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써보는 문피아 추천글이라 많이 망설였습니다.
작중 주인공의 설정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설정이라 특히 그랬습니다.
사실 몇년 전 까지의 저였다면 좋아하지 않았을 주인공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하려고 노력도 않는, 무책임한 주인공에게 AI나 초능력 같은 특별한 힘이 주어진다는 것, 매우 싫어했던 설정이었거든요.
주인공은 20대 후반이 되도록 잠시 중소기업에서 일했던게 경력의 전부인 청년백수입니다. “그냥 쉬었다” 라고 답한 청년이 120만명이나 되는 요즘, 그와 다를바 없는 백수입니다. 힘들어서 쉬었고, 쉬다보니 다시 움직일 원동력을 잃어버린, 타인을 마주해 대화할 힘조차 잃어버린 그런 백수입니다. 그런 주인공이 2천만원이라는 거금에 홀려 정체모를 중국 AI기업의 실험에 끌려가, 머리속에 AI가 삽입당하고, 그대로 생체배터리가 될 위험속에서 AI와 함께 실험 전의 시간대로 돌아가는게 이 소설의 시작입니다.
듣기만해도 그 무기력한, 미련한 모습에 눈살이 찌뿌려질것 같지만, 그런 주인공이 그래도 밉지 않은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내용의 현실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설정은 그럴듯하게 잘 썼는데,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보면 작가가 사회생활을 못 해봤는지, 사람과 대화한 경험이 부족한건지, 현실적이지 않은 말투와 내용이 자주 보입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유독 현실감있고 맛깔나게 느껴집니다. 작 초반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생긴 것도 꼭 땅 파먹은 두더지처럼 생겨가지고...” 라고 했을때는 그래, 집세가 3달이나 밀렸으면 두더지소리 들려도 싸지 라고 웃게할 만큼.
등장인물의 설정이라는 밑그림에, 현실감 있는 성격과 맛깔나는 말투로 채색을 했기 때문에 설정상으로는 미련하고 보기 싫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주인공도 친근감 있고 응원하고 싶게 만들어 주는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나일수도, 나의 친구일수도, 나의 형제일수도 있는 이 백수가 승승장구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만들어 주는것 같습니다.
더하자면 이 작품처럼 머리속에 AI가 들어간 설정의 작품을 보면서 독자분들이 우려하는 것들 중 하나가 주인공의 주체의식 없이 AI 딸깍으로 모든것을 해결하는 전개입니다. 저 또한 우려한 부분이었지만, 작중 주인공은 AI의 한계, 학습한 것만 만들 수 있다는 한계를 알고, “xx를 만들어줘” 가 아닌 “xx를 만들 수 있는 영감을 줘” 라고 요청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도 어떻게 보면 작가의 편의주의라고 비판할 수 도 있는 전개이지만, 저는 작가님과 주인공이 AI에 대하는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고.
아직 27화까지 밖에 연재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방향성이 어디로 향하는지, 주인공이 얻게된 AI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야기 초반인 지금은 독자들도 AI로 무쓸모 백수에서 유망한 디자이너가 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며 만족할 수 있겠지만 작가님은 머지않아 주인공의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독자분들에게 보여주셔야 할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유료화를 생각할 때 까지는, 이 묘하게 친근한 주인공을 응원하며 기다려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내 주변 어딘가에 있을 청년백수들과, 작품의 주인공, 그리고 작가님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가질 수 있기를 응원하며, 추천글을 마치겠습니다.
댓글 6
능묘 2025.06.07 18:26
추천글만큼만 소설이 따라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미소라면. 2025.06.07 19:20
모든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거창한 영웅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 소소한 성공스토리어도 좋으니 작가님이 주인공의 이야기의 목적성과 목표를 잘 설정하셔서 좋은 글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hot9 2025.06.08 00:56
주인공 지능이 굉장히 낮다는 설정이거나 작가가 많이 잡아줘야 중학교까지 정도의 경험밖에 없거나 둘 중 하나인 글
미소라면. 2025.06.08 03:23
어떻게 보면 초반에 무책임하고 철없어 보이는 행동이 그렇게 보일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랜시간 방구석 백수로 생활한 주인공의 사회성과 판단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 부분은 작가님이 좀 더 묘사에 신경쓰셨으면 주인공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일을 줄일 수 있었을까요?
g2************** 2025.06.10 19:51
필력은 눈뜨고는 못볼수준인데 그와중에 여캐는 포기못하네
1화부터 번식이어쩌고 야동이어쩌고...
진짜 더러움
100692 2025.06.11 11:43
흠~ 처음 진입장벽이 약간 있긴한데 구성 이라던가 스토리 진행에 있어선 상당히 매력적인데요?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작가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