 드는 글을 골라서 보라고 있는 플랫폼인데, 맘에 안 드는 글은 안 보면 되는 곳인데, 왜 꼭 그렇게 작가의 가슴에 비수를 박는 모질고 독한 악플을 달아야만 하는지, 보면서 슬픕니다. 지금 이 추천글을 쓰면서도 이 글에는 과연 어떤 악플이 달릴까 생각하니 씁쓸하네요.)

그런데 고민이 길어지니 (이 글은 완성하는 데에 엄청나게 오래 걸렸습니다. 15화 때에 쓰기 시작했는데 25화 올라오고 나서야 완성했네요) 이렇게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냥 엉망인 글이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한 분이라도 더 봐 주시면 좋은 것 아닌가.

그래서 아래에 이어지는 내용은 제가 이 작품에 대해서, 이 작가에 대해서, 한 명의 독자로서 한 명의 팬으로서 느낀 것을 엉망진창으로 어떻게든 써 본 것입니다. 이 글 때문에 단 한 분이라도 서칸더브이라는 작가를,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라는 작품을 좀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 왜 추천하는가?

여기서부터는 안 보셔도 되는데, 굳이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리셨으니... 저의 의견에 보여주신 당신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니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전 웹소설 전문가도 권위자도 아니고 뭣도 아닙니다. 그냥 제가 느낀 것들을 이것저것 말씀드리겠습니다.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의 장점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첫째는 밀착 카메라 같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서칸더브이 작가가 변호사라는 것만 알지(다른 플랫폼의 작가소개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어디 로스쿨을 나오셨는지 한국에서 사시를 치셨는지 뭐 어쨌는지 전혀 모릅니다.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는 뉴욕대 로스쿨 이야기인데, 작가님은 실제로는 어디 전혀 다른 곳 로스쿨 출신이시고 뉴욕대 얘기는 그냥 남의 얘기 전해 듣고 쓰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경위가 어쨌든,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에 등장하는 뉴욕대 로스쿨의 모습은 정말 뉴욕대 로스쿨 나온 사람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 싶은 리얼함이 있습니다. 그냥 직접 경험한 것을 그냥 그대로 쓴 것 같은 살아 숨쉬는 생생함입니다.

하필이면 장소도 또 뉴욕입니다. 뉴요커들이 뉴욕을 두고 뭐라고 하느냐, "The City"라고 표현하지 않습니까? 이 간결한 표현에, 그 이상 뭐 수식할 필요가 있느냐 이런 오만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우리가 도시 중의 도시이고, 세계의 중심이다, 하 이런 아니꼽기 짝이 없는 거만한 것들. 더 괘씸한 건 이게 어느 정도 사실이란 말이죠. 미국은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고 뉴욕은 그 미국의 경제적 문화적 중심지입니다.

그런데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에는 그런 뉴욕의 가장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측면, 그러니까 실제 거리가 어떻고 동네 배치가 어떠한가를 포함한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서울에서 좀 힙하다는 곳, 홍대나 성수동 이런 델 가서 그곳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면서 느끼는 그 느낌이 텍스트에서 풍깁니다.

그리고 뉴욕대 로스쿨 학생의 실제 생활을 밀착 카메라로 보여 줍니다. 이게 너무 재밌습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예를 들어... KBS에서 무슨 KBS 스페셜이라고 해서 특정 분야 사람들의 삶을 취재해서 보여주는 그런 거 있잖아요. 예를 들어 공군사관학교다. 공사 생도의 삶은 어떨까. 아니면 남해안에서 조업하는 어선의 선장. 이런 우리가 평소에 알지 못하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면 흥미진진하죠.

아니면 블로그나 커뮤니티 같은 데서 누군가 여행기를 올렸는데 실제 자기 여행의 과정을 생생하게 잘 묘사했다. 그러면 그걸 그냥 읽으면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죠. 내가 가보지 못한 장소를 여행하는 것 같은 대리 체험을 하는 것이죠.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의 리얼리티라는 건 그런 재미입니다. 읽고 있으면 내가 진짜 갑자기 뉴욕 시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로스쿨 1학년생이 된 것 같습니다.

즉... 그냥 재밌습니다. 잘 쓴 여행기는 스크롤의 압박이 아무리 길어도 계속 읽게 되죠. 그런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소재 선정이 탁월합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사시/로스쿨 시절 이야기는 왜 안 쓰냐,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아니냐, 그거 아깝다, 라고 작가님께 예전에 다른 추천글에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근데 이렇게까지 잘 쓰실 줄 몰랐습니다.

마치 야구팬 입장에서, 좋아하는 선수가 계속 죽을 쑤고 있길래 보다 못해 "공을 보고 치세요" 했더니 (이게 말이냐?) 큰 깨달음을 얻은 선수가 다음 날 첫 타석부터 활약하는 것을 보는 느낌입니다.

둘째는 구성입니다. 전 이분의 전작에 대한 추천글에서 구성의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뭐라고 유료 4질 완결한 프로 작가 분께 구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왈가왈부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합니까. 주제넘은 헛소리입니다. 근데 그게 작가님께는 의미가 있었나 봅니다.

저는 웹소설의 경향, 현 웹소설 독자군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구의 취향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스타일이 다른 대중매체였으면 틀림없이 대박이 났을 것 같은데 유독 웹소설이라는 갈라파고스 생태계에서만은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 떠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심사숙고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더 많은 웹소설 독자들에게 좀 더 소구할 수 있는 플롯을 짜 오신 것 같습니다. 웹소설 트렌드 주류는 단연 "대리만족"인데, 전작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 부분이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필력입니다. 서칸더브이 작가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이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수려한 한국어 문장을 쓰신다 이런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사실 오탈자도 있고 그렇지요. 그렇지만, 문장이라는 것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냥 이 정도면 한국어의 평균에 비춰 봤을 때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쉽게 잘 읽힌다, 그 정도는 우리가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칼 대신 붓으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 법조계라던데요. 서면으로 전투를 치르며 단련된 필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나는 왜 서칸더브이의 팬인가?

아직도 제 말을 읽고 계시다니...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안 읽으셔도 됩니다.

계속 읽으시겠다고요? 감사합니다... 그럼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제가 이 추천글에 이르게 된 경위를 떠들어 보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먼저 밝혀둡니다만 저는 서칸더브이 작가님과 일면식도 없는 그냥 일개 독자입니다. "지인이 쓴 추천글 부정 행위" 그런 거 적용될 근거 전혀 없고 떳떳합니다. 문피아에서 수사(??) 나와도 자신있습니다. 전 그냥 작품 하나 보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다 찾아 읽게 된, 평범한 팬입니다. 열성적인 애독자를 자처하긴 합니다만 모르죠.

그러나 그냥 팬이 뭐 이렇게까지 하느냐, 전작에도 장문의 추천글을 쓰지 않았느냐, 진짜 작가랑 아무 관계 없는 거 맞냐.. 뭐 이런 의혹이 혹시라도 있을까 봐 좀 해명을 하고 싶네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저는 서칸더브이 님이 "이혼변호사 강시혁"을 연재하고 계실 때 처음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혼변호사"는 아직 분량이 별로 안 쌓였을 때라서, 금방 다 읽어버리고 읽을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작가의 전작을 찾다가, 이미 완결된 "만년과장 상태창 사용기"를 읽었어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만년과장"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웹소설입니다. 애초에 제목부터 무슨 야심찬 블록버스터, 웹소계를 평정할 대작 같은 인상은 없고 오히려 비주류 느낌이죠. 읽다 보면 마음에 걸리는 단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단점이 두드러지는 회차에서는 악플나무에 악플이 주렁주렁 열렸고요.

하지만 전 지금 돌아봤을 때 "만년과장 상태창 사용기"를 제 인생 웹소설로 꼽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완결 난 지 오래인 유료작이었단 말이죠? 그러면 25화까지만 무료고 그 뒤로는 편당 결제를 해야 한단 말이죠? 게다가 그때 이미 악플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단 말이죠? 저는 결제를 했습니다. 솔직히, 26화를 결제할 때 제가 무슨 심정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면, 상당히 확신을 가지고 결제한 것 같습니다. 이건 읽어야 된다! 이런 생각으로요. 그리고 이런 웹소설을 발견했다는 사실 자체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치 기다리던 신작 게임을 매장 앞에서 밤샘한 끝에 득템했는데, 이제 집에 가서 이걸 켜기만 하면 되는 그때와 비슷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중에 재미없었으면 때려치웠을 겁니다. 설령 공짜라 해도 재미없으면 시간 아까워서 때려치우는데, 심지어 편당 100원을 내야 하잖아요. 중도하차하기 딱 좋죠.

그런데 밤을 샜습니다. 그냥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면서 100원씩 내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음 날 업무고 뭐고, 이거는 읽어야 된다. 신기한 게,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듯이, 100원을 넣을 때마다 재미가 나오더라고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 참고로 저는 지금까지 평생 온라인 게임에 현질을 단 한 번도 단 한 푼도 해 본 적이 없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년과장"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돈 태우는 재미"를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읽다 보면 마음에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그 단점을 무시하고 계속 읽었습니다. 그런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진짜 한심한 아재입니다. 난 진짜 어지간하면 저렇게 나이 먹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빌빌거립니다. 답답합니다. 주인공이 빌빌거리고 답답하다니요. 웹소설 주인공이 빌빌거리고 답답하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준엄한 웹소대법관들이 용서 못하겠죠.

그러나 "만년과장"에는 그 족쇄를 깨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웹소설 주인공은 빌빌거리고 답답하면 안 되는 거 맞는데, 우리는 현실에서 빌빌거리고 답답하잖아요. 우리 중 99%는 현실세계에서 돈 앞에 쩔쩔매고, 윗사람 앞에 굽실거리고, 한심하게 살잖아요. 현실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잘 담아내서, 그걸로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픽션이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감동 아닌가? 물론 그런 걸 웹소설에서 왜 하냐, 왜 찾냐, 하시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근데 전 그랬습니다. 빌빌거리고 답답한 아재 주인공을 보며 가슴을 치지만 그래도 기어코 계속 읽게 만드는, 계속 100원씩 태우다가 아 뭐야 골드가 없네 빨리 만원어치 카드결제를 해.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 읽게 만드는 힘이, 생생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때로는 울컥 복받치는 감동이 있었어요.

진짜 제가 어지간하면 중도하차하려고, 일괄구매 안 하고 1편씩만 결제했어요. 조금만 재미없어지면 중도하차하겠다! 이런 굳은 결심을 가지고 봤단 말이에요. 왜냐면 예전에 한 20편 보고 "재밌다!"라고 생각해서 일괄결제한 웹소설이 도중에 핵노잼 되는 걸 여러 번 겪어서. 저도 제가 왜 이렇게 이야기 취향이 까다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삶이 힘듭니다. 매운 음식 못 먹으면 한국에서 살기 팍팍한 거랑 비슷합니다. 근데 "만년과장"은 중도하차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봤는데도 결국 끝까지 봐버렸습니다.

"만년과장"에 나오는 아재 주인공의 과거 회상 중에 그런 장면이 있어요. 주인공은 지방 출신인데요. 그래도 어떻게든 좋은 학교 보내보겠다는 부모님의 뜻으로 혼자 서울 올라와서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트러블이 나서 선생님이 부모님 모셔오라고 해요. 그래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지방에서 한참 걸려서 서울까지 올라와요. 그 난리를 겪고 나서, 주인공과 아버지가 함께 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는데요. 아버지는 주인공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주인공은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듣고만 있어요. 그때 아버지는 무슨 심정이었을까, 하는 것을 이제는 마흔 아재가 된 주인공이 회상합니다. 그런 장면이 있어요.

우리가 세상이, 사회가,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작심하고 준비를 해서, 어떻게 하면 감언이설과 권모술수로 저 사람의 마음을 흔들 것인지 궁리를 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임원급 한 명에게 프레젠테이션 한 번 해 보겠다고 한 달 동안 팀원들 다 야근을 해 가면서 무슨... 그러나 때로는 진심이 최고의 전략일 때가 있어요. 사람이 사람에게 그냥 정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그 순간 그것이 말하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위로가 되는 때가 있죠. 말 안 통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다 각자 섬처럼 있는데, 어쩌다가 한 번씩 연결되는 거죠.

"만년과장"의 저 장면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웹소설도 없고 평가도 없고 악플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저한테 자기 진심을 성심성의껏 열심히 말씀해 주시는 분이 계시고 전 그 이야기를 심취해서 들었죠. 전 이 장면을 처음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보고 싶었구나. 내가 이런 이야기 보고 싶었다는 사실을 나도 몰랐구나.

굳이 말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멋진 대화 장면"은 GTA 5에 나오는 트레버와 라마의 대화 같은 것입니다. "만년과장"은 제 원래 취향과는 거리가 많이 멀죠.

"만년과장"을 처음 읽던 이 시절에 저는 인생이 참 뜻대로 풀리지 않고, 답답하고, 무슨 안개 속에서 뭐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애매하고 막막한 시기였습니다. 군대에서는 내가 사회 나가면 못할 일이 없으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는데, 막상 사회 나와서 한 10년 치이고 나니 기분은 무슨 모든 것이 희뿌옇게 된 것 같았어요. 그 뒤로는 이걸 해도 확신이 없고 저걸 해도 확신이 없는 상태로 살면서 소년에서 아저씨가 됐습니다.

그런데 "만년과장"을 읽으면서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것들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뭔가 해볼 만한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그냥 이야기가 재밌으니까 그걸 읽는 시간이 즐겁고 인생이 재밌어졌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누군가 써주고 있는데 이런 소설을 계속 사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이런 작가에게는 후원금도 좀 보내서 더 재밌는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열심히 쓰게 하고... 뭐 이거저거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러려면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 의욕이 돌아왔죠.



"만년과장"은 판타지입니다. 현실세계에는 상태창도 없고 마법적인 현상도 없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가 꼭 판타지보다 더 열악한 것은 아니에요. 현실세계에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들이 있어요. "만년과장"에는 주인공이 회사 지하실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뜬금없이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맞닥뜨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저에겐 이 "만년과장"이라는 웹소설이 바로 그런 비밀 문이었습니다.

제 폰에, 손바닥만한 화면에 글자가 뜨는데, 글자가 사람에게 이런 감동을 주고,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데, 충분히 마법 아닌가요.

감동이라는 말이 오글거리면 그냥 재미라고 하지요. 재밌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묻고 따질 필요도 없이 일단 재밌었고, 지금까지도 그때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악플이 달리든 말든, 성적이 좋든 말든, 끝까지 이야기해 준 이야기꾼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네 뭐 그렇게 해서... 애독자 한 명의 탄생이죠. 그리고 나는 이렇게 감동을 받았는데 고작 편당 100원씩 낸 게 미안하고. 게다가 100원 내면 그걸 작가가 다 갖는 것도 아니잖아요? 플랫폼과 수익 배분 해야죠. 그러니, 내가 받은 감동의 값어치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을 냈다는 사실이 빡치더라고요. "만년과장" 지금 들어가 보면 일괄구매 17400원이라고 뜨거든요. 아니 내가 받은 감동이 고작 2만원어치도 안 된다고 이것들이 진짜.

그런 마음의 빚, 부채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혼변호사" 연재 도중에 뭔가 심각한 오타가 하나 있어서 그거 한번 지적하는 댓글 달고. 그게 아마 서칸더브이라는 작가에게 처음 말을 건넨 것이었고요.

"야매검사"를 시작하셨을 때에는 시작하신 줄도 몰랐어요. 보통은 신작 연재 소식을 선호작 쪽지로 공지하는데, 서칸더브이 님은 분량 좀 쌓이고 나서 보내시는 스타일이신 듯. 아무튼 저는 부끄러웠죠. 아니 내가 나름대로 열성적인 팬이다. 난 이제 서칸더브이가 소설만 썼다 하면 즉시 지갑의 포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열성 팬을 자처하던 내가 작가의 신작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니 수치스러워서 살겠는가. 내가 진짜 차기작은 매의 눈으로 핏발 세우고 감시하다가, 나오자마자 첫빠따로 선작 누른다. 그러고 있었죠.

"야매검사" 유료화 기념 댓글 골드 이벤트 하는데 "작가의 연약한 멘탈을 무한 응원하는 댓글"을 환영한다 하시길래, 아 그렇구나 응원하는 댓글을 달면 부채가 조금 청산되겠구나, 해서 달았어요. 사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하트브레이커 로펌"이 나왔는데요. 아휴... 여기서부터는 참 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전개되었죠. 슬슬 웹소설이란 어떤 시장인지 이제 감을 잡으셨을 테니 더더욱 대박을 내실 것이다 생각했는데 웬걸... 여기서부터 가시밭길이었을 줄이야. "하트브레이커 로펌"은 유료화를 하긴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고, 그밖에도 뭐...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여러 작품을 시도했다가 접으셨죠. 제가 기억나는 건 모용세가 아들내미 주인공 나오는 무협, 특수능력이 생겨난 시대의 격투기 스포츠 주제로 한 현판, 천마 어쩌고, 작가님 인생작이라는 부적술사, 문제의 돈나무...

시행착오 자체는 별로 특이할 것도 없고 흠이 될 것도 아닙니다. 투베 10위권내에 드는 대박 작가들도 접는 작품 수두룩하죠. 올려 보고 반응 신통치 않으면 관두는 거죠. 웹소설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고 당연합니다. 만만한 시장이 아니죠. 그리고 프로 작가라는 게 작품으로 생계가 될 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데, 안 팔리는 작품을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렇게 여러 작품이 나가리 되다 보면 의욕도 바닥나고 붓을 꺾을 만도 한데, 실제로 그런 작가 많은데, 계속 도전하고 재도전하시는 근성 있는 모습에 진짜 박수갈채를 보내드리고 싶었죠.

문제는... 이야기는 재밌었다는 거예요. 다 재밌어요. 재미없는 이야기는 없었어요. 근데 왜 작품은 훌륭한데도 상업적으로 지표적으로 성과가 좋지 못한가 하면, 웹소설로서 받아들여지기에 너무 치명적인 문제들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문제는 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글을 읽다가, 아 이 부분 악플 달릴 거 같은데, 하면서 댓글 열어보면, 짜잔! 어김없이 악플 달려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저한테도 보이고, 악플러들에게도 보이는데, 작가 본인에게만 안 보인다는 거잖아요.

진짜 보다 못해서, 도저히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팬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사람이 아무리 근성 있다고 해도 물리적 한계를 초월할 순 없잖아요. 밥을 먹어야 글을 쓸 거잖아요. 예를 들면 웹소설 매출로 최저임금 이상을 벌어 줘야 계속 소설 집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대로 내가 팔짱끼고 보고만 있다가 저 사람이 망해 버리면? 혹은 소설 관두면? 저는 이제 다시는 서칸더브이의 이야기를 못 볼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마음이 급했어요. 댓글을 달았는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까 댓글도 엉망이었어요. "작가님 이거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세요" "독자들한테 고구마 좀 그만 줘요" "아무리 사이다를 위해 고구마가 필요하다고 해도 5:5 정도로 맞춰야지 고구마 9에 사이다 1이면 어떡해요" ... 2천 자가 넘는 댓글을 달았어요. 이거 "하트브레이커 로펌" 32회에 지금도 달려 있는데요. 으휴. 보여드리기 싫지만 궁금하신 분은 지금 가셔서 보세요. 100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작가님이 한 푼이라도 더 버시겠지.)

그랬더니 작가님이 정성스럽게 댓댓글을 달아주셨더라고요. 두서없이 작가에게 이것도 잘못됐다, 저것도 잘못됐다, 왜 이러느냐, 질책하는 저의 댓글이 무슨 긍정적인 효과가 과연 있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후회합니다. 게다가 작가님의 댓댓글은 정중한 내용, 저의 작품을 이렇게나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이라 더더욱 민망했죠. 아무튼 "하트브레이커 로펌"은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낮은 성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다크 판타지 작품이 나왔죠. 지금 유료연재중이신 "공략을 포기하다"라는 작품인데요.

이게 처음 올라왔을 때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셔서,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테이스트의 작품을 들고 오신 것 같았는데요. 지표가 조용하더라고요. 조회수가 거의 안 붙었죠. 사실 저도, 이 작품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당연히 선작 누르고 정독했지만, 불안했거든요. 잘 될까? 내가 서칸더브이 팬이지만, 이 작품이 문피아에서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은 생기지 않는다. 모르겠다. 그런데 작가님도 말씀하시더라고요. "독자 여러분 도와 주세요"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이거는 누가 봐도 저를, 저의 양심을, 호명하는 것이었죠. 아니라고요? 아님 말고요. 하지만 어쨌든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아직 빚 안 갚았잖아요. 도움을 드리기는커녕 "하트브레이커" 때 이상한 댓글로 작가님 마음만 어지럽히고.

자, 내가 뭘 할 수 있느냐? 내가 작가를 혼자서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 막대한 후원금을 보낸다든지 그럴 능력은 없고... 추천글이라도 써 보자. 추천글을 잘 쓸 자신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망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밑져야 본전이죠. 추천글 잘 써야 된다는 부담감이 전혀 없어서, 편했습니다.

그냥 막 떠들었어요. 이 소설 재밌습니다 여러분 하고 몇 마디 한 다음에, 그 뒤에는 그냥 하고 싶었던 얘기를 생각나는 대로 횡설수설 했습니다. 당신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당신은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재능이 탁월하다. 당신은 법조인 출신답게 명석한 설계자이며, 쉽게 읽히는 글로 독자를 설득할 능력이 있는 문장가다. 당신은 소재와 배경을 가리지 않고, 그냥 이야기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이다. 당신은 다양한 매체를 두루 섭렵해서 교양이 풍부하고 짬밥이 비범하다는 것을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신은 빨리 대박 나서 당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드라마로 넷플릭스 시리즈로 마구 나와야 한다. 판타지도 써야 하고 사이버펑크도 써야 한다. 그런데 왜 죽을 쑤고 있느냐. 당신의 이야기가 웹소설로 통하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지 않으냐. 당신의 전작은 이거랑 이거랑 이거가 문제라는 점이 내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왜 정작 최고의 스토리텔러인 당신은 이걸 모르느냐...

말이 됩니까? 유료 4질 완결한 작가한테 뭐라는 것임? 그렇게 잘났으면 제가 웹소설 작가 하면 되지, 누구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둬요. 내가 이런 걸 써서 공개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쪽팔리는데 지금도 "공략을 포기하다" 작품 페이지의 이마빡에 쾅 박혀 있단 말이죠 제 추천글 링크가. 본문보다 더 먼저 나온다(당연하지만). 하 내가 살 수가 없다. 이제 와서 지우지도 고치지도 못하고...

제가 쓴 글은 눈갱이니까 보지 마시고요. 눈 버립니다. 대신에, 서칸더브이 작가님께서 답장을 써서 공지로 올려 주신 게 있는데, 횡설수설인 제 추천글에 비하면, 이 답장은... 여러분, 훌륭한 웹소설은 많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웹소설 "공지"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웹소설 역사상 가장 멋진 공지일지도 모릅니다. 공지에 달린 수십 개의 댓글로 볼 때, 저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닌 것 같군요. 이걸 언급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도리가 아닌 듯해 언급합니다. 지금 "공략을 포기하다" 가셔서 공지만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뭐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은 제가 지적했던 문제를 바로잡은, 새로운 웹소설을 들고 나오시려고 정말 절치부심 하신 것 같습니다. "서칸더브이라는 이야기꾼이 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이면서도 또한 "웹소설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을, 이번에는 가져오신 것 같아요.



##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에 거는 기대

제가 생각하는 법조물은 이런 것입니다.

누가 봐도 꼼짝없이 범인인 것 같은 사람. 자기는 아니라고 눈물로 호소. 그러나 현장과 증거와 정황은 명백. 기적이라도 없고서는 혐의를 벗겨낼 수 없을 것. 변호사는 힘겨운 사투를 시작. 거듭되는 공판에도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더욱 불리해져만 가는 상황. 재판은 검찰 쪽으로 기울고… 변호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심정으로 증인을 다시 신청한다. 지리멸렬한 신문, 반복되는 대화, 피곤한 기색의 재판장… 그때, 뭔가를 깨달은 듯한 우리의 변호사. 증인의 증언에서 결정적 모순을 지적. 갑자기 코트룸에 들려오는 가슴 벅찬 BGM. 당황해서 말이 꼬이기 시작하는 증인. 술렁이는 방청석. 풍부한 판례 지식, 날카로운 논리적 사고, 유창한 언변으로 법정을 흔들기 시작하는 변호사. 항의하는 검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재판. 운명의 선고기일, 긴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판사. 얼굴이 하얗게 질린 피고인에게 고문과도 같은 낭독이 끝나고 마침내, 주문. 극적인 무죄. 넋을 잃은 사람들. 잠시 후 비명을 지르며 기뻐하는 피고인의 가족. 소리지르다가 법정 경위에게 제지당하는 가족. 변호사를 얼싸안고 오열하는 가족. 쓴웃음을 지으며 피고인의 어깨를 두드리는 변호사... 물론 현실의 쟁송은 저렇게 굴러가지 않죠.

그러나 현실의 법정이 어떻든 변호사라는 존재에게는 그런 본질적인 간지가 있습니다. 법치국가에서 재판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니까요. 의뢰인을 대리하는 전사가 되어, 마필 대신 서면을 타고 달리며 칼 대신 붓으로 전투를 벌이는, 현대의 글래디에이터! 우리는 대부분 법알못입니다. 변호사는 바로 우리 같은 법알못을 위해 대신 싸워 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변호사의 어려운 싸움을 우리는 저절로 응원하고, 변호사의 어렵게 이기면 우리는 모두 환호하는 것이죠.

실제로는 유능한 변호사는 내 편이 되어주기보다는 더 부유하고 더 권세있는 사람의 편이 되어줄 가능성이 높겠지만… 젠장… 그래도 우리는 응원합니다. "대신 싸워 주는 사람"이니까요. 한국 변호사법 제1조를 보면 내용이 참 뜬금없어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그렇습니다. 한국 법에 따르면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법률"도 아니고 "전문성"도 아니에요. 인권과 정의입니다.

서칸더브이 작가의 법조물은 이런 장점, 법조물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십분 살려내면서, 현실의 족쇄에 얽매여서도 여전히 나름의 방식으로 "인권"과 "정의"에 복무하는 의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변호사의 본질적 간지를 뿜어내면서도, 인물과 플롯을 기묘하게 비틀어서 참신한 충격을 안겨 준 명작들이었습니다.

로스쿨은 법조인의 전 단계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본격 법조물보다는 재미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진짜 실력자들이 진짜로 때로는 사람의 목숨을, 때로는 회사의 존망을, 때로는 억만금의 돈을 두고 격돌하는 진검승부의 장을 보고 싶은데, 로스쿨은 그 전장에 아직 끼지도 못한 햇병아리 애송이 풋내기들 이야기 아니냐?

하지만 제 생각에 로스쿨이 더 재미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로펌이 아니라 로스쿨이기에, 역사와 전통과 강력한 지지를 자랑하는 장르에 편입되는 것이죠. 학원물입니다.

학원물은 단연코 메이저 장르입니다. 학원물이 잘 팔리는 이유는 학원이야말로 현실세계에서 온갖 드라마가 발생하는 장소라서겠죠. 학교에는 사랑도 있고 미움과 다툼도 있고 인간의 희노애락, 모든 극적인 사건이 다 있죠. 제 생각에 이보다 더 극적인 장소는 없어요.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 아닙니다. 사회의 어느 부분이 학교만큼 드라마틱한가요. 그런 곳은 없어요. 학원물이 그렇게 많이 나오고 또 그렇게 잘 팔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죠. 학교에는 새로운 만남과 설렘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고, 일본 소년만화 식의 승리 우정 노력 같은 이야기, 모두가 힘을 합쳐 어떤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넣기 쉽고, 치열한 경쟁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는 이야기도 넣기 쉽고, 뭐... 로맨스도 넣기 쉽죠. 그리고 타깃 청중 중에 학교생활을 어떤 형태로는 한번쯤 경험해 본 사람이 대다수니까, 감정이입을 좀 더 쉽게 끌어낼 수 있는 것도 있고요.

지금까지는 그런 가능성을 잘 끌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역량에 따라서는 그 어떤 법조물, 그 어떤 학원물보다도 재밌을 수 있는 것이 "로스쿨물"이 아닌가 싶은데요.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응원이 있어야 완결까지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추천글을 들고 왔습니다. 같이 응원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긴 추천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김에 서칸더브이 작가님께 응원의 말 아무거나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67

  • 별빛속으로 2022.10.25 09:37

    님... 진지하게 작가로의 전업을 추천드립니다.
    팬심이 어마어마 하시군요. ㅎㅎ

  • 박왈왈 2022.10.25 10:18

    확실히 업계인이 쓰셔서 그런지 엄청 재밌더라고요 근데 진짜 팬이시네요 추천글이 대단합니다 ㄷㄷ

  • 하낭님 2022.10.25 11:09

    길어서 읽지는 않았지만 추천글이 맛나보이네요

  • 헤드에이크 2022.10.25 12:10

    재밌네요.
    근데 보다보니까, 제목을 '할렘에서 하렘을 차리는 변호사가 있다?'
    로 바꿔야 하는게 아닌지라는 생각이.. ㅎ.

  • 2006J 2022.10.25 12:52

    재밌습니다

  • 곰이와냥이 2022.10.25 13:17

    수년 전에 봤던 악마의 저울? 맞나? 제 첫 변호사물인데 이번 작품은 영미법쪽이라서 그런지 그때 그 시절의 신선함을 다시 느끼네요 변호사물 뻔해서 안본지 꽤 됐는데 이건 확실히 볼 만합니다
    현판 하렘물도 오래만이라서 더 좋구요

  • 세상의아침 2022.10.25 15:17

    추천글이 말도 안되게 길다. 이런건 추천글이 아님.

  • 훈훈포텐 2022.10.25 16:15

    3줄 요약좀

  • 프나박지원 2022.10.25 18:52

    짧아도 지랄 길어도 지랄

  • ㅣㅓㅐ 2022.10.25 19:40

    추천글이 정말 정성이시네요 이 정도 정성을 쏟을만한 작품이라는 거겠죠?

  •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