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마법사들의 잘못으로 세상이 망했습니다. 땅은 독기로 오염되어 평범한 사람은 숨조차 쉴 수 없고, 마수들이 득실거리게 되었죠.
이에 마법사들은 영지와 성채를 만들었습니다. 독기에 침범당하지 않는, 곡물이 자랄 수 있는 일종의 안전지대를요.
환생자 주인공은 변방 성채 기사의 서자입니다. 명색이 성주의 아들이지만, 대우는 노예에 가깝습니다. 기사에겐 자식이 많았고, 비천한 출신의 여자가 낳은 주인공은 귀한 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탈자들이 성채에 쳐들어옵니다.
약탈자들을 피해 숨어 있던 주인공은 위기 속에서 마력을 각성합니다. 그리고 폐허가 된 성채를 떠나 영지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사로서 훈련받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이고, 작가님의 필력도 뛰어나셔서 정말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덧붙여, 작가님의 주인공 설정을 참 잘 잡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주인공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어린 나이에 마력을 각성(보통은 종자로서 훈련받다가 운 좋게 마력을 각성하면 기사가 됨.) -> 먼치킨에 대한 기대감과 주인공이 성장하는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음.
2. 마법사에게 거부감이 없는 특이체질 주인공, 마법사인 영주의 딸(보통 사람은 마법사를 보면 생리적 혐오감을 느낌) -> 히로인 개연성 획득. 영주의 딸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하게 만듦.
3. 환생자 -> 위의 2번 특이체질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 어린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의 개연성 부여.
그리고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성격 역시 제 취향이었습니다.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웅적인 성향의 다른 주인공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항상 기지를 발휘해 그 부정의함을 극복하지만, 이 주인공은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합니다.
(조금 스포가 될 수도 있겠지만)가령 예를 들자면, 이복 형제를 죽여야 할 상황이 있었습니다. 딱히 친하진 않지만,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적어도 주인공을 괴롭히진 않던 이복 형제였죠.
주인공은 선배 기사에게 이복 형제를 죽이지 않을 순 없냐 묻지만, 선배 기사가 합리적인 이유로 거부하자 납득합니다. 떼를 써봐야 해결될 일도 아니며, 그렇게 해봐야 자기 평판만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죠.
이복 형제게 주인공에게 달라붙어 살려달라 빌지만, 주인공은 침묵합니다. 매정하게 그 손길을 뿌리치지도, 과감하게 안식을 주지도 못합니다.
결국 이복 형제는 다른 기사에게 죽고, 주인공은 그날 밤 적어도 자신이 직접 죽여야 했다며 후회합니다. 그리고 동료 기사가 가져온 술을 마시며 위로받죠.
저는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결정을 이미 내려놓았으면서도, 양심인지 뭔지 모를 것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주인공. 마지막까지 직접 결정을 실천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주인공.
비범한 주인공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면, 평범한 주인공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재밌는 글을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이만 마칩니다.
댓글 28
풍뢰신권 2020.05.21 04:11
추강
銀荊路 2020.05.21 04:57
추강합니다.
글램스 2020.05.21 09:48
성장물의 측면에서도 재미있습니다. '진'이라는 탈 것이 메카물의 향도 좀 내고요.
BLINK 2020.05.21 12:58
추강
치킨좋아해 2020.05.21 13:20
이거 재밌네요.
핏빛여우 2020.05.21 15:15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나 현재까지는 재미있네요.
행인09 2020.05.21 17:01
재미있네요
나신교주 2020.05.21 18:00
대단히 재미있군요.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ksgh 2020.05.21 20:20
진짜 재밌네요! 근래 본 신작 중에서 최고인듯. 추강합니다
귄아 2020.05.21 21:56
강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