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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자평 1화

2018.01.04 조회 5,019 추천 32


 1.
 
 
 
 서장. 시간 이동
 
 "제일늦게 도착하여, 라면과 간식을 쏘기 싫으면 빨리 서둘러라 !"
 
 그때까지도 날씨는 서늘한 편이었지만, 산의 곳곳의 나무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던 2014년 3월 31일 오후 3시 10분. XX 특전여단내의 지역대 소속 2팀의 팀장인 지윤덕 대위는 팀원들을 재촉하면서 층층폭포로 통하는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서 1박 2일간의 산악 기동훈련을 위해 밀양의 천황산 일대를 오르게 된 지역대원들은 모두 50 kg 이 넘는 무거운 군장을 메고, 땀에 흠뻑 젖으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2014년 1월에 새롭게 지급된 입는 로봇인 하이퍼가 팀별로 하나씩 지급되면서 그나마 대원들의 군장 무게가 조금이나마 가벼워 졌고, 추가로 무기와 실탄, 무전기 등의 물자들을 실을수 있었다.
 
 무게 약 100 kg 의 입는 로봇인 하이퍼를 입으면 120 kg 에 이르는 무거운 짐을 메고 힘들지 않게 9시간 정도 이동할수가 있었다. 지급받은후 평지에서 시험가동만 하다, 산악 기동훈련에서 본격적으로 가동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우수한 편이어서 대원들 모두 한시름을 덜게 되었다.
 
 고가의 장비였고, 무게가 100 kg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에, 만약 고장이라도 났을 경우, 그것까지 운반하게 된다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병훈 하사, 그 무거운걸 입고 움직일만 한가?"
 
 "네, 힘들지 않습니다."
 
 특전사 훈련을 마치고 1월에 전입한 신병 답게 이병훈 하사의 목소리에는 군기가 잔뜩 들어 있었다.
 
 2014년 3월 31일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한 특전사 지역대원들은 중간에 한두번정도 잠시 휴식을 한후, 1차 목적지이자 야영 예정지역인 고사리 분교가 있었던 장소에 오후 4시 30분경 모두 도착할수 있었다. 생각보다 도착이 늦어진 이유는 입는 로봇인 하이퍼의 걷는 속도가 느린편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특별히 여단장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먹고 죽을 만큼 충분한 양의 삼겹살과 라면, 음료와 과자 등을 사비를 털어 제공하였다.
 
 거기에 나도 조금 보태어 쌀과 김치등을 준비해 왔고 취사장비들도 실어 왔으니 오늘 저녁은 전투식량을 먹지 않아도 될것이다.
 
 다만, 훈련이기 때문에 술을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란다.
 
 천막설치와 개인정비를 마치고 오후 6시부터 식사할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상."
 
 "와 !!!"
 
 지역대장인 주영환 소령은 여단에 있는 고기동차량에 각종 부식과 취사장비들을 싣고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들은 대원들은 모두 환성을 지르면서 야영준비와 식사준비를 서둘렀다. 가져온 짐을 모두 내린 고기동 차량은 오후 5시에 사자평을 떠나 부대로 복귀하였다.
 
 한편, 제일 늦게 도착한 4팀은 라면과 간식을 준비하지 않는 대신 취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차량에 실어온 쌀과 삼겹살, 김치와 야채 등은 충분하였기 때문에 굳이 5박스 150 개나 되는 라면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라면은 다음날 아침 남은 밥과 함께 대원들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남는 라면들은 대원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하였다.
 
 또한, 고기동 차량으로 대형 군용텐트 2개를 실어왔기 때문에 대원들은 개인용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대형 텐트들을 설치하였다. 한동은 40명의 남자 대원들이, 나머지 한동은 12명의 여자대원들과 가져온 장비와 짐들을 두게 되었다.
 
 오후 6시. 식사준비가 완료되자 52명의 특전사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군복과 소총 등 장비만 없었다면, 학교나 직장의 단합대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 하였다.
 
 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나고 근무자들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취침에 들었을 때인 오후 11시경, 저녁식사를 했던 장소에는 주영환 소령과 3팀장인 서정미 대위가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서정미 대위는 주영환 소령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이제, 한달 조금 더 남았나?"
 
 "5월 3일 이니까, 그렇네요."
 
 "결혼하는것은 너무나 기쁜데, 신혼여행후 서로 부대가 바뀌게 될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섭섭해 지는걸."
 
 "그래도, 같은 여단 소속일텐데요."
 
 직업군인 치고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는 두사람은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 기대면서 별빛이 비치는 사자평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아니 ! 이럴수가 !"
 
 다음날 아침 날이 점점 밝아오는 시간인 오전 5시 30분. 외곽 지역 근무자들이 이상현상을 보고하자 주영환 소령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은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모두 너무나 놀라 그자리에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주변의 지형은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목장과 가옥 등이 모조리 사라지고 없어진데다, 군용도로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파악될때까지 모두 실탄이 든 탄창을 장착하도록 하라. 무전병들은 본부와 교신을 시도하라.
 
 지윤덕 대위는 팀원들과 함께 주변을 정찰하고, 김순만 대위는 대원들의 식사 준비를 빨리 진행하라. 예정대로 라면으로 한다.
 
 나머지 대원들은 반으로 나눠 절반은 주변지역을 경계하고 나머지는 텐트를 철거하고 이동할수 있도록 준비하라."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으나, 꿈은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대원들이 잠든사이 사자평지역 일대에 무언가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한것은 분명해 보였다. 주영환 소령 자신도 너무나 혼란스러웠으나 우선은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한 후 사태를 파악해야 하였기 때문에 몇가지 사항들을 지시하게 되었고, 대원들은 곧바로 지시에 따르게 되었다.
 
 대원들 역시 무언가 납득할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것을 느꼈지만, 우선은 지역대장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자신과 동료의 안전에 도움이 될것으로 판단하여 빠르게 움직이면서 지시를 이행하고 있었다.
 
 "대장님. 모든 무선교신이 불통입니다 ! 또한 GPS 추적 장치도 불통입니다. 하지만 내부의 무전기 끼리는 교신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때, 단순한 전파방해는 아닌것으로 판단됩니다."
 
 "!?!"
 
 "이곳 뒷편의 수미봉이 그대로 있고 멀리 보이는 가지산 지역 등도 그대로 보이는것으로 봐서는 여기가 사자평인것만은 분명한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사자평의 풍경이 깜쪽같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건물들과 가축들, 사람들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무성한 풀들도 어제와는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마치, 다른 시대의 사자평지역에 온것 같습니다."
 
 모든 대원들이 혼란스러워 할때, 정찰을 나갔던 지윤덕 대위의 2팀이 돌아와서 주변에 위협요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알겠네. 수고했어. 주변경계는 강화하면서 일단 아침식사부터 하도록 하자.
 
 얼마후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되도록 빨리 식사를 하도록 한다."
 
 지역대장인 주연환 소령의 지시에 대원들은 끓인 라면에 전날 남은 식은 밥으로 식사를 하였다. 전날 먹다남은 것들이 그대로 있는것으로 봐서는 그들이 주둔하고 있던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것이 변한것으로 추정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주변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들이 발견되지 않자, 주변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근처 계곡에서 설겆이와 세면 등을 하였다. 식사와 개인정비가 어느정도 끝나자, 주영환 소령은 대원을을 모이게 한후, 장소를 옮길것을 지시하였다.
 
 "어떤 상황인지도 파악이 안된 상태이지만, 우리의 안전에 위협이 될 상황도 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볼때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지역은 그다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관찰과 방어에 용이한 지역으로 옮겨서 참호를 구축하고 방어진지를 구축하여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동하기 전에 각자의 수통들과 물통들에 물을 가득 채워서 가도록 한다. 다들 서둘러라."
 
 대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주영환 소령은 자신도 솔선수범하여 짐을 들고 수미봉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대원들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정예군인 특전사 대원들 답게 빠르게 움직였고, 얼마후 적절한 지역을 찾은 대원들은 야전삽을 이용하여 참호를 구축하는 등, 방어진지와 임시로 거주할 지역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취사에 사용되던 큰 통과 야전용 수통, 개인별로 소지한 수통들에도 물을 가득 채우는 등 충분한 양의 식수를 확보하는 작업도 병행하였다.
 
 그리고, 박만규 대위를 포함한 1팀 대원들로 하여금 주변지역 일대에 대한 원거리 정찰을 지시하여 보다 상세한 사항을 파악하게 하였다.
 
 주영환 소령을 비롯한 52명의 특전사 대원들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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