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추천하기

기본분류 촉이 중원을 통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리위제로 · 2023.01.22 · 조회 465 · 좋아요 12


$ 제 첫 추천글입니다. 2014년 가입 후 약 9년 만에 첫 추천이네요.
작품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는 있을 수 있습니다.
- - -

대체 역사물을 즐겨보는 독자입니다.
이 소설은 다른 대체 역사 소설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먼저 한가지 예를 들고 싶습니다. 저는 삼국지 게임을 간혹 플레이하는데, 아마 군웅할거 시나리오에서 유비로 시작하고 역사대로 촉으로 가는 삼국정립의 구도를 그대로 따라 플레이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도권을 가지고, 역사 속 인물이 되어서 자신만의 생각대로 시도해나가는 부분이 재미있지요. 대체 역사소설의 본질적인 재미도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역사의 한 장면의, 한 사람의 인물이 되어 당시의 영웅들과 자웅을 겨루는 부분이 재밌지요. 단순히 미래지식을 활용해 내가 제갈량이 몇 년도에 죽는지 아니깐 그에 맞춰서 쳐들어가고 이런 것 보다요. 

많은 대체 역사 소설이 초반에는 역사의 흐름을 유지하다가 주인공이 서서히 흐름을 틀어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전개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극 초반-중반까지 주인공들의 활약은 미래에 대한 정보적 우위를 바탕으로 얻는 이득으로 제한됩니다.
이러한 전개는 간편하면서도 통쾌합니다. 다만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정보적 우위를 활용한 전개는 자칫 지나치게 작가 편의주의적으로 느껴지고 몰입감을 떨어뜨립니다. 또 ‘대체 역사’보다는 ‘빙의물’에 초점이 찍힌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미래 지식’을 활용해 쉽고 편하게 사이다를 퍼붓는 회귀물의 단순한 삼국지 스킨 버전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는 과감하게 보다 본질적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주인공은 삼국지의 유선에 빙의되어 역사의 가장 중요한 줄기를 통째로 바꾸어버리면서 시작합니다. (어떻게 했는지는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이지만, 스포라고 생각해 여기 적지 않겠습니다.) 이는 ‘촉나라가 중원 통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에 대한 작가 나름의 답입니다. 중요한 순간, 다른 선택으로 인해 새로운 삼국지가 전개됩니다. 본 역사와 유사한 삼국지를 살며 얍삽하게(?) 이득을 보는 미래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뜻, 계책과 큰 그림을 가지고 중원통일을 목표하는 한 군웅의 도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삼국지 로망(Romance of three kingdom)의 일부가 되고, 역설적으로 제겐 완전히 틀어진 이 소설 속의 새로운 역사가 다른 대체역사 소설보다 더 ‘삼국지’처럼 읽혔습니다.

빙의하자마자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꾸는 소설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읽어본 한에서는 대부분 누구를 죽이고 시작한다던가 등의 자극적이고 간편한 방식을 따랐습니다. ‘~때에 ~가 조조를 죽였다면?’ 흥미롭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가벼운 답변이 아닐까 합니다. 
삼국지 게임을 예를 들면 시작하자마자 중요 인물을 에디터로 없애거나 죽이고 시작하는 느낌이죠. 간편하지만, 저는 게임이 덜 재밌을 것 같습니다. 만능주의적인 전개는 현실성이 없게 느껴지고 몰입을 낮추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촉나라로 중원 통일을 하려면 어떻게 할까? 어느 부분에서 역사가 걷잡을 수 없어졌는가에 대한 주인공 나름의 제대로된 답변으로 시작합니다. 나머지는 과연 주인공의 도전이 성공할지, 지켜보는 것이죠. 기존 삼국지 소설에서 보기 힘든 독창적인 전개가 자칫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작가가 개연성을 잘 확보해두어 읽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소설이 쓰기 어려운 이유는 명백합니다. 작가가 큰 틀로 바꾸어버린 이야기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원작의 에피소드들이 지니는 매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매력적인 전개, 해당 시대와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또 확실한 개연성과 역사적 당위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많은 조사와 공부가 필요하고, 문장력을 포함한 글 쓰는 실력이 중요합니다.

작가님이 올리신 조사 자료들을 보면 역사적 개연성에 관해 확실하게 준비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중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삼국지의 인물 및 사건들에 대한 독자적인 (혹은 다른 연구를 참고한) 해석도 드러납니다. 이러한 시도는 자칫하면 독자의 동의를 얻기 힘들 수 있으나, 저는 작가님의 해석이 충분히 개연성 있고 신선하게 느껴졌으며 댓글에서 드러나는 독자 분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합니다.

필력은 극적이진 않지만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전개 속도가 빠르면서도 글이 간결하고 낭비가 없습니다. 중간중간 본 역사와 연희 등의 내용과 지리적인 내용에 관한 설명도 나오지만 과하지 않고 몰입감을 높입니다. 전반적으로 서술에 있어서 욕심이 없어 쉽게 읽히면서도 유비, 조조, 관우, 제갈량, 방통, 마속 등을 포함한 인물들은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며 개성적으로 그려집니다. 특히 유비와 조조 등은 영웅적인 면모와 무게감을 잘 그려냈습니다.

주인공과 관련된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도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 초반 주인공은 몇 차례 회귀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주인공이 가지는 시대 및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탁월한 구상, 그리고 주인공의 목표와 관점 등이 개연성을 확보합니다. 회귀를 사용한 장치이긴 하지만 이후 전개에 필요한 확실한 개연성을 확보하고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위한 작가님의 과감한 선택이 인상 깊습니다.

대체 역사는 상상력의 놀이입니다. 내가 언제 누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소설은 이 본질적인 재미에 집중하여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오리지날리티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실력 있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9

  • 위어도 2023.01.22 06:42

    이 집 추천글 맛있게 쓰네요. 한 번 읽어보러 갑니다

  • 페르미우스 2023.01.22 10:19

    삼국지 소재 대역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등장인물들이 독자에게 익숙하다는 것인데, 이 소설은 여러 인물들의 성격과 매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덧붙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재밌게 본 삼국지 대역이라도 완결 후에 제목만 보면 내용이 가물가물한 경우가 않은데 이 소설은 '아 그 씬이 엄정났는데'하고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실제로 다음화를 기다리며 몇번 다시 보기도 했구요.
    기억에 남을 삼국지 대역으로 저도 추천합니다.

  • 귀욤둥이 2023.01.22 20:31

    추천글 맛집이네 바로 보러감

  • 종횡기 2023.01.23 01:10

    추강

  • 귀욤둥이 2023.01.23 09:28

    진짜 개재밌다 지금까지 본 삼국지 대체역사 소설중 탑 3안에 들어간다 생각함

  • 리위제로 2023.01.25 00:55

    추천글 덕분에 재밌게 보신 분이 생겨서 저도 기쁩니다ㅎㅎ

  • 모라토리형 2023.01.23 12:02

    ㅇ예전 어떤 책을 읽었었는데 거기서는 촉 세력의 시작이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가령 같은 해에 태어난 갓난 아이들일지라도 일찍 태어나 몇달이라도 더 발육이 된 아이가 또래 중에 키가 크고 발달이 빨라 체육 쪽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유비측의 세는 위와 오에 비하여 늦게 형성됐기 때문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런 말이었지요

  • amadallus 2023.01.25 20:00

    댓글 평이 좋아서 일단 26편까지는 읽어 봤는데, 삼국지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하신 삼국지매니아 분들에게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저처럼 겉핥기식으로 삼국지를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뭐랄까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는 불친절한 글로 느껴지니 참고하세요.

  • IIlIiIIlll 2023.01.25 23:19

    추천글 보고 숨도 안쉬고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깊은 연구와 고찰이 느껴집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사건은 논리정연하면서 문장은 재치있습니다.
    초반 회귀를 이용한 개연성 확보, 주인공의 성장, 스타팅 포인트의 설정에 특히나 감탄했습니다.

    딱 하나 아쉽다면 고난이도 게임을 세이브로드해가며 깰 때 수가 강제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수많은 장치들이 결국 외길 수순을 위한게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을 바라는건 21세기 나관중도 아니고 너무한거겠지요. 충분히 재밌습니다.

  •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