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란 호칭은 어쩌면 조금 과장되었을 수도,
그리고 어쩌면 작가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들여다보아서 얻는 것이 있다면 본인은 그것이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선협에 거미요수란 키워드가 만나 탄생한 해당 소설은 문자 그대로의 선협(仙俠)이다.
본래 있던 선협 세계관의 수선 시스템과 용어, 그리고 분위기인 선(仙)도 잘 구현했으며,
그 선협 세계관 속에서 무협에 존재하던 인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고민 인 협(俠) 역시 너무도 잘 녹여내었다.
무정한 선과 유정한 협 사이에서의 조화가 말 그대로 태극을 그리는 듯 자연스럽다.
한국식 선협이라는 것은, 아직 선협이 한국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최근 몇 년 전에 썩 인지도를 쌓은 어떤 작품이 있긴 하다만 해당 작품은 중국 선협에 한국식 감성을 넣으려 시도를 한 것이지, 아직 제대로 된 한국식 선협이라 하기엔 정체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끝까지 폼을 유지한다면, 어쩌면 한국식 선협이라는...
아직은 정체성이 모호한 개념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다시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해당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회귀를 통해 점차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거미요괴의 이야기'이다.
태생부터 짐승에 불과했던 작은 거미는 어떤 계기를 통해서 무한회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단순히 무한회귀를 통해 강해지는 것이 끝인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감미료는 말 그대로 순수한 짐승인 거미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의 사회다.
짐승을 통해 보는 사람들의 세계.
거미는 그것을 통해 요괴로서 성장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름을 가진 요수선사로 성장하고.
괴물의 몸을 가졌으되 사람의 삶이 무엇인지를 점차 학습해나가는 것이 소설의 가장 큰 묘미이리라 생각한다.
해당 소설의 주인공인 검은 거미, 흑주는 천재다.
괴물의 방식도, 인간의 방식도 빠르게 배워서 매우 속도감 있게 강해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천재인 흑주는 사람의 마음과 삶을 배우는 것은 느긋하게 진행된다.
무력적인 성장은 속도감 있도록 빠르고 경쾌하게.
정신적인 성장은 경치감 있게 느긋하고 운치있게 진행된다.
독자들의 고구마의 퍽퍽함은 없애면서, 고구마로 줄 수 있는 풍미는 듬뿍 제공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작가의 담백한 필체와 묘사를 통해서 극대화된다.
과연 기성작가님인 것일까.
선협의 성장폭과 호쾌한 동양판타지 속에 무협의 구수함과 운치를 잘 살리셨다.
해당 소설은 현 시점인 31화 기준.
(필자 기준으로) 단점이 아예 없는 소설이다.
선협의 배경과 세계관.
그 속에서 벌어지는 거미 주인공이라는 독특한 요소에, 괴뢰사라는 특수직업.
화룡정점으로 괴뢰를 통해 인간과 가까워지며 인간 사회에 대해 학습하고, 인간지사에 대해 학습하며 협이라는 요소까지 채운...
이 선협거미야말로, 이 안정적인 폼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인외선협물의 교과서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21
슬라이딩12 2025.06.09 00:28
ㄹㅇ 재밌음
qudtls 2025.06.09 11:32
재밌음
여유롭 2025.06.09 12:05
인간들이랑 만나는 파트부터 진짜 재미있네 ㄷ ㄷ
qm***** 2025.06.10 20:59
인간들 만나는 파트부터 재미 확 떨어지던데? 작가 역량이 인외물을 쓸 수준이 안돼서 그냥 사람이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봐도 위화감이 없음
Indi9O 2025.06.14 21:34
뭐...사람마다 차이는 있는거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
슬라이딩12 2025.06.09 13:52
진짜 재밌음
혈기린본편 2025.06.09 16:09
퀄리티가 아주 조아용
인생여전 2025.06.09 16:13
인외물이랑 선협물이 궁합이 진짜 좋은 것 같음
인외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단점이 선협으로 쉽게 보완되는 느낌?
현악기 2025.06.09 18:51
인외물 중 이정도로 재밌는 작품은 처음
키탄야말침 2025.06.09 22:10
여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