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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화] 그녀는 마왕?! - 1

2017.10.24 조회 699 추천 16


 프롤로그
 
 검성 카나엘과 마왕 안젤로스의 결전.
 지상계의 운명을 건 결전이 마침내 끝을 맺고 있었다.
 “카, 카나엘 네놈이······.”
 안젤로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안젤로스의 복부에 칼을 꽂은 채 카나엘이 말했다.
 “다 끝났다. 안젤로스.”
 모든 힘을 쏟은 카나엘은 이미 눈앞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마 곧 생명의 불이 꺼질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되었다. 이것으로 안젤로스의 힘을 영영 봉인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점점 시야가 흐릿해졌지만, 안젤로스의 분노만은 생생히 느껴졌다.
 “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미안하지만··· 이제 끝이야.”
 “내 모든 것을 빼앗고는 죽음으로 도망칠 생각이냐······.”
 “마음대로 생각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음으로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마라! 네놈의 영혼이 어디로 가든, 기어코 찾아내서 죽여 버릴 것이다!”
 이미 죽음이 가까워온 카나엘은 이런 안젤로스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봉인되어 가는 안젤로스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같았지만, 역시 신경 쓰지 않았다.
 카나엘은 평생의 숙적, 안젤로스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럼 잘해봐. 이만······.”
 카나엘의 몸이 무너졌다. 마지막으로 카나엘이 본 것은, 여전히 자신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안젤로스의 모습이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다. 기어코 찾아낼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카나엘은 이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1. 그녀는 마왕?!
 
 [사랑하는 동생♡ 저번처럼 비슷하다고 다른 거 대충 사오면 죽는다.^^]
 교내 한 친구와의 일로 고민하던 성민은 위와 같은 문자 내용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모티콘에 하트를 붙여봤자 협박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협박문을 보낸 건 누님이었다. 직업도 없고 대학도 안 간 백조로 사는 주제에 동생에게 과자 심부름이나 시키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누나라, 동생인 성민으로서는 명령을 무시할 처지가 못 되었다.
 성민은 가족 내 서열의 부조리함에 치를 떨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고 ‘어서 오세요’라는 알바생의 인사도 듣는 둥 마는 둥 안쪽으로 향한다.
 누나가 사오라 시킨 것은 집에서 10km도 더 떨어진 이 편의점에서만 판다는 수입 과자. 성민도 처음 오는 곳이었다.
 “일도 안 하는 주제에 입맛만 고급이어서.”
 성민은 투덜거리며 문자에 적힌 과자를 찾았다.
 “그러니까 팀탐 츄이 캐러맬 5개랑 커클랜드 쿠키 한 통······.”
 뉴스를 보니 수입 과자는 칼로리가 높고 염분이 많다는데, 살이나 쪄서 바닥이나 굴러다니라지.
 속으로 저주하며 과자를 고르고 있을 때, 뒤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돌아본 성민의 시선이 편의점 문 앞에 선 알바생을 향했다. 알바생의 손이 문 자물쇠를 막 돌린 참이었다.
 “사람 있는데요?”
 혹시 자신이 있는 줄 모른 건가 싶어서 목소리를 높여봤지만, 알바생이 몸을 돌려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자 성민의 몸도 살짝 굳었다.
 꽤나 미소녀였다.
 검은 쇼트커트 머리. 가는 선에 보이쉬한 이목구비. 성민과 비슷한 연배로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미소녀라도 마치 잡아먹을 듯 쏘아보는 그 시선에 성민은 저도 모르게 당황하여 전투 자세를 취할 뻔했다.
 하지만 그 시선보다 더 놀라운 것은, 알바생의 작은 입술이 열리며 나온 단어였다.
 “카나엘.”
 속으로 씹어 끊는 듯한 그 작은 중얼거림이 성민에게는 천둥처럼 들렸다.
 “뭐··· 라고?”
 성민이 무의식적으로 반문하자, 알바생은 시선은 유지한 채 입가만 끌어 올려 씨익 웃었다.
 “역시 카나엘이군.”
 카나엘 알브로트.
 익숙하지만, 결코 들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이름.
 성민의 전생의 이름이었다.
 경악한 성민의 시선, 그제야 알바생의 얼굴 위로 누군가가 겹쳐졌다.
 “안··· 젤로스······.”
 짧은 검은 머리, 가는 선과 단정한 이목구비. 비록 성별은 달랐지만,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안젤로스. 저번 생에서 생명을 바쳐 봉인한 마왕.
 성민이 충격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알바생은 도약했다.
 “죽어라!”
 손에 든 것은 볼펜 한 자루. 평범한 필기구가 성민의 눈에는 더할 나위 없는 흉기로 보였다.
 눈빛과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한 게 누님이 종종 장난처럼 외치는 죽으라는 소리가 아닌, 진짜로 성민을 죽이려 드는 게 분명했다.
 “어어······!”
 성민을 구한 건 전생부터 이어져 온 전사의 본능이었다.
 내지른 주먹이 뛰어든 알바생의 배에 카운터로 정확히 박혔다.
 “······!”
 알바생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몸을 굽힌 채 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정지했다.
 “···어, 저기, 괜찮아요?”
 성민은 걱정하며 쓰러진 알바생의 안색을 살폈다. 워낙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마력을 담지는 않았지만, 여성의 배에 주먹을 꽂아놓고 침착할 수는 없었다.
 “······.”
 순간, 알바생의 팔이 들리더니 다가온 성민의 신발을 향해 볼펜을 내리꽂았다.
 “으앗!”
 재빨리 발을 뒤로 빼던 성민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음료수 캔을 밟았다.
 순간 몸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듯했지만, 다시 한 번 본능이 움직였다. 성민의 두 팔이 펼쳐져 바닥에 닿았고, 이내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에 똑바로 섰다.
 반면에 알바생 쪽은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실··· 력은··· 녹슬지··· 않았군······.”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입가는 경련 중이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척 봐도 허세였다.
 살기 띤 눈빛은 여전했으나, 그 모습에 성민은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저기, 뭐가 뭔지 모르겠······.”
 “닥쳐라! 쿨럭······.”
 살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면서도 연신 기침을 하는 게 알바생의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경황없는 가운데 혹시나 하여 힘 조절을 한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알바생은 그냥 시체가 되었을 테고, 성민은 폭행 치사, 어쩌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소년원에 가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지금은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넘기는 게 중요했다. 성민의 머리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알바생이 다시 외쳤다.
 “반드시 죽인다!”
 볼펜을 들고 널 죽이겠다고 외치며 비틀비틀 다가오는 여성. 손에 쥔 게 볼펜이 아니라 식칼이었다면 완전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이다.
 당황한 성민이 말했다.
 “아, 저기,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거든? 그쪽 컨디션도 영 좋지 않아 보이는데 일단 대화로 풀면 안 될까?”
 “대화라. 좋겠지. 일단 네놈 팔다리를 잘라낸 다음에!”
 당연히 성민에게는 부모님이 장애 없이 낳아주신 몸의 수족을 잘라낼 의향 따윈 없었다.
 다시 말을 붙여 보기도 전에 성민에게 다가온 알바생이 볼펜을 번쩍 치켜들었다.
 성민은 재빨리 알바생의 팔목을 잡아챈 뒤 그대로 몸을 날려 쓰러뜨렸다.
 “무, 무슨 짓이냐!”
 “일단 대화로 풀자고 했잖아!”
 “닥쳐라! 대화는 무슨······.”
 성민 아래에 깔린 알바생의 눈빛은 여전히 살기가 흘러넘쳤다. 아무래도 대화로 지금 상황이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성민과 알바생은 서로 몸을 겹친 채 편의점 바닥을 굴러다녔다.
 “이거 놔라!”
 “놓으면 날 찌르게?”
 “물론이지!”
 “근데 미쳤다고 놓겠냐!”
 정신없이 굴러다니는 와중에 무언가 둥그렇고 부드러운 게 성민의 몸 이곳저곳에 닿았다.
 아무래도 알바생의 ‘특정 부위’인 모양이었다. 성민 입장에서는 불행히도, 지금은 그 감촉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었다.
 “널 죽이려고 내가······!”
 이런 알바생의 언동에 지친 성민은 마침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인기척이 났다. 성민도, 알바생도 시선을 돌렸다.
 “저거 뭐야?”
 “지금 둘이 싸우는 거야?”
 편의점 유리 벽에 구경꾼 몇이 붙은 게 보였다.
 편의점 문이 잠긴 가운데 손님과 알바생의 무규칙 격투 대결이 열린 상황을 보고는, 호기심을 가지고 모여든 것이다.
 심지어 휴대폰을 꺼내 내부 상황을 촬영하려 드는 구경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민도, 알바생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또 한 명이 이 사태에 개입했다.
 “무슨 짓거리야!”
 편의점 바깥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흘긋 돌아보니 잠긴 출입문 밖에서 한 중년 남자가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며 분노하고 있었다.
 “점장님······.”
 알바생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문 밖의 저 중년 남자는 이 편의점의 점장인 모양이었다.
 알바생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기도 모르게 힘이 빠진 듯 쥐고 있던 볼펜마저 놓쳐 버렸다.
 아무래도 눈이 뒤집혔다 점장의 등장으로 제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지금 문 열게요!”
 상황 파악이 된 성민은 재빨리 달려가 잠긴 출입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점장 앞에서는 이 알바생이 꼼짝도 못할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맞았다. 우거지상을 쓰며 편의점 안으로 쳐들어온 점장은 알바생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너 미쳤냐? 갑자기 문 잠그고 무슨 난리야! 가게 CCTV 보다가 식겁해서 달려왔잖아!”
 “······.”
 알바생은 할 말이 없는지 그저 고개를 숙였다. 한참 알바생에게 소리를 지르던 점장이 내뱉었다.
 “너 오늘부로 해고니까 당장 나가!”
 그러고는 아직 편의점에 있던 성민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
 “저기, 학생? 미안하다. 저 녀석이 갑자기 미쳤는지 그런 짓을······.”
 “아, 아니요.”
 “CCTV 다 녹화되고 있거든. 나한테는 법적 책임 없어. 경찰서 가든가, 고소하려면 나나 이 가게는 말고 저기 아람이한테만 책임을 물어.”
 “아람? 그게 저 알바생 이름인가요?”
 “그래, 정아람. 지금 바로 경찰서 가게? 내가 신고해 줄까?”
 “아니, 그게 아니라······.”
 알바생, 아람이 편의점 조끼를 벗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가게를 나서는 게 보였다.
 확실히 경찰에 신고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하던 성민은 아람이라는 이름의 소녀를 몰래 뒤따르기 시작했다.
 
 미행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해고의 충격이 컸는지 아람은 멍하니 똑바로 앞만 보며 걸음을 옮겼다. 들키지 않게 적절히 거리를 벌린 채 조용히 움직이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성민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설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저 아람이라는 소녀는 마왕 안젤로스와 비슷한 외모지만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저 나이 소녀치고는 상당히 힘도 좋고 싸움도 잘했지만 검성의 영혼과 힘을 이어받은 성민의 적수는 결코 아니었다.
 멍하니 걷던 아람은 아파트 단지에 접어들었다. 건설된 지 수십 년은 지난 듯 허름한 곳이었다.

댓글(2)

쑤밍    
ㅇㅅㅇ
2018.02.21 03:36
흙색    
와 이거 오랜만이네.... 아주 오래 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검색새 봤는데 완결이 났군요. 달리겠습니다.
2021.08.1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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