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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당신의 턴입니다.

누리야 · 2024.11.29 · 조회 240 · 좋아요 22

재미있게 보던 작품이 완결이 나서 추천글을 한 번 작성해봅니다.


일반적으로 환상작품들에서는 지혜를 이용해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나가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지혜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재미없거나 지루하고 진부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건 지혜를 그려나가는 과정과 끝맺음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힘을 통해 힘차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과감함과 속도감이 중요하다면 지혜와 용기의 길에는 그보다 세심한 구성과 작가가 흘렸던 이야기 한톨한톨을 완벽한 구상으로 완성해나가는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쉽지 않은데, 동시에 글을 쓰는데 훨씬 골치 아픈 이야기 구성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고, 이곳 문피아에서도 그렇게 흔치 않은 종류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적을 통쾌하게 박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에 시원한 청량감과는 다르게, 정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나를 죽일 수 있는 상대들을 지혜롭게 이겨나가는 과정은 감탄과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킵니다.


여기 한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쥐고 흔드는 것을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주인공은 갑자기 타인의 의지로 다른 세상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것마저도 억울할텐데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은 단 한순간도 쉽지 않습니다. 항상 주인공보다 강한 적이 있고, 말도 안되게 어려운 상황이며, 주인공을 돕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중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끝인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마저도 판돈으로 올린 미쳐버린 도박사 - 처럼 보이는 미쳐버린 통제자 - 는 단 한번도 지지 않고 성장하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러나 최후의 적 앞에서 주인공은 자책합니다. 지금까지 본인이 계속해서 이기지 못하고 패배했음을. 항상 본인보다 강력하고, 권위를 가졌으며, 훨씬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강대한 적 앞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패배했음을.
그리고 힘도, 권위도, 지능도 더 밀렸던 주인공은 단 한 가지만은 본인이 적보다 더 앞선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작가의 세세한 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환상작품에서 설정은 처음에는 중요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흐지부지 되기도 하며, 이야기의 방향성에 따라 의도적으로 무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독자의 시점에서 보았을 땐 이미 시작과 함께 그 끝까지 완전하게 그려져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한 번 나온 설정은 이 소설이 끝날 때까지 오류 없이 작품 중간중간마다, 혹은 작품의 최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의 방향성은 온전히 주인공의 방향성과 일치한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또 한가지 감탄했던 부분은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설정상으로는 엄청나게 강력했는데 멍청하게 죽어버린다던가(원래 멍청하게 나온 캐릭이 아닌 이상) 갑자기 중요한 순간에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허무하게 퇴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 강점은 특히나 이 작품의 최종 보스를 상대 할 때 가장 크게 발휘합니다. 정말로 최종 보스다운 강력함이었고, 최종 보스다운 전술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재미와 행복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서술하고 싶은데, 글 쓰는 능력이 없어 이런 식으로 진부한 소개글밖에 쓸 수 없다는 점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아마 10년 넘게 문피아에서 글을 읽으며 최초로 추천글을 쓰는 것 같은데, 그만큼 재미있으니 아직 안보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번엔 아직 이 글을 읽지 않은 독자분들, 당신의 턴입니다.

댓글 6

  • 숑송 2024.11.30 02:03

    추강. 이야기 전개방식이 굉장히 깔끔하셔서 완결까지 늘어짐없이 쭈욱 읽혀지는 글입니다. 미궁물이지만 나름 변주를 주셔서 꽤 신선한 면도 있고요. 다만, 캐릭터성에 기반한 가벼운 소설이나 먼치킨류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 gu***** 2024.11.30 20:55

    저는 전작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정따블님 작품은 믿고 읽을 것 같습니다

  • le****** 2024.12.02 09:22

    이렇게 빨리 끝날줄 몰랐는데 뭔가 아쉽네..

  • rabbiteyes 2024.12.02 18:27

    엄청 재밌어요. 머리좋은 주인공이란 어떤것인지 잘보여주는 소설같고요 .덕분에 막강한 능력으로 사이다퍼붇는 전개는 아니지만 적어도 주인공 답답해서 고구마먹는 기분은 1도 없습니다. 후반부가서 전개가 블리치화되는듯 해서 그게 좀 그랬는데 그것도 오래 안끌고 걍 깔끔하게 완결때려서 유종의 미도 챙기더라구요. 정말 오랜만에 추천할만한 작품인거 같아요

  • studium 2024.12.02 22:30

    턴제의 마법사를 읽기 시작한 모든 독자님들,
    짜릿한 올해의 마지막 턴이 시작될 겁니다.

  • 티모찡 2024.12.03 00:29

    재밌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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