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작품추천

공모전 '이 사람만은 살려야 한다.'

옴니버 · 2023.05.27 · 조회 1,768 · 좋아요 81

‘살려야 한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말일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살다가 한 번쯤 떠올렸을지도 모르는 생각이겠죠.


화단의 꽃이 시들어갈 때.

차에 치인 동물을 보았을 때.

지인이 병에 걸렸을 때.


기타 등등.


주위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해 계신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바꿔서 말해보겠습니다.


‘살아야 한다.’


이것만큼은 다들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현대인의 상당수는 일상에서 수도 없이 힘든 일을 겪고, 좌절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동경하다 이를 손에 넣지 못하는 현실 앞에 고개를 숙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목숨을 끊으려 하지는 않습니다(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아프신 분은 제외).


사람이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이유야 제각기 다양하나 이를 빅 데이터, 그리고 제 편견과 선입견을 토대로 짧게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희망, 그리고 기대.


내일은 어떤 즐거움이 나를 만족시켜줄까 고대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즐거움을 발견하고 기대하는 과정이며,

즐거움을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여정입니다.


오늘 당장 빡쳐 뒤질 것만 같아도 며칠만 존버하면 젤다 신작이 발매된다는 생각에 다시 하루를 살아가고.

그 하루가 ㅈ같아도 밤이 되면 선호작에 넣어둔 웹소설 최신화가 업로드 된다는 생각에 싱글벙글하는 심플한 동물.


그게 바로 우리네 모습 아니겠습니까.



아아. 웹소설 최신화 하니까 눈에 선하군요.

오늘의 추천작 <애드립의 신>을 처음 읽은 날의 기억이.



첫 화를 클릭하고 열다섯 번.

오른쪽 화살표를 누른 다음에야 알았습니다.


다음 화가 없다는 사실을.


방금 말씀드린 건 5월 25일 심야, 그러니까 추천 게시판에서 <애드립의 신>의 존재를 처음 접하고 읽었을 때 겪은 일입니다.


당시 저는 느긋하게 스크롤을 내리고 화살표를 누르는 단순작업을 반복하고 있었고 몰입의 과정은 이루 말할 데 없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와중, 난데없이 공지가 나타났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화가 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다음화가 없었거든요.


기대하고 있던 다음화 대신 공지가 나타날 때마다 분노로 인해 주먹에 개같이 힘이 들어갑니다. 추천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제 심정에는 일부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아무튼, 정주행을 마치고 당시 최신화였던 16화에 홀린 듯이 댓글을 적고 보니 어느새 날짜가 26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입 안이 바싹 말라 있길래 텀블러에 얼음물 가득 담아 원샷한 다음 여운을 음미했습니다.


오랜만이었습니다.

웹소설을 읽다가 수분 보충을 잊어버리는 건.


정주행을 완료한 후, 한동안 여운을 음미한 다음 추천글로 돌아가 추강을 완료하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v.46 옴니버

23.05.26 01:09

No. 6

이 글 진짜 장난 아니니까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주인공이 성공을 마다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금전이나 명성만이 아닌, 기연을 얻기 이전부터 갈구해온 인간다운 감정과 즐거움을 연기에 몸 던지는 과정에서 얻고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굉장히 짜릿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숫자엔 크게 흥미가 없는 성격인지라 몰랐는데, 새벽에 천천히 조회수를 살펴보니 유입이 적긴 하나 읽은 사람의 절반을 하루만에 최신화로 계속 끌고 가는 강력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애드립의 신을 읽고 첫 추천글을 적으신 다른 유저 분이 어째서 서촌 작가님께 유입에 흔들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적으신 건지 바로 알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느낀 갈증이 수분 부족이 아니라 다음화가 없다는 사실에 기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들었습니다.


추천글을 보거나 다른 계기를 통해 애드립의 신을 읽기 시작한 분들 중 상당수가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저 포함 이 글을 읽은 수백 명의 독자만 이 꼴을 당하는 게 많이 억울하더군요.



거짓말 안 보태고 여러분도 빨리 읽고 겪어봤으면 좋겠어요 ㄹㅇ



그럼, 이쯤에서 각설하고.

서촌 작가님 作, <애드립의 신>이 어떤 소설인지 본격적으로 소개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적는 내용에는 다소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제 리액션만 보고도 구미가 당기신 분은 바로 애드립의 신 1화를 읽으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파악한 다음 정주행 시작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대로 쭉 추천글을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

.

.

.

.

.

장담하는데, 아까 추천글 서두를 보신 분 중엔 분명 계실 겁니다.


누굴 살리니 마니 살아야 하니 마니 삶이 어쩌니 저쩌니,

꼴랑 30년 조금밖에 살지 않아 민증에 스크래치도 몇개 나지 않은 어린놈의새끼가 뭐라도 된 것처럼 삶에 관해 얘기하는지 의문을 품으신 분 말이죠.


지당하신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서두에 주저리주저리 그런 얘길 꺼낸 데엔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부터 소개할 <애드립의 신>은, 저희가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던 가엾은 30세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거든요.



첫 추천글이 나온 시점 기준 분량이 15화를 넘겼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작들 사이 이렇다 할 어그로를 끌지 못해 유입이 적었던 작품.


다른 장르와 비교한다면 평소 제가 크게 즐겨보진 않던 연예계물, 그중에서도 배우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칼 들고 절 협박해서 젤다 신작 구매 검토와 추가적인 업무 처리에 사용되어야만 했던 귀중한 밤 시간을 뺏어갈 수 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태규(주인공)가, 궁금했거든요.



얘, 감정이 말도 안 되게 옅어요.


번지점프하러 버스 타고 교외로 갔는데, 뛰어내리기 전에도 그 다음에도 아무 감정이나 자극도 느끼질 못할 정도로요.


번지점프 스트레이트로 다섯 번 뛰는 동안 무감정한 인간, 이태규.


감정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데, 인생이 재미가 있을 리 없죠.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아서 삶이 무미건조합니다.


그나마 인생이 무미건조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지만요.

자각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이태규는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지원하거나 스스로의 목숨을 위험 속에 던지는 등 갖가지 시도를 통해 감정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되찾아 결핍을 채워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어쨌든, 그런 주인공을 하늘이 불쌍히 여겼는지 웹소설 표준 기연이 찾아옵니다.


회귀나 빙의, 환생 말고.

모르는 영감님의 모습으로 찾아온 다소 올드스쿨한 기연이요.


태규는 앵벌이 할아버지에게 동정심이 들어 돌려받지 못할 교통비를 빌려주고 같이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신비로운 영감님은 자극을 위해 사채라도 빌려볼까 생각하는 태규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이를 가엾이 여겨 한 가지 능력을 심어줍니다.



이태규는 노인이 알려준 기괴한 표정을 지음으로써 남이 지닌 강렬한 감정을 도깨비불의 형태로 포착하고, 이를 오른손으로 복사해 감정 주머니에 담아둘 수 있게 됩니다.


표정.jpg

(묘사 보니 대충 이런 표정일듯?)


심지어는 왼손으로 저장한 감정을 꺼내 자신에게 덮어씌울 수도 있고요.


태규는 버스 터미널 대합소의 TV에서 오랫동안 고생하다 마침내 빛을 본 나이 든 배우를 보고 처음으로 능력을 사용합니다.


수십 년의 무명생활과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영광의 자리에 도달한 원로 배우의 기억과 감정을 자신에게 덮어씌운 순간, 경험한 적 없는 감정이 벅차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태규는 울었습니다.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복잡미묘한 감정.

태어나서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고양감과 쾌감.


마모된 인간성에 드리운 축복이 태규를 구원한 것입니다.



여기서, 애드립의 신의 주인공 이태규의 동기가 명확해집니다.


‘더 많은, 더 깊은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감정의 폭발에 휩쓸린 태규는 처음으로 토네이도를 목격한 켄자스 주의 소년처럼 전율하게 됩니다.


희망과 기대 없이 메마른 나날을 살아가며 자극을 추구하던 그에게 마침내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해준 기이한 능력.


이는 앞서 말했듯이 태규에게 있어 구원이자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작가는 현명하게 태규를 곧바로 다음 사건으로 던져넣습니다.


색다른 자극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줌의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지원한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친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 자리에서 태규는 다른 곳에서 복사해온 감정을 하객 알바 주선 업체가 알려준 신랑의 정보와 합체시킵니다.


감정×정보=완벽한 연기


공식의 존재를 빠르게도 알아차린 태규는 처음 만난 신랑이 대학교 동창을 만났다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고......,


기념할 만한 첫 조력자를 만나게 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의 삼촌.


퇴물 소리를 들으며 한 번 추락했지만 칼을 갈아 준비한 신작 대본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수염 투성이 드라마 작가, 곽인호를.

.

.

.


그래서 이 다음에 어떻게 되냐고요?


자세한 건 소설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드립의 신을 읽으며 느낀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재밌다는 말 한 마디로 퉁칠 수 있겠지만 그 구성 요소를 잠시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주인공 이태규에 관해 적어보자면,


금전적 이득이나 복수, 사회적 성공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경우가 많은 현판 주인공(저는 전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중 차별화되는 동기를 지니고 있다는 부분에서 천재 흑마법사의 주인공을 보고 느꼈던 기이한 순수함이 떠올랐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한 걸음씩 착실히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가적인 이득을 마다하지 않는 점에서 충분한 인간다움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착각물의 재미 역시 충실하게 살리고 있는지라, 감정을 저장하고 이를 덮어쓰는 주인공을 본 주위의 조력자와 라이벌이 이태규를 메소드 연기의 달인이자 요즘 시대에는 흔치 않은 진또배기 구도자로 착각하는 모습에서 오는 즐거움도 쏠쏠하고요.


누구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움직이지만 호락호락하게 남의 손에 놀아나지 않는 이태규를 볼 때마다 세상이 고수의 놀이터고 하수의 지옥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뿐입니까.

주인공을 잘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서촌 작가님은 주위 인물들도 완벽하게 조형해냈습니다.


주인공과 계약을 원하는 소속사 대표와 간판배우, 주인공을 속세에 물들지 않는 고행자로 여기며 도움을 주려 하는 드라마 작가, 그 외에도 다양한 인간군상이 정성스레 한 줄 한 줄 쓰인 대사 위에 점자처럼 튀어나와 제각기 다른 ‘질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물은 생동적이고, 사건은 스피디하게 흘러가며, 세련되게 맺는 마지막 문단이 두성전이의 묘리라도 일으킨 것처럼 가속도가 붙어 떨어진 스크롤을 우측으로 밀어냅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절대 가볍게 쓰이지 않은 글.

정주행을 마치면 그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진정한 의미로 인생을 살지 못하던 주인공이 뒤늦게나마 인간다운 감정을 느끼게 된 순간,

저는 모두가 즐기던 게임에 재능 넘치는 괴물 뉴비가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광경을 목격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삶을 피부로 느끼게 된 천재 배우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응원하고픈 마음에 벅차올랐습니다.



고장난 채로 살아가던 한 명의 평범한 인간이 완성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서사.


그 자체가 톱니바퀴처럼 살다 마모된 적 있는 모두에게 극상의 위로였으리라 믿습니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완성이라 하여도 계단을 오르는 주인공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젠 알 것 같습니다.

신비로운 노인이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은 태규를 보고 측은지심을 품게 된 이유를.


‘이 사람만은 살려야 한다.’


저도 이태규가 살아가는 모습, 보고싶거든요.

댓글 26

  • 능묘 2023.05.27 22:23

    진짜 재밌는데 대본 리딩 파트부터 전형적인 글이 되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볼 만합니다.

  • 당케 2023.05.28 12:30

    추천글 감사합니다
    간만에 재미있게 읽었네요

  • dlfrrl 2023.05.28 20:20

    이거 재밌네요

  • 그상대는 2023.05.28 20:46

    좋게 말하면 안정적인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뻔한맛

  • 심심타파하 2023.05.29 13:36

    이거 재밌는데
    인기가없는 이유를 모르겠음

  • g9172_chunghankyul20 2023.05.29 20:49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 육체피로 2023.05.30 11:03

    재미 있음.. 추강

  • 만두1 2023.05.30 17:58

    뭐라하는건아닌데 스크롤압박때문에 차마 다읽진 못하겠네요 ㅋㅋ

  • 세상의아침 2023.05.30 20:30

    근래 유행하는 약간의 착각계를 섞은 주인공 대단해~ 장르.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에서 갈등구조가 희미하고 그저 주어진 배역 - 사장, pd, 작가, 매니져, 배우 등- 에서 리액션만 하고 있음. 사람들이 자존감이 없고 힘들어서 그런지 주인공 우쭈쭈 장르가 유행이네요

  • 넙띠 2023.05.30 23:34

    추천글이 너무 길어서 읽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재밌네요.

  •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